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0화 (150/170)

천마 강림

“비열한 놈들! 우리 화산파가 그리 우스워 보였나? 모조리 목을 베어주마!”

“하! 네놈들이 먼저 우리를 습격하지 않았나? 네놈들의 그 냄새나는 검법의 흔적이 우리 제자들의 온몸에 남아있다! 그리고 너희들이 훔쳐 간 그 무공은 너희들의 목을 직접 베어주고 되찾으마! 이제 그만 입 닥치고 목이나 길게 빼 놓거라!”

산시성.

중국의 중앙에 위치한 성급 행정구역이며, 삼국지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관중(關中)이라는 지명으로 익숙한 바로 그곳이다.

화산파의 영역권인 이곳은 원래라면 엄청난 숫자의 관광객들과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북적거리며 활기차게 움직이는 곳이다.

그러나 평소와는 다르게 이 도시는 온갖 무기를 든 무림인들의 전투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일반인들은 건물들의 문이란 문은 모조리 걸어 잠그고, 무도한 그들에게서 아무런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기도만 하고 있었다.

[콰앙!!]

“크억!”

그러나 기도가 조금은 부족 하였는지, 횡액은 자신의 집으로 찾아들었다.

벽이 무너지며 날아든 무인을 곧이어 들어온 다른 무인이 달려들어 수십 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칼에 조각이 난 무인의 피가 뿜어져 나와 매화가 수놓아진 무복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그가 뿜어내는 서늘한 살기는 일반인인 집 주인의 영혼을 사정없이 난도질 해대고 있었다.

비릿한 피 냄새와 묘하게 섞여있는 매화향이 구토를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우웩...”

집 주인이건만 허락도 없이 찾아든 손님의 눈치를 보던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오늘 먹었던 모든 것들을 토해내었다.

화려한 매화 문양과 어울리지 않게 뱀과 같이 표독스럽게 생긴 그 무인은 집주인이 토하는 소리에 미간을 잠시 찌푸리다 다시 무너진 벽을 통해 되돌아 나갔다.

화산파 무인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자신도 모르게 토사물이 가득한 자신의 입을 가로 막았던 손이 찝찝했지만, 살아남아서 다행이었다.

신께 기도를 드린 게 부족하여서 이런 일을 당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기도를 드린 덕분인지 죽음만은 당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자신이 살아있음에 열심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저벅! 저벅!]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안 좋아. 감히 대 화산의 매화검법을 보고 토를 해? 화산의 보호 때문에 호의호식하던 놈이 감히 그런 짓을 하다니. 너도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무너진 벽으로 그 무인이 다시 걸어 들어오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서는 검을 든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아... 아름답다..’

아름다운 매화 한 송이가 자신의 이마로 날아 들어오는 것을 몽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시야가 검게 변하였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믿을 수 없게도 허공에 떠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바라보던 세상은 방금 전과 달리 음울한 잿빛으로 보였다.

자신의 눈앞에는 피로 검붉게 물든 매화 무늬의 무복을 입은 무인과 그 앞에 머리가 사라져버린 자신의 초라한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너무나 원통하다....’

이 도시에 가득한 원혼이 또 하나 생겨났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수많은 기분 나쁜 눈길들이 있었다.

[스토커는 스토커가 알아본다.] 재능으로 확인한 그 수많은 눈길들과 하나, 하나 내 눈으로 마주쳐 주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그들은 정보원의 기본도 지키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호텔에서 며칠을 머물며 때를 기다렸다.

- 천운님. 산시성 대 혈투가 끝이 났습니다. 무림의 전력 3분의 1이 소모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래? 그럼 이제 움직이자.”

한동안 이어진 수많은 문파간의 전투로 8파 1방 뿐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소수 문파들까지 그 혈투에 말려들었고, 결국에는 무림의 규모는 기존의 10분의 1 가까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제부터 나와 아담이는 소림을 시작으로 8파 1방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리고 단 둘이서 그 문파들을 제압 하고자 한다.

도장 깨기.

