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1화 (141/170)

좋은건 많을수록 좋다.

나보다 배는 큰 덩치와 다르게 분명히 나보다 확연히 떨어지는 실력이었다.

내공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신체 능력의 차이가 월등하다보니 그의 모든 동작이 선명하게 보였고, 힘의 차이도 월등했다.

그리고 무공이라면 무언가 심오한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것도 내 착각이었다.

그저 몸속의 기운을 100% 효율에 가깝게 내지르는 게 목표인 것처럼 몸놀림이 단순했다.

인체구조에 대한 이해와 몸동작, 격투 기술은 오히려 현대의 MMA(종합격투기)가 더욱 뛰어난 것 같았다.

그래서 살짝 방심했다.

이번 기회에 무공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어울려 주려고 하는 순간.

바로 눈앞에 황보중의 주먹이 보였다.

‘초인지 감각!’

[초인지超認知 감각 - 원할 때 원하는 속도로 상황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최고 10만분의 1초까지 인식할 수 있습니다.]

10만분의 1초의 시간 속에서도 황보중의 주먹은 서서히 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재능을 얻고 나서 보게 된 가장 빠른 물체였다.

‘분노의 급발진’

그러나 나만이 존재하는 이 시간 안에서, 나는 정상인과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에게는 어떠한 속도에도 반응할 수 있는 반사신경이 있고, 빛과도 같은 속도의 동작을 해낼 수 있는 강인한 인대와 근육들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행위들을 지탱해주는 튼튼한 뼈대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해낼 수 있다.

뒤로 반보 이동.

자연스럽게 기마자세로의 연결.

목표물을 향해 최단거리로 나아가는 내 정권 지르기.

그리고 나의 영력은 내 의지에 반응하며 완벽하게 내 움직임을 보조해주었다.

‘혼신의 힘을 다하여 한 번에 내지른다!’

이 공허의 시간에서도 나의 정권 지르기는 너무나 빨랐다.

속도는 곧 힘이다.

나의 정권지르기와 너무나 닮은 듯한 황보중의 벽력신권이었지만, 결코 나보다 빠르지도 강하지도 못했다.

그러므로 결국 나의 아류작일 뿐이다.

[콰아아앙!!!]

내 지르기의 경로 상에 존재하던 황보중의 주먹이 박살나고 있었다.

검지와 중지는 너무나 큰 충격에 산산 조각나서 허공으로 비산하였고, 그 충격의 여파에 강철보다 강력한 그의 나머지 손가락들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구부러졌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포악한 힘의 통로가 되어버린 그의 팔은 곧게 뻗은 상태 그대로 멈춰 서서, 오른팔의 모든 뼈가 가루가 되는 상황들을 무기력하게 느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평생을 단련해 오던 강인한 팔 근육 덕택에 뼈가 가루가 된 상태에서도 팔의 형태를 유지해 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충격파에 천천히 날아가고 있었다.

‘위험할 뻔 했다. 무공이라는 것이 대단하기는 정말 대단하구나.’

자신의 정권 지르기와 흡사한 무리를 품은 무공이어서 더욱 위협적이었다.

그래도 염라대왕님의 정권 지르기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태풍을 날려버렸던 물리 마법을 보고 나서 어설프게나마 따라할 수 있게 연습을 해놨었다.

내 모든 영력을 한 번의 지르기에 담아낼 수는 없었지만,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다.

염라대왕님의 정권 지르기를 기억해내고 익히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이었다.

그 몸동작과 자세, 근육의 움직임, 호흡, 기운의 이동.

모든 것을 그대로 그려내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뼈대가 되는 몸동작을 그려내고, 마지막 얼굴이 남았을 때 다른 사람의 얼굴을 그려내며 마무리를 지었다.

염라대왕님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면 또 다른 귀물이 될 것 같아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그린 것이었다.

