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7화 (137/170)

묘목 심기

[경고한다. 너희는 대한민국의 선박을 공격하였다. 바로 엔진을 멈추고 투항하라. 그렇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소말리어와 아랍어로 외치는 방송에도 다섯 척의 해적선들은 미친 듯이 자신들이 출발한 항구를 향해 도망치고 있었다.

거대한 잠수함은 일반적인 잠수함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크고, 아름다웠다.

SF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비행선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잠수함의 아래쪽에서는 여러 대의 추진기들이 작동하며 그 거대한 몸체를 공중에 띄워 고정시키고 있었고, 뒤쪽에 보이는 추진기 두 개는 프로펠러가 서서히 안쪽으로 밀려들어가 로켓에서 사용하는 추진기 같은 모습으로 변환되었다.

잠수함의 옆면에는 힐링 그룹의 로고와 [노틸러스]라는 한글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엔진을 멈추고 투항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마지막 경고에도 해적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사력을 다해 도망가고 있었다.

저러다가 엔진이 과열되어 폭발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선을 다해 배를 몰아갔다.

[보조 레일건 5문 충전 시작. 충전 완료. 타켓 설정합니다. 5. 4. 3. 2. 1. 발사]

- 지이잉! 퉁!

다섯 개의 텅스텐 탄환이 하나의 탄이 발생된 것 같은 소음을 내며 발사되었다.

[퍼엉!!!]

마하 10이 넘는 속도는 발사와 거의 동시에 목표물에 도착하였고, 해적선의 잔해조차도 남기지 않은 텅스텐 탄은 수면에 거대한 물보라들을 만들어내고 바다 속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절차에 따라 보복 공격을 시작합니다. 목표 소말리아. 주포 충전 중.]

노틸러스호의 앞부분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충전 완료. 발사합니다. 5. 4. 3. 2.... 마스터의 명령으로 보복 공격을 중지합니다. 크루즈 호위 모드로 되돌아갑니다.]

주포 앞쪽의 일그러짐이 사라지고, 다시 노틸러스호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 노틸러스호에서 긴급 연락입니다. 호위 대상 피격 중. 대응 프로토콜에 따라 요격 모드로 전환합니다.

“뭐? 화면 띄워!”

혹시나 몰라 노틸러스호 한 대를 회장님들이 여행하시는 크루즈 선의 호위함으로 보내놨었다.

여행을 하다 무슨 일을 당하지는 않으시겠지만, 혹시나 나를 협박하기 위한 이유로 납치를 시행할 수도 있으니 대비 차원에서 보내놓았다.

사실 두 분에게 만들어드린 변신 차량들만 있더라도 웬만한 용병 부대들은 무력화 시킬 수 있겠지만, 만약이라는 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니 대비차원에서 보낸 것이다.

띄워진 화면에는 노틸러스호가 소말리아를 타켓으로 정하고 주포를 발사하기 직전이었다.

“스탑!! 취소! 주포 발사 취소!! 타켓 취소! 호위 모드로 되돌아가!”

아슬아슬하게 주포를 멈출 수 있었다.

위협을 한 주체까지 타켓으로 설정하게 하였는데, 해적들의 주체를 한 나라로 설정한 것은 설정 오류인 것 같았다.

하마터면 한 나라를 잿더미로 만들 뻔 하였다.

그 거대한 노틸러스호의 대부분은 배터리로 되어 있다.

승무원이 필요하지 않으니 대부분의 공간이 배터리와 무기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리고 보조용 레일건과 어뢰들을 뺀 대부분의 무기들이 광학병기들이었다.

파괴력은 실탄 화기들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탄과 무기들의 양에 구애받지 않아, 장기적인 전략에는 더 나아 광학 병기들을 주력 병기로 제작하였다.

아마 조금만 늦었어도 소말리아까지는 모르겠지만, 저 앞의 항구는 확실하게 불타올랐을 것이다.

“고스트 발동! 노틸러스와 관련한 자료 전부다 폐기 시켜!”