그것을 무림 문파들 대상으로 보여줄 생각이다.

비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하남의 도시를 가로질러 커다란 빌딩 앞에 멈춰섰다.

“저희 소림은 당분간 방문객을 받지 않고 있으니 용무가 있으시면 차후에 다시 방문해주시거나 전화를 주시기 바랍니다.”

관광지인 소림이 아니라 진짜 무림의 일원인 소림의 빌딩이다.

아담이의 분신체가 알려온 정보로 소림을 찾아오니, 승려 복장을 한 무인이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방문을 거절하였다.

“스님. 나는 오늘 소림의 무학을 땅에 떨어트리고 짓밟을 예정인데, 스님 혼자 감당이 되겠습니까? 방장스님께 연락을 하시던지 하시죠.”

내 말에 무슨 의미인지 잠시 생각하던 스님이 얼굴이 벌게진 채로 소리를 치기 시작하였다.

“네놈이 감히 소림사의 무공을 우습게 여기는 것인가! 태산북두라는 말도 모르는 게냐!”

“아담아.”

- 네. 정리 하겠습니다.

내 옆에 서 있던 아담이가 가볍게 발을 내딛으니 순식간에 9개로 갈라져 스님을 향해 달려들었다.

“연대구품!! 우리 소림의 무공! 헉!”

[콰앙!!]

완벽한 나한권으로 문지기 스님을 날려버리니 빌딩의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

“멈추시오! 이게 무슨 무례란 말이오!”

“안녕하십니까. 스님. 건물에 연무장이 있다면 그리로 안내해 주시죠. 그리고 소림의 최고수들이 전부 다 오셔야 할 겁니다. 오늘 저는 소림의 녹옥불장을 가지러 왔습니다.”

소림의 장문인을 상징하는 녹옥불장.

그것을 가지고 간다는 것은 소림을 멸문시키는 것보다도 더욱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네놈이 감히!”

이대로라면 말만 하다가 끝날 것 같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마보 자세를 취하며 가볍게 심호흡을 하였다.

그 자세를 보던 아담이는 황급히 등을 돌리고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무언가를 하려는 것 같았지만, 정확히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스님들이었다.

‘기초 물리마법-정권 지르기’

[쿠와아아앙!!]

온몸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엄청난 인력이 발생하였다.

불가사의할 정도로 강력한 인력에 로비의 모든 것들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헉! 천근추를 운용하라!”

스님들은 자신들의 몸까지 빨려 들어가는 그 힘에 혼신의 힘을 다해 버티고만 있었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내공을 동원해서야 겨우 그 힘에 저항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내가 힘을 조절하여 무사한 것인 줄은 그들은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버틴 스님들의 발은 발목까지 건물의 바닥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 있었다면 모조리 빨려 들어갔을 엄청난 힘에 모두의 등골이 서늘해져왔다.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그 힘에 겨우 저항을 하고, 몸을 가누며 내 쪽을 바라본 스님들은 내 앞에 쌓여있는 무언가의 잔해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였다.

그러다 무언가 어색한 로비의 모습에 로비에 서있던 웅장한 사천왕 석상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대신에 내 앞에 모여 있는 돌무더기들만 있었다.

조금씩 떨어져 세워져있던 사천왕 석상들의 파편이 단 하나도 주변으로 튀지 않고, 잘게 부서져 내 바로 앞에 한 가득 쌓여있는 비현실적인 모습에 의문만 가득해보였다.

“제 주먹 몇 방이면 이정도 건물은 쉽게 해체가 됩니다. 후회하시기 전에 제가 말한 대로 소림의 최고수들을 연무장으로 부르세요. 그리고 거기 젊은 스님? 네. 스님은 우리들을 연무장으로 안내해주시고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들은 내 말대로 시행하고 있었다.

어느새 내 옆에 붙어선 아담이는 벌벌 떨며 우리를 안내하는 스님의 뒤를 따라 걸어가며 나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 미리 경고를 했어야지요! 소중한 내 몸이 가루가 될 뻔 했잖습니까! 아군을 오인사격으로 죽일 일 있습니까?

