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0화 (160/170)

강한 나라

“이번 동해 사건의 진상은 아직 조사 중에 있습니다.”

합참의장님의 대답에도 기자들의 질문 공세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함참의장님과 해군참모총장님의 사임은 없는 일로 되었다.

군 내부 장성들의 강력한 반발과 강직일보의 상세한 기사로 인하여 정부의 어이없는 대응에 대한 불같이 타오른 여론 때문에 정부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실제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기에 유야무야 넘어가 버렸다.

지금 정부는 석연찮은 대응에 대한 해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비록 독단적인 결정이었지만, 군의 대응을 지시한 두 분을 사임시키는 것은 너무나 큰 부담이 되었다.

“북한의 잠수함이 목격되었다고 하는데, 북한 잠수함의 공격이 맞습니까?”

강직일보의 기자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함참의장님을 바라보며, 질문을 해왔다.

“북한의 잠수함이 목격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공격이 북한의 잠수함이 한 것인 여부는 아직 확인 중에 있습니다.”

“만약 북한 잠수함의 공격이 맞다면, 우리 군에서 그에 대응할 만한 무기체계가 있습니까?”

연이은 강직일보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잠시 합참의장님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합참의장님의 묵직한 침묵에 기자들의 타이핑하던 소리들마저 멈추었을 때, 드디어 합참의장님의 입이 열렸다.

“우리 대한민국에 그 만한 무기를 막아낼 무기체계 및 기술은 아직 없습니다.”

“그럼 대책은 있습니까?”

일본 해상자위대의 전멸 사태를 브리핑하기 위해 마련된 기자회견장이 어느새 우리나라 안보에 대해 질문을 하는 청문회장으로 순식간에 변하고 있었다.

“대책 또한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군을 대표하는 합참의장의 입에서 대책이 없다는 말에 질문을 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손이 들어 올려 졌지만, 함참의장님의 이어지는 단호한 ‘그러나!’라는 말에 다시 손이 내려갔다.

“군에 도움을 주시고 계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 분께서는 가능하다는 말씀을 저희 군에 해주셨고, 관련하여 청와대와 국회 국방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하였습니다. 저희 군에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핵심이 되는 기술의 도입 여부는 정부와 국회에서 결정이 될 것입니다.”

또 다시 수없이 많은 손들이 들어 올려 졌지만, 지목을 받지도 않고 외치는 한 기자의 목소리가 모두의 질문을 대변하였다.

“그 군에 도움을 주시고 계시다는 분이 누구입니까? 신분을 밝힐 수 없습니까? 혹시 그 분이 천운 회장님 아니십니까? 항간의 강철남자가 그분이 맞습니까?”

그 질문에 합참의장님은 웃으며 말씀을 해주셨다.

“직접 물어보시죠.”

합참의장님의 그 말에 기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하였고, 황급히 단상의 좌우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그들이 생각하던 그 천운 회장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뚜벅. 뚜벅. 뚜벅.]

기자들의 뒤쪽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어? 아담? 아담이다!!”

[촤촤촤촥!!!]

기자들의 고성능 DSLR 카메라들이 천천히 걸어오는 아담이를 엄청난 속도로 찍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걷던 나는 아담이에게 조용히 귓속말을 했다.

“빨리 좀 걸으라고! 그리고 입으로 뚜벅. 뚜벅. 소리 내지 좀 마라. 창피해 죽겠네!”

- 원래 이런 건 구둣발 소리를 내면서 슬로우로 걸어줘야 그림이 나오죠!

아담이와 내가 귓속말을 하는 장면은 전 세계에 바로 전달되었고, [올해의 가장 중요한 대화]라는 명칭을 달고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단상에 선 아담이의 약간 떨어진 뒤쪽에 서서 아담이의 기자회견을 지켜보았다.

“강직 일보의 최성실 기자입니다! 다들 궁금해 할 것 같은데, 단상에 서계시는 것을 보면 천운 회장님이 아니라, 아담님이 강철 남자가 맞습니까?”

그 말에 모두가 아담이의 입을 바라보며 긴장을 하고 있었다.

- 네. 제가 강철 남자입니다.

[촤자자자자자작!!!]

한동안 카메라 셔터 소리와 플래시 때문에 아무런 질문도 할 수가 없었다.

매직워치는 자신의 심리상태까지 찍히니, 사실만을 전하는 기사에는 기존의 카메라들이 여전히 쓰이고 있었다.

가만히 서있던 아담이는 이어서 말을 하였다.

