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슬프다.
- 누구신지..
“김환원님 맞으시죠?”
- 맞는데.. 누구세요? 혹시 저승사자? 저승사자치고는 여성분이 너무 추리닝 바람 아니신가요?
“아니! 이건 그냥 추리닝이 아니라고요! 우리 사부님 초창기 커스텀 버전으로! 한 벌에 10만원이나 하는 고급 제품이라고요!
비싸네. 나는 그냥 시장제품으로 만원에 샀는데.
“아무튼 민원이 들어와서 왔습니다. 아랫집 벨 눌러대면 되겠습니까? 그 집 따님이 많이 놀라셨습니다.”
- 아!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우리 와이프에게 꼭 할 말이 있어서 찾아갔는데.. 이상하게 거기만 가면 술에 취해서 잘 못 찾아가게 되네요.. 저도 정말 답답합니다. 얼른 와이프한테 말 전하고 저승으로 가야하는데..
“아! 그러셨구나! 저희가 말씀 전해드릴게요. 속 시원하게 말씀해주시고 떠나시죠!”
- 네? 제가 뭘 믿고 그쪽한테 말하고 떠납니까?
“어? 저희 사부님 모르세요? 사부님! 마스크 좀 내려주시죠!”
“와이프 분께 전해드릴 말씀을 해주시면 저희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옆에서 같이 보시면 되시겠죠?”
- 그렇다면야.. 너무 감사하기는 한데..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아파트만 가면 취해서요..
“걱정 마십시오. 제가 다 준비를 해왔습니다.”
나는 펴놓은 조그마한 상 위에 비닐봉지에서 꺼낸 음료들을 올려드렸다.
황혼808, 헛개힘, 상쾌하다, 베스트 컨디션, 대가리 깨서 깡, 아침케어.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숙취 음료들을 올려드리고, 두 번 절을 하였다.
그리고 전부 개봉을 해서 말을 했다.
“드시죠.”
- 이.. 이걸 다요?
나는 비닐봉지 하나를 더 들어 올려 보여주며 말을 하였다.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민이야. 뭐하니? 전부 개봉해라.”
“넵! 계속 뚜껑 열겠슴다! 아저씨 얼른 드세요! 쭈욱~ 어이구~ 잘 드시네! 자! 이것도. 한 입에! 오케이!”
편의점에서 파는 모든 숙취음료를 털어온 우리는 기어코 김환원씨에게 모두 다 먹이게 되었다.
- 끄억~ 이.. 이제는 그만.. 제발..
“자~ 마지막!”
“나쁜 귀신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객귀는 아니야! 원한도 느껴지지 않고. 흠.. 아무래도 생전의 행동을 반복하는 중인 것 같구먼. 객귀물림이나 푸닥거리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젊은 여성 무당이 말을 하자 지수의 어머니는 황급히 말을 하였다.
“제가 듣기로는 해원굿을 해야 한다고 하던데, 가능하실까요? 가격은 얼마나..”
“굿? 아니 굿 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니까. 굿보다 더 간단한 게 푸닥거리인데, 그것도 필요 없다고. 이따가 찾아오면 말을 해보고 원하는 거 들어주면 승천할거야. 뭐 하러 비싼 돈 들여서 굿을 해?”
무당들은 대부분 겁을 줘서 굿판을 벌이거나 부적을 팔아서 돈을 버는데, 이 젊은 무당은 한사코 굿이 필요 없다고 한다.
“그러면 확실히 오늘 귀신을 쫓아낼 수 있다는 것이죠?”
지수의 아버지가 무당에게 확답을 요구하였다.
“아니! 사람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고, 안 통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찌 그렇게 확답을 할 수가 있겠어? 그리고 술에 취해 있다고 했지 않았나? 술 취한 사람하고 말이 쉽게 통해?”
동자신을 모신다는 용한 무당이라고 소문나서 힘들게 모시고 왔더니,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있었다.
“그럼 설득이 안 되면 어찌 해야 하는데요?”
“이사 가야지 뭐.”
“네? 이사요?”
“아니! 굿 하면 강제로 승천 시키는 건 가능한데, 돈이 문제지! 굿이 뭐 한 두 푼인 줄 알어? 그냥 집 팔고 비슷한 시세의 딴 곳으로 옮겨! 이사 비용이랑 공인 중계사 비용 다 합해도 더 싸!”
