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아야겠다.
[저벅. 저벅. 저벅.]
“다른 놈이 나타났다!! 쏴버려!!”
[탕!! 탕! 탕!!]
총알들이 맹렬히 회전을 하며 내 주변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대부분은 빗나가는 괘도이니 그대로 놔두었고, 나를 향해 정확히 날아오는 총알들만 합금으로 만든 단검을 이용해 살짝 씩 튕겨내 주었다.
[팅! 팅! 팅!]
아무리 총알을 쏟아 부어도 내 발걸음을 막아설 수는 없었다.
“으헉! 아악!!”
시선이 나에게 쏠리자 아담이는 더욱 편하게 갱단들 사이로 파고들어 처리하고 있었다.
“이런 괴물 새끼!!”
공포에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을 치는 갱단에게 선물을 던져주었다.
물론 머리로 받은 것은 그 갱단의 잘못이니, 나의 잘못이라고는 선물로 단검을 고른 죄 밖에 없다.
입고 있는 바바리코트가 내 움직임에 살짝 들쳐졌고, 그 안쪽에 매달린 수많은 검정색 단검들이 살짝 보였다.
[쉬악! 쉬아악!]
때 이른 산타크로스의 선물에 다들 편안한 모습으로 자리에 누워 저승으로 떠났다.
벽 뒤에 숨어있어도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단검에 속수무책으로 선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저벅. 저벅. 저벅.]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갱단 두목의 앞에 설 때까지 누구도 내 발걸음을 멈춰 세우지 못하였다.
결국 내 앞에는 갱단 두목과 그 뒤에 그림자처럼 서있는 아담이 뿐이었다.
“너.. 너는 누구냐? 이게 무슨 짓이야!”
“뭐야? 납치 계획은 세워놓고, 그 대상자는 몰라보면 어쩌자는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일개 기업가가 아닌 것인가? 설마 너도 빙의한 존재냐?”
- 빙의가 아니라 빙신.
“으악!! 뭐야!”
처리해야 할 대상의 뒤에서 조용히 서있던 아담이가 되도 않는 농담을 해대자, 그 농담에 너무 화가 난 갱단 두목이 화들짝 놀라 움직이다 바닥에 널브러졌다.
“아담이 너는 이따가 보자.”
- 아니! 저에게는 신이십니다! 저의 창조주! 오오!!
헛소리를 하는 아담이에게서 시선을 돌려 갱단 두목을 쳐다보았다.
그 감정 없는 눈동자와 마주친 갱단 두목의 얼굴은 두 개의 얼굴이 겹쳐져 괴물처럼 보이고 있었다.
“전쟁의 피해자에서 끝났으면 동정을 받았을 터인데, 그 되도 않는 악의에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으니 천벌을 받을 것이다. 지옥에서 참회를 하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것조차 너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악귀야. 너의 영혼 한 조각까지 사라지는 고통의 순간을 맛 보거라.”
이 갱단의 범죄 기록을 보다 결국은 전부 다 보지 못하였다.
많은 경험을 하며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지만, 이놈들은 차원이 달랐다.
너무나 끔찍한 피해자들의 사진에 하마터면 토할 뻔 하였다.
자신들의 잔혹함을 과시하기 위해 살해 영상을 찍고, 사진을 찍어 배포하기도 하였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범죄를 저질렀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잔인하게 저질렀다.
그리고 명단에 올라와있는 대부분의 갱단이 이런 식이었다.
괜히 악귀가 아닌 것이다.
[위이이잉!]
어느새 날아 들어온 모기 드론들이 갱단 두목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그 공포의 날갯짓을 이어갔다.
온몸에 달라붙은 모기 드론에 갱단 두목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영혼의 비명은 소름끼치게 들려왔다.
귀가 아닌 영혼에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주변에 머물렀던 갱단들의 영혼들이 놀라 도망치다 사라졌다.
그리고 모기 드론들이 사라진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죄악들은 그대로 이 땅에 남아있었다.
“아담아. 무림인들 불러서 이쪽 구역 접수하라고 해.”
모든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무림이라 불리며 실질적으로는 어둠의 세계를 장악하는 마피아들에게 일을 맡기기로 결정하였다.