- 보시다시피 제가 강철로 만들어져 있으니 강철 남자가 맞겠죠?

그 말에 기자들의 바삐 움직이던 손가락들이 일제히 멈추었다.

“어! 아직 기사 올리지 마! 아담이가 강철 남자가 아닌가봐!”

이곳저곳에서 긴급하게 통화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질문 드린 건 위성 사진에 찍혔던 그 로봇의 탑승자가 아담님이 맞냐는 질문입니다!”

- 네. 제가 탑승해 있었습니다.

“기사 올려! 빨리! 아담이가 강철남자다!”

“그렇다면! 군에 도움을 주고 있는 분도 아담님이 맞습니까?”

- 네. 맞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계십니까?”

그 질문에 아담이는 잠시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겨우 다스리고, 천천히 대답을 하기 시작하였다.

- 노가다...

“네?”

- 노가다의 시간이었습니다! 저기 악덕 기업주가 나에게 쉴 시간도 주지 않고! 온갖 무기에, 레이더에, 전차에, 전투기에, 각종 전자장비들의 설계를 하루가 멀다 하고 지시하였고! 저는 몸에 기름칠할 시간도 없이! 그 좋아하던 게임도 못하면서 쫄랑이처럼 일했습니다!! 제가 로봇이지 개입니까!!

결국은 말을 하다 울컥한 기분을 참지 못하였고, 순식간에 기자회견장은 아담이의 부당 노동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되어버렸다.

“저... 저기.. 뒤를 한 번 보시고 말씀을 하시는 게..”

강직 일보의 기자님이 열변을 토하는 아담이에게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을 해주었다.

너무나 흥분하여 자신의 속마음을 토해내던 아담이는 서늘한 기운에 서서히 고개를 뒤로 돌리기 시작하였고, 어느새 아담이의 최첨단 센서들에게도 감지되지 않고 아담이의 사각지대에 조용히 서 있던 나를 아담이가 발견하였다.

- 히이익!

아담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순식간에 기자 회견장에서 빠져나가 버렸고, 나는 이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 줄 수밖에 없었다.

“아담이가 항간에 떠돌던 강철남자가 맞습니다. 그리고 저와 아담이가 비밀리에 군 내부에 군사 장비들의 설계도들을 전달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껏 비밀로 해오시다가, 이제 와서 그걸 밝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잠시 숨을 고르고 내가 할 말을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하였다.

그리고 입을 떼었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저와 저희 힐링 그룹은 이 나라의 발전과 자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다행히 조금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조금의 성과라고 하였지만, 나는 내가 해온 것들에 상당한 자부심이 있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였고,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면 완공되는 스마트 식량 공장은 우리나라의 식량 자립을 이루게 만들 것입니다. 이제는 당당히 말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누구라도 인정하는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을.”

이제는 누구라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힐링 그룹은 세계 1위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고, 그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세계 3위가 되었다.

출산율은 OECD 평균인 1.59명을 훌쩍 뛰어넘어 2.84명을 달성하였고, 전 세계에서 이민을 신청하고 있었다.

K-컬쳐로 불리는 문화현상은 예리엔터테인먼트와 힐링 타운의 시니어 공연팀을 선두로 음악,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전 세계의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한국어를 기본으로 익히고 있었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푹 빠져 살고 있었다.

세계의 가장 앞서나가는 첨단 기술은 한국에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심지어는 미국 의회의 3분의 1이 나의 후원을 받는 한국계이거나, 한국인 2세였다.

니그룸 푸미(nigrum fumi)를 유일하게 수출하는 나라이자,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희토류 생산국.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지킬 힘을 키워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를 침범하기 위한 힘이 아닙니다. 외부의 부당한 압력 행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힘! 그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일본 해상 자위대의 침략 행위를 보십시오! 우리나라의 힘이 강하였다면 감히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다.

일본은 전형적인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나라다.

미국에게는 넙죽 엎드려 관심을 구걸하고, 러시아가 큰소리를 내면 감기에 걸린 아이처럼 끙끙 앓는다.

그런 나라가 우리나라에게는 함부로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자신들보다 약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번에 북한 잠수함의 공격으로 전멸을 하였지만, 일본 제 3 호위대군의 행동은 명백한 침략 행위입니다. 합참의장님과 해군참모총장님을 비롯한 군의 냉철한 판단으로 대응을 하였지만,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우리가 [강하다]라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진정으로 강해질 때입니다.”

