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조선전자의 일은 이제 마무리가 되었다.
조선그룹은 조만간에 그룹 분리를 할 예정이고, 나와 춘서기 사장의 조선전자 지분을 합하면 42%에 육박한다.
새롭게 조선전자를 지주회사로 하여 그룹 분리를 계획 중이고, 내 지분은 일 년에 2%씩 그때의 시세에 맞추어 거래를 하기로 약정을 맺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워낙에 긴박했었던 순간들이었고, 여러 연결고리들 중에서 한 곳만이라도 삐끗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고비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나는 거의 실시간으로 [까치]를 이용해 관련자들을 감시하고 정보를 전파하였다.
내 정확한 정보력을 기반으로 춘서기 사장과 박홍석 비서실장은 정확하고 은밀하게 행동을 하였고, 결과적으로 내가 계획한대로 잘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춘석진 회장은 온갖 혐의로 검찰에 고발이 되었는데, 그룹 분리에 신경을 못 쓰도록 박홍석 비서실장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으아~ 이제 끝이구나.”
“사부님! 펌웨어 끝나셨슴까? 그럼 저 이것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내가 기지개를 켜고 있으니 조민이가 그 틈을 노려 질문을 해왔다.
“뭔데?”
“이거 탄소 포집 장치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서요.”
“디버깅은 해봤어?”
“넵! 소프트웨어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슴다!”
요즘에 민이는 아담이에게 배우는 단계를 넘어서서 스스로 연구를 하는 단계까지 성장을 하였다.
나처럼 아카식 레코드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지도 않았는데,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게으른 천재]라더니 흥미가 생기는 연구는 밤을 새워서라도 하는 독종이었다.
단점은 연구가 끝나면 나를 귀찮게 한다는 것이다.
뭘 연구하면 좋을지 나에게 자꾸만 상의를 해오는데, 너무 어려운 주제를 던져주면 오히려 나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해서 힘들었고, 너무 쉬운 주제를 주면 금방 끝내고 지루해 했다.
정확히 수준에 맞추어 연구 주제를 주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크로스토크 일어나고 있네. 요거 두 개 선이 평행해서 노이즈가 전도되는 것 같은데? 이거 누가 아트웍 했냐?”
“아담쓰! 컴온!”
- 크흐흐흐! 눈치챘군! 누나는 아트웍 비용을 입금하지 않았지! 감히 후불을 말하고 처리를 안 해줘? 내 그럴 줄 알고 일부러 문제를 만들어 남겨놓았지!
회로상으로는 문제가 아니지만, 아트웍을 하며 회로기판을 만들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일부러 만들어 놓았다는 소리다.
“야! 저번에 입금 한 거 남았잖아! 만원 부족한 거 가지고 너무하네!”
- 땅을 파봐! 백 원이 나오나! 지금이라도 잔금을 입금한다면 제대로 된 이 회로기판은 누나 것이 될 것이고! 아니라면 이건 내 냄비 받침이 될 것이다.
“스톱. 아담이 너 연구소 공금으로 PCB 뜨면서 하나는 일부러 불량을 만들었다는 거네? PCB 한판 뜨는 데 30만원 아냐?”
- 아님다! 저는 단골이라 25만 원임다!
“우리 연구소가 단골이겠지. 민이 너는 만원 얼른 주고, 기판 새로 받아서 납땜 시작해. 그리고 아담이 너는 이번 달 월급에서 25만원 차감한다.”
- 크읔!! 역시 대마왕! 그러나 세금 미포함 가격인줄은 몰랐겠지? 크크크크
“2만 5천원어치 윤활유 빼간다. 알겠어?”
- 크헝!
[띠리링!]
[멍! 멍! - 힐링 그룹 비서실입니다! 충성!]
셋 중에는 쫄랑이가 최고로 낫다.
“어. 그래. 고마워. 전화 받았습니다.”
[부회장님. 사우디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 네. 제가 정신이 없었군요. 조만간에 사우디 출장 계획을 잡아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그게 아니라 다음 주에 무함마드 빈 알파티흐 왕세자께서 국내로 입국을 하시니, 시간을 내주셨으면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제가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만들었네요. 알겠습니다.”
