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 - 가족들 곁으로.
무림을 정리할 때, [천마 강림]을 통해 2시진(4시간)의 휴가를 얻게 된 강림 차사님이 무림과의 협상이 끝이 나고, 나에게 조용히 말을 했었다.
“천운님. 나중에 지금의 저는 아니지만, 저였던 누군가가 천운님에게 해를 끼친다고 하더라도, 한 번은 용서해 주시지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하하하하. 때가 되면 아시게 될 겁니다. 그를 없앤다면 시스템에 큰 균열이 일어날 것이니, 잘 생각하고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모를 선문답 같은 말이었지만, 로키와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알게 되었다.
아스가르드 시스템의 약화로 인하여 약해졌다고 하더라도, 무려 아스가르드의 주신을 처리할 수 있는 자.
그리고 선문답 같았던 그와의 대화.
로키의 영혼을 나누어 받아 완전한 인간이 된 자이며, 수박을 통달해 무신의 경지에 오른 자이자, 무림을 평정한 천마.
강림 차사.
바로 그였다.
“그를 소멸 시킨다면 아스가르드 시스템의 중추가 무너지게 됩니다. 그는 아스가르드 신들의 시초이자 전부와 같습니다. 아스가르드 신들의 대부분은 그의 분신체들입니다. 우리의 시스템과 달리 그는 홀로 그것을 감당하려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수많은 분신체들로 쪼개진 자입니다. 그리고 본체인 로키는 미쳐버려 이 세계에 종말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들의 몰락을 예언한 게 아니라, 진정으로 세계의 종말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죽여 이 세상의 끝을 보려는 자였다.
“키히히히히!! 오랜만으로구나! 강림. 잘 지냈느냐? 네놈 손에 남은 오딘의 그 퍼덕이던 심장 박동은 잘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광기에 찬 로키의 말에 강림 차사님도 마주 웃어주며 말을 하셨다.
“하하하하! 오딘의 심장은 신들의 아버지라서 그런지 아주 튼튼하더구나! 너의 심장도 꺼내주고 싶지만, 내 손으로 세상의 종말을 고할 수 없으니 오늘은 참는다. 까불지 말거라.”
“키히히히! 원래 네놈은 내 심장을 꺼내고 싶어 살아 왔잖나? 오딘이 네놈을 정상으로 만들고 나니까 너의 복수심이 사라진 건가? 네 손으로 죽여 버린 너의 인간일 적의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나지 않는 게냐?”
로키의 도발은 생각보다 더 저열하고 집요했다.
“그건 네놈이 내 손을 빌려 했을 뿐이다. 내가 한 일도 아닌데 왜 내가 미안해해야 하느냐? 그것 때문에 인간일 적에 수많은 방황을 하며, 엄청난 목숨들을 내 손으로 거두었다. 다행이도 염라대왕님의 대자대비하신 결정으로 인간의 굴레를 벗어던졌으니, 나는 그때의 강림이자 천마가 아니다. 나는 강림 차사일 뿐이다. 그렇게 도발해도 나는 살심이 생기지 않으니 너무 힘 빼지 말거라.”
“키히히히히! 헛소리! 저승사자가 된 것도 염라의 대자대비한 모습에 반한 것이 아니라 염라의 자리에 앉아야 나를 죽일 수 있어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잖나? 모두들 저기 있는 저 강림이를 죽여라!”
로키는 강림차사님의 기운에 압도되어 있는 신들에게 명령을 하였다.
“하! 이런 허약한 놈들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이냐?”
그렇게 말을 하는 강림 차사님이 손을 들어 올리자, 방안에 가득 찬 어둠으로부터 수많은 원혼들이 기어 나와 아스가르드의 신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나에게 죽은 원혼들의 껍데기들이다. 비록 껍데기들일 뿐이지만, 그 힘들은 그대로 가지고 있지. 그 원혼들의 무게를 느껴봐라. 하하하하!!”
강림 차사도 로키 못지않게 광기를 터트리며 아스가르드의 신들을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이게 뭐야! 저리 꺼져라!”
빛의 신인 발더가 온 몸을 하얗게 빛내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힘을 집중하였다.
“사악한 것들은 빛나는 햇빛 아래서 사라진다! 정오의 햇살이 내리 쬐이는 뜨거움을 맛보아라!”
