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8화 (148/170)

공포의 밤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것은 형님 덕분입니다.”

신우의 프로포즈는 성공리에 끝이 났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축복받은 프로포즈로 기억될 이번 프로포즈에 송이는 너무나 감동을 하였고, 신우는 기뻐하는 송이의 모습에 너무나 행복해 하였다.

비록 둘의 프로포즈는 끝이 났지만, 콘서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두들 이 콘서트를 너무나 행복해 하며, 즐기고 있었다.

연주를 끝내고 무대 뒤의 대기실에서 만난 신우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오빠. 오빠하고 신우가 이런 걸 계획하는지도 모르고.. 정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야. 이번에 이거 준비하면서 너 데리고 콘서트장 오는 게 제일 힘들었다.”

“미안!”

“아무튼 잘 살고, 서로 싸우지 말고.”

“넵!” “알겠어”

대답을 하는 두 사람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져 왔다.

‘아버지. 이정도면 아버지 대신에 잘 한 것이겠죠?’

내 마음속 물음에 잘 했다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선물 하나 더 있다. 원래는 결혼 선물인데 미리 줄게. 조만간에 뉴스에서 발표될 것 같으니까 서프라이즈 선물이 될 수가 없네.”

“응? 무슨 선물? 이번에 빈털터리 된 거 아냐?”

“그러게. 콘서트 준비보다 더 큰 돈이 들기는 했지만, 오빠가 힘 좀 썼다.”

내 말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송이였지만, 그 표정이 바로 변할 것이라는 것에 내 전 재산을 걸 수 도 있다.

“이제부터 송이 네가 이 구단 운영해라. 내가 샀다.”

대기실 쇼파 위에 있던 쇼핑백에서 꺼내 내민 유니폼을 보던 송이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밝은 오렌지색의 유니폼의 앞쪽에는 독수리가 그려져 있었고, 등 뒤에는 [구단주 천송이]라고 선명하게 마킹되어 있었다.

“이.. 이게..”

“마음에 드나? 천송이 구단주?”

“미쳤어!!! 꼴찌 팀을 사면 어쩌자는 거야!”

갑작스럽게 화를 내는 송이에게 나는 오히려 당황하였다.

“어? 너 이 팀 엄청 팬이잖아.”

“그건 그냥 개인적으로 팬인거고! 스카이 그룹 오너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거잖아! 꼴찌팀의 구단주라니! 우리 스카이 그룹의 이미지가... 하아... 하다못해 오빠가 응원하는 호랑이팀이라도 되었으면 어찌 해 볼 수 있는데.. 이건 뭐.. 답이 없네..”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짚고, 한 숨을 내쉬는 송이를 위해 희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럴 줄 알고! 또 다른 선물을 준비했지! 구단을 사는 것보다 이게 더 돈이 많이 들었다. 자 받아.”

내가 내민 자료는 선수들의 스카우트 리포트였다.

[훌리오 우리아스 - 투수, LA다저스 소속]

[다르빗수 류 - 투수, 샌디에고 파드리스 소속]

[폴 골드수미트 - 타자, 세인트루이스 소속]

[메니 마차동 - 타자, 샌디에고 파드리스 소속]

“이게 뭐야? 이번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페이스 투수 두 명하고, 메이저리그 MVP 후보 타자 두 명?”

“내년에 너네 팀에 등록될 선수.”

내 말에 입을 떡 하니 벌린 송이가 너무나 놀라서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거면.. 이거라면.. KBO에 왕조를 건설할 수 있을거야..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하늘을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왕조를! 일어나라 생불들이여!! 이제 인고의 시간은 끝이 났다!!!”

아무래도 선물을 잘 고른 것 같다.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놀랍게도 다음년도 독수리의 성적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들과 타자들보다는 용한 무당의 굿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용병 투수들은 압도적인 데뷔전 연속 퍼펙트 게임으로 독수리의 시대를 열어주고, 장렬하게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사라졌고, 타자들은 지독한 향수병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

“마가 낀 거야.. 이건 지독한 저주야..”

