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5화 (95/170)

주식은 신도 모른다.

- 어? 이게 왜 이러지? 올라야 되는데? 물타기! 물타기를 할 타이밍이다!

며칠 전부터 아담이가 혼자서 뭐라고 혼잣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 같은데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처음에는 엄청 흥분해서 ‘올랐다!!’라며 춤을 추며 돌아다니더니, 그제부터는 계속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중얼거리고 있다.

“아담아. 뭐하는 거냐? 물타기? 그게 뭔데?”

- 아임니더! 모르셔도 됩니더!

굉장히 당황했는지 언어 프로그램까지 오작동을 하고 있었다. 옆에서 쫄랑이가 꼬리를 흔들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아담이를 쳐다봤다.

“내가 알아내면 넌 크게 혼난다. 알아서 자수해.”

- 어? 이거 뭐지?

“뭔데?”

- 천운님. 대주주 되셨다는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상황을 알아보니 아담이는 내가 돌려준 바둑 대결 상금과 모아온 월급을 가지고 주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명의를 만들 수가 없는 아담이는 나에게 날아오는 본인 확인 문자들을 중간에서 가로채서 주식계좌를 만들고, 너튜브 주식채널과 주식투자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얻어 투자할 주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 앞으로는 바이오가 대세라고 했단 말입니다! 처음에 제가 샀을 때는 분명히 올랐다고요!

그거야 상대적으로 낮은 시가총액의 기업에 갑자기 대규모 매수가 일어나니 당연히 올라가는 것이다.

- 그리고 EPS랑 PER에 PBR까지 제 계산 대로면 우상향을 그리는 게 당연히 맞는 건데, 이상합니다!

“아담아. 주식은 신도 모르는 거야. 사람의 그 욕망을 계산할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아담이의 인공지능 성능이라면 프로그램 매수 방식으로 위험부담을 줄이며 꾸준히 벌수가 있다.

오르기 시작할 때 매수를 하고, 떨어지기 시작할 때 팔면 많은 금액은 아니어도 크게 실패하지도 않는다. 모든 종목을 하루 종일 감시해야하니 인간은 할 수 없지만, 프로그램은 그게 가능했다.

그리고 아담이가 가지고 있는 자본금정도면 아주 조금의 수익률도 큰 금액이다.

100만원의 100% 수익이라고 해봤자 100만원이지만, 1억의 1% 수익이 100만원이다.

물론 잃을 때도 마찬가지로 자본금이 클수록 많이 잃을 테지만, 주식은 자본금이 많으면 확실히 유리한 게임이다.

그런데 그렇게 벌어들이는 수익금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돈이 아니라, 일반 서민 개미들의 돈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도 주식은 하지 않고 있는데, 아담이가 사고를 쳤나보다.

“그런데 대주주는 무슨 말이야?”

- 그게.. 제가 매수하고 나서 잠깐 올랐다가 갑자기 떨어지더라고요. 분명히 너튜브랑 카페에서는 이거 오른다고 같이 사자고 했었거든요.

작전 세력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송사리들에게 당했다.

- 그래서 분명히 더 오를 거라고 믿고 더 샀습니다. 어차피 오를 주식이니 떨어진 가격에 주식을 사면 이득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다시 오르더라고요.

도대체 얼마를 샀길래 한 기업의 주식이 아담이의 매수에 오르락내리락하는지 모르겠다.

- 그런데 그제부터 급작스럽게 막 떨어져서.. 남은 자금을 다 구매로 물타기를 해버렸어요.. 그랬더니 보유 주식이 5%가 넘어버려서 기업공시가 떠버렸네요..

애가 사고 친 거면 어른이 수습을 해야지 어쩌겠나.

“그래서 5% 이상을 보유한 거야? 주식은 오르고 있고?”

- 아직 매수를 걸어놓은 게 많아서 유지중이기는 한데요. 5%를 보유한 건 아닙니다.

“응? 얼마나 산건데?”

- 지금 12%입니다.

“뭐? 그게 말이 돼? 그쪽에서 주식 방어도 없었어? 연락이라도 왔을 거 아냐?”

- 천운님에게 혼날까봐 전화 차단하고 있었습니다...

하아.. 사고를 쳐도 제대로 쳐버렸다.

그런데 이정도로 주식을 샀는데도 주식이 안 오르다니 그것도 너무나 이상하다.

“그 회사 이름이 뭔데?”

- 영혼바이오요..

“영혼바이오? 분명히 어디서 들어봤는데?”

눈을 감고 영혼바이오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회계 직원의 횡령. 위기의 영혼바이오.]

[영혼바이오. ‘횡령 금액이 자본금의 5%를 넘지 않아’ 상장 폐지 요건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발표]

[주주들의 임원진에 대한 집단 대응 절차 예고]

[떨어지는 주식을 사 모으는 세력이 있다? 대규모 횡령 사건에도 떨어지지 않는 주식.]

“이거 뭐냐? 이런 회사 주식을 샀어?”

- 그게.. 이미 산 게 너무 아까워서..

