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7화 (147/170)

행복한 꿈

[힐링 - 스카이 감사 콘서트]

수용인원 10만 명의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이루어지는 이번 콘서트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팍스 보이즈를 비롯해 예리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가수들이 총출동하고, 심지어는 배우들까지도 출연하는 화려한 출연진들을 자랑했다.

그리고 힐링 타운 소속의 시니어 공연팀들까지 합세를 하자, 선착순으로 진행을 한 인터넷 예약은 단 5분 만에 마감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지 못함에 아쉬워하며, 하소연하는 글들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우리의 용감한 쫄랑이는 전국 주요 도시들에 마련된 공연장들에 실황 중계 시스템을 이용하여 공연을 같이 즐길 수 있게 준비를 지시하였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국민들만이 참여가 가능한 이번 콘서트에 전 세계의 팬들이 항의를 하며, 자신들도 함께 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는 [함께해요]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감사 콘서트인데 같이 하지 못한 팬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힐링 그룹에 반감이 생길 수 있다 판단한 쫄랑이가 엄청난 결단을 해버렸다.

힐링 그룹 전략 기획실에서는 매일 야근을 한 끝에 겨우 대한민국 전국 도시에 공연장을 세팅을 끝마칠 수 있었다.

그제서야 겨우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만 모여 있다는 힐링 연구소의 쫄랑이라는 특이한 닉네임의 주임 연구원님의 지시로 인하여 다시 기약 없는 야근이 시작되었다.

황급히 전 세계 주요 도시들에도 마찬가지로 실황중계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바야흐로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빠. 이건 너무 스케일이 큰 거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홍보비로 이정도 금액을 쓰는 건 경영자로서 실격이야. 이건 배임죄를 물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검찰이 가만있겠어?”

너무나 큰 스케일에 송이는 걱정이 되는가보다.

아무래도 검찰들의 내전으로 인하여 조금은 나아진 상황이기는 하지만, 건수 하나만 잡더라도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검찰 쪽이 걱정되겠지.

이번 공연기획을 진행하는 업체들 중에 하나를 타겟으로 잡아서 그 쪽에 일거리를 주려고 이런 과도한 이벤트를 진행하였고, 그로 인하여 힐링 그룹이 손해를 보았다는 논리로 치고 들어올 수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논리이지만, 검찰은 그 말도 안 되는 논리들로 지금껏 법이라는 주먹을 마음껏 휘둘러왔다.

그 부분을 송이가 걱정하는 것이었다.

“응? 배임죄? 지금 하는 거 전부 내 사비로 하는 건데? 그래서 내 용돈 통장에 돈이 거의 말라가고 있어.”

“.... 도대체 용돈이 얼마인거야? 이게 말이 돼? 아껴 써야지!”

“평상시에 아껴 썼으니까 가능한 거지! 아무튼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날 너도 꼭 참석해. ‘힐링 - 스카이 감사 콘서트’인데 스카이 그룹 오너가 참석 안하면 안 되겠지?”

송이는 스카이 호텔 체제에서 사업체별로 독립시켜 스카이 그룹으로 재편을 하였다.

지금까지야 한 회사로 운영해도 괜찮았지만, 이번 동남아 개발 건을 진행하려다보니 규모가 너무 커졌다.

그래서 이제는 송이도 회장님이다.

“할일 많은데.. 회사일도 많고, 결혼식 준비도 해야 하고,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해. 신우 얼굴 못 본지도 한 참 됐네. 얼른 결혼해서 매일 봐야지!”

저게 솔로인 오빠 앞에서 염장을 지르는 멘트를 뇌도 안 거치고 바로 쏟아내네.

“... 아무튼 공연 때 신우도 무대에 오른다니까 꼭 와라. 알겠어?”

“어. 알겠어. 늦어도 신우 공연 차례에는 갈 수 있게 노력해볼게.”

역시나 까다로운 내 동생이다.

“늦으면 너네 회사 내가 인수합병 할 거야. 이거 농담 아니다. 잘못하면 너 백수 돼.”

내 말에 손에 들고 있던 펜을 ‘탁!’ 소리가 나게 책상에 내려놓고, 나에게 팔짱을 끼며 말을 하였다.

“우리 회사가 뭐 한 두 푼 인줄 알어? 오빠 용돈으로는 택도 없어!”

“조선그룹은 돈이 없어서 그렇게 되었을까?”

