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못 참지.
“실장아. 그 힐링인가 천운인가 하는 놈은 어찌해야 되냐?”
“죄송합니다. 여러 가지 약점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큰 약점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이 어디 있다고 아직까지 그러고 있는 거야? 이것 때문에 지금 후계자 자리가 위태로운데, 비서실장이 이렇게 한가하게 있어도 되는 거야? 나 조선그룹 회장 못되면 너라고 무사할 줄 알아? 알잖아? 우리 집안이 어떻게 유지되었는지?”
조선그룹은 지금 회장 외에 다른 형제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살고 있다.
회장의 친형이자 이전 회장의 장남은 마지막까지 반항을 하다가 실종되었다.
형제였어도 가차 없었다.
오히려 형제들을 더욱 더 경계했다.
조선 그룹의 성을 무너트릴 수 있는 존재는 자신들의 핏줄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선전자 춘이기 사장.
현 조선그룹 회장인 춘석진의 차남으로 형을 밀어내고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버지를 빼닮은 독사 같은 자이다.
그런데 자신의 형만 치우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앞에 힐링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딴따라가 나타나 방해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눈에 거슬리는 정도였다.
그런데 엄청난 자금을 들여 개발한 인공지능 [Best]의 홍보 행사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그때부터 신발 안에 들어간 조그마한 돌멩이처럼 엄청나게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세무조사도 시켜보고, 그놈의 연구소에도 침입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별다른 소득이 없자 돈으로 사람을 고용해 의수와 의족의 불량 기자회견까지 하게 되었다.
보통은 강경대응을 하거나 사과를 하는데, 둘 경우모두 괜찮았다.
강경대응을 하면 언론을 통해 회사의 태도를 공격하면 되고, 사과를 한다면 불량을 인정했다고 공격하면 된다.
여러 번 사용해왔던 방법이었고, 대부분 성공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놈의 대응은 달랐다.
‘그놈도 우리 같은 부류야. 세상에 보이는 가식적인 모습 뒤에는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저돌성이 있어.’
마치 우리 집안사람 같은 모습이 보였다.
그때부터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가 아니라 꼭 제거해야하는 경쟁자가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진행하셨던 [영혼 바이오] 사건.
국내에 보유 중이던 비자금이 한 번에 증발해버린 사건이었다.
이제는 조선그룹의 최우선 제거 대상은 천운이다.
“일본에 연락해서 저번에 그분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해. 돈은 많이 들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해결해야겠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음양사의 식신이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처리할 수 있잖아?”
조선그룹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협조를 하며 여러 가지 일을 도왔다.
그중에 조선의 지맥에 쇠말뚝을 박는 일도 도왔었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된 음양사들.
조선그룹은 해방 된 이후로도 꾸준히 일본 기업들과 정치계에 교류를 해왔었다.
그런데 음양사들은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일본 정치계에서 외면을 받으면서 쇠퇴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런 음양사들에게 은밀하게 지원을 하던 곳이 바로 조선그룹이었다.
조선그룹은 자신들의 힘으로 처리가 안 되는 인물들을 음양사들의 저주와 식신으로 정리를 해왔다.
처음에는 음양사들의 힘이 그리 강하지 않아 잠을 못 자게 하는 등의 괴롭히는 수준이었지만, 계속되는 자금 지원과 인신공양 덕분에 강력해졌다.
조선그룹은 인신매매 조직까지 동원해 공양제물을 공급해주었고, 음양사들의 힘은 엄청나게 발전을 하였다.
이제는 실제로 살해까지도 가능했다.
“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는 비서실장은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그 기분 나쁜 인간은 생긴 것만 이상한 게 아니라 행동도 너무나 이상했다.
유부녀를 요구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섭외했던 유부녀가 다음날 정신이 이상해져서 자신의 가족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었다.
그때 자신이 그룹 내 홍보실을 직접 방문해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해서 겨우 무마했었다.
‘이번에도 그러면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그룹 홍보실의 언론 장악력이 예전과 달리 많이 떨어졌다.
[강직 일보]라는 이상한 이름의 언론사와 힐링 때문이었다.
