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이 산의 산신인 내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나와 송이를 향해 엄청난 기세를 풍기며 말을 하는 청설모가 보였다.
“아유 귀여워. 너는 밍밍이! 어때? 이름이 마음에 들지?”
송이는 영광집에서 엄마와 함께 청설모의 이름을 붙여주고 놀던 버릇대로 갑자기 나타난 청설모에게 이름을 붙여주며 과자를 던져주었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이냐!! 어서 물러가라!! 오물오물.. 뭔데 이렇게 맛있지?]
“산신이십니까?”
[어? 내 말이 들려? 진짜? 흠흠.. 나는 이 산을 지키는 산신이니라! 너희들이 지금 공사를 하려고 하는 이산이 어떤 산 인줄 알고..]
“하나 더 먹어. 아유 잘 먹네. 우리 밍밍이.”
어느새 송이의 손에 올라와 열심히 과자를 먹으며 말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산인데요?”
“오빠. 무슨 통화해? 아니면 혼잣말? 무섭게 왜 이래?”
“어? 이번에 동물들하고도 대화가 통하는 어플을 개발해서 테스트중이야. 이 청설모하고 말하고 있었어.”
“아! 그렇구나. 그럼 완성되면 나도 깔아줘!”
“어. 그래. 나 대화 좀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
“어. 알겠어. 우리 밍밍이 목은 안 마르니? 요것 좀 먹어봐.”
생수통 뚜껑에 물을 조금씩 부어주니 열심히 받아먹고 있었다.
[할짝. 할짝. 크흠.. 이제야 목이 막히지 않는구먼. 어? 어디까지 말했지?]
“이 산이 어떤 산이지 아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아참 그렇지! 이 산이 어떤 산이지 아느냐!]
“산? 이 산 이름이 있었나? 동네 사람들은 뒷산이라고 했는데?”
내 말에 송이가 갸웃거리며 말을 하였다.
“그렇다는데요?”
[어? 어. 그런가? 아무튼 이곳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유를 설명해주셔야 생각이라도 해보죠. 막무가내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어? 이유? 잠깐만 기다려봐라. 이유.. 이유.. 아! 이산은 내 영토니까!]
“여기 지적도 등본 열람해보시면 제 동생인 송이가 소유한 스카이 호텔 건데요?”
[아니! 내 땅을 그렇게 막 뺏어 가면 되나? 어?]
“그러지 마시고 산신은 은퇴하시고 저희랑 같이 가시죠. 그러면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지 않겠어요?”
[응? 맛있는 거? 아까 먹은 거 같은 거?]
“에이. 그 정도가 맛있는 건가요? 마카다미아라고 들어보셨나요?”
[어? 그게 뭔가?]
“얼마나 맛있으면 비행기를 회항시키기까지 하겠습니까! 오독오독한 식감하며 아주 그냥 캬! 환상적인 맛이죠. 인간 세상에도 그리 많지 않아서 우리 송이 정도의 재력이 있어야만 봉지 채 들고 먹을 수 있습니다.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빨리 결정하시죠.”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재능까지 사용하며 말을 하자 입에서 침을 줄줄 흘리던 청설모의 눈이 돌아가 버렸다.
[하겠네! 내 이 소녀를 주인으로 모시고 살겠네!]
“딜?” [딜!!]
그 말을 하자 청설모의 몸에서 살짝 빛이 나더니 송이의 몸에 흡수가 되었다.
“어? 뭐지? 밍밍이 몸이 빛났는데?”
[주인! 어서 마카다미아 먹으러 가자!]
“뭐야! 밍밍이가 말을 해!”
“어.. 그거 아까 말한 어플을 네꺼 매직워치에 깔아놨으니까 이제 들릴거야. 그런데 아직 개발이 완료된 건 아니라서 밍밍이 말만 들릴거니까 그렇게 알고.”
“오케이! 고마워 오빠! 우리 밍밍이가 마카다미아가 먹고 싶었구나. 우쭈쭈! 언니가 많이 사줄게!”
[주인! 나는 건장한 수컷이다!]
“그래? 그럼 우리 밍밍이. 누나가 많이 사줄게! 가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견과류를 선물해주마!”
다행히 잘 꼬셔진 것 같았다.
아직까지 일본의 관백인 구미호가 살아있는 상황이니 방심은 금물이다.
그리고 구미호가 있다면 다른 요괴들도 있을 수 있다.
나야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송이와 엄마는 위험할 수 있으니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도 산신 출신인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겠지.
