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5화 (135/170)

말티즈

힐링 그룹과 미래 그룹의 통합이 완전히 끝이 났다.

미래 그룹의 계열사들은 기존의 미래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지금까지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아깝기도 하였고, 나중에 민이가 경험이 쌓이면, 미래그룹 CEO 자리를 맡기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그대로 유지를 하였다.

민이는 중고차 회사인 [아나바다]와 버스 회사인 [힐링 운수]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지만, 큰 무리 없이 잘 운영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큰 회장님의 피를 물려받기는 한 것 같다.

물론 내가 만든 AI의 도움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오너는 하나의 선택을 할 때마다 피가 말리는 기분을 느끼는데 그 부분을 잘 견디는 것을 보면 기특했다.

“수도권은 성공적으로 노선 정리가 끝이 났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우리 힐링 그룹 사업체들이 있는 지방 도시들부터 노선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택시도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하였고, 호응들이 좋아 이용률이 급격하게 치솟고 있습니다.”

조민이 그룹 사장단들 앞에서 열심히 자신의 성과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었다.

“의외로 택시들의 이용률이 좋았습니다. 그 이유는 MZ세대의 감성을 살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이 된 것 같습니다.”

홀로그램 화면에는 귀여운 캐릭터 모양의 택시들이 3차원으로 띄워져 있었다.

“인기 있는 캐릭터들의 컨셉을 살려 택시들을 꾸며보았고, 그에 따라 일부 차량들은 예약이 밀려 대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맞춤형 데이트 코스까지 추천해주는 AI덕분에 커플들의 이용이 급증하였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택시들은 택시 도우미들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인기가 좋았습니다.”

미래 자동차 전무이사님이 의아해하며 말을 하였다.

“택시 도우미가 없는 게 인기 있는 비결이라니 신기하군요. 무슨 이유인가요?”

“아. 도우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애정행각을 쉽게 할 수 있어서입니다.”

그 말에 다들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중요한 포인트였다.

단 둘만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연인들 사이에서는 가장 좋은 점으로 어필되었나보다.

“대신 정도를 넘어서는 행위가 일어나면 경고 후, 환불 조치와 함께 강제 퇴거 및 차후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그건 그 정도면 되었고, 몸이 불편한 분들은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다고 합니까?”

분위기가 어수선 해지기전에 다른 주제로 넘어가도록 말을 해주었다.

“네. 로봇이 보조를 해주다보니 아주 편하다고 합니다.”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택시에는 휠체어형 로봇을 뒷좌석 시트 대신에 장착해 놓았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집에서부터 휠체어에 달린 로봇팔을 이용해 보조하고, 휠체어 그대로 뒷좌석으로 들어가 고정하면 끝이다.

그러다보니 거동이 불편한 분들도 좋아하시지만, 보호자분들도 아주 좋아하셨다.

거동이 불편한 성인을 옮기는 것은 정말 많은 힘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들의 경우에는 꼭 필요한 기능이었다.

“좋습니다. 매출도 자료를 보니 흑자로 전환이 되었군요. 특히나 MZ 세대를 위한 힐링 데이트 프로젝트는 아주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짝짝짝짝짝]

임원진들이 모두 박수를 쳐주며 격려를 해주었다.

마지막 발표자였던 조민의 발표가 끝이 나자 그룹 사장단 회의도 끝이 났다.

그룹이 하나가 되었으니 우리 그룹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에 대해서 서로가 공유를 하며 사업체들 간에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키거나, 계열사 간에 중복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 부분은 내 비서실에서 조율을 하겠지만, 그래도 CEO들이 알고는 있어야 더욱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서로 간에 정식으로 인사도 하고 친해져야 할 것 같아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해피 의수는 이제 매출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최고 매출을 찍은 이후에 서서히 감소를 하다가 지금은 일정 매출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차량들이 많이 보급되고 나면 이 매출도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어차피 돈을 벌기 위해 만든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이 없었다. 아니 줄어드는 게 더 좋은 일이다.

오히려 3D프린터를 탑재한 차량들을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들에 보내 무료로 의수와 의족을 만들어드리고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의안은 전문 의료 시설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같이 하지는 못하였다.

