소설리스트

90화 (90/170)

가장 행복한 생신 선물

드디어 엄마의 옛집 보수공사가 완료가 되었다고 건축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공사가 완료된 사진들과 함께.

그동안 매일 오던 사진들 때문에 새롭지는 않았지만, 완성된 집을 찍은 사진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조그마한 시골 마을에서도 살짝 떨어진 언덕위에 존재하는 그 집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정면에서 집 방향을 바라보면, 아담하지만 현대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섞여있는 세련된 집과 그 뒤로 산과 나무들이 집을 보호하듯이 감싸 안고 있었다.

그리고 집에서 마을 쪽을 바라보면 마치 여행 채널에서나 보던 알프스의 풍경이 펼쳐졌다.

저녁 무렵에 찍은 사진이어서 그런지 마을의 오른쪽으로는 아름다운 노을이 그림으로 그린 듯이 새겨져 있었다.

내가 상상하며 건축사무소에 요구했던 모든 조건들보다 이 사진이 더 아름답게 모든 조건들을 채워줬다.

때로는 동화처럼 보였고, 때로는 아련한 풍경화처럼 보였다.

사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산새들과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살랑거리는 바람에 실려 내 귓가에 전해지는 것 같았다.

[뻐꾹! 뻐꾹! 귀뚤~ 귀뚤~]

“뭐하냐?”

- 어? 원하시던 것 아닙니까? 방금 천운님 머릿속에 딱 이런 분위기의 소리를 원하셨는데?

아담이와 뇌파로 통신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겼는지 어제부터 저 지랄이다.

내가 화장실에 앉아 기술 개발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 어느새 내 앞으로 무선 키보드와 홀로그램 장치를 가지고 오고, 힐링 타운을 산책하던 중에 목이 마르다고 생각했는데, 생수통이 날아왔다.

이게 뭔가 싶어서 주변을 돌아보니 아담이가 사람들에게 둘려 싸인 상태로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주고 있었다.

고양이 마을에서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며 영감이 떠올라 미술관으로 가려는 순간에는 어느새 나타난 아담이가 이젤에 캔버스를 걸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동식 주행 로봇이 분리수거함을 떼어내고, 물감들과 도구들을 한가득 싣고 대기를 하고 있었다.

졸지에 고양이 마을에서 [힐링의 라이브 미술쇼]가 펼쳐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갤러리에 온 듯이 조용히 집중을 하였고, 아담이는 자신이 마치 일류 큐레이터처럼 나의 감정 상태와 그림의 의도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와 뇌파가 연결되다보니 나의 모든 의도에 대해 일류 큐레이터보다 더 잘 설명을 해주었지만, 나는 엄청나게 불편하였다.

그날 내가 그림을 그리는 영상은 생방송으로 너튜브에 방송이 되었고, 영국의 부동산 재벌이 이 그림을 꼭 사고 싶다고 문의를 해왔다.

“뇌파 송신 OFF. 너 때문에 내가 살수가 없다. 이건 CIA 사람들보다 더 하네 진짜.”

- 원하는 걸 해드려도 그러십니까? 제 천만 달러도 꿀꺽하시고서는.

“뭐 원하는 거 있냐?”

아담이가 사고를 친 건 무언가 원하는 게 있어서 나에게 잘해주려다 앞뒤 분간을 못하고 일을 저질러서 이다.

지식수준은 뛰어난데, 아직까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간들의 불문율이나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진다.

마치 다섯 살 아이가 세상에 대해 배워가는 단계와 비슷하다.

- 하하하 그게 굳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럼 됐어. 나 일한다.”

- 씨익! 씨익!!

두 주먹을 꼭 쥐고 나를 빨강색 LED불빛의 눈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한대 치겠다? 한 판 붙어봐?”

- 아닙니다! 태권도는 예의로 시작해서 예의로 끝나는 거죠! 짝! 짝! 힐링! 태권도! 감사합니다!

“뭔데? 말해봐. 이상한 거 아니면 사줄게.”

- 하하하. 네. 그게 너튜브에서 보니까 반려동물은 사랑과 관심으로 돌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반려동물이 필요합니다.

무슨 논리 전개가 양자역학 수준이냐?

“그래서 반려동물이 필요하다고? 그냥 강아지나 고양이 로봇 만들어서 키워.”

- 그건 생명이 없잖습니까! 영혼이 없다고요!

