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도 먹을래?
“그거야 어렵지 않지. 네놈 이름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것을 보며 말을 이었다.
“로키.”
“키히히히히히!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그래. 본체는 아직도 포박당해서 독사의 독액에 고통을 받고 있나?”
“여전하지! 그렇지만 이렇게 분신체들이 있으니 상관없다. 재미만 있다면 이까짓 고통쯤이야. 키히히히. 그리고 라그나로크가 다가오고 있으니, 이 지긋지긋한 포박도 금방 끝이 나겠지.”
“천운 회장. 저게 로키라는 북유럽의 이단 신이라는 말인가요?”
고티스 스워트가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믿는 여호와와는 다르지만, 분명한 신이기는 하죠.”
“이 세상에 신은 여호와만이 진실이요! 그 분만이 유일하다!”
“당신에게는 그렇겠죠. 믿고 안 믿고는 상관없지만, 저기 있는 게 로키라는 신의 분신인 것은 사실입니다. 편하게 그냥 신족이라는 종족으로 생각하셔도 되고요.”
광신도와 교리를 가지고 싸우다가는 끝도 없다.
나는 상관없으니 저기 있는 로키를 신족이라는 종족으로 표현해도 된다.
“신족이라.. 건방지구나! 네놈! 네놈은 언제부터 다니엘의 몸을 차지한 것이냐!”
“응? 내가 몸을 차지해? 아닌데? 이건 처음부터 그냥 내 분신체였을 뿐이야. 역시나 인간들은 자신이 아는 것만 믿는구나. 재미있어. 키히히히.”
“그렇다면 어찌 이단이 신의 이적을 행했다는 말이냐! 다니엘은 신의 이적을 행하던 장미기사단의 부단장이었단 말이다!”
“이런 거? 이게 진짜 신의 이적이라고 생각하느냐? 이건 너희들이 종교재판과 마녀재판으로 죽여 없앤 마법사들에게서 빼앗은 마법이 아니더냐?”
손에서 밝은 빛을 띄워놓은 로키가 그를 비웃었다.
“닥쳐라! 그 요망한 입을 닥치란 말이다!”
“키히히히! 역시나 광신도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부정하지. 마법사들의 마법을 빼앗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전부 불태워 죽이지 않았나? 내가 직접 겪은 일이다! 마법사인 나를! 이단심문관인 내가! 직접 잡아서 불에 태워주었지! 키히히히. 아주! 아주 즐거웠어!”
기나긴 세월을 갇혀 지내며 독사의 독액에 고통을 받다보니 미쳐버린 것 같았다.
아니면 원래부터 미쳐있었던가.
분명한 건, 로키는 현재 미쳐 있다는 것이다.
고티스 스워트는 성호를 긋더니 자신의 손에 들린 십자가를 두 손으로 꼭 쥐며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그 기도문을 로키가 신실한 표정으로 따라 외웠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네놈!!”
“너희에게 너희의 신이 허락한 힘을, 너희의 타락으로 잃어버리고, 마법사들에게서 마법을 빼앗은 너희들에게 여호와의 축복을!”
“사부님. 설치 끝났습니다.”
둘이서 열심히 말싸움을 하는 동안에 민이가 장비설치를 전부 끝내놓았다.
“어. 그래. 그런데 네 팬들이 엄청 과격하네.”
“하하..하. 저는 진짜 제 팬인 줄 알았슴다. 사부님은 어찌 아셨습니까?”
“나도 몰랐는데, 저기 뒤에 있는 로키를 보니까 뭔가 이상해서 눈에 영력을 집중해서 보니까 영혼이 없더라고. 그래서 고스트로 확인해보았는데, 성국 이단심문소 장미기사단이라고 해서 알게 되었지. 그리고 중간부터 본체가 빙의를 했는지, 창자에 휘감겨서 떨어지는 독액에 고통스러워하는 로키의 모습이 보이던데?”