“야! 나 컨셉 유지중이니까 조용히 하라고! 과묵한 동방의 침략자 컨셉 몰라?”

- 과묵은 무슨! 말 겁나 많이 했거든요!

우리가 말을 할 때마다 몸을 움찔 거리는 스님이 신경 쓰여서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국말 이다보니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그래서 더욱 공포에 질려하는 것 같았다.

“이.. 이곳이 대연무장입니다.. 그럼 전 이만.”

지하 5층의 전부가 연무장이었다.

아담이와 가만히 서 있다 보니 반대쪽 입구에서 스님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아미타불. 시주는 무슨 일로 소림사를 찾아온 것이오.”

하얀 수염을 길게 늘어트린 스님이 반장을 하며 말을 걸어왔다.

“스님. 다 전해 들으셨으면서 왜 모른 척을 하십니까? 녹옥불장은 가지고 오셨나요? 오늘 제가 소림을 꺾고 가져가려고 합니다.”

“허어.. 광오하구나. 시주가 그 옛날의 천마라도 된다는 말이오?”

말이 길어지는 게 싫었다.

어차피 정해진 결론인데, 중국인들은 말들이 너무 많다.

“어차피 제가 드릴 말은 모두 드렸습니다. 아담아. 녹옥불장 가져와라.”

- 네. 명에 따릅니다.

이번에는 뭔 컨셉질인지 고분고분 대답을 해준다.

- 소림이 자랑하는 떼거지 진법을 사용해 보도록.

“허어.. 설마 시주가 말한 게 108나한진은 아니겠지요?”

- 그럼 108명이서 한 명을 상대로 다구리를 놓는데, 그게 떼거지 진법이 아니면 뭐라고 불러야 하나?

“갈! 진정 관을 보아야 눈물을 보일 인사로다! 그래 좋다! 네놈이 원하는 108나한진을 직접 보여주마!”

처음 108나한진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무협지에서 보던 신묘한 진법인 줄 알았다.

그런데 소림에 침투한 아담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해 보니, 그냥 여러 명이서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차륜전을 펼치는 방법을 적어놓은 것일 뿐이었다.

물론 그 방법들이 굉장히 체계적이고 효율적이었지만, 무협지에서 나온 것처럼 서로의 내공을 증진시켜주고, 하나가 되어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괜히 아담이가 떼거지 전법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대로 된 108나한진이라고 하기도 어색하다.

소림사의 주력들이 대거 사망을 한 이후에 어거지로 실력이 안 되는 3대 제자들이 나한진의 숫자만 채우고 있었기 때문에 정교함이 한 없이 떨어져 보였다.

그래도 스님들은 각자의 봉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108나한진을 이루는 이들이 인의가 넘쳐나서 봉을 드는게 아니다.

108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무기를 휘두르다 주변의 동료를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무기이다.

그리고 소림은 봉술을 기본으로 익히니 나름 좋은 선택이다.

단련된 무인이 찔러오는 봉은 날카로운 창과도 비슷한 위력을 발휘한다.

자고로 단체 전투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중 하나는 창이기 때문이다.

아담이는 품안에서 카람빗을 꺼내 오른손에 들고 왼손을 활짝 펴 앞으로 내밀었다.

[카람빗 - 동남아 지역들의 전통 도검으로 휘어진 발톱같은 단도]

[타앗!]

아담이는 기다리지 않고, 먼저 달려들었다.

유독 더 어려보이는 스님을 타켓으로 달려드는 아담이에 그 스님은 놀랐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아담이를 향해 정확하게 봉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그 봉을 가볍게 허리를 숙여 피해내며, 연이어서 들어간 아담이의 태클에 둘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아담이는 순식간에 일어나 다른 타켓을 향해 움직였고, 그 짧은 사이에 다리와 팔의 인대가 모조리 끊어진 젊은 스님은 비명만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 옆의 스님의 향해 달려든 아담이는 휘두르는 봉을 왼손바닥으로 휘둘러지는 방향으로 자신의 힘까지 더해 밀어내었다.

