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버킷 리스트.
“부회장님. 해외 판매는 언제부터 가능한지 문의들이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무사히 송이의 마수를 피한 나를 기다리는 것은 쏟아지는 업무 관련 이슈였다.
커스텀 스포츠카의 외형과 성능, 시그니처 기능인 색상이 바뀌는 [카멜레온]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너도나도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예약사이트를 방문하기 시작하였다.
몇 차례의 서버 다운을 겪고, 다행히 지금은 안정적으로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우선은 국내 판매부터 하려고 하였던 [라이트닝]을 다른 나라들에서도 엄청나게 관심을 가지며 판매 문의를 해오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국내에서 인기를 얻으면 그 기세를 몰아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였는데, 이렇게 많은 인기를 얻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아.. 아직 완전 방수하고 영하 50도 동작 홍보 영상도 남아있는데.. 이것까지 공개하면 서버 또 다운되려나?”
전기 자동차의 최대단점을 두 가지만 꼽는다면, 방수문제와 낮은 온도에서의 배터리 성능문제이다.
물론 일반 자동차도 엔진룸에 물이 차면 문제가 되고, 영하 50도면 엔진 차량들도 아차 하는 순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힐링 자동차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였다.
엔진룸을 하나의 밀폐된 공간으로 만들고, 회전축과 흡입구 부분만 엔진룸에서 빠져나오게 설계를 하였다.
그리고 침수를 감지하는 센서에서 액체를 감지하면 엔진 흡입구까지 완전 밀폐하고 내장된 산소탱크로 1시간 정도 운행이 가능하다.
회전축이 빠져나오는 곳은 점성이 있는 액체박스를 통과하게 만들었는데, 웬만한 압력으로는 물이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리고 내장된 프로펠러의 힘으로 물속에서도 나아간다.
즉, 1시간 이내에만 물속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그리고 영하 50도의 극한 상황에서도 배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동작을 하였고,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엔진룸의 구동축이 빠져나오는 점성이 있는 액체가 있는 부분인데, 그 부분에 히터시스템을 추가하여 보완을 하였다.
배터리도 그래핀을 이용한 전고체 배터리라서 성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런 부분들을 강조한 홍보 영상을 공개하려는 순간에 내가 신우의 자동차를 선보여 버린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 성능에 환호를 하고 있었고, 성능과 상관없이 그 외형과 [카멜레온]기능 때문이라도 꼭 사겠다는 사람들로 홈페이지 서버는 몇 차례 다운을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보 영상을 올리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 같았다.
“해외 공장 설립은 아직 계획단계인데.. 회장님은 뭐라고 하세요?”
내 질문에 홍보부장님이 나에게 말을 해주셨다.
“네. 관련 허가는 이미 받아놔서 문제가 안 되는데, 부지 선정과정에서 문제되는 곳들이 많습니다. 너무 많은 보상금을 요구하는 곳도 있고, 서로 자신들의 지역에 세워주길 바라는 주민들끼리 마찰도 생겨서 조율중입니다.”
우리는 가능하면 현지생산, 현지판매를 하고자 한다.
물류비를 아끼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그 나라의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그 나라에 세금을 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나라들 위주로 먼저 생산 공장을 만들고, 조그마한 나라들은 권역별로 묶어 생산 공장을 만들 계획이다.
그런데, 너무나 큰 인기의 [라이트닝] 때문에 시간적으로 많이 쫓기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국내 생산 공장들은 국내에서 소화할 물량을 만드는 것도 벅찰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죠. 순리대로 가야지, 무리하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 보다는 계획대로 가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께 저는 계획대로 하는 게 낫겠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사실 회장님도 부회장님과 같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역시나 회장님도 굳이 무리를 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판단을 하셨나보다.
‘그래. 어차피 계획대로만 되도 빠른거야. 너무 무리하지 말자.’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하고 결정을 하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슈가 되었다.
