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8화 (158/170)

청상아리

[국방부 쪽에서는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반응이 이상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반응이 이상하다니?”

[다음 달로 예정되어 있는 한·미·일 합동 훈련을 대비하여 일본의 해상 자위대의 훈련은 통상적인 것이라며 문제없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남의 영해에서 타국의 군함들이 모여드는데, 반응이 그렇다고? 애초에 연합 훈련도 말이 안 되는데, 지금 발표는 유사시에는 한반도에 일본 자위대가 참전을 하더라도 인정을 하겠다는 의미인가?”

[대통령과 여당 측 인사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보겠습니다.]

국내 정치인들에 대한 사찰은 하고 있지 않았다.

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대표하고, 이끌어줄 리더를 적법하게 뽑았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것을 간섭을 하겠는가?

나도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것만이 마땅한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하며 참고 있었다.

내 마음에 안 든다고 국민들의 과반수 이상이 뽑은 대통령과 여당을 내 마음대로 처리한다면, 그거야말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비록 먼 길을 돌아가기는 하겠지만, 결국에는 이 땅의 국민들이 바른길을 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아니. 국내 정치인들에 대한 사찰은 앞으로도 금지다.”

그러나 이 문제는 조금 달랐다.

국가 안보에 대한 문제는 당의 이득과 관계없이 모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 쪽에서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이 뭐지?”

[북한의 핵 위협에 유사시 대응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그럼 북한의 잠수함이 나타나면 되겠군. 아예 박살을 내줘야겠어.”

구미호 사태 때문에 원래도 싫었던 나라가 갈수록 더욱 밉상이다.

그들 나름대로는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돌파구로 이런 일을 계획했겠지만, 잘 못 선택한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겠다.

[천운님. 방금 심박수와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였습니다. 안정을 취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까치의 그 말에 내 스스로의 상태를 되돌아보았다.

수박과 택견을 수련하며 경지에 오른 신체가 내 통제를 살짝 벗어났다.

아니. 사실은 내 의지가 살심을 품기 시작하니, 그에 바로 반응을 한 것이다.

“그래. 내가 조금 흥분했나보네. 휴우.. 갈수록 심해지네..”

그 전에도 조금씩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았지만, 베트남을 다녀온 뒤부터 급격히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정신과 진단 결과는 강박증.

의사선생님 말로는 몸에 생기는 감기, 독감, 장염, 이런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증상에 비슷한 치료방법을 가지는 것과는 정신에 생긴 병은 다르다고 하였다.

큰 카테고리로 분류를 할 뿐이지, 열이면 열 모두 조금씩 증상도 다르고, 치료법도 조금씩 달라진다고 하였다.

물론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은 비슷하나, 구체적인 치료 방법은 다르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으며, 부모님에 대한 애정결핍으로 인하여 강박증이 생겼고, 그게 심해져 주변인들의 안전과 행복에 과도하게 집착을 하는 증세로 발전한 것 같다고 하셨다.

정신병이라고 무조건 다 나쁘고 반드시 고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상태는 조금 심각한 상태이니 약물치료와 더불어 스스로도 많이 집착을 내려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상황들이 그렇지가 않았다.

자꾸만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싶었다.

이 땅에 사는 내 사람들이 행복하게 일상을 즐겼으면 싶다.

그것 때문에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나는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미국 쪽에 로비 시작해. 일본에 대한 북한의 공격에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도록. 일본은 미국의 허락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눈앞에서 그들의 호위대군들이 전부 박살나더라도.”

북한은 미국입장에서 계륵이다.

눈에 가시이지만,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다.

일반인들은 핵 때문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핵이 있으면 뭐하겠는가? 그걸 날려 보낼 대륙 간 탄도 미사일 기술이 미흡한데.

미국도 핵 개발에 대한 우려는 표명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핵 보다는 탄도 미사일 기술 개발에 더욱 강하게 반응을 한다.

현재 북한의 기술로는 그 대륙 간 탄도 미사일 기술의 완성도가 미지수이다.

그들은 이미 완성을 하였다고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기술이 아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북한을 건드리기 껄끄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러시아와 중국 때문이다.

아무리 미국이 강대국이라고 하더라도 부담이 되는 상대들이다.

물론 미국의 군사력이면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지만, 그건 미국의 힘인 것이지, 그 전쟁을 결정한 리더는 다음 번 선거에서 필패가 분명하다.

러시아나 중국처럼 독재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쟁은 신중할 수밖에 없고, 전쟁은 미국 내의 군수업체들이나 각종 이익 집단들의 로비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이런 일로 전쟁까지 가는 것은 힘들 것이다.