이 힐링 트럭은 국경없는 의사회와 같이 움직이며, 의료봉사도 같이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들이 사용할 의료 장비들과 편의 시설들까지 모두 지원을 해드렸고, 용병들을 고용해 경호단까지 같이 움직이다보니 하나의 마을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힐링 시티]라 부르며 가는 곳마다 크게 환대를 해주었다.

심지어는 내전 중인 나라에서도 우리 힐링 시티가 나타나면 잠시 전쟁을 멈추고 있었다.

모든 비용은 힐링 그룹과 저승재단이 공동 부담을 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였고, 방문한 나라들에서의 힐링 그룹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심지어는 24개월 할부를 하고서라도 매직 워치를 사는 게 꿈인 사람들이 많아졌다.

솔직히 매출을 기대하지 않았던 곳들까지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힐링 그룹의 홍보효과 하나만으로도 할 일은 다 하고 있는 셈이다.

힐링 자동차는 이제 전체 라인업의 생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소형차부터 대형 트럭까지, 모든 종류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었다.

다만, 차량 생산 라인은 조금 비효율적이더라도 전국에 분산하여 지역 경제 발전에 최대한 이바지를 하고자 하였고, 실제로 많은 효과가 있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빠져나가는 인구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지자체들에게 도로와 편의시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요구를 하다 보니, 우리 힐링 그룹의 사업체가 들어선 곳은 그 지역의 번화가가 되어버렸다.

젊은 세대들이 지방에서 일을 하면서도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그러자 오히려 수도권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워라벨을 즐기기에는 북적거리는 수도권보다 여유로운 지방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서서히 지역 간의 인구 격차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신생아들도 많이 태어나다보니 지역에 활기가 돌기 시작하였고, 그와 관련한 산업들도 지방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지방에서는 거의 사라지는 추세였던 산부인과, 산후 조리원, 아이들 용품 매장, 키즈카페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모든 물류들의 이동은 석우 형님의 [힐링 물류]가 담당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동맥은 이제 힐링 물류가 장악을 하였다.

육로와 해로까지 모든 것은 힐링 물류를 거치지 않으면 불가능해졌다.

압도적으로 낮은 운임비와 정확한 배송, 친절한 화물 운송 도우미님들의 힘으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시장이 되어버렸다.

이번에 새롭게 시작된 [힐링 해운]사업부도 큰 힘이 되고 있었다.

계속해서 늘리고 있는 화물선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니 운임비가 엄청나게 내려가게 되었고, 그건 또 다른 일거리를 물어다주는 선순환이 되어가고 있었다.

산불 사태 때 만든 이재민 전용 스토어를 정식으로 런칭하여 이제는 전 국민이 사용하고 있었다.

스토어는 누구나 쉽게 입점을 할 수 있었고, 수수료는 물건 판매액의 0.01%.

거의 없는 수준이다.

거기에 힐링 물류의 [힐링 택배]를 이용하면 택배비도 평균적으로 1,000원 수준이었다.

다른 스토어에 비해 수수료와 택배비가 말도 안 되게 적은 수준이니, 입점하는 업체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거기에 24시간 AI를 이용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업체들은 철저하게 걸러내었고, 심한 경우에는 입점 불가 처리를 하였다.

중국 쪽 업체들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장난질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최저가인줄알고 들어가면 기본료 +3,000원, 옵션가 또 얼마, 이렇게 붙이는 경우도 감시 대상이었다.

특히나 택배비는 힐링 택배를 이용하는 업체들의 경우에는 상품 페이지에 특별한 마크를 부착하여 차별화를 두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들이 보는 검색 화면의 금액이 최종 결제 금액과 거의 동일해졌다.

최소한 최저가를 검색하였을 때, 가장 상단에 보이는 물품이 최저가가 맞았다.

그리고 스토어에는 돈을 주면 상단에 위치시켜주는 유료 서비스 자체가 없어,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철저하게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추어 개발되고, 운영되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이 모두 이루어진 스토어라며 [힐링 스토어]를 열렬히 사랑하였다.

그리고 이게 가능한 이유는 [힐링 스토어]가 직원이 한 명도 없는 AI가 100% 운영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상품 페이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상담 또한 친절한 AI 상담사가 24시간 대기를 해주었다.

원래라면 엄청난 인건비 때문에 불가능한 것들이 AI를 이용하니 가능해졌다.

