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오전의 힐링타임.
“허허허허. 큰 회장님의 상황과 제가 너무나 같군요. 아주 좋네요. 이번 기회에 힐링 그룹과 미래 그룹을 합병하고, 천운님이 회장직을 하시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야 저도 은퇴를 할 수 있겠네요.”
황재성 회장님에게 상의를 드렸는데, 도움을 못 돼주실망정 더 커다란 짐을 주려고 하셨다.
“아니! 왜 자꾸 은퇴 이야기를 하세요? 아직 한창이신 분이.”
“한창이라니요? 제 나이가 60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물러나야 할 때이지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을 하시는지 황재성 회장님은 열심히 나에게 말을 하셨다.
“이번 합병 건까지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옆에서 보고 배우시면 금방 배우실 겁니다. 그리고 관련한 재능들도 생길 터이니 하다보면 더 잘 하실 겁니다.”
아주 작정을 하셨다.
얼마 전에 스카이 호텔 VIP 회원권을 사셨다고 하시더니 은퇴를 할 기회만 엿보고 계셨나보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저도 혼자서 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회사 직원들이 아주 유능합니다.”
황재성 회장님은 경영철학에 대해서 차분히 말씀을 해주셨다.
“사람은 만능이 아니고, 재능에 한계도 있지요. 그러면 이 큰 회사를 어떻게 운영을 해야겠습니까? 재능 있고 유능한 직원들에게 일을 맡겨야죠. 그래서 많은 연봉을 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저 오너들은 그들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길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그에 대한 결과로 따라오는 문제들을 책임져주면 되는 자리입니다.”
어느새 후계자 수업이 되어버린 자리에서 어쩔 수없이 열심히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를 경영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회사가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걷고 싶다고 생각을 하면 알아서 팔과 다리가 움직이듯이 회사도 제가 무언가를 하고자하면 스스로 움직입니다. 다만 병균이나 세균 때문에 병이 나면 원인을 제거해주고, 걷다가 넘어져 무릎과 손이 까지면 약을 발라주는 게 머리가 할 일이지요.”
그 머리가 할 일이 힘드니까 문제이다.
“그리고 머리가 혼자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전략기획실이 있는 것이고, 자문단이 있는 것이지요.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도움을 받으세요. 천운님이 잘 하시는 것 있잖습니까?”
“경청이요?”
“돈지랄이요. 인재들에게 돈 많이 주고, 도움을 받으시면 수월하실 겁니다.”
언제는 경청이 내 제일의 장점이라시더니, 내 입버릇인 돈지랄이라고 하신다.
아무튼 요 입이 잘못이지.
상담을 하러 들어갔다가 일거리만 몽땅 받아서 나온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제는 하기 싫다고 땡깡 피울 시기는 지나갔다.
솔직히 황재성 회장님의 은퇴도 내가 고집을 부려서 억지로 연장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어. 조금 더 스케일이 커졌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스스로 도달할 규모였어. 조금 빨라졌을 뿐이야. 회장님 말씀대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자.’
결심이 서자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네. 큰 회장님. 오늘 시간 괜찮으신가요? 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나는 조강모 회장님에게 연락을 드리고 바로 찾아뵈었다.
“다시 보니 정말 좋구먼. 그래. 고민은 다 끝나셨나?”
“네. 회장님의 감사한 제안에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제가 그만한 자격이 있는지 고민을 해봤지만, 사실 아직도 제가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더군요. 대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만이 남았습니다.”
“무엇을 위한 최선인가?”
큰 회장님은 내 대답에 물음으로 답하셨다.
“작게는 우리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행복한 삶을 위함이고, 혹시나 제 역량이 그보다 더 커진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을 위한 최선이 될 겁니다. 어차피 제가 이미 가기로 한 길이었는데, 그 범주에 미래그룹도 포함이 될 뿐이지요.”
“허허허허! 아주 좋네! 아주 좋아! 대신 조건이 있네.”
