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9화 (169/170)

로키

병원 관련한 업무는 민이에게 전담을 시키고, 나는 또 다른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믿을만한 부하직원이 있으니 이런 면에서 정말 좋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 지시를 하면 알아서 진행이 된다.

중간 중간 보고를 해올 때, 내 생각과 다르다면 그렇게 진행한 이유를 물어보고, 타당하면 승낙을 해주거나 그게 아니라면 원래의 취지대로 방향만 다시 잡아주면 된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일을 시키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는데, 민이의 그 변태적인 흥미 중독 덕분에 내가 시키는 일이 재미있다며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민이한테 선물이라도 하나 해줘야 하나?’

이제 크리스마스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아무래도 나 때문에 고생하는 민이에게 선물이라도 줘야 할 것 같다.

‘애들이 좋아할만한 게 뭐가 있을까나?’

민이뿐만 아니라, 아담이, 쫄랑이, 밍밍이까지.

이제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야할 아이들이 많이 늘어났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송이와 나.

오로지 두 사람만이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였던 그 때가 이제는 너무나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도 많은 아이들과 같이 어울리고 있고, 송이는 자신만의 가정을 가지고자 하고 있었다.

처음 길을 잃은 예솔이를 도와줄 때는 내가 이렇게 될지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었다.

그저 하루, 하루를 살아 넘기는 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에 수 천만 명의 직원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그 보다 더 많은 숫자의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들이 들고 있다.

이제 이정도면 되지 않을까?

점점 더 심해지는 정신의 병은 이제 내 스스로 감당이 안 되는 정도까지 심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되고 싶었던 부자가 되고 나서 보니, 이제는 평범한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진다.

예전에 아버지가 나에게 말을 했었다.

‘아빠는 시골에서 외롭게 자라서 어릴 때 꿈이, 도시에서 성공하는 것이었어. 성공해서 예쁜 와이프랑 아이들을 많이 낳아 키우는 게 꿈이었거든. 다행히 예쁜 와이프랑 최고의 아이들을 얻었으니 어렸을 적의 꿈을 이뤘는데, 이제는 너희들이 자라면 다시 시골로 내려가고 싶어지네.’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아버지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아버지가 최고의 아이들을 얻었다는 말을 해서 기분이 좋았고, 나중에 아버지가 시골로 내려가면 큰 마당에서 개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는 그 말이, 너무 힘들다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인지 몰랐었다.

이제 아버지의 그 말이 이해가 되고 있었다.

양지의 사업체는 민이가 너무나 잘 이끌어주고 있다.

음지의 일은 아담이가 불안하지만, 잘 해내주고 있다.

그 둘에게 맡긴다면, 나도 평범한 30대 청년의 삶을 살 수 있지 있을까?

눈앞에 놓인 약 봉지와 냉수 한잔을 바라보는데, 오늘따라 입에 넣기가 싫어지는 날이다.

[대여한 잠수함이 우리나라 영해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미스릴로 만든 구속 상자에 생명체 반응 확인되고 있습니다.]

저승과 아스가르드간의 치열한 협상 끝에 결국에는 저승이 이겼다.

협상을 진행하는 자가 토르이기도 했지만, 유일하게 로키를 소멸시킬 가능성이 있는 자가 나이기 때문에 내 의견대로 결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로키의 영혼을 소멸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염라대왕님과 다시 상의를 해보았는데,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만이 그를 소멸을 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염라대왕님은 결론을 내리셨다.

우리가 아는 신들은 영혼 상태이다.

냉정히 말하면 산자들이 아닌 것이다.

그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영생토록 존재를 하는 영혼일 뿐이다.

특별한 일.

신들 개별의 약점이 될 수도 있고, 신들 모두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특별한 일에 내가 포함되어 있었다.

신을 포함한 영혼들은 그저 개별 의지를 가지고 있을 뿐, 시스템 그 자체와 같다.

그리하여 완전하게 시스템의 통제를 받기에 기적을 행할 수가 없다.

그러니 불완전하며, 덜 완성 된 인간들만이 시스템에서 정한 것을 넘어서는 기적을 행할 수가 있다.

살아있는 반신.

신이자 인간.

신으로서 아직은 신명을 부여받지 못한 완성되지 않은 신.

그러므로 기적에 속하는 신살(神殺)이 가능한 유일한 존재.

그게 바로 나다.

“새로운 좌표 전송해. 우리나라 영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로키를 우리나라에서 처리하는 것은 변수가 너무나 많다.

