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7화 (127/170)

둘이 합쳐 별이 6개.

힐링 그룹과 미래 그룹 최초의 공동 사업체는 중고차 판매 사업체인 [아나바다]가 되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

IMF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고 만든 운동이다.

나와 조민, 아담이, 쫄랑이까지 넷이서, 최고의 두뇌들을 합하여 만든 이름이다.

치열한 토론과 투표 끝에 이름이 정해졌다.

물론 토론 과정에서 무조건적인 나에 대한 지지를 불만으로 느낀 아담이의 반항과 나의 무력진압 사건이 있기는 하였지만, 평화적으로 잘 해결되었다.

힐링 그룹과 미래 그룹의 통합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최초의 사업은 중고차 사업이 될 것이라는 발표를 하자, 대부분의 국민들이 열렬히 환호를 하였다.

그동안 중고차 상인들의 횡포가 너무 심했다는 반증이다.

사실 자동차에 대해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는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런데 그 정도의 지식이 없으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사기를 당하는 게 이 중고차 시장이었다.

모르는 게 바보고 당하는 사람이 잘못이라는 말까지 있는데, 누가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논리라면 사기를 치는 사람보다 당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말이 된다.

가해자를 욕해야지 당한 피해자를 욕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 싶지만, 의외로 그런 소리를 많이들 한다.

워낙에 중고차 사기가 많은데, 아무런 준비 없이 시도했다가 당하는 걸 경계하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과격하게 표현한 것 같다.

안 그래도 할 게 많은 현대 사회에서 자동차에 대한 지식까지 갖추라고 하는 건 너무 심한 것 같다.

그것도 반 전문가 수준의 지식이 필요한데, 말이 안 된다.

그런 이유로 일반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국내 최고의 자동차 생산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환영하고 있었다.

어차피 미래 그룹과 힐링 그룹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다보니, 대부분의 중고차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되어 버렸다.

물론 중소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아주 조금은 있었지만, 중고차 상인들의 광고비를 받은 조그마한 인터넷 매체였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규모의 신규 사업체의 CEO로 조민이가 내정되었다는 소식에는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

모두들 조민이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였고, 그녀의 너튜브 채널 구독자는 엄청나게 늘어버렸다.

조민이는 그렇게 원하던 너튜브 스타의 꿈을 반 은퇴 상태에서 하게 되니, 많이 허탈해 하였다.

역시나 무언가를 할 때, 성공과 실패는 전혀 예측할 수가 없는가 보다.

어쨌든 모두의 우려 속에 신임 CEO로 취임한 조민이는 열심히 관련 업무를 하고 있었다.

“사부님. 도와주십쇼! 결정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은행과 연계하여 대출을 해주는 서비스를 추천 드립니다. 은행 측에 상주할 직원을 요청하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사부님.”

조민이를 지켜보던 나는 한 마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이 조 대표. 도대체 AI한테 왜 사부님이라고 하는 거냐?”

“아하하.. 사부님의 지혜를 빌려주는 보물이니, 저에게는 사부님과 똑같지요!”

잘하고 있는지 확인 차 들렀는데, 이러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AI한테 물어보고 있는걸 보니, 일부러 그러는지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점심 메뉴도 물어본다고 하는데, 그건 나도AI가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아무튼 사업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잘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난 간다. 한동안 연구소는 못 오지?”

“넵! 일요일에 퀘스트만 같이 해주십쇼! 정상화되면 그때 연구소로 출근 하겠슴다!”

“어. 그래. 적당히 쉬면서 해라. 알겠지?”

“넵! 알겠슴다! 일이 재미있지만, 사부님의 지시사항을 잘 이행 하겠슴다!”

민이는 의외로 회사 경영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일을 재미있어 하기 시작하였다.

왜냐하면 이론대로 사업체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부터는 양자역학보다 더 어렵다며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전에는 처음부터 경영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였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아 관심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반 강제적으로 시켜서 하다 보니 의외로 재미를 붙여가고 있었다.

일요일에 퀘스트를 한다는 일정은 변함이 없지만, 나머지 시간들은 본격적인 CEO모드에 돌입을 하였다.

“대우야! 괜찮은 거야? 응?”

“엄마. 으읔”

“거 아픈 애 너무 심하게 흔들지 말어. 아직 뼈도 안 붙었다고 하잖아.”

“너무 걱정되니까 그러죠. 대우야! 괜찮아?”

“심하지 않아요. 조금 통증이 있어서 그런 거지.”

“많이 아픈 거야? 그러니까 운전을 조심해야지!”

“운전은 조심했죠. 그런데 반대편에서 오던 육공트럭한테 길을 피해주다가 그만..”

