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7화 (167/170)

돈 되는 땅

“사부님. 요즘에 많이 바쁘셨나봅니다.”

요즘 들어 신경 쓸게 너무 많아 퀘스트를 하러 다니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민이는 주말이면 꼬박꼬박 내가 하지 못하는 퀘스트를 혼자서도 꿋꿋이 해내고 있었다.

“어. 쫌 그랬지? 이제부터는 또 달려봐야지.”

“저번에 할머니 귀신 도와드렸는데, 너무 사연이 기구 하시더라구요.”

민이는 자신이 겪은 할머니 귀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며느리와 같이 차를 타고 가다 신호위반을 한 트럭에 치이는 사고가 나, 자신은 죽고 며느리는 다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죽은 자신보다 다리를 다친 며느리 걱정을 하느라 저승으로 가지도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민이는 다리를 다친 것 뿐이니 걱정 말라고 하며 달래드렸는데, 할머니가 걱정하시던 건 다친 다리보다 다친 며느리의 마음이 더 걱정이 되셨다고 하셨다.

며느리 잘못이 아닌데도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며 살고 있고, 할머니의 아들이자 자신의 남편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다보니, 서로의 사이가 많이 멀어진 것 같아서 그것도 걱정이라고 하셨다.

주변에서 아무도 며느리에게 뭐라고 하지 않고 있지만, 며느리 스스로가 마치 죄인처럼 숨죽이며 사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하셨다.

민이는 할머니의 부탁으로 며느리 분에게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달하였는데, 며느리 분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우셨다고 한다.

“부모의 마음은 정말 한결같은가 봐요. 자신이 낳은 자식이 아닌데도 이렇게 사랑하는 걸 보면요.”

민이는 이런 간접 경험들을 통해 학창시절에 부족했던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 민이 네가 겪은 것 같은 분들도 있고,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악독한 사람들도 있어. 아마 그 할머니와 며느리분이 서로에게 너무나 애틋한 감정으로 사랑하고 있었으니,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겠지.”

세상에 일방적인 건 거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잘하고자 노력을 했으니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부모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뭐. 가끔은 아무리 잘해줘도 이유 없이 미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해준 만큼 돌아오는 법이다.

저 고부간의 사이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위해주기 때문에 저렇게 돈독한 것이다.

‘띠링’

[퀘스트 발생 - 자신의 몸을 죽여주기 바라는 귀신을 도와주시오. 제한시간 3일.]

“퀘스트임다! 어? 그런데 퀘스트가 뭔가 이상한데요?”

자신의 몸을 죽여주기 바라는 귀신이라니 나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미 귀신인데, 자신의 몸은 살아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 살아있는 몸을 죽여 달라는 것은 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형! 빨리 아버지 유언장 공개하라고!”

“그래! 큰오빠 혼자서만 유언장 가지고 있으면서 공개 안하면 어쩌자는 거야?”

중년의 남성과 여성이 노년에 가까운 나이의 남성에게 따지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시끄러워! 아버지가 돌아가셔야 유언장을 공개하지!”

“아버지 돌아가시면 다 늦는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솔직히 말해봐. 유언장 형이 고쳤지?”

“그래! 작은 오빠 말대로 큰 오빠가 유언장을 고쳤으니까 공개를 안 하는 거잖아! 유언장 공개하기 전까지는 절대 아버지 못 보내!”

온갖 기계 장치에 둘러싸여 침대에 누워있는 노인의 옆에서 세 사람은 언성을 높혀 가며 싸우고 있었다.

이미 몸의 기능을 전부 상실해 버린 노인의 몸은 기계의 힘이 아니면 생명을 유지할 수가 없어진지가 오래다.

아니. 이미 죽었지만, 심장만 뛰게 만들어 놓은 상태다.

노인이 어렸을 때, 너무나 가난해서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야만 했었다.

비록 너무나 가난했지만, 그 누구보다 성실했던 그는 몸이 부서져라 일을 했다.

해가 뜨기 전에 밭과 논으로 나가 해가 진 이후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미련하다시피 열심히 일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을 가지고 처음으로 자신의 땅을 샀을 때, 그는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때부터 그때 느꼈던 그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다시 한 번 느끼기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 일을 했다.

그때 느꼈던 그 기분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어떤 감정들보다도 더 격렬하고 황홀했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소작을 하던 논들을 하나, 하나 사들였다.

