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0화 (140/170)

고금 제일인

“크하암.. 좌석이 너무 좁아 몸이 찌뿌둥하네. 공항에는 짐(gym, 헬스장)이 없나? 몸 좀 풀고 싶은데.”

공항에서 방금 입국한 듯한 거대한 덩치의 근육질 남성이 크게 기지개를 켜며 말을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우선은 호텔로 가시죠. 호텔에 필요하신 것들을 전부 준비해 놓았습니다.”

말을 하는 남성도 나름대로 커다란 키와 덩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거대한 덩치의 남성에 밀려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였다.

“그럼 호텔 가자마자 짐(gym)에 들리지. 너무 오래 누워있어서 근 손실 올 것 같다.”

“네. 미리 준비해 놓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미리 준비된 커다란 밴에 올라탄 커다란 덩치의 남성이 매직워치를 작동시켜 음악을 틀어놓고,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하였다.

“대형. 죄송하지만, 매직워치는 사용을 금지하라는 가주님의 명령입니다.”

반대쪽 대각선 방향에 올라탄 남성이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다.

“대 황보세가가 뭐가 두려워서?”

앞좌석 위에 발을 올려놓은 근육질의 남성이 심드렁하게 말을 하였다.

“대형. 정보가 샐 염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가주님의 명령입니다.”

“흥! 정보가 새? 은밀하게 오느라 나 혼자만 왔는데 정보가 새면 그게 내 잘못인가? 그 힐링인가 하는 놈은 나 황보중이 여기 있는지도 모를 것 아닌가!”

화를 내는 황보중에게 더 이상 권하다가는 저 거대한 주먹에 얻어맞을 것 같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나약해 빠진 놈들! 개방도 내 행적을 모를 텐데, 이 조그마한 나라의 놈이 뭘 알겠어? 그리고 내 행적이 노출되면 뭐 어때서! 내가 그런 놈에게 당할 정도로 그리 약한 줄 알아?”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그제서야 덩치가 커다란 남성은 다시 자동차 시트에 등을 기대며 음악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아쉬운 건 이놈을 없애면 팍스 보이즈 노래를 작곡할 놈이 없다는 건데.. 그냥 본가로 잡아가서 작곡만 시키면 안 될까?’

처음에 처리할 존재에 대해서 자료를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심드렁했었다.

나름대로 자신의 귀에 들려올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봤자 조그마한 땅덩이에서 목소리 좀 높이는 인물일 뿐이었다.

대국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무력의 소유자인 자신에게는 너무나 하찮은 인물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인물이 팍스 보이즈의 타이틀곡들을 작곡하는 작곡가라는 것에서 깜짝 놀랐을 수밖에 없었다.

1집부터 현재 5집까지, 모든 타이틀곡의 작곡가는 힐링이었다.

그리고 팍스 보이즈의 음악을 마치 바로 앞에서 드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선물해준 이 매직워치도 그가 만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커다란 덩치에도 거뜬히 버티는 밴도 그의 회사에서 만들었고, 작전 중에 사지가 절단된 수하들의 희망인 된, 의수와 의족도 그가 만든 회사에서 제작을 한다고 한다.

중국 내에 있는 스카이 호텔은 자신도 자주 이용을 하는데, 그건 그의 동생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세가주가 자신의 집무실에 걸어놓고 애지중지하는 [대도무문]의 그림도 그가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 그 그림은 자신이 보기에도 정말 대단한 그림이었다.

젊은 남성이 정권 지르기를 하는 모습이었는데, 처음에는 그 근육과 자세의 세밀함에 감탄을 하였다.

그런데 세가주님의 호출에 집무실에서 세가주님을 기다리다 자세히 보게 된 그 그림은 자신을 주화입마에 들 뻔 하게 만들었다.

만약 조금만 더 늦게 가주님이 자신을 깨워주었다면 틀림없이 피를 토하고 쓰러졌을 것이다.