그 조금의 수수료만으로도 흑자가 나다보니 운영이 가능하였고, 그러다보니 전 국민이 사용하게 되어 더욱 탄력이 붙게 되었다.

힐링 스토어는 자체적인 수익 사업으로 시작한게 아니라, 힐링 물류를 보조하기 위해 시작하였다.

운영 정책도 입점한 사업체들에게서 광고비나 수수료를 뜯어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정책이 우선되는 소비자 친화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정책 덕분에 소비자들이 몰려들게 되자, 입점한 사업체들도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며 가장 강력한 스마트 스토어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다른 기업들에 종사하던 직원들은 힐링 그룹의 사업체들로 많은 숫자들이 이직을 하였고, 또 이직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경쟁 업체들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그 기업들의 오너들은 원치 않았지만, 강제적으로 직원들의 평균 임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었고, 그걸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최저 시급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우리 힐링 그룹의 연봉보다 높지 않으면 인력을 빼앗긴다.

엄청난 복지 때문에 같은 임금이면 우리 힐링 그룹보다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힐링 그룹의 이미지 덕분에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었고, 그 사랑받는 곳에 자신도 함께하고 싶은 열망들이 있었다.

워낙에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고, 최대한 많은 인력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져 버렸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자. 이제 식사들 하러 가실까요? 제가 오리탕을 기가 막히게 하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어? 거기 황재성 회장님 단골집 아닙니까?”

힐링 그룹 임원들은 다들 알고 있는 그곳이었다.

내 도움으로 비법을 알게 된 사장님은 다시 맛을 되찾게 되어 지금은 엄청나게 크게 성공을 하셨다.

기존 식당 옆에 더욱 큰 식당을 만들어 장사를 하고 있으신데, 온갖 너튜버들이 찾아와 리뷰를 해가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프랜차이즈를 제의하기도 하였고, 로열티를 주고 분점을 열고 싶다고 하였지만, 모두 거절 하셨다고 한다.

“네. 거기가 요즘 핫하죠?”

“그럼요! 그 오리탕 비법은 그 사장님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돈을 싸들고 프랜차이즈하자고 하는데도 단칼에 거절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다들 들어본 것 같다고 하시며 좋아하셨다.

열심히 오리탕과 비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회의실을 빠져나갈 때 민이가 나에게 말을 하였다.

“저도 거기 엄청 가고 싶었슴다! 단골이셨습니까? 거기 진짜 아무도 비법을 모른다고 하는데, 너무 궁금합니다! 국물을 몰래 가져다가 연구소에서 분석 좀 해볼 생각임다!”

민이는 서서히 말투를 고치고 있었다.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이제는 스스로가 말투를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나보다.

그래도 나한테는 가끔씩 이렇게 튀어나오고 있었다.

“안 해도 돼.”

“어? 사부님은 궁금 안하십니까?”

“나는 알아.”

“네? 아신다고요? 어떻게? 아니! 좀 알려주십쇼!”

“안 돼. 누군가의 명예가 달린 문제라 비밀이다.”

“서운함다! 제가 꼭 분석해서 알아낼 검다!”

의지를 불태우는 민이를 보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알아내면 너만 기분이 묘해질 거다. 다음에 가더라도 왠지 속은 것만 같고.’

“형님! 오셨어요?”

“어. 그런데 여기는 뭐하는 곳이냐?”

신우가 같이 운동을 하자고 불러내서 만나러 와 보았다.

우리 송이와의 결혼식도 다가오고 있었고, 이번에 들어가는 영화 배역이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기 때문에 상반신 노출 신이 있다고 해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 같이 만나기가 힘들다보니 밤에 운동이라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나도 좋다고 하였고, 오늘 신우가 알려준 곳으로 방문을 하였다.

“네! 여기가 맨몸 운동을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곳인데요! 머슬업(Muscle Up)이라고 아세요?”

“응? 그게 뭔데?”

“그게 뭐냐면요. 어! 바로 저거에요!”

신우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슬림하지만 엄청나게 탄탄한 근육질의 남성이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반적인 턱걸이가 아니라 몸을 튕기더니 바에 명치 정도까지 몸을 끌어올린 다음에 팔을 쭉 펴서 허리까지 철봉의 바에 걸쳤다.

그런 다음 다시 내려가 그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오~ 대단한데?”

