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분노
송이의 소식은 뉴스로 보고 있었다.
“오늘 오후 베트남 주석과의 회담을 진행할 예정인 천송이 스카이 호텔 오너는 공항에서부터 국빈급 예우를 받았습니다. 공항까지 직접 마중을 나온 베트남의 주석은...”
“잘 나가네 우리 송이. 베트남 주석이 직접 마중도 나오고.”
- 누구와는 다르게 아주 듬직하신 분이십니다.
“그 ‘누구’가 나는 아니길 바란다.”
- 왜 그러십니까?
“그 ‘누구’가 나라면 너와의 만남은 오늘이 끝일 테니 말이다. 요즘에 내가 새로운 경지를 깨닫게 되었거든. 주먹 한 방이면 로봇도 산산조각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아.. 테스트 마렵네.”
- 제가 아는 로봇이 있슴다! 누씨 성에 구라는 이름을 쓰는 친구임다! 믿어 주십셔!
“데리고 와봐.”
- 네? 어... 그게.. 아! 누구네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야 돼서 힘들 검다! 네! 그렇슴다!
참 힘들게 산다.
그래도 아담이가 있으니 덜 외롭고, 덜 심심했다.
우리 송이도 잘 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제는 내 일이나 해야겠다.
“힐링 자동차 해외 공장들은 정상 가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구매 예약은 내년도 수량까지 전부 끝이 난 상황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생산 직원들의 처우와 안전 문제는 항상 신경써주시기 바랍니다.”
“네.”
“물류 쪽은 상황이 어떠십니까?”
내 질문에 힐링 물류 진석우 사장이 보고를 시작하였다.
“국내는 완전히 안정이 되었습니다. 다만 해운 쪽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하여 적자가 예상됩니다. 건조를 의뢰한 배터리로 운행하는 선박들이 완성되어야만 다시 흑자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배터리로 운용이 가능한 선박들을 건조 의뢰한 상황이다.
그런데 선박 건조 회사에서도 처음 건조하는 선박들이다보니 일정이 조금씩 늦춰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발생한 국제 유가 상승은 최소한의 마진을 유지하는 해운 쪽의 적자를 야기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물론 국내에서 주유를 할 때는 사우디아라비아산 최저가 원유 수입 때문에 여전히 저렴한 편이었지만, 우리나라의 원유 소비량은 사우디아라비아산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 국제 유가의 영향을 아예 안 받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화물선의 특성상 국내에서만 주유를 할 수는 없다.
“그 문제는 새로운 선박의 건조가 완료되면 자연스럽게 해결 될 문제이니 기다려 보시죠.”
국가 유가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너무 장기화되면 사내 유보금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은행권 대출을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진 사장님이 알아서 잘 해 주세요. 믿습니다.”
내 말에 석우 형님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그룹 내 현황 파악은 이정도면 될 것 같고, 전략기획 실장님?”
“네. 회장님.”
“우리 힐링 그룹이 앞으로 진출해야 할 사업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벌인 사업들이 본 괘도에 올라섰으니 이제는 새로운 사업을 생각할 때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에너지와 식량 사업이 필수입니다.”
“에너지와 식량이라..”
“다들 아시다시피 RE100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제품 생산이 되지 않는다면, 수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고, 저희 힐링 실리콘 밸리에 입주한 기업들이 가장 크게 유려하고 있는 사항도 이 부분입니다.”
[Renewable Energy 100 -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국제적 기업 간 협약 프로젝트]
현재 힐링 실리콘 밸리는 전라도와 경상도에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전라도 쪽은 국내 기업들 위주로, 경상도 쪽은 해외 기업들 위주로 운영하고 있었다.
각종 기술 지원과 자금 지원, 컨설팅이 이루어지니 이제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능가하는 인기와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확실히 문제가 되어가고 있기는 하죠. 그런데 우리나라 상황 상 지열, 태양광, 수력, 풍력은 한계가 뚜렷하니 결국은 바이오매스 쪽을 연구해 봐야겠군요. 알겠습니다.”