당연히 이리 큰 회사를 물려주는데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네. 안 그래도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저희 힐링 그룹과 미래그룹을 합병하며 회장님과 제 지분을..”
“그건 됐네. 이미 주기로 하였으면 정당한 가격을 받고 넘기면 될 일. 내 조건은 그게 아니네.”
전혀 정당한 가격을 원하지 않으시면서 그리 말씀을 하신다.
“그럼 그 조건이라는 게..”
“우리 손녀랑 딱 세 번만 만나보게나. 아무래도 너무 아까워서 그렇다네. 우리 손녀도 그 너튜브를 하는데, 둘이 아주 잘 맞을 것 같은데 말이야.”
어차피 만나본다고 해서 전부 사귀는 것도 아니고, 어른이 이 정도까지 말씀을 하시는데 그 손녀분이 괜찮다고 하시면 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손녀분이 괜찮다고 하시면 만나보겠습니다.”
내 말에 회장님은 너무 기뻐하셨다.
“허허허! 그렇지! 어른이 말을 하면 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네. 우리 손녀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아주 괜찮은 아이라네. 다만 요즘에 너튜브를 한다고 이상한 걸 조금 해서 그렇지 나쁜 아이는 아니라네.”
조민.
조강모 큰 회장님의 장남인 조병수 교수님의 외동딸이다.
나이는 28살이고, 나와는 4살 차이다.
연구소에서 시간을 내 조민씨의 너튜브를 시청해보았는데, 마시고 있던 까나리액젓을 뿜어내 버렸다.
“뭐야! 내가 한 것들 다 따라하고 있네?”
콜로 콜라 마시기부터, 고추냉이 먹기, 제기차기, 양파 썰어서 눈에 비비기 등등
그런데 문제는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코로 콜라를 마시다가 뿜어내며 울고, 고추냉이를 호기롭게 혀에 짜 넣고 그대로 오 분 동안 삼키지 못하고 울면서 서있고, 제기차기는 한 개도 제대로 못하고, 양파는 썰다가 손가락에 상처 나서 붕대를 감고 있었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네.’
- 어? 천운님도 이거 보세요? 저도 이거 보고 있습니다! ‘한가로운 오전의 힐링 타임’
아담이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그러고 보면 내 채널인 [한가로운 오후의 힐링 타임]의 이름까지도 베꼈다.
- 이분이 천운님꺼 다 따라하더라고요! 저번에는 까나리액젓 먹다가 분수쑈 보여줬어요. 천운님꺼보다 이게 더 재미 있다니깐요! 아마추어 정신! 헝그리 정신! 역시 흙 수저가 너튜브를 해야 필사적이죠!
어. 흙 수저 아니고 다이아몬드 수저야.
“어. 그래. ‘좋아요’나 많이 눌러줘라.”
- 그런데 개 사료는 왜 안 먹지? 댓글 달아야지. 개 사료까지 먹어줘야 진정한 힐링이지.
“야. 적당히 해라. 개 사료를 먹으면 사람이냐?”
[멍! 멍! 멍! - 역시 우리 주인님은 나랑 같은 동족이었어! 충성!]
아무튼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내 영상들을 따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댓글들은 온통 짭 힐링, 불량 힐링, 힐링 짝퉁이라며 악플들이 달려있는데, 그 댓글들을 보면서 내가 다 미안했다.
‘나름 열심히 하는데 욕을 많이 먹네.’
내가 한 것들을 따라하는 너튜버들이 많은데, 유독 조민씨의 채널에 달린 악플들이 많았다.
‘나중에 조금 도와줄까?’
조금 도와주고 관계를 정리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재벌이니 호텔 커피숍에서 만날 줄 알았는데, 대낮부터 곱창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거기 불곱창이 진짜 최고에요. 힐링님도 아주 좋아하실 거예요. 제 인생 곱창집인데, 특별히 힐링님이니까 소개시켜드리는 거예요.]