‘산신이면 무슨 능력이 있으려나?’
언제 한 번 능력에 대해서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일본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 집단 자살]
[미야자키 현에서도 일어난 집단 자살 사건. 일본 사회에 울리는 경종]
[아키타 현, 나라 현, 치바 현 등 줄줄이 발견되는 집단 자살 현장.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집단 자살의 공포]
[익명의 제보자에 의하면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이 아닌 스스로 사라진 자발적 실종자들로 추정돼]
[현재까지 확인 된 희생자들의 숫자는 이미 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 얼마나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하였는지는 아직도 미지수.]
- 귀인. 대비를 하시기 바라오. 저쪽 바다 건너 시스템 관리자들이 경고를 해왔소.
“네? 무슨 대비요?”
갑작스럽게 나타난 월직 차사님이 나에게 경고를 해왔다.
- 원래 우리는 저 바다 건너 관리자들과는 상종도 안하는 사이인데, 그쪽에서 긴급한 경고 메시지를 알려왔소. 아무래도 구미호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나보오.
“구미호요?”
- 그렇소. 그쪽 관리자 말로는 요 며칠 동안 수 만 명의 영혼이 소멸하며 주술의 재료로 사용된 것 같다고 하오. 그쪽 관리자들까지도 구미호에게 접근하지 못한다고 하니 큰일이오.
“아니. 그쪽 관리자들은 왜 그런 요괴를 지금껏 그대로 둔겁니까? 요괴이니 당연히 퇴치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그쪽 시스템에 영혼을 많이 잡아다 주었잖소.
“네?”
- 임진왜란과 일제치하를 보시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그 놈들의 손에 죽었겠소? 그게 전부 그 놈들의 시스템으로 흡수가 되었다오. 그래서 그 나라가 엄청나게 강해진게요. 그리고 계속해서 조선그룹을 통해 인신공양을 받았는데, 그 영혼들의 숫자도 만만찮은 숫자이니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일등공신인 것이지 않겠소? 그놈들이 그렇소. 원칙이 없지. 원칙이 무너지면 꼭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요.
생각해보면 그렇다.
퇴치해야하는 요괴이지만, 열심히 영혼의 숫자를 늘려주는 일등공신이니 굳이 처리할 필요가 없었나보다.
- 그런데 그것도 이번 한 번에 적자로 돌아서겠지. 아직도 인신공양이 계속되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영혼들을 희생시키려는지 예상이 되지 않고 있소. 아무튼 대비를 하시기 바라오.
“뭘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 가뭄, 홍수, 전염병, 지진, 태풍 등이 발생할 수 있다오. 구미호는 그 옛날에도 인도 남천국의 마가다국에서 기근을 일으켰다오. 그런데 그때보다도 더 큰 주술을 준비하는 것 같으니 대비를 해야 하오.
“알겠습니다.”
그날부터 힐링 그룹과 미래 그룹에 비상을 걸고, 식재료와 생필품 등을 비축하고 다양한 재난 현장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뉴스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는 아니지만 제법 보도를 하였고, 사람들은 온갖 추측들을 하며 자신들도 따라서 물자를 비축하기 시작하였다.
힐링 그룹과 미래 그룹은 국내의 물자들을 구매하여 비축하지는 않고, 다른 나라들에서 구매를 해오는 방식으로 해결했기 때문에 사재기로 인한 일반인들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를 따라 물자를 비축하다보니 관련 회사들의 매출이 껑충 뛰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난 어느 날이었다.
[초 대형 태풍이 발생하였습니다. 역대 가장 강한 태풍이었던 2003년 9월 한반도에 상륙한 매미보다도 더 강력할 것 같습니다.]
TV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기후 관측 사상 아열대성 해양이 아닌 북위 35도 이북의 바다에서 발생한 첫 번째 슈퍼태풍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저거. 혹시.’
[경로는 지금까지의 태풍 경로와 달리 비정상적인 경로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 하나, 예상경로는 대만으로 역주행을 하다 한반도를 향해 경로를 틀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들의 대비가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구미호의 주술이 저 태풍을 부른 것 같았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초 거대 태풍이 비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한반도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여러 가지 재난 상황 중, 태풍에 대비한 매뉴얼을 가동하였다.
매직워치를 통해 태풍의 실시간 경로를 전파하고, 태풍 피해 대비 요령을 알려주었다.
