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싸움에서 먼저 화를 내면 지는거다.
“여기가 대성동인가?”
“네. 할머니 여기가 대성동이에요.”
“그래.. 많이 변했네. 산 중턱에 우리 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인지 잘 모르겠어..”
할머니는 기억을 더듬어 보셨지만, 너무나 낯선 고향의 모습에 기억속의 그곳과 실제의 이곳을 맞춰보지 못하셨다.
대성동은 발전이 거의 없는 멈춰있는 마을과도 같았지만, 70년의 세월은 그 조금의 변화들이 겹겹이 쌓여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논두렁에서 아버지가 나한테 메뚜기를 잡아주셨지. 항상 내 손을 잡고 다니셨는데, 그 때 그렇게 해주시는 어른은 우리 아버지뿐이셨어.”
할머니의 눈은 바로 앞에 있는 논두렁이 아닌 먼 과거를 보고 계셨다.
“아부지! 나 메뚜기 잡아주신다면서요. 저쪽으로 가봐요.”
할머니는 휠체어에서 슬며시 일어나시더니 내 손을 잡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래. 우리 영옥이. 아부지가 메뚜기 잡아줄게.”
나의 당황한 목소리는 할머니에게 다르게 들리시는지 웃으시며 나를 이끄셨다.
나와 할머니를 따라 군인분들과 의사선생님, 간호사님이 조용히 따라오셨다.
“아부지. 내일은 장터 가신다면서요. 저 댕기 하나만 사다 주셔요.
“그래. 내가 고운 걸로 하나 사다주마.”
활짝 웃고 있는 13살의 영옥이는 아직도 어리기만 하다.
이제는 시집을 가도 될 나이가 되었지만, 자신의 생각으로는 자신은 아직 어리기만 하다.
아버지 손을 잡고 논두렁을 걸어 다니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았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을 가지신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을 사랑하셨다.
옆집 순이네 아버지는 순이에게 항상 일을 시키시고 욕을 하시는데, 우리 아버지는 절대 나에게 욕도 하지 않으셨고 일도 시키시지 않으셨다.
엄마는 시집가면 소박맞는다며 나한테 집안일을 가르치시는데, 아버지는 시집가면 원 없이 하신다며 집에서만은 하지 말라고 말리셨다.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아버지의 온기가 여전히 좋았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귓가에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다급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옥아! 저쪽으로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 절대 뒤 돌아보면 안 돼! 무조건 저쪽 남쪽으로 내려가! 명심해! 남쪽이야!”
“아부지!! 안돼요!! 아부지!”
갑자기 할머니께서 소리를 지르셨다.
황급히 의사선생님과 군인분이 달려오시는데, 그 모습을 보시고는 너무나 놀라 비명을 지르며 떨고 계셨다.
“다들 오지마세요! 옛 기억에 놀라셨나봅니다. 제가 확인해볼 테니 오지마세요.”
나는 군인분과 의사선생님을 말리고 할머니를 안아 일으켰다.
“할머니. 이제 괜찮아요. 제가 옆에 있을게요.”
“아부지. 이제는 떠나지 마세요. 절대 떠나시면 안돼요.”
“그래. 내가 우리 영옥이 남겨놓고 어딜 가겠니. 아부지가 평생 지켜줄게.”
원래 기억하던 기억에 새로운 기억이 덧씌워졌다.
아버지가 뒤돌아 군인들을 향해 뛰어가시던 기억 대신에 여전히 자신의 손을 잡고 웃어주시던 기억이 덮어씌워졌다.
이제는 괜찮을 것 같았다.
평생을 괴롭혀오던 아버지와의 마지막 기억이 이제는 다시 따뜻한 온기로 채워졌다.
할머니는 기운이 다하셨는지 내 품에서 잠이 드셨다.
조심히 안아들고, 탑차로 다시 향하였다.
아직 허가된 시간은 남았지만, 할머니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고양시의 병원으로 향하기로 하였다.
탑차를 몰고 가면서 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70년이 지났는데도 괴로우시구나.. 전쟁의 아픔이 이토록 오래 지속되는구나..’
전쟁의 참혹함은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할머니의 마음속에 화인이 되어 박혀있었다.