어처구니없는 말에 지수의 아버지는 드디어 참았던 화를 쏟아내셨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그리고 몇 살인데 자꾸 반말이요? 내가 내일모레 환갑이요!”
“아.. 아니. 그게.. 반말은 영업 전략인데.. 죄송합니다.”
송지수씨의 아파트에 도착해서 지수씨를 만나, 간단하게 상황을 이야기 해 드렸다.
금방 해결 될 것이니 걱정 할 것 없고, 다 끝나면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리는데 지수씨가 화를 내셨다.
“진짜 무당 맞아요? 우리 엄마, 아빠가 지금 진짜 무당 모시고 오셨는데요? 누구한테 연락받고 오신 거예요?”
“우리는 지나가다가 귀신의 기운이 느껴져서 해결하려고 들린 겁니다. 저희가 지수씨에게 돈이라도 요구를 했나요?”
“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죄송합니다.”
남자인 내가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니 지수씨는 황급히 사과를 하였다.
우리가 아무것도 요구하지도 않았고, 집에 들어오라고 하는 말에도 카페에서 보자며 조심했으니, 지수씨가 잠깐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우리를 신뢰하시는 것 같았다.
“정말 죄송한데요. 지금 엄마랑 아빠가 무당하고 같이 있으신데 같이 가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우리는 지수씨를 따라 집으로 향하였다.
- 우리 와이프한테는 언제 가는 겁니까? 꺼억~ 아이고 배불러 죽겠다.. 아! 나는 죽었지?
“엄마! 아빠! 내가 아까 말했던 박수무당님 오셨어!”
지수씨가 그녀의 부모님에게 말을 하며 다가가는데, 지수씨의 부모님에게 혼나고 있는 듯한 젊은 여성 무당님이 보였다.
‘응? 어디서 봤더라?’
“아까 말한 그 사기꾼들?”
“아니! 그게 아니야. 주변을 지나가다가 기운이 느껴져서 도와주시러 오셨었데. 내가 오해 한 거야.”
지수씨가 오해를 풀기 위해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을 때, 그 젊은 여성 무당과 눈이 마주쳤다.
“히익!! 월직 차사!!”
생각났다.
내 작업실로 사용하기 위해서 혜미네 윗집으로 이사갔을 때, 장군신님의 기운을 느끼고 도와주러 오셨던 동자신을 모시는 그 착한 무당님이셨다.
“어?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내 인사말에도 무당님은 무릎을 꿇고 열심히 손을 비비며 말을 하였다.
“미천한 무당년이 월직 차사님을 모시는 박수무당님을 뵙습니다. 만수무강 하시옵고, 하늘의 기운을 받으셔..”
“어이고. 적당히 하세요. 얼른 일어나세요.”
“넵!”
내 앞에서 차렷 자세로 서 있으시는 무당님 덕분에 내 신뢰감이 급상승하였다.
“엄청 용한 분이신가보네요. 저기 금액은 얼마나..”
“우리 사부님 연봉이요? 부회장 연봉이 30억 정도에 이것저것 하면.. 일 년에 5조...”
나는 황급히 민이의 입을 막고, 말을 하였다.
“하하하. 아닙니다. 돈은 무슨. 별일도 아닌데요. 너무 걱정 마십시오. 아저씨가 술에 취하셔서 집을 잘 못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 제가 술은 깨워드렸으니 볼일 보시고 저승으로 떠나실 겁니다.”
“역시.. 월직 차사님을 모시는 큰 무당님은 다르시구나..”
나를 보며 감탄하시는 무당님에게 잘못된 정보를 정정해 드렸다.
“저는 월직 차사님을 모시고 있지 않습니다.”
“어? 그러시면..”
“월직 차사님하고는 간간히 커피 한잔 하는 사이고, 굳이 따지자면 염라대왕님?”
“히익!!! 저..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만수무강 하십시오. 동자신님 빨리 가요! 어서 이리 와요! 얼른!”
아파트 복도 코너 쪽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며 떨고 있던 동자신을 향해 내가 손을 흔들어 주었더니 화들짝 놀라 배꼽인사를 하고 도망갔다.
“그.. 그럼 저도 이만..”
“스톱!”
도망가려던 무당님을 잡았다.
“왜.. 왜 그러시는지요..”
“접신 가능하시죠?”
“가능이야 한데.. 왜 그러시는지..”
역시나 능력이 출중하신 무당님이시다.