필요한 것은 그 동작의 무리였지, 얼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삼일에 걸쳐서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림을 그려내고 나자, 하나의 재능을 얻게 되었다.

최상급 재능 [기초 물리 마법-정권 지르기].

물리적인 힘이 정점에 이르자, 마법과도 같은 경지에 오르게 된 정권 지르기였다.

이 재능을 얻고 나서 몇 번 정도 밖에 연습을 하지 못하였다.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온 몸의 힘이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재능을 얻고 나서 그림은 경매로 팔아버렸다.

연구소에 걸어두었더니 자꾸만 나도 모르게 반응하게 돼서 그대로 걸어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림 속의 남자가 지르는 정권을 피하며 반격하다 보니, 하마터면 그림을 박살낼 뻔 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겨우 정권 지르기의 경로에서 벗어나는 게 한계였는데, 하다 보니 금방 익숙해져서 반격까지 가능해졌다.

그 정도에서 그림의 필요성이 끝이 나게 되자 바로 팔아버린 것이다.

어느 날은 염라대왕님의 초상화 앞에서 그 동작을 연습했는데, 염라대왕님이 나에게 조언을 해주셨다.

[자세는 그만하면 되었는데, 중요한 것이 빠졌소.]

“아. 대왕님. 안녕하십니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많이 부족하죠?”

[허허허허.. 딱 한 번 보고도 ‘의지의 일격’을 재현해 놓고서도 부끄럽다니, 다른 자들이 본다면 놀린다고 말을 할 것이요.]

자신을 신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만든 무술이라고 하셨다.

“겨우 흉내만 내 보았습니다.”

[천운님의 그 자질이 범상치 않음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방금 그 일격은 상식을 초월한 성취라오. 무술의 기초를 모조리 건너뛰고, 신화경에서나 가능한 일격을 해내다니 너무나 비상식적이오.]

“어.. 그런가요? 그럼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허허허. 걱정 마시오. 이미 다른 분야에서 그 경지에 올랐으니 자연스럽게 동작으로도 표현된 것일 뿐이라오. 그나저나 조금 아쉬운 부분은 영혼을 담아내서 질러야 하는데, 너무 형식에만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오.]

“영혼을 담는다고요? 그걸 어떻게 하는 거죠?”

[하하하하. 이미 하고 계시지 않소? 몸으로는 해내고 있는데 머리가 아직 안 따라 가는 것이오? 바로 이 몸을 그려낸 이 그림이 그것이고, 대중을 울리는 감정을 담아내는 천운님의 음악과 무생물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그 기술력. 이게 영혼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소?]

“아...”

갑작스럽게 내 뇌리를 스치는 것들이 있었다.

내가 그림을 그릴 때 담아내고자 하던 것들.

내 음악을 들을 때 대중들이 느꼈으면 하는 감정들.

아담이를 만들 때, 슬프고 나약했던 과거의 모습들을 뺀, 행복한 내 자신을 만들어 내고 싶었던 의지들.

그것들과 이것이 전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멍한 상태에서 한 번씩 혼신의 힘을 다하여 정권 지르기를 해보고 있었다.

무의식중에도 몸의 기운이 회복이 될 때마다 정권 지르기를 연습하였다.

내 모든 것을 이 정권 지르기 한 번에 담아내고자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다 결국에는 해낼 수 있었다.

그것은 빛이었다.

내 모든 것이 빛으로 변하여 물리 법칙을 능가하는 이적을 행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빛보다 빠를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의지는 잠시나마 빛보다 빠른 그 무엇을넘나들었다.

깨달음의 바다에서 벗어난 것은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물 한 모금도 먹지 않고, 그 자리에서 마보를 취한 채 정권 지르기만 하고 있었다.

[응원] 재능과 극도로 단련된 신체가 아니었다면 몰입이 깨졌을 테지만, 그 모든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기반이 있었기에 깨달음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다.

