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회
“여기가 한국인가?”
“네. 단장. 여기가 한국입니다.”
인천 공항을 통해 걸어 나오는 두 명의 남성은 흰색 정장을 입고 하얀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들의 소매에는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고, 손에는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다.
심지어는 머리카락까지도 흰색이다 보니, 사람이 아니라 천사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날개만 달려있었다면 누구나 천사님이라고 말을 할 것 같은 외모였다.
“그 천운 회장의 거처로 바로 가지.”
“우선은 무기부터 찾아가시는 게 어떠신지요?”
“그가 진짜 이단인지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다음에 그가 이단이 맞다면, 단원들을 전부 불러 모아서 친다.”
“그렇게까지..”
“중국의 무림이 그 하나로 무너졌다. 그를 무시해서는 안 돼.”
단장이라고 불린 키가 더 작은 남성이 자신의 뒤에 서있는 덩치가 더 큰 남성에게 신중하게 움직일 것을 지시하였다.
그들은 힐링 택시를 잡아타고 힐링 그룹 본사를 향해 가자고, 택시 도우미 분에게 말을 하였다.
“어이고! 엄청나게 눈에 띄시는 분들이시네요. 영어 가능하신가요?”
매직워치의 통역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말을 걸어오는 택시 도우미를 향해 덩치가 더 큰 남성이 말을 하였다.
“가능하지만, 가급적 필요한 말이 아니면 걸어주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백미러에 걸려있는 분홍 연꽃 장식이 출발하는 차량 때문에 흔들렸다.
“다 왔습니다. 단장님.”
차에서 먼저 내린 덩치 큰 남성이 문을 열어주며 말을 하였다.
“다니엘. 실력이 많이 늘었더군. 노력을 많이 했나봐.”
“감사합니다. 그래도 단장님의 실력에 비하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신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언제나 의미가 있는 법이지.”
두 남성이 떠난 힐링 택시 안에서는 택시 도우미가 멍한 눈으로 침을 흘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부처는... 신이.. 아니다... 나는... 이단이다... 회계.. 회계를..”
“회장님은 지금 부재중이십니다.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
“성국 이단심문소 장미기사단 단장 고티스 스워트.”
“... 네? 어디시라고요?”
“성국 이단심문소 장미기사단 단장 고티스 스워트.”
“... 우선은 그렇게 적어놓겠습니다. 그런데 저희 회장님께서 허락을 하셔야 만나실 수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최대한 빨리 연락이 와야 할 것이오.”
“아.. 네. 알겠습니다. 바로 보고는 드려보겠습니다.”
“그런데 목걸이가 참으로 예쁘군요.”
로비의 응대 직원의 목에 걸린 십자가 목걸이가 예쁘게 반짝이고 있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신실한 신도를 보니 기분이 좋군요. 신도님은 신의 일을 하는 우리들을 위해 천운 회장의 행방에 대해서 알려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그의 눈이 빨갛게 변하며 말을 하자.
로비 직원의 눈도 살짝 빨갛게 변했다 사라졌다.
“네. 그럼요. 당연히 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죠. 바로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인 그는 로비 직원에게 축언을 해주었다.
“신실한 신도여. 주님의 곁에 너의 자리가 마련될 것임을 내가 약속한다. 내가 하는 말이 곧 주의 말이며, 내가 행하는 것이 곧 주가 행하는 것임을 명심하라.”
“아멘.”
- 자! 제 1회 힐링 야유회의 시작을 선포합니다!!
“우와아!!”
[올!! 올!! - 쏴리 질러!]
[시끄럽구먼.]
두 명의 사람과 두 마리의 동물, 그리고 하나의 고철이 야유회를 오게 되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와서인지 다들 매너리즘에 빠져있거나, 지쳐있었다.
잠깐 숨 돌릴 시간도 필요했고, 우리끼리 회식을 한지도 오래되어서 이번 야유회를 계획하였다.
사실은 내가 조금 쉬고 싶었다.
- 첫 번째 순서는 바로!! 장기 자랑입니다!!
“우와!!!”
그냥 조용히 자연을 만끽하며 쉬고 싶었던 내 생각은 갑자기 MC를 자처하는 아담이 때문에 전부 박살나 버렸다.
- 첫 번째 참가자는!!
“내가!! 내가 할래!! 나!!”
민이가 열심히 손을 들어 올렸지만, 아담이는 무심하게 민이를 지나쳤다.