[바이오매스 - 태양 에너지를 받아 유기물을 합성하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체와 이들을 식량으로 하는 동물, 미생물 등의 생물유기체를 총칭]
“그리고 식량 자급률을 끌어 올려야 합니다. 식량 수입에 차질이 생기거나 국제 곡물 가격의 인상 등의 이슈가 발생한다면 치명적일 수가 있습니다. 밀과 옥수수는 자급률을 올려야 합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0%중반 정도이다.
식량자급률이 낮다고 무조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밀과 옥수수가 문제였다.
밀은 1% 미만, 옥수수는 1.1% 정도만 자급될 뿐이고 나머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전략기획 실장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최소한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쌀 생산량도 문제입니다.”
“응? 쌀은 남는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의 식생활이 다변화되면서 소비량이 줄어들어 그렇게 보이는 것 뿐입니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현재 생산되는 2700만 명분의 쌀 생산량으로는 전 국민을 먹여 살릴 수가 없습니다.”
“그럼 생산량이 얼마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대한민국 국민 5100만 명,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 명, 비상사태를 대비한 북한 주민 2500만까지, 총 8000만 명 정도의 인구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시에는 그 정도는 필요 없을 텐데, 대책은요?”
“지역 특산 품종들을 개발하여 특성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쌀 소비량을 늘리는 게 1차 대책이고, 상대적으로 저 품질의 쌀들은 다양한 식품 개발에 활용해 소비량을 늘리는 것이 2차 대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육류 생산에 필요한 곡물의 수입을 대체하여 축산 농가에 사료로 가공하여 공급을 한다면 1석 2조가 될 것입니다.”
“결국은 곡물 생산 회사, 가공 회사, 식품 회사가 필요하겠군요. 좋습니다. 계획서를 제출해주세요. 그리고 각 회사를 운영할 CEO 추천 목록도 작성해서 주시고요.”
내 지시에 회의에 참석은 하였지만, 발언을 할 정도의 위치는 되지 않았던 인원들이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하나같이 엄청난 규모의 회사가 예상되기 때문에 욕심이 생겨난 것 같았다.
하나 하나가 대기업의 핵심 주력 사업일 정도로 큰 규모였다.
그 중에 한 회사의 CEO가 된다면 대한민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자리에 앉게 되는 것이다.
회의가 끝나고 연구소로 돌아오며 식량 생산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쌀과 밀, 옥수수는 대규모 경작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회사차원에서 진행해야 하는 문제였지만, 그 외에 각종 채소와 육류는 내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마트 식물 공장과 배양육 공장을 만들면 해결 될 것 같은데..’
넓은 평야지대가 필요한 기존 방식과 달리 수직으로 만든 공장에 인공 태양과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식물 공장.
병충해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에 무농약 재배도 가능하다.
가장 큰 장점은 큰 면적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줄기세포를 배양액 속에서 키워낸 육류를 생산하는 배양육 공장.
탄소 배출량도 줄어들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기존 축산업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공간을 적게 사용하고, 배설물들 처리와 냄새 등의 문제도 없기 때문에 도시마다 건설이 가능하다.
그러면 물류비, 유통비가 극단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결정적으로 구제역이나 조류 독감, 기생충 등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즉,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점은 사람들의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한 거부감.
이 부분은 다양한 홍보와 각종 미디어의 노출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멸종 위기 동물들을 보호하면서 사람들의 욕구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
고래 고기는 고급 식재료이다.
그런데 이제는 멸종 위기종이기 때문에 우연히 그물에 걸려 잡히지 않는다면 맛보지를 못한다.
그런데 배양육 공장이 가동된다면 누구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이미 멸종한 공룡의 고기조차도 DNA만 확보할 수 있다면 만들어 낼 수 있다.
‘송이 호텔에 공룡 고기 같은 희귀한 식재료를 공급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연구소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스마트 식물 공장과 배양육 공장에 대해서 설계를 시작했다.
“아담아.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식재료들의 DNA를 확보해.”
- 라져! 1번은 천운의 DNA, 2번은 쫄랑이...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올! 올! 올! - 아담아. 그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쫄랑이 너는 그 말투 좀 어떻게 안 되겠니? 너무 거슬리는데.”
[올! 오올! 올! - 똘똘이가 이렇게 중후하게 울어주어야 암컷들에게 어필이 된다고 했습니다.]
성견이 되더니 부쩍 암컷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다 암컷들에게 인기가 많은 똘똘이에게 합숙까지하며 배워온 것이 고작 저 이상한 울음소리였다.