“그렇죠? 저게 엄청 어려운 거예요. 형님도 연습 안하시면 힘드실걸요? 저도 처음에는 한 개도 못했어요. 한 세 달하니까 10개 정도까지는 가능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신우의 몸이 많이 근육질로 변하였다.

워낙에 호리호리하던 몸이어서 조금은 안타까웠는데, 지금은 운동복 사이로 근육들이 보이고 있었다.

“제가 하는 방법 설명 드릴게요. 자. 잘 보세요.”

신우는 신나하며 열정적으로 설명을 시작하였다.

“처음에 턱걸이를 하듯이 올라가는 것을 풀업이라고 하고요. 그 다음에 평행봉 사이에서 상체 근육만 이용해서 오르는 걸 딥스라고 하는데, 이 딥스로 바로 변환해서 올라가면 되요. 여기 풀업에서 딥스로 변환되는 이 변환구간이 힘들거든요. 끄응.. 차. 보셨죠?”

열심히 설명하는 신우를 보니 조금은 놀려주고 싶었다.

“어. 그래. 그럼 나도 해볼까?”

“네. 대신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형님이 운동을 잘 하시는 건 알지만, 이건 다른 운동하고 달라서 다치실지도 몰라요.”

신우가 열심히 설명할 때 체육관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워낙에 내가 유명해서도 있지만, 그 표정들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호기심보다는 도움을 주고 싶다는 감정들이었다.

‘역시 쇠질하는 사람들이나 맨몸 운동하는 사람들이나 순수한 건 똑같네.’

쇠질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절부절 못한다.

심지어는 전문 트레이너들보다도 더 깊은 지식들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공짜로 나누어주고자 노력한다.

서로에게 경쟁심을 가질 것도 같은데, 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동업자 정신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경쟁 상대는 남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서로를 격려하고 지식을 나누며, 서로에게 진심으로 대해준다.

생각해보면 고대 인도에서 수행을 하던 수행자들이 요가동작들을 하며 깨달음을 얻어가던 것과 비슷한 것 같았다.

자신의 신체를 끊임없이 단련하고, 식사를 조절하며 생활 습관까지도 개선을 한다.

모든 생활과 생각이 자신의 고행(쇠질)에 맞추어져 있다.

‘생각해보니까 수행자들하고 완전히 똑같잖아.’

결국은 다른 게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는 주화입마에 드는 것과 같이 로이드(약물)의 길에 빠지는 것 마저도 똑같다.

약물 없이 순수한 육체 단련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저들이 현 시대의 진정한 수행자들이었다.

‘장난하면 안 되겠네.’

처음에는 신우를 놀려주려고 장난칠까도 생각 하였지만, 나를 바라보는 다른 수행자들의 시선에 마음을 다잡았다.

철봉을 잡고 내 몸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신우가 하던 것처럼 몸에 반동은 주지 않고, 속도 또한 신우의 10분의 1 정도로 천천히 움직였다.

대신 절대 동작이 끊어지지 않았다.

신우가 풀업에서 딥스로 넘어가는 연결동작이 위험하고, 힘들다고 했었지만 나는 너무도 수월하게 정확히 같은 속도로 올라갔다.

그리고 머슬업 동작이 완성되자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나 숨 참고 있었는지도 몰랐네.. 와...”

“저게 가능한 거냐? 힘이 얼마나 강하면 저런 게 가능하지?”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확히 같은 속도로 내 몸을 내리고 있었다.

다시 숨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는 정적이 흘렀다.

지루할 법도 한데, 모두들 주먹을 꽉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나의 동작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경건한 기도를 하는 것과 비슷한 표정들이었다.

[턱!]

마지막으로 바닥에 내 발이 닿자, 모두 박수를 치기 시작하였다.

[짝짝짝짝짝!! 우와!!!]

“형님! 이게 뭐에요! 머슬업 해보신거에요? 아니.. 이건 약간 다른데.. 이게 연습 한다고 되는 동작인가?”

나는 웃으며 나의 트레이드 마크인 녹색 추리닝 윗도리를 벗었다.

“어? 저게 뭐냐?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추리닝을 벗은 내 상체에는 검정색 조끼 같은 것이 입혀져 있었다.

[쿵!]

운동할 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만든 조끼이다.

조끼에 달려있는 조그마한 주머니들에는 내가 만든 합금 바가 들어가 있었다.

