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위하여.
오성 자동차 인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채권단과 노조가 원하고, 인수하고자 하는 우리가 원하니 큰 문제없이 인수가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인수과정이 끝이 난 오늘.
오성자동차의 전 직원이 큰 공터에 모여 있었다.
단상에 서 계신 황재성 회장님이 개회식 선언을 하시고, 바로 이어서 계좌이체를 지시하신 순간, 모든 직원들의 매직워치는 ‘부르르’하고 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하나둘씩 문자 내용을 확인한 사람들은 울음을 터트리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였다.
그동안 밀렸던 모든 임금과 위로금이 입금되는 순간이었다.
이 모습은 각 방송사들에서 생중계로 보도를 하였고, 직원분들이 소리를 지르며 환호를 할 때 전 국민들이 같이 기뻐하며 축하를 해주었다.
21세기 최고의 화합의 순간이라고 회자될 오늘의 장면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들도 보도를 하였고, 가장 완벽한 인수협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장 망한 인수협상’ 또는 ‘돈지랄’로 불렸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서 회사의 이름을 오성자동차에서 힐링 자동차로 변경을 하고, 현판식까지 진행되었다.
직원들은 자신의 새로운 명함을 받아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작된 명함 전달식.
원래는 공식적인 순서는 아니었지만, 내가 직원분들에게 내 명함을 건네 드렸더니 다들 옆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고, 건네받았다.
결국에는 전 직원들의 명함을 다시 주문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다들 기뻐하며 이 순간을 즐겼다.
“새롭게 시작되는 힐링자동차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할 것입니다. 새로운 생산 공정에 대한 교육이 끝나면, 바로 새로운 인력들이 투입될 것이니 여러분들께서 후배분들을 잘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네!!!”
새로운 인력의 충원은 약속한 주 4일제를 위해서 꼭 필요한 사항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생산될 자동차는 기존의 오성자동차의 차량들이 아니었다.
신차 개발이 몇 년 전에 멈춰버린 이전의 차량들로는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힐링 자동차의 새로운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인수합병의 완료를 선언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던 행사에서 힐링 자동차의 새로운 모델들을 선보이기 시작하였다.
사실은 이 새로운 자동차들을 선보이기 위해서 각 방송사들을 섭외를 한 것이었다.
저쪽 멀리에서부터 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려오고 있었다.
먼지구름이 발생하다보니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경차, 준중형 세단, 중형 세단, SUV차량, 그리고 트럭들이 행사장으로 천천히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모델들이 아니라 기존의 오성자동차에서 보유한 차량들이 그대로 보여지니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하던 사람들이 어리둥절하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난리가 났다.
- 뭐야? 그대로인데?
⌎ 잘 보면 앞 유리창에 점이 있을 거임.
⌎ 와이프의 유혹 민소이냐? ㅋㅋㅋㅋㅋ
- 힐링이 저럴 리가 없는데..
⌎ 어!! 저거 사람이 없다!
⌎ 댓글님. 화질 설정 다시 해보세요.
⌎ 진짜다!! 진짜 사람이 없어! 자율주행자동차다!
차량들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사람들은 자동차의 운전석에 운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모두들 전기자동차를 예상했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하였다.
줄지어 다가오던 자동차들이 갑자기 속도를 내며 다양한 방식으로 운전을 시작하였다.
S자로 움직이기도 하고, 달리는 트럭의 앞과 뒤를 통과하며 줄지어 뱅글뱅글 도는 장면까지도 연출을 하였다.
그리고 정해진 위치에 정확히 멈추는 장면까지 이어지자 사람들은 큰 환호성과 박수를 보내기 시작하였다.
기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신기해하기만 하였지만, 관련된 지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 바닥에 차선도 없는 노지에서 저런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 심지어는 주변의 차량들도 전부 피하면서 운행함.
⌎ 카메라가 안 보이는데? 어디 있지?
⌎ 먼지 구덩이 속에서 카메라 시야는 어떻게 확보한 거야? 이게 말이 되나?
⌎ 무선 조종기로 조종하는 게 틀림없음!
