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4화 (164/170)

한마음 체육대회

겨우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걱정스럽게 서 계셨다.

“대우야. 괜찮니?”

그 말에 왈칵 눈물이 솟아 올라왔다.

울먹이며 엄마의 품에 안기려고 하는데, 엄마가 살짝 뒤로 물러나 말을 하셨다.

“우선 씻어라. 옷은 엄마 주고.”

“네...”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원래는 빨간 다라이에 물을 받아놓고 쪼그려 앉아서 씻어야 했었는데, 천운이 형이 설치해준 보일러가 있어서 이제는 언제든지 따뜻한 물이 펑펑 나온다.

태양열을 이용해서 사용하니 전기세나 가스비도 안 나와서 너무 좋다고 엄마가 이야기를 했었다.

아들인 나는 이렇게 사고나 치고 다니는데, 운이 형은 진짜 친척도 아닌데 이렇게 잘해준다.

운이형 때문에 군대에 있더라도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괜히 형과 비교가 되는 것 같아서 주눅이 들기도 한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엄마는 음식들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아휴. 오는지 미리 말을 했어야 준비를 하지. 너 좋아하는 소갈비도 준비 못했네. 이따가 고기 좀 사올 테니까 우선은 있는 반찬으로만 먹자.”

문득 엄마와 한 번도 외식을 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형이 준 용돈 덕분에 군대에서 나오는 월급은 사용을 하지 않고, 그대로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얼마 안 되는 돈이 제법 모였다.

제대로 번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번 돈으로 엄마에게 밥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엄마. 그러지 말고 우리 외식해요. 저 군대에서 받은 월급 모은 게 꽤 돼요.”

“아휴. 무슨 외식이야? 사먹는 거 다 맛없더라. 엄마가 한 게 더 맛있어.”

“당연히 엄마 음식이 제일 맛있는데, 그냥 제가 엄마랑 아버지 사주고 싶어서 그래요. 나중에 제대하고 회사 다니면 집에도 거의 못 올 거 아녜요?”

수도권에 직장을 잡는다면 집과는 너무나 멀다.

잘해야 명절 때나 여름휴가 정도일건데, 기왕 집에 온 김에 식사 대접을 해드리고 싶어졌다.

“... 그래? 그럼 네 아버지한테 물어보고.”

그러시면서 가스렌지의 불을 끄시는 엄마는 살짝 들뜨신 것 같았다.

영광시내에 있는 유일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

아버지의 트럭이 주차장에 주차를 하였고 트럭에서 내렸는데, 옆에 있는 다른 차들과 많이 비교가 되었다.

‘돈 벌면 꼭 차 새로 사드려야겠다.’

좋은 세단으로 사드리고 싶다.

“여기 엄청 비싼 곳 아니니? 다른데 가자.”

엄마는 눈앞에 보이는 2층 건물을 보시더니 나에게 다른 곳으로 가자고 재촉하셨다.

다른 곳이라고 해봤자 고기집에 가서 삼겹살이나 구워 먹겠지.

그마저도 1인분이 왜 이리 양이 작고 비싸냐고 그냥 대충 먹고 집에 가서 밥 비벼 먹자고 하실 분이다.

“어.. 아! 여기 군인은 엄청 할인 많이 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엄청 싸요.”

내 말에 엄마는 긴가 민가 하시며, 고민하고 계셨다.

“거. 싸다고 하니까 가 봅시다. 아들내미가 사준다고 하는데, 좋은 곳에서 얻어먹어 봐야지.”

아버지가 은근슬쩍 도와주시니 마지못해서 엄마는 우리를 따라서 식당으로 들어가셨다.

“자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종업원분이 우리를 창가 자리로 안내를 해주었다.

평일 오후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처음 오셨으면 설명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샐러드바 이용하고 안심 스테이크 세 개 할게요.”

“네. 안심 스테이크를 주문하시면, 샐러드바는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십니다. 안심 스테이크 세 개 주문 받았습니다.”

종업원분은 친절한 미소와 깔끔한 매너로 주문을 받아주셨다.

그러자 그 모습에 오히려 엄마는 더 안절부절 못하셨다.

“대우야. 그러지 말고 아직 음식 안 나왔으니까 고기집 가자.”