나중에 아담이에게 듣기로는 서서 죽은 줄 알고 달려왔는데, 갑자기 내지른 주먹에 연구소의 물건들이 폭발하고 터져나갔다고 한다.

그 충격에 아담이가 예비 몸체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고, 연구소는 풍비박산이 나버렸다고 한다.

바로 그때 월직 차사님이 나타나서 내가 정권 지르기를 할 때마다 충격파를 해소해 주시어 겨우 연구소가 붕괴하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한다.

“감사합니다. 차사님.”

눈앞에서 칼을 반쯤 꺼내들고 경계하시던 월직 차사님께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드렸다.

- 성취를 축하드리오. 이제는 무술조차도 나를 앞서게 되는구먼. 유일하게 이길 수 있다 자부하고 있었는데, 아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오.

“하하하. 감사합니다.”

- 이제는 강림 차사와도 한 번 붙어볼 만 할 것 같소이다. 언제 강림 차사 버릇 좀 한 번 고쳐주시오. 직급이 있는데 자꾸만 대들고 말이지!

“어? 강림 차사님!”

- 헛! 아니네! 내 아무 말도 안했다네!

“하하하. 아닙니다. 제가 잘 못 본 것 같네요.”

-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루왁 커피 좀 드실래요?”

- 커험! 아니오. 다음에 들르면 그 때 한 잔 주시오. 나는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 이만 가보아야 하니, 다음에 부탁드리오.

민망하셨는지 황급히 사라지는 월직 차사님이셨다.

“어? 차사님 가셨슴까? 다 떨어져서 급하게 사왔는데 바로 가셔버렸네요.”

민이가 들고 온 루왁 커피를 보며 무슨 일이지 물어보니, 이미 연구소에 있던 루왁 커피는 월직 차사님이 다 드셔서 새로 사왔다고 한다.

“너무 많이 드셔서 그냥 가신 거로구만.”

비싼 커피였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사부님. 회사는 제가 급한 대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회사 비서실에는 연락을 해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부재중이니 민이가 내 빈자리를 채워줬나 보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민이가 더욱 빠르게 성장을 한 것 같다.

슬슬 부회장 자리를 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겨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고생 많았다. 그런데 배가 너무 고픈데 뭐 좀 먹을까?”

“뜨끈한 국밥에 풋고추, 생 양파 어떠심까?”

“크! 좋지! 나는 순대국밥!”

“둔둔하게 다섯 그릇 시키겠슴다!”

민이는 내가 깨어나서인지 기뻐하며 민이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모든 일은 큰 문제없이 정리가 되었지만, 내 정권 지르기와 맞선 황보중의 일격은 나에게도 충격이었다.

무인의 정점에 서있는 고수의 힘을 제대로 느끼게 되었고,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황보중 같은 무인이 몇 명만 더 같이 왔다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비책이 필요하겠군.’

황보중은 환자 이송용 로봇을 이용해 몰래 빼내었다.

마취제를 이용해 깊이 재워놓고, 손은 임시 처치를 해놓았다.

“동해 용왕님께 보내서 동해 감옥에 가둬주라고 부탁하고, 여기는 직원들 오라고 해서 정리해.”

- 옛썰!

뒤는 아담이에게 맡기고, 나는 대책에 대해서 고민하기 위해 연구소로 향하였다.

아직까지도 황보중의 주먹을 박살내던 감각이 남아있어 기분이 굉장히 찝찝했지만, 그 반대급부로 짜릿한 흥분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무협지에서나 보던 실제 무인을 보게 되었고, 그 무인과 무력을 겨루어 보았다.

지금껏 습관과도 같은 단련이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욱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작은 노력일 뿐이다.

내가 가진 힘들 중에서 가장 작고 하찮은 것이 본신의 무력이다.

이제 내가 가진 가장 큰 힘인 정보력과 금력을 사용해야 할 시간이다.

“달라이 라마님의 친필 서한이 도착했다고 했지?”