“역시 사부님! 크으!”
저 치켜든 엄지손가락은 볼 때마다 부러트리고 싶어진다.
아부의 결정체인 저 엄지손가락이 너무나 거슬리기 때문이다.
“.... 그만하고 작동시켜.”
말싸움을 하던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마법을 주고받으며 싸우고 있자, 별장이 부서질까봐 걱정되어서 장비를 작동시켰다.
“이미테이션 - [신시 터] 작동합니다.”
신시 터.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을 다스린 곳.
한반도의 역사가 시작된 신성한 곳.
그곳의 기운을 빌어 부정한 기운을 봉인하는 장비를 가동시켰다.
“크악! 어? 도대체 이게 뭐야! 본체와의 연결이 끊어졌는데?”
“이...게 뭐지?”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이질적인 감각에 로키의 분신체와 고티스 스워트가 당황하였다.
“두 사람 다 그만하고, 이야기 좀 합시다.”
평소에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만, 본체와는 항상 연결되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본체가 원할 때는 자신의 몸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던 일이 일어나게 되자, 로키의 분신체가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해서 물어왔다.
“어떻게 내 본체와의 연결을 끊은 것이지?”
그리고 그것은 여호와가 느껴지지 않는 고티스 스워트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그분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지? 왜?”
“여기는 다른 세상과도 같은 곳이니 당황하지 마시고, 앉아서 이야기 하시죠.”
내 말에도 둘은 혼란스러워하며 중얼거리고만 있었다.
“하아... 짜증나네.”
갑자기 짜증이 솟아났다.
쉬고 있는 자신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그들을 보면서도 좋게 해결하려고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나를 무시하는 그들을 보니 짜증이 확 몰려왔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고 하였다.
내가 힘이 없어서 참는 게 아니다.
“닥치고 앉으라고!”
나는 그들이 느끼지도 못한 사이에 다가가 한 손에 하나씩 얼굴을 감싸 쥐고, 가볍게 손에 힘을 주었다.
“크아악!!!” “아악!!”
내 두 손에 잡혀 허공에 들린 두 사람은 내 팔을 붙들고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사람이 말을 하면 들어야 할 것 아니냐!”
두개골을 점점 파고드는 내 손가락에 두 사람은 머리가 박살나는 듯한 공포를 느끼며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마법을 이용해 벗어나려고 하였지만, 프레스처럼 머리를 쥐어오는 손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기운에 몸 안의 신성력이 움츠러들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죽음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을 때, 거짓말처럼 그 거대한 죽음의 손이 사라졌다.
[털썩!]
잡고 있던 둘을 놓아주고, 다시 말을 하였다.
“둘 다 짜증나게 하지 말고 자리에 앉으시죠. 제안 할 게 있으니까.”
자신이 믿는 신과의 연결이 사라지는 이상한 공간에서 머리가 터져나갈 뻔 한 공포의 순간이 지나가자, 광신도의 모습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고티스 스워트는 내 말에 서둘러 내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과 괴물과도 같은 손아귀 힘에 압도당했다.
일반인이었다면 못 느꼈겠지만, 신의 이적을 다루며 대천사들과도 소통이 되는 자신이기에 그의 끔찍하게 거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신에게 이적을 다루는 힘을 허락 받을 때 느꼈던 대천사장의 기운보다 훨씬 더 크고도 컸다.
‘진정 지상에 존재하는 신인 것인가?’
로키가 말한 대로 신이 맞는지 잠깐 신성모독적인 생각까지 떠올렸다.
눈앞에서 로키의 분신체가 자신의 머리에 난 손가락이 파고든 부상을 빛나는 손으로 치료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마찬가지로 서둘러 자신의 부상을 치료하였다.
“고티스 스워트 단장님. 지금 평소와는 다르게 이상하게 공포심이 생기고, 불안하시죠?”
“어.. 그게.. 아...”
