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왕국.
“그러니까 그 최용찬이가 말했다는 거지? 실장아. 이번에는 진짜 실수하면 너는 끝이다. 알지?”
“네. 회장님. 미래 전략실과 홍보부가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 은행 부지부장이가 100억을 요구 했다고?”
“네. 우선은 50억 어치의 금괴를 요구하였고, 나머지는 거래가 끝나면 지불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 그 딴따라놈 주식을 두 배로 사느니 100억은 싸지. 알겠다. 그건 실장이가 그 최용찬이는 잘 컨트롤해. 그리고 그놈 주식은 왜 시세대로 사는 거냐? 일 똑바로 안하냐?”
“죄송합니다. 그 최용찬 부지부장이 어차피 감옥은 갈 것 같으니 최소 형량으로 다녀올 생각이어서 시세 밑으로는 안 된다고 완강합니다. 더 이상 말을 했다가는 아예 거래가 깨질 것 같아서 우선은 보고 드리는 겁니다.”
“흠.. 우선은 급하니 그렇게 하자. 그러면 우리가 가진 지분들 전부 정리하면 몇 퍼센트지?”
“네. 그 천운 부회장 지분 18%를 포함하면 39%정도입니다.”
“너무 많아. 딱 20% 정도가 적당한데 말이야. 어차피 국민연금 것도 우리 것이나 마찬가지잖아. 그 딴따라꺼 매수하면서 우리 것은 시중에 같은 비율로 팔아. 그럼 우리 돈 안 들 거 아냐?”
“실수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몰라서 그래? 돈이 없잖아! 돈이! 비자금은 씨가 말랐고! 계열사들 돈도 더 움직이면 위험할 것 같다며! 뭐 내 돈이라도 내놓으라고? 어? 네놈이라도 내 놓던지!”
“죄송합니다.”
“하필이면 승계 작업 중에 이런 일이 생기고 말이야! 이기 그놈은 민감한 시기니까 그 딴따라 건드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했어도 듣지를 않아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아들놈 하나만 더 있었어도!”
“춘이기 사장이 크게 잘못 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그 천운 부회장이 과도하게 대응을 한 것이지요.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룹 지분 정리가 다음 달이면 끝이나니 조선전자만 계획대로 정리가 된다면 승계작업은 마무리가 될 겁니다. 그리고 오히려 잘 된 부분도 있습니다.”
“뭐가! 이상황에서 뭐가 잘되었는데!”
“어차피 조선전자 지분 구조가 가장 핵심인데, 계열사 소유 지분들을 매도하고, 천운부회장 지분을 춘이기 사장 명의로 매수하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겁니다. 사용되는 자금도 최소화가 됩니다.”
“그렇지! 이번 기회에 계열사들 지분들 정리하고 이기 명의로 갈아타면 지배구조도 더 탄탄해지고 좋지! 그러고 보면 그 딴따라가 아주 좋은 일 해줬어. 하하하하”
“공시는 최대한 미뤄서 모든 상황이 정리되면 그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실장이가 잘 해봐.”
“아담아. 미세플라스틱 제거선 다른 나라들에게도 제안서 넣어봐. 특히 유럽 쪽하고 미국 쪽은 비싸게 제안하고, 동남아 쪽은 무상으로 지원할 테니 승낙만 해달라고 하고.”
- 차라리 기후변화 대응 다자기금을 이용해 전 세계에 운용할 수 있게 제안을 하는 건 어떠십니까?
“어? 그런 게 있었어?”
- .... 천운님이 그 기금에 개인으로는 가장 큰 금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랬어? 야! 어떻게 그렇게 적은 금액들까지 전부 기억하냐?”
- 그럼 그 적은 금액을 저에게 보너스로 지급해주시는 건 어떠십니까?
[멍! 으르릉!! 멍! - 공짜 좋아하니까 대머리지! 나처럼 풍성한 털이 있어야 한다고!]
- 나는 태어날 때부터 대머리였다! 아니! 대머리가 아니라 쇠머리라고! 로봇한테 머리카락이 어울려? 어?