접신. 죽은 사람이나 간혹 악귀들이 몸에 드는 현상.
혹은 자신이 모시는 신이 강림하기도 하는 현상으로 일반적인 빙의와 비슷하다.
“여기 이분 좀 도와주시죠.”
김환원씨 귀신이 내 옆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게 무슨 무례이시죠? 과부 되었다고 이렇게 사람을 괄시하시는 건가요? 다들 가세요!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장미꽃 삼백송이.”
무당님이 말을 하자 김환원씨의 와이프분이 깜짝 놀라셨다.
“다.. 당신들 뭐야? 그걸 어떻게..”
“한 번에 장미꽃 삼백송이는 힘드니까 매년 결혼기념일에 세 송이씩, 백년만 같이 살자고 했었잖아. 열 다섯 송이 밖에 못 주고 떠나서 미안해.”
“자기.. 자기 맞아? 진짜?”
무당님의 몸을 빌려 김환원씨는 와이프 분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떠나서 미안해. 그리고 안 좋은 기억 만들어주고 떠나서 또 미안해. 마지막으로 약속 못 지킨 것도 정말 미안해.”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도 분명히 자신은 남편의 향기를 느꼈다.
“그런 말 하지 마.. 자기가 왜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하지.. 애도 못 낳는 나 때문에 자기가 너무 고생했잖아.. 아버님, 어머님과도 인연 끊고.. 내가 죄인이지..”
“자기가 무슨 죄인이야? 우리가 애 낳으려고 결혼한 거야? 나는 자기랑 같이 살고 싶어서 결혼한 거야. 애는 우리가 사랑하며 살다보면 그냥 생기는 거지 그게 목적이 아니었다고.”
“그래도.. 내가 애를 가질 수 없는 몸이니 자기가 너무 불행해졌잖아.. 정말 미안해..”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좋은 것 사주고 싶었고, 좋은 곳에서 같이 맛있는 것 먹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뭐가 미안해? 내가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아랫집에 실수한 거 자기가 사과하는 게.. 그게 미안 한 거지.. 내가 너무 미안해..”
서로의 손을 맞잡고, 안타까운 사과가 오고 갔다.
“자기 술 먹고 들어오는 것도 전부 일 때문이었잖아. 회사에서 영업 뛰려면 어쩔 수 없지. 다 이해해.”
“.... 가장 후회되는 게 이직을 못한 거야. 내가 능력만 되었어도 그딴 직장은 안 다녔을 텐데.. 그럼 우리 자기랑 아직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거잖아.. 하아..”
“나는 행복해. 자기가 옆에 없더라도 이렇게 영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잖아? 저승 가서 기다려줘. 금방 간다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너무 늦지 않게 가볼게. 그리고 자기가 못 다 준 장미꽃은 이제 내가 자기한테 선물할게.”
“고마워. 그래도 아주 늦게 와. 내가 기다리는 건 정말 잘하잖아. 기억나지? 연애 때도 비 오는 날 세 시간이나 기다린 거!”
“또 그런다. 만나지도 않았던 때인데 무슨 연애 때야? 자기가 그렇게 비 오는 날 기다리지만 않았어도 안 만났을 거야. 그럼 자기도 다른 여자 만나서 부모님과도 잘 지냈을 텐데..”
김환원씨는 와이프 분을 와락 끌어안고 말을 하셨다.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잖아. 고운 우리 자기가 나 만나준거만 해도 너무 감사한데.. 다시는 그런 마음 갖지 말고, 잘 살아.. 그리고 일 년만 나 기억해주고 다른 남자 만나. 내가 허락할게. 자기는 너무 젊어. 저승 올 때 손잡고 오면 그때 셋이서 같이 친구하자. 이말 하고 싶어서 찾아온 거야.”
와이프 분은 안겨서 아무 말도 못하고 흐느껴 울기만 하였다.
이제는 진정으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사랑해. 자기야.”
와이프 분은 김환원씨를 향해 사랑을 말하고, 마지막 작별 키스를 선물하려고 하였다.
“그만!! 갔습니다! 갔어요!”
“어머!”
깜짝 놀란 와이프분이 무당님을 밀쳐버렸고, 무당님은 예상하지 못한 일에 뒤로 넘어져 바닥을 굴렀다.
“어이고! 나도 저승 같이 가겠네!”
“죄.. 죄송해요..”
나는 와이프 분에게 질문을 드렸다.