빛으로 타오르는 자신의 검을 힘차게 휘두른 발더는 잠시 후, 그 기세와는 달리 허무하게 허공을 날아 벽에 매달렸다.
매달린 그의 가슴에는 검은 색의 창이 꽂혀 있었고, 그 창을 내던진 검정색으로 물든 애꾸눈의 형상이 그의 눈앞에 보였다.
그의 온몸에서는 너무나 짙은 흑색의 번개들이 주변의 빛을 탐욕스럽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오딘!!”
가슴에 박힌 궁니르의 통증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더 큰 발더는 소리만 내지르고 있었다.
상황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온갖 귀신의 형상들이 강림 차사님이 일으킨 어둠에서 기어 나와 아스가르드의 신들에게 달려들었고,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그것들에 맞서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강림 차사가 불러낸 원혼의 껍데기들의 숫자는 무지막지 하였다.
그리고 하나하나가 모두 상당한 실력을 가진 전사들이었다.
“오딘이 모아온 발할라의 전사들은 내 주술에 물들어 이미 원혼의 껍데기가 된지 오래다. 너희 같은 평화에 찌든 신들 따위가 감당할 수 없지! 불멸의 존재인 신인 것을 원망하고 또 원망해라! 내가 너희를 소멸시킬 수 없는 존재임을 두려워하라! 찢기고 붙고! 물어뜯기고 다시 살아나라! 영원토록!!”
강림 차사님의 광기가 로키를 만나며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인간일 때, 자신의 손으로 일가족을 전부 찢어 죽이게 만든 원수.
그를 찢어죽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완성한 수박을 가지고도 그를 죽일 수 없던 상황.
개인적인 복수심보다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눈앞의 원수를 보고도 참아야만 하는 울분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엄청난 광기는 아스가르드의 신들에게 고스란히 가해지고 있었다.
잠깐 사이에 온 몸이 찢기고, 터지고, 짓뭉개진 신들은 잠시 뒤 영원한 안식을 찾지 못하고,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선 다시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 영원할 것 같은 죽음들에서 고개를 돌려, 나는 로키의 봉인에 대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키히히히히!!! 죽이고 또 죽여라! 모든 카르마를 소멸 시켜서 나를 봉인한 이 저주를 벗어 던지게 만들어라!”
로키의 봉인은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죽음에서 다시 재생 할 때마다 약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로키의 계략인 것 같다.
“차사님! 이제 그만 하십시오! 이러다가 아스가르드의 시스템이 보유한 카르마를 다 소모할 것 같습니다. 로키가 풀려난다고요!”
내 말에 강림 차사님은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채웠던 죽음을 거두어 들이셨다.
“...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했군요. 너무 늦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순식간에 흥분을 가라앉힌 강림 차사님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로키의 봉인을 바라보았다.
“키히히히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았어! 내가 풀려난다면 나는 천운 네놈의 가족들과 지인들을 모두 찢어 죽일 것이다! 그리하여 너의 손에 나의 최후를 맞이할 것이니! 그날이 바로 세계 종말의 날이다! 결국 네 놈은 네 손으로 세계 종말을 고하는 대악귀가 되는 것이다! 키히히히히!!”
나는 로키를 고요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네 놈의 계획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네 놈이 원하는 대로 네놈을 죽여줄 테니 잠시만 기다리거라.”
내가 매직워치를 이용해 구조물을 작동시키자, 구조물이 흔들리며 서서히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우리의 땅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로키를 가둬놓은 미스릴을 뺀 방안의 모든 미스릴들이 합금에서 스스로 벗어나 거대한 벽면으로 모두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서서히 이동하던 미스릴들이 어느새 거대한 형상을 그려내고 있었다.
하얀색의 정장을 입은 중년의 신사.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자랑하는 그 중년의 신사는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네놈이 로키로구나. 고놈 참 지옥에 어울리게 생겼도다.]
염라대왕님이 입을 열어 말을 하자, 겨우 살아난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부들거리다 기절을 하였다.
시스템에서 소모된 카르마 때문에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그들은 신이라고 불리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허약해졌다.
그 광기에 찬 로키조차도 염라대왕님의 목소리를 듣고는 그 특유의 웃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바닥에 짓눌려 있었다.