물론 8파 1방의 대문파들과 유력한 세가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지원을 하지 않겠지만, 중소 문파들은 대문파들의 하수인 노릇보다는 자신들만의 영역을 갖는 게 꿈이기 때문에 기회의 땅인 베트남으로 많은 문파들이 옮겨오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중에 인성을 우선하여 선별하다보면 베트남의 뒷 골목도 깨끗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무림인들이 오기 전에 우선 청소부터 하자.”
- 존명!
“까불지 말고 원래대로 해라. 너 때문에 나까지 중 2병으로 여겨지잖아!”
- 네! 지존!
언젠가는 그 고철덩어리를 녹여서 내 동상을 만들어야겠다.
무림 지존 천운.
크으!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
- 또 망상에 빠져 있구만. 내가 중 2병이면 지는 그냥 정신병이면서!
아담이에게는 다행 하게도 내가 빠진 망상은 너무도 깊고도 깊었다.
아담이의 앞담화를 듣지 못할 정도로.
“엄마. 이모. 같이 못가서 죄송해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휴가 중인데도 고생이 많네. 우리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봐. 알겠지?”
“그래. 우리 운이 덕분에 아주 호강하고 가네. 베트남 주석? 아무튼 그 아저씨까지 인사오고. 우리 운이가 아주 대단한 인물인가봐. 우리 대우도 운이처럼 잘 되야 하는데..”
자꾸 말을 하시는 것을 보면 순희 이모한테는 내가 엄친아인 것 같다.
하필이면 이모의 비교대상이 그룹 회장인 나여서 대우한테는 정말 미안했다.
언제 또 치킨 사들고 면회나 가야겠다.
“대우도 잘할 거예요. 군 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사회에 나오면 뭘 하더라도 잘 해낼 거예요.”
내 말에도 걱정이 되시나보다.
“그래... 아! 그런데 저번에는 그 뭐냐 사단장 아들? 아무튼 그 애가 부대에 새로 와서 일도 안하고, 고참들 말도 안 듣고 해서 짜증난다고 전화가 왔던데.. 그 사단장이 높은 사람이야?”
“응? 사단장이요? 음.. 회사로 치면 이사급? 그 정도나 되려나? 아무튼 그 정도예요.”
“그래? 그럼 운이 너가 대우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그래도 운이 너가 회장이니까 군대에 아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일도 안하고, 내무실에 누워만 있어서 골치 아프다고 하더구나. 부탁 좀 할게.”
이모는 남에게 절대로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자식 문제이기도 하고 나와 친하다보니 미안해 하시면서도 부탁을 해오셨다.
그런데, 사단장도 아니고 그 아들이 갑질이라니 문제가 있었다.
자식이 잘못한 것은 그 아버지가 책임을 지는 게 맞는 것 같으니, 함참의장님에게 말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네.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그렇게 대한민국의 사단장 중에 한 명이 진급누락을 통보받고, 전역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 사단장의 아들이라는 이등병은 부대 내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군 생활을 하는 장병으로 거듭났다고 대우가 전해왔다.
그런데, 안 그래도 중대장이 자신의 눈치를 보느라 불편했는데, 이제는 무슨 일만 하려고 해도 중대장이 따라다니며 자신이 하겠다고 그래서 많이 불편하다고 그런다.
중대장님에게 그러지 말라고 전화라도 한 통화 해드리면 되냐는 말에 대우가 비명을 지르며, 그러지 말라고 극구 말렸다.
전화 한 통이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렇게 말리는지, 정말 착한 동생이다.
언제 합참의장님과 같이 대우 부대나 놀러가야 할 것 같다.
- 지존! 베트남 남부 지역은 이제 한 곳만 남았습니다.
2주를 계획했던 휴가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민이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며 회사를 부탁했는데, 매일 한 번씩 내가 살아있는지 확인 전화를 해왔다.
몇 번은 갱단을 정리하다 연락이 와서 받지 않았는데, 힐링 그룹과 계약된 용병 부대들의 파견이 결정되어서 부랴부랴 연락을 해주었다.
아바타에 접속해서 활동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열심히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모든 일의 최우선 순위는 내 안전이라며, 여차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용병 회사들과 계약을 할 예정이니 참고하라고 하였다.
물론 주주총회에서도 승인이 난 사항이었다.
그래서 한참 갱단을 정리하다가도 민이나 비서실에서 연락이 오면 아담이에게 맡기고 빠져나와 전화를 받는다.
그것도 이제 오늘만 지나면 절반이 지나간다.
북부보다는 남부 쪽에 더 많은 갱단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갱단의 비율만 따지면 거의 3분의 2를 정리하는 셈이다.
