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8화 (108/170)

지금은 봉인.

“밥 먹을 시간이에요~ 와서 밥들 먹어요~”

[땡! 땡! 땡!]

강아지 마을의 즐거운 점심시간이었다.

사람들에게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피우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사료들이 담겨있는 식사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강아지들을 만지며 즐거워하던 사람들도 미리 공지된 대로 아이들의 식사시간에는 식사장소까지 따라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사진을 찍으며 구경만 하고 있었다.

“강아지야! 같이 가!”

꼬마아이 하나가 강아지들의 뒤를 따라 식사장소에 들어가려고 하다 아이의 엄마에게 제지를 당했다.

“안돼요! 지금은 강아지들이 밥 먹는 곳이라 들어가면 안돼요!”

그런데 아이엄마의 ‘안돼요!’라는 말에 식사장소에 들어가던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가 그 아이의 엄마를 한 번 쳐다보고는 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나가버렸다.

“똘똘아~ 괜찮아. 이리로 와.”

강아지 마을을 운영하시는 직원 한 분이 골든 리트리버를 달래며 똘똘이라고 써져있는 밥그릇 쪽으로 데리고 갔다.

[멍! - 똘똘아!]

쫄랑이의 정서를 위해서 쫄랑이를 데리고 자주 강아지 마을을 방문한다.

보통은 아담이가 데리고 오는데, 가끔은 나도 산책 겸 방문을 한다.

쫄랑이가 유독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

바로 같은 골든 리트리버인 똘똘이.

안내견 출신의 이 아이는 쫄랑이와 다르게 너무나 의젓하고 얌전했다.

아직은 아이인 쫄랑이는 너무나 활달하고 먹을 걸 좋아하지만, 똘똘이는 짖지도 않고 자신의 사료를 쫄랑이에게 양보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큰형 같은 아이이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놀러왔습니다. 오늘도 똘똘이 밥 축내겠네요. 하하하”

“아니에요. 아예 쫄랑이 밥그릇도 준비 해놨어요. 똘똘이 옆에 놔뒀으니까 같이 먹게 하면 되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똘똘이는 아직도 안 된다는 소리에 민감하나요?”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신의 똘똘이는 사연이 많은 아이인데, 지금은 많이 안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 이 아이를 만났을 때가 기억이 났다.

==========

“안됩니다. 여기는 개랑 들어올 수 없어요.”

“저는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안 된다고 계속해서 말씀하시는 사장님의 말에 골든 리트리버가 고개를 숙이고 마치 자신의 잘못인양 축 쳐져있었다.

멀찍이서 지켜보던 나는 다가가 거절을 하는 그 사장님에게 말을 걸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모든 시설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시면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내 말에 음식점 사장님은 고개를 숙이며 말씀을 하셨다.

“죄송합니다. 사실 저희도 그 부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손님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저번에는 너튜버가 몰상식한 식당으로 영상을 올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현실이 그렇다.

법이 그렇게 되어 있더라도 음식점 주인 입장에서는 손님 한분이라도 항의를 하면 난감해 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너튜버라면 더욱 더 무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기본적인 상식들에도 해박하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만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기본 상식으로 알 정도로 다들 시민의식이 높았다.

그런데 100명중에 꼭 한 두 명이 불만을 터트리고, 그런 분들은 또 성실하시다.

조그마한 불만도 참지 않으시고, 매우 부지런히 성실하게 불만표시를 하신다.

큰소리와 욕설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조용하게 지내시는 분들보다 그 단 한명의 불만이 식당 사장님한테는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가자. 똘똘아. 너 잘못 아냐.”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남성이 골든 리트리버에게 다정히 말을 하며 다시 길을 재촉했다.

나는 괜히 마음이 쓰여 져서 그 남자분과 골든 리트리버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의안이나 렌즈 삽입술을 받을 수 없는 분이신가?’

이제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사지 절단, 시각 장애인 분들이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는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의수와 의족, 의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으로 분류를 하면 안 되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다른 부분에서는 느리기만 한 사람들이 이런 부분에서는 빠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토론정도의 수준이지만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것도 조선그룹에서 정치권을 부추겨 우리 해피의수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만을 만들어내려는 공작이었는데, 이 부분이 논란이 되기 시작하자 우리 고객님들이 스스로 나서기 시작하셨다.

의수, 의족, 의안을 사용하시는 고객님들이 자발적으로 장애인 혜택을 거부하시기 시작하셨다.

자신들은 스스로가 일반인과 동일하다며 모든 혜택들을 거부하셨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이미 받고 있는 혜택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해피의수가 망하고, 제품이 고장이 난다면 다시 장애인이 되시는 건데도 망설이지 않고 나서주셨다.

많은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는데도 스스로 나서주신 분들이 너무나 감사했다.