“그만하면 됐다. 너도 크게 다치지 않았고, 부대원들도 심하게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하더구나. 몸만 얼른 나으면 될 것 같으니 몸 조리 잘 하거라.”

“네. 아버지. 농사일 바쁘실 텐데, 죄송해요.”

“됐다. 사내놈이 그런 걸로 의기소침해하지 말고, 몸 조리 잘해.”

“네. 오늘 바로 내려가세요?”

“아휴.. 소 밥도 줘야 되고, 논에 장비 신청해놔서 날짜 변경이 안 된다네. 거 스케일인가 뭐신가 있다고 날짜를 못 바꿔준다고 해서 어쩔 수가 없어. 그리고 너네 아버지가 동네 이장인데, 한 창 바쁠 때 자리를 비울 수야 있겠니?.”

“스케줄이요?”

“어! 그래. 그거. 역시 대학교까지 보내놓으니까 똑똑하네.”

“거! 적당히 하고 나와. 지금 가야 막차라도 타고 들어가니까.”

“아쉬워서 그러지. 당신도 아들내미 걱정 엄청 해놓고 아닌 척 하시기는!”

“크흠..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어여 나와. 몸 관리 잘 하고.”

“네. 죄송해요.”

정대우 일병은 운전병이다.

그제 사단 훈련 중에 반대편에서 마주오던 두돈 반 육공 트럭을 먼저 보내주려고 비켜주려다, 논두렁에 차가 빠져 전복이 되어 버렸다.

정대우 일병 또한 육공 트럭을 운전하고 있었고, 뒤 쪽에 7명이 더 타고 있었다.

차가 한 바퀴 반을 굴렀지만, 다행히 아주 크게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망 사고가 났거나, 후유장애가 남았다면 죄책감이 심했을 것인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 또한 큰 이상 없이 갈비뼈만 잘 붙으면 괜찮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자신 때문에 다른 장병들이 다쳤다는 사실이 자신의 몸이 아픈 것 보다 더욱 더 자신의 마음을 괴롭혔다.

그러던 중에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네? 제가 형사처분 대상이라고요?”

“하아.. 나도 이게 참 뭐 같기는 한데, 군용 차량들도 보험이 가입되어 있는 건 알지?”

“네. 교육시간에 들었습니다.”

“그래. 그런데 그건 민간인하고 사고 났을 때의 경우고, 너는 같은 군인들 대상으로 사고가 난거라 이게 조금 애매하다.”

소대장님은 말을 해주시면서도 많이 미안해했다.

“군인이 다치면 국가가 배상해야 하는 국가배상법에 2중 보상이 금지돼 있어서 보험 약관에서 빠져있다. 불합리한 조항이기는 한데, 그것 때문에 형사 처벌 안 받으려면 네가 다친 애들 치료비하고 진단비를 내줘야 하고, 합의를 봐야 할 것 같다. 미안하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결국은 자신이 사고를 낸 뒤처리를 해야만 형사 처벌을 면한다는 것이다.

“그럼. 얼마를 내야 하는 건가요?”

“내가 애들 다 만나봤는데, 전치 2주에서 4주 사이 니까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애들하고 부모님들도 다들 괜찮다고 해주시고, 합의금도 필요 없다고 해주시니 병원 치료비 150만 원 정도면 될 것 같다.”

다행히 엄청나게 큰돈은 아니었다.

“다행이네요. 그 정도면 제가 모아둔 돈으로 해결이 될 것 같습니다.”

군 입대 전에 모아둔 다음 학기 등록금에서 사용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한 놈이 문제다. 다 같이 있을 때는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말을 바꾸더라. 그리고 그놈 부모님들도 다른 병원으로 옮겨달라고 해서 병원비도 더 나올 것 같은데, 내가 아무리 설득을 해봐도 요지부동이다.”

“그러면 어떻게..”

“직접 만나서 설득을 해보던지 해야 할 것 같은데.. 부모님하고는 연락 되지? 부모님 도움을 받는 건 어떠겠냐?”

안 그래도 바쁜 시기이시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한 번 올라오신 것만 하더라도 너무나 미안했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이니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학교를 다니고, 군대까지 오게 되니 자신이 어른이 된 줄 알았는데, 이런 일 하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걸 보니 아직은 한참 멀었나보다.

“알겠습니다. 제가 연락해 보겠습니다.”

소대장님에게는 씩씩하게 말을 하였지만,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매직워치에 엄마의 연락처를 띄워만 놓고,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논에 나가있으실 시간일 텐데.. 하아..’

집안 형편상 대학을 다니는 것만 하더라도 너무 미안했다.

