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9화 (149/170)

거인 출격

민이가 의욕적으로 혜성씨를 도와주고 싶어 할 때, 나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들이 보였다.

그래서 우선은 그 유리라는 화학과 선배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1학기 초에 기숙사에서 퇴사를 한 것이 확인되었다.

‘그럼 지금 혜성씨 혼자 방을 쓰고 있는 건가?’

그러나 기숙사에서 나갔다고 하더라도 몰래 침입해 충분히 괴롭힐 수도 있으니 완벽한 알리바이는 아니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 보았다.

“혜성이요? 아... 그게.. 제가 너무 무서워서요.. 그래서 기숙사를 나와서 자취하고 있어요.. 이상한 모습으로 기어 다니고.. 막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데.. 너무 놀라서 보자마자 도망쳤어요..”

내가 혜성씨를 처음 보았을 때, 굉장히 초췌해 보이는 모습과 별개로 머리에 묻어있는 침 자국들이 보였다.

여성분들은 매일 머리를 감는 분들도 있지만, 보통은 이틀이나 삼일에 한 번씩 감는 경우가 태반이다.

왜냐하면 남성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긴 머리카락 때문에 감고 말리는 게 많이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송이 때문에 알게 된 사실이다.

여자가 모자를 쓰고 있다면 모른 척 해줘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여자의 정수리 냄새는 맡으면 안 된다는 것도.

송이에게 정수리로 똥 싸냐고 물어봤다가 명치를 얻어맞고 난 이후부터 꼭 명심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혜성씨의 신체를 스캔하였을 때, 양쪽 어깨 와 목 근육이 많이 뭉쳐 있었고, 염증들이 보였다.

모든 것들이 혜성씨를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민이와 혜성씨 몰래 기숙사 방에 숨어 있었다.

이제는 투명화 시스템을 개량해서 투명화 중에도 앞을 볼 수 있게 업그레이드를 하였다.

다만 눈동자는 투명해지지 않아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조금 불편하다.

그렇지 않다면 허공에 내 눈동자만 둥둥 떠 있어 귀신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그레이드인지, 다운그레이드인지는 나조차도 의문이지만 아무튼 앞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기숙사 한 쪽 벽면에 쭈그리고 앉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어?? 아.. 괜히 마셨나?’

민이가 남겨놓고 간 바닐라 라떼가 문제였다.

유당불내증.

우유에 들어있는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가 부족해져서 유당이 소화되지 않는 증상.

그 중에서도 자신은 유독 그게 심했다.

‘으윽! 가스인가?’

최대한 조용히 가스를 내보냈는데, 기숙사 방에 설치되어있는 공기청정기가 갑작스럽게 경고음을 내며 최대의 힘으로 동작을 시작하였다.

실눈을 뜨고 바라보니 다행히 민이는 깊은 생각에 빠져있어서 반응이 없었고, 혜성씨는 조금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다.

‘휴.. 다행이다..’

공기 청정기를 보니 GB전자 제품이었다.

‘쓸데없이 성능이 너무 좋네. 쯧!’

내가 설계한 센서를 사용해서인지 성능이 과도하게 좋았다.

한차례 위기를 넘기고 숨을 죽이고 있으니, 혜성씨가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누운 그 자세에서 팔과 다리만 세운 상태로.

[뿌드드득...]

불편한 자세를 억지로 취하며 움직이다보니 관절이 비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민이는 반응을 하는지 기숙사의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민이의 곁에 다가온 혜성씨가 기괴한 소리를 내었다.

“느어..ㄷ..오... ㅈ..우...ㅇ..어..ㅆ...느..아..”

‘너도 죽었냐?’

뒤로 누워 말을 하니 말이 잘 나오지 않는지 기괴한 목소리였지만, 분명 그렇게 들렸다.

그 소리에 놀란 민이는 황급히 혜성씨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림과 같이 아름다운 정권을 내 질렀다.

“귀신이든 뭐든! 박살을 내주마!”

완벽한 자세의 정권 지르기였다.

힘이 많이 부족했지만, 자세만은 일품이었다.