“아니야. 여기 할인도 되고, 운이 형이 쿠폰도 준거 있어서 거의 공짜야.”

다급해서 운이 형을 팔았다.

‘미안해. 형.’

“운이가? 쿠폰을 줬어?”

그 말에 엄마는 완전히 안심을 하고서는 이리저리 주변을 돌아보았다.

“우선은 저 따라서 샐러드바 가봐요.”

“샐러드바?”

이런 곳은 처음 와보시니 모든 것이 새로우실 것이다.

용어도 낯설고, 어떤 걸 먹어도 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여도 되는지도 몰라서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알려드리며 같이 움직였다.

어렸을 때는 항상 엄마가 나한테 모든 것을 알려주셨었 는데, 이제는 내가 엄마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이상하게 울렁거렸다.

그리고 뒤에서 몰래 내 말을 안 듣는 척하시면서 열심히 듣고 계시는 아버지까지 보이니, 벌써부터 가슴속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다.

“여기에 있는 건 다 먹어도 돼요. 드시고 싶은 신 걸 이 접시에 담아 가시면 되고, 이따가 또 드시고 싶으시면 몇 번이고 다시 가져가시면 돼요.”

“아! 이거 뷔페 같은 거구나?”

“네! 맞아요.”

엄마와 나는 열심히 음식들을 접시에 담아 자리에 가져다 놓고, 몇 번을 다시 왔다 갔다 했다.

그런데 가져오신 음식들을 보면 김밥에 잡채, 김치, 튀김 이런 종류이시다.

나는 내가 가져온 파스타를 엄마에게 내밀었다.

“엄마 이거 한 번 드셔보세요. 엄마 면 종류 좋아하시잖아요. 이게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라고 하는 건데, 맛있어요.”

“그래? 너무 기름져 보이는데..”

내가 직접 포크를 이용해 돌돌 말아 내미니,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리셨다.

“...응? 이거 이름이 알래오? 그거라고 했니? 맛있네.”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요. 저기 파스타 종류 많은데, 조금씩 가져다 드릴까요?”

“우웅.. 그럴래?”

엄마는 자신이 가져오신 접시들은 아버지 쪽으로 옮겨놓으시고는 열심히 파스타를 드셨다.

“왜 나를 줘? 나 김밥 안 좋아 하는데? 나는 육회 먹을 거라고.”

“골고루 자셔야 건강하시지! 잡채도 좀 드셔요.”

“아따. 겁나게 거시기 허네. 저기 먹을 거 천지인데 맨날 먹는거나 먹고 싶간디?”

파스타를 종류별로 가지고 오니 또 티격태격 하신다.

겉으로는 아버지가 강한 것 같아도 알고 보면 엄마한테 꼼짝을 못하신다.

투덜거리시면서 연신 김밥을 드시는 아버지에게 같이 가져온 회 접시를 내밀었다.

“이거 방어회랑 참치회인데 드셔보세요.”

“응? 회도 있었어?”

“네. 그 옆에 묵은지랑 김도 있던데 가져다 드릴게요.”

손이 두 개여서 나머지는 아직 못 가져왔다.

“같이 가자.”

열심히 파스타들을 맛보시는 엄마를 자리에 두고 아버지와 같이 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대우야. 너네 엄마 엄청 좋아한다. 내가 이런 곳은 한 번도 데리고 오지를 못해서 미안했는데, 네가 효도를 제대로 하는구나. 고맙다. 잘 자라줘서.”

같이 음식을 담다 아버지가 지나가는 말로 말씀을 하셨다.

“....크흠.. 아니에요.”

이상하게 아버지의 고맙다는 말과 잘 자라줬다는 말을 듣는데, 무언가가 울컥 올라왔다.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대답을 하였는데, 아버지는 어느새 먼저 자리로 돌아가셨다.

접시를 들고 엄마 앞에 앉으시며, 접시에 같이 가지고 간 초밥 몇 개를 엄마 접시에 덜어주시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무뚝뚝하신 것 같지만, 누구보다 로맨티스트이신 아버지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시다.

엄마에게 잘하시고, 나를 항상 믿어주는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시다.

