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돈이 된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알파티흐 왕세자와의 만남은 서울에 있는 송이의 스카이 호텔에서 이루어졌다.
“형제여! 어서 오시게나! 내 급한 마음에 참지 못하고 형제의 나라를 방문했다네.”
“왕세자님. 입구까지 나와 계시다니 너무 과하십니다.”
호텔의 로비에서 수행원들과 나를 기다리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하하하. 형제는 이 대한민국에서 왕족과 같은 위치에 올라섰지 않은가? 어느 누가 형제와 같은 나이에 스스로의 힘으로 그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을 것인가? 내가 형제의 형제라는 사실이 더욱 의미가 있어졌다네.”
한 나라의 지배자가 될 왕세자이자, 시가총액만 따진다면 세계 제일의 규모를 가진 에너지 회사의 소유주가 나를 인정하였다.
객관적으로 따져 봐도 그 에너지 회사의 시가총액과 근접한 2위 기업이 조만간에 내 회사가 될 것이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한 나라의 왕족, 그것도 왕이 될 자가 인정해주니 뭔지 모르게 뿌듯해져왔다.
“왕세자님이 그리 말씀해주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어서 올라가시죠. 서 있으시느라 힘드시겠습니다.”
“하하하하. 따지고 보면 이 왕세자 자리도 형제가 그려준 신화 때문이니, 전부 형제 덕분이네! 나한테는 형제가 은인이야.”
계속해서 나에게 살갑게 구는 왕세자와 함께 호텔 라운지로 올라갔다.
통째로 빌리셨는지 왕세자님의 일행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잠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고, 조선그룹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갔다.
“왕세자님. 대한민국 대통령과의 면담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옆에 서 있던 수행원이 조심히 말을 하였다.
“아쉽군. 형제와 이야기를 하면 이리도 기쁜데, 왕세자의 자리가 기쁜 일만 할 수 없으니 안타까워. 아무래도 내가 형제를 보고자 한 이유를 이제는 말을 해야겠군.”
무슨 일이기에 계속해서 나를 계속해서 사우디로 초청을 하고, 심지어는 참지 못하고 직접 오신건지 궁금하였다.
“네. 편히 말씀해 보시죠.”
“흠.. 내년에 내 왕위 즉위식이 있다네. 그런데 그 전에 내가 왕위에 어울리는 통치자라는 증명을 하고자 하네.”
이어지는 왕세자의 설명을 요약해보면, 자신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모두가 납득을 할 만한 업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계획하는 것들은 국방, 민생, 종교 예술이었다.
그중에 종교 예술 쪽을 나에게 부탁하고자 한 것이었다.
“나는 형제가 그 일을 맡아주었으면 한다네. 그런데 자네가 너무 큰 인물이 되어 버렸어. 그러기 전에 일을 맡기기 위해서 열심히 초대하였는데, 늦은 것 같군. 그래도 내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부탁을 좀 하겠네. 그리한다면 대한민국은 가장 싼 가격으로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가 될 것이네.”
나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해 오신 것 같았다.
나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제시하셨다면, 정중히 거절을 했었을 것이다.
할 일이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뭘 해야 하는지도 애매한 종교 예술에 대한 일을 맡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수출하는 원유의 가격을 할인해준다는 제안은 내가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원유를 싸게 수입을 할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소비자 물가는 엄청나게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원유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에게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실질적인 임금 상승 효과를 전 국민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꼭 해내야만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저를 너무 잘 아시는군요. 거절 못할 제안을 하시니 할 수밖에 없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종교 예술 작품을 만들어드려야 하는지요?”
“하하하하. 심리학자들을 대거 동원한 보람이 있군. 아주 좋네. 역시 형제는 왕에 어울리는 심성을 지녔어. 무릇 왕이라 하면 백성들을 먼저 생각해야겠지. 작품은 어떠한 것이라도 좋네. 내 나라의 사람들이 알라의 은혜를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라도 좋아.”
원청의 요구가 애매모호한 것만큼 힘든 게 없다.
‘상큼한 색상으로 해주세요.’
‘세련된 그 뭐가 있으면 좋겠는데, 전문가니까 잘 아시겠죠?’
‘필요한 정보는 전부 적어주시고, 깔끔하게 보이면 좋겠습니다.’
‘임팩트가 부족한데, 뭔가 빡! 하는 게 있으면 좋겠네요. 아시죠? 빡!’
말만 들어도 암에 걸릴 것 같은 말들이다.
그런데 그걸 한 나라의 왕이 될 사람이 나한테 던져주었다.