그 그림속의 남성이 자신을 향해 내 지르는 정권을 무슨 수를 쓰더라도 피할 경로가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미친 듯이 자신의 몸속의 내공을 휘돌리고 있을 때, 가주님이 들어오시며 기합을 내질러 자신을 깨워주셨다.

조금만 늦었다면 자신의 경맥은 파열이 되자 못해 폭발했을 수도 있었다.

겨우 진정한 자신에게 가주님이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자신의 뇌리에 남아있다.

“이건 평범한 정권 지르기이다.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지. 이건 혼을 담은 지르기이다. 가히 심검에 비견될 만한 일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황보세가가 반드시 얻어내야 하는 무학이다. 내가 가야할 길이고, 너도 언젠가는 그 길에 들어서야만 한다.”

“그럼 이 그림을 그린 자가 그 경지에 들었다는 것입니까?”

내 어리석은 질문에 호통하게 웃어주신 가주님은 말을 해주셨다.

“하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느냐? 무술의 무자도 모르는 작은 땅덩어리의 인물이 심검의 경지라니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어느 한 분야에 달인이 된다면 그것에 혼을 담을 수가 있는 법이지. 그리고 그걸 알아보는 나와 네가 그 만한 경지에 올랐다는 것이다.”

가주님과의 대화는 그저 그렇게 끝났지만, 이렇게 재주가 많은 인물을 그냥 죽여 없애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아까웠다.

본가로 끌여들이거나 납치해 평생을 부려먹는다면 황보세가의 세는 지금의 몇 배는 커질 것 같다.

그러나 세가주님의 형제가 부탁을 했다니 어쩔 수가 없었다.

세가주님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아깝단 말이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팍스 보이즈의 신곡을 듣다보니 어느새 호텔에 도착을 하였다.

“대형. 도착하였습니다. 편하신 옷으로 갈아입으시고 오시기 바랍니다. 짐(gym)을 빌려놓았습니다.”

"우으.... 찌뿌둥하네. 수고 했다.“

“감사합니다. 대형. 그리고 저녁에 연회장을 대절해 놓았습니다.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술을 준비해 놓았으니 마음에 드셨으면 합니다.”

그 말에 황보중은 그 남성의 등을 팡팡! 때리며 좋아해주었다.

“으하하하!! 좋구나! 좋아! 내 본가로 돌아가면 자네를 중히 쓰도록 보고를 올리도록 하지!”

그 말에 남성은 아주 기쁜 표정으로 왼 주먹을 오른손으로 감싸며 연신 흔들어댔다.

“쎄쎄! 따거!!”

조그마한 나라지만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건물들은 대륙의 발전한 도시인 썬전(심천)같이 커다랗고 많았지만, 땅 자체가 좁다보니 아기자기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나 대륙보다 공기도 맑아 시야도 멀리까지 보였다.

나중에 세가의 소주가 세가주가 되었을 때, 자신은 이곳을 영지로 달라고 할 생각까지 들었다.

‘오! 장비들도 우리 세가에 못지 않은데?’

호텔의 짐에서 보유하고 있는 장비들도 전부 최신식으로 좋아보였다.

물론 특수 장비들을 뺀 일반 장비들에 한 한 것이지만, 세가의 장비들과도 비견될 만 했다.

그런데 딱 하나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전체를 빌렸다고 하였는데, 어떤 호리호리한 남성 한명이 벤치 프레스를 하고 있었다.

자세가 정석인 걸 보니 아무래도 트레이너인가보다.

‘생각이 없는 놈이었군.’

황보세가는 신체 단련에 관한 세계 최고의 트레이닝 스킬들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만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문물들도 받아드려 지금은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과 쓰임새, 자극 방법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있었고 그 단련 방법을 이용해 극한으로 단련한 게 바로 자신의 신체이다.

비록 여기에서는 특수한 장비들의 도움은 받을 수 없어 일반적인 운동을 해야 하지만, 그 조차도 어느 누구보다 전문가인 자신이다.

그런 자신에게 트레이너라니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 단련 방법 중에 유출이 된다면 문제가 되는 것들도 많다.