그래서 태평양 심해에 미스릴과 합금들을 합쳐서 큰 패닉룸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로키를 처리할 예정이다.

[좌표 전송했습니다. 잠수함 경로 변경중입니다.]

“선박 준비해. 언론에는 동해에 있는 자원들 조사하러 움직이는 거라고 해주고.”

까치에게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진행하도록 지시를 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노틸러스 호를 동원하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어. 그냥 후딱 갔다 오는 게 나을 것 같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이 땅은 잘 지켜야지. 말한 대로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혹시나 모를 위험과 신을 소멸 시켰을 때의 여파가 이 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서 저승의 관할을 넘어서는 곳에서 일을 진행할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되면 저승과 동해 용왕님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는 단점은 있지만, 시스템은 전 지구적으로 공유가 되는 것이니 여차하면 내가 가진 재능들을 이용해 도망은 칠 수 있을 것이다.

중급이었던 [인간인가 물개인가] 재능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상급까지 승급을 시켜 놓았다.

[가라도스 진화예정 별 세 개 잉어왕 - 심해의 압력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헤엄치는 속도가 평상시의 세 배까지 상승합니다.]

재능 이름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성능은 확실했다.

아무리 깊은 곳에서도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물리법칙을 뛰어넘는 기적의 영역이다.

대체로 상급 재능부터는 마법과도 같은 기능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해는 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말도 안 되는 재능이다.

온갖 합금들로 도배를 한 최신예 잠수함들도 어느 정도 깊이까지만 잠수할 수 있다.

심해의 압력이란 것은 정말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우주에도 진출을 하고 있는 인류도 아직은 심해는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다.

그런데 나는 저 재능 하나로 물리 법칙의 굴레를 벗어버리는 것이다.

무인 탐사선을 타고 거의 반나절을 운행하니, 목적지에 도착을 하였다.

“도착했습니다. 잠수함 해치 열어주세요.”

이미 도착해 있던 잠수함이 부상하며 해치를 열어주었다.

나는 열린 해치의 앞에 서서 잠시 그 안을 바라보다, 이내 마음을 다잡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에기르라고 합니다.”

에기르(Aegir).

아에기르라고도 불리는 항해와 고기잡이를 방해하는 바다의 신.

바다 속의 궁전에서 에일 맥주를 빚고, 연회를 여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시종 중 피마펭이 로키에게 죽임을 당해 원수지간이다.

수염을 풍성하게 기른 그는 옷 밖으로 들어난 팔과 맨발에 물고기의 비늘을 가지고 있었다.

“천운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하하하하. 당연히 천운 회장님을 알고 있죠. 저희 외틴어에서 힐링 물류와 유통 계약까지 맺었습니다.”

“어? 독일에 있는 맥주 제조 회사인 그 외틴어요?”

“네. 제가 거기 대표입니다. 하하하”

배우에 맥주회사 대표까지, 요즘에는 투잡이 대세라고 하는데, 신들도 투잡을 뛰어야만 살아남나 보다.

“조심히 오십시오. 잘못하면 머리를 부딪칠 수가 있습니다.”

앞장서는 에기르를 뒤따라가는데, 경고를 해왔다.

잠수함이다보니 통로가 그리 크지 않아, 잘못하면 천장이나 문틀에 머리를 부딪칠 수가 있다.

“조금 더 큰 잠수함을 빌려드릴 걸 그랬나보네요.”

“하하하하. 그런 뜻이 아닌데, 그렇게 받아드리셨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그는 기분이 좋은지 시종일관 웃으며 이야기를 하였다.

술을 빚는 신답게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 것을 보면, 그저 술에 취해 기분이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다른 신들은 어디 가셨나요?”

잠수함 안에는 에기르만 존재하고 있었다.

“다들 이 좁은 잠수함보다는 그나마 더 넓은 곳에서 있겠다고 로키를 데리고 천운 회장님이 알려주신 그 장소로 내려갔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회장님을 모시고 내려가야 하니, 제가 남은 것이지요.”

“아. 네. 감사합니다.”

“하하하하. 그렇게 감사하시면, 힐링 물류 수수료를 조금 더 인하해주신다면... 하하하하. 아시다시피 저희 아스가르드가 많이 힘듭니다.”

이 상황에서도 영업을 하셔야 하니 많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공사는 구분을 하셔야지, 이분도 토르처럼 조금 무례하신 분인 것 같다.