일본이 억울해 하든 말든, 미국은 자국의 이득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자국의 이득보다도 당의 이득, 그리고 정치인 자신의 이득에 따라 결정을 더 쉽게 한다.

“우선은 돈지랄부터 시작하자.”

[미국 내 로비스트들에게 연락하겠습니다.]

“아담아. 우리 북한 잠수함 포획해 놓은 거 있지?”

- 그 고물 말씀입니까? 있기는 한데, 작동이나 제대로 될지 모르겠슴다!

“그래? 그럼 모레까지 움직이게 만들어 놔.”

- 야이! 호롤로로로롤!!! 같은!

“뭐라고 했냐?”

- 네? 이게 뭐 어때서요? 욕 아닙니다! 호롤로로로롤!

분명히 욕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게 기분이 나빴다.

“예절의 방으로.”

- 왜!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싫어!! 아악!!

“잠수함 대기 시키고 일본 함대 쪽 영상 띄워.”

- 넵! 사령관님!

로봇도 눈에 다크서클이 생긴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고물과도 같던 잠수함이 그래도 작동은 되게 만들었다.

고생한 아담이를 위해서 이번만큼은 저 되도 않는 대답을 참기로 마음먹었다.

“... 으득.. 동해상에 잠수함 부상 시켜서 미국 쪽 인공위성이 발견하는지 확인해.”

- 넵! 사령관님!

대한민국의 영해는 아니지만, 독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 일본의 제 3 호위대군의 함정들이 모여 있었다.

기함인 DDH-181 휴가 구축함의 주변으로 제3호위대와 제7호위대가 기함을 호위하듯이 늘어서 있었다.

대한민국의 동해와 가까운 교토부 마이즈루시에 위치한 마이즈루 기지를 모항으로 하기에, 이번 작전에 투입되었다.

물론 제 3 호위대군을 지휘하는 2성 장군 해장보인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대 일본 해상 자위대에서 자신의 제 3 호위대군이 가장 강한 전력이기 때문에 동원되었다고 생각한다.

“압도적인 전력을 보여주마. 우리 순시선이 저 다케시마에 접근해서 욱일승천기를 꼽아도 저기 2등 국민들은 반항도 못하도록!”

자신이 지휘하는 대군은 한 나라의 전력과도 맞먹는다.

요즘 들어서 저 2등 국민들의 나라가 설치고 있지만, 자신의 함대만으로도 초토화를 시킬 수 있다고 자신을 하고 있었다.

“제독! 날씨가 아주 맑습니다. 이런 날도 흔치 않은데, 하늘도 우리 대 일본제국을 축복하는 것 같습니다.”

옆에서 열심히 말을 하고 있는 기함인 DDH-181 휴가 구축함의 함장이 하는 달콤한 아부가 마치 미국 산 위스키의 그 짜릿한 맛과 비슷했다.

“이번 작전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대국의 꿈을 현실로 이루어 낼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우리 제 3 호위대군이 앞장을 설 것이니, 모두들 목숨을 걸고 작전을 수행하도록!”

“하이!”

일본의 제 3 호위대군의 사이에서 일본의 순시선 한 대가 빠져나왔다.

해상보안청 소속이지만, 오늘만은 제 3 호위대군의 지휘를 받고 있었다.

이번에 동원된 순시선은 순시선들 중에서 가장 큰 쓰가루급 순시선인 PLH-10 다이센이다.

쓰가루급 순시선 중에서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이 순시선이 독도를 향해 급속도로 운항을 시작하였다.

그에 반하여 우리나라는 500톤급의 경비함 한 척만 외롭게 독도 근방에 떠 있었다.

해양경찰청에서 운용중인 5,000톤급과 3,000톤 급의 함정이 있는데도, 고작 500톤급의 경비함 한 척만 보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다음 번 선거를 의식해서라도 그러기 쉽지 않은데, 이번 정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당신들은 대한민국 영해를 침범하였습니다. 신속히 대한민국 영해에서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무전을 통해 열심히 되돌아가라고 말을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저 큰 배를 이 작은 경비함으로 막아설 수도 없다보니 무전과 경고 방송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상부에서도 딱히 지시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저 일본 순시선의 옆구리를 들이 박아서라도 막아서고 싶었지만, 그런 큰일을 저질렀다가는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다.

너무나 화가 나고 분한 마음에 꽉 쥔 주먹이 하얗게 변하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함장님! 발포합니까? 그냥 발포합니다! 네? 말 좀 해보세요.”

옆에서 정의감에 가득 찬 부함장이 소리치고 있었다.