벤치 프레스를 하고 있는 트레이너의 자세와 근육을 보면 우리 세가의 인물이 아닌 게 분명한데, 일반인을 자신에게 붙이다니 한심했다.

공항에서부터 자신을 수행했던 놈이 마음에 들어 본가로 돌아가면 직접 이끌어줄 생각이었는데, 이제 보니 생각이 많이 부족한 놈이었다.

“이봐! 도움은 필요 없으니까 가라. 돈은 약속한대로 주라고 할 테니 그만 나가봐.”

[끼익! 끼익! 텅!]

자신의 말을 들었는지, 벤치 프레스를 하던 남성은 정리를 하고 일어섰다.

마스크를 하고 녹색 추리닝을 입은 채로 운동을 하는 걸 보면 조금은 특이했지만, 평범하게 생긴 남자였다.

“운동에 자신이 있으신가 보군요.”

능숙한 북경어로 걸어오는 걸 보면 동포인가보다.

“너도 자세를 보니까 제대로 배운 것 같은데, 일반인? 무림인이 우리 황보세가에 트레이너를 하러 올리는 없으니 일반인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운동 열심히 했나보네.”

말하다보니 호기심과 호감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가 구사하는 북경어는 이상하게 듣기가 좋았고, 마음에 안정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운동을 하는 자세가 바른 것을 보면 나쁜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그 말에 마스크를 하고 있는데도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3대 몇 치십니까?”

“크하하하하!! 이 황보중에게 3대 몇 치냐고 물었나? 올해 들어서 가장 웃기는 질문이구나!”

“그래서 몇?”

“이놈! 우리 황보세가의 3대 제자의 기준이 1톤이다! 그런데 나한테 그딴 질문이나 하다니!”

“그래서 몇?”

“... 네놈이 정녕 미친 게로구나!”

“2톤? 그 정도 치나?”

“허... 정말 어이가 없구나.”

자신이 실수로라도 한데 친다면 어디 한 곳이 박살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남자가, 뭐가 그리 자신만만한지 자신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다.

화가 나려다가도 정신이 이상이 있는 놈인 것 같아 급격히 화가 수그러들었다.

“내기 하나 합시다. 3대 운동해서 더 기록이 높은 사람 소원 하나 들어주기. 쫄리면 뒈지시던가.”

너무나 유치한 도발이었지만, 남자라면 참을 수 없는 도발이었다.

손가락 하나로 상대하더라도 넉넉하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놈과 대결이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이건 안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상대를 하지 않는다면, 저놈은 분명히 자신이 황보세가의 황보중을 이겼다고 나불대고 다닐 놈으로 보였다.

“벤치부터 하지.”

“후회하지 말고 최대 중량으로 치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다른 말 하면 안 됩니다.”

대결이 성사되자 말투가 다시 부드럽게 변하였지만, 그 말의 내용은 여전히 자신을 도발하고 있었다.

“좋다! 아예 네 놈의 의지를 꺽어주마!”

벤치 프레스에 다가가 원반을 최대한 가득 채워 넣기 시작하였다.

“특수 합금이니 절대 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꽉 채우면 1톤이니 적당히 조절하세요.”

평상시에는 700kg 정도로 치고, 최고 기록은 720kg이었다.

초장부터 기를 꺽어주고, 이 어이없는 대결을 끝내주기 위해서 710kg을 채워 넣고 누웠다.

“몸도 안 풀고 바로 하네. 기본이 안 되었네.”

조용히 뭐라고 하는 놈이었지만, 고강한 무인인 자신의 귀에는 똑똑하게 들렸다.

“이 정도는 준비 운동도 필요 없다!”

원래라면 최소한 삼십분은 근육을 풀어주어야 하지만, 너무 화가나다보니 기본조차도 잊어버렸다.

저 마스크로 가려진 주둥이를 잡아 뜯어버리고 싶었지만, 남자의 대결 중이기 때문에 실력으로 눌러주어야 한다.

바벨을 어깨보다 약간 더 넓게 잡고 등을 단단히 고정한 다음, 허리를 살짝 들어주었다.