그 말에 몸을 움찔하는 송이다.

“일본이 태풍에 반파되어서 아직도 복구가 진행 중인데, 그거 누가 그랬을까?”

“어? 그건 천재지변이잖아!”

“인터넷에 태풍의 이상한 경로 때문에 음모론이 떠돌던데, 음모론이 항상 음모로만 끝날까?”

나의 의미심장한 말에 송이는 슬며시 팔짱을 풀었다.

“중국 주석은 아직도 지하 벙커에서 생활하는데, 너도 새로 지은 집에는 지하실 잘 꾸며놓아야 할거다. 평생 거기서 살아야 할 수도 있으니까.”

“무슨 오빠가 동생한테 협박을 해? 이거 다 녹음 중이야! 법정에서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어!”

“어. 그거 바로 삭제.”

눈앞에서 자신의 매직워치가 해킹되는 기적의 순간을 맛 본 송이는 그 이적을 마주함에 눈물을 흘리며 나를 찬양하고 있었다.

“내가 더러워서라도 간다! 가!”

오케이! 미션 클리어.

“신우야. 준비는 잘 되어가냐?”

“형님. 저는 준비 잘 하고 있기는 한데... 도대체 돈을 얼마나 쏟아 부으신 거예요? 이거 너무 스케일이 커진 거 아닌가요?”

원래 계획은 10만 명이었는데,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쫄랑이의 웅장한 지름신 강림에 전 세계적인 규모로 커져 버렸다.

쫄랑이 눈에는 내 용돈 통장의 돈이 그저 숫자로 보이는 것뿐일 테니,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어쨌든 이미 벌어진 일이니, 잘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나는 장비들 점검해야 하니까 공연날에나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연습 잘해라.”

“넵!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충성!”

신우의 장난스러운 경례를 받으며, 나는 연구소로 향하였다.

홀로그램 장비들의 출력을 높이려고 손보고 있는데, 쉽지가 않았다.

프레임 당 몇 번을 중첩하는지가 핵심인데, 아무리 이 부분을 늘리려고 노력을 하더라도 하드웨어적인 한계가 있다 보니,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만으로는 커버가 불가능하였다.

- 아후! 무슨 이 날씨에도 모기가 돌아다녀?

아담이는 손에 뿌리는 모기약을 들고 다니며, 연신 뿌려대고 있었다.

[치이이익!]

“야! 적당히 좀 뿌려! 너는 모기도 안 물리는 놈이 왜 이렇게 모기를 싫어하냐? 숨도 못 쉬겠네! 내가 죽겠다!”

- 제가 모기 드론을 설계할 때 얼마나 고생한지 모르심까! 그 조그마한 몸뚱이에 얼마나 많은 기능을 넣었는지! 아우! 왜 쓰지도 않을 홀로그램 장치까지 우겨 넣으라고 한검까! 이건 나를 고생시키기 위한 수작 아님?

이번에는 내가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모기 드론을 처음 구상할 때의 단순한 첩보 기능만 넣겠다는 생각은 내 생각보다 너무나 쉽게 설계를 해내는 아담이를 보면서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이 기능도 넣고, 저 기능도 넣다보니, 나중에는 아담이의 턱 관절 모터를 갈아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얼마나 이를 갈아대었는지 그 비싼 모터가 전부 다 타버렸다.

“아! 맞다! 모기 드론들이 있었지? 아담아 국내에 몇 마리나 보관중이냐?”

- 그냥 지가 찾아보지 내가 힘들게 모기 잡는 건 안보이나? 궁시렁! 궁시렁! 궁시렁!

“야. 누가 궁시렁 거리는 걸 진짜로 궁시렁이라고 하냐? 그리고 지가? 지이가?”

- 어? 그게.. 지이가....갑! 지갑이 어디 있더라! 제 지갑 못 보셨슴까?

“너 지갑 원래 없잖아. 그리고 앞으로는 통장에 돈도 없어질 거야. 됐다. 내가 알아보마.”

- 아임다! 제발 저에게 시켜 주십셔!! 아이쿠!

[치이이이이이익!!]

황급히 달려오다 발이 걸려 넘어진 아담이는 넘어지는 충격으로 손에 들고 있는 모기약 분사액을 내 오른쪽 발에 뿌려대고 있었다.

하염없이.

줄줄 흐르게.