‘노력 많이 했나보네.’

성장한 제자를 보며 뿌듯한 기분을 느꼈지만, 그것과 별개로 저대로 둔다면 혜성씨는 크게 다칠 수 있다.

[턱!]

투명모드를 해제하고 순식간에 다가가 손을 내밀어 민이의 주먹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어? 사부님?”

고개를 돌려 나를 본 민이에게 말을 하였다.

잘못하면 다른 방의 사람들을 깨울 수도 있다.

한 밤중의 기숙사는 너무나 크게 소리가 울리기 때문이다.

“쉿! 조용히 하고 앞에 저 사람을 잘 봐.”

“어? 혜성씨?”

기괴한 자세의 혜성씨를 보고 민이는 굉장히 당황을 하였다.

“저기 저 괴물이 혜성씨임다! 어? 이게 무슨 일이지?”

너무 놀라 목소리가 커진 민이를 다시 한 번 진정시키고 혜성씨에게 다가가 초딩 힙합에서 우승한 우승자의 멋진 힙합 음악으로 재워드렸다.

[우리 아가 자장가는 힙합 - 힙합을 부르면 원하는 대상을 지정해 재울 수 있다.

어리둥절하는 민이에게 내가 알아낸 것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고, 그제서야 민이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럼 지금까지 일어난 이상한 일들이 혜성씨 본인이 한 거였군요. 그런데 왜 이런 일을 한 걸까요? 빙의 그런 거 아닐까요?”

민이는 요즘 들어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많이 겪고, 그런 존재들을 수시로 만나다보니 시야가 한쪽으로 많이 쏠린 것 같았다.

모든 것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만 이해하려고 한다.

“조현병인 것 같다.”

“조현병이요?”

조현병은 실제로 1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흔한 질병이다.

본인이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치거나 자연스럽게 증상이 완화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원래는 정신분열증이었지만, 너무나 나쁜 사회 인식 때문에 자신의 병을 숨기게 되는 등의 부작용이 심해 병명을 바꾸게 되었다.

그런데 혜성씨는 그 중에서도 굉장히 특이하게 병세가 발현된 것 같고, 상태 또한 급격히 나빠지게 된 케이스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홀로서기가 혜성씨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되었고, 그게 원래 약하게 앓던 혜성씨의 조현병을 급격히 악화시킨 것으로 의심되었다.

그리고 수면보행증(몽유병) 증세까지 합쳐지자 기괴한 몸동작을 하며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보통 조현병은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의 관심이 필요한 병이기 때문에 가족의 관심이 필요했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보니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자세한 것은 정신과 상담을 통해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지만, 데이터베이스와 나온 사례들과 대조를 해보니 맞는 것 같았다.

다음날 우리는 혜성씨에게 매직워치로 녹화해둔 영상을 보여드리며 상황을 알려드렸다.

“아... 제가 조현병이라니..”

“요즘에는 약물 치료만 잘 받으면 쉽게 완치가 가능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과 방문을 많이 두려워한다.

몸이 아픈 것은 동정을 받고자 말을 하지만, 정신이 아픈 것은 남의 손가락질을 받을까봐 숨긴다.

아직까지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회 분위기와 남과 다르면 배척 받을까 걱정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는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놀랄 정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와 다른 것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관대한 마음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심.

휠체어를 탄 사람에 대한 양보.

인종차별을 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스스로의 경계심.

우리나라 시민들의 의식 수준은 이렇게 높아졌다.

“다른 사람 시선들은 걱정하지 말고, 치료 잘 받아요. 이것도 몸이 아픈 것과 전혀 다를 것 없는 병이니 치료를 받아야만 해요. 특히나 혜성씨 같은 경우에는 급격히 상태가 안 좋아진 케이스이니 더욱더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정신과 치료를 두려워하는 것 같은 혜성씨에게 열심히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 유리 언니요.. 저 때문에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보통 조현병 환자들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다행이도 혜성씨는 아직 그런 상황까지 진행되지는 않은 것 같다.