“흐읍!”

팔이 직선으로 곧게 뻗어 올리며, 올라가는 궤도가 변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곧게 펴진 팔이 서서히 가슴까지 내려오고, 잠시 멈췄던 팔이 다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팔이 조금씩 떨려오지만, 끝내 끝까지 곧게 팔을 펴낼 수 있었다.

[텅!]

“후웁. 후웁.. 봤나? 네 놈의 3대 중량보다도 더 많은 무게를 데드 리프트 하나로 끝냈다. 이제 패배를 인정해라!”

“님. 자리 비켜주세요. 아까부터 기다렸습니다. 하아.. 거기 땀 붙은 것도 닦아주셔야지. 매너가 없네.”

“어? 어. 죄송.. 이런!”

너무 어이없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벤치 프레스에서 비켜서자, 자신이 누웠던 자리를 목에 걸고 있던 수건으로 닦고는 기구에 누운 놈을 보고 한 손에 패 죽이고 싶은 것을 겨우 참고 있었다.

“합니다. 잘 보세요. 호잇!”

자신이 힘들게 들어 올렸던 무게를 마치 장난처럼 가볍게 들어올렸다.

너무 어이가 없는 광경에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두 눈을 의심했다.

“저.. 저거.. 뭐야! 너는 누구냐!”

“매너없이 헬스장에서 소리 지르지 마시고 다음으로 가시죠. 다음에는 스쿼트 하실 건가요?”

아무래도 한국 지부애들이 장난을 치나보다.

무슨 트릭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환영하는 행사인 것 같았다.

“하하하하! 재미있었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 아주 유쾌하구나!”

갑작스러운 자신의 웃음에도 여전히 연기를 하는지 호리호리하게 생긴 수하가 말을 하였다.

“님 쫄? 질 것 같으니까 피하는 거임?”

“장난이 심하구나! 이제 됐으니 그만하고 쉬거라. 나는 운동을 할 테니.”

“하아..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좋게 끝내고 싶으니까 하던 내기 마무리 하시죠.”

말을 하며 마스크를 벗는 수하의 얼굴을 보자마자 급히 몸속의 내공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이놈! 네놈이 어찌 여기 있는 것이냐!”

“대한민국에서 내가 못갈 곳은 없지.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허락도 없이 우리 땅을 밟으면 쓰나? 지금 그냥 돌아간다면 곱게 보내주고, 그렇지 않으면 용서는 없다.”

다행히 무인이다보니 항상 대비가 되어 있었다.

내공 주입기는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고 있었고, 무기는 자신의 두 주먹이면 된다.

“차라리 잘 되었구나. 빨리 일을 끝내고 관광이나 하면 좋지. 혼자 온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후웅!!]

크게 한 발을 내딛으며 오른손 주먹을 내 질렀다.

무공 초식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단련을 거친 자신의 몸에서 내지르는 정권은 분명 그림속의 그 정권 지르기와 닮아있었다.

웬만한 무인이라면 이 한 방으로 끝이 날 것이다.

분명 내공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일반인으로 보이는 저 놈은 피떡이 될 것이다.

[턱!]

“믿을 수 없다!! 사술을 쓰는 것이냐!”

놀랍게도 자신의 주먹의 절반 정도나 될 법한 손으로 자신의 철권을 가볍게 잡아내었다.

“임꺽정의 손아귀 힘”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말이었지만, ‘힘’이라는 말은 알아들었다.

팍스 보이즈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말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을 하자마자 자신의 강철과 같이 단단한 주먹에서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크아악!! 이게 무슨 사술이냐!”

아무래도 저쪽 왜놈들의 주술처럼 감각을 교란하는 사술인 것 같았다.

“좋게 말하면 알아먹었어야지. 나는 이 땅을 침범한 적에게는 자비가 없다. 다 네 놈이 자초한 일이니 원망 할 것이면 네 놈의 그 오만함을 원망하거라.”

[콰앙!!]

주먹 한 방에 공중을 날아가는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단련된 자신의 몸은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균형을 잡으며 낙법을 실행하였다.