남들은 농사를 짓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며 시골을 떠나 도시로 향하였지만, 자신은 자신의 이 땅이 너무나 소중했다.

그래서 먹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도 포기하며 죽어라 일만 했다.

그러다보니 결혼도 늦어졌지만, 자신은 자신의 삶에 만족을 하였다.

그렇게 혼자서는 도저히 전부 돌볼 수 없을 정도로 땅이 넓어졌을 때쯤, 경기도 광주였던 곳을 강남이라고 부르며, 정부에서 개발이라는 것을 한다고 알려왔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 뭔가를 한다고 하는데, 자신은 이 소중한 땅을 팔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는 정부에서 원하면 뭐든 해야만 하던 시기였다.

강제로 빼앗기듯이 땅을 빼앗겼지만, 남들이 볼 때는 엄청난 벼락부자가 되었다.

보상금이라고 해봤자 그리 크지도 않았지만, 워낙에 넓은 땅이었다.

큰돈을 손에 쥔 아내는 너무나 신나했지만, 자신은 모든 것이 공허했다.

하루 종일 일하던 습관이 남아있어서인지, 할 일 없이 지내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그걸 보다 못한 아내가 시골에 땅을 사서 농사를 다시 시작하는 건 어떠냐는 말을 했다.

그 말에 솔깃한 자신은 자신의 집과 그나마 가까운 시골인 일산의 땅을 샀다.

그제야 사는 게 사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넓은 땅에 자신이 심은 곡식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자신만의 땅이다.

내 것이다.

그 소유욕을 채워주는 이 땅이 너무나 소중했다.

솔직히 자식도 셋이나 있지만, 그 자식들에는 그리 정이 가지 않았다.

해가 뜨기 전에 나가서 해가 질 때까지 자신의 땅에서 농사만 짓다보니, 자식들 얼굴 볼 시간도 없었다.

얼굴 볼 시간도 없다보니, 정이 들래야 들 수도 없었다.

그저 자신은 세상에서 자신의 땅이 제일 좋았다.

그러나 그 행복한 시간은 또 그리 길지 않았다.

이번에도 도시개발을 한다고 한다.

신도시를 만든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또 자신의 땅을 팔아야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가 끼었는지, 자신이 사는 땅마다 전부 개발을 한다고 하는데 속에서 열불이 터져 나왔다.

아내는 나이도 있고 하니 땅을 팔고, 조금 더 외곽에 지금보다 더 작게 땅을 사서 농사짓는 건 어떠냐고 말을 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빼앗기듯이 푼돈을 받지 않고, 자신이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금액을 받고 땅을 팔게 되었다.

그러나 자신은 그 돈 보다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필요했다.

그래서 절대 개발이 안 될 것 같은 일산의 성석동 일대의 땅을 샀다.

그리고 계속되는 개발 열풍에도 절대 그 땅을 팔지 않았다.

그렇게 긴 세월을 땅과 같이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이제는 나이가 들어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나이가 되었을 때, 어린 처자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저는 천송이라고 합니다.”

무슨 타운인가 뭔가를 만들고 싶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너무나 열심히 설명하는 어린 처자를 보니, 젊은 날의 자신이 생각났다.

처음 땅을 샀을 때 자신이 저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엄청난 열정이 마치 가뭄의 논바닥처럼 쩍 갈라져있던 자신의 마음에 빗줄기가 되어 주었다.

“그려.. 이제는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쉬어야지..”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땅을 처음으로 자신 스스로의 결정으로 팔고, 휴식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은 너무나 불편했다.

분명히 자신의 집인데도 불편했다.

주말이면 찾아와 사업 자금을 빌려달라는 큰 아들놈과 어차피 돌아가시면 상속될 건물부터 자신의 명의로 해달라는 둘째.

사위가 국회의원을 출마하고 싶다고 하는데,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막내딸까지.

온통 자신의 돈을 빼앗으려는 자식들 천지였다.

참다 참다 듣기가 싫어져 아내에게 자신이 맡겨둔 통장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건물 몇 개에서 들어오는 돈이면 생활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어, 농사로 번 돈들은 아내에게 맡겨서 통장에 넣어놓게 하였다.

평생을 번 돈이니 몇 십억은 들어있을 것이다.

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아내는 사실대로 말을 하였다.

이미 자식들에게 다 나눠주었다고.

그 말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그들에게 가족이 아니었다.