간절해 보이는 민이를 쳐다보고는 눈치 없이 왔다 갔다 하다, 나한테 고정되는 아담이의 팔을 살짝 차주었다.
‘달그림자 차기’
- 천운....어?
“나지? 나 맞지? 오예!!”
분명히 나를 가리키려던 손이 민이를 가리키고 있자, 아담이는 당황하였고, 민이는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저의 장기는 사부님 따라 하기입니다! 쫄랑아! 누나가 가져온 것 줘봐!”
[올! 올! - 여기요!]
쫄랑이가 염동력으로 건네준 보냉가방을 열자, 온갖 종류의 탄산들이 한가득 있었다.
“설마?”
나의 우려가 맞았다.
처음에 내가 공유해줄 수 있는 재능의 숫자가 세 개였을 때, 그 귀한 자리 중에 하나를 [탄산은 코로 먹어야 제 맛]으로 정해버렸다.
내 인생을 바꿔준 재능이자, 눈물의 너튜브 똥꼬쇼의 시작이 된 그 재능.
지금 생각하면 무슨 정신으로 저걸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너무나 절박해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했었지만, 나이가 들고 나서 다시 그 영상을 보니 도저히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그 영상을 보고 좋아해주시던 내 팬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다들 또라이들이 아닌가 싶다.
그런 말이 있다.
[또라이 보존의 법칙]
어디에서든 또라이는 있다.
그 또라이가 사라져도, 신기할 정도로 또 다른 또라이가 생겨난다.
간혹 자신의 주변에는 또라이가 없다고 하는 사람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자신이 그 또라이는 아닌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기에는 또라이들만 잔뜩 모여있었다.
나만 빼고.
[올!! 올!! - 나도 참여한다!!]
[인간들은 저걸 좋아한다고?]
- 오예!! 축제로구나!!
코에 빨대를 꽂고 연신 윤활유를 들이 마시고 있는 아담이가, 맹렬한 기세로 탄산을 코로 마시고 있는 민이 앞에서 페이스 메이커 노릇을 해주고 있었다.
결국 보냉가방에 들어있던 절반 정도의 탄산을 먹어 치우고, 다시 새 캔을 따서 마시던 민이는 입으로 음료수를 토해내며 그 광란의 끝을 선언하였고, 쫄랑이가 한 쪽 구석에서 민이를 간호 해주기 시작하였다.
- 자! 첫 번째 참가자부터 아주 대단했습니다!! 다음은 바로 천운! 뭔가를 보여주시죠!!
[저 인간이 해봤자 뭐 이상한 거나 하겠지]
시니컬한 밍밍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 올!! - 완전 기대!]
“사부니..꺼억.. 파이팅임다! 끄어억...”
- 자! 강력한 탄산 분수쇼를 이겨낼 수 있는 그의 장기는 무엇인지 보여주시죠!!
이 미친 짓을 얼른 끝내고 밥이나 먹고, 쉬고 싶었다.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신나하는 아담이의 옆에 자리를 하고 본격적인 장기 자랑을 시작하였다.
“제가 자랑하고 싶은 장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빠각!!]
“이것이 아담이의 장기인 소형 라지에이터입니다.”
옆에 서 있다가 순식간에 자신의 장기가 털린 아담이가 어? 어? 하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
“다음에는 저기 앉아서 까불고 있는 밍밍이의 장기를 자랑해보겠습니다.”
[으악!!! 청설모 살려!!]
내 눈빛에 놀란 밍밍이는 누워있던 민이의 옆으로 도망가 벌벌 떨고 있었다.
“그만 까불고 밥부터 먹고 놀자.”
나는 아담이에게 소형 라지에이터를 던져주고, 냉장고를 향해 걸어갔다.
- 119.. 119를 불러 달라... 쫄랑아.. 119가 몇 번이었지?
[올! 올! 올올!! - 114에 빨리 물어봐!! 아이고 아담이 죽네!]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내가 고기를 굽고 있었다.
옆에서 민이는 구워지고 있는 고기를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었고, 쫄랑이는 야외에 마련된 식탁에 식기들을 염동력으로 셋팅하고 있었다.
아담이와 밍밍이는 누가 더 잘 나나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저 인간이 만들어서인지 느리구나! 이 형님을 따라오려면 아직 백 년은 빠르다!]
- 이익! 속도 제한 걸려 있어서 그런검다! 형님! 이거 봉인 풀면 끝이라고요!