“혹시 남편 분 회사에서 위로금이나 산재 관련해서는 말이 있었나요?”
내 말에 잠깐 생각을 해보시던 김환원씨의 와이프분이 말을 해주셨다.
“위로금을 준다고 하시기는 하셨는데, 정확한 액수는 모르겠어요. 산재 이야기도 하신 것 같기는 한데.. 죄송해요.. 제가 그럴 정신이 없었어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혹시나 위로금이나 산재 처리 관련해서 문제가 있거나 궁금한 내용들이 있으시면 이쪽으로 연락주세요.”
내가 내미는 명함을 받아주셨지만, 보지는 않으시고 손에만 들고 이야기를 하셨다.
“네. 정말 감사합니다. 남편과 갑자기 헤어지게 되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이제야 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떠난 사람도 힘들겠지만, 남겨진 사람도 힘들다.
특히나 준비가 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이별은 더욱 그렇다.
모든 이별에는 이유가 있지만, 죽음이라는 이유는 모두에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참으로 힘들다.
오늘은 이렇게 힘들어하시던 분을 도울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나도 우리 아버지를 꿈속에서 만나지 못했다면 아직까지 이별의 아픔이 사라지지 않았겠지? 나도 운이 좋은 편이구나.’
그렇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을 만났고, 이야기를 하였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건 정말 축복이었다.
“죽음이라는 건 뭘까요? 영혼과 저승에 대해서 모를때는 그저 두뇌의 스위치를 꺼버리는 것과 같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영혼에 대해서 알게 된 지금은 더 혼란스럽네요. 사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연구소로 돌아오는 길에 민이는 많은 생각을 하더니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글쎄다. 민이 너 말대로 나도 공대생이다보니 죽음이라는 것은 그저 뇌가 작동을 멈추면 찾아오는 영원한 어둠이라고 생각을 했었어. 그 어둠까지도 느끼지 못하는, 나라는 존재도 인식이 안 되는, 그저 마지막 그 무언가.”
내 말에 민이는 동의를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환생이 있다는 건 알지만, 기억이 사라지면 그게 과연 나일까? 나라는 본질이 내 영혼인지, 나라는 인생을 살아온 내 기억인지 잘 모르겠다.”
답이 없는 문제이기에 정답도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그리고 분명한 건 딱 하나 있었다.
“그냥.. 죽음은 슬픈 거야.”
아버지의 죽음이 슬펐다.
하반신 마비의 웹툰 작가, 용기의 아버지 죽음도 슬펐다.
해뜨는 식당의 김선자님의 죽음도 슬펐다.
퀘스트를 하며 만난 귀신들의 사연과 죽음들도 하나같이 전부 슬펐다.
존경하는 사부님의 말씀을 듣고 생각을 해보니, 자신은 죽음에 대해 한 번도 깊이 생각을 하지 않았었던 것 같다.
물론 나의 뛰어난 두뇌로 죽음을 유추해보았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공허라는 결론이 나왔다.
아무것도 인지 할 수 없다면 그건 존재자체가 없는 것이다.
르네 데카르트의 그 유명한 말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맞다고 여겼었다.
과학적인 접근법으로만 생각했을 때는 그랬다.
그런데 자신보다 더 천재인 사부님은 과학적인 접근을 넘어서서 철학적인 생각까지도 넘나들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친한 주변인들의 죽음을 경험해보지를 못했다.
친구도 없었고, 회사도 다니지 않으니 인간관계의 바운더리가 너무나 작았다.
그나마 가족뿐인데, 그 중에서 가장 죽음에 가까운 나이의 사람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할아버지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생각이 시작되어 버렸다.
할아버지는 본인 때문에 내가 힘들게 되었다고 항상 미안해하신다.
항상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분이 나에게만은 누구보다 비논리적이고 감성적인 분이 되신다.
그리고 가족 중에 유일하게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분이시다.
그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았다.
그저 생각만 했는데도 그 끝없는 심연으로 가라앉던 과거의 자신으로 되돌아 갈 것 같았다.
커다란 구덩이 속으로 홀로 떨어져 누군가의 도움만을 기다리던 그때 그 절망적이었던 감정.
자신의 뇌에 있는 기저핵에 문제가 생기고, 심층변연계가 열심히 일을 하는지 그 우울했던 감정들을 마구 쏟아내었다.
‘아.. 죽음은 정말 슬픈거구나..’
역시나 사부님은 대단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