[사우디 측에서도 부회장님이 조선그룹 건 때문에 바쁘셨다는 건 알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다만, 한국에 방문을 하면 꼭 좀 만나고 싶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비서실에서 시간 조율 해주세요.”
[네. 부회장님.]
힐링 그룹의 부회장 직속 비서실은 또 다시 비서실장이 공석이 되었다.
내가 워낙에 출근도 잘 하지 않으니 할 일이 별로 없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저번 비서실 회식 때 엄청난 불만들을 토로하였다.
그룹 내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이 바로 내 직속 비서실인데, 자신들이 나와 만나지 못하니 내 의중을 알 수 없어, 다른 부서들과의 의사소통에 항상 시간을 달라고 하는 점이 힘들다고 하였다.
가장 엘리트 집단이라는 자부심이 있는데, 그게 자꾸만 무너지게 만드는 상황에 자괴감이 든다고 하였다.
그리고 내가 바로 응답을 해주면 모르겠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그룹 내의 관련한 인력들이 전원 대기를 해야 하니, 그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을 해왔다.
황재성 회장님 쪽에서 하던 일들도 슬슬 이쪽으로 넘어 오다보니 더욱 그런 경향이 심해졌다.
미래 그룹과 합병을 하면, 미래그룹 비서실과 황재성 회장님 쪽 비서실을 내 비서실과 통합하여 그룹 내 회장 직속 비서실이 될 예정인데, 지금처럼 이런 시스템이면 그룹이 마비될 수도 있다고 하였다.
사실 힐링 그룹은 각 계열사들마다 믿을만한 사람들로 CEO를 임명하고, 자율 체제로 전환해 놓았으니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믿을만한 사람으로 비서실장을 임명하던지, 내가 그룹 사무실에 나가던지 해야 할 것 같다.
‘음.. 믿을 만한 사람이라..’
나는 연구실을 주욱 둘러보았다.
저질 허리춤을 추는 아담이와 인두기 연기에 눈을 연신 깜빡이는 조민, 충성송이라는 이상한 노래를 작곡해 부르며 펌웨어 공부를 하고 있는 쫄랑이.
나의 최측근들이다.
‘차라리 인공지능이 낫겠다. 그래! 그게 낫지! 나에게 꼭 보고 하고 허락을 맡아야하는 경우 말고는 평소 내 성향과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면 될 것 같은데?’
나는 내 양자컴퓨터에 저장된 내 행동 데이터들을 기초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조선시대 조선왕조실록처럼 나의 모든 상황들과 판단들을 양자컴퓨터에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기록하여 내 후계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나만의 힐링실록이다.
‘거기에 황재성 회장님의 판단도 같이 가미하고, 자문위원들의 의견과 전략실의 의견까지 참조할 수 있게 만들면 나보다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거야.’
물론 바로 실행하지는 않고, 계속해서 인공지능의 판단을 확인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조금씩 적용을 할 생각이다.
딥러닝 기술을 베이스로 만들었으니 조금 잘못 된 부분이 있더라도 알아서 공부하고 보완을 할 것이다.
‘이참에 아담이 인공지능도 이걸 조금 끼얹어줘?’
해맑게 웃으며 민이에게 머리를 맞고 있는 아담이를 보다가 포기를 하였다.
‘아담이는 그냥 아담이지. 그대로 둬도 될 거야. 이미 내 손을 떠난 아이야.’
자식이나 동생이 마음에 안 든다고, 정신 개조를 시킬 수는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줘야 한다.
- 우어!! 천운님! 살려주십쇼! 민이 누나가 저를 해킹하려고 함다!!
“아니! 인공지능 알고리즘만 살짝 손봐준다니까? 너 정신이 약간 이상한 거 같아!”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 줘야 한다.
“감사함다! 사부님. 제가 차를 보는 눈이 없어서 걱정 많이 했는데, 이렇게 직접 데려다 주시고 차도 같이 봐주신다니 감개가 무량 하옵나이다!”