자식들 유학 보내놓고 등골 휘게 벌어서 돈을 보내주었더니, 코리아타운에서만 지내다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자식을 보는 아버지의 심정을 방금 이해하게 되었다.
“자식 농사는 흉년이네.. 내 팔자가 그렇지 뭐..”
“사부님! 저에게 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저런 모자란 아담이 보다는 제가 훨씬 낫습니다!”
힐링 운수를 후임 CEO에게 넘겨주고, 부회장 취임 대기 상태인 일시적 백수인 민이가 적극적으로 어필을 하고 있었다.
“너는 경영 수업이나 들으라고. 지금 이일 시작하면 부회장 자리도 늦어지는 거야.”
“제가 무슨 일을 하던지 사람들은 저를 사부님의 제자이자 실질적인 2인자로 인식하고 있으니 부회장 자리는 허울뿐입니다! 저에게 일거리를 주십시오! 심심합니다!”
다들 제정신들이 아니었다.
어쩌다 이곳에 정신이 이상한 애들만 다들 모였는지 모르겠다.
“정상인 나만 고생하는구나..”
그 말에 민이와 아담이, 쫄랑이까지 고개를 휙 돌려 나를 째려보았다.
정상인을 질투하는 저 비정상인들을 보니 한숨만 나왔다.
“그래. 그럼. 민이 네가 이거 맡아서 해보고, 부회장 자리도 조만간 취임해야하니까 경영 수업도 차질 없이 해내고. 할 수 있겠어?”
“하늘과 같은 사부님의 지시를 받들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저승에 계신 염라대왕님과 사고를 쳐 무간지옥행 중이신 월직 차사님에게 맹세를 합니다!”
[올! 올! 올! 올! - 부럽다.. 저도 충성! 충성!!]
고개가 절로 저어지고 있을 때, 연구소에 긴급 상황이 발생하였다.
[긴급 구조신호 발생. 대상자 천송이]
“상황 브리핑 시작해! 송이 화면 띄워!”
순식간에 다들 비상 체제로 전환하며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곧바로 떠 오른 수십 개의 홀로그램 화면에 다양한 각도의 송이 모습과 건물의 외관이 띄워졌다.
건물의 외관을 보여주는 화면에는 총을 든 군인들이 일단의 무리들에게 제압되는 장면이 보이고 있었다.
군인들이 괴한들에게 총을 겨누고 쏘며 반항을 하고 있었지만, 총구가 자신을 향해 겨누어지면 순식간에 움직여 각도를 제한하고 곧바로 달려들어 주먹으로 군인을 날려버렸다.
주먹에 얻어맞은 군인들은 고장 난 인형들처럼 얻어맞은 부위가 움푹 파고 들어가 함몰되었다.
머리를 맞으면 허공에 피 분수를 뿌리며 머리가 없어졌고, 팔을 잡히면 산채로 잡아 뽑혀 소리만 지르다 발에 머리를 밟혀 죽어가고 있었다.
군인이 착용하고 있는 매직워치의 시야로 보는 화면은 패닉에 빠진 군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거친 숨소리에 울먹이는 소리가 들리고, 움직이는 모든 것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자신의 동료들도 자신이 쏜 총에 맞아 죽어가고 있었지만, 멈추지 않고 있었다.
[틱! 틱! 틱!]
탄환이 떨어지자 손을 벌벌 떨며 탄창을 갈아 끼우려고 하지만, 떨리는 그 손은 자꾸만 주인을 배신하고 있었다.
결국 바로 앞까지 걸어온 방탄복을 입은 괴한을 보며, 연신 비명을 지르며 뒤로 기어가고 있었다.
안쪽에는 중국의 무인들이 입는 무복을 입고, 검정색 방탄복을 입고 있는 젊은 남성의 두 주먹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뒤로 기어가며 소리치는 남성은 자신의 피도 저 괴한의 주먹에 흐르게 될 것임을 직감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 달리 천천히 다가온 그 남자는 주먹을 사용하지 않았다.
공포에 질린 군인의 머리와 턱을 잡고 씩 웃어준 다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리고 있었다.