큰 회장님이 주신 연락처로 연락을 하려는 순간, 그 번호로 먼저 전화가 왔다.
그리고는 열심히 자신이 얼마나 나의 열혈 팬인지에 대해서 장장 30분에 걸쳐 이야기를 하시고서는 곱창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해버렸다.
중간에 퀘스트도 할 겸 조금 일찍 나와서 약속 장소를 향하는데, 때마침 거의 도착했을 때 퀘스트가 발생하였다.
‘띠링’
[퀘스트 발생 - 나무위에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하는 비만 고양이를 도와주시오. 제한시간 2시간.]
‘좋았어! 이 정도는 쉽지!’
퀘스트 네비게이션을 따라서 퀘스트 장소에 도착을 했더니, 누군가가 이미 나무를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내가 너튜브 시절에 입던 녹색 츄리닝과 똑같은 츄리닝을 입은, 긴 생머리의 여성분이 낑낑거리며 나무를 오르고 있었는데, 그저 1미터 정도 높이에서 오르락내리락만 하고 있었다.
“헛! 핫! 할 수 있다! 헛!”
나무위에 올라가 있는 고양이는 오히려 그 여성분이 무서워서인지 나뭇가지를 꼭 끌어안고, 오들오들 떨고만 있었다.
“고양아! 조금만 참아! 헛! 헛!”
많이 참아야 될 것 같은데?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옆에 있는 건물의 벽을 향해 뛰었다.
[다다다다! 팟! 착!]
건물의 벽을 박차고, 대략 3미터 정도의 높이 위에 있던 고양이 바로 옆으로 날아 내렸다.
[니아앙!!]
갑자기 나타난 내 모습에 고양이는 너무나 놀라서 울어댔고, 밑에서는 이상한 여성이 깜짝 놀라하며 소리쳤다.
“고양이 도둑이다!!”
헛소리를 뒤로 하고 고양이 구출 작전을 시작하였다.
‘내 향취는 캣닢’
[니야앙? 냥냥!]
흥분을 한 고양이가 경계를 하다가 좋은 냄새가 나는지 코를 킁킁거렸고, 급기야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내 품에 안겨서 몸을 배배꼬는 고양이를 조심히 안아들고 나무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런 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 여성이 내가 바닥에 착지를 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내 퀘스트!! 빼앗겼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원과 최하급 재능 ‘오늘의 냄비 온도는 몇 도 몇?’을 습득하였습니다.]
‘퀘스트?’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 조민씨?”
“누구세요? 어? 당신 뭐야! 내 퀘스트를 방해하고, 내 이름은 어떻게 알지?”
마스크를 쓰고 있던 나를 못 알아보는 조민씨에게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보여드렸다.
“아앗! 힐링님? 와.. 정말 힐링님이다.”
그때 황재성 회장님의 말이 생각났다.
새로운 수습 요원이 생긴 것 같다는 말씀.
저승으로부터 퀘스트 완료 금액을 넣어주기 위해서 이름과 계좌번호를 받았다고 하셨는데, 그 조민이 이 조민씨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퀘스트나 시스템 이런 말을 일반 사람이 듣게 하면 패널티 먹어요.”
“어? 어. 맞다! 아참 깜빡했네. 어? 어?? 그걸 어떻게..”
“가시죠. 우리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곱창 먹으면서 하시죠.”
우리는 고양이를 내려주고 약속장소로 향하였다.
“그런데 저 고양이는 힐링 타운에 안 데려가도 되나요?”
“아. 저거 주인 있는 고양이던데요? 목걸이가 있었어요. 그리고 길고양이가 저렇게 뚱뚱할리가요. 수도권에 길고양이는 없을 겁니다.”
“오~ 눈썰미~ 자신감 넘치는 거 보소~”
아저씨 말투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사장님. 저 왔습니다! 항상 먹던 거 2인분으로 주세요~ 항상 마시던 것도요!”
“아이고! 오셨어요? 금방 차려 드릴게요.”
