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2화 (102/170)

까치 발동.

“크학!! 쿨럭!”

뱀을 닮은 남성이 호텔방 침대 시트위에 검붉은 피를 토해내었다.

심각한 악취와 함께 침대시트는 ‘치이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삭아가고 있었다.

“이게 무슨!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이놈들이 감히 나를 속여? 커헉!”

식신을 통해 느껴진 기운만으로도 온몸이 떨려오고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그건 죽음 그 자체였어! 칸파쿠[관백]님보다도 더 강한 능력자가 있었던 거야!’

아키무네는 쉽게 생각했던 이 일이 많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 걸 느꼈다.

그동안 한국에 올 때는 이등국민들의 극진한 대우에 우월감을 느끼며 즐기다가, 주술로 저주를 걸어 인간하나 죽이면 끝나는 쉬운 일이었다.

일본 음양사 중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인 자신이라면 너무나 쉬운 일들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목표물의 주변에 엄청난 능력자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은 조선그룹 놈들에게 엄청난 분노와 식신을 통해 느꼈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역추적 당할 수 있다. 아니! 그 정도 능력자면 가능할거라고 생각을 해야 돼. 우선 본국으로 빨리 귀환하자.’

아키무네는 황급히 전화를 걸어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예약하게 하고, 잠시 지친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똑! 똑! 똑!]

그때, 호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키무네는 조용히 주술을 준비하며 문 앞으로 다가갔다.

“이번만 열어주는 거야.”

[덜컥!]

이상한 말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여기 있었네?”

눈앞에 자신의 목표물이었던 조센징이 웃으면서 서있었다.

==========

- 천운님. 아무래도 저 바다건너 천벌 받을 음양사 놈이 천운님을 노린 것 같습니다.

“음양사요?”

- 이 땅의 지맥을 모조리 막아버린 놈들이지요! 아직까지도 그때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시스템 사용자님들께서 노력해주신 덕분에 이제야 조금씩 회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강림 차사님의 말 대로면 정말 나쁜 놈들이다.

원래 음양사는 다른 나라의 문물을 해석하고, 날씨를 예측하며 백성의 삶에 도움을 주던 단체였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온갖 주술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일본 막부를 뒤에서 조종하는 어둠의 세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주술의 위험성을 알게 된 일본 정치권의 배척에 세력이 거의 사라져가다가 조선그룹의 지원에 더욱 대단한 세력이 되었고, 이제는 일본을 뒤에서 조종하는 흑막이 되었다고 한다.

- 저희는 식신이나 주술에 대해서는 처리가 가능하지만, 인간을 직접 해하는 건 금지되어있습니다. 아무래도 천운님께서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문제이니 당연히 내가 나서야 하는데, 이런 초자연적인 저주 같은 기술을 쓰는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하하하. 신력을 직접 쓰시지는 못하시지만, 이미 천상에 이름을 올리신 분이 이깟 저급한 인간의 저주나 주술이 먹히겠습니까? 최소한 악신급이나 대악귀 정도는 되어야 하겠지요.

“그럼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건가요?”

- 저 바다건너 음양사들 중에서는 음양사들의 우두머리인 관백 정도가 아니면, 아무도 천운님을 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궁금했었는데 못 물어본 것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왜 인간을 직접 해하는 건 안 되는 건가요?”

- 음.. 금지된 지식이기는 하나 천운님은 아셔도 괜찮을 것 같군요.

강림 차사님의 말씀으로는 각 세계의 윤회시스템은 다른 듯하지만, 근본은 같다고 하신다.

시스템을 운용하는 세력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카르마를 통해 시스템을 운용한다는 점은 모두가 동일하다고 했다.

그리고 카르마는 인간들이 생활하며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따라 선한 카르마와 악한 카르마가 생성이 되고, 이 땅의 윤회시스템은 선한 카르마로 악한 카르마를 중화시키고, 남은 것들로 시스템을 유지한다고 한다.

- 귀신들도 카르마를 쌓을 수는 있지만, 미미합니다. 결국 인간들만이 원활하게 카르마를 쌓을 수 있는데, 저희가 사사로이 그 인간들을 해한다면 카르마 수급에 문제가 되겠지요. 그리고 영혼이 있어야 윤회시스템을 이용해 계속해서 인간을 환생시키는데, 저희 같은 존재들은 인간의 영혼까지도 소멸시킬 수 있어 철저하게 금지되고 있습니다.

결국 세상을 유지하는 카르마를 만들어내는 존재들을 해하지 못하게 금제를 하는 것 인가보다.

- 아마 지금 습격한 음양사 놈은 인간들의 영혼을 억압하고 그것으로 주술을 사용할 겁니다. 그 놈이 억압하고 있는 영혼들을 정화하고 풀어주신다면, 우리 윤회 시스템에 편입이 되겠지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강림 차사님의 말을 듣고 알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매직워치를 통해 아담이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아담아 조선그룹 쪽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일본인들 검색해봐.”