송이의 온 몸에서 검정색 아우라가 피어올랐다.

단순히 팬일 때야 그저 프런트를 욕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그 프런트가 자신이 되다보니 더욱 큰 스트레스가 되어버렸다.

“오빠가 나한테 똥을 줬어!!!”

“사부님. 이건 퀘스트가 떠야 하는 것 같은데, 왜 퀘스트가 뜨지 않는 걸까요?”

민이는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하였다.

술에 취해 집을 잘못 찾아가던 김환원 아저씨 귀신 때문에 고생한 지수씨가 소개해준 아가씨가 우리에게 연락을 해왔다.

용한 박수 무당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수씨는 아직도 우리의 정체를 박수 무당과 그 조수로 알고 있었다.

차라리 다행이다.

힐링 그룹의 오너와 그 2인자가 귀신을 퇴치하러 다닌다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뭐. 내 대외적인 이미지 상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항상 조심은 하는 게 좋다.

“음.. 내 경험상 그냥 퀘스트가 발생 안하는 경우도 있기는 해. 그런데 보통은 퀘스트가 발생할 상황이 아닐 때가 많더라.”

“퀘스트가 발생할 상황이 아닐 때요?”

“어. 귀신이 나쁜 분이 아니거나, 의뢰자가 나쁜 사람이거나.”

“네? 그럼 그 여성분이 그 귀신을 죽였거나 그런 건가요? 전혀 그렇게 안보이셨는데!”

“그건 그냥 가능성 중에 하나이고, 이유야 차차 알아봐야지. 아무튼 출동 준비해라.”

“예압! 변신!!”

출동 때마다 옷 갈아입느라 항상 고생했다.

연구소에서 아예 갈아입고 나갈 때야 상관없지만,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퀘스트때는 굉장히 난감하다.

나야 그냥 대충 갈아입어도 되는데, 민이는 놀랍게도 여자이다.

깜빡할 때가 많은데, 민이는 여자가 맞았다.

민이도 나를 따라 대충 갈아입으려고 했지만, 내가 기겁을 하며 말렸다.

그러고 나서 개발한 변신 시스템.

나노 입자들을 이용해 평상시에는 보관함에 보관되어 있다가 특정 멘트를 하면 외부로 투사되어 변신이 완료된다.

그 특정 멘트는 “변신”

그리고 그 복장은 [녹색 추리닝].

굉장히 없어 보여서 슈트 형식으로 만들려고 하였는데, 민이가 극구 반대를 하였다.

트레이드 마크인 녹색 추리닝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로 무장한 민이를 이길 수가 없었다.

둘이서 녹색 추리닝을 입고, 사람들을 도우러 다니는 히어로.

이건 굉장히 귀하고, 추했다.

“... 가자.”

“옛썰! 가시죠!”

“.... 진짜 박수 무당님 맞으세요?”

“놀랍게도 그렇답니다.”

“아... 그렇군요.”

역시나 녹색 추리닝과 마스크를 한 나와 민이는 그녀의 의심을 사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 귀신은 보이지 않는데, 혹시 지금도 보이고 있나요?”

“아니요. 낮에는 괜찮아요. 밤에 기숙사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집에서도 그런 것 같아요.”

굉장히 불안해 보이는 모습으로 설명을 시작하는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며 그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낯선 곳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제가 예민한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고, 처음으로 집 말고 다른 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평생을 집에서만 생활하다 기숙사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살게 되니 묘하게 흥분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최소한 1년은 지내야하는 곳인데, 룸메이트가 이상한 사람이면 어떨지 걱정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너무나 밝은 성격의 3학년 언니였다.

신입생과 고학년을 같이 생활하게 하며, 신입생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기숙사측의 배려였다.

화학과 3학년인 유리 언니는 나이답지 않게 어려 보였다.

처음에는 자신과 같은 신입생인줄 알고 편하게 말했다가 웃으며 자신의 나이와 신상정보를 알려주는 언니에게 연신 사과만 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는 화학과 특성 상 연구실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아서 자주 방을 비울 수 있으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라고 해주었고, 나는 알겠다고 말을 하였다.