“그만 쏴라. 마이 젖었다 아이가..”

- 헉...

그날 아담이의 쓸모없는 팔은 인형 팔로 교체 되었다.

[콘서트 장에 찾아주신 10만 분의 관객 여러분! 그리고 전국에 모여주신 100만 여분의 관객 여러분!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서 이번 콘서트를 보고 계시는 수 억 명의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치 유제석입니다!]

“우와아아아아아!!!!”

특별히 국민 MC를 모셔왔다.

오늘이 지나면 국민 MC가 아니라, 글로벌 MC가 될 것이 확실하다.

[지금 이곳은 열기가 아주 대단합니다! 아무래도 반팔을 입고 왔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제 코디가 눈치없이 긴팔을 준비했네요. 하하하. 자! 궁금하지 않는 제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번 콘서트. 정말 많이 기대하셨죠?]

“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빨리 이번 콘서트를 즐겨 보도록 하시죠! 처음 무대는 트로트라는 장르를 새롭게 정립한 그분! 매일이 행복하신 그분! 다 같이 불러보실까요? 하나! 둘! 셋!!]

“황선자!!!! 우와아아아아!!!”

[띠이! 띠띠띠!!]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가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너무나 큰 함성에 음악소리는 묻혀가고 있었지만, 그녀의 거대한 성량은 그 모든 소음들을 뚫고 관객들의 고막에 그대로 때려 박히고 있었다.

“허우! 하!! 하! 좋아!! 여러분! 모두 일어나 뛰어 봅시다!! 허! 허! 허!”

황선자님의 멘트가 있기도 전부터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고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피에 흐르는 트로트의 흥이 이 순간 깨어나 관객들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직여 대었고, 이건 전 세계에서 함께 즐기던 모든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생소한 장르인 트로트였지만, 함께하는 EDM 특유의 경쾌함이 그 어색함이라는 간극을 최소한으로 만들어 주었다.

“오 지져스! 와우! 이게 흥이라는 것인가? 내 몸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어!”

“마이클! 나도 그래!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아! 최고다!! 흐앙서언자? 그녀는 마법사가 분명해! 동방의 주술사인가?”

“오우! 홀리! 이건 신이 내린 음악이야! 오늘부터 ‘즐거운 인생’이 내 찬송가야! 와우!! 허우!!”

뉴요커라 불리던 뉴욕 촌놈들이 트로트를 알 리가 없으니 벌어진 일이었다.

이제는 트로트가, 황선자라는 이름이, 전 세계에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한 바탕 이루어진 흥에 겨운 무대가 드디어 끝이 났고, 무대에 조명들이 전부 사라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대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관객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리고 들리는 한 젊은 가수의 조용한 읊조림.

“꿈에서라도 너와 이루어지길 기도했어...”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 세계가 순간적으로 함성으로 뒤덮였다.

그 순간, 너무나 어두웠던 무대에 한 줄기 조명이 비춰졌다.

라이언.

“널 위해서라면 난 슬퍼도 웃을 수가 있었어.”

다시 한 번, 한 줄기의 조명이 무대를 비추었다.

홍로.

“나의 사랑이 너의 사랑으로 완벽해지길..”

두 줄기의 빛이 무대를 밝히며, 또 다시 두 명의 멤버를 비춰주었다.

스파크.

민기.

“너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주고 싶어.”

마지막으로 비춰진 조명이 이 그룹을 완성해 주었다.

영웅.

그들이 모두 모여 팍스 보이즈.

그 임팩트있는 무대 연출에 비명을 지르던 관객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숨을 죽여 가며, 그들의 등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적막함이 가득한 그곳에 그들의 숨소리들만 들려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그들의 호흡 소리에 관객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자신의 호흡을 맞추며 그들과 동화되고 있었다.

분명히 오늘 그들의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이 시점에, 이런 분위기로 무대에 등장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그 갑작스러움이 흥분으로 변하며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왔다.

“소리 질러!!!!”

“우와아아아아아아!!!!!!”

그 엄청난 소리의 충격은 공연장을 뒤덮었고, 그 소리들은 이내 하나가 되어 무대 위의 그들과 같이 박동하기 시작하였다.

떼창.

관객들이 가수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감동적인 이벤트.

전 세계가 팍스 보이즈의 노래를 한 마음으로 부르고 있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렛츠 고! 팍스 보이즈였습니다!”