[천운님. 상황은 전부다 지켜보았소. 이 구조물이 우리 땅에 들어서는 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저 로키를 대신할 존재가 필요한데..]
“대왕이시여. 저의 존재를 전부 다 알고도 저를 받아주신 그 은혜를 갚고자, 제가 그를 대신 하겠나이다. 원래 그의 분신체였으니 제가 가장 적합할 것 같사옵니다.”
강림차사님은 염라대왕님의 형상 앞에 엎드려 죄를 청하고 있었다.
[너는 아니 된다! 네놈이 그리 원해도 네놈은 자격이 안 돼. 한 시스템의 중추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 신화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다. 왜 여호와를 비롯한 유일신앙의 신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인지 생각을 해 보거라! 그 엄청난 카르마가 신 하나의 영혼을 매개체로 하여 움직이는데, 그 힘의 여파를 네놈의 반쪽짜리 영혼으로 감당이 되겠느냐?]
엎드려 있던 강림차사가 다시 한 번 대왕님께 간청을 하였다.
“저기 있는 로키의 영혼을 제가 흡수하겠나이다! 그리하면 충분히 감당이 될 것입니다.”
[허어.. 완전했던 로키가 미쳐버렸는데, 그때보다 더 약해진 영혼들이 합쳐져 봤자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를 대신할 자는 천상의 신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것이야! 내가 월직 차사에게 이 자리를 물려주고 나설 것이니 그만 일어 나거라.]
“아니 되옵니다!! 이제 곧 천상에 오르실 분이 왜 그리 무모한 짓을! 몇 천 년을 고생하시고서는 왜 그런 선택을 하시려고 하십니까!”
[그럼 누가 가능하겠느냐? 아스가르드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 땅의 모든 것들도 다 무너질 것인데, 나는 그것을 보지 못한다.]
“키히히히히히. 그게 너희들 마음대로 될 것 같나?”
바닥에 온몸이 짓눌려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도 로키는 광기의 웃음을 터트리며 웃고 있었다.
[닥쳐라!!]
‘쿠우웅! 끼이이익’
대왕님의 호통 소리에 로키를 가두어놓은 미스릴 감옥이 찌부러지고, 그 안에 든 로키는 짓눌리다 못해, 미스릴 바닥에 살짝 파고 들어갔다.
“커억!! 키...히..히... 너희 놈들은 시스템의 주인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 히히... 하나도 모르는.. 구나.. 키히..히.”
로키가 무언가에 대해서 말을 하려고 하니, 대왕님께서 말을 할 수 있게 압력을 풀어주셨다.
[자세히 말을 해 보거라!]
“시스템에서 인정한 적법한 주인이 되지 않는다면 시스템이 그를 인정할 것 같나? 네놈들이 아무리 하고 싶다고 말을 해도 내가 허락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염라 네놈이 아무리 강인하다고 하더라도 너도 이 시스템을 감당하지 못한다! 어디서 잘난 척이냐!”
그의 말에 다들 입을 꾹 다물었다.
“키히히히히!! 내가 죽으면 그 다음 대신인 토르가 이어받을 것이고, 그도 허약해진 지금의 상태로는 바로 무너질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 신이! 그리고 그 다음 신까지!! 모든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시스템에 짓눌려 죽을 것이다! 그러면 아스가르드의 시스템은 정지를 할 것이고! 그러면 서서히 세상의 모든 시스템이 정지를 하겠지!”
말을 잠시 멈춘 로키는 나를 향해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했다.
“네놈이 선택해라! 이 시스템을 견딜 수 있는 영혼의 소유자는 이 세상에 오로지 너 하나뿐이다! 나에게 적법한 후계자로 인정받아 아스가르드를 안정시킬 테냐? 아니면 네놈의 가족들을 내 손으로 죽이고 난 다음에 나를 죽여 세상의 종말을 열 것이냐?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스템이 정지한다면 이승은 온갖 귀신들과 악귀들이 창궐하고,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된다.”
말을 하느라 입술이 타는지 긴 혀를 이용해 입술을 핥아가며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저승으로 떠나지 못한 귀신들은 다시 죽어버린 자신의 몸으로 되돌아가 움직이고, 그들은 살아 숨을 쉬는 모든 생명들을 먹어 치울 것이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가족들을 자신들의 손으로 먹어치우는 것이지! 키히히히히!!!”