돈과 협박도 통하지 않는 [강직 일보]는 어느새 국내 최대 언론사의 위치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커졌고, 힐링은 자신의 그룹보다 더 많은 현금 동원력으로 언론사에 광고비를 쏟아내었다.
‘이번에는 없어져도 관심이 없을만한 여자로 구해야겠군.’
사장실을 빠져나오면서 비서실장은 해결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 해결책이 비록 비인륜적이더라도, 큰 문제없이 잘 처리하는 실력이 있었기에 조선그룹 차기 오너의 비서실장을 하고 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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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기술 개발의 가장 큰 난제는 해결했습니다. 이제는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해보면서 문제점들을 파악하면 될 것 같습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말씀드렸던대로 오성자동차는 아직 인수 협상중이어서 저희는 다음을 노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은행권들의 예상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은 무산될 것 같다고 합니다. 매각을 하려는 쪽에서도 저희 쪽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 같으니 지금 협상하는 쪽보다 저희가 낫다고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다음 프로젝트는 자동차이다.
최첨단 부가가치 사업의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자동차이다.
기술력과 돈은 있지만, 그 외에 자동차 사업 관련하여 생산시설과 영업망 같은 인프라가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기존회사의 인수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자동차 생산기업 두 개는 이미 하나의 그룹의 손에 있었고, 여러 가지를 따져보았을 때 가장 현실성 있는 상대는 오성 자동차였다.
IMF때 부도직전까지 갔다가 정부 지원금으로 겨우 회생했던 오성 자동차는 이후에 방만한 경영으로 다시 위기가 찾아왔고, 중국회사에 매각이 되었다.
그런데 중국회사에서는 실제 경영은 관심이 없었고, 핵심 기술과 연구원들만 빼먹고 회사는 방치를 해버렸다.
신차 개발도 하지 않고, 임금도 밀리는 상황까지 갔다가 고의부도를 내버리고, 지배권 포기를 선언했다.
결국 회사 운영진은 은행의 대출금 천억을 갚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되었다.
그 뒤로 여러 곳에서 인수를 하려고 협상을 하였지만, 성사직전에서 모두 포기를 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준비과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알겠습니다. 인수합병 부분은 제가 하나도 모르니 회장님께서 또 수고를 해주셔야겠네요. 죄송합니다.”
“하하하 각자 잘하는 걸 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오성자동차 인수와 별개로 물류 회사 인수건도 진행 중입니다. 이 건은 쉽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 택배비 경쟁이 심해지면서 부실해진 업체들이 태반입니다. 겨우 버티고는 있지만, 대부분 매각을 원하더군요.”
어차피 우리가 급할 건 없었다.
우리가 이쪽 시장에 진출하는 순간, 자신들의 설자리는 없다는 것을 그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지금 가치가 남아있을 때 파는 게 더 이득이다.
우리는 한 개 업체만 인수를 해서 투자를 하는 게 더 편하고 쉽게 성장하는 길이지만, 매각을 원하는 회사들은 전부 사 들일 생각이다.
회사의 오너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거기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위해서이다.
그래서 너무 과도한 금액을 부르는 업체는 인수를 단호하게 거절하며, 눈치를 보는 업체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제값만 받으라는 신호.
매각을 원하는 업체들을 적당한 가격에 전부 인수하고, 시스템을 개편해서 재정리를 할 예정이다.
우리는 사람이 중요하지 난잡한 물류 시스템이 필요한 게 아니다.
관련해서 아담이가 새로운 물류 시스템과 관련한 장비들도 개발 중에 있다.
“자율 주행과 물류의 만남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토대가 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동맥은 우리가 차지할 것입니다. 이것만 완성된다면 우리 프로젝트의 반은 성공하는 것입니다.”
회장님은 오랜만에 열정이 되살아나시는 듯 한 눈빛을 하고 계셨다.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계시지만, 대기업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회장님은 항상 대기업으로 향하는 문턱 앞에서 좌절을 겪으셨다.
마치 이정도 까지는 허용해주시만, ‘여기 이 선은 넘으면 안 돼!’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지셨다고 회장님은 말씀하셨다.