[힐링 자동차의 ‘라이트닝’. 선풍적인 인기에 신차를 뛰어넘는 중고차 판매 가격 갱신 중]
[해외 유명 여행사의 ‘라이트닝’ 패키지. 힐링 타운 관광과 ‘라이트닝’ 중고 거래까지 패키지로? 이 패키지 하나로 여행사 주식 12% 상승]
[중국 부동산 재벌. ‘라이트닝’ 대당 1억에 무제한 구매 의사 밝혀]
온 세계가 [라이트닝]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돈이 좀 있다는 사람들은 신우의 커스텀 스포츠카를 구매할 수 있냐는 문의도 많았다.
더 이상 생산을 할 계획이 없다는 회사의 공식 답변에 그 사람들의 관심까지 [라이트닝]으로 쏠리게 되어 신차보다 중고차 가격이 더 비싸지는 기 현상이 벌어졌다.
이 문제는 [라이트닝] 로또로 불리며 부동산의 투기 자본들까지도 몰려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회장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차피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도의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했다.
자신이 타기위해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투기 세력에게 순서를 밀리게 되어 피해를 보고 있었다.
거기에 1% 무이자 시스템까지도 이용을 해서 수 천대씩을 주문하고, 계약금을 거는 사모펀드까지 등장을 하였다.
“본인 명의로만 1년에 한 대씩 구매를 하게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예약할 때 공인인증서를 이용해서 로그인하게 만들면 그나마 조금 나을 것 같군요.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급을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회장님의 말씀에 동의를 했다.
“그럼 어디 쪽에 공장을 만들어야 할까요? 지금 있는 곳 옆에 만들면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 같은데요.”
지금 있는 지역에 또 만든다면 인구수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력이 원활하게 수급되기 힘들다.
“거제시 쪽을 고려중입니다.”
회장님은 거제시를 말씀하셨다.
“거기는 조선소들이 몰려있지 않나요?”
“네. 그런데 요즘 조선소 쪽 인력들의 불만이 많아서 오히려 인력 수급이 편할 것 같습니다.”
조선업계는 호황이다.
그런데 이익 실현은 2~3년 이후라고 말을 하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주지 않고 있었다.
배를 계약하고, 생산하여 인도하는 것까지를 계산하면 일견 타당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이미 받고 있는 임금들도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일하는 환경과 업무 강도도 어마어마한데, 일감이 몰리면 휴일도 없이 강제로 일하는 경우도 흔했다.
그리고 그런 열악한 환경은 필연적으로 산업 재해를 불러 온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100명당 재해율은 0.63, 제조업은 0.8이다.
그런데, 선박건조 수리업의 재해율은 2.28이다.
그리고 사망률도 다른 업종의 2~3배에 달한다.
조선업계에게는 미안하지만,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에게 힐링 자동차 생산 공장은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조선업계도 어쩔 수 없이 근무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을 해야 할 것이다.
‘인력난이 심해지면 임금 인상 해주겠지.’
그렇게 힐링 자동차의 생산 공장은 거제시로 결정되었다.
실제로 힐링 자동차의 신규 생산 공장이 거제시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조선업계의 평균 임금이 3% 성장하였다고 한다.
어쨌든 인상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다행이었지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사람들 다 빼앗기고 나서 후회해봤자 소용없는데.’
자신들의 결정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본인들이 감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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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링~]
‘응? 오랜만에 연락 오네.’
정민수. 내 군대 후임이다.
세 달 후임인 민수는 군 생활에 별로 관심 없이 내 할 일만 하는 나를 대신해서 분대 후임들의 고충들을 들어주고 많이 도와준 착한 후임이었다.
나에게는 후임이 아니라, 오히려 선임 같은 후임이었다.
제대하고서도 자주 연락이 오다가 내가 너튜브로 유명해지고서부터는 차츰 연락이 뜸해졌고, 한 동안 끊어졌었다.
아무래도 부담이 되었나보다.
나도 먼저 연락을 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얼마동안 연락이 끊겼었다.