우리나라를 지키는 [까치]와 달리, 타국의 첩보 기관들을 감시하고 정보를 교란하기 위해 만든 [고스트]를 이용해 노틸러스 관련한 자료들이 발견되면 삭제하게 지시를 하였다.

물론 프린트된 자료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대부분은 걸려내질 것이다.

워낙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크루즈선에서 청해부대에 구조 신호를 보낸 시점부터 미국의 첩보 위성이 크루즈선을 촬영하고 있었다.

나와 관련된 인물이 타고 있는 크루즈선이다보니 집중 관리 중인 것 같았다.

관련 영상들을 삭제하고, 백업된 자료들까지 삭제를 하였다.

CIA에서는 당연히 이상함을 알게 되겠지만, 실체가 없으니 뭐라고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지키려고 만들다보니 호위 모드에 대한 세세한 설정까지는 신경을 못 썼네. 어휴.. 큰일 날 뻔 했다.’

현재 노틸러스호들은 우리나라의 삼면에서 조용히 활동 중이다.

물론 너무 거대하다보니 더 작은 잠수함들이 첩보 활동을 하고 있었고, 노틸러스호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전략 병기이다.

그런데 크루즈선을 따라다니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충전 없이 활동이 가능한 노틸러스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하여 벌어진 작은 해프닝이었다.

현재 그래핀 생산 공장은 용궁의 해류를 이용한 방어로 인하여 그 누구도 접근이 불가능한 천혜의 요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섬의 지하는 진정한 비밀 기지로 탈바꿈 되었다.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한 무기들과 병기들이 안드로이드들의 힘으로 비밀리에 제작 중에 있다.

잠수함들의 충전은 동해의 그래핀 생산 공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모든 활동은 심해에서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바다 속에 뭐 이리 많은 나라들의 잠수함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심지어는 유럽 국가들까지.

아무리 잠수함을 탐지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너무나도 심했다.

만날 때마다 전자기파를 이용해 고장을 내주고는 있지만, 승조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고장은 낼 수가 없어 고가의 장비들만 고장 내며 적당히 손만 봐주고 있었다.

그래도 잠수함의 운영비용이 증가할 것이니 언젠가는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 중에서 일본 잠수함은 발견하는 족족 [닷 어뢰]를 이용해 괴롭혀주고 있었다.

닷 어뢰는 잠수함의 밑면에 붙어서 닷을 내려 바닥에 걸어버린다.

그러면 오도 가도 못 하고 고생하는데, 삼일 정도만 붙여놓았다가 떨어트려 준다.

그러면 일본 잠수함은 무엇에 당한지도 모르고 공포에 떨다가 되돌아간다.

[고스트]가 찾아낸 일본 첩보 자료를 보니, 잠수함 함대에 도는 한국의 동해 용왕의 저주에 대해 정식보고서까지 올라갔다.

동해 용왕은 아니지만, 친분이 있는 사이이니 상관없을 것 같다.

“사부님. 어서 오세요.”

“그래. 오늘 잘해보자!”

우리는 강원도의 산골에 도착을 하였다.

"천운이형! 천천히 좀 가! 어이고.. 죽겠다..”

MBSS 방송국의 PD인 재준이가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운동 좀 해라. 다큐멘터리 찍는다더니 그 체력으로 되겠냐?”

산불과 그 참혹함, 그 이후의 희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다는 재준이와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진행하려는 프로젝트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재준이는 그 프로젝트를 꼭 촬영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지상파 PD님들도 별거 없네요.”

내 옆에서 말을 하는 김상구 PD님은 재준이를 열심히 놀리고 있었다.

원래는 오랜만에 내 너튜브 영상만 찍어 올리려고 하였는데, 재준이가 찍는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에 내가 하는 일을 넣고 싶다고 해서 촬영을 허락해주었다.

나는 요즘 민이와 함께 나무 묘목을 만들고 있었다.

[삽질 그렇게 하는 거 아냐! 나와 봐!]의 내 중급 재능과 [재크와 과일나무]라는 민이의 표절스러운 재능이 합쳐지자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었다.