“오! 드디어 익었다. 이거는 내가 찜한 거니까 내꺼!”
미리 점찍어둔 예쁜 고기가 잘 익자, 바로 젓가락을 들이대는 민이였다.
“잘 먹겠슴다!!”
[느려! 하하하하]
- 더는 못 참아!! 부스터 작동!
[콰앙!!!]
밍밍이의 도발에 화가 난 아담이가 부스터를 작동시켰고, 순식간에 음속을 돌파하였다.
물리적인 상식이 있다.
바로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 소닉붐이 일어난다는 상식이다.
그런데 그 소닉붐이 일어나면 그 주변의 모든 것이 날아간다.
바로 이렇게.
“꺄아악!!!”
[올올!! - 워매!!]
모든 것이 날아가고 남은 것은 나뿐이었다.
그리고 소닉붐에 날아가던 밍밍이를 잡은 왼손의 집게와 오른손의 가위까지.
“... 미미야. 가만히 있어라 움직이면 다른 곳 잘린다.”
[... 살려주시오.. 아니. 그냥 목을 잘라주시오..]
팔을 들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한 마리의 청설모와 하나의 고철 로봇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고기를 구워 맛있게 먹고 있었다.
“오!! 이거 왜 이렇게 맛있죠? 이상하네. 그냥 불에 고기를 구웠을 뿐이데?”
[불로 장생 - 숯불을 비롯한 불로 장기(곱창, 대창, 막창 등)와 생고기를 구우면 맛있어집니다.]
아마 숯불구이 중에서 가장 맛있지 않을까 싶다.
‘힘들게 살지 말고, 고기나 구우면서 장사나 하고 살까?’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고는 한다.
아무래도 번아웃 증후군이 온 것 같다.
그동안 시스템을 얻고, 퀘스트를 하며 정신없이 달려왔다.
처음에는 절박한 심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정신없이 달려왔고, 그 뒤에는 내 스스로의 사명감으로 뛰어왔다.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새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의 회장, 중국 무림의 지존, 일본의 함대를 박살낸 흑막,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수호신이 되어 있었다.
내 스스로가 느끼기에는 아직도 처음 너튜브를 시작하던 20대의 청년 그대로인데, 너무나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인식하는 자신의 나이와 실제 나이가 다르다.
머리로는 자신의 나이를 알고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느끼는 자신의 나이대가 따로 있다.
그러다 어느 계기로든 자신이 나이 먹었음을 알게 되고 인정하게 되면, 그때서야 자신의 무의식이 자신의 나이를 조정한다.
아무래도 지금 내 무의식은 20대의 청년에서 중년을 대비하는 30대의 나이대로 인식을 바꾸고 있나보다.
이렇게 내 눈앞에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만 봐도 예전과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같이 떠들면서 장난칠 텐데, 지금은 이렇게 한 발 떨어져 지켜보게 된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사부님! 제가 쌈을 하나 싸왔슴다! 한 쌈 하시죠!”
- 응? 한 쌈? 오!! 둘이 싸운다!! 쫄랑아 심판!!
[올? - 엥?]
[크흠.. 나는 저 이상한 인간에게 걸겠다.]
벌을 서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내리면서, 밍밍이가 내기를 걸어왔다.
이것들이 장난하나.
“아담아.”
- 예압!! 제가 코치를 맡겠슴다!! 아시죠? 저 적풍사신임다!
“너는 로봇이니까 머리만 있어도 괜챃지?”
- 전혀 괜찮지 않슴다. 저 아직 손 들고 있슴다. 밍밍이 형님이 손 내렸슴다!
[야이!!]
티격태격하는 둘에게 다정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둘 다 손 내리고 이리로 와봐.”
- 왜요?
[왜.. 왜 그러나.. 인간.]
쉽사리 손을 내리지 못하고, 두려운 얼굴로 물어만 보고 있었다.
“사실은 내가 너희 둘을 위해서 저쪽 숲속에 보물을 숨겨두었어. 한 개니까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다.”
- 오예!!
[무브! 무브!!]
[올! 올! 올! - 저! 는! 여!]
“사부님! 저 살짝 서운해지려고 합니다!!”
서운해 하는 쫄랑이와 민이에게 조용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좋은 구경 시켜줄게.”
그 사이에 순식간에 숲으로 들어간 아담이와 밍밍이는 신나하며 보물을 찾고 있었다.