산간, 계곡, 하천, 방파제 등 위험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근처의 스카이 호텔 또는 긴급히 대여를 한 모텔이나 호텔로 대피를 시켰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둔 용품들과 식량들을 전국의 물류창고에 배포를 하였다.
태풍이 지나가면 피해를 본 가정들에 보관된 물품들을 배포할 예정이다.
[라이트닝]과 미래 자동차에 장착된 자체 점검 서비스를 통해 방수 기능에 문제가 발견되면, 점검팀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선 대응을 하였다.
서서히 다가오는 태풍의 경로를 바라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비를 하고 있었다.
송이와 엄마는 스카이 호텔에서 머물고 있으니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산신 출신인 밍밍이가 있어 안심이 된다.
밍밍이는 강력한 보호막과 염동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에도 송이와 엄마를 보호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민이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큰 회장님 집에서 머물고 있었고, 나는 아담이, 쫄랑이와 함께 연구소에서 비상 상황실을 만들었다.
[천운님. 사악한 주술이 거의 다가왔으니 이제 내가 나서야겠소. 도움을 주시기 바라오.]
내가 그린 염라대왕님의 그림에서 염라대왕님이 말을 하셨다.
“네. 영력을 쏟아 부어드리면 되는 거죠?”
[그렇소. 내 힘과 천운님의 힘. 그리고 동해 용왕과 천상의 여의주 힘으로 태풍의 경로를 틀어보려고 하오. 정상적인 자연재해가 아니니 괜찮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드디어 태풍의 영향권에 제주도가 들어왔다.
집의 지붕들이 날아가고, 벽이 무너졌다.
사람 머리통만 한 돌들이 바람에 굴러다니며, 가로수들은 뿌리가 뽑혀 쓰러져 있었다.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바람에 굴러 넘어지고, 건물의 간판들은 옆 건물의 벽에 부딪쳐 박살났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이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힘없이 날아가 부서지고 있었다.
하늘이 뚫린 듯이 퍼붓는 비는 엄청난 바람에 의해 가로로 내리고 있었다.
인세의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다.
연구소의 TV로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분노를 금치 못하였다.
‘내가 안이하게 대처해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구나! 어설픈 마무리가 이렇게 큰 해악으로 돌아오다니. 다시는 이렇게 어설프게 끝내지 않을 것이다.’
뻔히 복수가 예상되던 상황이었지만, 설마하는 안이함 때문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고, 그 피해는 실시간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천운님. 감정을 가라앉히고 집중하시오. 이제부터 시작할 것이니!]
“네! 죄송합니다.”
엄청난 기운이 연구소의 하늘을 뚫고 하늘로 솟아 올랐다.
그리고 나도 염라대왕님의 기운에 동조를 하며 힘을 보탰다.
눈을 감으니 내 의식이 내가 내 뿜은 기운을 따라 하늘로 솟아 올라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한반도가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름다운 우리 땅을 침범하려는 몸서리쳐지도록 사악한 기운이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내 뒤에서는 엄청나게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염라대왕이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내 비록 모든 힘을 이승에 투사하지는 못하나 귀인이 만들어준 귀물 덕분에 내 어느 정도는 힘을 쓸 수 있겠소. 이 땅의 모든 것들을 대신해 우선 감사를 드리오.”
“아닙니다. 저도 이 땅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할 일을 하는 것인데요.”
“하하하. 고맙소. 우선은 저기 저 사악한 주술을 상대부터 해야 할 것 같소. 너무나 강한 기운 때문에 소멸시키는 것은 힘들듯하나, 비켜가게는 할 수 있을 것 같소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를 직격하지 않게 비켜나가게 할 수 있다고 말씀 하셨다.
간접 영향권에 든 것만으로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위력인데, 직격으로 맞는다면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지 짐작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염라대왕님의 기운이 폭발하듯이 커져가기 시작하였다.
심지어는 실제 크기까지도 엄청나게 커지기 시작하셨다.
다가오는 태풍에 비견될 만큼 거대해 지셨다.
[나! 시왕(十王)의 하나이자 천상의 문지기로서 명한다! 내가 사랑하는 이 땅을 감히 침범하려는 더러운 주술아! 꺼져라!!]
서서히 다가오는 태풍의 측면을 엄청난 힘으로 후려갈기신 염라대왕님의 힘에 한반도를 향해 정면으로 오던 태풍이 제주도 동남쪽 방향으로 급작스럽게 튕겨져 나갔다.