광기에 찬 그 눈이 잠시 맑은 빛을 빛내다, 다시 그 광기에 찬 눈으로 되돌아갔다.
“하아... 네놈은 처음부터 나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냐?”
그 말에 입이 귀에까지 닿을 정도로 크게 미소를 딧던 로키가 갑작스럽게 그 혐오스러운 웃음을 멈추더니, 너무나도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드디어 때가 되었구나. 세상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이 순간을 고대하고 고대했다. 오딘이 눈을 희생해서 얻은 건 룬 마법 하나가 아니었다네. 그 룬 마법은 눈을 희생한 진정한 대가의 부산물 정도일 뿐이지. 보석과도 같이 빛나던 그의 눈을 희생해 이 세상의 종말을 보게 된 것이야.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오딘은 그 자신의 몸까지도 희생을 한 것이지.”
나를 향하던 그 두 눈을 강림차사님에게로 향했다.
“저기 강림이가 아무리 강해도 아스가르드의 주신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오딘은 스스로 죽으며 강림이의 삐뚤어진 영혼과 정신을 고쳐놓고 간 것이야.”
말을 하며 더욱 더 맑아진 두 눈을 빛내며 말을 하는 로키는 한 순간에 다른 존재가 된 것 같았다.
“처음에는 저기 있는 강림이를 이용해 나를 죽이고, 오딘이 혼자서 아스가르드 시스템의 중추가 되려고 하였다네. 점점 더 미쳐가는 나와 일을 진행시키기에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았지. 그래서 오딘 혼자서 감당을 한다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짧아질 테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네. 둘로 나누어진 시스템의 중추가 하나가 되는 방법은 내가 죽는 것 뿐이었으니, 강림이에게 죽으려고 했다네.”
잠시 숨을 고른 로키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나 나의 분신체 중에서 가장 강했던 강림이는 너무나 게을렀다네. 그가 신을 죽일 정도로 강해지고,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그의 손으로 그의 가족들을 찢어 죽였어. 그런데 이 저주받을 운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지.”
목적을 위해 인간과 자신의 분신체마저도 도구처럼 생각하는 그는 어떤 의미로는 진정한 신이었다.
그는 나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이어갔다.
“내 광기는 점점 더 심해지고, 어쩔수 없이 나를 봉인함으로서 아스가르드 시스템의 카르마는 점점 더 바닥나고 있는데, 강림이는 염라대왕의 덕에 감화되어 복수를 포기해 버렸다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어. 그런데, 강림이는 포기한 게 아니라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지.”
자신의 운명의 지독함에 한 숨을 쉰 로키는 계속 말을 이었다.
“나를 죽여 없애기 위해서는 저승의 시왕정도가 되어야 할 만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네. 열심히 일해서 적법하게 시왕의 자리를 노리던 차에 천운이 자네가 나타난 것이네. 짧은 순간에 엄청난 양의 카르마를 지니게 된 자네를 보며 강림이는 욕심이 나게 되었지.”
그런데 그것과 오딘의 희생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오딘이 아니었다면 천운이 자네는 지금 숨을 쉬고 있지 못할 것이네. 진즉에 저기 있는 강림이가 자네의 심장을 베어 물고, 자네의 그 막대한 카르마를 이용해 저승에 반란을 일으켰을 것이네. 강림이는 복수에 미쳐있었지. 오딘은 빛나는 그 눈을 희생하고도 너무나 달라지는 미래에 그 동안 아스가르드가 모아온 대부분의 카르마를 소모해 또 다시 미래를 엿보았다네. 그리고 천운이 자네가 아스가르드의 적법한 계승자가 되는 것만이 최선임을 알게 된 것이지.”
그 말에 강림 차사님은 침음성을 삼키며, 로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은 내가 선택해야만 하는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가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희생하며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자신들의 안위보다도 세상의 유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시스템의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더욱 크게 생각한 로키와 오딘이었다.
짧은 시간동안 제정신을 유지하던 로키의 두 눈에 다시 서서히 광기가 들어차기 시작하였다.