결국 승자는 온갖 광학장비들과 센서들을 동원한 아담이었고, 승리자의 춤을 추며 밍밍이 앞에서 보물 상자를 개봉하였다.
[끼이익]
보물 상자 안에는 종이쪽지가 하나 있었다.
- 5초 뒤에 폭발합니다. 5, 4, 3, 2, 1. 땡??
쪽지를 읽어본 아담이가 ‘땡’이라는 소리를 하자마자 상자가 폭발해 버렸다.
[퍼엉!!]
형형색색의 물감이 폭발하였고, 아담이와 밍밍이는 최신 트랜드에 맞춰진 풀 컬러 색상으로 온 몸을 물들였다.
그렇게 우리는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크아악!! 죽일거다!!
[불러라! 바람!! 울부짖어라! 쫄랑이!!]
[올? - 네?]
오늘은 너무나 즐거운 날이었다.
자신은 고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두었고, 학교에서도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에, 이런 수학여행이나 MT같은 분위기의 여행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사부님 덕분에 이런 좋은 경험도 하게 되고, 내가 더 열심히 해서 사부님에게 도움이 되어야지!’
두 손을 불끈 쥐며 다짐을 해보았다.
그런데 사부님이 해주신 저녁밥이 너무 맛있다보니 과식을 해버렸다.
사부님은 요리도 정말 잘하신다.
다른 것들도 다 잘하시지만, 오늘 구워주신 고기는 정말 평생 먹어본 것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본인 말로는 재능 덕분이라고 하시는데, 자신이 보았을 때는 재능은 그저 거들뿐이었다.
10여년을 동생인 송이의 밥을 해주다보니 요리 실력이 늘어나신 게 맞는 것 같다.
나중에 사부님이 결혼하시더라도 사모님 되실 분하고 친해져서 매일 밥을 얻어먹으러 가야겠다.
사부님은 과거 이야기를 잘 안 해주시기는 하지만, 가끔씩 들려주시는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자신의 그 우울했던 과거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은 그 정도의 우울증에도 죽으려고도 할 정도로 버티지 못하였는데, 사부님은 저렇게 훌륭하게 잘 버텨내셨다.
역시나 자신이 존경할 만한 분이시다.
‘응? 사람인가?’
그렇게 마음속으로 사부님에 대한 존경을 되새기며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앞쪽에 두 명의 사람이 보였다.
아직 해가지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해가 지면 산속은 위험하다.
자신이 알기로 이쪽 근방에는 자신들이 묵고 있는 별장 말고는 숙소가 하나도 없다.
“해가 지면 위험하니까 다시 내려가세요!”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보이면 잠시도 망설이지 않게 되었다.
예전이라면 마음속으로 엄청나게 갈등을 하거나, 애초에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다르다.
누군가를 돕는 것에서 오는 희열에 이미 중독된 상태이다.
“해가 지기 전에 볼일이 끝날 것 같군요. 조민양.”
온통 하얀색인 두 명중에 앞에 서있던 남성이 말을 하였다.
“어? 제 이름은 어떻게.. 혹시..”
“놀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놀...”
“제 너튜브 채널 구독자이신가요? 와우! 외국인 팬은 처음인데! 이리로 오세요! 제가 사진 찍어 드릴게요! 아니다! 식사들은 하셨나요? 우리 사부님이 고기를 기가 막히게 굽습니다! 가시죠!”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어서요! 거기 뒤에 덩치 큰 아저씨도 얼른 오세요!”
“아니.. 어어? 왜 이리 힘이 좋습니까?”
“운동하는 여자랍니다! 갑시다!”
잠깐 산책 같다가 온다던 민이가 이상한 사람 둘을 데리고 나타났다.
온 몸이 하얀색 외에는 다른 색이 없는 남자들이었다.
‘무슨 코스프레 그런 건가?’
“사부님! 이 사람들이 제 팬인 것 같슴다! 저를 딱 알아보는 거 있죠? 그래서 제가 사부님이 구워주시는 고기를 대접하고 싶어서 모시고 왔슴다!”
어.. 내가 굽는 고기를 왜 네가 생색을 내는 거냐?
“그래? 네 팬이시라면 뭐.. 앉으세요. 아담아! 고기 좀 더 꺼내 와라!”
- 나는 먹지도 못하는 걸 왜 자꾸 나만 시켜!! 안 해!! 싫어!!