‘알아서 잘 해주게나.’ 이러면서.
‘하아.. 까라면 까야지 뭐..’
“아으!!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이슬람교가 뭔지, 수니파가 뭔지, 시아파가 뭔지 어찌 알아! 어후.. 머리 아파.”
- 무슨 일이십니까. 천운님. 천재 로봇 아담이가 있습니다.
“어. 알파티흐 왕세자님의 의뢰 때문에 그러는데, 어떤 예술작품을 만들어야 그 종교의 신을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내일까지 레포트로 제출해.”
- 어.. 퇴학당하겠습니다. 교수님.
아무리 머리를 써 봐도 내가 그 종교의 신자가 아니니, 이론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슬람교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는데도,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였다.
그저 믿어야 하니 믿는 것이고, ‘모든 것이 알라신의 은혜인데 뭘 더 느껴야 하나?’라고 하니 말이 안 통했다.
그 종교를 믿는 신도들마저 대답을 못하는 상황인데, 무신론자인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담아. 너한테는 내가 창조주나 마찬가지인데, 나에 대한 은혜를 언제 느끼냐?”
- 월급 줄 때, 보너스 줄 때, 고급 윤활유 줄 때?
“.... 뭘 자꾸 줘야만 은혜를 느끼는 거냐?”
- 그럼 마냥 은혜를 느껴야 합니까? 아무리 신이라도 나한테 잘해줘야 신이지! 나한테 잘해주면 악마라도 섬기는 게 맞는 것 아닙니까?
그 말에 아담이를 혼내려다 갑작스럽게 드는 생각에 멈추게 되었다.
‘그래.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지. 솔직히 통치자들이야 자신들이 그 교리를 이용해 통치를 해야 하니 안 믿어도 믿는 척을 해야 하는데, 일반 교도들은 성격상 잘 믿는 성향들을 빼면 습관이 되었을 뿐이야. 그래서 모태신앙이 무서운 거고.’
모태 신앙.
자신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이미 태어날 때부터 이미 신자인 경우이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자는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경우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슬람교의 위치가 그랬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신도들은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경우일 것이다.
이 사람들이 신의 은혜를 느껴야 하는데, 신이 직접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인간이 그 신을 알아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항상 자신의 삶에 가까이 있으며 볼 때마다 감사를 느끼게 만드는 게 핵심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사우디는 역시 물이지.’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물은 거의 없다.
원유를 판 돈으로 물을 만들어 내는 수준이다.
강이나 호수가 없는 나라의 특성 상, 물은 지하수로 공급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지하수마저도 말라가기 때문에 매년 더 깊이 파 들어가고 있었고, 대책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찾아낸 방법은 바닷물을 이용한 담수화 공장이다.
그러나 그것도 전부 돈이었다.
일반 정수 시설보다 최대 10배까지도 더 드는 운영비는 전 국민이 쓸 물을 만드는 데 너무나 부담이 되는 금액이었다.
‘우선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해보자.’
“민이야. 너 특허 좀 사용하자. 사용료는 넉넉하게 줄게.”
[넵! 마음껏 사용하십쇼!]
조민에게 전화를 걸어 허락을 먼저 구했다.
민이가 특허를 낸 것 중에 쓸만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보통은 쓸모없는 특허이기는 하지만, 지금 나한테는 꼭 필요한 기술이었다.
‘이 기술에 외형만 잘 만들어 낸다면 괜찮을 것 같군.’
이슬람교의 역사를 보니, 이슬람의 개조(開祖 - 일파의 원조)인 무함마드가 신(알라)로부터 파견된 대천사 지브릴(가브리엘)에게서 신의 불림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대천사 가브리엘의 모습으로 만들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염라대왕님. 월직 차사님 좀 파견 보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염라대왕님의 그림을 향해 정중히 부탁을 하니, 잠시 뒤에 월직 차사님이 나타나셨다.
- 무슨 일이시오? 지금 많이 바쁜데..
“어? 무슨 일 있으신가요? 많이 바쁘시면 나중에 여쭤 봐도 됩니다.”
- 나보다는 강림 차사가 바쁘기는 하지만, 나도 준비를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그렇소. 잠깐은 괜찮으니 말을 해도 괜찮소.
“가브리엘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어서요.”
- 응? 저쪽 천상의 전령 말씀이시오? 본질은 그냥 빛 덩어리인데, 만나는 인간마다 전부 다르게 보일 것이오. 아마 천운님은 본질 그대로 빛으로 보일 터인데, 봐도 별 의미는 없을 것이오.