원룸 월세와 생활비야 자신이 어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다고 하더라도, 등록금은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대학교에서 생활하다 첫 방학을 맞이하여 집에 들렀을 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소우]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중학생 때 태어난 그 아이는 자신의 동생 같은 아이였다.

직접 사료도 챙겨주고, 산에서 좋은 풀도 베어다 특식을 주고는 했다.

이름도 자신의 이름을 따, 대우의 동생이라는 뜻으로 소우로 직접 지었다.

엄마한테 물어보니 망설이시다 말씀하셨다.

“너 입학금이랑 등록금, 원룸 보증금이 필요해서.. 미안해...”

그때 알게 되었다.

우리 집은 가난하다는 것을.

그 전에는 전혀 몰랐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거야 다른 친구들도 다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시간이 없고, 선생님들한테 혼날까봐 PC방에서 많이 못 놀았던 것이지, 돈이 없어서 못 논 건 아니었다.

스마트폰이 있었고, 필요한 물건들도 전부 있었다.

자신이 한 번도 가난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대학생활을 위해서는 동생 같은 아이를 팔아야만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엄청난 현실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 뒤로 방학이 되어도, 집에 내려가지 않았다.

계속해서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주변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자신은 그보다 더욱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하아.. 집에 돈 없을 텐데..’

도대체 얼마를 요구할지 모르기에, 그리고 얼마를 주는 게 맞는지도 모르니 눈앞이 깜깜했다.

그래서 더욱 엄마에게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아들?]

한 참을 받지 않아 전화를 끊으려는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엄마는 전화를 받아버렸다.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준비하던 말들이 전부 헝클어져 버렸다.

[어쩐 일이야? 아직 많이 아파? 밥은 잘 먹고 있었고?]

여전히 내 말보다는 엄마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하신다.

그래서 더욱 미안했다.

“응. 잘 먹고 있고, 이제는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런데.. 엄마.”

[그짝에 잘 잡으쇼! 아따 거기 말고! 응! 아들. 그런데 지금 많이 바쁜데 이따 하면 안 될까?]

“아.. 그게.. 알겠어. 이따가 괜찮을 때 전화 좀 주세요.”

[... 쫌만 쉬어따가 합시다! 나 아들내미랑 통화 좀 허고 올랑께! 저 짝에 막걸리들도 한 사발씩 허고! 그라제 우리 천운이가 보낸거니께 다들 맛나게 드쇼! 일 못 헐 정도로 드시믄 안되는 거 알지라? 아들. 무슨 일 있어? 말해봐.]

자신은 여전히 엄마를 속이기는 힘든가보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형사 처벌 가능성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을 하였다.

결국은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도로 삼켰다.

그저 상황이 이러니 도움이 필요하다고만 하였고, 평소라면 본인이 궁금한 이야기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막 하셨을 텐데, 이번에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한 번도 끊지 않고 들으셨다.

[우리 아들 많이 놀랐지? 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

“엄마가요? 어떻게..”

[너 미정이 이모 알지?]

이미정 이모.

아버지랑 엄마의 어렸을 때 친구시라고 알고 있다.

아버지의 첫사랑이어서 엄마와 아버지가 싸우실 때면 항상 나오던 이름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아.. 그 분이요? 그런데 그 분이 왜..”

[미정이 이모네 아들이 유명한 사람이야. 우리한테는 조카지. 그리고 너한테는 사촌형이나 마찬가지이니까 도와 줄 거다. 마침 옆에 미정이 이모 있어서 같이 들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저 엄마와 아버지의 대화에서만 잠깐씩 등장하던 분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도움을 준다고 하시니 어떨떨 하였다.

어떻게 보면 자신과는 하나도 모르는 사이인데도, 부모님과의 인연으로 도와주신다니 너무나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우리 천운이가 이렇게 하면 같이 통화된다고 했는데.. 대우야. 나 미정이 이모야. 들리니?]

“어? 네. 안녕하세요.”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말고 쉬고 있어. 내가 우리 아들 보낼 테니까 만나면 너무 놀라지 말고.]

“아.. 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놀라지 말라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모르는 사람이 올 거니까 놀라지 말라는 것인가?

‘뭐. 같은 사람인데 뭘 얼마나 놀라려고?’

엄청나게 많이 놀랐다.

“어? 어?”

“너가 대우 맞지? 천운이라고 한다. 운이 형이라고 불러. 순희 이모한테 다 들었다. 우리 법무팀이 그쪽이랑 만나러 갔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들어보니까 10대 중과실 사고도 아니어서 전치 1주당 50만 원 정도가 보통이라고 하는데, 많이 요구해도 500만원 안쪽에서 해결 될 거야.”