돈이나 벌어다 주는 호구였고, 돈이 필요하면 손을 벌리는 화수분 같은 존재였을 뿐이다.

“아버지!!”

“아빠!!!”

머리를 누군가가 망치로 쎄게 때린 것 같은 충격과 함께 의식이 멀어졌다.

그리고 다시 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영혼의 상태였다.

온갖 기계 장치에 둘러 싸인 채로 누워있었고, 아내와 자식들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자식들이 자신을 보러 왔을 때는 자신이 쓰지도 않은 유언장을 가지고 싸우고만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저승에도 가지 못하고, 이 썩어가는 몸에 붙들려 있었다.

아주 가끔 다른 영혼을 데려가는 저승사자의 도포자락을 붙들고 물어보았는데, 아직 육체가 살아있으니 저승으로 갈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은 이미 죽은 것 같은데, 몸은 죽지 않았다니 너무나 억울했다.

그렇게 오늘도 자식놈들의 싸움을 지켜보며, 자신의 실패한 인생을 후회하며 되돌아보고 있었다.

“혹시 자세한 사연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자신의 눈앞에 녹색 츄리닝을 입은 젊은 남자와 여자를 만나기 전까지.

- 재산이야 법대로 알아서 찢어 가지면 될 것이고, 나는 그저 저승으로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을 뿐이라네.

“하아... 아니! 어떻게 자식들이 그럴 수가....”

- 너무 화 내지 마시게나. 다들 뭐라도 하나 더 빼앗기 위해서 사는 게 인간 아닌가? 살다보니 가장 정직한 건 농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네.

이미 인간 세상에 미련이 없어 보이는 할아버지 귀신은 한시라도 빨리 저승으로 가고 싶어 하셨다.

“그런데, 저희가 할아버지를 죽일 수는 없는 일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민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가 직접 손을 쓰면 살인이다.

“우선은 저희가 따로 알아보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어르신.”

- 천천히 하시게나... 천천히.. 몸이 썩어가지만.. 천천히 하시게나..

“... 아.. 네.”

“사부님. 어찌해야 합니까? 저 할아버지를 죽이면 살인 아님까? 그렇다고 죽이지 않으면 퀘스트는 실패하고요!”

진퇴양난이다.

그러나 나는, 길을 잃은 아이에게 무작정 전화번호만 물어보던 그때의 백수가 아니었다.

“민이야. 회사 법무팀한테 내가 개인적으로 의뢰를 한다고 하고, 비용은 회사에서 나한테 청구해.”

“네? 법무팀이요?”

“상속문제만 해결하면 내일이라도 바로 할아버지 생명 유지 장치 떼버릴걸? 병원비가 하루에 얼마나 드는지 아니? 저들은 혈육의 정으로 할아버지의 몸을 살려두는 게 아냐.”

내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민이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할머니와 며느리의 훈훈한 가족 간의 정을 이야기 했는데, 이제는 남보다도 못한 괴물 같은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버렸다.

처음 민이를 제자로 받아들였을 때, 민이의 어린아이와 같은 사회 경험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민이가 충격을 받지 않게, 좋은 것들만 보여주고 싶었다.

부모는 자기 자식에게 좋은 것들만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 많다.

무조건 밝은 세상,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보고 살 수는 없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해주고,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아이를 보듬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나쁜 것, 싫은 것, 보면 안 될 것들을 부모가 결정하고, 통제하는 것은 아주 어렸을 때 말고는 해서는 안 된다.

민이는 이제야 그런 시기에 다다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민이가 좋은 세상뿐만 아니라, 더럽고 사악한 것들을 보았을 때 보듬어주고 지켜줄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이다.

민이의 성장통을 지켜보던 나는 민이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말을 했다.

“법무팀한테 할아버지의 권한을 위임하고, 법에 정한대로 재산을 나눠주게 해. 재산 내역은 까치 통해서 확인하고.”

정확히는 불법이기는 하다.

할아버지가 직접 권한을 위임한 적은 없으니까.

그렇지만, 할아버지의 영혼이 나에게 의뢰를 했으니, 권한을 위임한 것과 동일하다고 그냥 생각하기로 하였다.

“아.. 네. 알겠습니다..”

혼란스러워하는 민이에게 나는 말을 했다.

“국밥 먹으러 가자.”

“넵! 저는 순대 국밥에 순대 빼고 고기만요!”