‘결혼한다고 청첩장 주려나?’
“어. 민수야. 오랜만이다. 연락 못 줘서 미안해. 내가 조금 정신이 없었거든.”
[천병장님. 잘 지내셨죠? 대한민국에서 천병장님 바쁜지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제가 오히려 연락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천성적으로 오지랖이 넓은 민수는 부대 내에서 문제가 있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도와줬었다.
집안도 어느 정도 사는 편이어서 PX인 충성클럽에서 먹을 것들을 사주며 이야기를 들어주니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결혼하니? 청첩장 주려고 연락했어?”
나이가 나보다 한 살이 어리다보니 결혼할 나이가 되기는 하였다.
[아이고. 여자도 없이 혼자 결혼합니까? 그게 아니라 중대장님 치킨 집 차렸다고 해서요. 같이 매상 올려드리러 갈까 싶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민수 말로는 소령 진급을 하지 못하고 전역을 하셨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일을 하시다가 실패하고, 이번에는 치킨집을 차렸다는 소식이었다.
진석우 중대장님은 나에게 특별했다.
부대원들에게 관심 없이 혼자서 내 공부만 하던 나를 걱정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먹을 것도 사주시고, 진로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하고 하였었다.
육사 출신이 아니시다보니 진급의 한계가 느껴져서인지 제대를 하면 뭘 하면서 먹고 살지를 같이 고민하는 사이였다.
다행히 집안은 잘 사시는 편이어서 아이템만 괜찮은걸 찾으면 같이 해보는 건 어떠냐며 서로 열심히 아이템을 고민했었다.
“그래? 그럼 오늘 갈까? 너는 시간돼?”
[그럼요~ 저는 시간 많습니다. 제가 그쪽으로 찾아갈까요? 상의 드릴 것도 있는데요.]
나한테 상의할 게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하고 힐링 자동차 주소를 알려주었다.
[라이트닝] 다음 번 모델인 SUV의 모터 스팩에 대한 자료 전달과 생산 라인 확보에 대한 회의도 하고, SUV에 대한 홍보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 요즘에는 힐링 자동차 쪽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한 시간정도 있으니 연락이 왔다.
나는 1층의 카페에서 보자고 하고 내려갔더니, 이미 먼저 자리를 잡고 나에게 손을 들고 있는 민수가 보였다.
“민수야! 진짜 오랜만이다. 머리가 길어지니까 못 알아보겠다야.”
“천병장님. 하하하 전화로 연락만 드리다 직접 보니까 너무 좋네요. 군대에 있으실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시네요.”
실제로 군대 때보다 몸도 엄청나게 좋아졌고, 분위기도 달라졌다.
특히나 얼굴 표정이 많이 달라졌다.
군대에 있을 때는 한창 취업과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할 때라서 항상 얼굴에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항상 웃고 있으니 인상이 달라질만하다.
“뭐 마실래? 우리 회사 왔으니까 내가 쏜다.”
“저는 아이스아메리카노면 됩니다.”
“그래. 그럼 앉아있어. 금방 주문하고 올게.”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하니 직원들이 인사를 하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응? 저는 이런 거 싫어하는데. 사원증 다 봤습니다. 인사고과 안 좋게 올라갈 수 있어요.”
내 말에 다들 웃더니 자리 양보해준 대신에 커피를 사달라고 해서 다들 한잔씩 사주었다.
너튜브로 시작해서인지 젊은 사원들이 나에게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그룹 부회장이 아니라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이 느끼나보다.
심지어는 새로 입사한 신입 직원이 내 싸인을 받아가서 한동안 부서장에게 사생팬이라고 놀림을 받았다고도 한다.
직원들 것도 계산을 하고, 우리가 마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한 다음 자리로 돌아왔다.
“천병장님. 군대 때하고는 정말 달라지셨네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이렇게 밝으신 분인지 몰랐네요.”
“그때는 앞날이 캄캄했으니까. 너처럼 집이 잘 살지 못해서 미래가 불투명 했거든.”