내가 열심히 삽질을 하며 구멍을 파 놓으면, 민이가 과일나무의 씨앗을 던져 넣고 흙을 덮는다.

그러면 놀랍게도 바로 다음날 씨앗이 발아를 하여 싹을 틔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송이의 펫이 되어버린 산신 출신의 [밍밍]이가 힘을 써주었다.

- 자라나라! 머리머리! 아니다! 새싹들아!

밍밍이가 힘을 쓰자, 대머리에서 자라나 풍성한 머릿결을 자랑하듯이 어린 묘목의 크기까지 급격하게 자라났다.

그렇게 힘을 쓰고 나면 지쳐 쓰러져 마카다미아만 먹어야 하지만,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마무리로 손 세차까지 해줘서 물을 주면 깔끔하게 적당한 크기의 묘목들이 생겨난다.

그 묘목들을 힐링 물류를 통해 동해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불에 타버린 산림의 면적을 계산하여 필요한 수량의 묘목들이 준비가 되자 이벤트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끼리 묘목을 심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심어야만 하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너튜브 방송을 이용해 이벤트를 진행하고자 한다.

홍보의 극적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배경이 되는 강원도의 산불 피해 현장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 방송은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의 뒤로 보이는 산은 모든 것이 검정색으로 뒤덮여있었다.

푸르던 나무들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약초꾼들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산을 오르는 것을 방해하던 그 산이 이제는 아무런 방해물도 없이 자신의 속살을 하나도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귀가 아플 정도로 울어대던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들도 마치 음소거를 한 것처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황량한 모습을 보고 있다 보니 마음이 시려왔다.

마치 어렸을 적 한국사 교과서에서 봤던 한국전쟁 당시의 그 민둥산을 보는 것과 비슷했다.

우리의 배경이 되는 산뿐 만이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던 우리나라의 그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산이 시커먼 잿더미들뿐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다시 푸르게 만들어 줄게.’

화마가 지나간 산들이 나의 의지에 답이라도 해주듯이 갑작스럽게 시원한 바람이 우리의 주변을 휘돌고 사라졌다.

너튜브 방송은 미리 예고를 했더니 방송을 시작도 하기 전에 동접자들의 숫자가 어마어마했고, 채팅창은 읽을 수도 없었다.

“자! 이제 시작 오 분 전입니다.”

나와 민이는 추리닝을 입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민이는 특히나 엄청나게 흥분한 표정으로 연신 ‘사부님과의 방송이라니 대박이야’만 외치고 있었다.

그래도 막상 방송에 들어가면 잘 할 것으로 믿는다.

“자! 5. 4. 3. 2. 1! 큐!”

김상구 PD님의 큐 싸인과 함께 우리의 멘트는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힐링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안녕하심까! 힐링님의 제자인 미니미니 조민임다! 와우! 오늘은 제 소원이 이루어진 날임다!! 쏴리 질러!!!”

폭주하는 민이 때문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 저거 눈 돌아갔다! ㅋㅋㅋㅋ

- 미니미미 평생 소원이 힐링님하고 방송해보는 거라고 했음! 소원 성취!!

- 맞아! 버킷 리스트 첫 번째가 방송같이 하는 거고, 두 번째가 탑에서 티모모로 캐리하는 거라고 했음!

- 티모모는 선 넘는건데.. 티확찢이 진리 아님?

주제와 상관없이 다른 이야기들로 소란스러워지는 것 같아 환기를 시킬 필요가 있었다.

“여러분! 강원도 대화재는 다들 아시죠? 그 때 입은 피해가 아직도 복구가 안 되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생활은 저희 힐링 그룹의 조그마한 도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지금 저희 뒤에 보이듯이 불에 타버린 산은 아직도 휑합니다.”

- 조그마한 도움? 그게?

- 내 친구가 이번에 피해를 입어서 힐링 그룹 지원을 받았는데 너무 부럽더라.. 우리 집은 왜 강원도에 없어서.. ㅠㅠ

- 이재민 분들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부럽기는 하더라. 스카이 호텔에 쇼핑몰, 집까지. 완전 풀 세트 아님?