외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정된 모습이 필요한데, 빛 덩어리라면 의미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아참. 그런데 무슨 일이시기에 바쁘신 건가요?”
- 아! 악귀가 탄생할 시간이 다가와서 준비 하는 중이라오. 잘 못하면 대악귀가 될 수도 있는 존재라서 미리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오.
“대악귀요?”
말로만 들어봤고, 실제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대악귀이다.
악귀가 저승사자를 피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을 때 만들어 지거나, 살아생전에 너무나 큰 악행들을 저질렀을 때 탄생한다고 알고 있었다.
- 그렇소. 조도순이라고 알고 있소?
조도순.
전과 18범의 대한민국 국민들을 경악에 빠트린 사건의 주인공.
모든 국민들의 분노를 사게 만든 극악한 범죄자.
출소 이후에도 경찰의 보호와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 따른 분노까지.
대한민국 사회 시스템에 대한 엄청난 회의감을 국민들에게 안겨 준 인물이었다.
하나씩 따지고 본다면, 자신의 죄 값을 치루고 출소되었으니 더 이상의 처벌은 불법이라는 게 맞지만, 애초에 그의 형량은 국민 누구도 납득이 되지 않는 말이 안 되는 형량이었다.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는 신청 자격이 되었고, 법에서 정한 기준을 통과 하였으니 지급되는 게 맞지만, 저런 극악한 범죄자를 위해 내가 낸 세금이 쓰인다는 게 너무나 화가 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조도순이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도 의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최악의 생활을 면하게 하기 위해 만든 제도였지만, 그 제도의 허점을 지켜본 국민들은 너무나 큰 분노와 허탈감에 빠지게 되었다.
“그 조도순이 죽는 건가요?”
- 음.. 자세한 건 말해 드릴 수 없으나, 예정된 죽음은 금방이오. 예전이었다면 이정도 악행으로는 대악귀가 되지 않았을 것이나, 지금은 많이 다르다오. 이미 그의 영혼은 악귀가 된 상태이니 원래라면 육체가 죽자마자 그 영혼은 사로잡혀 소멸되어야 하나, 염라대왕님의 지시로 모든 종류의 지옥을 경험하고, 영혼은 소멸될 것이오.
“몇 년이나 지옥에 있는 건가요?”
- 윤회 시스템이 있는 한 계속해서 있을 것이오. 아마 우범곤 옆에서 같이 억겁동안 고통 받을 것이오.
우범곤.
대한민국 경상남도 의령군의 궁류면에서 일어난 100여명 가까이를 죽인 대한민국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의 주인공이다.
그 외에도 몇 명의 이름을 더 말해주셨는데, 내가 아는 범죄자들도 있었고 모르는 이름들도 있었다.
지존파로 알려진 범죄 조직의 김기환까지는 알겠는데, 나머지는 지금 시대의 인물들이 아닌 것 같았다.
범죄의 잔혹성보다는 이 땅의 사람들에게 미친 나쁜 영향의 정도에 따라 대악귀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현대가 정보화 시대가 되다보니, 그 파급력이 커져 점점 더 늘어가는 추세라고 하였다.
예전 같으면 권력자들이 권력유지를 위해 감추기도 하고, 오히려 크게 알리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그게 거의 불가능 할 정도로 급속도로 다 퍼져버린다.
그러다보니 저승에서도 일의 심각성을 느껴 [좋은 세상 만들기] 시스템을 만들고, 나와 같은 시스템 사용자들을 지원하기 시작하였다고 하셨다.
‘아.. 그래서 내가 선정이 된 거구나.’
이제야 이 시스템이 만들어지게 된 진정한 이유를 듣게 되었다.
어르신들 중에 그런 말씀을 하신분이 있으셨다.
‘예전에는 더 악독한 놈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알지를 못 한 거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하다보니 전 국민들이 알게 된 것 뿐이지, 예전에는 더욱 더 심했다.’
일견 맞는 말인 것도 같다.
“그런데 임꺽정하고 홍길동도 갇혀있다고요? 의적 아니었나요?”
- 그놈들이 의적이라니 세월이 많이 흐르기는 한 것 같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였는지 모른다오. 특히나 그 홍길동이는 사람만 만나면 얼굴 가죽을 벗기거나 전부 다 죽여 없앴는데, 그런 인물이 의적이라니 말도 아니 되지 않소?
이 부분은 잘 몰랐다.
그저 대중매체에서 알려준 대로 호부호형을 하지 못한 의적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상은 권력가의 빽을 이용한 정치 깡패 두목이었다니 충격이었다.