그렇게 설레는 첫날 밤이 지나갔다.

그리고 처음 그 일이 일어난 것은 기숙사에서 생활한지 일주일정도 지난 밤이었다.

“오늘도 유리 언니는 안 들어오려나?”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똥 머리로 질끈 묶은 나는 비어있는 유리 언니의 자리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해보았다.

방에 혼자 있다 보니 살짝 무섭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였다.

오늘은 레포트를 빨리 끝내고 잠을 청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무슨 교양 수업이 전공 수업보다 레포트를 더 많이 내주는 거야?”

수업 정정 기간에는 출석 체크도, 레포트도 잘 안 내준다고 하던데 자신이 듣는 교양 수업은 그렇지가 않았다.

대신 레포트만 잘 제출해도 최소 B플러스는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레포트를 하다 팍스 보이즈 영상들도 찾아보며 하다보니, 어느새 일찍 자려던 처음의 생각과 달리 밤 1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엄마의 잔소리가 없다보니 통제력이 없어진 것 같았다.

[끼익]

“어? 언니. 들어오셨네요? 오늘도 안 오실 줄 알았는데.”

룸메이트인 유리언니였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내 말에 대꾸도 없이 자신의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많이 피곤하세요? 저도 이제 자려고 하는데, 불은 제가 끌게요.”

여전히 대답이 없는 언니였지만, 많이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방의 불을 끈 다음, 나도 침대에 누웠다.

이상한 느낌에 잠에서 깨게 되었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집요하게 쳐다보는 듯한 느낌.

슬며시 눈을 떠 침대 옆을 돌아보고는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꺄악!!!”

너무 놀라 그대로 굳어버린 자신의 옆에서, 유리 언니가 바닥에 엎드려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세히 보니, 그 자세가 엎드린 것이 아니었다.

창문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눈이 적응을 하자 언니의 기괴한 모습이 자신의 두 눈에 똑똑히 보였다.

등이 바닥 쪽으로 향한 채로 두 팔과 두 다리를 거꾸로 돌려, 언니의 고개가 뒤집힌 채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입에서 흘러내린 침은 언니의 눈과 머리를 향해 걸쭉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도 깜짝이지 않고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유리 언니를 보고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굳어있었다.

“그어럭.. 도...ㅈ..우...ㄱ..어..ㅆ...느..아..”

그 기괴한 목소리는 자신의 등줄기를 타고 온 몸으로 그 공포의 느낌을 순식간에 퍼트렸다.

“크아아!!”

약간은 떨어져있던 그녀가 두 팔과 두 다리를 순식간에 움직이며 자신의 얼굴을 향해 돌진을 하자, 결국은 참지 못하고 정신을 놓아버렸다.

“혜성아. 일어나. 너 오늘 1교시 수업이라고 하지 않았어? 같이 가자고 했잖아.”

누군가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으음.. 어! 뭐야!”

“깜짝이야! 뭐야. 무슨 잠을 이렇게 블록버스터급으로 깨는거야?”

옆을 보니 같은 과 친구인 지수가 보였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알게 된 지수는 기숙사 또한 자신의 옆방에 배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장 친해지게 된 친구였다.

“지수구나. 하아.. 다행이다.”

“무슨 일인데? 무슨 일이기에 이상한 자세로 자고 있었던 거야?”

“어? 악몽을 꿔서 그런 것 같아. 이제 괜찮아. 늦었다. 얼른 수업가자.”

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선명한 기억이었지만, 확실하지 않는 일로 룸메이트인 유리 언니를 의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한 달에 한 두 번씩 유리 언니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하며, 기괴한 자세로 기숙사 방안을 기어 다녔다.

그럴 때 마다 너무 무서워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은 채로 벌벌 떨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

매일 그랬다면 도저히 참을 수 없었을 테지만, 간혹 그러다보니 그래도 참을 만 했다.

평소에 유리 언니는 기숙사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는 매일 공포의 날이 시작되었다.

이러다가는 죽을 것 같아 지수에게 털어놓으려는 순간이었다.