그래서 그분들에게는 주식회사 힐링과 GB전자의 모든 제품들을 할인해드리는 자격을 드렸다.

몇 곳의 식당에서 거부를 당하신 남성분은 결국 한 인상 좋으신 분식집 여사장님의 호의로 식사를 하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장님은 옆에 얌전히 앉아있는 강아지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말을 하시고 계셨다.

“이름이 뭐예요?”

“똘똘이입니다.”

“아유. 이쁘다. 엄청 얌전하네요.”

선글라스를 쓴 남성분은 김밥을 드시면서 여사장님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셨다.

대한민국의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와 한국 도우미견 협회 두 곳에서만 양성하고 있었다.

안내견들은 인간으로 따지면 3살에서 4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여러 곳의 식당에서 거부당한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개 같은 내 인생] 재능 덕분에 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데, 똘똘이는 지금 주인에게 너무나 미안해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시고 다시 걷기 시작한 남성분과 똘똘이는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앉아계시는 그 남성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잠깐 대화 가능하세요?”

“어! 아까 식당에서 저 도와주신 분이시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혹시 해피의수라고 들어보셨나요?”

“해피의수요? 그거 나쁜 놈들이잖요.”

그 남성의 말에 나는 난감했다.

“네? 뭐가 나쁘다는 것이죠?”

“현수 형님이 이야기 해줬어요. 그 놈들이 의수인가 그거 팔아서 떼돈 벌고, 장애인들 연금도 매달 받아간다고 했어요. 현수 형님도 시위나가고 있다고 저보고도 같이 가자고 하던데요? 거기 가면 점심값도 준다고..”

안 그래도 해피의수 건물 앞에서 매일 집회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논리는 의수나 의족, 의안을 사용하면, 장애인 연금과 혜택들을 받을 수 없으니 해피의수에서 내 놓으라는 논리였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연금이 계속 지급되고 있어서 사실과 다르다.

그런데 시위에 나오시는 분들은 우리 의수나 의족, 의안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아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장애가 보이지 않는데, 일반인들이시거나 장애 등급이 6급이신 분들이었다.

결국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사실과 맞지도 않고, 그저 해피의수의 이미지를 떨어트리려는 수작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지급되는 점심값은 조선그룹에서 고용한 심부름센터에서 지급하고 있었다.

나는 그 남성분에게 열심히 그런 곳이 아니라고 설명을 드리고, 원하면 검사와 수술비용까지 내가 내주겠다고 설득을 하였다.

그런데 그 남성분의 대답이 의외였다.

“저는 그냥 이대로가 좋습니다.”

“네? 눈이 안 보이시는 데도요?”

“매달 나오는 연금과 주민센터에서 주는 쌀이면 저 혼자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어요. 이것저것 혜택들도 많고요. 솔직히 이 나이 먹고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겁이 납니다.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안보여서 이제는 불편하지도 않아요. 그저 이렇게 똘똘이랑 산책 다니면서 조용히 살고 싶어요.”

내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대답에 할 말이 없었다.

본인 스스로가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을 하시는데, 내가 무슨 권리로 강요를 할 수 있을까?

나는 혹시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연락을 달라며 명함을 건네 드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 저분에게는 정답이 아니었고, 내가 생각하는 불편한 삶이 저분에게는 안락한 삶이었다.

내가 신이 아닌 이상에야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가치관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존중을 해드릴 뿐이다.

나와는 생각이 다르지만, ‘저런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분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날은 그렇게 잊고 지냈었다.

그렇게 다 잊고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 강아지 마을에 있는 강아지 전문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사고를 당한 강아지가 실려 왔는데, 혹시 아는 강아지냐는 것이었다.

병원에 가보니 긴급 수술을 통해 겨우 살려는 놨는데, 척추뼈가 완전히 으스러져서 심각한 상태라고 하였다.

개 주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인데, 그 사람의 지갑에서 내 명함이 발견되어 혹시나 하고 구급대원분이 여기 병원에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크고 실력이 뛰어난 강아지 전문 병원이 힐링 타운에 있으니 강아지를 도와줄 수 있겠냐는 연락이었고, 병원에서는 긴급히 드론을 날려 후송하였다는 것이다.

내가 명함을 많이 뿌리지는 않아서 분명히 내가 아시는 분일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개를 키우는 사람들을 떠올려봤지만, 기억에 남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기계장치가 연결된 심각한 상태의 강아지를 본 순간 기억이 났다.

그때의 시각 장애인분의 안내견인 똘똘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아직 사고에 대한 건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구급대원분의 말로는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던 택배 트럭이 경사 때문에 피해자와 강아지를 보지 못하고 친 것 같다고 하시네요. 그 지하주차장 출입 경보장치가 고장이 나서인지 경보음이 안 울린 것 같다고...”