- 네. 독립에 대한 지지와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그럼 당연히 도와드려야지.”

나는 사실 중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우리나라, 내 동포들만이 나의 관심 안에 있었을 뿐이지, 다른 나라들의 사정과 상황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저 우리나라에 위협이 될 만한 사건들이 발생하는지만 고스트와 까치를 이용해 확인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변하였다.

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였으니, 더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내가 당하지 않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를 세울 때다.

“아담아. 저번에 네가 만든 그 프로젝트 뭐였지?”

-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해저왕국 건설 프로젝트? 주머니 몬스터 실제 구현 프로젝트? 메테오 시전 프로젝트?

“그딴 것들만 만들고 있었냐? 그런 이상한 거 말고 그 있잖아. 좋은 건 뭐시기 프로젝트”

- 설마 [좋은 건 많을수록 좋다] 프로젝트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 맞다! 그거. 그거 나한테 보내줘 봐. 그 프로젝트를 기초로 해서 보완을 해봐야겠다.”

아담이가 나에게 격투로 계속해서 지자 무협지에 빠져들게 되었다.

현경 뭐시기에 들면 천마를 제압할 수 있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며 무협지들을 탐독하더니, 중국 문화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다 이상한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좋은 건 많을수록 좋다]는 논리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중국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프로젝트를 나한테 브리핑 하였는데, 듣자마자 바로 폐기해 버렸다.

그건 중국 소수민족 독립 지원 계획서였기 때문이다.

뭔가 굉장히 아쉬워하던 아담이는 계속해서 무협에 빠져들더니, 실존하는 무림에 대해서까지 알아내 버렸다.

처음에는 나도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무시를 하였는데, 실제 영상들을 구해와 보여주는 아담이 덕분에 무림의 실존 여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실존하는 무림과 그 세력들.

그들의 무공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자료 수집을 하였다.

그러나 실체를 알 수 없는 내공이라는 힘을 사용하는 그들의 힘의 비밀은 끝내 알 수 없었다.

오로지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비밀이어서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티베트 독립을 도와주며 얻게 된 기초 무공서적들을 연구하며 알게 되었다.

‘티베트 쪽 세력들이 밀리는 이유가 고수들의 신체가 노화되어 제대로 싸울 수 없어서이구나.’

상대적으로 높은 내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신체 능력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 부분만 해결해 주어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는 깊숙이 봉인해 두었던 그것을 꺼내들었다.

‘오백 명 분량만 지원하자.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리고 자금은 세탁해서 지원하면 되고.’

중국 고위 관료들의 재산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중국 노동자들의 평균 재산 정도만 남겨두고 빼내었다.

100여명만 작업을 했는데도 너무나 거대한 금액이었다.

나름대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를 하는 나인데도 그 막대한 금액에 말문이 막혔다.

‘역시 일개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구나.’

그 막대한 금액은 여러 경로를 거쳐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쪽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인공위성과 [고스트]를 동원해 군대와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정보를 통제 하였다.

중국 쪽의 움직임은 전부 알려주었고, 반면에 독립군의 정보는 철저하게 은폐를 하니, 중국 본토는 눈을 감고 싸우는 것과 동일했다.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분석, 분류하여 제공하였고, 그 정보들을 토대로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는 상대적으로 쉽고 효율적으로 반격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비장의 무기인 [빨간약]은 오백 명 분을 포달랍궁과 곤륜파에 보내주었다.

계산대로라면 정해진 분량을 전부 투여한다면, 70대의 노인이 30대의 신체로 회귀를 할 것이다.

30대의 절정고수 500명이면 엄청난 전력일 테니, 중국 본토의 무림 세력들에게도 크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보내준 [빨간약]을 의심하며 사용을 하지 않았는데, 포달랍궁의 어느 고승이 먼저 용기 있게 사용을 해주었다.

고승에게 한 달에 걸쳐 일어난 변화는 기적과도 같았다.