그 엄청난 광경에 입을 떡하니 벌리며 지켜보던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염라대왕님의 힘이 엄청나게 더 강력하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
자연재해마저도 주먹 한 방에 틀어버리는 괴력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역시 최고의 주술은 [물리]지. 그렇지 않소. 귀인?”
“어? 어. 그럼요. 그래야죠. 무조건 맞아야죠.”
호리호리하게 생기신 분이 그리 과격할지는 몰랐다.
“이제는 저이가 해줄 것이오.”
갑작스럽게 동해 바다 쪽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청아하고 푸르른 기운은 하늘에서 내려온 엄청난 기운과 하나가 되더니, 어느 순간 다시 한반도를 향해 다시 경로를 틀려던 태풍을 부드럽게 밀어내었다.
그러자 완전히 태풍의 경로가 틀어지며 한반도를 완전히 비켜나가 일본 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이미 태풍이 정면으로 관통하며 초토화된 일본은 다시 한 번 경로가 틀어진 태풍에 엄청난 피해를 받았다.
그러나 태풍이 비켜나간 여파만으로도 제주도와 남해안, 동남쪽 부분은 엄청난 바람과 물 폭탄에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뒤는 부탁하오. 이 땅의 인간들을 보살펴주시기 바라오.”
그 말을 끝으로 염라대왕님은 사라지셨고, 내 의식 또한 연구소로 되돌아왔다.
“와... 괴수 대전이네..”
염라대왕님과 동해 용왕님. 그리고 사악한 주술의 싸움을 지켜본 감상은 엄청나다는 것 뿐이었다.
너무나 거대한 기운들이 움직이니 뭐가 뭔지 정확히 알 수도 없었다.
산불을 보며 느꼈던 그 절망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산불은 그 뒷수습이 짜증나서 그렇지, 산불 자체는 내 기술력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연 앞에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인간으로서의 무력감을 제대로 느끼게 되었다.
나름대로 제법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내가 가진 기술력이면 어떤 상황에서도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건 모두 작은 일들에 한한 자신감이었을 뿐이었다.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존재라니 갑자기 두려워졌다.
‘그때 구미호가 방심하지 않았다면 내가 당했겠구나.’
저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나를 무시할 만 했다.
다행히 완벽하게 정보전에서 승리를 한 내가, 미리 대비를 했기 때문에 구미호를 피해없이 퇴치했던 것이다.
염라대왕님의 초상화 귀물을 통해 주술을 막아서고, 앞선 정보력으로 행한 블러핑이 통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못하고 당했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아담아. [여우 사냥] 시작하자.”
- 라져! 1단계 [모기 부대] 출동합니다.
연구소에서 출발한 컨테이너 화물이 힐링 그룹 일본지사에 도착을 하였다.
일본지사의 직원은 지시에 따라 화물을 수령하고, 창고에서 컨테이너의 문을 개방한 후, 퇴근을 하였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이 되자, 컨테이너에서 모기 한 마리가 날아 나와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수 백 만 마리의 모기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 천운님. 1단계 작전 성공했습니다.
“2단계 시작해.”
- 라져! 2단계 [천라지망] 시작합니다.
[까치]를 통제하는 양자 컴퓨터가 오랜만에 가동률을 50%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수 백 만 마리의 모기에서 보내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시작하였다.
남성, 여성, 어른, 아이, 노인, 신생아를 포함해 고양이, 강아지들까지 모든 생명체들을 스캔하기 시작하였다.
가정집, 빌딩, 창고, 지하주차장 등 모든 장소를 날아다니며 정보를 알려왔다.
수 백 만 마리의 모기들이 중복으로 정보를 보내오지 않도록, [까치]는 그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경로를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화물 컨테이너가 도착한 곳은 이곳을 제외하고도 10곳이나 되었다.
일본 전역은 현재 나의 [모기]에 장악되었다.
- 구미호 확인되었습니다.
내가 구미호를 찾기 위해 사용한 시간은 컨테이너가 일본 전역의 힐링 그룹 지사에 도착하는 5일을 제외하면, 단 5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도쿄의 고급 호텔의 세 개 층을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영상으로 확인된 구미호의 상태는 심각했다.
연신 피를 토해내고 있었고, 몸은 계속해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환풍기를 통해 [모기]들이 계속해서 방안으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모기들이 모여들어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내었다.
[구미호. 숨어 살라고 했거늘. 감히 이런 짓을 벌여?]