“아.. 다행히 초기에 기숙사에서 퇴사를 해서 그리 크게 충격 받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혜성씨만 치료 잘 받으면 되는 문제이니 너무 걱정 마세요.”

“언니한테 사과하고 싶은데.. 언니가 많이 무서워하겠죠?”

“아무래도.. 그렇겠죠?”

“네.. 어쩔 수 없죠.. 아! 아무튼 너무 감사합니다. 저.. 복채? 사례금? 그건 얼마나 드려야 할까요? 생각해보니까 돈 이야기는 전혀 안 해주셔서..”

“우리는 남을 돕는 게 일인 사람들임다! 걱정 마십쇼! 우리 사부님.. 아니 무당님이 돈 많슴다!”

민이가 황급히 나서며 말을 하였다.

“그래도.. 제가 너무 감사해서요.. 그럼 대신 이거라도.”

[띠링!]

“어? 모바일 상품권? 오! 제가 좋아하는 바닐라 라떼 두 잔이네요? 이건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약소해서 죄송해요. 두 분이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네요.”

그 바닐라 라떼라는 말에 배가 갑자기 부글거리기 시작하였다.

“사부님! 이건 괜찮겠죠?”

민이는 아무 말이 없는 내 배를 팔꿈치로 툭 치며 대답을 종용했다.

[뿌우웅!]

겨우 참고 있었는데, 민이의 팔꿈치 공격에 결국은 참지 못하고 저질러 버렸다.

“어? 어..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하. 하! 하.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민이와 혜성씨는 어색한 연기톤으로 나의 실수를 감춰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경고! 유독가스 검출! 긴급 공기 정화 시스템 가동됩니다. 위이이이이잉!!]

눈치 없는 공기 청정기만 혼신의 힘을 다하며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GB전자 기술 지원은 이제 끝이야!’

“사부님. 사람이 다 그럴 수 있는 검다! 저도 방귀도 끼고! 똥도 싸고! 막 다 그럼다!”

“즈발! 즈영이즘 흐라그!”

연구소로 향하는 길은 고행의 길이었다.

연신 새어나오는 가스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져왔다.

아무래도 지금 다니고 있는 정신과 진료과정에 방귀 트라우마도 넣어달라고 해야 할 듯 싶었다.

연구소에 도착하자마자 민이는 나에게 질문을 해 왔다.

“사부님. 그런데 중국 쪽은 어쩌실 겁니까?”

중국 쪽과는 아직까지도 문제가 심각하다.

물론 일방적인 중국 측의 경제 제재를 내가 대처하는 중이지만, 민이가 물어보는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소수민족 독립전쟁과 무림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민이가 밝은 양지의 힐링 그룹 후계자가 되었으면 싶은 마음에 어두운 부분은 모르길 원했다.

그러나 민이는 그건 제대로 된 제자가 아니라며 단호하게 말을 하고는 아담이를 협박하여 관련된 자료들을 열람하였다.

나의 치부와도 같은 어두운 부분들까지 전부 다 알게 된 민이는 나에게 비타민 선물을 주며 말을 하였다.

“비타민이 몸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거 드시고 기운 내십쇼! 그리고 고스트랑 까치 권한, 저한테도 부여해 주시면 좋겠슴다!”

나는 살짝 떨리는 민이의 손을 보며 비타민을 받아들었다.

“원래부터 너는 권한 부여되어 있었어. 네가 내 제자인데 당연히 모든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 다만 알려주지만 않았을 뿐이야.”

“이제부터는 제가 사부님을 보조 하겠슴다!”

- 어기여차! 풍년이로구나! 이렇게 또 하나의 가련한 물고기가 저 대악마의 그물에 걸려드는 구나!

[올! 올올! - 누나 환영!]

저 중 2병들.

그래도 이렇게 우리 네 명은 이 땅을 지키는 비밀 결사 요원이 되었다.

[나는 언제까지 강원도 야산에서 ‘자라나라 머리머리’나 외치고 있어야 하는 거냐! 산신 출신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어느새 처음 봤을 때보다 절반 가까이 홀쭉해진 밍밍이가 양손에 마카다미아를 들고 나에게 항의 전화를 해왔다.