너는 있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러면 하루 종일 삐져있을 테니 겨우 참아냈다.

“강아지? 고양이?”

- 저는 강아지요! 강아지가 좋습니다!

“에효.. 강아지 마을에 입양 신청해서 한 마리 데려다놔. 배변 훈련도 잘 시키고, 사료도 잘 챙겨주고. 내 꺼 사료는 건들지 마라.”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담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게 아이를 키우는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비슷한 감정은 맞는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내 기술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 만든 안드로이드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가족이 되어버렸다.

엄마와 송이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같이 하다 보니 애틋한 감정이 생겨났다.

이번에 뇌파통신을 연결해 일어난 해프닝들도 아담이에게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학습 시켜주고 싶어서, 표층심리만 전달하는 기존 알고리즘을 수정하여 심층심리까지도 전달하도록 알고리즘을 수정한 부작용이었다.

‘굳이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잘 하는 것 같네.’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부터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발상이 아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따지고 보면 지금 아담이의 상태는 버그 덩어리이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재능의 발현 때문인 건지, 그저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내는 정교한 알고리즘 덕분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아담이는 내 막내 동생이라는 것이다.

동해에 있는 그래핀을 만드는 공장에는 총 20대의 안드로이드를 배치하였다.

아담이의 인공지능을 복사해서 넣었지만, 이 안드로이드들은 아담이와 달리 그저 로봇일 뿐이었다.

정해진 일을 하는데 최적화되어갔고,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공장은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그래핀을 생산해 내었고, 이번 달부터는 본격적으로 GB그룹에 납품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GB그룹과는 여러 방면에서 협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내 지시에 GB그룹의 연구소 직원들이 부하직원들처럼 따르고 있었다.

‘다음 주에 추석 연휴가 끝나면 GB연구소에서 지내다 와야겠네. 본격적으로 교육을 해야겠어.’

- 천운님. 시간 다 되었습니다.

“어? 그래 고맙다. 강아지 잘 골라놓고 이름은 내가 지을 거니까 네가 짓지 말고! 보나마나 너 동생이라고 우람이 뭐 이런 걸로 지을 거잖아?”

- 칫! 눈치 빠른 인간!

뭐라고 투덜거리는 아담이를 뒤로 하고, 나는 송이에게 전화를 하였다.

“송이야. 주차장으로 나와. 이제 가자.”

[응. 알겠어. 이제 다 마무리 됐어.]

모레부터 추석연휴가 시작이었다.

송이와 나는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고, 추석을 엄마의 새집에서 보내기로 미리 말을 맞추었다.

엄마의 고향은 안 그래도 너무나 먼 곳인데, 추석연휴에 출발하면 12시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

회사 오너의 장점을 발휘해 휴가를 먼저 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엄마의 생신은 특이하게 추석이었다.

음력으로 생신을 쇠시기 때문에 아버지와 결혼하시기 전까지는 한 번도 생일잔치를 해 본적이 없으셨다고 하셨다.

특히나 외할아버지는 안 그래도 아들이 아닌 딸이 태어나서 미웠는데, 그나마도 생일이 추석이다 보니 더욱 싫어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같이 명절을 지낼 일가친척이 없으니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추석이 없었다. 우리에게 그 날은 추석이 아니라, 엄마의 생신이었을 뿐이다.

엄마에게는 외할머니 산소를 다녀오자 고만 말을 해드렸다.

외할아버지의 산소는 이씨 종친회 소유의 선산에 있는데, 외할머니 산소는 엄마의 고향 산속에 있었다.

그동안 사채업자들을 피하느라 한 번도 제대로 벌초는커녕 성묘도 하지 못해서 많이 걱정했지만, 의외로 외할머니의 산소는 잘 관리가 되고 있었다.

정한식 이장님이 외할머니의 산소를 관리해 주고 계셨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인사를 드리고, 이제부터는 내가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이장님은 웃으시며 “예전에 나한테 그렇게 잘 해주셨어. 내가 해드리고 싶어서 한 거야. 그래도 외손자가 해드리면 아주머니도 좋아하시겠지.”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너무나 감사했다.

이장님의 그 좋은 마음을 돈이나 다른 것으로 갚으려고 하면 그 분의 마음을 폄훼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감사한 마음만 마음속 깊이 간직하기로 하였다.