“그래도 정말 보기가 좋네요.”
“그런데 언제까지 천병장님이라고 할래? 그냥 형이라고 해.”
“입에 너무 붙어서... 하하..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역시나 넉살좋게 말을 한다.
중대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민수는 누구에게도 차별 없이 대해주고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민수 부모님이 어떻게 이렇게 잘 키웠는지 궁금할 정도다.
“그럼 당연히 되지. 그런데 중대장님 소식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나는 연락도 못해봤었네. 그렇게 잘해주셨는데, 서운하셨겠네.”
“석우형은 그냥 천운이형 잘 돼서 좋다고 했어요.”
“응? 석우형? 중대장님하고도 형 동생 튼 거야? 역시 오지라퍼!”
민수의 별명은 오지라퍼였다.
“사실 저 군대있을 때는 비밀이었는데, 뭐 지금은 상관없으니까 말씀드릴게요. 석우형이 저 이종사촌 형이에요.”
그런 티를 하나도 내지 않아서 전혀 몰랐었다.
중대내 에서도 한 번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 적도 없었다. 뭐 내가 워낙에 남들과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몰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와.. 나는 전혀 몰랐네.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었어?”
“아니요. 당연히 다 몰랐죠. 제가 중대원들 열심히 먹을 거 사주고 한 것도 전부 석우형 돈으로 산거에요. 자기가 중대장이니까 혹시나 중대원들 중에서 자기한테 말하기 힘들어하는 일이 있으면 좀 알아봐달라고 해서요.”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는지 몰랐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군인이 어쩌다 전역을 택하고 치킨집을 하는지 모르겠다.
“중대장님은 잘 지내시지?”
내 말에 잠깐 인상이 굳어진 민수는 조심히 말을 꺼냈다.
“사실은 도움을 요청드릴 곳이 형밖에 없어서 연락을 드렸어요.”
석우 로지스틱스.
포화상태인 대한민국의 물류회사에서 나름 초창기 업체로 잔뼈가 굵은 업체이다.
그런데 진석우 중대장님이 이 석우 로지스틱스 사장님의 장남이라고 한다.
“어쩌다 군대에 오신거야?”
나름 큰 회사의 오너 장남이 어쩌다 군대까지 오게 되었고, 이제는 전역을 하고 치킨집을 차리게 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석우 형네 큰 아버지한테 회사 빼앗겼어요.”
원래 중대장님은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서 경영학과를 다니면서 회사 업무도 같이 배우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민수도 그 부분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하는데, 어느 날 큰 아버지가 중대장님의 아버지를 밀어내고 회사 오너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중대장님의 사촌형이 후계자가 되어 실권을 쥐게 되었고, 중대장님은 졸지에 그냥 경영학과를 다니는 대학생이 되어버린 것이다.
중대장님의 아버지는 소송을 계속해서 하고 있지만, 2심까지 패소를 하였고 중대장님은 고민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학사장교를 지원해 군대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령 진급에서 몇 차례 실패를 경험한 중대장님은 전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힘든 상황에서도 물류 회사에 취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촌형이라는 사람이 중대장님이 입사한 회사의 오너를 만나 이야기를 한 이후에 노골적으로 퇴사를 종용하셨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하게 된 중대장님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치킨집이었다.
물류 쪽 회사들은 방해 때문에 취업을 해도 문제가 될 게 뻔하고, 가진 기술은 없던 중대장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은 한계가 뚜렷했다.
결국에는 나와 같이 고민하던 업종 중에 하나를 선택하셨다.
“그런데 오히려 제가 너무 억울한 거예요. 이번에 천운이형 회사에서 석우 로지스틱스도 인수하셨다면서요. 석우형 괴롭히던 현우형이 형네 회사 과장이 되었어요. 천운이 형도 당연히 이런 상황은 모르시겠지만, 저도 제가 형에게 뭘 원해서 이런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너무 답답해서 이야기 해드린 거예요.”