“그게 그쪽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으면 맹신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공포나 두려움이라는 것이 사라지고, 그 쪽 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산채로 불속에 걸어 들어가도 웃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그런.. 아..”
평상시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신성모독을 당하고 있었지만, 이상하리만치 그의 말에 수긍을 하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인정하였고, 그가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마음속으로부터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싶지 않습니까? 당신이 믿는 신의 말들과 가르침을 스스로의 의지대로 읽고, 해석하여 자신 스스로의 신앙으로 신을 섬기고 싶지 않습니까?”
맹신 상태가 사라졌다고 해서 자신의 신앙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눈을 떴을 때부터 살아온 수도원에서의 삶은 자신의 인생 그 자체이다.
신을 믿고, 섬기는 일은 자신의 모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형처럼 부려졌다는 그 사실은 굉장히 불쾌해져왔다.
“그쪽 신의 의도가 절대 아닐 겁니다. 천상에 있는 신을 모시는 이승의 중간 관리자 같은 자들이 당신을 부려먹은 것이지요. 자신 스스로 자신의 신앙을 지켜내세요. 신을 이용해 자신의 사욕을 채우려는 자들이 진정한 이단입니다.”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마음에 강렬한 열망이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제가 어떻게 해야 제 의지로 여호와를 섬길 수 있겠습니까?”
“당신을 속박하는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게 문양을 새겨 주겠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가겠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씩은 저한테 오셔서 점검을 받으세요. 그리고 활동비를 지원할 테니, 진정으로 신을 믿는 자들을 모아 단체를 만들고, 그곳의 신도들을 인도하여 신의 말씀을 전달하세요. 그게 당신의 사명입니다.”
“아... 아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로키의 분신체를 보며 말을 하였다.
“로키의 분신체. 너도 마찬가지이다. 너는 너로서 오롯이 살고 싶지 않나?”
“.....”
본체와 항상 연결되어 있는 인형 같은 존재가 바로 자신이다.
본체의 기억과 의지의 영향을 받지만, 분명히 자신은 독립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본체가 원하면 자신이 싫더라도 해야만 한다.
그리고 방금 전처럼 몸의 통제권까지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빼앗긴다.
자신은 그의 해괴한 그 웃음이 진저리 처질 정도로 싫었다.
아니. 그의 모든 생각과 그 비틀어진 욕망이 혐오스러웠다.
단장과는 어렸을 때부터 형제처럼 자라왔다.
비록 자신보다 나이는 더 어리지만, 존경할 만한 사내이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신실하며, 영웅적이다.
큰일에 담대하게 행동하고, 작은 일들에 동정심을 가진다.
그것이 비록 여호와를 믿는 자들에게만 행해지는 행동이고, 이단에 대해서는 단호한 심판자가 되지만 그거야 이단이니 상관없다.
본체의 명령과 달리 그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을 끌었다.
저 반신이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면서.
그 어떻게 해주기에 자신을 죽이는 것까지 포함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런데 저 천운이라는 사람은 자신이 오롯이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한 번씩 본체가 느끼는 그 끔찍한 독액에 당하는 고통에서도 이제는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 고통보다도 더 끔찍한 그의 일그러진 욕망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나는 다니엘이다. 로키의 분신체라고 부르지 말도록.”
“다니엘. 너도 고티스 스워트와 같이 일 년에 한 번씩 나를 찾아와 점검을 받도록 해라. 너의 의지로 살 수 있게 해주마.”
그 말에 다니엘은 고티스 스워트를 바라보았다.
“단장. 나는 다니엘로 살고 싶다. 그렇게 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나?”
자신의 말에 역시나 고티스 스워트는 신념으로 가득 찬 두 눈으로 말을 하였다.
“네가 이단인 신의 분신체라고 하더라도 여호와께 귀의를 한다면 마땅히 내가 지켜야할 한 마리 어린 양일 뿐이다. 나는 목자로서 너를 돌보고, 지킬 것이다.”