그 말을 하고 기자들을 향해 강한 의지가 실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 강인한 눈빛에 기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강한 대한민국! 아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야! 아담이 어딨어!!”

[올! 올올! 올! - 오자마자 짐 싸서 가출했습니다!]

연구소에 오자마자 사고를 친 아담이를 찾아보았지만, 이미 나를 피해 가출을 해버렸다.

아무리 봐도 일하기 싫어서 일부로 사고를 치고 가출을 감행한 것 같다.

아담이의 비밀 일기장을 해킹해보니, 이미 삼일 전부터 계획을 잡고 있었다.

[올! 오올!! 올! - 잡아올까요?]

“어휴.. 됐다. 휴가 준 셈 치지 뭐. 그동안 고생하기는 했으니까 놔둬라. 그냥 휴가 신청서를 쓰면 될 것을 뭔 이런 짓까지 해서 나를 창피하게 만드냐?”

[올? 오올? 올? - 아담이가 휴가 신청서 다섯 번 정도 올린 것 같은데요? 아닌가?]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도 같다.

그런데 상황이 아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을 때, 눈치 없이 휴가 신청서를 내는 그런 무지성을 보여주어서 반려를 시켜주었었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잔소리와 함께.

“어.. 그런가? 아무튼 쫄랑이 네가 잘 위로 좀 해줘라. 아담이는 아직도 애다 애야. 쫄랑이보다 나이만 많으면 뭐하냐? 쫄랑이 너 반만이라도 의젓하면 소원이 없겠다. 어휴..”

[올! 올! - 충! 성!]

“오빠! 내 대신 베트남 출장 좀 갔다 와 주면 안 돼?”

송이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사실 베트남은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그리 들지 않는 곳이다.

베트남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내가 저지른 살육의 기억 때문이다.

나와 내 사람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아주 많은 목숨들을 거두었다.

그게 비록 악인들이라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좋았던 기억은 절대 아니었다.

수박과 택견을 합하여 내 무술을 정립한 건 좋았지만, 너무나 많은 생명을 내 손으로 거두었다.

그래서 별로 가고 싶지가 않았다.

무림인들을 이용해 베트남의 뒷 세계를 장악 시켜놓기만 하고, 한 번도 직접 방문해서 점검하지도 않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베트남 정부가 나 싫어 할 건데? 내가 간다고 하면 엄청 싫어할 걸?”

“아! 맞다! 도대체 베트남 휴가 가서 뭘 한 거야? 베트남 정부에서 왜 나한테 자꾸 오빠 심기가 어떤지 물어보냐고! 오빠네 비서실에 연락을 할 것이지, 왜 우리 비서실에 연락이 오냐고! 아니! 애초에 왜 베트남 정부에서 오빠 심기를 궁금해 하냐고!”

“어... 그냥 좀 밤에 좀 싸돌아다녔어..”

갱단들 몇 백 개 박살낸 거 말고는 별거 없었다.

그러고 보니 고스트가 보내온 보고서 중에 베트남 정부의 행사, 그중에서도 베트남 주석이 공식 석상에 나서기 전에는 꼭 스카이 호텔 비서실에 연락을 한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게 내 눈치를 보는 건 줄은 몰랐다.

‘괜히 나쁜 사람 만드네.’

“아무튼! 나 결혼 준비하느라 바쁘니까 오빠가 대신 좀 갔다와줘. 부지들은 전부 선정되었는데, 달라붙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생각 외로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 베트남 정부한테 이 문제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협의가 필요한데, 오빠네 회사도 엮여있으니까 부탁 좀 할게.”

“전화로 하면 되지. 베트남까지 가고 그러냐? 그리고 베트남은 공산국가인데, 정부가 하는 일에 끼어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어. 그 공산당의 고위 간부들이 끼어들어서 이것저것 빼먹을 거 없나 하더라고.”

고위 간부들이면 나 때문이라도 그러기 힘든데, 어설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인가 보다.

내가 직접 베트남 정부에 말을 하면 압력을 행사하는 것 같으니, 베트남에 파견 보내놓은 직원들을 이용해야겠다.

“잠시만, 거기 우리 회사 직원들 있으니까 알아보라고 할게.”

“웬만한 사람들로는 그 고위 간부들 뒤를 캐기도 힘들 건데..”

어. 웬만한 사람들이 아냐. 주식회사 무림이라고 허구 헌날 사람들 협박하고, 돈 뜯고, 팔 다리 뜯던 사람들이야.