“하악.. 하악.. 호호..호.. 내가 바로 신선들도 어찌할 수 없던 구미호다! 한낱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신이란 말이다! 커억... 쿨럭..”
이미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세 번의 목숨 중에 하나를 오늘 가져가겠다. 그리고 남은 두 번의 목숨은 네가 부활하는 날, 그날 다시 가져갈 것이다. 이제 나의 인내심은 끝이 났다.]
“카악! 내가 그냥 당할 줄 아느냐?”
[네가 저지른 죄를 후회해라. 죽음의 공포에 떨어라. 어느 곳에 있던지 찾아낼 것이다.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죽여주마.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가 말을 끝내자 수 만 마리의 모기들이 구미호를 향해 날아들었다.
“꺄악! 감히 이깟 미물들이! 미혼안!!”
구미호의 눈이 빨갛게 변하며 기이한 기운이 퍼져 나왔지만, 모기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니! 생명체라면 무엇이든지 유혹할 수 있는 내 미혼안이!”
미혼안이 안 통하던 상대들은 몇 없었다.
그 옛날 태공망 조차도 자신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상태로 공격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한낱 미물들이 자신의 미혼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에 구미호는 당황함과 공포를 느꼈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모기들을 보았을 때 알게 되었다.
금속의 몸체와 카메라 렌즈를 닮은 눈.
보통의 모기와 모든 것이 다른 기계 생명체였다.
같은 것이라고는 겉모습뿐이었다.
“기계의 신인 것이냐?”
운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자신의 모든 주술과 환술, 미혼술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게 덤볐다니, 너무나 후회가 되었다.
너무나 바보였다.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 열심히 날개 짓을 해대는 기계 모기떼들을 보며, 후회와 공포에 잠식되기 시작하였다.
모기들은 몸에 붙어서도 날개 짓을 그만두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빠르게 날개 짓을 시작하였다.
그러자 구미호의 몸이 누워있던 침대에서 공중으로 살짝 떠올랐다.
그리고 서서히 자신의 옷을 감싼 실크 재질의 잠옷이 불타오르기 시작하였다.
“꺄악!! 싫어!!”
구미호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라붙은 모기들은 엄청난 마찰열을 만들어내었다.
그러나 그 마찰열은 철저하게 구미호의 몸에만 영향을 미치고 주변에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있었다.
마치 대초열지옥의 용암에 빠진 듯 한 뜨거움이었다.
그리고 그 뜨거움은 구미호의 몸을 태우고, 영혼까지 불살라 버렸다.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그래핀 아니. 미스릴로 만들어낸 모기들이 내 영향을 받아서인지 주술적인 힘까지 가지게 된 것 같았다.
“저주한다! 기계신이여! 저주한다!! 조선의 모든 것을!!”
마지막 구미호의 외침에 엄청난 저주의 힘이 솟아올랐지만, 일본 전역에서 모여든 모기들의 힘으로 저주의 힘마저도 불태워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존재들이 있었다.
- 허.. 저 구미호의 영혼까지도 소멸시키다니, 필멸자가 어찌 저런 힘을..
- 아무래도 저쪽 시스템 관리자들에게 항의를 해야 할 것 같소.
- 무슨 명분으로?
- 우리 땅을 침범했지 않소! 하등한 놈들이 신의 땅을 밟다니! 이것만으로도 죽을죄요!
- 허.. 자네 시니가미(사신) 된지 얼마나 되었나? 아니. 2차 세계 대전 때인가?
- 먼저 되었다고 훈계를 하려는 거요? 이러니 지금 이 신의 땅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지 않소!
- 이 땅의 미래가 어둡네.. 어두워.. 이 땅에 문명을 전해준 게 자네가 그리 무시하는 곳이네. 역사를 모르니 이지경이 되었지. 되었네! 내 알아서 할 것이니, 내가 다녀올 동안 사고나 치지 말고 조용히 있으시게!
일본의 윤회 시스템 관리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이미 천상에 이름을 올린 인물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봤자 인간이었다.
그런데, 필멸자가 제한적이지만 불멸을 이룬 자의 영혼을 소멸시켰다.
구미호의 마지막 목숨이 남았을 때, 시스템으로 그 영혼을 흡수하려던 계획이 완전히 날아갔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히 저 조그마한 기계들이 자신들을 향해 똑바로 바라본 것을 느꼈다.
‘그 인간은 우리조차도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게야. 지금은 무조건 숙일 수밖에 없어. 어차피 이 땅의 지배자들이었던 존재들의 후손이니 부끄러울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