- 우리 교수님께서 실물이 저렇게 있으니 우리보고 빨리 만들어보래... 괜히 대학원 왔음..
⌎ 아니! 대학원생이 인터넷 할 시간이 있어? 완전 널널하네?
⌎ 야! 이런 씨! 삼일 째 날 새고 잠깐 쉬는 거다!
⌎ 교수님 여기 보시래요~ 대학원생이 사람처럼 글을 쓰고 있어요~
“안녕하십니까. 부회장 겸 연구소장 천운입니다.”
내가 회장님 대신에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니 전 직원들이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감사합니다. 우선 보셨다시피 새롭게 만들 시간도 없었고, 디자인에 소질도 없었던 터라 우리 회사의 기존 제품들로 우선은 구현을 해봤습니다.”
잠깐 말을 멈추고 우리 직원들과 방송국 카메라를 돌아보았다.
“보셨다시피 자율주행 자동차를 완성하였습니다. 단언컨대 전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들입니다.”
“우아아아아!!!”
나의 선언에 전 직원이 환호성을 질러주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 누구도 회사가 미워서 파업을 한 게 아니었다.
그저 살고 싶어서 시작한 파업이었다.
누구보다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큰 애사심이 있었다.
이곳에서 번 돈으로 대학교 학자금을 갚았고, 부모님 용돈을 드렸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가족과 같이 살 수 있는 집을 구하였고, 사랑스러운 가족들과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안락함을 얻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이 회사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애정하고 있었다.
그저 공장만 다시 가동된다면 기쁠 것 같았는데, 우리 회사의 기술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상용 자율주행 자동차의 완성을 선언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속에서 무언가 벅차올랐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동료들의 명함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이제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
상용 자율주행 자동차를 생산하는 유일한 회사가 바로 내 회사라고.
“그리고 이 자율주행 자동차는 전기로 구동합니다. 혹한의 추위에서도 정상동작을 하는 이 자동차는 한 번 충전에 1만km가 넘는 거리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내 말에 모두들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자동차를 여러분들이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여러분이 바로! 세계 최고입니다!”
잃어버렸던 자부심이 차올랐다.
그 긴 시간동안 너무나 고생을 하였기에 패배감에 젖어들었고, 자존감은 땅에 떨어졌다.
회사의 기술력에 의심이 들었고, 언제 다시 망할지 모른다며 전전긍긍하였다.
그러나 내 선언에 모든 임직원의 마음속에는 자부심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그래!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내 회사다. 내가 만드는 자동차가 세계 최고이다!’
그렇게 전 직원의 자존감을 높이며 행사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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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디자인들 검토 부탁드립니다. 부품 업체들에게는 디자인이 완성 되는대로 설계도와 양산지시서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디자인 팀장님의 보고에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지시를 하였다.
“준비할 시간이 많이 촉박하지만, 급하게 진행하지는 말아주세요. 우리에게 시간은 많습니다. 전 차종을 한 번에 준비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준중형 세단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죠.”
모든 것을 한 번에 해낼 수는 없다.
그래서 가장 대중적인 준중형 세단부터 선보이고자 한다.
처음에는 요즘 가장 핫한 SUV부터 진행하려고 하였는데, 그래도 준중형 자동차의 시장이 아직은 더 커서 준중형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고객 감사이벤트로 기존 오성자동차 모델들을 무상으로 점검해 드리고, 원하는 경우에는 추가금을 받고 자율주행 시스템을 설치해드리는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다행히 도로교통법이 변경되어 일반도로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의 운행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트럭은 당분간 기존 제품을 개조하는 작업을 우선하기로 하였다.
현재 인수중인 물류 회사들의 인수과정이 끝이 나면 조직을 개편하고, 바로 트럭들부터 개조를 할 계획이다.
전기 자동차로 개조를 하고, 자율주행 시스템을 부착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비용적인 부분에서는 전기자동차의 배터리가 차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신차를 제작하는 것과 개조를 하는 것이 원가로는 그리 큰 차이가 없지만, 자율주행과 전기자동차의 성능을 빠른 시간 안에 보여주기 위해서 개조를 하는 것이 더 빨라 그렇게 결정하였다.