“자! 나와 오딘은 할 만큼 했다! 네놈의 선택을 종용하는 이 순간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희생했다! 이제 오롯이 너만의 선택이 남아있다. 모든 것을 위해 너를 희생할 것이냐? 아니면 너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것이냐?”
이제는 나만의 선택이 남아있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정도로 긴 시간을 로키와 오딘은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들은 세상의 시작과 동시에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광기에 찬 자신의 정신이 잠시 되돌아왔을 때, 그 잠깐의 시간들을 이용해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의 저주받을 운명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의 끝을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해 그와 오딘이 한 희생들을 들으며, 내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희생할 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가 되어, 초라하게 바닥에 앉아 있는 그를 보는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동정심이 생겨났다.
그것은 연민이었다.
“로키. 이 가엾고 가엾은 자여. 세상의 시작과 함께 세상의 종말을 혼자서 짊어지고 걸어온 자여. 내 그대를 동정하노라. 그리고 그대에게 너무나 큰 고마움을 느끼노라. 나의 사랑하는 이들과 이 땅의 모든 것들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준 그대에게 감사한다. 이제는 내가 그대의 적법한 계승자가 되어 이 세상의 종말을 막아내고, 그대의 그 슬프고도 슬픈 운명의 사슬을 끊어, 죽음의 안식을 주겠노라.”
내 말을 듣고 있던 로키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드디어.. 이 저주받을 운명의 마지막의 마지막에 다다랐구나. 오딘이여. 먼저 간 나의 반쪽이여. 고생이 많았다. 이제 우리가 그리도 염원하던 것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로키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아스가르드의 일곱 신들과 강림 차사, 그리고 자신까지 돌아본 로키는 의지를 바로 세우며 말을 하였다.
“여기에 아스가르드의 신 아홉이 모였다. 완전한 수에서 하나가 모자란 아홉만이 완전한 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법! 아스가르드의 적법한 지배자인 나 로키는 천운을 새로운 아스가르드의 적법한 지배자로 인정한다! 그리하여 세상의 끝을! 또 다른 시작으로 연결할 것이다. 세상 만물이여 기뻐하고 또 기뻐하라! 너희는 종말에서 벗어날 것이다!”
로키의 몸에서 밝은 빛이 새어나와 내 몸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기절해 있는 아스가르드의 일곱 신들과 강림 차사님의 몸에서도 밝은 빛이 새어나와 내 몸에 연결되었다.
‘띠링’
[한민족의 시스템과의 연결이 끊어집니다.]
[아스가르드의 시스템이 연결됩니다.]
[아스가르드의 관리자 코드 확인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스가르드의 아버지시여.]
“나도 다 컸는데! 엄마는 자꾸 혼자 밖에 못 나가게 해!”
7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 여자 아이가 머리에는 리본 머리핀을 하고, 벤치에 앉아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주머니몬 빵은 어디서 파는 거야? 원래 편의점에서는 다 팔아야 되는 거 아닌가? 아빠가 또 거짓말 한 거 아냐?”
항상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아빠와 더 자주 있는 아이는 아빠의 거짓말에 매번 속았다.
아이의 아빠가 들었다면, 그저 자신의 딸이 화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놀린 것뿐이라고 변명을 할 것이지만, 아이가 느끼기에 자신의 아빠는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다시 걸어가 볼까? 피카 피카 피카총!!”
어린 아이가 열심히 걸어서 눈에 보이는 모든 편의점을 들어가 보았지만, 가는 곳마다 주머니몬 빵은 없었다.
그러다 지친 아이는 길가의 벤치에 앉아 한 숨을 내 쉴 수밖에 없었다.
“하아... 인생 참 어렵다..”
자신의 아빠가 엄마에게 혼나고 나면 항상 하는 말을 입 밖으로 내 뱉었다.
역시나 아이의 앞에서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벤치에 앉아 멍하니 맑은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길을 잃어 버렸니? 삼촌이 도와줄까?”
옆에서 들리는 그 말에 고개를 돌렸을 때, 아빠가 지나가는 말로 했던 그 백수라는 직업의 사람이 틀림없어 보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배운 대로 말을 한 아이는 뿌듯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분명히 네가 도와달라고 한 거지?”
“어? 아닌데...”