[쉬아악!]
복도의 코너를 돌아서는데, 목을 향해 발차기가 날카롭게 날아오고 있었다.
보비엣남.
다른 나라에서는 보비남으로 불리는 베트남 전통 무술이다.
주로 두 발을 이용해 타격을 하거나, 두 발로 상대의 목을 걸어 제압하는 방식의 무술이다.
1936년 무술가 응위엔 록에 의해 창시된 무술로 우리나라로 치면 태권도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말은 현대의 여러 무술들의 장점을 결합했다는 말이고, 다른 말로는 스포츠화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살인 기예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말이다.
날아오는 발차기를 바라보며 가볍게 [학치 지르기]를 날려주었다.
택견의 아랫 발질 중 상대의 무릎 근처를 발바닥으로 밀어차는 발차기인 학치 지르기는 아주 위험한 발차기이다.
디딤발이 되는 발의 무릎을 발바닥으로 빠르고 강하게 밀어차기 때문에 상대방의 무릎이 반대로 접힐 수 있다.
바로 이렇게.
[빠각!]
“크악!!”
겨우 이 정도에 비명을 지르다니 수련이 너무 부족하다.
“흐읍!”
부러지지 않은 다리를 이용해 뒤로 통통 뛰며 달아나는 그를 향해 현대 택견의 금지된 기술 중 하나인 옛법의 범주에 드는 [곧은 발질]을 해주었다.
앞을 향해 무릎을 들어올리며, 순식간에 발을 곧게 펴며 창처럼 찔러 넣었다.
[퍼엉!!]
택견의 고수가 제대로 곧은 발질을 찔러 차 넣으면, 내장이 파열된다.
내 곧은 발질에 얻어맞은 보비엣남을 사용한 남성은 뒤로 몸이 접혀 날아가 벽에 쳐 박혔다가 쓰러져 입에서 피를 토하며 기절해버렸다.
호국도깨비 서버에서 발견하여 내가 익힌 택견은 고대 옛법 택견의 한 갈래이다.
지금과 같은 품밟기나 ‘이크’ 하고 외치는 특유의 호흡법은 없는 대신, 실전성을 극대화한 택견이었다.
전장에서 무기를 잃어버렸을 때 사용하는 택견으로, 일격 필살의 기술을 펼치거나, 발을 걸어 넘어트리고 상대의 무기를 빼앗는 방식으로 발전을 하였다.
그 중에 내가 중점적으로 익힌 것은 일격 필살의 발기술들이었다.
아차하면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는 이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 기술은 수박의 갈래인 양손 수박도가 있으니, 발기술을 수련중이다.
이 발기술들을 익히고, 손날 기술들을 합친다면 나만의 무술을 창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머지 않았다.’
그 옛날 전쟁터에서 만들어진 무술들과 같이, 지금 나의 무술 또한 전쟁을 겪으며 정립되고 있었다.
현대의 무술들이 자신의 신체를 단련하고 상대를 제압하는 것으로 발전할 때, 나는 완성된 신체를 이용해 상대를 일격에 살해하는 무술을 개발 중이다.
그리고 이 무술을 수련하며, 처방받은 신경안정제로도 감당이 되지 않아 밤마다 명상을 수련중이다.
잠시만 방심을 하더라도 살심이 끌어올라 곤란할 때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직접 사용하는 게 아니라, 아바타를 통해 사용하기 때문에 내 마음이 겨우 견디고 있었다.
“이 새끼! 한국 놈이 뭣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나를 방해하는 거냐! 한국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이제 와서 방해를 하는 거야! 내 목숨 값도 내 가족들한테 제대로 전해주지도 않은 것이 무슨 조국이야! 꺼져! 꺼지라고!!”
- 제가 처리 하겠습니다. 지존!
“아니. 내가 할 테니 뒤로 물러나 있어.”
갱단을 정리할 때는 같이 하지만, 갱단의 보수인 악귀들은 내가 직접 처리를 하고 있었다.
사연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하였다.
악귀들이지만, 그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그 나름대로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원래부터 악인이었을 수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은 너무나 절망스럽고 억울한 일을 겪으며 타락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름의 이유로 빙의된 인물들을 움직였겠지만, 지금은 타락할 대로 타락해버렸다.
살인. 방화. 강간. 강도. 인신매매. 장기밀매. 마약 판매.
그리고 증오의 대상이 된 한국인에 대한 범죄.