- 이번에 도움을 받은 이재민입니다! 저 아침저녁으로 힐링님 사진 붙여 놓고 큰절하고 있습니다! 만수무강 하십셔!!

- 이거 우리 집도 그러고 있음. 엄마가 교회 다니는데도 새벽마다 정안수 떠놓으시고 손 비비면서 빌더라. 힐링님 건강하라고.

“맞슴다! 산이 너무 휑함다! 이러면 무슨 문제가 생기느냐! 장마철에는 산사태가! 평상시에는 동물들의 터전이! 이게 심각한 문제인 검다!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배출해내는 능력이 떨어지며....”

- 나왔다! 취침 모드!!

- 비상! 시청자 천만 명 꿀잠 사태 발생 1분 전!

“여러분! 주무시면 안 됩니다! 제가 저 요망한 입을 막았습니다!”

내가 황급히 민이의 입을 막아서며 최선을 다해보았지만, 늦은 것 같았다.

- 쿨... 쿨... 어? 끝났나?

- 아흐~ 개운하다! 2부인가?

“네. 아직 1부 진행 중이고요! 이제부터 저희가 준비한 이벤트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화재 피해를 입은 산에 나무를 심는 사업에 대해서 들어보셨죠?”

힐링 그룹과 저승 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이었다.

묘목은 우리가 만들었지만, 그 묘목을 옮길 수 있게 후 작업을 하는 것과 강원도의 산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많은 인력과 차량이 필요했다.

힐링 물류가 지원을 하고 있지만, 힐링 물류의 손해는 보전시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무를 심고난 이후의 관리까지 생각하면 엄청난 금액이 필요하다.

사실 국가차원에서 해야할 국책사업인데, 일개 기업가인 내가 하고 있었다.

“그 사업에 기부를 하시는 분들을 추첨하여 스카이 호텔 숙박권을 드릴 예정입니다!”

- 스카이 호텔 오너 : 어리 둥절.

- 본격 동생 등골 빼서 이벤트 하기!

“그거 우리 사부님이 돈 낸 검다! 제가 봤슴다! 송이님은 가족이라도 절대 공짜는 없슴다! 저한테도 밍밍이 만지는데 오백 원씩 받았슴다!”

“아무튼 숙박권을 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벤트! 기부보다는 직접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이벤트입니다.”

- 두근 두근!

- 직접 나무 심으라고 하면 화낸다!

- 나무 한 그루 심으려고 강원도까지 가서, 산에 올라, 땅을 파고 심는다? 이건 에바죠!

“에바? 에바가 뭐죠?”

- 어이고.. 힐링 노인님.

- 눈은 보이시나요?

“우리 사부님 놀리지 마십셔! 이래봬도 잘 보임다!”

- ㅋㅋㅋㅋㅋ ‘이래봬도’ 래.

- 미니미니가 더 심한데?

“어.. 아무튼 계속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이 넓은 산에 저희들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방금 말씀하신대로 직접 피해가 발생한 산에 올라 묘목을 심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인증 사진을 SNS에 올려주시면 추첨을 통해 제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이 이벤트는 한 달 동안 진행됩니다.”

- ..... 내가 잘 못 들었나? 그림?

- 직접 그린?

- 한 점에 오천억 하는 그 그림?

- 며느라! 뭣허냐! 삽 챙겨라!!

- 대 묘목 심기 시대의 시작이다!! 이건 전설의 시작이야!!

갑작스럽게 동시 접속자 숫자가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하였다.

“어? 아직 이벤트 더 남았슴다! 가면 안 됨다!!”

민이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막을 수 없었다.

나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분들에게 최선을 다해 도움을 요청 드렸다.

“이곳 강원도와 저희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정말 절실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강원도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엄청난 교통 체증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명절 때보다도 더욱 심한 정체에 뒤 늦게 출발하는 사람들은 비행기를 이용하기 시작하였고, 일부 사람들은 남해까지 내려가 배를 이용해 강원도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는 해외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들어와 강원도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동해시내의 숙박시설들과 음식점들은 길게 줄이 늘어섰고, 숙소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텐트를 치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으며 나무만 심고 있었다.