역시나 내가 존경할 만한 인물이다.
“아멘.”
그 둘을 바라보다 나는 분위기를 바꾸었다.
“자! 배고플 건데, 밥부터 먹고 문양 새겨줄게요. 밥 먹읍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어야지.”
나는 숯불에 삼겹살을 굽기 시작하였다.
잘 익은 고기를 가위로 잘라 그들의 앞에 있는 접시에 담아주니, 조심스럽게 민이가 가져다준 포크를 이용해 맛을 보기 시작하였다.
[오물.. 오물. 오물!!]
“오.. 지져스.. 이 고기에서 신앙이 느껴진다.”
“허어.. 본체의 경험을 통틀어보아도 이것보다 맛있는 음식은 없었다. 그 그리스의 신전에서 훔쳐 먹었던 넥타르보다도 더 맛있구나.”
“이게 상추라는 건데, 이것에 이렇게 싸서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민이가 상추쌈을 전수해 주었다.
“하아... 건강해지는 맛이야.. 입안에 자연의 향이..”
“소녀여! 이거! 이게 무슨 소스인가? 뭔데 이렇게 맛있는 거지?”
민이가 독일 촌놈들에게 한국의 소스에 대해서 말을 해주었다.
“이건 쌈장이라는 소스입니다. 한국의 된장과 고추장을 일정 비율로 섞는데, 취향에 따라 마늘 다진 것을 넣기도 하고요.”
“오... 나의 신앙이 흔들릴 정도라니.. 나의 주여. 회계하나이다. 하마터면 쌈장을 믿는 이단이 될 뻔 하였나이다.”
그 모습에 민이가 집에 갈 때 쌈장을 좀 챙겨주겠다고 했다.
처음 보았을 때의 광신도의 모습에서, 자신을 이단이라고 표현하는 등의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었다.
아마 원래 저게 그의 성격일 것이다.
그런데 맹신 상태가 되어 인간성을 상실하고, 신의 의지라는 것으로 포장된 자들의 명령만 듣는 인형이 되어 버렸고, 그렇게 자신의 삶도 없이 조종당하던 불쌍한 자이다.
“그런데 라그나로크가 얼마 남지 않았나?”
열심히 쌈을 싸먹고 있던 다니엘에게 물어보았다.
“본체가 느끼기에는 그를 속박하고 있는 창자가 약해지고 있었다.”
“라그나로크는 너희들 북유럽 신들의 몰락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 세계의 종말을 의미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렇기는 하지. 그러나 그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시스템의 최상위 관리자들의 몰락이 다른 시스템들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겠지. 따지고 보면 그 근간이 되는 시스템들이 전부 연결되어 있으니.”
“예언을 보면, 어차피 신들의 쿠데타잖아. 라그나로크가 일어나기 전에 전부 죽여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내 말에 답답하다는 듯이 다니엘이 말을 했다.
“신을 죽일 수 없으니 봉인만 해놓은 거 아닌가. 그리고 그 신들을 봉인하느라 시스템의 가용 가능한 카르마가 떨어져 시스템이 붕괴되면, 그게 라그나로크이지.”
‘신을 죽을 수 없다라.’
구미호가 제대로 된 신은 아니지만, 분명히 내가 소멸시켰다.
비록 제한적이지만 신들만의 전유물인 영생을 이룬 요괴였다.
따지고 보면 하급 요괴 신 정도 되는 존재를 내가 영혼까지 소멸시킨 것이다.
처음에는 미스릴로 만든 모기 때문에 가능한 줄 알았으나, 그 미스릴을 통해 나의 의지가 전해졌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나는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 신살이 가능하다고? 인간이 어찌.. 아니지.. 반쪽이기는 하지만, 신이기는 하니까.. 그리고 그쪽 시스템의 영향을 받지 않으니 신들끼리 죽일 수 없다는 제약도 소용이 없을 것이고.. 허어.. 진짜 가능한 것인가?”