그건 순대 국밥이 아니라, 돼지 국밥 아니냐?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최하급 재능 ‘돈 되는 땅’을 습득하였습니다.]

[돈 되는 땅 - 자신의 소유인 땅이 있으면, 그 땅에서 돈이 되는 무엇인가가 일어납니다.]

“어?”

퀘스트 완료 기간인 마지막 3일째에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너무나 급박하게 진행되었지만, 관련 자료들이 완벽해서 다행히 빠른 처리가 가능했다.

그리고 유산 상속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바로 생명 유지 장치를 정지하였다.

자식들이 모두 자신들의 아버지의 죽음에 찬성을 한 것이다.

예상을 한 나조차도 참으로 씁쓸한 결말이지만, 결국에는 할아버지 귀신이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보상으로 받은 재능이 심상치가 않았다.

‘내가 가진 땅이 얼마나 되지?’

세계 곳곳에 엄청난 면적의 땅이 있었다.

내 명의로 된 곳도 있고, 힐링 그룹 명의로 된 것 들도 있다.

내 명의로 된 것은 당연히 내 것이지만, 회사 소유인 땅들은 조금 애매하기는 하다.

그런데 시스템 상으로는 전부 내 것으로 인식했나보다.

농사를 짓기 위해 사놓은 땅들도 있었고, 광물을 직접 채취하기 위해 사놓은 곳도 있었다.

‘돈이 되는 무엇인가라... 뭐. 돈이야 많을수록 좋기는 하지만, 최하급 재능인데 뭘.’

평범한 수습 요원이었다면 자신의 명의로 된 땅이 별로 많지 않아서 소소한 행운으로 끝날 재능이었지만, 나는 가진 땅이 워낙에 넓다보니, 살짝 기대는 되었다.

마치 [응원]재능처럼 최하급을 넘어서는 재능은 아닐까 살짝 기대를 하였다.

그런데 그 살짝 한 기대를 과감하게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사부님! 힐링 광물에서 소유한 광산에서 새로운 광맥이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벌써 다섯 곳에서 보고서가 올라왔습니다!”

처음은 광산에서부터였다.

“사부님! 농사지으려고 사놓은 우크라이나 쪽 땅에서 희토류가 발견되었습니다!”

“사부님! 중국 무림 지사 쪽의 연락입니다! 대형 연무장을 지으려고 산 땅에서 엄청난 양의 유물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사부님!”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소식에 힐링 그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자산 가치가 기존의 두 배에 육박하게 되었다.

세계 최대의 기업이었지만, 직원들과 지자체, 그 나라들에 수익을 최대한 돌려주다보니, 회사의 자산 가치는 매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 번에 그 자산 가치가 두 배 정도로 상승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일이 생길 때마다 달려오는 민이 때문에 일을 못할 지경이다.

“민이야.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종합해서 보고서 올리면 안 될까?”

“네.. 알겠슴다.. 그런데.. 이건 진짜 엄청난 건데..”

항상 민이는 나에게 엄청난 거라면서 말을 했기 때문에 큰 기대가 되지 않았다.

물론 희토류 광맥 등이 별거 아닌 건 아니지만, 그 외에 정말 소소한 것들도 많았다.

온천이 발견되었다 던지, 감자 농사를 지은 곳에서 세계 최대 크기의 감자가 생산되었다 던지, 아프리카 오지의 마을에 우물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땅을 팠는데 금화가 발견되었다는 것까지.

너무나 사소한 것들까지 보고를 해오니, 이제는 별로 기대가 되지 않고 있었다.

“하아... 그래 한 번 말이나 들어보자.”

급 시무룩해하는 민이가 조금은 불쌍해 보여서 말이나 해보라고 하였다.

따지고 보면 정식 보고만 아니면, 잠깐 들어주는 것이 뭐가 그리 힘들까 싶었다.

“넵! 저번에 사부님께서 독도 근방을 우리 힐링 그룹이 탐사하면 국제 사회에서 이슈가 될 것이니, 독도 인근으로 탐사선을 보낸다고 했잖습니까?”

“어. 그랬지?”

“그때 탐사한 결과가 나왔는데!”

“나왔는데?”

“석유가 있답니다.”

“뭔유?”

“석유 말입니다! 석유!”

“엥?”

“그것도 엄청난 규모라고 하는데,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이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한다고 하면 족히 500년은 사용할 양이라고 합니다.”

“.... 진짜냐?”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공룡 화석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석유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였지만, 지금까지는 실제로 발견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매장량이.