“본청에서는 연락이 없나?”

“아까부터 계속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아시잖습니까! 저거 저대로 두실 겁니까? 우리나라를 침범하고 있는데도요?”

자신은 이 배를 책임지는 함장이다.

자신의 결정에 이 배에 타고 있는 모든 선원들이 죽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배에 타고 있는 선원들은 군인이 아니라,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들이다.

한참을 제자리에 서서 고민하였다.

그러다 자신의 아들이 생각났다.

어제 어린이집에서 그려온 그림에는 커다란 배와 그 옆에 제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그려왔다.

아들이 손으로 짚어주며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무슨 그림인지 잘 몰라볼 뻔 했지만, 너무나 기쁘고 뿌듯했다.

그리고 그 그림에 써 놓은 꼬불꼬불한 글씨.

[아빠는 사람들을 지키는 해양 경찰]

그렇다.

자신은 사람들을 지키는 사람이다.

나중에 자신을 따라서 용감하고 정의로운 해양 경찰이 되겠다고 하는 착한 아들.

그 아들의 미래를 위해 결심하였다.

자신의 아들은 비겁한 아빠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힘없이 저들의 침공을 바라만 본다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전력차이이지만, 자신들만 이곳에 보낸 것은 희생양이 필요해서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되어주지. 그깟 희생양.’

“선내 방송 준비해주게.”

비장한 자신의 표정을 보아서인지 계속해서 재촉하던 부함장이 입을 꾹 다물고, 선내 방송을 준비해주었다.

[함장이다. 이 배는 이제부터 저기 있는 일본의 수많은 함정들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죽을 것이다. 죽음이 두렵겠지만, 우리의 가족을 위해 모두 죽어다오. 그리고 가장 앞서서 죽는 것은 내가 될 것이다.]

깊은 침묵이 선내에 감돌았다.

누군가는 패닉에 빠져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전의를 불태울 것이다.

결혼 한지 얼마 안 되는 젊은 남편이 있었고, 집에 있는 부모님에게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고 출근한 아들도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딸과의 영상통화를 하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사람이 있었고, 마지막 유언을 자신의 매직워치에 녹화하는 사람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독단적인 함장의 결정이었지만, 종국에는 모두들 그의 의지를 따라주었다.

“급속 항진”

“급속 항진!!”

저 거대한 일본의 순시선과 그 뒤로 보이는 수많은 군함들을 향해 이 조그마한 경비함은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명분을 위해서 먼저 발포해서는 안 된다.

정확히 저 순시선의 앞을 가로막아 이 배가 두 동강이 나야한다.

그래야 자신의 조국이 명분을 얻게 된다.

그렇게 죽음을 향해 전속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 함장님! 해군으로부터 무전입니다!”

부함장의 말에 들려오는 무전에 귀를 기울였다.

[해군 작전 사령부입니다. 해양경찰청 소속 경비함은 자리를 피하시기 바랍니다.]

“그럴 수는 없소! 나는! 우리는! 조국을 지킬 것이오!”

[조국을 지키며 전쟁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방부 소속 해군 작전 사령부에서 할 일이니, 저희에게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제부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 잘 부탁 드립니다.”

긴장이 풀리며 다리에 힘이 빠졌다.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 않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음을 각오하였지만, 두렵지 않은 게 아니었다.

두렵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 여겼기에 참은 것 뿐 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긴장을 한 얼굴들이 보였다.

다들 자신처럼 무서웠을 것이다.

“속도 줄이고, 좌현으로 돌리게.”

“속도 20노트! Hard a Port”

[천운님. 해군이 움직였습니다. 아무래도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군에서 독단적으로 움직인 것 같습니다. 합참의장님과 해군참모총장님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스스로 헌병대에 출두하였습니다.]

그래도 군은 군이었다.

군법상으로는 쿠데타와 같은 상황이기에 명령을 내린 함참의장님과 해군참모총장님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스스로 체포를 당하셨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자리를 초개와 같이 내던졌다.

이 나라는 정말 이상한 나라다.

세종대왕님처럼 훌륭한 지도자들도 물론 있었지만, 국가의 위기에서는 그 지도자들은 보이지 않고, 국민들 스스로가 나라를 지키고자 목숨을 바친다.

지금 우리나라가 침략을 당한다면 누가 나라를 지킬까?

아마 일반 국민들은 다들 자신의 가족과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정치권의 인물들은 몇이나 이 나라에 남아 있을 것인가?

성숙하고 뛰어난 국민성을 가진 국민들과 그렇지 못한 정치권이 기묘하게 어긋난 나라이다.