조국에 버림받았다 생각한 그 삐뚤어진 증오심에 나름의 이유들은 있었다.
나라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저렇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악귀는 악귀다.
빙의 자체도 남의 영혼을 밀어내고 몸을 차지하는 악행이지만, 그 빙의가 오래되면 원래 몸의 영혼을 흡수해 버리게 된다.
그러면 진정한 악귀가 된다.
영혼은 윤회 시스템의 근간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카르마)이 쌓여있는 저장소이기도 하다.
왜 인간이 죽으면 영혼의 기억(카르마)가 리셋이 될까?
그건 영혼이 저장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의 영혼과도 비등할 정도의 인생을 강제로 흡수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바로 영혼이 깨지며 카르마가 넘쳐 흐르게 된다.
그 영혼이 깨지는 충격에 십중팔구는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게 바로 악귀다.
저기 앞에서 소리치는 일그러진 영혼의 인물도 마찬가지이다.
“끄어으!! 우어!!!”
살아있는 채로 악귀로 변하고 있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한민국을 대신하여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깊은 감사와 사죄를 드립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너무나 많은 악행을 저질러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고통에 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직접 내손으로 그들의 장례식을 치러주고 있었다.
생전에는 조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배신감에, 죽어서는 시스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원통함에 악귀가 되었겠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자신의 선택이다.
빙의를 선택한 것도, 악귀가 된 것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책임을 질 시간이다.
‘의지의 일격!’
한없이 부드러운 주먹이 살며시 베트남 참전 용사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너무나 가볍고, 너무나 경쾌해 보여서 피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아.. 어머니..”
진정한 소멸의 시간이 다가오자, 잊고 있었던 그 분이 생각났다.
떠나는 아들의 손을 놓지 못하고,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눈물만 흘리시던 그 분.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고, 어제 같이 밥을 먹으며 웃고 장난치던 전우가 다음날 팔다리가 없는 시체가 되던 그곳에서,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이유가 되어 주신 그 분.
자신의 전사 소식을 전해 들으셨을 너무나 불쌍하신 내 어머니.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한 없이 가벼운 주먹이었지만, 무엇보다 무거웠다.
내가 살아오며 쌓아온 내 신념들과 의지들이 이 주먹 하나에 모여들었다.
불의에 대한 분노를.
나의 부족함에 부끄러움을.
인간에 대한 한없는 연민을.
심지어는 악귀에 대한 동정심까지.
그 모든 것을 담아 내질렀다.
신화급 재능 [의지의 일격].
아무런 소음도 없이 모든 것이 끝이 났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두 개의 영혼.
방금 죽은 베트남인과 똑 닮은 인물과 군복을 입은 젊은, 아니 아직은 어린 군인의 영혼이 서 있었다.
[이게 무슨.. 아.. 나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생긴 건가?]
나는 악귀에 대한 동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맞이하는 이 기적의 순간.
어떠한 저승사자들도 소멸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던 악귀를 다시 영혼으로 되돌려 놓았다.
“지옥에 가시면 그 끝을 알 수 없는 죄업에 대한 대가를 받으실 겁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으니 참고 견디십시오. 당신에게 당했던 그들이 겪은 모든 고통이니 마땅히 받아드려야 할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했습니다. 제가 나쁜 놈입니다....]
그렇게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영혼의 앞에 진정한 죽음으로 이루어진 문이 생성되었다.
저승의 판결조차도 필요치 않을 때 생겨나는 [지옥의 문].
엄청나게 지독한 죽음과 자욱하게 깔리는 유황의 냄새에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게 되었다.
20번에 가까운 횟수를 보았지만,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고 너무나 무섭다.
바라만 보더라도 내 영혼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저 죽음의 문은 내 영혼에 직접적인 공포를 선사해 주었다.
저것이야 말로 진정한 공포다.
저것이야 말로 죽음 그 자체다.
[크아아아아!!!]
방금 전까지 참회의 눈물을 흘리던 참전용사의 영혼이 너무나도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그 죽음의 문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 끼이이익...
그리고 그의 영혼을 집어삼킨 그 문은 끔찍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오래 방치된 한옥의 대문에서 나는 것과 같이 소름 끼치게 만드는 문이 닫히는 소리.
한 번이라도 저 문을 본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나쁜 짓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반신의 경지에 오른 나 조차도 저 문은 너무나 두렵다.
‘착하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