한 명당 게시물 몇 개까지 인정한다는 말을 못한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묘목을 심고 인증 사진을 찍어 올렸다.

온라인상의 분위기는 가장 많이 심은 사람이 그림을 타가는 게 당연시 되어가고 있었다.

한 달 동안 대한민국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였고, 너무나 많이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동해 쪽 해수면이 낮아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한 달이라는 기한을 두지 않았다면 더욱 심각했을 테지만, 다행히 한 달이 지나자 다들 일상으로 복귀를 하였다.

그래도 강원도를 방문했던 사람들 중 일부는 동해안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더 오래 머무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전 세계에서 동해의 기적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동해의 기적.

엄청난 규모의 산림이 사라진 곳에 단 한 달 만에 대부분의 산에 묘목이 심어진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나와 민이, 밍밍이가 미리 묘목을 엄청나게 만들어 놨었기 때문에 그 수량을 맞출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묘목 하나의 가격이 하늘을 뚫고 지나갔을지도 몰랐다.

몇 년이 지나 나무들이 자라 과일들이 자라기 시작하면 그때는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게 몰려든 사람들로 인하여 강원도와 동해안의 도시들은 엄청난 호황을 맞이하였다.

지자체는 발 빠르게 축제들을 기획하여 진행하기 시작하였고, 곳곳에 전국에서 몰려든 푸드트럭들까지 합세를 하며 축제 분위기를 고조 시켰다.

거기에 힐링 타운 소속의 시니어 공연팀들까지 지원을 나오게 되자 강원도는 축제의 고장으로 되살아났다.

전 세계의 여행 너튜버들과 방송국들까지 몰려들어와 취재를 시작하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다시 축제의 규모가 커지는 선순환이 시작되었다.

“사부님! 정말 존경함다! 이건 정말.. 기적이라고 밖에는..”

그렇다.

이건 기적이었다.

엄청나게 넓은 면적의 불타버린 산림이 어린 묘목들로 뒤덮였다.

아직까지는 그때의 그 푸르른 모습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밍밍이를 조금 더 빡세게 굴리면 그 시간은 더욱더 단축될 것이다.

나는 약속한 대로 내 그림을 선물해드렸고, 그림 외에도 많은 분들에게 다양한 선물들과 혜택들을 드렸다.

특히나 777그루 이상을 심으신 분들에게는 특별히 힐링 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차량 중 원하는 차량을 선물로 드렸다.

777그루는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평균 25.9개의 나무를 심어야만 하는 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하셨다.

인간 승리의 표본이라고 할 만 했다.

묘목을 심을때는 50cm정도의 넓이에 깊이는 최소한 30cm는 파야한다.

거기에 적당한 높이에 맞추어 흙을 잘 덮어줘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 대부분은 너튜버들었지만, 그럼에도 묘목 심기 컨텐츠 덕분에 힐링 그룹과 저승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많은 기부금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내 그림을 선물 받은 분은 상상을 초월하는 분이었다.

7777그루.

하루 평균 259.2개의 나무를 심어야 하는 엄청난 일이었다.

그분은 한 달 동안 산에서 내려오지 않으셨다.

와이프분과 아들이 묘목을 옮겨오고, 그분은 계속해서 묘목만 심으셨다.

혼자서 산 하나를 완전히 묘목으로 뒤덮으시고, 7777번째 게시물을 올리시며 만세를 외치셨다.

그 게시물은 인간 승리의 기적으로 엄청난 조회수와 좋아요를 자랑하였고, 모두가 이벤트 당첨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분을 인터뷰한 영상이 재준이가 만든 다큐멘터리의 예고편으로 나오며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힘들지는 않으셨습니까? 어떤 생각으로 이 일을 하신 건가요?”

재준이의 물음에 그 아저씨는 천천히 대답을 하셨다.

그런데 그 예고편을 보던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그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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