자세가 무너진 스님의 옆으로 스며들며 허리를 감싸 안고 다시 바닥을 구르자, 주변의 스님들은 자신의 동료를 공격하지 못하고 당황하였다.

아담이는 자신에게 잡힌 스님을 일으켜 세우며 목에 카람빗을 걸쳐놓으니,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

“사소한 희생보다 대 소림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 쳐라!”

늙으신 스님이 아주 호탕하시다.

그 방장 스님의 호통에 다들 자신의 동료를 향해 봉을 내질러왔다.

[서걱!] [퍽! 퍽! 퍽! 퍽!]

스님의 목에 걸쳐놓은 가람빗을 가볍게 당겨 동맥을 끊어주었고, 목에서 엄청난 피 분수를 뿜어내던 그 스님은 동료들이 찔러 넣은 봉에 꿰뚫려 선채로 눈을 감았다.

동료를 꿰뚫은 봉을 회수하지 못한 스님 네 분은 그대로 뱀처럼 흐느적거리며 다가온 아담이에게 목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털썩!]

네 구의 시신이 마치 하나의 몸처럼 바닥에 한 번의 소리를 내며 쓰러지자, 스님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 다시 진을 구축하려고 시도를 하였다.

그러나 아담이는 그 시도를 가만히 기다려주지 않았다.

[스악! 스악! 서걱!]

아담이는 진의 외곽을 돌며, 스님들의 몸과 뒤엉켜 바닥을 굴러다니기 시작하였다.

스님들과 구르는 짧은 사이에도 아담이의 오른손은 쉬지 않고 움직이며, 발목, 팔목, 어깨, 목의 근육을 잘라주고, 인대를 끊어내며, 동맥을 갈라주었다.

오른손이 잘려나간 스님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 손을 휘젓자, 강인한 무인의 심장박동에 맞추어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뿜어져 나오는 그 피가 자신의 눈으로 향하자 잠깐 눈을 감았다 뜨는 스님의 앞에 귀신처럼 아담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헛! 잠시..”

씩 웃어준 아담이가 카람빗의 휘어진 칼날을 그 스님의 입에 집어넣고, 뒤로 돌아 왼손으로 목을 감아왔다.

원래의 108나한진을 구성하는 고수들이었다면, 손목이 날아가는 부상정도에 저렇게 패닉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지만, 이들은 피가 난무하고 팔 다리가 날아가는 전장을 많이 경험해 보지 못한 인물들이었다.

아담이는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스님들을 향해 잡고 있던 스님을 앞세우며 천천히 걸어갔다.

천천히 걸어가며 스님의 입에 걸어놓은 칼날을 서서히 잡아당기니, 스님의 입에서는 침과 피가 섞여 흘러내리고, 그 입은 점점 더 길쭉하게 찢어지고 있었다.

“이... 이! 악마 같은 놈!”

공포에 사로잡힌 인간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패닉에 빠져 도망가거나, 그 공포에 맞서 달려든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공포를 이겨내고 달려들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손으로 동료의 목에 구멍을 내주고, 어느새 그 악마에게 붙잡혀 방금 전의 동료와 똑같이 입에 악마의 발톱같이 생긴 칼날을 걸치고 있었다.

“으.. 으어.. 어...”

제대로 말도 못하고 울부짖으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 가만히 있어야지. 자꾸 움직이니까 입이 찢어지잖아. 쉬.... 자. 착하지?

울부짖는 스님을 조용히 달래주는 아담이 덕분에 진정이 되었는지, 몸부림을 그만두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장문 스님. 제자들의 희생은 그만 만드시고, 최고수들이 나오시죠.”

그 말에 이마를 찌푸리며 아담이와 스님들의 전투 장면을 보던 장문인이 조용히 말을 하였다.

“모두 물러나거라! 집법당주가 나서주게.”

“아미타불.”