“적당히 해라. 길바닥에 내려주기 전에.”
“넵!”
드디어 조민이가 차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은 모아둔 돈들이 있기는 하였지만, 넉넉하지 않아 최대한 아끼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월급을 받고 있으니 차를 사고 싶다고 하였다.
“연봉의 절반 가격의 차를 사라고 하였슴다! 그러면 ‘라이트닝’ 중고차는 살 수 있슴다!”
생산 공장의 확충으로 [라이트닝]의 생산량이 예약 주문량을 따라잡았다.
그래서 다시 중고차 시세 차익을 노려 많이 사놨던 세력들이 황급히 팔아치우기 시작하였고, 중고차 가격은 떨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인천? 고양시나 파주시에도 중고차 판매하는 곳 있는데, 인천까지 가?”
내 질문에 민이는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다.
“사진을 보니까 거의 새차임다! 운행 거리도 얼마 안 되고, 옵션도 풀 옵션임다! 그런데 가격은 일반 ‘라이트닝’ 중고차보다 500이 더 쌉니다! 팔리기 전에 전화해서 바로 간다고 따로 빼놓으라고 사정을 했더니, 바로 오라고 해서 가는 중인 검다!”
[라이트닝]은 원래 풀 옵션 한가지이다.
‘뭔가 조금 이상한데..’
시장 논리상 좋은 차가 가격이 쌀 리는 없다.
정상가격으로 팔아도 팔리는 차인데, 무슨 이벤트도 아니고 무작정 싸게 판다니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처음으로 자신의 차를 산다는 기쁨에 흥얼거리는 민이를 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 속 깊은 곳에 담아두었다.
‘이것도 경험인데, 문제 생겼을 때 도와주지 뭐.’
“어이고! 잘 오셨습니다. 아..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오셨나요? 방금 나가버렸는데.”
“네? 그런 게 어딨슴까! 제가 사정사정 했는데요! 따로 빼놓으신다면서요!”
“아니! 현금을 딱! 내시는데 어떻게 안팝니까? 솔직히 그쪽이 안 오실 수도 있는데 마냥 기다립니까?”
오히려 당당하게 말을 하는 중고차 딜러를 보니 역시나 내 생각이 맞은 것 같았다.
‘멀리서 오셨는데, 다른 좋은 차들도 있으니까 우선 구경이나 해보시죠.’
내가 속으로 딜러의 다음 말을 예상해 보았다.
“멀리서 오셨는데, 다른 좋은 차들도 있으니까 우선 구경이나 해보시죠.”
역시나 전형적인 수법으로 나왔다.
나는 힘들게 움직이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 있기로 하였고, 민이는 홀로 중고차 딜러를 따라 차를 구경하기로 하였다.
잠시 뒤, 열심히 말을 하는 딜러와 멍한 표정의 민이가 같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니! 이게 경매로 들어온 거라서 싼거라니까요? 경매 아시죠? 저 아니면 이 가격에 절대 못 가져오죠! 저도 조금은 남겨야 하는데, 멀리서 오셨다가 원하는 차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특별히! 그 차를 보여드린 겁니다! 아니시면 제가 타고 다니면 되니까 상관없어요!”
그 말에 민이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차를 사기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는 것 같았다.
딱 봐도 나에게 부탁해서 멀리서부터 왔는데, 빈손으로 가면 괜히 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것 같고, 다음에 또다시 부탁하기도 미안할 것 같아 차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냥 사려고 하는 것 같았다.
“민아. 차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지 않아도 돼. 네가 원할 때 언제든지 내가 같이 와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 말에 서류에 사인을 하려던 민이가 황급히 볼펜을 내려놓았다.
“아니! 거기 사장님은 누구시길래 남의 장사를 방해하는 거요? 이 여자 남자친구라도 돼? 어!”
“우리 사부님한테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장 사과 하십쇼!”
“허! 이것들이 아예 작정하고 왔네. 야! 다들 와봐라. 이거 완전히 사기꾼들이 왔네.”