이게 북유럽 신들의 특징인건지 내가 만나본 신들만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좋게 말하면 호탕하고 나쁘게 말하면 염치가 없다.

후안무치.

그게 이 북유럽 신들에게 느껴지는 기본적인 느낌이었다.

“제가 그룹 회장이어도 독립된 계열사에 지시할 수는 없습니다. 힐링 물류 측에 정식 제안서를 넣어보시죠. 타당하다면 조율해줄 겁니다.”

“하하하하. 제가 주책이었습니다.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시죠. 죄송합니다.”

그래도 빠르게 사과를 하니 많이 미워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잠수함에 마련된 조그마한 방에 있는 의자에 앉아 에기르가 건네주는 맥주를 받아 탁자위에 올려두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몇 분이나 오신건가요?”

“저까지 일곱이 왔습니다.”

“토르님도 오셨나요?”

“토르님은 영화 관련해서 미팅이 급하게 잡혀서 아쉽게도 오지 못하셨습니다. 아스가르드를 위한 일이 우선이니, 그것에 먼저 집중을 해야지요.”

... 영화촬영이 로키를 없애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거냐?

“네... 혹시 오딘님은 오셨나요?”

내 질문에 에기르는 잠시 난감해 하다가 말을 해주었다.

“뭐. 웬만한 시스템 관리자들은 전부 알고 있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딘께서는 실종된 상태입니다. 어디 계신지는 저희 아스가르드 신들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많이 고생하고 있지요. 사라지실 때 법인 통장과 신분을 증명할 것들까지 전부 가지고 가셔서 아스가르드 공용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지요.”

오딘이 사라지며 공동으로 모으던 자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부랴부랴 다른 통장으로 자금을 모았는데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리고 오딘 명의의 사업체들이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데, 아스가르드 신들이 그 사업체들에게 원래 보내던 통장 말고 다른 곳으로 보내라고 요청을 해도 오딘의 명이 없으니, 원래 통장으로 그대로 보내고 있어서 더욱 부족하다고 한다.

워낙에 벌려놓은 것들이 많았기도 하고,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대체적으로 흥청망청 써대는 자들이 많다보니 그렇다고 한다.

다른 것으로는 분쟁이 잘 없었는데, 용돈 카드의 한도액을 제한하자 신들끼리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뻔 했다고 한다.

들을수록 속된 신들인 것 같다.

“그렇군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하하하하. 수고랄 것까지야 있겠습니까? 다행히 사업체를 운영하는 신들은 법인 카드를 사용하고 있어서 큰 문제가 없습니다. 아닌 신들이 용돈을 제한하니까 힘들뿐이지요.”

나만 아니면 된다는 건가?

잠시 아스가르드 신들의 나태함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던 에기르는 잠수함이 목적지에 도착하자 아쉬워하며 말을 멈추었다.

첫인상과 달리 그는 굉장한 달변이었고, 그들의 동료들에 대해서 쌓인 게 많은지 험담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들 간의 연애 이야기.

원래 남의 연예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는 법이다.

“쩝... 아쉽지만, 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해드리는 것으로 하죠.”

“네. 언제 같이 맥주 한 잔을 하면 좋을 것 같군요.”

“하하하하. 좋습니다. 제가 가장 좋은 맥주들로 선별해서 들고 가도록 하지요.”

도착을 한 잠수함이 도킹을 완료하자, 우리는 연결된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내가 만든 이 구조물은 크기만 크게 만든 커다란 방과 같은 공간이다.

안쪽에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는 이것은 미스릴과 합금들을 적절히 섞어 만든 구조물이다.

미스릴이 워낙에 부족하니, 합금 비율은 많이 낮지만 그래도 상당량이 들어간 구조물이다.

에기르를 따라 구조물 안쪽으로 들어가니, 넓은 공간의 중간에 위치한 네모난 감옥 같은 곳에서 광기에 번들거리는 눈빛을 한 남자가 연신 짐승의 소리와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일곱의 신들이 셋과 넷씩 나누어 앉아있었다.

한 무리는 술을, 다른 한 무리는 포커게임을 하고 있었다.

“다들 일어나 보시오! 여기 우리의 영웅 천운 회장이 오셨소!”

과장된 어투의 그 말에 다들 하던 일들을 멈추고 내 쪽을 돌아보았다.

“환영하오! 그런데 주먹은 좀 쓸 줄 아시오? 맨손 격투라도 해보고 싶군!”

나를 보며 전의를 불태우는 그는 토르의 가장 친한 친구인 빛의 신 발더로 보였다.