장문인의 분노에 찬 명령에 온몸이 단단한 돌맹이처럼 보이는 키가 큰 스님이 앞으로 나섰다.

“장문 스님. 이것 하나는 확실히 해두시죠. 저 집법당주님만 상대하면 소림은 납득을 하고 녹옥불장을 내놓을 겁니까?”

“빈승은 소림을 대표할 만한 실력이 되지 못하오.”

내 말에 키가 큰 집법당주가 말을 하였다.

“그럼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을 모두 제압해야 하는 겁니까? 어거지도 정도껏 하시죠. 누구나 인정할 만한 분이 안 나오신다면 저도 이런 귀찮은 일은 그만두고 [신의 분노]를 가동할 겁니다. 최선을 다해서 모기들을 피해 다녀 보시죠.”

“갈! 어디서 되지도 않는 협박인가! 네놈은 우리 소림이 우스운 게냐!”

“집법당주님이 최고수가 아니라면 조용히 있으시죠. 어딜 당주 주제에 끼어듭니까? 제가 예의를 갖추니 우스워 보입니까? 지도상에서 이곳 하남을 사라지게 만들어 줄까요?”

“네... 네놈이..”

“그만 하시게. 천운 시주. 시주는 자신감이 아주 넘치는군. 우리 무림은 그 천마 사태 이후에 하나의 협약을 맺었다네.”

소림의 장문인이 갑자기 여유롭게 말을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방금 나타난 젊은 승려가 장문인의 귀에 뭐라고 말을 해준 게 그 여유의 이유인 것 같았다.

“무림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의 고수가 나타난다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뭉치기로 하였지.”

소림의 승려들 뒤로 갑작스럽게 수많은 무림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다양한 복장과 무기들을 들고 나타난 무림인들은 각자의 문파들끼리 자리를 잡으며, 대 연무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다.

“자. 이곳에 전 무림의 최고수들이 전부 모였다네. 이 고수들을 전부 제압을 한다면 시주를 인정해주지. 이 녹옥불장뿐이겠나? 각 문파의 신물을 전부 주겠네. 도전해 볼 텐가?”

장문인의 말에 맞추어 각 문파의 고수들이 목에 주사를 놓기 시작하였다.

“하하하하하!”

갑작스러운 내 웃음에 모여 있는 수많은 무림인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험한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실성한 게냐?”

“그래. 계획대로 전부 다 모였구나. 일일이 돌아다니기에는 이 중국 땅이 쓸데없이 크더구나. 개방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리 쉽게 전부 모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내 말에 정장을 차려입은 중절모를 쓴 노인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다.

“이놈! 우리 개방을 왜 끌어들이느냐! 상황이 급박하니 얄팍한 수를 쓰는구나!”

개방의 방주를 보며 포권을 취해보였다.

“방주의 도움으로 이리 쉽게 전 무림인들을 모았으니 어찌 고맙지 않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무슨 헛소리를..”

“다들 개방의 연락을 받고 오시지 않았습니까?”

내 말에 다들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중요한 것은 네놈과 네놈의 수하 하나만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네놈이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더라도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매화가 수놓아진 무복을 입은 아주 잘 생긴 중년의 남성이 나를 비웃으며 말을 하고 있었다.

“개방 따위가 내 행적을 어찌 알 수 있었겠습니까? 다 제가 알려준 것이지요. 이 건물은 전부 포위되어 있습니다.”

“헛소리!!”

“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세요. 포위한 병력을 쓰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도망가는 인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배치한 것 뿐이니까요.”

그 말에 다시 한 번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다들 저 자의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로 이곳이 포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저 놈을 제압하면 다 끝나는 일입니다.”

하얀 정장을 입은 남성이 말을 하자, 다들 주목하며 말을 들어주었다.

“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몸부림을 쳐보게나.”

“제갈 가주가 똑똑하다고 하던데, 핵심을 잘 짚으시는군요.”

그 말에 하얀 정장의 남성이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런데 저도 알면서 당하겠습니까? 당연히 비장의 수를 준비 하였지요.”