사실 건물 지하주차장 출입로는 시각장애인 사고 위험이 많이 높은 곳이다.

보도가 끊겨있거나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차량 출입로인지 모르고 있다가 사고를 당할 위험이 컸다.

지금이야 의안덕분에 많은 분들이 시각장애에서 벗어나셨지만, 예전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똘똘이의 상태는 정말 많이 심각했다.

내부 장기들도 출혈이 많았고, 살아있는 게 기적일 정도로 온몸이 만신창이였다.

특히나 척추뼈 중에 몇 개가 완전히 으스러져서 다시 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중에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똘똘이는 사고를 당하고서도 주인 옆에서 계속 짖어대며 마치 도움을 청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절대 짖지 않던 안내견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짖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상태도 너무나 위험했지만, 주인을 살리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져서 구급대원분들이 많이 안타까워하셨다니 그 충성심에 마음이 아려왔다.

나는 똘똘이의 옆을 지켜보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잠깐씩 의식이 깨어난 똘똘이는 계속해서 주인이 괜찮은지만 궁금해 했다.

이럴 때는 개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내 재능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똘똘이는 위험한 순간에도 죽지 않고, 계속해서 버티는 이유가 주인의 안부 때문이었다.

자신의 상태보다 주인이 괜찮은지가 더 궁금한 똘똘이의 마음을 느끼며 내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주인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과 충성심은 부모가 아이에게 갖는 그 사랑과도 맞먹었다.

나는 경찰분에게 부탁해서 똘똘이 주인분의 옷을 하나 받아왔다.

그리고 똘똘이에게 주인분의 옷을 덮어주었더니 편안히 잠에 빠져들었다.

==========

“아담아. 3D 프린터가서 확인 좀 해봐라.”

- 넵! 완벽합니다!

“그래. 조금의 오차도 있으면 안 되니까 정밀 가공해서 맞춰봐.”

- 라져!

나는 똘똘이를 어떻게 해서든 걷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척추뼈를 3D프린터로 만들고 칩을 부착하여 뇌파 통신을 연결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의 뇌파와 개의 뇌파가 다르니 처음부터 전부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처럼 고등생물이 아니니 완성을 하더라도 제대로 작동이 되고 있는지 여부도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새포 재생에 대해서 의식이 흘러가기 시작하였다.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인공 장기나 인공뼈를 만들 수 있겠구나. 자신의 DNA를 이용하면 거부 반응도 없을 것이고.’

아담이의 표현으로는 먼 곳을 바라보는 공허한 눈동자와 머리 부분에서 살짝 빛이 나는 ‘형광등 상태’라고 부르는 [지식의 별]재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배양을 해서 수술로 교체하는 방식보다 줄기세포를 직접주사해서 재생하는 방법이 더 좋겠구나.’

무언가에 홀린 듯이 열심히 관련 지식들을 내 양자 컴퓨터에 전송하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갖춰놓고 사용하지 않았던 의학관련 장비들이 일을 할 시간이었다.

==========

나는 똘똘이에게 매일 찾아가 주사를 놔주고 있었고, 똘똘이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다.

주사의 효과가 정말 대단한 게,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포션 같은 효과를 발휘했다.

물론 주사 한 번에 모든 것이 기적처럼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상처 회복도 빨라졌고 척추뼈도 재건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건 절대 공개하면 안 되겠다.’

[빨간약]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줄기세포 주사는 절대 공개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이 주사 하나면 병원들과 제약회사에 타격이 심각해진다.

병원에서 정형외과라는 과는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미국이나 중국, 일본 쪽에서 나를 납치하거나 암살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빨간약]의 효과를 시뮬레이션해보니 진시황이 그렇게 원하던 불로장생을 가능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텔로미어(Telomere)라는 염색체의 끝부분에 있는 염색 소립이 있다.

염색체의 말단(끝)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염색체와 DNA를 복제할 때 텔로미어가 없는 상태로 세포가 분열된다면 세포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는 염색체의 끝부분이 소실된다.

그래서 세포의 수명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는데, 세포가 분열되면서 텔로미어가 조금씩 소실된다.

텔로미어가 완전히 소실되면 세포의 수명도 끝이 나는 것이다.

이 텔로미어는 노화를 일으키는 핵심 요소이고, 암과도 관련이 큰 부위이다.

그런데 내가 개발한 [빨간약]은 이 텔로미어의 재생까지도 이루어냈다.

지금 똘똘이는 상처가 나으면서 어려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진짜로 몸이 어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세포가 더 오래 버티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수명도 늘어나는 것이다.

나의 로드맵의 마지막 단계의 계획에 수정이 필요한 순간이 와버렸다.

‘어쨌든 지금은 봉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