“그 결투에서 내가 심판을 보면 되겠구먼.”

포커를 치던 신들 중에 한명이 웃으면서 말을 하였다.

말을 하는 그의 오른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헐렁거리는 옷자락만 흔들거리고 있었다.

“반갑소이다. 내가 결투의 신이자 민중의 신인 티르라고 하오.”

내가 누구인지 몰라 그냥 바라만 보고 있자 자신의 소개를 해왔다.

전쟁의 신, 의회와 법률의 신, 결투의 신이자 민중의 신.

“반갑습니다. 저는 천운이라고 합니다. 저기 있는 로키를 소멸시킬 자이지요.”

“하하하하! 호탕해서 아주 마음에 드는군! 어떻소? 일이 끝나면 진짜로 나랑 한판 해보는 건?”

발더로 보이는 자가 크게 웃으며 나에게 계속 결투를 신청하였다.

“그렇게 싸우고 싶으면 내가 운영하는 격투 단체에서 타이틀 걸고 싸우게나. 발더와 천운 회장의 결투라! 이건 세기의 결투가 될 것이네!”

멀쩡한 왼손을 치켜들고 열정적으로 외치고 있는 그를 보면 정상적인 신들이 없는 것 같았다.

그나마 내가 알기로는 이중에서 가장 멀쩡해 보이는 저 외팔이 티르조차도 미친 것처럼 보이니, 아스가르드는 미친 신들의 모임인 것 같았다.

자기가 관장하는 것에 대한 무한한 욕망.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탐욕.

그 과정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한 무관심.

완벽한 신들이었다.

저기 중앙에 붙들려 있는 토르가 결코 이상한 게 아닌 것 같았다.

그저 로키가 담당한 것이 장난과 속임수이기에 문제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가능하면 빨리 처리하고 되돌아가고 싶군요.”

내 말에 그들은 뭔가 아쉬워하며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남자답다고 생각했는데, 샌님이었군. 쯧! 되었소. 나도 관심 없는 자에게는 흥미가 없소! 에기르. 맥주나 좀 주시오!”

화가 난 듯 한 발더가 에기르에게 술을 달라고 한다.

저 미친 신은 중요한 일을 하기 전에 술을 마신다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으니, 잘 끝나고 나면 그때 진탕 마셔 보세나.”

머리를 정 중앙에서 반 가르마를 타고 있었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있는 남성신이 술을 찾는 발더에게 부드럽게 말하며 말리고 있었다.

“반갑소. 내가 이번 로키 소멸 프로젝트 팀의 팀장을 맡게 된 회니르라고 하오.”

회니르.

오딘의 그림자 역할을 하는 신.

오딘의 추종자이자 오딘에게 신뢰를 받는 자이다.

그리고 로키의 친구이기도 한 신이다.

“겁이 많다고 들었는데, 소문과는 많이 다르신 것 같군요. 회니르.”

내 말에 잠시 대답을 못하고 손가락을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에 가져다대며 무언가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는 잠시 뒤에 나에게 말을 했다.

“겁이 많은 건 사실이나, 오딘께서 원하시는 일이니 내가 해야지요.”

“오딘과 연락이 되시는 겁니까?”

내 질문에 다시 이어폰에 집중하던 그가 다시 말을 하였다.

“아니라오. 나도 연락이 안 된지는 꽤 오래 되었다오. 그저 오딘께서 이 일을 원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을 한 것이오.”

“자꾸 누구의 말을 듣고, 말을 하시는 겁니까?”

그 말에 이번에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떨었다.

“어.. 어. 그게 말이오.. 잘 안 들립니다. 더 크게 말해주세요. 미미르.”

당황한 그는 나에게서 몸을 돌린 상태로 조용히 말을 하고 있었다.

통화 상대는 아마 미미르인가 보다.

“아! 미미르가 말해도 된다고 해서 말을 해주겠소! 내가 통화하는 상대는...”

다시 안정을 되찾은 그를 향해 나는 말을 했다.

“미미르겠죠. 알겠습니다. 어서 일이나 진행하시죠.”

그 말에 자신이 할 말을 빼앗긴 회니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하암.. 이제야 다 끝난 것인가? 어서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가세.”

나와 회니르의 말이 조금 길어지자 지루해하던 발더가 기지개를 크게 켜며 말을 했다.

“자. 그럼 천운회장. 로키를 어떻게 소멸 시킬 생각이시오?”