학교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적으라고 하면 항상 아버지라고 적었다.

쓸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아버지를 존경하기 때문이다.

“아니! 김밥은 그만 먹고 싶다고! 회 들어갈 자리는 남겨둬야지!”

“그럼 음식을 남겨요? 당신이 대우 어릴 때 그 땡볕에서 쓰러질 때까지 세워 놓은건 기억 안 나세요? 음식 남기면 안 된다메!”

“....”

“우리 아들 덕분에 진짜 신기한 거 다 먹어봤네. 그 거시기 머였지? 빵 그릇에 파스타 그거 든 거.”

“아! 빠네 파스타요?”

“맞아! 그거. 그거 너무 신기하더라.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했지? 나도 나중에 누룽지 그릇에 국수 좀 말아 봐야겠어.”

“나는 주지 말어.”

“굶고 싶으셔요?”

“크흠...”

아버지의 트럭에 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엄마의 음식 품평회였다.

처음 먹어보신 음식들에 대해서 말을 하셨다.

나는 여지껏 엄마가 피자 같은 서양 음식은 안 좋아 하시는 줄 알았다.

가끔 아버지가 시내 갔다오시면서 피자를 사오시면, 엄마는 기름져서 싫다고 하셨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한 조각이라도 더 먹으라고 양보를 하신 것 같다.

아끼시느라 이런 곳에 오지를 못하셨고, 맛보다는 가격이 항상 눈에 들어오시니 그저 맛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런 음식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셨으니, 자신의 취향을 알지 못하신 것이었다.

먹어보지도 못하고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과 먹어보고 나서 싫어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자신의 취향을 알아볼 시간과 여유가 없으셨던 부모님들을 보며, 조용히 다짐을 해보았다.

직장을 다니면 부모님에게 다양한 음식들을 사드리고, 좋은 장소들을 같이 가기로.

거의 평생을 영광의 시골 마을에서 살고 계시는 우리 부모님.

이번에 다녀오신 베트남 이야기를 아직까지도 하시는 걸 보면 그게 너무나 좋으셨나보다.

다음에는 자신이 번 돈으로 같이 가보고 싶다.

밝게 웃으시며 연신 음식 이야기를 하시는 엄마에게 말을 했다.

“엄마. 우리 내일은 피자 좀 사드릴까요?”

분명히 나를 위해서 피자도 포기하셨을 엄마를 위해 피자를 사드리고 싶었다.

넉넉하게 사면 엄마도 분명 먹고 싶으신 만큼 드실 것이다.

“피자? 그거 너무 기름져서 싫다니까? 처음 먹어보고 너무 이상해서 나는 못 먹겠더라. 피자 먹고 싶니? 저번에 운이가 우리들 먹으라고 냉동피자 많이 줘서 마을 공용 냉동 창고에 가득 있는데, 전자렌지에 돌리기만 하면 되니까 해줄게. 어떤 맛으로 해줄까? 더블크러스트 이베리코? 베스트 콰트로? 너희 아버지는 블랙타이거 슈림프를 좋아하시더라.”

어.. 피자는 진짜 싫어하셨구나..

대우를 도와주고 회사로 돌아오니 민이가 나에게 보고를 해왔다.

“응? 체육대회?”

“넵! 한 번도 체육대회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도 계열사 간에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정말 한 번도 체육대회를 한 적이 없었다.

처음 해피 의수를 시작했을 때부터 힐링 그룹이 될 때까지 흔한 단합대회나 워크샵 같은 것도 한 번을 하지 않았었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다보니 이런 부분에서 부족하기도 하였고, 힐링 그룹도 생긴 지 얼마 안 되다보니 사내 문화 같은 것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계열사들 스스로는 하는 것도 같기는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는 하지 않았었다.

이번 기회에 각 계열사들끼리 따로 하던 것을 같이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음.. 그래. 알겠다. 민이 네가 계열사 사장단들과 잘 상의해서 추진해봐. 체육대회라고 진짜 운동만 하지는 말고, 축제 분위기로 해야 요즘 MZ 세대들이 좋아할 거야. 알겠지?”

“넵! 알겠슴다!”

신이 나는지 나에게 거수경계까지 하며 오버를 해대었다.