아주머니 사장님이 조민씨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런데 어쩌다가 시스템 사용자가 되셨나요?”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궁금한 점부터 물어보았다.
재벌이 어쩌다가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궁금하였다.
“아. 사실은 여기에서 곱창이랑 술 한 잔 하고 집에 가다가, 가로등이 우리 할아버지인줄 알고 안아드렸는데.. 그만 감전이.. 하하하..”
아주 스펙타클 하신 삶을 사시는 구나.
“그때는 진짜 우리 할아버지랑 완전 똑 같았다니깐요! 그 정색하시는 표정이 완전 철면이셔서.. 하.하.하”
내 혐오하는 듯한 눈빛을 보더니 바로 변명을 하셨다.
“그래서 염라대왕님 만나보고 오셨어요?”
“아! 그때 염라대왕님이 머리카락이 막 자라기 시작하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수습 사용자도 필요하다고 하셔서 운 좋게.. 헤헤헤.”
아무래도 요즘 내가 퀘스트를 하는 횟수가 줄다보니 다른 수습 사용자가 필요해지셨나 보다.
그리고 이 아가씨는 평생 써야 될 운을 거기에 다 쓰신 듯하다.
“그런데 힐링님이 시스템 사용자이신 줄 정말 몰랐어요. 와.. 최상급 사용자이신가요? 아니면 신화? 전설? 레전드? 갓 오브 갓?”
그러다가 킹갓엠페러제너럴까지 갈 것 같아 얼른 대답을 해주었다.
“수습입니다.”
“네? 힐링님이 수습이라고요? 우와.. 말도 안 돼.. 그럼 최상급 사용자는 막 강철남자나 망치를 든 번개 신 정도 되나요?”
그건 영화입니다.
“뭐. 수습이라고 하기에는 이제 조금 이상하지만, 시스템 상으로는 수습이 맞습니다. 조민씨는 조금만 더 노력하시면 금방 하급으로 올라가실 거예요.”
“오! 얼른 승급하고 싶어요. 수습일 때는 이상한 재능들만 나와요. 막 ‘삼일 신은 양말은 향기롭다.’나 ‘빨간 휴지 줄까?’ 이런 거만 나오고, ‘하루에 한 번 쾌변!’ 아! 이건 좋은 거다. 아무튼 막 이상한 것만 나와요.”
내 재능들도 하찮지만, 만만찮게 하찮았다.
“힐링님은 어떤 재능들이 있으신가요?”
흠흠.. 물 한잔을 하며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시작 하려는 찰나였다.
“음식 나왔습니다. 특별히 소주는 서비스로다가!”
“오우! 사장님의 센스에 감동의 폭풍 눈물이..”
화장지를 잘라 눈 밑에 붙이고 있는 조민씨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아무튼 힘드시지는 않으세요?”
“아! 아니요. 그전까지는 조금 지루한 삶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집이 잘 살아서 돈 걱정은 없는데, 인생이 조금 심심했거든요.”
우리는 곱창이 익기도 전에 소주를 한 잔씩 하며, 조민씨의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듣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이 없었어요. 처음에는 친하게 지내다가 우리 집에 대해서 듣고 나서는 둘 중에 하나였죠. 엄청나게 아부를 떨거나, 멀어지거나. 차라리 적당히 부자였다면 괜찮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부자여도 너무 부자여서요.”
“재벌들만 다니는 학교나 홈스쿨링을 하셨으면 괜찮지 않았을까요?”
“그건 할아버지가 반대하셨어요. 보통 사람들이 생활하고 커 가는 것을 지켜볼 기회가 학교뿐이니, 그들의 사고방식과 삶을 배우라고요. 그런데 배운 건 거리감 뿐이네요.”
너무 가난해도 힘들지만, 너무 부자여도 힘든가보다.
아니다. 이건 부자들이 일반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려다가 생기는 부작용 같은 것이다.
사자는 토끼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토끼는 절대 사자와 친구가 될 수 없다.