발더가 나에게 도발적인 표정을 하며 말을 하자, 나는 그를 무시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로키가 갇혀있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간이 감옥 앞까지 걸어가 말을 했다.

“이 방에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수많은 장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영력을 개방하면 그 장치들은 정중앙에 있는 로키를 향해 공격을 할 것입니다. 제 영력과 의지, 미스릴이 합쳐진다면 많이 약해진 로키를 소멸시키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요.”

내 자신감 있는 말에 여기에 있는 모든 아스가르드 신들이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어서 보여주시오!”

발더가 흥분된 목소리로 나에게 재촉을 해왔다.

“그런데... 저기 있는 신이 정말 로키라면 그렇게 했겠죠. 안 그렇습니까? 오딘?”

내 말에 감옥 안에 앉아서 연신 웃기만 하고 있던 로키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키히히히히! 어찌 알았나?”

오딘이자 로키는 나에게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워단(Wodan). 원시 게르만어인 워다나즈(wodanaz)의 어근 wod는 광기, 본노라는 뜻이지, 그 wode의 어원이 너에게서 비롯되지 않았나?”

“고작 그걸로 나를 오딘으로 의심한 건가? 키히히히히히”

광기에 가득한 두 눈을 나에게 고정시키며 연신 광기에 찬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오딘은 알고 보면 싸이코패스의 전형이지. 아무런 잘못이 없던 이미르를 찢어죽이고, 자신의 자식인 펜리르 또한 영원히 묶어버리고, 갓난아기였던 헬도 니블헤임으로 던져버린 악신. 바이킹들은 너를 뵐베르크(악행을 저지르는 자)로 부르지 않나?”

“또?”

무언가 기대감에 가득 찬 그를 보며 나는 계속 말을 하였다.

“그게 전부 네 놈의 다른 인격체인 로키의 사악함이지? 그 로키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 너의 한 쪽 눈을 바치는 광기를 보이며 룬 마법을 얻었고, 그걸로 너 스스로를 봉인하였겠지.”

“그럼 내가 봉인된 상태에서 오딘으로 활동한 나는 뭐였지? 아무리 멍청한 놈들이라도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나의 정체를 몰라봤을까? 키히히히!”

“너는 수많은 분신체들이 있잖아. 그래서 신화에 엄청나게 많은 너의 모습들이 구전되어 오는 게 아닌가? 오딘도 너의 분신체일 뿐이겠지. 오히려 너의 본체가 로키고. 아닌가?”

“키히히히히히! 재밌어! 아주 재미있어!! 천재로구나! 천재야! 그래! 내가 본체가 맞다. 그러나 전부를 알지는 못하고 있구나. 오딘은 나에게서 비롯되었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다. 그리고 오딘은 이미 죽었지. 키히히히!”

나는 기분 좋아하며 주절거리는 로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오딘은 어찌 죽었지? 아무리 너의 분신체라도 그는 북유럽 신들의 아버지였다. 신중의 신으로서 가진 힘도 오히려 본체인 너를 압도했지. 그런 그를 어찌 죽일 수 있었나?”

당연한 의문이었다.

온갖 자료 조사와 각종 시나리오를 돌려보며, 가장 사실에 근접한 시나리오는 완성하였다.

로키와 오딘이 결국에는 동일 신이 아닌지 의심한 것이다.

그러나 로키의 말대로라면 오딘도 하나의 인격체였던 것 같다.

“신을 죽일 수 있는 자는 인간뿐이다. 너도 알 텐데? 그리고 내 분신체는 영혼이 없을 뿐이지 인간들이 많지. 그러니 내 영혼을 조금 찢어서 분신체에 넣어주면 완전한 인간이 된다. 키히히히! 그 인간이 반신이 되었을 때! 신을 죽일 수 있지!”

“그 반신이 누구냐?”

“궁금해? 정말 궁금한 거 맞아? 들으면 후회할 건데? 듣고 싶어? 키히히히히히!”

미친 듯이 웃고 있는 그를 향해 나는 말을 했다.

“그렇군. 바로 그였어. 그러나 지금은 그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이다. 그렇지 않습니까? 강림 차사님?”

미스릴로 만든 방안이 온통 검은 기운으로 채워지며 그가 나타났다.

그 기운의 크기에 아스가르드의 신들조차도 숨을 죽이며 벌벌 떨고 있었다.

“그때 말씀 드린 대로 한 번은 용서해 주시지요. 천운님.”

강림 차사님의 내 옆에 조용히 나타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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