[띠리링!]
- 쫄랑이 너 두고 봐! 잠깐 전화 좀 받고! 딱 기다려! 네압! 멋진 두뇌의 소유자 아담쓰임다!
[아담쓰! 드론 출격 요청! 공중에서 지원을 바란다!]
- 오우! 어떤 작전입니까! 공중 폭격? 요인 암살?
저게 미쳤나. 평소에 저런 것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혹시 그 대상이 나는 아니겠지?
붉은 LED로 변한 눈으로 나를 째려보며 비릿한 웃음을 보여주는 아담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니, 화들짝 놀라며 뒤로 돌아섰다.
[할머니의 강아지 실종 사건! 좌표를 발송할 테니 이곳으로 드론 부대 출격을 요청한다!]
- ... 한 대만 보낼게요. 누나. 사요나라. 뿅!
[야! 최소한 10대는..]
매정하게 끊어버리고 드론에게 출격명령을 내리려는 아담이에게 말을 하였다.
“드론 보내지 말고 위성 이용해. 드론은 너무 눈에 띄어.”
- 오케이! 라져! 인공위성 32호 연결 완료! 오퍼레이팅 모드 발동. 목표물 설정 완료! 어? 기존 목표물이 있는데 삭제 할까요?
“아니. 그건 [까치] 프로젝트가 설정해 놓은 거니까 그대로 둬.”
- 라져! 좌표 반경 3km 안의 설정된 목표물과 유사한 강아지 12마리 발견. 좌표 발송합니다.
열심히 비밀기지 놀이를 하며, 놀고 있는 아담이와 조민이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민이도 그냥 매직워치 이용해서 위성에 접속하면 바로 해결되는 것을 꼭 저렇게 아담이를 위해서 연락을 해준다.
요즘 아담이가 민이와 쫄랑이에게 자기 역할을 많이 빼앗기게 되어서인지 살짝 의기소침해졌었는데, 업무 분담을 확실하게 해주니 다시 괜찮아지고 있었다.
그 부분은 조민이가 나에게 먼저 제안을 해주었고, 그 말대로 해주었더니 정말 괜찮아졌다.
셋 중에 가장 큰 누나여서인지 책임감이라는 게 생긴 것 같았다.
그전에는 자신의 일만 신경 쓰던 아이였는데, 삼총사를 결성한 이후로는 동생들에게 신경 쓰는 것들이 부쩍 늘었다.
너튜브는 이제 브이로그 형식으로 바뀌었다.
쫄랑이와의 산책, 아담이와의 보드 게임, 양자역학 강의 등.
그 중에 양자역학 강의가 가장 많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인기 동영상인 것은 의외였다.
사람들의 지적 수준이 상당하다고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 댓글들의 질문에 나라도 답을 해줘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댓글을 읽어보았다.
- 최고의 수면 영상!
⌎ 초반 10분이 고비임!
⌎ 오~ 10분씩이나?
- 안녕하세요. 힐링님의 제자인.... 여기까지가 나의 기억이다. 아침에 엄마가 나를 깨우더라. 겁나 개운함.
- 나 수면장애로 병원 갔는데 의사선생님이 이 영상 링크 보내주시더라. 그리고 수면장애 극복했다. 이건 의료 기관에서 치료 목적으로 사용해야 된다.
‘아.. 이런 목적이었구나.. 그래도 사회에 공헌을 하였으니 카르마가 많이 쌓였을 거야. 장하다 제자야.’
나는 마음속으로 떨떠름한 칭찬을 해주고, 약속 시간에 맞추어 이동을 하였다.
일반 가정집 같은데, 식당이라니 신기했다.
도착해서 벨을 누르니 양복을 입은 남성이 정중히 인사를 해주고 안내를 시작하였다.