“뭐 다른 문제 되는 건 없지?”

“아!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중국에 따로 만드시는 스마트 식물 공장과 배양육 공장은 왜 만드시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쌀 농사 지으실 논도 중국에 대량으로 구매하셨다고 하셨는데,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요?”

비밀리에 진행하여야할 프로젝트이지만, 준비 단계는 절대 비밀이 될 수가 없다.

그리고 민이에게는 때가 되면 말해 주려고 하였는데, 궁금해 하니 지금 말을 해줘도 될 것 같았다.

“어. 북한 쪽에 자유 경제 시장을 살짝 맛보여주려고.”

“네? 북한이요?”

“응. 북한에 장사 좀 하려고. 다른 것은 그냥 구하면 되는데, 식량은 대량으로 사기가 힘드니까 직접 만들어서 팔려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염라대왕님의 은근한 부탁에 마음이 걸려서 살짝 시도만 해보려고 한다.

무림을 이용해서 중국 쪽을 통해 북한 쪽에 대량의 식량과 물자를 유통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거래는 한국의 원화로.

중국을 통해서 북한 쪽 인력들을 수급해 일을 시키고, 그 대가로 원화를 지급하면 그 원화로 각종 생필품과 식량을 구매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서서히 자유 시장 경제에 물들이게 되면 북한의 주민들도 변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그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도움을 줄 것이고, 그냥 그렇게 순응을 하며 산다면 그렇게 중국을 통해서 장사만 하려고 한다.

최소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줄어들게는 해주고 싶다.

이정도가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정도의 범위이다.

예전 정의감에 불탈 때 만들었던 그 계획과도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북한의 수뇌부를 전부 안드로이드로 바꿔치기 해서 북한을 장악하는 것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 변하는 건 별로 없었다.

물론 그 북한의 주민들의 삶이 아주 조금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그 처참한 경제력은 문호 개방을 통한 해외 자본의 유입이 아니면 절대 회생이 불가능하다.

북한 스스로의 힘으로 기아와 가난을 해결할 방법 자체가 없었다.

북한 입장에서는 개방도, 전쟁도 하지 못하고 협박과 구걸로 국제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는 저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그나마 나은 방법이다.

그리고 의외로 북한 수뇌부도 그걸 알고 있는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들이 그들의 인민들을 수탈하는 것과는 별개로 북한 수뇌부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의외로 국제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외교력은 뛰어났다.

다만 북한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형편없어 국제 사회의 역학 관계로 인하여 만들어진 힘의 균형 사이에 끼어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에서 살짝만 잘못 삐끗해도 모든 것이 무너진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나라가 무너지는 것보다 자신들이 전쟁 범죄자로 붙잡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이 더 무서울 것이지만 어차피 나라가 무너지면 자신들이 갈 곳도 없다.

그걸 내가 지도부만 안드로이드로 교체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고, 가능하다고 해서 내가 그렇게까지 신경 쓰며 고생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살아 가고 있고, 내가 사랑하는 이 땅만 하더라도 온갖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것에 쓰는 신경만 하더라도 골치가 아프다.

“아무튼 시작하게 되면 정보 공유할 테니까 하는 일이나 잘하고 있어.”

“넵!”

저렇게 대답을 하는 민이는 믿을 만 하다.

예상외로 꼼꼼하고 열심히 하는 성격의 민이는 나에게 저렇게 단호하게 대답을 하면 어떻게든 성과를 내왔다.

그리고 이번에 [힐링 그룹 한마음 체육대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너무 일을 잘해서 문제였다.

“민이야. 내가 우리 회사 체육대회를 온 거냐? 아니면 올림픽을 온 거냐?”

“아하하.. 저희 그룹이 전 세계에 있으니 어쩔 수 없었슴다!”

올림픽 주 경기장에는 수많은 힐링 그룹의 직원들이 가득 모여 있었고, 곳곳에 설치된 방송국 카메라들이 전 세계에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장내에 계신 내빈 여러분. 힐링 그룹 직원 여러분. 한마음 체육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선수단 입장이 있겠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로 시작된 한마음 체육대회는 선수단의 입장부터 시작되었다.

[첫 번째로 USA지사 연합팀이 입장합니다.]