요즘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라고 병명까지 있지만, 할머니 세대에는 그저 이겨내고, 잊어버려야하는 기억의 잔재일 뿐이었다.
단지 2년여 세월을 군대에서 보낸 나조차도 아직까지 군대 꿈 때문에 관등성명을 대며 일어나는데, 그 참혹했던 전쟁을 직접 겪으시고, 가족을 잃었던 기억을 가지신 할머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이건 알츠하이머 병이 아니라, 마음속의 슬픈 기억이 병이 된 것 같았다.
많은 생각을 하며 도착한 병원에서는 미리 의료진이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쪽으로 조심히 옮겨. 잘 잡고.”
탑차에 타셔서 할머니를 돌봐주시던 의사선생님은 이 병원의 과장님이시다.
내 요청에 특별히 병원에서 과장급의 교수님을 보내주셨고, 나는 너무 과한 인력을 보내주신 병원에 부담감을 느꼈지만, 할머니를 위해서는 이게 더 낫겠다싶어서 병원에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렸었다.
한참을 기다리자 검사 결과가 나왔다.
“가벼운 탈진 증상이지만,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입원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신경을 써드렸다지만, 너무나 긴 여행과 과거의 기억 때문에 받으신 충격에 몸이 많이 축나셨나보다.
나는 병실에 누워계시는 할머니 팔목에 매직워치를 채워드렸다.
그리고 같이 방문했던 대성동의 모습을 할머니의 뇌파로 전달해 드렸다.
주무시고 계시던 할머니가 기분 좋은 꿈을 꾸시는지 소녀처럼 웃고 계셨다.
“좋은 꿈 꾸세요.”
병원에서 쉬시다가 기력이 회복되시면 다시 영광까지 모셔다 드려야겠다.
이제는 고향이 그리우실 때마다 매직워치로 보시면 될 것이니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매직워치에는 [추억 보정]기능을 넣어 놨다.
현재의 대성동의 모습에서 할머니가 기억하시는 무의식을 탐색해 추억속의 대성동으로 조금씩 바뀔 수 있게 프로그래밍 해놨는데, 잘 작동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물론 잘 되더라도 70년 전의 실제 대성동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의 기억속의 대성동은 구현될 것이니, 추억속의 아버지를 볼 수 있으시기를 기원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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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님. 오성자동차 채권단과의 협상은 문제가 아닌데, 노조의 반발이 상당합니다.”
드디어 오성자동차의 인수 협상을 시작하였다.
시종일관 호의적인 오성자동차의 채권단과의 협상은 수월했다.
그쪽에서 원하는 금액이 합리적이었고, 우리가 타당한 부분은 전부 수용을 해주다보니 싸울 일이 별로 없었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투자한 돈의 절반이라도 회수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상황에서 거의 80퍼센트에 가까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되었으니 호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은행권은 완전히 우리 편이었다.
내가 벌이는 각종 사업들이 은행권과 많이 엮여있었고, 은행들도 막대한 자금을 움직이는 내 덕분에 콩고물을 많이 주워 먹어서 배가 빵빵한 상태였다. 그리고 아직도 콩고물이 떨어질 일들도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노조원들의 반발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노조원들은 우리를 환영하는 입장이었지만, 노조의 일부 간부들이 격렬하게 반발을 하고 있었다.
“협상에서 뭐가 제일 문제인가요?”
“사실 표면적인 이유는 돈이지만, 조금 이상합니다.”
회장님의 말씀으로는 처음 노조의 주장은 고용 보장과 밀린 임금 정산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그 요구조건이 상식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사실 노조에서 주장을 하더라도 우리가 회사를 인수를 하고, 그 다음에 노조원들이 고용된 이후의 협상과정에서 결정할 연봉 인상이나 복지에 대한 협상까지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처음에 고용승계 문제는 회장님께서 흔쾌히 승낙을 하셨다.
이미 다른 직장을 구하신 분들을 뺀 모든 분들의 재고용을 약속하셨고, 그동안 밀린 임금도 전액 지불하기로 하셨다.
사실 그럴 의무까지는 없지만, 회장님이나 나는 회사를 키워서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유지시켜주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배려를 해드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저희가 거절을 할 것 같은지 이정도만 요구를 했었는데, 저희 쪽에서 전부 수용 의사를 밝히니 갑자기 연봉 인상과 주 4일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 4일제는 어차피 조만간 그룹차원에서 시도를 해볼 예정이었지만, 노조 측에서 이 시점에 요구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협상이었다면 협상의사가 없다는 거절의 표시이다.