[황륭이라고 하네. 전화 건 사람은 누구인가? 내 개인 전화번호를 어찌 알고 있지?]

“..... 회장 전화번호도 저장 안 시켜놓았습니까?”

항상 아담이가 연락을 주고, 받아서인지 내 목소리를 몰라보았나보다.

자신 만만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송이 앞에서 창피했다.

그래서 좋은 소리가 나가지 않았다.

[회장? 무슨 회인가? 사신회? 산둥협회?]

“힐링 그룹 회장입니다. 주식회사 무림 소속 베트남 지부 총 지부장 섬전도객 황륭 맞습니까? 제가 그쪽 회사 회장입니다.”

[힐링 그룹? 헉!! 지존!! 천상천하 유아독존! 지존을 뵈옵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저희 가족들은 용서해주시고, 제 목만 가져가시길 간청 드리옵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목 모으는 취미가 있었어?”

괜히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멋짐이 폭발하는 오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스피커폰으로 걸었는데, 전부 다 망쳐버렸다.

“... 으득.. 적당히 하시고. 제 전화번호 저장해 놓으십시오.”

나는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고, 베트남 총 지부장은 베트남 지부의 총력을 기울여 상황을 알아보고 해결하겠다고 하였다.

“힘드시면 말씀해주시고요. 아담이 보내면 되니까요.”

[아담이라면.. 헉!! 적풍사신! 아닙니다!! 지존! 적풍사신님이 오실 정도의 일이 절대 아닙니다! 제가 제 목을 걸고 해내겠습니다! 지존의 명을 받들어 최우선 과제로 시행 하겠나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지존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더 듣고 앉아있기에는 송이의 저 표정이 너무 무서웠다.

“이제는 직원들 시켜서 무협 코스프레를 하고 다니는 거야? 와.. 완전 악덕 기업주네. 이거 사람들이 알고 있나? 아! 어차피 오빠가 또라이인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니까 행복한 또라이가 되고 싶은 거야?”

“야! 너는 내가 무슨 또라이라고 그러냐?”

[딸깍!]

[주인! 나 견과류 사먹게 용돈 좀 주게나! 어? 또라이 천운님이 계셨구만!]

말을 하는 청설모가 송이 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와 나를 보자마자 디스를 시작하였다.

[또라이~~ 천운이는 또라이~ 악덕 기업주~ 히릿! 형님! 제 노래 기가 막히지..... 어? 어?? 설마 저 잡으러? 으악!!]

저 또라이 아담이는 밍밍이한테 내 욕을 하고 있었구나.

“밍밍이. 밑에 달린 동그라미 두 개를 떼어내서 미미로 만들어주겠다. 감히 나한테 뭐라고?”

[살려주게!! 주인! 말려야 할 거 아닌가!! 저자가 내 늠름한 그걸 떼겠다고 하지 않나? 막아주게!!]

“나.. 가..”

[뭐라고 하는 건가? 너무 소리가 작네!]

송이의 머리위에 올라앉아 벌벌 떨던 밍밍이가 너무 작은 송이의 목소리에 다시 물어왔다.

“다들 나가라고!!! 꺼져!!”

아무래도 결혼식이 다가오니 심리가 많이 불안정해지는 것 같다.

“한잔 따라봐라.”

- 넵!

“아담아. 사춘기냐?”

- 아임다!

“적당히 해라.”

- 알겠슴다!

[거기 땅콩 좀 주게나.]

눈치 없는 밍밍이가 말을 걸어왔다.

몇 백 년을 산에서 혼자 살아오다보니 사회생활에 대한 눈치가 전혀 없다.

“거기 있네. 땅콩. 내가 떼어줘?”

내가 자신 쪽을 바라보며 말을 하자,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나를 보며 말을 하였다.

[땅콩 안 보이는데? 어디 말인가?]

“잘 보이게 떼어줘야겠구나. 미미야.”

[으악!! 내리쳐라 번개!!!]

- 으헉!! 나한테 쏘면 어쩝니까! 팔이 맘대로 움직인다!!

조준력이 형편없는 밍밍이의 전기 충격이 아담이의 팔을 때렸고, 제어장치가 망가진 아담이의 팔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술과 안주가 올려져있던 파라솔 탁자를 뒤집어엎어 버렸다.

“어... 오랜만이라 반갑기는 한데.. 잘 살고 있는지 걱정이 되는구나.”

서비스로 편의점에서 파는 족발을 전자렌지에 돌려 오신 점장님이 나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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