조그마한 연못이 있는 정원을 지나 현관문을 통과하니 삼십대 중반 정도의 여성이 한복을 입고 마중 나와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회장님. 손님은 먼저 오셔서 기다리시고 계십니다. 제가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 없는 곳에서 만나자고 했더니, 이상한 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재벌들은 원래 이런 건지, 이 사람의 취향이 이런 건지는 모르겠다.
‘일만 아니었어도... 역시나 나와는 완전히 취향이 다르네.’
미닫이문을 여니 40대 중반의 남성이 자리에 앉아있다 황급히 일어서며 손을 내밀었다.
“어이고!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하하하”
춘서기.
조선그룹 춘석진 회장의 장남.
조선전자 사장인 차남 춘이기에게 밀려난 조선그룹의 왕자.
지금은 조선호텔 사장이다.
“반갑습니다. 춘서기 사장님. 오랜만에 다시 뵈니 정말 좋군요.”
“하하하하. 좋은 소식을 주시니 제가 더 좋죠. 자 앉으시죠. 자네는 이제 나가있게. 식사는 조금 있다가 말하면 가져다주고.”
“네. 좋은 시간 보내세요.”
한복을 입은 여인은 조심히 방을 나가 문을 닫아주었다.
‘음.. 도청이나 카메라 촬영은 없군. 그래도 기본은 지키는 사람이어서 다행이야.’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없었다.
조선전자의 주식이 생각보다 많이 모이게 되었을 때는 그저 조선그룹의 비자금을 거덜내는 정도에서 끝내려고 하였다.
그런데, 최용찬 과장이 부지부장이 되면서부터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하였다.
최용찬 과장은 부지부장으로 진급을 한 이후에 매직워치를 가지고 다니지 않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까치]에서 경고를 보내왔다.
항상 사람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배신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당하고만 있을 수 없으니 나도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조선 해방군] 프로젝트.
사실은 그 뒤에 부제가 있다.
[조선 해방군 - 왕자의 난]
나는 조선그룹 후계자 싸움에서 패배를 한 춘서기 조선호텔 사장을 만나 은밀한 제안을 하였다.
조선그룹을 반으로 나누어 버리는 계획.
평소라면 어림도 없는 계획이었지만, 하필이면 후계자를 위해 지분정리를 하는 시기여서 가능성이 보였다.
너무나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계열사 간의 지분 관계는 프로젝트 팀이 따로 편성되어 정리를 해야지만 확실히 정리할 수 있었다.
가장 최소의 비용으로, 자신의 재산은 사용하지 않고, 계열사들의 지분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지분 관계.
가장 핵심이 되는 조선전자의 지배 구조에 내가 끼어들며 틈이 만들어졌다.
조선그룹의 모든 시선이 나와 조선전자의 지분에 쏠렸을 때, 장남인 춘서기 사장이 은밀히 나섰다.
조선 왕국이 쪼개졌을 때 만들어질 영토들을 미끼로 핵심 인물들을 포섭해갔다.
박홍석 조선그룹 비서실장.
춘석진 회장을 모신지 3년 정도.
그전 비서실장은 좌천되어 생사도 모르는 상황.
아직은 한창때이지만, 후계자에게 왕권을 물려주고 나면 숙청 일 순위 대상.
아니. 숙청당하기 전에 춘석진 회장에게 먼저 정리를 당할 수도 있다.
춘씨 일가의 더러운 부분들을 잘 알고 있기에 항상 감시를 당하며, 살얼음판을 걷는 그에게 조선전자 CEO의 자리를 제안했다.
춘서기 자신은 경영에는 관심이 없으니 마음껏 해보라는 제안.
실무 능력은 떨어지지만, 자신의 사람은 잘 챙기기로 유명한 춘서기 사장의 말에 결국에는 넘어왔다.
그리고 그룹 후계자 지분관계 정리를 위한 프로젝트팀.
그들도 그룹의 핵심인 미래 전략실의 자리와 고액의 연봉, 바로 건네진 현금을 이용해 포섭을 하였다.
그리고 이미 그들도 한 다리를 걸쳤으니, 승리하지 못하면 전부 정리될 것이라는 현실을 알려주며 결속을 다졌다.