미친 듯이 반항하느라 화면이 어지럽게 흔들렸지만, 잠시 후 화면은 피에 젖어 검붉게 변해버린 원래는 흰색 이었을 괴한의 네이롄성(중국 전통 수제화)에 그대로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 신발도 이내 화면에서 사라졌다.
송이의 앞에 거대한 체구의 중년 남성이 뒷짐을 지고 걸어오는 장면이 보였다.
경호원들이 막아서보려고 노력했지만 가볍게 내지른 주먹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경호원 분들에게 채워져 있는 매직워치의 생명 반응은 남아있는 것을 보니 살아는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살아만 있었다.
내출혈이 발생한 것 같은 상태를 보이는 것을 보니, 그대로 방치를 한다면 반드시 사망에 이를 것 같았다.
화면속의 송이는 의연하게 서있었다.
“이게 무슨 무례인가요? 할 말이 있으면 정중히 찾아와 말을 했다면 되었을 것을 이렇게 많은 피를 뿌리면 되겠습니까?”
그 말에 뒷짐을 지고 있던 남성의 표정에 잠시 호기심이 생겨났다.
“호오. 그저 나약한 여성인 줄 알았더니, 무가의 여고수를 보는 것 같군. 좋구나.”
“그래서 이리 많은 사람들의 피를 뿌리며 나한테 할 말이 뭔가요?”
“하하하하. 그대가 천운 회장의 동생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네. 감히 대 황보세가의 인물을 건드리다니 죽어 마땅하지만, 내가 폐관을 들어가 그 사실을 늦게 안 것이 지금까지 천운 회장이 살아있는 이유라네.”
“먼저 공격을 한 것은 생각지도 않는군요.”
“대 황보세가가 하고자 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중죄라네. 그리고 다음대의 장로를 해친 것은 그 중에서도 중죄이지. 자네 오빠가 스스로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한다면 그의 목만 취할 것이나, 그렇지 않는다면 자네를 포함해 그와 조금이라도 관계가 된 자들은 전부 죽을 것이네.”
[그 말에 너와 조금이라도 관계된 자들은 전부 죽을 것이다. 그 말을 한 너는 죽어서도 후회하고 후회해라.]
송이가 매고 있는 백팩에서 내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신기하다는 듯이 말을 하였다.
“역시 전자 장비들은 참으로 신기하단 말이지. 지켜보고 있었나? 그렇다면 바로 이곳으로 오게나. 늦으면 자네 동생은 내 수하들이 아주 예뻐해 줄 것이네. 혈기가 왕성한 아이들이라서 자네 동생이 견딜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
[모기 좋아하나?]
“응? 모기? 모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 내가 세 살 이후부터는 모기에 물려본 적이 없다네. 귀한 황보세가의 피를 축내는 그런 벌레는 내 주먹에 전부 사라지고 있지.”
[그렇다면 다행이군. 마음껏 잡아봐라.]
- 위이이잉!
송이가 매고 있는 백팩에서 엄청난 숫자의 모기들이 튀어나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흥! 이따위 것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벽을 뛰어넘은 내 주먹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번쩍! 쿠웅!!]
익숙한 자세를 잡으며 내지른 주먹에 모기 드론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너무나 빠른 지르기에 순간적으로 공기가 밀려났고, 그렇게 발생한 공동 현상에 다시 공기가 밀려들어오며 발생한 인력에 범위안의 모기 드론들이 주먹의 경로 상으로 빨려들었다.
그리고 다시 발생한 충격파에 박살난 모기 드론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모기 드론들은 아주 많았다.
[투명 모드 발동 시키고 귀 막고 있어. 금방 끝날 거야.]
그 사이에 나는 송이에게 말을 하였고, 송이는 방의 구석으로 움직여 투명 모드를 발동 시켰다.
투명 모드 중에는 앞을 보지 못하니, 이제는 그만 끝내야 할 시간이다.
[좌표 전송 시작해.]
내 지시에 그에게 달려들다 박살나는 것을 반복하던 모기 드론들이 그를 둘러싸기만 하고 달려들지 않았다.
“응? 재미없게 그만하는 것인가? 딱 수련하기 좋았는데 말이지.”
[궁금해서 그러는데, 총알도 피할 수 있나?]