너무나 갑작스럽게 회사가 커지다보니 구멍이 난 곳들이 많았다.
자동차 인수 건이 더 중요해서 홍딸기 팀장님을 그쪽부터 신경 쓰게 하였더니 이쪽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류 쪽 회사들은 우선 합병을 하고, 차후에 인사고과를 반영하여 문제가 되는 인원들을 쳐내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였다.
중대장님은 내가 정말 힘든 시기에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고, 심지어는 그저 자신의 일개 부하일 뿐인 나를 위해서 운전면허증도 딸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해주신 은인이시다.
그런데 나는 너무 무심했다.
조금 더 일찍 연락을 드리고 만나 뵙고 했다면, 어쩌면 내가 받았던 은혜를 갚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조직 관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이번 물류 회사 합병 건은 무리한 게 맞는 것 같다.
회사만 합병하면 끝이 아니고, 진정한 합병은 직원들의 융화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이 부분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너무 간과하였다.
“말해줘서 너무 고맙다. 개인적으로는 내 은인이신 중대장님에 대해서 알게 되어서 고맙고, 공적으로는 우리 회사의 문제점에 대해서 알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
내 고맙다는 인사에 오히려 민수가 당황을 하였다.
“아니. 저는 그냥 너무 답답해서 말씀드린 거예요. 형이 왜 저한테 고마워하세요?”
그 말에 나는 민수가 아직도 착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중대장님도 내가 알던 그대로인 분이시면 정말 좋겠다.
“그래도 개업은 하셨다니 가보자.”
나는 민수를 태우고 중대장님의 가게로 출발을 하였다.
“오! 이게 라이트닝이에요? 좋다.. 와.. 저도 신청했는데, 내년에 나온데요. 빨리 좀 만들어주세요.”
“어? 미안. 생산 공장 늘리고 있으니까 조금만 참아.”
원래 내차는 잘 놔두고 [라이트닝]으로 차를 바꿨다.
우리 회사 차가 있는데 내가 다른 회사 차를 타면 이상할 것 같아서 바꿨다.
그런데 원래는 이 [라이트닝]이 아니었다.
송이와 신우가 탈 차를 만드는데, 당연히 내 것도 같이 만들었다.
그런데 황재성 회장님과 회사 주차장에서 만났을 때, 회장님의 차가 [라이트닝]이었고, 회장님은 내 차를 빤히 쳐다보셨다.
“스포츠카네요?”
“네. 이게 스팩이 어떠냐면요!”
“빨간 스포츠카.”
“네?”
“제 버킷 리스트 첫 번째입니다.”
“그러시군요. 아무튼 이게 모터가..”
“지금까지는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어서 사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시군요. 제가 한 대 선물해 드릴까요?”
“자동차 회사를 소유했으니 우리 회사 차를 타야하는데.. 그리고 회장은 준중형인데 부! 회장님이 스포츠카라니... 기자들이 우리 부! 회장님을 얼마나 공격하겠습니까? 그걸 생각하니 제가 다 마음이 아프군요.”
“하.하.하... 이거 타실래요? 저는 회장님 라이트닝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타면서 데이터도 수집하면 딱 일 것 같습니다.”
“아이고! 천운님이 그렇게 원하시면 제가 라이트닝을 양보해 드려야지요.”
그렇게 내 스포츠카는 회장님에게 빼앗겼다.
조만간에 하나 더 만들려고 하는데, 아담이가 땡깡을 피우고 있어서 못 만들고 있었다.
-이게 제 몸에 있는 모터가 진짜 귀한 건데..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가 없네.. 중노동하면 이게 막 마모되는데.. 하아.. 어찌해야 할꼬..
재능 중에 물건 복사하는 재능은 없나?
사실 나도 다시 만들기 귀찮다.
“어? 천운이형 울어요?”
“아냐! 아냐.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갔네. 치킨집 문 닫기 전에 어서 가자.”
[라이트닝]이 생각보다 너무 잘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