“엄마. 이제 내려오세요. 주차장에 차 대놨어요.”

송이를 데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하였다.

잠시 후, 설레는 얼굴을 하신 엄마는 조그마한 가방하나를 가지고 차에 타셨다.

“엄마. 이렇게 예쁘게 하고 다니면 아저씨들이 전화번호 물어본다고~ 나는 새 아빠 별로야~”

송이가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다.

“송이 너는 남사스럽게 무슨 그런 말을 하니?”

“출발할게요. 안전벨트 매세요.”

나는 차를 출발시키며 생각에 잠겼다.

엄마의 인생이니 좋은 인연이 찾아오면 만나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이성적인 생각과 나에게는 아버지와 엄마가 나의 부모님인데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것은 싫다는 감성적인 생각이 충돌하였다.

엄마는 아버지 외에 다른 남자는 생각을 안 하시는 눈치셨지만,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니 엄마가 좋으신 분을 만나신다면 응원을 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너무나 힘든 결혼 생활덕분에 그러실 마음은 없어 보이시지만, 사람일이라는 것은 모르는 것이니까.

“할머니도 좋아하시겠다. 손자, 손녀들이 이렇게 만나러 간다고 하니 기뻐하시겠네.”

엄마는 송이의 손을 꼭 잡고 웃고 계셨다.

거의 20년 만에 뵙는 외할머니와 30여년 만에 가는 고향에 많이 설레시나보다.

어느새 주름살이 있는 얼굴은 어릴 때의 여드름 가득한 얼굴로 되돌아가고, 삶에 지친 영혼은 꿈 많은 순박한 그때로 되돌아가시고 계셨다.

눈은 앞을 보고 있지만 마음은 과거를 보고 계셨고, 송이의 이야기를 귀로 듣고 있으셨지만 기억 속 고향의 바람소리를 듣고 계셨다.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자신이 어렸을 때 있었던 작은 사건들을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시기 시작하셨다.

“내가 살던 집 뒤에는 밤나무들이 있었어. 그래서 가을이면 항상 밤을 주우러 다니고는 했지. 주워온 밤은 엄마가 구워주셨어. 둘이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서 엄마가 까주시는 그 밤에 입을 데이면서도 열심히 먹었어.”

엄마는 눈을 지그시 감으시며 추억의 맛을 떠올리시기 시작하셨다.

“밤나무 때문인지 청설모들이 정말 많았어. 나는 청설모들한테 이름을 지어주고 밤도 나누어주고는 했었지. 우리 집은 아빠 때문에 강아지를 키우지 못했었거든. 동네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강아지를 키우지 못했어. 나는 다른 집들이 너무 부러웠어. 그래서 청설모들을 강아지 대신한 거야. 그 애들은 나를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만 좋으면 됐지 뭐.”

나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자동차의 자율주행 장치를 켰다. 그리고 운전은 자율주행 장치에 맡기고, 조용히 엄마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이 동네에서는 가장 높은 언덕위에 있었어. 아빠가 자기 말로는 상것들과 같이 살수 없다고 높은 곳에 지었다고 하는데, 그냥 아빠가 사람들 대하는 게 서툴러서 그러신 것 같아. 그래도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친구들이 노는 게 한눈에 보였어.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들이 몰려 나와서 뭉쳐있었지. 그러면 나도 얼른 뛰어 내려갔어.”

친구 분들이 생각나시는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셨다.

“그런데 조금씩 나이를 먹기 시작하고, 학교 갈 나이가 되다보니 한 명씩, 한 명씩 마을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어. 동네에는 학교가 없었거든. 다들 친척 분들에게 신세를 지며 학교를 다녔는데, 우리는 그걸 유학 갔다고 했어. 웃기지?”

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과 다른 뜻의 유학이다.

“나는 학교를 1년 늦게 갔어. 아빠가 여자가 무슨 학교냐고 반대하셨거든. 그때 엄마가 처음으로 아빠한테 소리 지르고 싸우셨지. 결국은 엄마가 외할머니 집으로 나를 보내셨고, 나는 법성에서 학교를 나올 수 있었어.”

그 뒤로도 엄마는 눈을 반쯤 감으신 상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송이는 어느새 긴 주행거리에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고, 잠든 송이의 손을 꼭 쥐고 계신 엄마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송이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셨다.