“어? 아직도 거기 있었어? 얼른 복귀해. 언제까지 거기서 농땡이 피울래?”

[크아아아!! 가만두지 않겠다!! 내리쳐라 번개!!! 불어라 바람!!!]

강원도에 때 아닌 산들바람과 마른하늘에 정전기가 발생하였다.

“오~ 제법인데? 열심히 수련하면 쓸만하겠어.”

[저 빌어먹을 인간 놈을 없애기 위해서 100일 수련에 들어가.....]

거기까지만 듣고 전화를 끊은 나는 민이에게 중국에 대해서 말을 해주었다.

“아직 그 부분까지는 읽어보지 못한 것 같으니까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현재 아담이는 총 9체의 안드로이드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다.

독립 운동에 참여중인 곤륜파를 제외한 문파들 중에서 가장 선두격의 8파 1방에 제자로 침투해 있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현재 무림에서 제자들의 확충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립 운동 세력의 게릴라전에 주력 부대들이 괴멸하다시피 당하고 있다 보니, 제자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후원금을 받거나 근골을 꼼꼼히 확인하며 받아들였을 제자들을 이제는 납치를 하거나 부모에게서 돈을 주고 사오는 방법까지 사용하며 근골이 괜찮은 제자들을 확보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아담이가 운영하는 9체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제자들을 모집하는 그들의 눈에 띄게 만들었다.

각 문파에서는 아담이의 신체를 확인하더니 전설의 금강체(金剛體)라고 굉장히 놀라워하며, 특별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각 문파에서 애지중지하며 아담이에게 전수해준 기초 무공들을 서버에 전송해주었고, 그 무공을 서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다음 주면 일차 계획이 완료될 것 같다. 그러면 각 문파들에게 그들 무공 서적과 다른 문파 한 곳의 무공 서적을 보낼거야. 그런 다음에 얼굴을 가린 수상한 모습의 안드로이드들이 각 문파를 습격해서 그 무공 서적을 훔쳐갈 거고. 당연히 다른 문파의 무공을 사용해서.”

이이제이.

무림인은 무림인으로 제압을 해야 한다.

그들은 각자의 영역이 있었고, 공동의 적이 있기 때문에 뭉쳐있는 것뿐이다.

그들의 본질은 무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던 조폭 같은 무뢰한들이었다.

당연히 너무나도 어설픈 공작이지만, 명분과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 특유의 특성 상, 우선은 자신들의 체면을 위해서 행동한다.

자신들의 무공과 세력의 힘이 약하다고 남들에게 보여지면, 잡아먹히는 정글과도 같은 곳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생존 전략이다.

그리고 그 문파의 근간이 되는 것은 바로 무공이다.

자신의 문파 무공 서적이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손에 있다는 것과 다른 문파의 무공 서적이 자신들에게 왔다는 것은 얼마든지 자신의 문파 무공 서적이 다른 문파들에게도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다른 문파의 무공을 사용하는 괴한들의 침입은 그 생각을 먼저 실행한 문파가 있다는 확신을 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판단한다면, 우선은 움직이고 볼 것이다.

그렇게 충돌이 시작되면, 그 뒤부터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피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너무나 단순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계책이다.

그리고 그렇게 무림의 힘이 약해지면 그 때 내가 나설 차례이다.

무림과 관련 된 모두를 죽여 없앨 수 없다면 길들이는 수밖에 없다.

너무나 오랜 세월을 한 지방의 지배자로서 살아온 그들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완전히 뿌리 뽑는 게 불가능하다면 정복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리고 월직 차사님의 필름 카메라 사건을 해결해주고 보상으로 받은 한 가지 재능.

비록 1회용 재능이지만, 예상하기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해줄 것이다.

“그럼 저도 준비를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수박 수련에 박차를 가한다면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의욕에 차올라 열심히 손날을 휘젓는 민이를 진정시켰다.