“그러면 뭐라고 했었어?”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봐. 마지막에 ‘도와주세요!’라고 했잖아. 그렇지?”
그 말에 혼란스러워하던 아이는 잠깐 고민해보다 말을 했다
“그러네요. 도와주세요! 저는 주머니몬 빵을 사야 됩니다!”
그 말에 초록색 츄리닝을 입은 남자가 윗옷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이거?”
“어? 맞아요!! 우와!! 감사합니다.”
허리를 숙이고, 두 손을 앞으로 내미는 아이의 손위에 빵이 살포시 얹어졌다.
“저는 떼부씰만 필요하니까. 빵은 삼촌 드세요!”
“고맙다. 그런데 무슨 떼부씰 나왔으면 좋겠니?”
“웅... 아무거나 나와도 다 좋은 애들이니까 좋아요! 그래도 기왕이면 피카총! 우움.. 질퍼기만 아니면 다 좋은데..”
열심히 빵 봉지를 뜯어내고 떼부씰만 가져간 아이는 백수의 질문에 고개는 떼부씰에 고정시켜놓은 상태로 대답을 하였다.
“왜 질퍼기는 싫어?”
“징그러워서요. 아빠가 싼 똥 같아요. 어?”
안타깝게도 아이는 아이의 아빠 똥이 당첨되었다.
“우웅... 그.. 래도.. 괜찮아... 히잉..”
울먹이는 아이를 바라본 백수는 그 귀여운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가온이는 피카총이 좋아?”
“히잉... 응? 제 이름은 어떻게 아세요?”
“당연히 잘 알지. 김가온. 세상의 중심이 되라고 지어준 이름이잖아.”
“어? 진짜 어떻게 아세요? 그거 우리 삼촌이 여행 떠나기 전에 지어주신 이름인데?”
“그래. 삼촌이 아주 멀리 여행을 갔다가 이제 돌아왔어. 우리 가온이가 좋아하는 피카총 잡으러 갔던 거야.”
그 말에 백수의 얼굴을 바라보던 가온이가 말을 했다.
“피카총은 진짜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캐릭터예요! 그런데 진짜 우리 삼촌 맞아요?”
“그럼~ 당연하지. 그리고 우리 가온이가 잘 못 알고 있는 게 있네. 피카총은 진짜 있어.”
“... 진짜요? 진짜 피카총 잡으러 갔다 오신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삼촌이 겨우 겨우 잡아왔어.”
그 말에 아이의 표정은 기대감으로 터질 것 같았다.
“하하하. 자 보여줄게. 우리 가온이가 ‘피카총아 나와라!’하고 불러봐.”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완전히 기대감에 차오른 아이는 크게 외쳤다.
이런 모습 때문에 아이의 아빠는 매번 아이를 놀리나 보다.
“피카총아!! 나와라!!”
두 손을 입에 대고 크게 외쳤다.
그러자 아이의 앞쪽에 번개가 번쩍이며 모여들었다.
그리고 모여들던 그 번개는 마침내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내었다.
생명체 창조.
아스가르드의 적법한 지배자의 권능 중 하나이다.
- 피카! 피카! 총!!
“우와!! 피카총이다!!”
그저 만화 캐릭터인 줄만 알았다.
그리고 삼촌은 실종된 줄만 알았다.
엄마와 아빠가 아무리 자신에게 삼촌이 여행을 갔다고 말을 하더라도, TV에서는 힐링 그룹 회장의 실종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열심히 말을 하고 있었다.
자신은 바보가 아니다.
세상에는 주머니몬들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삼촌은 여행을 간 것이 아니라, 실종된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주머니몬도 실제로 있었고, 삼촌은 그 주머니몬을 잡으러 떠났던 주머니몬 트레이너였다.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하아... 인생 참 모르겠다..”
아이는 아빠의 또 다른 말버릇을 내 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품안에서는 피카총이 반짝이는 두 눈을 빛내며 아이의 얼굴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가자 가온아.”
“삼촌 어디가요?”
품안에 피카총을 껴안고 나에게 질문을 하는 귀여운 조카에게 나는 기나긴 기다린 끝에 겨우 할 수 있게 된 대답을 해주었다.
“가족들 곁으로 가야지.”
-하찮은 재능으로 인생 역전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