실제로 도로에 자율주행 차량들이 문제없이 다니는 모습이 보여야 구매자들도 안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회사의 신차 출시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차량이 사람들의 눈에 보이도록 개조를 결정하였다.
그리고 트럭 운송 기사님들의 트럭을 구매를 하고, 기사님들은 정직원으로 채용을 할 예정이다.
운전은 자율주행 자동차에게 맡기고, 스케줄 관리와 화물을 싣고 내리는 부분만 기사님들이 맡아서 할 계획이니, 이제는 운전기사님들이 아니라 화물차 매니저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2021년 기준으로 승용차의 사고건수는 132,440 건이고, 화물차의 사고건수는 26,081 건이다.
그런데 사망자수는 승용차가 1,348명, 화물차는 687명이다.
비율로 따지면 화물차의 사망자 비율이 압도적이다.
사실은 이것도 많이 줄어든 수치이다.
[안전운임제]라는 제도 덕분이다.
안전운임제를 쉽게 말하면 화물노동자들의 최저 임금같은 제도이다.
이 제도가 있기 전에는 운송료가 너무 낮다보니, 유류비와 차량 할부금을 지출하고 생활비를 남기려면 최대한 오래 일하고, 빨리 달리고, 과적을 해야만 했다.
도로공사에서 발표한 고속도로 화물차 사고의 원인 1위가 졸음운전이다.
무려 42%에 해당한다.
과적 또한 문제이다.
과적은 도로의 수명을 갉아먹고, 대형사고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안전운임제].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게 하여 조금 덜 일해서 졸음운전을 방지하고, 법에서 정한 양만 싣고 운행하여 대형 사고를 막게 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그런데 이 [안전운임제]가 연장이 되지 않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물류회사들을 인수하고, 화물 운송 기사님들을 고용하는 것에는 대한민국의 동맥을 장악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이런 상황을 근본적인 부분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도 컸다.
나는 힐링 자동차에서의 미팅을 마치고, [힐링 물류] 회사로 향하였다.
요즘 같으면 몸이 10개여도 부족한 것 같다.
퀘스트를 위해 일주일에 이틀은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시간이 부족한 기분이다.
그나마 [응원] 재능 덕분에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몸이어서 버티고 있었지, 아니었다면 진작에 쓰러졌을 것이다.
[부르르르~]
‘응? 송이네?’
“어. 송이야. 어쩐 일이야?”
[오빠. 이번 주 일요일에 시간 괜찮아?]
“시간이 어디 다쳤대? 괜찮냐니?”
[...... 한 번만 참는다. 이번 주! 일요일! 스케줄 비었냐고!]
“왜? 너가 채워주게? 넘치지 않게 따라봐라.”
[... 언젠가는 천벌을 받을 것이야! 그 따위 개그는 신도 용서치 않아!]
송이가 화를 내는 걸 보니 왜 이리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나는 자율 주행모드를 켜놓고 혼자 깔깔대고 있었다.
[빠직!]
“어이! 깜짝이야! 오랜만에 정전기 일어났네.”
[하아.. 아무튼 일요일에 대전 좀 같이 가자.]
“왜? 대전이면.. 아! 너 야구 보러 갈려고? 거기까지 가서 스트레스를 받아야겠냐?”
[... 거기가 맞기는 한데.. 스트레스는 안 받거든? 아무튼 그날 나랑 같이 독수리파크 좀 같이 가자.]
“나는 호랑이 팬인데?”
[가자그 흐믄 가자그!]
송이가 화났다. 이럴 때는 고분고분 해야 한다.
“어! 알겠어! 새벽부터 준비할게! 수고!”
황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
‘거기 가서 나보고 한 경기만 던져달라는 건 아니겠지? 어차피 한 경기 이겨도 꼴등 아냐?’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힐링 물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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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야.. 이건 아니지.. 내가 호랑이 팬이라고 했는데, 호랑이랑 경기있는 날에 시구랑 시타는 너무 한 거 아니냐?”