그 말에 옆 사무실 쇼파에 앉아있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형님?”
“이것들이 장난 하는 겁니까?”
“야! 니들이 우리 형님 가지고 노는 거냐? 어?”
남자들이 몰려들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자, 민이는 내 앞을 가로막고 나를 지키려고 하였다.
“네놈들 그냥은 못나가 알겠어? 그리고 내 기분도 나쁘게 만들었으니까 오백 더 올려서 내놔! 어이! 거기 너! 빨리 싸인해! 볼펜 들어!”
주변의 남자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며 위협을 하기 시작하였다.
“당신들 가까이 오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경찰? 내 조카가 여기 지구대장이야! 불러봐!”
경찰을 부르겠다는 민이의 말에도 비웃으며 사인을 강요하고 있었다.
“오케이. 거기까지. 진짜 당신 조카가 경찰이면 조카까지 같이 징계를 받아야겠네.”
의자에 앉아있던 내가 말을 하자, 딜러가 나를 보며 이죽거리며 말을 하였다.
“뭐야? 여자 앞이라고 가오 잡는거야? 허 참. 이봐 아저씨.”
“됐고! 당신 때문에 중고차 시장은 없어지는 거야. 그것만 알아둬.”
더 이상 듣기 싫어져서 나는 딜러의 말을 끊었다.
“비켜.”
내가 말을 하니 남자들이 헛웃음을 치며 나에게 다가왔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폼 잡다가 맞으면 안 아플 거 같냐?”
내 어깨를 밀치는 그 남자를 무시하고 그대로 걸어갔다.
“어? 어! 뭐야.”
내가 걸어가며 나를 밀치던 덩치가 커다란 남자가 연신 뒤로 밀려나니, 그 옆의 남자들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뭐야! 운동 좀 한 놈이야?”
“야! 우선 한 대 쥐어 패! 운동만 한 놈들은 한 대 맞으면 아무 소리 못한다고!”
그러나 아무도 나서지를 못했다.
서로 소리만 지르고 폼만 잡을 뿐이지 직접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민아. 가자. 중고차는 너희 할아버지랑 나랑 이야기해서 중고차 거래 회사 만들면 그때 거기서 사.”
“넵! 알겠슴다!”
험악한 인상의 남성들이 나타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안절부절 못하며 내 걱정을 하던 민이가 내가 그냥 밀고 나가자 내 뒤에서 신나하며 따라왔다.
“사부님! 그냥 한 대씩 쥐어 패주시지 왜 그냥 왔슴까?”
“야. 내가 무슨 깡패냐? 그건 폭행이지.”
“아니. 그럼 그놈.. 아니 그 사람들이 사부님 공격했으면 어쩌시려고요!”
“그 놈들은 사람 못 쳐. 그냥 폼만 잡는 양아치들이야. 그리고 치면 좋지. 합의금으로 집안 거덜내주면 되니까.”
자신이 힘 좀 쓴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실상 별로 강하지 않으면서 언제든지 힘을 쓰려고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진짜 프로 운동선수들이나 격투기 선수들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자신의 몸이 얼마나 위험한 흉기인지 확실히 인지하고 있고, 실력이 늘어갈수록 시비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은 진정한 프로들이 아니다.
물론 나도 프로는 아니지만, 내 몸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운동과 격투 게임으로 단련된 격투 능력.
실제 격투가들의 데이터를 이용해 내 전용 격투 게임을 만들었다.
그 게임으로 단련된 나에게 자꾸 아담이가 도전을 해오는데, 저번에는 또다시 모은 전 재산을 탕진해 격투 전문 몸체를 만들어 내었다.
물론 연구소 비품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리고 그 몸체는 지금 조각이 나서 상자에 들어가 있다.
차마 버릴 수가 없었던 아담이가 울며, 언젠가는 업그레이드를 하겠다고 보관해 놓은 것이다.
티탄산바륨주석합금으로 만들어진 뼈대가 나의 발차기 한 번에 구부러졌을 때, 아담이는 슬픔의 비명을 질러대었다.