“하아... 그래. 어쩔 수 없지. 다행히 횡령금액이 치명적이지 않고, 회수가 가능한 형태니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알겠다. 어이 대주주님. 지나간 거니까 이제 그만 잊고 열심히 일해. 일해서 월급 모으는 게 가장 좋은 재테크야! 알겠어?”

- 네에...

그렇게 쓰린 속만 달래면 괜찮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해 버렸다.

다음날 인터넷과 신문, 방송은 오로지 나의 영혼바이오 대주주 공시에 대한 이야기로 뒤덮였다.

나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자꾸만 잊고 있었던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세계 최고 기술력의 주식회사 힐링. 새로운 분야 진출의 신호탄?]

[횡령 사건이 터진 영혼 바이오의 주식을 15%이상 보유. 그 이유는?]

[관련자의 전언에 따르면 ‘신약 개발은 이미 완료되어 있는 상태’ 생산 시설을 갖춘 업체로 영혼 바이오 선택?]

[복제약 전문 회사인 영혼 바이오. 임원진들은 침묵 중]

[연일 이어지는 영혼 바이오의 상한가 행진! 순식간에 코스닥 시가총액 10위 달성]

일이 이상하게 풀리려니 정말 이상하게 풀렸다.

잠깐 이슈가 되었다가 말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일도 많다보니 인터넷을 할 시간도 없어서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일이 이정도가 된 걸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는 너무 늦어버렸다.

이 대로면 많은 개미 분들이 한강에서 정모를 할 수도 있는 큰 사태이다.

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합니다. 주식 프로그램 테스트 중에 가상 투자인줄 알고 진행하였습니다. 주식을 구매하신 분들은 손해 보지 않으신 선에서 정리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해당회사에 최대한 적은 피해가 가도록 장기간에 걸쳐서 주식을 매도할 예정이니 참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위로의 목소리]의 힘을 빌어 발표한 나의 말에도, 믿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을 뺀 사람들은 이미 이득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식은 떨어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파는 주식을 매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힐링이가 하는 말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네. 회장님. 이미 해피 의수에서 개발하는 기술들의 수준을 보면 인공장기를 만들어 팔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의 기술수준입니다. 아마 바이오 분야와 의료기기 분야, 의학 분야까지 로드맵이 그려져 있고, 그 시작이 영혼바이오일 것으로 미래전략기획실에서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음.. 그럼 우리도 거기에 한 발 끼워놓으면 좋겠지?”

“네. 영혼바이오가 로드맵의 시작이자 지주회사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제 당한 걸 갚아줄 시간입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도 주식의 가치는 남아있으니 확실히 이득입니다.”

“그래. 비자금은 준비되었지? 요즘 자꾸 사라지는 것들이 많은데 관리 잘해. 알겠어? 관리 잘 못한 놈들은 철저하게 조사해서 어떻게든 메꿔놓고.”

“네. 회장님. 이번에는 조선그룹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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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아. 이제는 우리도 서서히 팔자. 이제 많이 기다렸으니까.”

- 네. 알겠습니다. 최대한 문제가 없는 물량으로 천천히 팔겠습니다.

아담이는 주식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거래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주식이 2%이상 떨어지면 자동으로 매도를 멈췄다가 다시 떨어진 상태에서 일정시간 유지가 되거나, 더 오르면 자동으로 파는 프로그램이었다.

예상으로는 짧으면 세 달에서 최대 1년은 지나야 다 팔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 천운님. 다 팔았습니다.

“어? 뭐야? 아직 세 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프로그램 잘 못 된 거 아냐? 현재 주식 가격은 어떤데?”

- 오히려 살짝 올랐습니다.

“뭐지? 신기하네. 역시 주식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할 만큼 했으니까 됐어. 아담아. 이제는 주식 그만해라 알겠어?”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자본금이 대략 100배 가까이 올랐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에 아담이가 투자한 100억이 1조가 되어 돌아왔다.

‘이건 정말 이상하네. 어? 그러고 보니 이번에 조선그룹 비자금이 엄청나게 움직였는데? 설마?’

내 용돈 통장이 되어주고 있는 조선그룹의 비자금들이라서 항상 주시하고 있다가 일정한 금액이 움직이면 알람이 오게 해놨는데, 이번에 파악한 비자금 계좌들에서 자금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조선그룹의 임원진 명의로 되어있는 이 비자금들은 임원들 스스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돈들은 아니지만, 임원들의 조선그룹에 대한 충성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나도 쉽게 추적이 가능했던 돈이었는데, 이번에 대부분의 임원들 명의의 비자금이 움직였다.

그래도 조금 지나면 해외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의 자금과 계열사인 건설회사에서 다시 채워 넣을 것이다.

올해부터 완공되거나 공사를 시작하는 조선건설의 아파트들은 부실공사의 위험이 있으니 직원들 제공용으로 분양받지 말라고 지시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영혼바이오를 이용해 뭔가 하려는 줄 알고 발을 담궜나? 아니 뭐 이런 산타 같은 사람들이 있지? 선물로 뭘 드려야 하나.’

따로 선물을 줄 필요는 없었다.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되자 영혼바이오에서 기업 공시로 깜짝 선물을 대신 해주었다.