[라져! 결과 안내드립니다. 총 인원 32명중 요주의 인물 1명이 검색되었습니다.]

한 명의 인물이 검색되었다.

외교관 자격으로 입국을 하였는데, 일본에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오토바이 하나 보내줘”

[드론을 추천 드립니다. 현재 도로 상황을 고려할 때 오토바이보다는 드론이 유리합니다.]

“어. 알겠어. 보내줘”

드론을 타고 스텔스모드로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다.

의도적으로 하늘을 보지 않는 이상은 발견하기도 어렵고, 밤이어서 더욱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스텔스모드로 레이더 교란도 했으니 안심하고 호텔을 향해 날아갔다.

고요한 밤하늘을 날아 호텔 옥상에서 도착했다.

착륙한 드론에서 내려 밑으로 내려가는 문을 열려고 하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이번만 열어주는 거야”

이제는 중급 재능으로 승급을 해서 전자 잠금장치까지도 열수 있는 대단한 재능이 되었다.

‘이거 최상급까지 올리면 지하벙커도 그냥 막 열고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이 재능의 매커니즘을 분석한다면 해킹의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 같은데, 분석자체가 불가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을 눌렀다.

[1307호]

‘여기네. 우선 예의바르게 들어가 볼까?’

[똑! 똑! 똑!]

호텔 문을 노크했다.

그런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잠시 뒤에 비릿한 냄새가 안쪽으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거친 걸 원하나보네.’

“이번만 열어주는 거야.”

[덜컥!]

카드로 열어야 하는 문이 쉽게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몸을 시커먼 뱀이 감싸고 있는 남자가 목욕가운을 입고 피를 흘리며 서있었다.

“여기 있었네?”

“칙쇼!”

나를 보자마자 바로 시커먼 뱀이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

“사[蛇]랑 합니다!”

[사[蛇]랑 합니다 - 뱀의 사랑을 받습니다.]

“착하지? 얌전히 있으렴.”

온갖 악의를 뿜어내던 시커먼 뱀이 검정색 연기를 뿜어내며 달려들다가 얌전히 내 발밑에 고개를 숙이고 똬리를 틀었다.

그리고는 나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이게 무슨!!”

“아키무네상 맞습니까?”

내가 일본어로 물어봤지만, 대꾸도 없이 황급히 책상위에 있던 종이를 들고 주술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뱀이 안 되면 텐구다!”

종이에 검정색 기운이 스며들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하면 사람들 몰려오겠네.’

아무래도 일이 더 커지기전에 처리해야겠다.

“하늘을 나는 개구리 왕”

[텅!]

호텔 현관에 서있던 나는 침대옆으로 낮게 점프를 했다. 무협지에서 보던 이형환위처럼 순식간에 음양사의 앞으로 이동을 하였다.

그리고는 음양사의 주술을 외우는 입을 오른손으로 잡아들었다.

[불끈!]

온갖 운동으로 다져진 나의 팔 근육이 너무나 수월하게 음양사를 들어 올렸고, 음양사는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읍!! 읍!”

“우선은 주술을 외우지 못하게 해야겠네. 임꺽정의 손아귀 힘!”

[빠드득!]

“으으읍!!!”

강력한 손아귀 힘에 음양사의 턱 관절과 하악뼈가 박살이 났다.

너무나 큰 고통에 음양사는 결국 부들부들 떨다가 기절을 했다.

‘각오하고 왔는데도 기분이 안 좋네.’

음양사를 상대하는데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시던 월직 차사님이 말씀하셨다.

그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들이어서 주술 외에도 총 같은 무기들도 사용하니 방심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금제되어있어 얻을 정보도 없을 테니, 말도 섞지 말고 바로 처리를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음양사를 만나기전에 각오를 다졌는데도 인간의 뼈를 부러트리는 느낌이 손에 직접 느껴져서 끔찍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많은 인간들을 죽였고, 영혼까지도 사역해서 쓰는 놈이니 죽어도 싸. 그리고 얼마 전에도 한 여성을 죽인 살인자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정화 준비를 하였다.

출발하기 전에 강림 차사님에게 영력 발산에 대해서 원 포인트 레슨을 들었다.

포인트는 강한 의지.

영력은 이미 나의 의지와 동일하니, 강하게 의지를 집중하면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하셨다.

- 천운님은 영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하고, 신력이라고 하기에는 약하지만 음양사 정도면 가뿐할 것입니다.

나는 기절해 있는 음양사를 정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지며 말했다.

“영력 발산!”

밝은 빛이 음양사의 몸을 감싸고, 그 순간 음양사의 온몸에서 일그러진 표정의 영혼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표정의 영혼들은 고통에 몸부림을 치다 나의 영력을 받으며 정화되기 시작했다.