“좀 봐줘. 오늘 아니면 내가 스케줄이 안돼서 그래. 내일부터 방콕 가야한단 말이야.”
“그러면 신우랑 하지. 왜 나를 불러?”
“우리 신우 해외 촬영 중.”
“설마 방콕?”
“어? 아니 나는 방콕에 호텔 운영 잘 되고 있나 보려고..”
적당히 들 좀 하지.
이러다가 덜컥 조카 생겼다고 결혼한다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너 임신한 상태에서 결혼식은 안 돼!”
“아! 뭐래! 헛소리 하지 말고 투구나 가르쳐 줘!”
송이의 애증의 팀.
대한민국 KBO의 최다 연패의 압도적인 위용의 그 팀.
KBO 최초의 3년 연속 10연패의 그 팀.
온갖 연패 기록은 전부 가지고 있는 그 팀의 시구를 송이가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나는 시타로 끌려왔다.
“오늘부터 연승하면 탈 꼴찌 가능하다고! 이럴 때 내가 기운을 불어넣어드려야지!”
“다 좋은데 나는 호랑이 팀 팬이라니까?”
“그래서 그립은 이렇게 잡는 건 아는데 어떻게 던져야 돼?”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있었다.
그래도 기왕에 하게 된 거 제대로 가르쳐 주어야겠다.
원래는 독수리 구단에서 원하던 시구자는 나였다.
LA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주역.
결승전 퍼펙트 피쳐이자 대회 MVP.
그리고 시타를 송이가 하기로 송이가 마음대로 정했는데, 내가 시구는 거절하였다.
잘 못 했다가는 그나마 그 팀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포수의 손가락을 부러트릴 수도 있는 문제라서 거절을 하였다.
이제는 예전의 한창 야구를 하던 시절의 인간적인 170km 대의 속구가 아니었다.
끊임없는 운동을 통해 내 스스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도 파악이 잘 안 되는 수준이다.
아마 야구공 하나면 누구든지 염라대왕님 곁으로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러분! 드디어 그 분이 야구의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LA 올림픽의 영웅! 퍼펙트 피쳐! 174km의 세계 신기록 보유자! 힐링~ 천운!! 그리고 스카이 호텔의 오너 천송이!]
장내 아나운서의 엄청나게 거창한 내 소개와 비교적 간단한 송이의 소개를 들으며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아나운서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을까봐 살짝 송이의 눈치를 봤는데, 얼마나 흥분했는지 장내 아나운서의 말도 못들은 것 같았다.
꿈을 꾸는 듯이 몽롱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보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마스코트인 수리의 안내를 받아 마운드로 떠나는 송이를 보며 나는 타석에 섰다.
그리고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드렸고, 관중들은 엄청나게 좋아해 주시면서 환호해 주셨다.
관중들과 선수들의 환대에 너무나 기분이 좋았지만, 그래도 나는 호랑이 팬이다.
‘영현종!’
덕아웃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영현종 선수에게 모자를 벗고 꾸벅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영현종 선수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자신이 맞냐는 제스쳐를 하자, 나는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영현종 선수는 황급히 모자를 벗고, 구십도로 나에게 인사를 하였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시작된 시구 순서.
송이는 생각보다 자질이 있었다.
원래 나는 박치와 몸치에 가까웠는데, 송이는 나를 닮지 않고 아버지를 닮았는지 투구도 곧잘 하였다.
크게 와인드업을 하고 정통 오버핸드 방식으로 공을 던졌다.
여자답지 않게 공은 포수의 글러브를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정확히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포심 그립이었지만, 완벽한 커브가 날아왔다.
‘호랑이를 위하여! 1초 초고속 카메라!’
[콰앙!!]
날아오는 공을 배트로 받아쳤는데 ‘딱’ 소리가 아니었다.
공은 순식간에 하늘 멀리 날아 사라졌고, 나는 그날 비공식 KBO 최장거리 장외홈런을 날려주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올해 최고의 야구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오빠 때문에 독수리가 또 졌잖아!”
독수리 구단은 정규시즌 최하위 순위를 굳건히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