“크윽!”

본능적인 낙법이후에 바로 얼굴을 매만져 보았다.

날아온 주먹에 얼굴의 반쪽이 폭발해 터져 나간 것만 같아 직접 만져보고 나서야 제대로 붙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안심을 하였다.

[비틀]

그러나 엄청난 충격에 뇌가 제대로 흔들렸는지 제대로 서있을 수가 없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자세 좋네. 그 자세가 너한테 딱 어울리는 자세다. 수많은 목숨을 끊을 때는 네놈이 대단한 존재로 느껴졌을 테지만, 실상은 그저 인간 백정 놈일 뿐이다. 그렇게 무릎을 꿇고 빌면 살려는 주마.”

마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는 듯이 덤덤하게 말하는 그 놈의 말투는 자신의 분노를 자극하였다.

[치이익! 치익! 치이익!!]

황급히 꺼내든 내공 주입기의 모든 용량을 한 번에 주입하였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지만,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저놈을 찢어죽이지 않으면 그대로 자신의 속이 터져 죽어 버릴 것 같은 분노에 찰나의 고민도 하지 않고 모조리 주입을 해버렸다.

[쿠아아아아!!]

잠시 후, 몸속에서 엄청난 해일이 일어났다.

너무나 커다란 힘이 지나가다보니 탄탄하기만 했던 그의 혈맥은 모조리 터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터져나간 이후에 다시 지나가는 내공의 힘으로 겨우 복구를 하고 있었지만, 오래 버티기는 힘들었다.

어서 이 힘을 발산을 하고 정양을 해야지만 폐인을 면할 것 같았다.

“크으으.. 네놈을 가루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박살내주마!”

본능과도 같은 심법에 따라 내공을 휘돌리며 기수식을 잡아갔다.

황보세가 역사상 벽력신권 하나만은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완성도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자신이었다.

스스로 생각하더라도 벽력신권의 끝을 보았다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순간 그게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주님의 집무실에서 보았던 그 그림이 생각났다.

자신도 모르게 그 자세를 따라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한계를 넘어서는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벽력신권이라는 것을.

몸속에 벼락이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벼락은 스스로 움직이며 자신의 눈앞의 적을 파괴하기 위해 쏟아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받아라! 이것이 진정한 벽력신권이다!!”

분명히 벼락이었다.

인간에게 허용되지 않은 그 힘이 발산되는 순간 모든 것이 전부 파괴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분명히 내 주먹은 그놈의 얼굴을 꽤 뚫었다.

[콰아아앙!!!]

주변의 장비들이 충격에 박살나며 날아가고,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창문이 모조리 터져 나갔다.

자신과 그놈의 주변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터져 나갔다.

[뚝.. 뚝... 뚝...]

엄청난 폭발음이 지나가고 맞이하게 된 공허의 시간에서 바닥에 떨어지는 자신의 핏 방울 소리만이 유일한 소음이었다.

“크헉... 쿨럭.. 하아.. 하아.. 이형환위? 하아.. 내 벽력신권이...”

내질렀던 주먹에 붙어있는 손가락 세 개 만이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휘어진 채로 남아있었고, 검지와 중지 손가락은 형체도 알아보지 못하게 뭉개져 있었다.

“그 정권 지르기가 정말이었구나..”

세가주가 애지중지 하던 그 그림속의 자세와 완벽하게 동일한 정권 지르기가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오른손 주먹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결국 자신과 벽력신권은 저 정권지르기의 아류작일 뿐이었다.

그리고 세가주가 마지막에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흠... 그런데 만약 저 경지에 오른 무인이 정말 있다면 고금제일인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자일 것 같구나.’

자신의 눈앞에 고금제일인이 서 있었다.

무인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은 그 길의 끝에 선자를 자신의 두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고 싶었지만, 자꾸만 눈이 감겨왔다.

망가진 주먹을 펴고 그를 잡기 위해 손을 휘저었지만, 자신의 의식은 안타깝게도 거기에서 끝이나버렸다.

완벽한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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