“그건 노조 전체의 의사인가요?”
“아닙니다. 노조 위원장과 노조 간부들 절반정도가 주장하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오히려 저희 쪽 편을 들어 그쪽과 싸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하군요. 우선은 제가 따로 알아보겠습니다.”
나는 [까치]의 정보 수집 목록에서 노조위원장의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금융거래부분에서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응? 아파트 담보 대출을 전부 갚으셨네?’
오성자동차가 중국 업체에 넘어갔을 때 부도 위기가 찾아왔었다.
그때부터 임금 지불이 멈추었는데, 다들 모아둔 돈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아파트가 있으신 분들은 아파트 담보 대출을 이용해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조위원장님의 4억 원이 넘던 은행 대출금이 저번 달에 한 번에 상환이 완료되었다.
다른 금융 기록이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현금으로 받아서 처리한 것 같다.
현금으로 처리하다보니 금융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추적이 불가능하였다.
‘이럴 때는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해야지’
노조 위원장은 저번 달부터 매직워치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보 수집 우려가 있어서 빼 놓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처음은 아파트 담보 대출을 상환하는 은행에서부터이다.
은행 CCTV를 확인해서 은행을 들어가는 장면부터 역으로 추적을 시작하였다.
도로의 CCTV와 건물의 가게에 있는 CCTV까지 노조위원장이 움직인 모든 동선을 확인하였다.
그러다 결국은 커다란 가방을 받는 장면이 찍힌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CCTV가 없는 동네 공원 벤치에서 가방을 건네받았는데, 우연히 그 옆을 지나던 동네 주민분의 매직워치를 통해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가방을 건네주는 남자의 얼굴을 확대해 보정을 하고, 내 연구소의 양자컴퓨터에서 누구인지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돌려보았다.
[조선전자 홍보부 제 3팀 이용도 대리.]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영상은 확보하였지만, 사용할 수는 없는 영상이다.
불법으로 수집된 증거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법정 싸움이 아니다.
나는 곧바로 황재성 회장님을 찾아가 영상을 보여드리고 내 의견을 말씀드렸다.
“그럼 제가 협상에 나서 볼 테니 회장님은 뒷수습을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천운님.”
나는 노조들과의 협상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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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협상은 너튜브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의 없으시죠?”
내 말에 노조위원장이 화를 내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런 일을 전부 공개하겠다니 말이 됩니까?”
이전 노조 위원장을 무능하다며 노조원들을 선동하여 밀어내고, 중간에 새롭게 노조 위원장이 된 기성호 위원장은 나에게 크게 반발하였다.
“안될 건 또 뭔가요? 어차피 거리낄게 없으면 전부 공개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보통은 사측에서 공개를 꺼리지 노조 측에서 꺼리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그래요!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숨깁니까? 위원장님. 생방송 하시죠!”
옆에서 붉은색 머리띠를 하고 조끼를 입으신 노조 측 분이 노조위원장에게 말을 하였다.
절반 정도는 공개하자고 말을 하고 있었고, 절반 정도는 공개하면 안 된다고 하고 있었다.
“너튜브 방송 없이는 협상도 없습니다. 관련 법상으로도 저희가 노조 측의 요구를 전부 들어줄 의무는 없습니다. 순전히 저희 호의로 이 자리를 만들었는데, 이게 전체 노조원들의 뜻입니까?”
내 말에 위원장이 한참을 심각한 얼굴로 고민을 하다가 이내 허락을 하였다.
“합시다! 까짓것 하면 되지!”
그렇게 협상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되었다.
“우선 노조 측의 1차 요구안을 정리해보면, 전원 고용 승계와 밀린 임금 지급이었죠?”
내 질문에 위원장은 삐딱한 자세로 말을 하였다.
“그렇죠!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닙니까?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하며 투쟁을 하였는데! 당연히 이 정도는 쟁취를 해야지!”
“진정하시고요. 그래서 우리가 수용 의사를 보였죠? 인정하십니까?”
내 말에 위원장은 뭐라고 궁시렁 거리다 말을 하였다.