“.... 손님 앞이다. 적당히 해라.”
- 헹!! 내 손님인가? 몰라! 안 해!
우리끼리만 고기를 먹어서 삐져있었다.
심지어는 밍밍이도 고기를 먹었다.
아주 가끔 벌레들도 먹기는 하지만, 육식은 거의 하지 않는 청설모인데 호기심에 내가 구워준 고기를 먹고, 구운 고기 홀릭에 푹 빠져버렸다.
지금 저기 땅바닥에 배가 볼록하니 나와 있는 상태로 누워 숨만 겨우 쉬고 있었다.
그리고 쫄랑이는 주변 산책 겸 영역 표시를 하러 떠났으니, 결국은 심부름을 할 아이는 아담이 뿐이다.
“5, 4, 3...”
- 갑니다! 가!! 저놈의 카운트 증말! 어휴!! 지겨워!
투덜거리면서도 쟁반에 담아 잘 가져다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저놈을 잘 못 키워서요.”
“어?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런데 다시 봐도 옷차림이 특이했다.
심지어는 머리까지 하얀색인데, 저게 염색인지 원래 머리색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잠깐만 앉아 계시면 금방 구워드릴게요. 삼겹살 아시나요?”
“네? 한국에 온지 하루도 안 되어서.. 하하..”
그럼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보다.
“민이야. 너는 가서 고기 굽게 장비 2번으로 챙겨 와라.”
내 말에 민이가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넵! 바로 다녀오겠슴다!”
심부름을 하러 간 민이를 보다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독일에서 오셨나보네요?”
“그 사실은 어떻게 아시죠?”
내 질문에 살짝 불쾌하셨는지 눈빛이 살짝 날카로워지셨고, 나는 오해하지 않게 바로 말을 이어서 했다.
“영어 발음에 독일어 억양이 섞여 있어서요. 독일어가 편하시면 독일어로 하셔도 됩니다.”
내 말에 오해를 푸셨는지 다시 웃으며 말을 하셨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해보세요.”
“여호와를 믿습니까?”
종교인이신가보다.
나야 무교에 가깝지만, 세상에 알려진 신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비록 우리가 알던 것처럼 전지전능하지는 않지만, 세상의 근간인 시스템을 관리하고, 영혼을 인도하는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다.
그러니 여호와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다.
존재의 실존 여부를 묻는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럼요. 신을 의지하지는 않지만, 그 존재를 알고 있고, 느끼고 있고,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고 살고 있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겁니다.”
나는 여호와뿐만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신에 대해서 말을 했다.
“호오!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아주 좋은 태도입니다. 제 생각보다 더 신실하신 것 같군요.”
신나서 말을 하는 그를 보며 나도 웃으면서 말을 해주었다.
“고기 맛있게 드시고,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저기 인간이 아닌 것 데리고 조용히 가세요. 그럼 우리는 좋은 사이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아닌 것?”
“어? 모르셨어요? 같이 온 저 덩치 큰 것은 인간이 아닌데요. 뭐야? 그럼 조용하게 넘어가지 못하는 건가?”
그 말에 고티스 스워트는 같이 온 자신의 부하인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뒤에서 조용히 시립해있던 신실한 신의 종이자, 자신의 성실한 부하 단원인 다니엘에게 인간이 아닌 것이라니,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다니엘의 무표정하던 얼굴에 재미있다는 표정이 들어났다.
“키히히히. 어찌 알았지? 역시나 반쪽짜리이기는 하지만, 신이라서 그런가?”
그 말에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난 고티스 스워트가 품안에서 십자가를 꺼내 손에 들고 다니엘 쪽을 향해 내밀었다.
“너는 누구냐! 다니엘은 어떻게 했지?”
“크히히히히. 내가 다니엘이다. 너의 충실한 수하이자 장미기사단의 부단장이지. 왜? 아닌 것 같나?”
“이 부정한 놈이!”
화를 내며 달려들려는 남자를 내가 손으로 저지하며 말을 해주었다.
“혼자 달려들면 위험할 겁니다. 성국 이단심문소 장미기사단 단장님. 오랜만에 조용히 쉬려고 했더니 결국은 제 팔자가 이렇군요. 저건 인간이 아닙니다. 신입니다.”
“신?”
“키히히히! 알아보는 것이냐? 그럼 내 이름이 무엇인지도 맞춰 보거라!”
“그거야 어렵지 않지. 네놈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