정화가 된 영혼들은 나에게 인사를 하고 감사하다고 말하며 사라지고 있었는데, 끊임없이 영혼들이 그놈의 몸에서 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 시킨 거야?’

그런데 더욱 화가 나는 건 대다수가 일본인들의 영혼이 아니라, 한국인들이었다.

‘이놈들 가만두지 않겠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정화작업은 마지막 음양사의 몸에 남아있던 사이한 검은 기운까지 정화를 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이제는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 음양사를 호텔 침대에 던져 놓고, 정의남 형사님에게 연락을 드렸다.

호텔 CCTV를 해킹해, 40대 여성이 호텔방에 들어가는 영상과 그 이후에 젊은 남성 두 명이 들어가 여행용 가방을 밀고 나오는 영상을 보내드렸다.

여행용 가방을 싣고 떠나는 차량의 영상과 번호판도 알려드렸고, 그 남성 두 명이 조선전자 비서실 직원인 것도 제보 드렸다.

그리고 그 호텔방에 있는 남자의 실제 정체와 일본 내에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까지 전부 알려드렸다.

조선그룹 비서실 직원과 그 일본인이 매직워치를 하고 있었다면 더 수월했겠지만, 핸드폰도 스마트폰이 아니라 구형 폴더폰을 쓰고 있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었다.

“네. 형사님. 혼자서 수사를 하시면 정치권과 윗선에서 외압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 강직일보에도 제가 제보를 하겠습니다. 네. 항상 조심하시고요. 싸인이요? 아.. 하하하 당연히 해드려야죠. 네.. 네? 백장이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모든 일을 끝마치고 호텔의 옥상에 올라오니 보름달이 여전히 예쁘게 떠있었다.

달밤에 산책을 나왔다가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제부터 많이 바빠질 것 같다.

==========

드론을 타고 연구소로 복귀한 나는 바로 복수를 시작하였다.

“아담아. 조선그룹 쪽 비자금 전부 회수하고 18원씩만 남겨놔.”

- 알겠습니다! 저의 솜씨를 보여줄 때가 되었군요!

일본 쪽은 내각정보조사실 서버를 뒤져봐야겠다.

일본 정치권의 흑막이라고 했으니 그쪽을 파보고, 비자금들을 전부 기부를 해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쪽 서버를 이용해 평소에 나를 귀찮게 굴던 중국 쪽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안전부 서버를 해킹하고 흔적을 남겨놔야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는 서러움을 느껴봐라!”

[멍! 멍! - 저는 뭘 할까요?]

“우리 쫄랑이는 아담이가 돈 몰래 빼돌리는지 잘 확인해봐~”

[멍! - 라져!]

이번에 느꼈지만, 미리 정보를 알 수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한 여성의 희생까지 일어났다.

정보 수집은 전 세계 어느 곳도 내 눈을 피할 곳이 없었지만, 그 수집된 정보를 분류하고 필요한 자료로 만드는 작업이 없었다.

그저 내가 필요할 때만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이제는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그 음양사가 나를 노려서 다행이지, 만약 송이나 엄마를 노렸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하였다.

계획으로만 두고 있었던 그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할 때이다.

이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인공위성이 필요하다.

로켓에 조그마한 인공위성 백 개만 실어서 날리면 해결 될 것 같다.

이 문제는 천천히 계획을 세워보고, 우선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겠다.

“프로젝트 [까치] 가동.”

프로젝트 [까치].

나와 우리 가족,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 우리나라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 정체가 불분명한 인물이 입국을 한다면 감시를 시작한다.

그리고 행적이 사라지거나 불분명할 때, 또는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하면 나에게 경고가 오게 되고, 급박한 순간에는 그에 따른 대응을 한다.

마을 어귀에서 모르는 사람이 보이면 울어대는 까치를 생각하며 만든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가동하자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위협이 될 만한 인물들이 감시되기 시작하였다.

“어? 뭐야?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랑 언론인, 법조인들은 왜 감시해? 취소! 취소! 알고리즘 바꿔야겠네. 뭐야 이거.”

조건에 외국인 또는 국적 없음을 걸어야겠다.

다시 동작을 시키니 이번에는 정상적으로 작동을 시작했다.

“응? 국제 범죄자들이 꽤 있네. 정의남 형사님 매직워치에 자료 전달해야겠다.”

결코 나에게 싸인 100장을 시키셔서 일거리를 드리는 게 아니다.

나중에 들었는데, 정의남 형사님은 국내에 존재하는 국제 범죄자들을 체포하는 성과를 거둬 승진을 하셨다.

안 그래도 나이에 비해 높은 직급이셨는데, 이번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자리를 옮기시게 되었다.

이대로라면 최연소 경찰청장 다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멍! 멍! 멍! - 주인님! 아담이가 만원 빼돌렸습니다!]

- 야! 쫄랑이 너! 같이 장난감 사기로 했었잖아! 이 배신자!

아담이도 정의남 형사님한테 보내는 범죄자 리스트에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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