“이게... 이걸.. 차고 하신 거예요? 이거 무게가.. 끄응.. 헉.. 안 들리는데요?”

“어. 그거 바 하나 당 10kg짜리야.”

“그럼 이게 몇 개나..”

“20개.”

“200키로!! 이게 뭐예요!”

“연구소에서 할 때는 특수하게 설계된 운동기구로 하는데, 밖에 나올 때는 그게 안 되니까. 그리고 무게도 그게 한계야. 엘리베이터 탈 때 민폐더라고.”

“아.. 그렇군요.. 형님이 괴물인줄은 알았지만, 이건 정말..”

“아무튼 계속 가르쳐 줘. 의외로 재미있네.”

내 말에 신우는 난감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고, 어느새 사람들은 우리를 못 본척하며 각자의 운동을 하고 있었다.

“어허.. 허이.. 합..”

“어. 이거. 플란체나. 해볼. 까나.”

어색한 말투로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로 맨몸 운동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플란체를 하는 사람이 보였다.

나는 신기해서 그 앞에 쪼그려 앉아 구경을 시작하니 플란체 동작을 하려던 분이 안절부절 못했다.

“지금 하시려던 게 플란체 맞나요?”

“어.. 아! 네. 맞습니다.”

“말티즈는 안하시나요?”

“헉! 말티즈..”

플란체는 양손을 옆드려 뻗친 자세에서 손을 골반 정도의 위치에 둔 후, 하체를 공중에 띄워 일직선으로 곧게 펴 유지하는 동작이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맨몸 운동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자세이다.

그런데 말티즈는 진정한 맨몸 운동의 최종 보스격이다.

기계체조 중에서 링 운동의 기술 동작에서 따온 동작인데, 하체를 공중에 띄워 유지하는 것은 플란체와 똑같지만, 양손을 최대한 벌려서 한다.

“저는 플란체도 아직 익히는 중이라서..”

“형님. 말티즈가 뭔가요?”

“어. 기계 체조 중에 링 경기하면 양쪽을 쫙 펴면서 날아가는 새를 표현하는 것 같은 동작 있지?”

“아! 뭔지 알겠어요.”

“그거야.”

“어.. 한 번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신우의 그 말에 다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저.. 영상 찍어도 될까요? 보면서 연습하고 싶은데요.”

국내에 이게 가능한 사람이 몇 없다보니 기회가 왔을 때 찍고 싶나보다.

“네. 괜찮아요. 그래도 플란체가 쉬워지면 그때 조금씩 각도를 늘려가며 연습하세요. 잘못하면 크게 다칩니다.”

“넵!!”

나를 열렬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동작을 천천히 보여주었다.

너무나 수월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신우는 자신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신우는 플란체도 힘들 것이다.

그리고 검지 손가락 하나로 버티는 내 모습을 보며 주변의 수행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오!!!”

말티즈 자세에서 허리를 들어 올려 물구나무 동작으로 만들고, 거의 바닥에 맞닿을 듯이 벌려져 있던 양손의 검지 손가락을 천천히 끌어당겨 모았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내 동작에 환호성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물구나무 자세에서 다시 서서히 말티즈 자세로 되돌아가는 내 모습은 CG의 한 장면 같았다.

“우와!!! 힐링! 힐링! 힐링!!”

그 기적과도 같은 모습에 모두들 소리치며 흥분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가야할 최종 단계를 보게 된 수행자들의 모습들에서 흡사 광신도들의 편린을 보는 것 같았다.

“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우와!! 헉...”

너무나 기쁜 마음에 모두들 나에게 달려들어 들어 올리려고 하였지만, 너무나 무거운 내 몸무게에 다들 끙끙거리고만 있었다.

“아니.. 몸무게가 몇이세요? 꿈쩍도 안하시는데..”

신우는 움직이지 않는 내 몸을 보고 물어왔다.

“어. 그 조끼 같은 거 밑에도 입고 있어. 이건 150kg짜리”

그 말에 광신도들이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러 다시 흩어졌다.

“저건 안 되겠다. 그냥 머슬업이나 하자.”

“어. 그래. 사람이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로봇이 하는 건 의미가 없지.”

아무래도 신우랑 나는 왕따가 된 것 같다.

“형님. 다시는 여기 오지 마세요.”

나만 왕따가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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