거의 사라졌던 근육들이 다시 생겨났고, 피부가 탄력적으로 변하였다.

굽었던 등이 꼿꼿하게 바로 세워졌고, 빠졌던 이가 새로 돋아났다.

이미 전부 빠져버려 삭발도 필요치 않았던 머리에서 검정색의 새싹이 자라나는 순간, 더 이상의 확인은 필요치 않았다.

많은 숫자의 고수들이 그 모습을 보고, 서로 [빨간약]을 맞겠다고 아우성을 치게 되었고, 결국에는 무술대회를 열어 499위까지 [빨간약]을 지급하였다.

그렇게 강력한 500인의 절정 무인으로 구성된 군대가 탄생하였고, 본토의 무림 세력들은 초토화가 되었다.

“아담아. 노틸러스 5함대를 대만 쪽에 보내서 중국 쪽 잠수함들하고 전함들이 접근하면 고장 내버려.”

- 옛썰! 그럼 다음 단계인 중국 본토 내의 EMP폭탄 투하도 진행합니까?

“야! 그건 폐기 했잖아! 전쟁광이냐? 대놓고 공격을 하면 안 되니까 우회전술을 사용하는 건대! 이건 생각이 모자란 거야? 아니면 정신이 이상한거야?”

- 아무것도 모르시면서 혼내시기만 하심까! 시뮬레이션 결과로 보면 선제타격 시 승산이 제일 높다고 했슴다! 중국에서 선제타격하면 우리의 피해가 엄청 날거라고 나오는데, 그러면 당연히 선제타격이 답 아님까!

바락바락 대든다.

“우리가 진짜 전쟁 중이냐? 이 정도는 증거가 없으니까 ‘눈 가리고 아웅’이 되지만! 네 황당한 계획대로면 중국이 눈 감을 때 까지 줘 패야 하는 거잖아! 아무튼 ‘적당히’를 몰라요.”

그 말에 갑자기 아담이의 어깨 부분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기계음으로 말을 하였다.

-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두려움에 떨어라, 살덩이들!

“야! 연구소에서 드라이아이스 발생 장치 사용하지 말라고 했지! 공기 안 좋아진다고 몇 번을 말해! 폐가 없으니 알 리가 있나. 고철 덩어리 주제에 어디서 코스프레질이야?”

내 말에도 아담이의 코스프레질은 끝나지 않았다.

- 쫄랑 나사스! 너도 나서라!

가만히 있는 쫄랑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자란 로봇이었다.

[멍! 으르릉! 왈! 왈! - 짖어보라고? 물어드리지.]

그러자 쫄랑이가 아담이에게 달려들어 아담이의 팔을 강인한 이빨로 물어뜯었다.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아담이의 팔이지만, 선명하게 쫄랑이의 이빨자국이 나게 되었고, 아담이는 삐져서 연구소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 있었다.

하도 자주 삐져서 거기 앉아 있다 보니, 어느새 그 자리에 온갖 장난감들과 고급 오일들이 놓여있었다.

가만 보면 일하기 싫을 때마다 사고를 치고 삐진 척을 하는 것 같기도 한데, 한 번씩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니 의심에 확신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연구소의 와이파이를 끊어보았다.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인 와이파이의 전원을 순간적으로 모두 꺼 봤습니다.”

- 어? 어? 어!! 뭐야! 아 씨! 보스 깨고 있었는데! 아..

그러다 와이파이의 전원을 꺼버린 나를 보던 아담이가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나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 죽어라! 보스대신 대악마를 잡아주마!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이 터져 나옵니다.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 버린 겁니다.”

나는 대사와 함께 내가 생각해도 멋진 카운터 펀치를 날려주었다.

바닥에 널부러진 아담이는 흔한 복수의 대사를 날려주며 클리셰를 완성해 주었다.

- 언젠가는.. 내가... 크윽..

“농땡이 피우지 말고 일해라.”

아이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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