마치 거지에게 적선하듯이 먹고는 살게 해준다는 대기업들의 태도에 많은 좌절을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이 물류회사들을 통합해서 대한민국의 물류를 장악한다면, 대기업으로 향하는 길이 뚫리는 것이다.
지금은 과도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데, 내가 개발할 자율주행 시스템과 물류를 결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다.
“직원들 재교육 준비도 잘 부탁드립니다.”
내 말에 회장님은 웃으시며 말씀을 해주셨다.
“당연히 준비를 잘 해야죠. 그분들도 이제는 안정된 직장이 필요합니다. 고생만 하시고 계속해서 불안한 생활을 하시면 안 되죠. 그 분들 모두가 너무 고생 하셨어요.”
인력으로 해내기에는 너무 힘들고 위험한 일들은 자동화 시스템과 로봇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생각이다.
사람들이 할 일은 덜 위험하고, 사람들을 대하는 일들에 배정을 하고자 한다.
화물운송 트럭이 자율주행으로 창고에 도착을 하면 직원이 화물을 내릴 위치를 확인하고, 업체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로봇이 화물을 내릴 때 사람이 주변을 확인하며 로봇에게 지시를 한다.
택배 차량이 자동으로 동선을 짜서 배달 장소에 도착을 하면, 택배 기사가 운송을 보조해주는 로봇과 같이 택배를 배달한다.
택배 방문 수거를 요청하면 자율주행 자동차에 몸을 싣고, 수거인원이 직접 가서 수거를 한다.
사람이 했을 때 더 원활하게 진행될 일들은 사람에게 맡기고, 위험하고 고된 일들은 로봇이 하는 것이 물류 회사의 기본 방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은 재교육 과정에서 인성평가와 업무 수행 능력 평가를 통해 걸러낼 계획이다.
업무 수행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않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인성에 문제가 있는 직원은 가차 없이 정리할 생각이다.
나는 좋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 나쁜 사람들에게까지 기회를 주고 싶지 않다.
세상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
착하게 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앞으로는 잘하겠다.
이런 말들을 믿지 않는다.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남을 도우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남을 돕지 않더라도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까지다.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남에게 최소한 피해는 주지 않았다.
그 정도면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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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무네 상. 먼 길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식사 먼저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숙소에서 조금 쉬시겠습니까?”
“숙소 먼저. 여자는 준비 되었겠지?”
뱀처럼 사이한 기운을 내뿜는 남자가 기분 나쁜 눈빛을 번뜩이며 말을 하였다.
말을 할 때마다 사람의 신경을 묘하게 거슬리게 하는 비린내가 났다.
“네. 말씀하신대로 40대의 유부녀로 준비했습니다.”
“좋군. 가지.”
인간의 혀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긴 혀가 입술을 핥아갔다.
일부러 자른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혀의 끝이 길게 갈라져 있었다.
대기하고 있는 차의 뒷좌석에 올라타자마자 눈을 감고 있던 그 남자는 서울 시내에 들어서자 눈을 뜨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식민지 주제에 이정도로 발전할 수 있게 해준 일본에 충성을 해야지. 역시 이등국민들은 어쩔 수가 없어. 그나마 쓸만한 건 여자뿐이지. 하등한 놈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지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해대고 있었다.
그 말에도 조수석에 앉아있던 남자는 맞는 말씀이라며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오히려 운전을 하고 있는 남자의 손이 운전대를 꽉 잡았는지 굵은 핏줄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뭐야? 뭐 불만 있어? 너 이름 뭐야?”
“죄송합니다.”
“아키무네상.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아직 신입이라 아키무네상에 대해서 잘 모르는 애송이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거 이름하고 생년월일, 머리카락 내 방으로 보내.”
그 말에 운전을 하고 있는 남자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고, 조수석의 남자는 열심히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호텔에 도착한 자동차에서 내린 일본인은 다시 한 번 조수석에 앉아있던 남자에게 말을 하였다.
“저거 직접 처리하거나 아까 말한 것들 나한테 가지고 와. 알겠어?”
조수석에 앉아있던 남자는 일본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호텔방으로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도착한 호텔방의 문을 열어보니 안쪽에는 이미 40대의 여성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놈 잘 처리하고 사진 보내. 알겠어? 그리고 아침까지 방에 아무도 못 오게 하고.”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방문이 닫힐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문이 닫히자 조심히 고개를 들었다.