그리고 내 로우킥에 정강이 부분이 완전히 부러졌을 때는, 더 이상 부수지만 말아달라고 비는 게 너무 불쌍해 보여서 그 정도로 끝내고 돌아섰다.
그러나 아담이는 쫄랑이의 대사인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를 외치고 달려들다가 박살이 났다.
이런 내가 인간을 상대로 주먹을 쓰면 큰일이 일어난다.
“민이 너가 한 번 만들어 볼래?”
“네? 어떤 걸 말씀임까?”
“중고차 거래 시스템.”
“제가 말임까?”
“네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냐? 미래그룹의 자동차들하고 우리 회사 자동차들을 대상으로만 해도 되지. 공인된 우리 정비기사들이 철저하게 정비를 하고, 1년 간 보증까지 해주면 누가 안 사겠냐? 지금까지는 중소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놔서 못한 거지. 이제는 그것도 지정하지 않게 되었잖아. 소비자들도 그걸 더 원할 걸?”
내 말에 민이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본인이 중고차를 구매하려고 알아보다보니, 온갖 사기와 기만행위들을 알게 되었고, 방금 전에는 강매를 당할 뻔도 하였다.
“영업 사무실은 전국에 있는 힐링 센터에 마련해 줄게. 회사 직원들 붙여줄 테니까 한 번 해봐.”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많이 걱정하는 모습으로 나에게 말을 해 왔다.
“잘 못하겠지.”
“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누구나 처음은 있고, 간혹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대부분은 어설프겠지. 그래도 노력하다보면 늘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이번에 경영보조 AI 만들었는데, 이게 도와줄 거야. 너무 걱정 마.”
걱정이 많아 보이는 민이를 보며 괜찮을 거라고 계속해서 말을 해주었다.
나 못지않게 연구 개발 쪽의 천재인 민이를 나는 내심 자동차 분야 CEO로 내정하고 있었다.
물론 전문 CEO와 경영보조 AI가 보조를 해주어야겠지만, 개발 쪽은 믿을 수 있었다.
내가 이론과 개념을 설명해주면, 민이의 주도하에 아담이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실수도 많았고 개발 속도도 늦었지만, 지금은 대단한 수준에 올라서게 되었다.
내 눈에는 아직도 어설펐지만, 어차피 그런 부분은 시간과 내가 해결해주면 되는 문제이다.
조강모 큰 회장님이 건설 쪽을 가장 신경 쓰시고 중요하게 생각을 하시지만, 사실 가장 사랑하는 사업체는 자동차이다.
어렸을 때부터 돈을 번다면 무조건 좋은 차를 타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국내에 차를 만들어 파는 업체가 없었다고 한다.
그 때 꼭 자신의 손으로 만든 차를 타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였고, 건설 회사가 자리를 잡자 바로 자동차 사업에도 뛰어 드셨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 제 1의 자동차 회사가 되었고, 가장 사랑하는 사업체는 자동차라고 자신의 자서전에도 적어 놓으셨다.
지금도 유일하게 많은 돈을 들이는 취미가 자동차 수집이시다.
그리고 미래그룹의 사업체 중에서 가장 민이의 성향과도 잘 맞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이다.
끊임없이 연구 개발을 해야 하는 분야이다 보니, 지루할 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루해 할 즈음에는 내 로드맵 상 항공과 우주 산업 분야까지 진출할 생각이니, 중고차 회사를 잘 운영한다면 기회를 줘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낙하산 인사로 자동차 분야 CEO로 내려 보낸다면, 아무리 큰 회장님의 손녀라고 하더라도 배척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천천히 능력을 보이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
‘큰 회장님의 가장 사랑하는 사업체는 가장 사랑하는 손녀가 물려받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지.’
내 큰 그림을 모르는 민이는 계속해서 걱정되는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너무 걱정마. 잘 할거야.”
“아! 점심 뭐 사드릴지 고민하고 있었슴다! 제가 사드리기로 하였잖슴까! 국밥에 막걸리 어떠심까?”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밤 막걸리로.”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