평소 춘석진 회장은 측근들에게는 나름대로 대우를 해줬지만, 후계자인 춘이기 조선전자 사장은 측근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좌천 시켜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여주었다.
나름대로는 지배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키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을 것이나, 그걸 지켜보는 직원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은 본인의 행동에 대한 결과로 배신이 되돌아온 것이다.
춘석진 회장은 지금 열심히 후계자를 위한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줄 알겠지만, 사실은 그룹을 둘로 나누는 작업 중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렸으면 전부를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 춘서기 조선호텔 사장은 나름대로 절제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춘씨 일가에서 태어났다고 보기에는 약간의 돌연변이 같은 인물로, 그런 성격 탓에 현 회장의 성격을 빼다박은 차남에게 후계자 자리를 빼앗기고, 숨통이 끊어질 때만 기다리던 맹수였다.
후계자 지분 정리가 끝나면 바로 조선호텔 사장 자리에서도 물러나야 하는 신세였다.
“박홍석 실장에게 듣기로는 부회장님의 지분을 넘겨 받기 위해서 계열사들이 보유한 조선전자 주식을 매각한다고 하더군요. 부회장님의 예측이 정확히 맞아 들어갔습니다. 어찌 그리 정확히 예상하신 겁니까?”
시뮬레이션을 할 때, 춘석진 회장의 그 끝없는 돈에 대한 욕심을 넣었더니 이런 결과가 도출되었다.
확실한 방법보다는 자신의 돈에 최대한 피해가 없는 방법을 선호하는 그의 성격상, 나에게 주는 돈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배가 아팠을 것이다.
처음보다 족히 5배가 오른 조선전자의 주식은 역대 최고가를 연신 갱신하며 하늘 높은지 모르게 오르고 있었다.
해외 자본들과 개미들까지, 그들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조선전자의 주식은 블랙홀처럼 그 모든 자금들을 남김없이 집어 삼켰다.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사우디 아림코를 넘어서버렸다.
분명히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회사의 지분 18%라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사실 나도 승낙만 했다면 장기로 1년에 2%씩 현 시세대로 사가는 걸로 약정을 해주려고 했었다.
그 정도면 춘석진 회장이 소유한 빌딩이나 미술품들을 매년 몇 개씩 처분을 한다면, 충분히 마련이 가능한 금액이었다.
말이 2배였지 협상을 위한 블러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상속으로 넘겨주는 세금까지도 아까워서 난리를 피우는 그의 성격을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실수였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나름대로 정보를 얻는 루트들이 조금 있습니다.”
“흐음.. 제가 회장이 되면 주변 정리를 잘 해야겠군요. 하하하하”
“저와 회장님 사이가 그런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걱정하지 마시죠.”
“그렇죠! 당연히 그렇죠! 저는 은혜를 잊는 성격이 아닙니다. 걱정 마십시오. 하하하하”
춘서기 사장 정도면 악덕 재벌은 아니다.
재벌 특유의 선민사상 같은 것은 있으나, 자신의 사람들에게 의리를 지키며 잘해주는 성격을 봐서는 최악까지는 아니다.
“조만간에 시중에 풀리는 주식은 잘 수거하시기 바랍니다. 돈이 부족하시면 언제든지 은행을 통해 대출이 가능하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은 젊은 나이인데, 골방에서 영원히 썩을 줄 알았습니다. 부회장님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그렇게 되었겠죠.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회장님이 직원들에게 해주시면 제가 받은 걸로 생각 하겠습니다.”
“하하하하! 제가 제 사람들에게 잘해주는 건 너무 당연하고요. 역시나 부회장님은 듣던 대로시군요. 자! 일 이야기는 그만 하시고, 식사 하시죠. 여기 음식이 아주 맛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미래를 꿈꾸며 맛있는 식사를 시작하였다.