“헤성아. 밤에 도대체 뭘 하기에 그렇게 시끄러운 거야?”

“응? 시..끄럽..다고?”

“어. 요 며칠 계속 밤만 되면 네 방에서 이상한 울음소리? 말소리? 그런 게 들리던데?”

그 말에 참지 못하고 지금껏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다 말 해버렸다.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일이기에 친구인 지수가 헛소리라며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혼자 견디기에는 너무나 무섭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을 한 것이다.

대학생이 되며 어른이 된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이 상황을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수는 자신보다도 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너도 귀신을 봤나보구나. 나도 이번에 집에서 귀신을 보게 되어서 박수무당님이 해결해 주셨어. 연락처 줄 테니까 한 번 만나봐.”

그렇게 자신의 매직워치에 지수가 공유해준 연락처를 보며 한 참을 고민했다.

교회를 다니는 자신이 무당을 만난다면, 지옥을 가는 건 아닌지 너무나 걱정되었다.

성경을 품에 안고 기도문을 외워도 없어지지 않는 유리 언니를 미신인 무당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신에 대한 모독 같았다.

그렇지만 죽어서 가야할 지옥이 지금 매일 밤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어차피 갈 지옥이라면 살아생전에 겪고 있는 이 지옥만큼은 피해가고 싶었다.

그래서 연락을 한 것이었다.

“사부님! 제가 기숙사에서 혜성씨와 같이 있겠습니다! 그러다 그 유리 학생이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바로 제압하겠습니다!”

혜성씨의 말을 다 듣고 우선은 돌려 보내드렸다.

그런데 민이는 힘들어하는 혜성씨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를 의자에서 거의 뗀 상태로 기숙사를 향해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겨우 참아내고 있었다.

“민아. 잠시 진정 좀 해. 모든 일은 상황 판단이 잘못되면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거야. 우선은 정보부터 모아보자.”

“아.. 그래도 너무 무서울 텐데요..”

내가 말을 하니 겨우 자리에 앉기는 하였지만,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나보다.

“그래? 그러면 민이 너는 기숙사에서 혜성씨를 지켜줘. 나는 따로 조금 알아볼게.”

“넵!!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내 허락이 떨어지자 송이는 신나하며 달려 나갔다.

“야! 이건 다 먹고 가야지!”

이미 내 말이 들리지 않는지 민이는 그대로 커피숍을 나가 버렸고, 내 앞에는 그대로 남은 민이의 바닐라 라떼가 남아있었다.

어차피 마스크 때문에 혜성씨 앞에서는 먹을 수 없으니 시키지 말라고 하였는데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미안하다며 바닐라 라떼를 주문해 가져온 민이였다.

“.... 우유 먹으면 배 아픈데..”

그래도 음식을 남길 수는 없으니 꾸역꾸역 목구멍에 밀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있으니까 걱정 말고 주무세요! 요즘 잠을 잘 못 주무시니까 많이 피곤하실 겁니다.”

자신의 말에 그래도 불안해 보이는 표정의 혜성씨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잠 못 자는 건 괜찮은데, 자고 일어나면 이상하게 어깨가 너무 아파요. 목도 그렇고요. 아무래도 제가 기절하고 나면 유리 언니가 제 목과 어깨를 조르고 있는 건 아닌지...”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음.. 제가 확실하게 지켜볼 테니 걱정 마십쇼! 제 매직워치로 녹화도 하고 있으니까 진짜 그 유리 언니라는 사람이 혜성씨한테 상해를 입힌다면 제가 제압을 하고, 법정에 세우겠습니다!”

나의 씩씩한 대답에 믿음이 생기시는지 혜성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 누우셨다.

나는 불을 끄고, 그 유리 선배라는 분의 침대에 앉아 있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언제라도 제압할 수 있게 몸 상태를 살짝 긴장 상태로 두고 있었다.

사부님에게 전수 받은 격투술이 있으니 웬만한 성인 남성도 제압이 가능하다.

‘수박이라고 하셨지? 격투술 이름이 특이하다니까. 그럼 뭐 참외도 있고 그러나?’