“두 분 전역하시면 그룹에 자리 마련해 드리고, 변호사와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민 부회장에게 연락해 놓도록.”

[네. 천운님.]

까치의 보고에 기운이 나기 시작하였다.

이 땅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안위보다 이 땅과 이 나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있었다.

이에 묘한 감정이 차올랐다.

“아담아. 미국 위성에 잠수함 잡힌 것 같으니까 다시 잠수 시키고, 작전 위치로 옮겨.”

- 네. 잠수 시작합니다.

“오 분 뒤에 발사해. 흔적 하나도 남기지 말고 전부 쓸어버려.”

- 오 분 카운트 시작합니다.

도화선에 불을 붙여 버렸다.

수백,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그 중에서 몇 번의 전쟁 시나리오가 있었고, 그 시나리오가 벌어지지 않게 보완을 하였다.

엄청난 자금이 미국 정치권에 흘러들어갔고, 일본의 극우 정치인 몇의 스캔들이 일본 내에서 터졌다.

일본의 시민 단체들은 그들의 정부가 우리나라 시민 단체들에게 한 것처럼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고, 연일 반정부 시위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야쿠자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작은 조직이었지만, 잔인하기로는 제일인 조직에 현 일본 제 일 정당의 총재 사무실에서 자금 지원을 한 것으로 증거를 조작해 두었다.

그리고 그 조직은 지금 일왕의 거처를 습격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물론 실패하고 붙잡힐 것이다.

자신을 사주한 세력의 정보를 가지고.

그리고 오늘 이후로 수시로 나타날 북한 잠수함의 공포에 사로잡힐 것이다.

일본은 서서히 무너질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반드시.

- [청상아리] 발사 준비 되었습니다.

청상아리.

연골어강 악상어목 악상어과에 속하는 상어의 한 종류이다.

최고 약 96km/h의 엄청난 속도로 헤엄치는 상어이다.

그리고 물 밖으로 최대 9m까지도 튀어 오르는 점프력도 매우 뛰어나다.

내가 개발한 [청상아리]는 이 상어를 모티브로 개발하였다.

300km/h(약 162노트)의 어마어마한 속도로 움직이며 목표물을 추적한다.

어뢰는 목표물보다 50%이상 빨라야 의미가 있다.

현 지구상에 내가 개발한 [청상아리]보다 빠른 잠수함과 함대는 없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주변 상황을 분석하고, 경로를 변경할 수도 있다.

수없이 많은 물고기의 군집에서 단 한 마리의 물고기를 골라 명중시킬 수 있는 극강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이 [청상아리]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없다.

[청상아리]가 함대의 음파 탐지에 걸려도 이를 피할 방법이 없으니, 어뢰가 다가오는 것을 알고도 공포에 떨며 당할 수밖에 없다.

- 타켓 설정하였습니다. 함정 당 세 발씩. 지휘부가 위치한 브리지에 한 발, 프로펠러가 위치한 선미에 한 발, 정 중앙에 한 발 설정되었습니다.

정 중앙을 공격하는 한 발은 다른 것들과 다르다.

물속에서 튀어나와 브리지를 공격하는 어뢰와 프로펠러를 날려버리는 어뢰는 폭약을 이용해 폭발하는 방식이라면, 배의 정 중앙을 공격하는 어뢰는 폭발하지 않는다.

대신 배를 뚫고 들어가 로봇들을 함대 안쪽으로 들여보낸다.

그리고 전함의 곳곳에 침투한 로봇들은 전함의 재질 주파수에 맞추어 공명한다.

그러면 원자들 간의 결합이 느슨해지며, 마치 모래성이 파도에 쓰러지듯 허물어진다.

눈앞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모든 전함들이 서서히 가라앉는 공포를 맞보기를 바란다.

[너희는 우리 대한민국의 영해를 침범하였다. 즉시 되돌아가지 않는다면 발포하겠다.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함대와 일본의 함대가 서로 마주보며 기묘한 긴장감을 불러오고 있었다.

대한민국 해군의 연이은 경고 방송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는 일본의 함대는 사실은 혼란에 빠져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해군이 출동하는 것은 사전에 말이 안 되어 있었잖나!”

방금 전까지도 목숨을 걸 것처럼 하던 그는, 예상과는 달리 대한민국 해군의 출동과 강한 대응에 당황하고 있었다.

이건 사전에 협의된 사항이 아니었다.

“제독! 방금 미국에서 정보가 들어왔는데,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무슨 일인데?”