“그것뿐만이 아님다!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도 엄청나게 많이 발견 되었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

심해의 저온, 고압 상태에서 탄소 성분의 천연 가스가 물 분자와 결합해 생기는 고체 에너지원이다.

생긴 것은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하고, 불을 붙이면 타오르는 성질이 있어서 [불타는 얼음]으로도 불리는 천연자원이다.

그러나 너무나 깊은 해저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채취의 어려움이 있었고, 가스 하이드레이트에 포함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도 더 지구 온난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힐링 그룹의 기술력이라면 그런 단점들은 쉽게 극복이 가능하다.

이번에 개발 중인 [열충 발전기]가 상용화가 된다면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저런 에너지원은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으니, 보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석유는 말하기도 입 아픈 천연자원이다.

온갖 산업에 사용하는 현 시대의 연금술 재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자원이니, 이번의 발견은 대한민국에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어.. 그런데 발견만 우리가 했지 개발이나 그런 건 한국석유공사랑 한국가스공사에서 진행하지 않을까?”

“사부님. 또 보고서 대충 보셨슴까?”

“응? 뭘? 나 꼼꼼히 잘 보는데?”

“그럼 우리 힐링 그룹이 한국석유공사랑 한국가스공사 인수한 거 모르심까?”

“어? 그랬어?”

“지금 정부에서 은밀히 민영화 작업을 진행하니까 대응하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래서 공사들 인수하고 있잖슴까!”

“아! 맞다! 그거야 알아서 하라고 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런 중요한 일을 대충 넘기면 되겠슴까? 오너시면 꼼꼼히! 보고서를! 읽고! 도장을 찍으셔야죠!”

요즘 결재서류에 누가 도장을 찍나?

싸인이나 전자서명하지.

“어.. 다음에는 잘 할게.”

“한 번만 봐 드리겠습니다!”

누가 보면 지가 회장인줄 알겠다.

아무튼 저 엄청난 양의 천연자원들이 이 땅에 저절로 솟아난 격이다.

“개발해서 일정 수량만 비축해둬. 필요하면 바로 채취가 가능하도록 유지하면 될 거야.”

“바로 사용 안 하십니까?”

“어. 만약을 위해서 대비만 하고, 에너지 문제는 어차피 [열충 발전기]가 완성되면 해결 되잖아. 사용되는 니그룸 푸미의 양이 너무 많아서 국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게 조금 아쉽기는 한데, 나중에 하나씩 차근차근 만들어보지 뭐.”

[열충 발전기]의 최대 단점은 니그룸 푸미, 즉 미스릴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가격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생산량이 많지 않아 문제가 된다.

지금도 사용되는 곳이 너무나 많아서 생산량이 딸리는데, 열충은 순수 미스릴이 아니면 전부 녹여버린다.

그래도 기존 발전소들의 시설을 그대로 두고, 조금만 개조를 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해서 현재 개조 작업 중이었다.

한국전력공사도 인수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이 정부는 어차피 더 이상 자신들이 집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을 하였는지, 미친 듯이 돈이 될 만한 것들을 팔아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금들을 그동안의 온갖 노하우들을 총 동원하여 나누어 갖고 있었다.

어차피 나중에 내가 전부 회수할 예정이지만, 잠깐이라도 그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아직은 건드리지 않고 있었다.

그 즐거움이 커야만 되돌아오는 절망도 큰 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처리가 불가능한 핵폐기물들은 조만간에 로켓에 실어서 태양으로 보내버릴 예정인데,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방사능과 환경오염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뭐. 지구가 하나이니 우리만 잘 한다고 100%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말을 하다 보니, 곧 추워질 날씨에 중국의 화력 발전소가 열심히 일을 할 것이라는 게 생각났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를 선물로 받는 것이다.

“아! 민이야. 무림에 알려서 미세먼지 날아오면 중국 주석하고 일대일 면담한다고 전해라.”

당연히 농담이었지만, 조금이라도 조심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말이라도 꺼내보았다.

“예압!”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중국에서 갑작스럽게 화력발전소들이 멈추는 사태가 벌어지며, 중국인들은 때 아닌 추위에 벌벌 떨게 되었다.

‘아니. 중국은 뭐 적당히가 없어? 농담 한마디 했다가 중국인들 다 얼어 죽겠네.“

어쨌든 우리나라의 공기가 맑아져서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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