“아.. 네. 그런데 진짜 힐링님 맞으세요? 그 힐링 그룹 부회장님?”

“짜식이 형한테 힐링님이 뭐냐? 운이 형이라고 불러봐.”

“어.. 운이 형...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인지 환상인지 정말 모르겠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하나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도대체 엄마는 누구를 보낸거야?’

그런데 이야기를 계속하다보니, 생각보다 엄청 대단한 사람으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진짜 형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말 형으로 느껴졌다.

“이야! 편의점 알바라니. 고생 많았다야. 나도 대학 다닐 때 엄청 많이 했었는데, 밤 근무면 술 취한 사람들 때문에 짜증 많이 났겠는데?.”

“그러니까요! 계산도 안하고 뚜껑부터 까서 마시면 정말! 아우!!”

“꼭 한 명씩은 토하고 그러지 않았냐?”

“어!! 맞아요! 하하하. 형도 그랬구나!”

그렇게 열심히 공감대를 형성 중에 갑작스럽게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느껴졌다.

“안녕하십니까.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사단장 소장 최중석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천운이라고 합니다.”

“헉! 충성!!”

“자네가 정대우 일병인가? 이야기는 들었네. 내가 합의 안 해준다는 장병에게 지시할테니, 너무 걱정 말게.”

“사단장님. 그건 월권입니다. 아무리 부하 장병이라도 그건 법에서 정한 권리입니다. 제 동생 일이니 저희 법무팀에서 원만히 해결할 것입니다. 관여치 마십시오.”

“어이고. 네. 당연히 그러시는 게 맞겠죠. 하하하. 제가 부회장님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실수했습니다. 미안하네 정대우 일병. 형님한테 잘 좀 말해주게.”

하늘과 같은 별 두 개의 사단장님이 나에게 고개를 숙이셨다.

이 비현실적인 모습에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어버버’만 하고 있었다.

“부회장님. 우리 정대우 일병 군 생활은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중대장에게 들어보니 모범적인 생활을 한다고 하더군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중에 이번에는 다른 중년의 남성이 황급히 병실로 뛰어 들어왔다.

“어이고! 부회장님! 방문하셨다는 소리를 듣고, 급히 온다고 왔는데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제 막 도착해서 동생하고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육군참모총장님.”

“네. 청와대 만찬에서 한 번 뵈었는데, 기억을 해주시는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동생 사건을 들어보니, 운전병들의 보험 관련한 부분이 아주 이상하더군요. 어떻게 된 겁니까?”

“아.. 그건 법이 워낙에 그래놔서..”

“그래도 육군참모총장님 정도면 국정감사 때 이런 부분은 건의 하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제가 국회의원들한테 이야기 하는 건 국회의원들 압박하는 모양세가 되니, 총장님이 이번에 이야기 좀 해주시죠.”

“어이고. 그럼요. 당연히 해야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운이 형에게 굽신 거리고 있는 사람이 정말 육군참모총장인지 헷갈렸다.

옆에서 차렷 자세로 서있는 우리 사단장님을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왜 저렇게 운이 형에게 굽신 거리는지 모르겠다.

대기업 부회장이라는 게 저 정도로 힘이 있는 자리인건가?

사실 조선그룹의 반 토막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권력자들은 엄청난 긴장상태였다.

조선 공화국이라고 불리기까지 하던 나라에서 그 거대한 제국을 한 순간에 반 토막 내버린 이후로, 그 누구도 힐링 그룹과 천운 부회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대통령은 5년이지만, 대기업 회장은 평생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의 주인공을 한 순간에 뒷방 늙은이로 만들어 버린 게 바로 천운이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는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와 2위 그룹이 하나가 되는데, 그 그룹의 오너가 천운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정점에 서있는 권력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제 동생이 불편할 것 같은데 나가서 이야기를 하실까요? 한 10분 정도면 시간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어이고. 그럼요. 바쁘신 분이 신경을 써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리로 가시죠. 병원 앞에 카페가 있는데 조용하니 좋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대우야. 쉬고 있어. 형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이야기해. 치킨 먹을래?”

“어? 응. 치킨 좋지.. 어.. 치킨 맛있지..”

그리고는 다들 병실을 나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였다.

자신이 흙수저인 줄 알고 살았는데, 알고 보니, 다이아몬드 수저 옆에 나무 젓가락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군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 가장 떨리고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별을 본 순간이었다.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사단장, 별이 2개.

육군 참모총장, 별이 4개.

둘이 합쳐 별이 6개.

왠지 어떤 돌침대 브랜드가 생각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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