사자는 자신의 욕구를 참기만 해도 되고 못 참으면 토끼에게만 피해가 갈뿐이지만, 토끼는 자신이 참든 참지 못하든 사자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줄 수가 없다.
아무래도 큰 회장님도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어서 좋은 의도로 하신 일이 이런 부작용이 일어나 버린 것 같다.
“그리고 머리도 과하게 좋았어요. 그래서 학교 수업도 재미가 없었고요. 제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재능이 있더라고요. ‘게으른 천재’ 딱 제 성격과 똑같았어요.”
“상급재능인가요?”
“아니요. 최상급 재능이요. 무언가를 배우고 연구할 때 효율이 10배 증가하는 재능이에요. 머리 쓰는 것에만 적용이 되기는 하지만, 아주 좋은 재능이죠. 단점은 이해한 지식은 금방 실증을 낸다는 것이고요.”
내 특수 재능인 [학습과 진화]보다는 떨어지지만, 재능들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재능이었다.
“그래서 삶이 재미가 없었어요. 뭘 해도 금방 알게 되고, 잘하게 되니까 하기가 싫더라고요. 가난하기라도 했으면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할 텐데, 집도 과하게 부자였고요. 그래서 우울증이 와버렸어요.”
나와는 아주 정 반대의 경험들이지만, 그 끝은 나와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된 것 같았다.
나도 너무나 힘든 현실의 벽 때문에 병원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에서 말하는 우울증 증상의 대부분을 겪어보았다.
나의 안타까운 표정을 봐서인지 조민씨는 웃으면서 말을 하셨다.
“이제는 괜찮아졌어요! 정말 괜찮습니다! 이게 전부 힐링님 덕분이에요. 제가 우울증이 심할 때 힐링님 영상을 봤거든요. 뭔가에 홀린 듯이 처음 영상부터 마지막 영상까지 완전히 빠져들어서 봤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따라 해보고 싶다.”
그냥 보고만 즐기시지, 어쩌다가 결론이 그렇게 난 건지 더욱 안타까웠다.
“그래서 혼자 영상을 찍어보았는데,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즐거웠어요. ‘내가 못하는 게 있구나!’ 하면서요. 운동은 워낙에 좋아하지 않아서 논외로 치는데, 머리로 하는 건 뭐든 잘 했거든요.”
곱창을 열심히 굽고 있는 나를 앞에 두고, 열심히 자신의 잔을 채워 술을 입에 털어 넣고 있었다.
“천천히 드세요. 곱창 아직 안 익었어요.”
“크으! 이 맛이지! 제 인생의 롤 모델 앞에서 소주를 마시니 아주 술술 들어갑니다! 그래서 술인가? 파하하하”
개그까지 따라 하시는 건가?
“그런데 어쩌다가 너튜브까지 하신거예요? 그냥 혼자 하시면서 즐기셔도 되는데요. 특히나 여성분이 따라 하시기에는 이미지에 타격이..”
“혼자만 즐기기에는 너무 아까워서요. 저처럼 우울한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힘이라도 되고 싶었고, 힐링님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 올리기 시작했는데, 악플만 달리더라고요.”
“구독자가 그래도 꽤 되시던데, 수익은 괜찮으세요?”
“광고를 넣지 않아서 광고 수익이 0이에요.”
“아.. 그렇군요.”
나이가 28살이신데, 아직도 집에서 용돈 받아쓰시는 건가? 아직 철이 없으시네.
“그래도 돈 많이 벌고 있어요.”
내 속마음을 읽는 재능도 있으신 건가? 속마음을 들켜서인지 조금 뜨끔하였다.
“특허 몇 개 출원해놓은 게 운 좋게 돈을 좀 벌어주고 있고요. 번역일도 간간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일 많이 벌어주는 건 역시 너튜브구요.”
“너튜브는 광고를 걸지 않으신다고..”
“아! 악플러들 합의금이요! 이게 아주 쏠쏠합니다!”
인터넷 정의를 실현하고 계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