“빨리 꺼내는 게 좋을 것이네. 그렇지 않다면 사용도 해보지 못하고 제압될 것이니.”

여유로운 그를 향해 질문을 해보았다.

“그런데 방금 소림의 장문 스님께서 천마 때문에 협약을 맺었다고 하시던데, 그를 아십니까?”

“호오.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도 그를 알고 있었나? 우리 무림에서는 당연히 모두들 알고 있지. 천마강림 만인앙복! 우리 무림의 아주 치욕스러운 역사이지. 그러나 그 때문에 자네를 잡기 위해 전 무림이 모일 수 있었으니, 고마워해야하려나?”

“그럼 그때 전 무림이 항복을 하고 목숨을 구걸한 게 사실인 거지요?”

내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천마 본인에게만 항복과 복종의 맹세를 하였지. 자네가 혹여나 그의 후손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우리 무림도 발전을 하지 않았겠나? 그 천마가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무리일 걸세.”

“그럼 확인해 보면 되겠네요.”

“응? 그게 무슨 헛소리인가? 확인해 본다니?”

“당사자를 불러서 이야기를 해보시죠.”

내 말에 미친놈을 본다는 듯이 바라본 제갈가주가 비웃으며 말을 하였다.

“미친 종자였구나. 그래도 높이 평가를 하였는데, 그냥 미친 것이었어.”

월직 차사님을 도와주고 받은 일회용 재능이 있었다.

일회용이기 때문에 사용은 못해봤지만, 설명대로라면 확실할 것이다.

[천마 강림 - 세 시진동안 천마를 아무런 제약 없이 소환 가능합니다. 천마에게 부탁을 할 수 있습니다.]

무림을 조사하다 가장 치욕적인 사건을 알게 되었다.

바로 천마.

그의 출신과 무공 내력에 대한 어떠한 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엄청난 무력에 무림의 모든 세력이 저항을 하였지만, 결국에는 무너지고 목숨을 구걸하게 되었다.

살아남는 대가로 굴욕적인 맹세를 하게 된 무림은 그 사건을 계기로 협약을 맺게 된다.

무림을 존폐의 위기에 빠트리는 사건이나 인물이 나타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힘을 합치기로.

그게 지금 내 앞에 무림인들이 모여 있는 이유이다.

‘좋아. 천마가 기록대로라면 충분히 이 상황을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생각대로 천마가 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제 2, 제 3의 대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을 포위했다는 것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정말로 이 건물은 안드로이드들과 모기 드론으로 포위되어 있었고, 비가 한 창 내려오는 먹구름 위에는 노틸러스호 세 대가 떠있었다.

맑은 날에 움직였다면, [신의 분노]가 두려워 모이지 않을 것 같아, 일부러 비가 오는 날을 골랐다.

협약을 말하지만, 그들의 본질 상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하다 판단되면 가차 없이 배신하는 놈들이다.

자신들이 유리하다 판단되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

그리고 솔직히 이 정도의 인원은 나 혼자서도 제압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든다.

호국 도깨비 일족의 서버에서 찾아낸 수박으로 단련된 내 실력은 이제 엄청난 위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제는 전설속의 천마를 강림 시킬 차례이다.

“천마 강림!”

내가 외치자 몸을 움찔하며 좌우를 살피는 무인들이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내 비웃기 시작하였다.

“정신이 제대로 돌았구나! 천마가 죽은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데!”

- 어이고! 귀인 늦어서 죄송합니다. 악귀 놈 하나가 도망가는 바람에 조금 늦었습니다. 무슨 일로 저를 소환하셨습니까?

“강림 차사님? 차사님이 천마셨어요?”

- 하하하하. 이거 부끄럽습니다. 철없는 한 때의 이야기이지요. 월직 차사님이 설명 안 해 주셨습니까? 그리고 재능에도 나와 있을 터인데요? [천마 강림]이라고.

‘천마 강림이 진짜 천마인 강림 차사라는 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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