안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상황을 설명하니 전화에서 짧게 지시가 내려왔다.
[처리하고 사진 보내줘. 신경 건드리지 말라니까 누가 그런 놈을 추천했어? 처리 잘해!]
“네. 실장님.”
전화를 끊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잠시 고민하다 전화를 걸고 말을 했다.
“어. 처리하고 사진 깔끔하게 찍어서 보내. 시마이 깔끔하게 하고. 그래. 갈아버리는 게 낫지. 알겠다. 수고해.”
갑자기 담배가 심하게 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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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타운이 고요해지는 시간이었다.
밤하늘은 생각보다 너무나 밝고 깨끗했다.
머리위에서 보름달이 자신의 은은한 빛을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고 있었다.
이렇게 보름달이 떠있는 날이면 고양이 마을이 분주해진다.
관광객들은 모두 빠져나갔지만, 새로운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 천운님. 오셨습니까?
- 오셨습니까. 귀인.
검정색 도포에 갓을 쓴 여러 명의 인원들이 조용히 고양이 마을을 배회하다 나를 발견하고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강림 차사님. 그런데 다들 만져도 보시고 하시지, 눈으로만 보시네요.”
- 잘못 만지면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삼일동안 고양이만 만지다가 무간지옥 징계형을 받은 사자도 있습니다.
“에이.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허풍이 심하시네요. 하하하”
- 월직 차사님. 천운님께서 허풍이 심하다고 하시네요. 하하하
- 험험. 그게 참.. 무릎위에 앉아있어서.. 커험..
구석에 쭈구려 앉아 고양이 한 마리를 집요하게 바라보고 계시던 월직 차사님이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헛기침에 놀란 고양이가 자리를 옮기자 월직 차사님은 쭈그려 앉은 자세 그대로 열심히 고양이의 뒤를 따라 이동하셨다.
“사자님들은 언제부터 고양이를 좋아하신 거예요?”
- 정확한 것은 월직 차사님이 아실 건데, 제가 듣기로는 삼국 시대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처음보고는 다들 빠졌다고 하더군요. 저는 고려 때 사자가 되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일들은 안하시고 이렇게 모여 계셔도 되는 건가요?”
- 하하하 가끔은 이렇게 스트레스도 풀고 해야죠.
‘가끔이 아니신 것 같은데?’
고양이 마을을 만들고 처음 보름달이 뜬 날, 우리나라의 모든 저승사자님들이 다 몰려온 줄 알았다.
고양이보다 더 많은 숫자의 저승사자님들이 모여계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너무 놀라 대악귀를 잡으러 모이신 줄 알았다.
- 달이 뜰 때는 주술의 힘도 강해지지만, 저희 저승사자들의 기운도 최고로 강해집니다. 그래서 악귀들도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숨을 죽이지요.
그렇게 고양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자님들을 보니 악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작곡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릿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 냄새에 사자님들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셨다.
- 애들아. 연장 챙겨라.
- 네.
강림 차사님의 명령에 사자님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며 대답을 하였다.
저쪽 멀리서 검정색 기운이 뱀처럼 바닥을 기어오고 있었다.
얼마나 지독한지 그 악의에 가득 찬 숨은 비릿한 저주의 냄새를 계속해서 뿜어내고 있었다.
그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저주라는 단어가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한참을 악의를 뿜어내며 기어오던 그 저주 덩어리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검정색 안개를 만나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저주의 눈으로 자신을 가로막은 것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 천벌 받을 바다건너 놈들의 식신이로구나!
월직 차사님의 분노에 찬 외침에 주변이 얼어붙어갔다.
죽음이 몸을 일으키며, 모든 것이 회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 죽음의 기운이 얼마나 강한지 저주로 가득 찬 악의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월직 차사님은 죽음 그 자체였다.
- 거 잘못하면 고양이들 놀라겠소!
강림 차사님의 말에 월직 차사님이 자신의 다리를 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 우쭈쭈! 놀랐져요?
고양이는 못 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