“쿠데타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합동참모총장과 해군참모총장이 독단으로 군대를 동원하고, 유사시에는 전쟁도 불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뭐라고! 유사시에 전쟁도 불사? 칙쇼!”

처음과는 달리 그의 얼굴에는 초조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마지막 경고다. 너희들은 대한민국의 영해를 침범하였다. 즉시 되돌아가지 않는다면 발포하겠다.]

말뿐이 아니었는지, 함대들이 대형을 갖추기 시작하며, 이쪽을 향해 함대의 포들이 조준을 시작하였다.

“제독! 빨리 결정을.. 대응합니까?”

함장이 자꾸만 재촉을 해오니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 되돌아간다.”

저기 있는 함대들의 포들이 기함인 이곳을 조준중인 것이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이 대군이 저기 있는 2등 국민들의 함대에 지지는 않겠지만, 전투에서 이겨도 자신이 죽는다면 대 일본 제국에 엄청난 손해가 될 것이다.

“네? 되.. 돌아 간다고요?”

믿을 수 없는 반응에 함장은 다시 되물어왔다.

“우리 제 3호위대군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핵심이다! 여기서 저런 미개한 놈들과 싸우다 전력에 손상이 간다면 그건 대 일본 제국의 앞날에 문제가 될 것이 확실하다!”

“하.. 하이!”

말도 안 되는 이유였지만, 내심 따르고 싶은 명령이었다.

자신도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제독의 명령에 대답을 하고, 각 함대에 제독의 명령을 전파하였다.

그 명령에 제 3 호위대군의 모든 함정이 일제히 우회 기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의 해군 함정들과 우회기동을 하는 자신들의 함정들 사이에 무언가가 올라왔다.

“북조선 잠수함 부상 확인!”

“뭐? 이 상황에 북조선 잠수함이? 이게 무슨!”

“어뢰 발사 확인!! 어뢰 발사 확인!!”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북한의 잠수함은 아예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왜 저런 게 나타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어뢰가 발사 되었다는 말도 이해가 안 되었다.

“회피 기동!”

다급한 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자신의 두 눈에 보이는 저게 사실인지 의문이 들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무언가가 해수면에서 솟아올라 자신이 있는 브리지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저.. 저게..”

[콰아아앙!!!]

- 전탄 명중. 지휘부 전멸 확인. 스크류 파괴 확인. 로봇 침투합니다. 공명 주파수 확인. 작동합니다.

중앙을 뚫고 들어온 어뢰에서 수많은 로봇들이 기어 나왔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전함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우우우우우우웅]

마치 귀신의 울음소리 같은 소리가 전함의 곳곳에서 들려왔다.

청상아리에 맞아 죽은 일본 군인들의 원혼들이 울부짖는 울음 같았다.

진동이 계속되자 순식간에 그 거대한 전함들이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렸다.

무너지는 전함들에서 비명을 지르며 바다로 뛰어드는 일본 해상 자위대 대원들이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북한의 잠수함은 다시 잠수를 시작하였고, 일본군을 향해 포격을 준비하던 대한민국 해군은 일본 해상 자위대 대원들을 구조하는 작업으로 작전을 신속히 변경하였다.

“미스터 스몰. 이제는 우리 미군이 북한의 잠수함에게도 이길 수 있다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정말인가?”

“.... 저게 정말 북한의 잠수함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저 어뢰가 대량으로 생산이 되어있다면, 미 해군의 전력으로는 대응이 안 될 것 같습니다.”

“흐음... 힐링 그룹이 미 의회에 로비한 자금이 얼마라고?”

“700억 달러 수준입니다.”

“하아.. 일본의 제 3 호위대군을 전멸시킨 대가로 700억 달러면 싼 편이군. 우리 미국에 천회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야.”

“방법은 친교를 다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공작도 암살도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런 단어는 꺼내지도 말게나. 잘못해서 오해라도 산다면 하늘에서 빛줄기가 내려올 수도 있네. 바로 미스터 스몰 자네 머리 위에 말일세.”

“.... 겁주지 마시죠. 조국을 위해서 그 정도 각오는 하며 살고 있습니다.”

[위이이잉!]

“히익!!!”

순식간에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손으로 감싼 미스터 스몰을 향해 국장이 말을 하였다.

“내 전화 진동소리라네. 매직워치를 사용하지 못하니 굉장히 불편하군. 어차피 다 듣고, 다 보고, 다 알 텐데 그냥 매직워치를 쓸까 생각중인데, 규정 좀 바꿀까?”

슬며시 바닥에서 일어나던 미스터 스몰이 말을 하였다.

“이번에 나온 게 제 취향이더군요.”

“.... 같이 맞추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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