[조선전자 주가는 너무 높다는 전문가의 의견]
[조만간 정상가를 찾아갈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
[떨어지기 전, 지금이 이익 실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조선전자 홍보실의 허락이 없이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기사들과 사설들이 거의 모든 신문사에서 쏟아져 나왔다.
대량의 물량을 매도하며 어느 정도 자금을 확보한 후,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내 지분을 사기위해 주식을 고의적으로 떨어트리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쏟아지는 대량의 매물과 신문 기사들의 콜라보는 견고해 보이던 조선전자 주식 신화를 한 순간에 패닉셀링의 현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거의 매일 사이트카(sidecar)가 발동하며 하락의 충격을 막아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조선전자 주식이 국민 주식이 되던 시기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주식들의 가치는 떨어지기 시작하였고, 너도 나도 얼마 손해를 보았다는 SNS 게시물들만 보였다.
사실 이득을 본 금액을 다시 반환한 것뿐인데도 원금보다는 이득을 본 금액이 자신의 원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성향 상, 모든 국민들이 조선전자의 주식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언론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내가 처음 조선전자의 주식을 사기 시작했을 때보다 거의 반 토막이 났을 때, 본격적으로 춘서기 조선호텔 사장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주식들을 쓸어 담을 기세로 모조리 매수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주식을 사주는 것 때문에 고맙다는 SNS 상에서의 인사말과 호구가 나타났다는 게시물들이 늘어가다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외국 자본들이 합세를 시작하니, 다시 무섭게 가격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다시 매일 사이드카가 발동하며 상승세를 막아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춘서기 사장이 필요한 만큼의 주식을 확보하였을 때는 이미 기존의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였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그 놈이 권한이 없다니!!”
너무나 황당한 소리를 듣게 되니, 정신이 멍해진 춘석진 회장이다.
“약속한대로 시간을 맞추어 주식을 팔려고 하였을 때는 자신에게 권한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당한 것 같습니다.”
차분한 비서실장의 말에 더욱 흥분한 춘석진 회장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뭐라? 우리가 당해? 네 놈이 당한 것이겠지! 네 놈이 다시 주식을 가져오던지! 네놈 목을 가져오던지 해야 할거다! 내가 가만 둘 것 같아? 네 놈들 가족들까지 모조리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제 가족들까지 건드리시는 건 너무 한 것 아니십니까? 뭐 죽이시기라도 하시려고요?”
너무나도 차분한 비서실장의 모습에 춘석진 회장은 그제야 어느 정도 상황을 눈치 채게 되었다.
“네놈도 넘어간 거였냐? 누구냐? 그 딴따라는 아닌 것 같고.”
순식간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태를 파악하려는 모습은 역시나 한 그룹을 이끌어나가는 총수의 본모습이었다.
“그동안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뻔히 저의 미래가 보이는데, 살길을 찾지 않는 게 바보겠죠. 여기 사직서입니다. 바로 처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조심히 책상위에 내려놓은 사직서를 바라보던 춘석진 회장이 비서실장에게 말을 하였다.
“내가 가만 둘 줄 아나? 그 동안 나한테 거역한 놈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네 놈이 더 잘 알 텐데?”
“이철진 기자처럼 말입니까?”
“그래. 그놈을 포함해서 나한테 대항한 놈들... 설마 네놈!!”
비서실장은 그런 회장을 바라보며 손목의 매직워치를 보여주었다.
“매직워치가 좋더군요. 녹음기보다 음질도 좋고, 클라우드도 되고, 무엇보다 영상도 또렷이 잘 녹화되더군요. 법정에서 다른 인물이라고 하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나를 처벌할 법관이 있을 것 같아?”
“이미 회장님의 왕국은 반으로 나누어졌습니다. 그럼 영지도 반인데, 그 정도면 법관들의 반도 우리 편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방금 하신 말씀도 녹화되었습니다. 법무팀과 잘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전 이만.”
짧게 목례를 하고 회장실을 나가는 비서실장을 불타는 눈으로 바라보던 춘석진 회장은 다짐을 하였다.
“전부 박살내 버릴 것이다! 감히 내 것을 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