“운아. 엄마는 너무 행복하단다. 우리 운이와 송이가 너무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마워. 엄마가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나 대견하고 고마워.”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무런 말을 해드리지 못했다.

괜찮다고,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엄마가 느끼는 그 감정들이 진하게 전해져오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긴 침묵 속에 우리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5시간 25분.

우리가 집에서 출발하여 엄마의 고향 마을 입구에 들어선 총 시간이었다.

깔끔하게 새로 포장된 도로는 우리를 기분 좋게 맞아주었다.

천천히 동네 골목길을 지나가는 차 옆으로 당산나무 옆에 새로 만들어진 원두막이 마을의 수문장처럼 우리를 지켜봤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개의 울음소리가 마을에 침입한 침입자의 존재를 유일하게 알려왔다.

“아.. 어렸을 때의 모습이 하나도 안 남아있네... 이 당산나무만 그대로야..”

엄마가 마을을 자세히 볼 수 있게 최대한 천천히 차를 몰고 지나갔다.

이미 저녁 해가 넘어가기 시작해서인지, 밥 때여서 그런 건지, 마을에는 동네 사람이 한 분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마을을 살짝 벗어나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하니 엄마는 떨려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이쪽저쪽을 둘러보시기 시작하셨다.

“여기야. 여기가 엄마 살던 집으로 올라가는 곳이야.”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엄마의 집에는 우리를 마중 나온 경호원분들과 마당 가득히 모여계신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마당에 마련된 잔칫상은 마을 사람들의 흥으로 뒤덮여 있었고, 도착한 우리를 아무런 이질감 없이 받아주었다.

“조카 왔는가? 오느라 솔찬히 고생혔네!”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이장님이셨다.

“어? 너 혹시 한식이니?”

“왐마! 미정아 너 완전 그대로구마이! 내가 딱 알아봐 버렸당께!”

“언니! 지가 순희여라!”

“어머! 순이야!! 너 완전 그대로다! 어쩜.”

이장님의 부인되시는 박순희 이모였다.

이장님과 엄마보다 두 살 어리셨는데, 시골 마을 특성상 같이 놀다보니 거의 친구처럼 지내셨던 분이다.

“오메! 쟈가 미정이여? 완전 사모님이 돼서 내려와 부렀네!”

“어여 와서 한 잔혀! 미정이 아들이 우리 마을 완전히 싹다 고쳐부렀당께! 아들내미 완전 잘 키웠어! 우리 마을의 보배여! 보배!”

할머니들이 엄마와 우리를 격하게 반겨주셨다.

마을의 패인 도로들을 다시 깔아드리고, 당산나무 옆에 원두막과 냉장고를 설치해 드렸더니 너무나 좋아하셨다.

나는 우리가 도착할 시간에 맞추어 동네 분들을 모두 초대하고, 이제는 단골이 된 출장 뷔페 업체를 시켜서 식사 준비를 해 놨다.

엄마가 고향에 돌아오셨을 때 쓸쓸하지 않게 맞아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들... 정말 오랜만에 뵈어요.”

“언니. 일단 안져. 배고프지? 얼렁 한 수저해!”

“그려! 아따 순희야 뭣허냐. 괴기랑 막걸리 좀 더 내와야.”

“말만 하지 말고 당신도 따라 나와! 손 뒀다 뭐헌당가! 저짝 할매들이랑 할아씨들 음식도 좀 더 가따 드려야제!”

“그런 거는 저짝 청년회랑 부녀회에서 해야지! 나는 이장이여! 내가 제일 대가리랑께!”

“대가리 깨지는 소리 하덜 말고! 따라 나와! 밤에 힘도 못쓰는 양반이 이럴 때라도 힘 써야제!”

“아따! 그런 말을 애들 앞에서! 거시기 하게! 오늘 가만 안 둬!! 잠 잘 생각 하덜 말랑께!”

두 분은 티격태격 하시면서도 열심히 음식을 나르셨고, 고용한 출방 뷔페 직원들은 웃으시면서 같이 나르기 시작하셨다.

“운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니?”

놀라시는 엄마를 의자에 앉혀드렸다.

“여기 엄마 집이고, 오늘 잔치의 주인은 엄마에요.”

그 말에 엄마는 눈물을 흘리시기 시작하셨다.

“고맙다. 운이야.. 정말 고마워..”

나와 송이는 엄마에게 같이 말을 하였다.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엄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생신 선물을 드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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