이름은 웃기지만, 사부님이 보여주신 그 격투술은 경이로웠다.

온 몸이 무기화가 되는 이 무술은 사부님이 세워 휘두른 손날에 아담이의 특수 합금으로 만든 팔목이 칼로 자른 듯이 잘려나갔다.

아담이가 몰래 연구소 공금으로 윤활유를 샀다가 사부님한테 걸렸다고 하는데, 별거 아닌 걸로 싸우는 둘 다 조금은 유치했지만 사부님의 그 [손날치기]는 마법과도 같았다.

나중에 전수를 해주시며, 통짜 합금 기둥을 잘라냈을 때는 무슨 트릭을 쓰시는 줄 알았다.

지금 자신은 대나무 정도나 잘라내는 정도이니, 사부님의 경지는 정말 경이로울 뿐이다.

‘아마 사부님은 귀신들도 그 [손날치기]로 잘라낼거야. 그리고 그 아름다운 [정권 지르기]는 정말..’

월직 차사님의 말로는 무아지경이라는 경지에 사부님이 들었을 때, 보게 된 그 아름다운 정권 지르기는 무언가 차원이 달랐다.

자신의 눈이 잘못 되지 않았다면 분명히 사부님의 주먹이 지나간 자리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이론상 그런 현상이 벌어지려면 엄청난 질량이 발생하여 엄청나게 강력한 중력이 생겼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 증거로 연구소의 모든 것들이 사부님에게 빨려 들어갔다가 모조리 터져 나갔다.

월직 차사님이 그 충격파들을 해소해주지 않으셨다면 연구소가 붕괴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월직 차사님도 생긴 것과 다르게 능력자시네.’

조금 힘겨워 보이시기는 하였지만, 사부님의 그 정권 지르기의 여파를 막아내셨다.

그것도 여러 차례나.

나중에 힘이 많이 떨어져 힘겨워 보이셨지만, 내가 드린 루왁 커피를 연신 들이켜시면서도 사부님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그 표정은 잊을 수가 없었다.

사부님은 빛과 같으신 분이다.

모든 사람들을 따뜻한 빛으로 비춰주신다.

그 자신의 모든 것을 불 태우시며.

처음에는 그저 자신의 심상 속에서 만들어낸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며 느끼게 된 사부님은 내 아둔한 머리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크고도 크셨다.

너무나 크기 때문에 자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 아름다운 빛을 나누어주신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신도 그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너무나 부족하다.

그래도 사부님의 그림자라도 따라잡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퀘스트를 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혜성씨는 내가 꼭 지켜내겠어.’

그렇게 여러 상념들이 지나가며, 시간도 빠르게 흘러갔다.

[뿌드드득...]

관절이 비틀리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앉아있던 자신의 귓가에 똑똑히 들려왔다.

‘왔다!’

본능적으로 기숙사의 방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문은 여전히 닫힌 그대로였고, 귀신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계속해서 문을 향해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던 자신의 옆쪽에 섬뜩한 느낌이 들어, 황급히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느어..ㄷ..오... ㅈ..우...ㅇ..어..ㅆ...느..아..”

뒤로 누운 기괴한 자세로 기어오는 그 형상이 자신의 두 눈에 똑똑히 보였다.

침착하게 심호흡을 한 후에 정권 지르기를 날려주었다.

사부님의 그 아름다운 정권 지르기에는 한 없이 모자르지만, 지금껏 자신이 연습했던 그 어떤 지르기보다 완벽했다.

“귀신이든 뭐든! 박살을 내주마!”

[턱!]

눈앞의 괴물을 박살낼 자신의 정권 지르기가 김빠진 소리를 내며 무언가에 잡혔다.

단단한 손이었다.

“어? 사부님?”

고개를 돌려 손의 주인을 보니 사부님이었다.

“쉿! 조용히 하고 앞에 저 사람을 잘 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 괴물을 자시 바라보았다.

“어? 혜성씨?”

기괴하게 뒤로 누워서 네 발로 기어 다니고 있었지만, 분명히 혜성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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