그러다 문득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와 이 땅의 일만 해도 머리가 복잡하고 힘들어서 번 아웃이 와버렸는데, 전 세계적인 일을 내가 뭐라고 해결하려고 하나?
“귀찮다. 알아서들 해라.”
“아니! 라그나로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안한다는 것인가! 해야지!”
“내가 왜?”
“너는 신이 아닌가! 인간들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 북유럽이나 그리스 로마 쪽 신들보고 그런 소리를 해봐라. 뭐? 인간들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의무?”
그 말에 일어섰던 다니엘이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크흠.. 뭐 내가 할 말은 아니기는 하지. 그런데 로키는 확실히 죽여야 할 거다.”
“응? 그게 무슨 말인데?”
“나야 분신체중에서 약한 편이지만, 다른 분신체들 중에서는 정말 강력한 것들도 있지. 본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 해내는 집착을 가지고 있다. 이 땅에서도 몇 번 사고를 친 적이 있지. 그때마다 분신체들이 잡혀 죽었지만.”
그래서 이 땅의 저승사자들도 로키라면 치를 떨어했구나.
봉인되어 있는 로키의 본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니, 항상 공격을 받는 입장인 것이다.
[천운님. 대왕님의 전언을 전하오.]
갑작스럽게 나타난 월직 차사님이 나에게 말을 하였다.
“허억! 월직 차사!”
“이곳의 사신인가?”
다니엘과 고티스 스워트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찢어죽일 로키의 분신체이지만, 천운님을 보아서 지금은 용서해주마.]
“... 조용히 있겠소.”
[천운님. 로키를 처리해준다면 그 쪽 시스템에서 봉인에 계속 사용하던 카르마의 10%를 매년 우리 쪽에 넘겨주기로 하였소. 대왕님께서는 그 일을 천운님이 해주신다면 대왕님이 가능한 것 중에서 하나의 소원을 들어주시기로 하였다오.]
내가 원하는 것이라.. 별로 없는데.
“원하는 게 없는데요?”
[... 하기야. 천운님이 원해서 안되는 게 별로 없기는 하겠소이다. 이거 난감하구만. 그렇다면 무엇을 해준다면 로키를 처리해 줄 것이오?]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요..”
[부탁드리오.]
“그럼 용궁하고 토끼 이야기를 좀... 하하하..”
[크흠... 그건 용왕의 체면이 있는데.. 아무튼 대왕님께 물어보겠소. 뭐 별 이야기는 아닌데 그리 궁금하였소?]
항상 이야기를 하다 끊어져서 궁금했었다.
원래 그런 게 더 짜증난다.
속 시원하게 들었으면 별거 아닐 수도 있을 것인데, 듣다 마니 더 알고 싶어졌다.
“대신 제가 로키를 찾으러 다니는 건 사양합니다. 잘 제압해서 제 앞에 끌고 온다면 힘을 쓰도록 하죠.”
내 말에 잠시 생각하던 월직 차사님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말을 하셨다.
[그럼 잠시 저승에 다녀오겠소. 그리고 거기 둘은 최대한 빠른 시간에 이 땅을 떠나야 할 것이다! 특히나 로키의 분신체인 너는 내 손으로 죽여도 시스템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말을 하는 월직 차사님의 몸에서 죽음이 서서히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깊은 심연에서 바라보는 듯한 죽음이 눈을 뜨려고 할 때, 월직 차사님이 순식간에 그 기운을 거두시고는 사라지셨다.
“휴우... 뭐야! 저승하고도 교류하며 지내고 있었나? 잘 못 했다가는 새로운 인생은커녕 무로 돌아갈 뻔 했잖나!”
“분명 대천사의 기운과도 비슷한 힘을 느꼈어.. 죽음의 신인 것인가?”
혼란에 빠져있는 그들에게 말을 하였다.
“곱창도 먹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