[힐링 그룹 USA]라는 팻말을 든 남성과 그 뒤로 손을 흔들며 경기장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미주 지사 직원들이 보였다.

[계속해서 호주지사 연합팀 입장합니다.]

계속되는 호명에 수없이 많은 지사들의 대표팀들이 입장을 하였다.

[힐링 타운 연합팀 입장입니다.]

“허우!! 하! 하!! 안녕하세요. 직원 분들! 즐거운 인생되세요!! 하!”

황선자님의 목소리는 마이크도 없는데, 왜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지 모르겠다.

저 엄청난 성량을 이렇게 낭비를 하시다니, 재능낭비가 따로 없다.

그래도 직원들이 같이 소리를 질러주고 춤을 추니, 축제의 분위기는 제대로 살아났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예리 엔터테인먼트]라는 팻말을 든 오인조 남성 그룹이 등장을 하자 폭발을 했다.

“우와아아아아!! 팍스 보이즈!!”

아마 집에서 TV로 보던 전 세계 사람들이 한 번에 소리를 질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가 사랑하는 아이돌.

지구 대표 아이돌 그룹.

팍스 보이즈.

그들이 나타나자 광란의 현장이 되었다.

잘 걸어오던 그들이 갑자기 뒤에서 따라오던 다른 아이돌들에게 팻말을 넘기더니 갑작스럽게 대형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장내에 울려 퍼지는 팍스 보이즈의 이번 신곡.

“뜨겁게 타오르네!”

[파이어!! 파이어!! 파이어!!]

팍스 보이즈의 노래에 맞추어 관중석에서 연신 ‘파이어!!’를 외치기 시작하였다.

그 열광의 무대에 뒤에서 따라 들어오던 아이돌들이 전부 팍스 보이즈의 뒤로 뛰어가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전부 불 태워버려!!]

“파이어!! 파이어!! 파이어!!”

“회장님. IOC에서 정식으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한참 광란의 한마음 체육대회를 관람하고 있을 때,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에서 연락이 왔다고 비서실장님이 알려왔다.

“무슨 제안이요?”

“저희 한마음 체육대회와 올림픽을 같이 하거나, 시기를 조율해주었으면 한다고 제안이 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동계 올림픽의 관심이 우리 한마음 체육대회 때문에 시들해져버렸다.

종목 또한 올림픽에서 하는 이어달리기 등의 클래식한 종목들도 있었지만, MZ 세대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종목들도 많아서 올림픽보다 훨씬 인기가 많았다.

예를 들면 헤드폰으로 귀를 막고 하는 [고요속의 외침]같은 게임이 그것이다.

“학교 가는데!!! 늦는 거!!!”

“지각!”

그런데 저건 반칙이지.

황선자님의 엄청난 성량은 헤드폰의 음악을 뚫고, 같은 편 귀에까지 그대로 전달됐다.

오히려 심판이 귀를 손으로 막고 있었다.

“우리!! 아침에!!! 먹은 거!!!”

“욕?”

“아니!! 아침 밥!!!”

“나는 속이 안 좋아서 안 먹었는데?”

“그렇게 안긴데? 안 들려??”

“아니! 들리기는 하는데 내가 안 먹었다고!”

“그렇게!! 이름이 안 길다고!!”

문제는 황선자님은 같은 편의 말이 안 들리고, 같은 편 분은 너무나 높은 연령대의 선수라서 신조어에 약했다.

그래서 황선자님의 엄청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예선 탈락을 맛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아이고.. 선자님 팀은 저런 반칙 같은 성량을 가지고도 예선탈락이네.. 하아.. 웃기다. 아! 그건 검토 좀 해보겠다고 전해주세요.”

나도 모르게 게임에 빠져들었다가 옆에 계속 서 계시던 비서실장님이 생각나 말을 하였다.

“네. 회장님.”

다들 즐거워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는 우리 힐링 그룹의 직원들을 보니 행복해져 왔다.

비록 각 지사에서 뽑은 대표들만 모이기는 하였지만, 언젠가는 다들 모여서 놀면 좋겠다.

‘음.. 그럼 한 나라의 인구가 움직이는 건가?’

그건 좀 문제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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