관객들은 엄청난 흥분에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어했다.

바로 옆의 친구, 연인, 가족들과 마주보며, 상기된 얼굴로 모두가 하나 됨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히 그들은 하나의 심장 박동으로, 하나의 목소리로 함께 하였다.

자신이 느낀 이 기묘한 경험이 내 옆의 사람도 똑같이 느꼈다는 그 사실에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껴며, 강렬한 동질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흥분 사이로 조용히 파고드는 피아노의 선율.

방금 전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조용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설마 임수훈인가?”

분명히 공연 출연진에는 그가 들어있지 않았지만, 힐링과는 각별한 사이라는 것은 전 세계인들이 잘 알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출연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의 격정적이고 빈틈없이 들어찬 피아노와는 전혀 다른 음색과 분위기였다.

밤하늘의 별이 쏟아지는 듯한 멜로디가 모두를 사로잡았다.

도시의 밝은 조명들로 인하여 평생 밤하늘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런데 피아노 연주 하나로 그 밤하늘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은 기적이었다.

어찌 한낱 인간이 만든 악기 하나로 이런 이적을 보여줄 수 있는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밤하늘에서 내려오던 별빛들이 어느새 공연장의 텅빈 하늘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나타나는 거대한 홀로그램.

수억 마리의 모기 드론들을 이용해 만들어낸 형상은 잘 생긴 청년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홀로그램 속 청년은 떨리는 표정을 하며 말을 시작하였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매 순간 꿈꿔 왔어.]

또 다른 모기 드론들이 나타나 반대쪽에 한 여성의 홀로그램을 만들어내었다.

그 여성은 이 상황에 너무나 놀라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눈만 동그랗게 뜬 상태로 굳어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너는 나에게 한 줄기 빛이었어.]

남성의 말이 진행될수록 여성의 크게 떠진 두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전 세계 사람들도 덩달아 자신의 양손을 맞잡으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너는 네가 먼저 나를 좋아했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건 사실이 아냐. 나는 너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너를 사랑하고 있었어.]

담담하게 이어지는 말은 너무나 진실되어 보였고, 그녀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사랑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제는 말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제 내 여자 친구는 그만 두고, 내 아내가 되어줘. 사랑한다 송이야.]

마지막 신우의 멘트와 함께 밤하늘에 떠 있는 그들의 홀로그램은 서로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서로를 만나 뜨거운 포옹을 하는 장면으로 이어지자, 남은 건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뿐이었다.

공연장을 찾아 온 연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사랑을 속삭였고, 너무나 오랜 세월을 같이 해온 부부들은 다시 처음의 그 설레는 감정을 되찾게 되었다.

전 세계의 연인들과 부부들은 서로를 뜨겁게 안아주고, 키스를 주고받았다.

너무나 성공적인 프로포즈였다.

성공적으로 프로포즈가 끝이 났지만, 피아노의 선율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렬해지고 있었다.

곧이어 어두운 무대 한 가운데에 밝은 조명들은 자신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무대 위의 존재를 밝게 비춰주었다.

“어? 어! 힐링?”

“이게 힐링이 연주하는 곡이라고?”

“피아노도 연주할 수 있었던 거야?”

“그런데 이곡은 뭐지? 처음 듣는 곡인데?”

격정적인 내 연주에 전 세계인들이 말을 멈추고, 행복한 꿈을 꾸기 시작 하였다.

멀쩡히 눈을 뜨고 있었지만, 몽롱한 그 눈빛은 분명히 꿈을 꾸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열망하던 그 꿈이 눈앞에서 분명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충만하게 차오르는 행복한 감정에 모두들 헤어 나오지 못하고 깊이 빠져들었다.

힘든 일상에 회색으로 퇴색되어버린 어린 시절의 꿈들.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현실이라는 잔인한 생존의 현장.

부족한 재능과 잔혹한 현실이라는 벽에 어쩔 수 없이 그만 할 수밖에 없었던 그 꿈들이, 이 순간 자신의 눈앞에서 틀림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그림에 연신 감탄하는 관람객들.

자신이 던진 스트라이크에 환호하는 열혈 팬들.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드는 자신의 노래.

이루어지지 않은 꿈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분명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최상급 재능 [행복한 꿈의 연주가]

내 동생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드리는 작은 선물이었다.

‘행복한 꿈들이 되시길.’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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