“하하하하. 그게 궁금했나? 우리 아이들은 총구를 보고 피하는 훈련을 받았지. 시대가 변했으면 그에 맞춰 훈련을 하는 게 우리 황보세가가 최고의 무가가 된 배경이다. 그러나 나 같은 고수는 날아오는 총알도 보고 피할 수 있지.”
말이 많은 것을 보니 보이는 것보다 더욱 나이가 많은 것 같았다.
- 좌표 고정 확인 되었습니다.
아담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빛은 피할 수 있나?]
“.... 장난 하는 것이었나? 재미없군. 최대한 빨리 와야 할 것이네. 어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네 동생이 이 방안에 있는 것만은 확실하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야. 그리고 이 귀찮은 모기들도 나를 방해 할 수 없을 것이네.”
[신의 분노를 받아라.]
“신? 광오 하구나! 네놈 따위가 무슨 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엄청난 양의 빛에 말을 하다말고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구멍이 난 천장에서 보이는 하늘에는 맑은 하늘이 보이고 있었다.
모기 드론들은 몇 무리로 나누어 사라졌고, 곧이어 신의 분노와도 같은 빛줄기들이 수없이 땅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그 빛줄기들은 건물의 천장을 뚫었고, 자동차의 얇은 철판도 뚫어냈다.
모기들이 나타나 둘러싸면 어김없이 그 신의 분노와도 같은 빛줄기가 나타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태워버렸다.
바로 옆에서 사라진 동료를 보며 무슨 일인지 모르고 멍하니 있던 무인도 모기 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피에 젖은 네이롄성을 신고 있던 젊은 무인은 이성을 잃고 주저앉아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자신의 두 손으로 목을 돌려주었던 그 군인과 너무나도 같은 모습을 하며, 소리 지르던 그 무인은 자신의 커다란 비명을 뚫고 들리는 그 소리를 똑똑히 듣게 되었다.
[위이이잉!]
고개를 서서히 돌려 바라보니, 자신을 둘러싼 모기들이 보였다.
“마마(妈妈)...”
검게 타버리다 못해 유리화가 되어버린 모래들과 모기들이 만든 원 바깥으로 삐져나와 있던 피에 젖은 네이롄성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상황 종료되었습니다. 노틸러스호 작전 상공에 도착하였습니다. 구호작전 시작합니다.]
총 312명을 [신의 분노]를 이용해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태워버렸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광학 무기인 [신의 분노].
구름이 있었다면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크나큰 단점이 있지만, 발동만 된다면 누구라도 피할 수 없다.
쏘는 순간 이미 명중이었다.
빛의 속도란 그런 것이다.
물리법칙상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빛을 이용한 무기.
원래는 무기로 개발한 것이 아니었다.
우주에서 모은 태양 에너지를 지상에서 전달받아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다 나온 연구의 부산물이었다.
그런데 그 기술을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암살 무기를 만들어내었다.
비록 노틸러스호에 설치된 주포에 비해 화력은 약하지만, 야전에서는 피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 보복 작전 시작합니까?
아담이의 덤덤한 기계음이 깊은 침묵에 빠져있던 나를 재촉해 왔다.
이미 312명을 지구상에서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게 만들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방금 전에 교훈을 얻게 되었다.
어설프게 마무리를 지으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 피해가 오게 되었다.
뼈저리게 얻게 된 교훈을 이번에는 무시한다면 안 된다.
나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바보는 아니다.
“시작해.”
한참을 있다 말을 한 내 지시에 아담이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일을 시작하였다.
민이와 쫄랑이는 연구소에 있지 않았다.
밝은 일을 전담하는 민이는 이런 어둠에 대해 알게 되거나, 익숙해지면 안 된다.
몰라야만 한다.
이런 일은 마땅히 내 스스로 온전히 감당해야만 하는 일이다.
- 이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인물 총 12명. 황보세가의 일원으로 파악된 인원 3,217명. 총 3,229명 타켓으로 지정합니다. 모기 드론 발동합니다.
그날 중국 지사의 창고에서 엄청난 규모의 모기들이 날아올랐고, 3,229번의 빛줄기가 중국 곳곳에 내려 쬐었다.
그날 이후로 중국에서는 맑은 날 모기 소리가 들리면 무릎을 꿇고 신에게 자신의 죄를 비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나는 정신과 치료를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