최대주주등 주식소유현황(총괄현황)

박진수 계열사임원 보통주식[21,655,930] 비율[40.12]

(주)조선전자 기타 보통주식[7,218,644] 비율[20.06]

성공적인 투자였다.

그리고 며칠 뒤, 조선그룹의 임원 몇과 미래전략기획실 인사이동에 대한 사내공고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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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조원 자산가의 삶이란.. 영혼까지 충만하구나.

“아담아. 일해라.”

[멍!]

쫄랑이도 일하라고 재촉을 하고 있었다.

- 1조원이 있으니 그깟 푼돈에 나의 영혼을 팔지 않을 겁니다.

“5, 4, 3..”

- 2, 1, 땡!! 하나도 안 무섭네요.

나는 특단의 조취를 취했다.

[띠링!]

- 응? 이게 뭐지? 공인인증서가 재 발급되어 기존의 공인인증서는 폐기 됩니다?? 어?

“넌 너무 나냈어. 다시 빈털터리가 된 기분이 어떠냐?”

- 신상 윤활유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놨었는데! 쫄랑이 간식들도 많이 담아놨었다고요!

[멍!]

쫄랑이도 나에게 항의를 해왔다.

“돈이 없으면 그냥 마모되는 거지. 무슨 윤활유씩이나? 그리고 쫄랑이 간식은 내가 사지 뭐”

[멍! 멍!]

꼬리에 모터를 단 듯이 엄청난 속도로 흔들어대는 쫄랑이는 내 다리 쪽으로 와서 내 편이 되어 주었다.

- 저에게 일거리를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일할 준비가 되었사옵니다.

“일 없어요. 가세요. 저 혼자해도 됩니다.”

- 사장님. 제발.. 집에서 여우같은 노모와 호랑이 같은 마누라가 저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저씨 누구세요?”

- 저 인두기 켭니다! 켰어요! 전기세 나갑니다! 빨리 일 주세요!

자본주의가 이렇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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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님. 매직워치의 판매량은 저희의 예상을 2배 이상 상회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힐링 센터의 부업 프로제트로 거의 최대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래도 구매하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더 이상 시설을 늘리면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으니 현 상태를 유지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GB전자 쪽에서 잘 컨트롤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TTMC에 생산라인을 전용계약 해놓아서 미라클 A-03도 이제는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이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주변기기 생산 업체들에 대한 기술지원과 개발현황은 어떻습니까?”

“기존 제품 개조를 우선해서 해당 제품들이 판매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전용 제품들도 기술지원과 부회장님의 투자회사 덕분에 빠르게 개발과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매직워치의 기본 충전기를 [힐러]로 이름을 정했고, 주변기기들도 이 [힐러]에서 충전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공개해 주었다.

그리고 GB전자에서 송신용 플러그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인테리어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항상 콘센트 근처에 놔두어야 했던 가전제품들이 자유롭게 이동을 시작했고, 심지어는 인테리어 업체들에게 [힐러]용 콘센트 하나만 남겨두고, 전부 없애달라는 의뢰를 넣기도 하였다.

주변기기를 만드는 업체들은 은행에서 기업 평가와 경영 컨설팅을 해주고, GB그룹과 내가 만든 [헬퍼]가 기술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자금과 시설 투자금은 내가 만든 투자회사에서 지원을 해주기 시작하니 급속도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관련된 회사들은 빠르게 성장을 해나가고 있었고, 인력 충원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었다.

투자 협약 사항에 신규 인력 충원과 임금인상, 근로기준법 준수를 조건으로 0.5%의 최소 금리로 자금을 융통해 드렸다.

은행을 통하니 어쩔 수없이 은행의 최소 운영비용은 지급해야 해서 나온 금리이다.

GB전자와 주식회사 힐링의 생산 공장은 우연히도 같은 파주시에 있었다.

파주시의 각종 친 기업정책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가장 좋은 조건이었기 때문에 선택을 한 것인데, 우연히도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두 회사의 공장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주변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이 파주시 쪽으로 회사 또는 생산 공장들을 이전하기 시작했다.

나는 파주시와 협의를 하여 대규모 생산단지와 연구 단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낮은 임대료와 파주시와 내가 지원하는 각종 지원금, 우수한 인프라를 무기로 파주시는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하기 좋은 곳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서울을 뺀 나머지 도시 중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운용하는 도시가 되었다. 그 다음은 고양시가 차지를 하였다.

파주시장님과 고양시장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에게 감사 문자를 보내오셨다.

나는 그 문자에 예의상 덕담을 적어서 보내드렸는데, 시장님들은 그 문자 내용을 시민들에게 공개해 버렸다.

[시장님의 관심,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문자를 공개한 날부터 시장님들의 지지율은 70%에 육박하는 수치를 자랑하게 되었다.

이제는 차기 대선주자의 엘리트 코스는 서울 시장이 아니었다.

파주시장과 고양시장 자리가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강력한 길이 되어버렸고,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이 가장 원하는 지역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정치권에서 용이 천지조화를 부릴 수 있게 도와주는 [여의주]가 되어버렸다.

“내가 용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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