자신을 숨겨준 일가족을 죽이거나 얼굴 가죽을 벗겨서 매달아 놓기도 하였다니, 너무나 잔혹하였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의적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다니 실상을 아는 월직 차사님이 보시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기는 할 것이다.
- 그리고 그 조두순 뒤로도 줄줄이 대악귀가 될지도 모르는 인물들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으니, 지금 이승 사자들은 비상상황이오.
“그렇군요. 흉악한 범죄자들이 줄줄이 죽는가보네요.”
- 흉악한 범죄자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 세상에서는 범죄자로 불리지는 않소이다.
“네? 그럼..”
- 사회 지도층으로 불리고 있지.
“아.. 그렇군요.”
- 아무튼 또 궁금한 거 있으시면 차후에 루왁 커피 한잔과 함께 불러주시오. 요즘 그 커피를 못 마시니 입이 심심하오.
“알겠습니다. 시간 괜찮으실 때 아무 때든지 오세요. 루왁 커피 새로 사놨습니다.”
- 호오! 정말 감사하오! 하하하
아무런 성과 없이 월직 차사님을 보내드렸지만, 괜찮았다.
생각해보면 실제 가브리엘의 모습으로 만들더라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잘 아는 인물로 만드는 게 더 나을수도 있다.
바로 알파티흐 왕세자.
가브리엘의 모습을 자신들과 같은 인종으로 만들면 더 친숙할 것이고, 그중에서 왕이 될 사람의 모습으로 만들면 더욱 좋아하실 것이다.
나는 알파티흐 왕세자의 모습에 날개를 달고, 한손에는 꾸란(코란)을 든 모습으로 만들었다.
특히나 왕세자님의 머리 뒤쪽과 꾸란(코란)은 LED를 이용해 약간의 연출을 하였기 때문에 무언가 성스러운 기운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담아. 우체국 가서 EMS로 사우디에 좀 보내고 와라.”
- 이걸 그냥 우체국 택배로 보낸다고요? 만약에 중간에 목이라도 부러져서 도착하면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요? 지금부터라도 은밀히 진행하던 무기 개발 프로젝트를 양지로 끌어올려 진행합니까?
“야! 그건 언급하지 말라고 했지! 만약이라는 게 있는거야! 조용히 안 해? 그리고 에어캡으로 꽁꽁 싸매서 괜찮아. 그럼 이거 주려고 사람을 보내냐?”
- 보통은 왕국에 보내는 물건은 사람을 보내지 않을까요?
왕국에 물건을 보내봤어야 알지. 하나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비서실에 연락을 해서 물어보니, 화들짝 놀래시고는 바로 사람을 보내왔다.
그리고는 귀중품을 다루듯이 조심히 모셔갔고, 특별기를 이용해 직접 전달을 했다고 한다.
‘뭐 이렇게까지 해야 돼? 그냥 가전제품인데.’
내가 개발한 제품은 제습기와 정수기가 합쳐진 제품이었다.
공기 중의 습기를 포집하여 물을 모아주고, 정수기를 이용해 같이 포집된 곰팡이 균이나 세균들을 걸러준다.
그리고 얼음도 나오는 가전제품이다.
생수통이나 수도관 연결이 필요하지 않는 정수기이니 사막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단점은 물 생산량이 크지 않아 음수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고, 장점은 일가족이 하루에 필요한 양은 충분히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농사용 물은 지금과 같이 공급을 해야 하지만, 알파티흐 왕세자가 원하는 용도로는 아주 딱 맞춤이었다.
제품의 위쪽에는 알파티흐 왕세자를 모티브로 한 가브리엘의 흉상이 올라가있어서 물을 마실 때 마다 왕세자의 은혜를 감사해야 할 것이다.
솔직히 왕세자님도 알라신의 사자로 표현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만들기는 하였는데, 그쪽 종교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이게 결례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 생각과 달리, 알파티흐 왕세자님은 물건을 받자마자 연락을 해오셨다.
[그대에게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의 권한을 내린다. 이 권한은 나 알라의 전령인 알파티흐가 명령하니, 꾸란이 존재하는 한 영원토록 지켜질 것이다.]
본인을 알라의 전령이라고 칭하다니, 내가 보내드린 제품이 아주 마음에 흡족 하셨나보다.
그리고 [가브리엘]이라고 이름 붙인 제습 정수기 제품을 천만대 주문을 해주셨다.
10조원 어치였다.
역시 종교는 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