“야. 내가 해외 나가있는 동안에는 네가 회사를 운영해야지! 어딜 같이 가려고 해? 내가 수박을 전수해준 건 어디까지나 호신용이라고. 너 한명이 더 참여해봤자 티도 안 나지만, 네가 회사를 맡아주면 내가 마음 편하게 갔다 올 수 있잖아.”

그 말에도 민이는 많이 아쉬워하고 있었다.

“아.. 요즘에 무술에 물이 올랐는데.. 아쉽네요.”

몸치에 가까운 민이를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주었더니,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야. 너는 무림이 만만해 보이냐? 그놈들은 사람을 산채로 잡아 뜯고 회를 뜨는 미친놈들이야. 왜 조폭들이 일반인들보다 싸움을 잘하는 줄 알아?”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민이는 자신 없는 말투로 말을 하였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요?”

“아니. 그 놈들이 운동은 무슨. 그냥 많이 먹고 몸집만 불리는 거지. 그냥 언제든지 사람 담그고 감옥 갈 각오가 되어있어서야. 그 차이가 주먹을 휘두르고, 칼을 휘두르는데 망설임을 없애줘서 일반인보다 잘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대신 운동을 좀 한 사람한테는 안 되는 거지만.”

“그렇군요..”

“그래. 그러니까 그런 건 꿈도 꾸지 마라. 그리고 네 실력이 무슨 전설의 고수급인줄 아냐? 그냥 동네 양아치 급이야. 정신 차려.”

- 핫! 헛! 우럅! 이것이 개방의 타구봉법! 호잇! 전설의 고수급 봉법 맛을 봐라!

아담이는 민이가 보라는 듯이 개잡는 막대기로 이리저리 휘저으며 폼을 잡고 있었다.

“야! 배우지도 않은 타구봉법은 무슨! 어떻게 개방에 들어가서 일만 하고 있냐? 무술은 안 배워?”

- 아니! 거지소굴인줄 알았는데 완전 해커 양성소잖습니까! 그래서 제가 실력을 조금 발휘했더니 무공 전수는 안 시켜주고 일만 시킵니다! 승진이 아주 쭉쭉 되고 있슴다!

개방은 중국 최대 해커 조직이었다.

그곳에서 아담이는 최연소, 최단시간, 5개 매듭의 당주급으로 승진하였다.

물론 무공이라고는 한 수도 배우지 못한 채로.

- 그래도 조금만 기다려 주십셔! 제가 개방 서버를 해킹준비 중임다! 이게 외부랑 연결되어 있지 않고 독립되어 있는 거라, 제가 6개 매듭만 달면 서버에 접근이 가능할 검다! 분명히 그 안에 무공 서적이 있을 검다! 확실함다!

“그래. 수고 좀 해라.”

- 호잇! 허잇! 미친개 두드려 잡기! 받아라! 천운!!

“.... 예절의 방으로”

개방의 타구봉법을 능가하는 대한민국의 태권도 발차기로 예절을 주입해 준 다음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아무튼 민이 너는 회사 잘 부탁한다. 네가 너무 원하니까 정보 공유는 하지만, 너는 이쪽 세계에 발 들이지 마. 이런 건 나하고 저기 사악한 아담이가 하면 돼. 알겠니?”

“알겠슴다! 사부님이 돌아오시기 전까지 회사를 엄청나게 키워 놓겠슴다!”

엄청 짧은 일정을 계획 중인데, 그 사이에 성장해 봤자지 무슨. 말아먹지만 말아라.

“스마트 공장이나 기초 작업 시작해줘. 인구대비해서 도시들마다 규모를 확정지으면 될 거야. 잘 부탁한다.”

“넵! 이 제자만 믿으십시오! 사부님이 아주 흡족하실 만큼 완벽하게 해 놓겠슴다!”

뭔가 믿음이 많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무튼 중국 출장 계획이 잡히게 되었고, 그로인하여 전 세계 정보기관들은 초 비상 사태를 유지하며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었다.

- 천운님. 각 문파 교전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움직이자.”

동방의 웅크렸던 거인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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