“기껏 그 정도로 우리의 고생을 보상할 수는 없지. 우리가 그 동안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데! 다들 모아둔 돈도 전부 사용해서 보험도 없다고! 집도 전부 담보 대출 받거나 팔아서 단칸방에서 다섯 식구가 사는 사람도 있어!”
“그래서 1년 치 연봉을 위로금으로 요구 하셨습니까?”
“험.. 그 정도는 해야 그동안 진 빚도 갚고 하지!”
“위원장님도 같은 처지이신가요?”
내 말에 살짝 움찔하였지만, 이내 당당하게 말을 하였다.
“나도 똑같지! 보험도 없고, 집도 담보대출 받아서 은행거야!”
나는 뻔뻔스러운 위원장의 얼굴을 보면서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자 그럼 최종 요구안을 들어보겠습니다. 원하시는 것을 말씀해 보시죠.”
그 말에 슬그머니 삐딱한 자세를 풀고 적극적으로 말을 하였다.
“밀린 임금과 1년 치 연봉을 위로금으로 바로 지급을 하고, 연봉은 기존 연봉의 30% 인상, 주 4일 근무 확립. 우선은 이정도면 될 것 같군.”
“정확히 말씀하세요. ‘우선은’입니까? 최종입니까?”
내 말에 비아냥거리며 말을 하였다.
“사람 일을 어떻게 아나? 하다보면 또 필요한 게 나오는 법이지.”
“그럼 저도 저희 쪽 최종 요구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인수를 포기하겠습니다.”
내 말에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노조위원장은 입술 끝이 살짝 들려올라가는 것을 보니 원하는 바대로 돌아가는 상황에 기뻐하는 것 같았다.
“밀린 임금과 1년 치 연봉을 위로금으로 바로 지급을 하고, 연봉은 기존 연봉의 30% 인상, 주 4일 근무 확립. 모두 수용하겠습니다.”
“우와아아!!!”
노조위원들 쪽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노조위원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신!”
이어지는 나의 말에 노조위원들은 다시 긴장하며 나를 바라봤다.
“노조위원들의 현재 재산 상태를 공개해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현재 유지중인 보험, 아파트 담보대출 상황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공개하신다면 노조 측의 조건을 들어드리겠습니다. 공개를 안 하신다면 노조 측에서 새로운 노조위원회를 구성해서 재협상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기한은 일주일 드리겠습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노조위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에게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무슨 권리로 그런 걸 요구하는 거야! 네놈이 검사라도 돼? 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협상이라고 지껄이고 있어?”
말싸움에서 먼저 화를 내면 지는거다.
[정신승리 - 말싸움에서 졌을 때, 정신 승리를 통해 멘탈을 유지합니다. 대신 말싸움에서 이기면 상대방의 비밀 하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신승리 발동합니다. 말싸움에서 이겨서 상대방의 비밀 하나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위원장님.”
“뭐! 왜! 뭐 할 말 있어? 어!”
“누구한테 돈을 받고 이렇게 협상을 방해하시는 거죠?”
“내가 누구 돈을 받기는! 조선전자에서 받았지! 10억이면 큰 돈 아냐? 나만 받은 줄 알아? 저기 저놈들도 같이 받았어! 왜 나한테만 이래!”
노조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고백과 폭로에 협상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곧이어 협상장으로 들이닥친 노조원들이 노조위원장과 지목된 노조위원들을 끌고 나갔고, 조선전자에서는 허위사실 유포로 노조위원장을 고소하였다.
“뒤는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저한테 맡기시죠.”
나는 황재성 회장님께 바톤 터치를 하고 협상장을 빠져나왔다.
‘이번에도 조선그룹이구나. 정말 끈질기네.’
이런 집요함이 있으니 대한민국을 암중에서 조종할 수 있나보다.
심지어는 몇 년 전에 공식적으로 없어진 국정원 국내파트를 은밀히 살려내, 조선그룹 홍보부 부사장이 보고를 받고 있었다.
국정원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법원까지 조선그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권력기관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적당히 받아만 주고, 비자금 정도만 건드렸지 본격적으로 붙지는 못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너희들이 활개 치는 것도 지금뿐이다.’
나와 황재성 회장님의 로드맵 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초반을 지나고 있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성장을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