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 뻥이야! (30/90)

10. 뻥이야!

“죄송하지만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게일스 상단주, 우리의 제안이 부족하다면 금액을 더 올려주지. 얼마면 되겠는가?”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안은 제 권한 밖의 일입니다.”

게일스의 집무실에는 그를 비롯해서 두 명의 드워프와 대륙최고의 다국적 상단인 제너럴 상단의 상단주, 길버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길버트는 거대상단의 상단주이기도 하지만 막대한 금력을 바탕으로 발렌시아 제국의 후작이라는 작위까지 갖고 있는 자였다.

때문에 길버트의 제안을 거절하는 게일스의 태도는 극히 조심스러웠다.

“그 말은 게일스 상단의 진정한 주인이 따로 있다는 소리인가?”

“게일스 상단의 소유주는 분명 제가 맞습니다. 하지만 후작님께서 원하시는 상품들은 제가 생산하는 것들이 아닙니다. 저도 판매대행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게 사실인가?”

“이 마당에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대륙 최고의 상단답게 길버트의 제안은 게일스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소주와 라이터의 대량생산을 위한 모든 설비자금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겠다고 했다.

대신 타라한 왕국을 제외한 대륙 각국에 대한 판매권을 제너럴 상단에게 달라고 했다. 물론 판매이익에 따른 로열티는 충분히 지불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게일스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상황을 파악한 길버트는 급히 수정 제안을 했다.

“상황이 그렇다면 게일스 상단에 물건을 공급하는 이에게 내 제안을 전달해 주겠는가? 대신 게일스 상단에는 5%의 로열티를 지급하겠네.”

“후작님의 제안을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부탁하지.”

길버트와 게일스의 대화가 끝나자 그때까지 지켜만 보고 있던 두 명의 드워프가 나섰다.

길버트가 굳이 이곳까지 드워프들을 동행했던 이유는 얘기가 잘 풀려 생산시설 확장을 하게 될 경우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생산시설이나 생산과정을 자연스럽게 지켜보게 해서 이들이 소주와 라이터의 핵심기술을 습득하게 할 생각이었다.

“게일스 상단주, 한 가지만 물어보겠소?”

“뭡니까?”

“소주나 라이터를 제작하는 이가 인간이요, 드워프요?”

“저도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드워프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인간이 이런 뛰어난 물건을 제작할 리가 없지.”

“그러면 그들이 어느 부족인지 알려주면 안 되겠소?”

“그건 저도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도 제 입장에서 임의로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흥! 그게 무슨 비밀이라고 안 가르쳐 준다는 것이요?”

“혹시 다른 상단이 그러는 것처럼 우리 일족을 노예처럼 혹사시키고 있는 것 아니요?”

“죄송합니다. 저는 드워프들과 관련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전무합니다.”

마법사가 새로운 마법을 익히기 위해 밥 굶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드워프들은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만 있다면 무슨 짓도 마다하지 않은 족속이었다.

길버트는 흥분해서 발끈하는 두 명의 드워프를 말 한마디로 잠재우고는 게일스의 집무실을 나왔다.

드워프들은 밖으로 나와서도 연신 투덜거렸다.

“후작님, 가신 일은 잘 풀리셨습니까?”

“예상대로다. 일단 지부로 돌아가자.”

“모시겠습니다.”

길버트를 발견하고 달려온 이는 제너럴 상단의 타라한 왕국 지부장이었다.

그는 길버트를 수행해서 마차 안으로 들어갔고, 마차는 이내 출발했다.

두 명의 드워프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마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지부장, 알아보라고 한 것은 어떻게 됐어?”

“상단 내 정보부의 협조로 알아낸 바에 의하면 가장 유력한 인물은 테릭 군나르라는 자입니다.”

“그자를 유력인물로 보는 이유는?”

“그자가 참석했던 아카데미 졸업파티에서 소주가 처음 나왔고, 그자 스스로 자신 영지에서 만든 술이라고 했답니다.”

“그래?”

“그것만이 아닙니다. 졸업파티 이후 몇몇 귀족가가 그에게서 소주를 구입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게일스 상단은 그 당시 수송을 대행했습니다.”

“그자도 게일스 상단처럼 단순히 판매대행의 역할만 한 것이 아닐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왜지?”

“게일스 상단의 수송마차가 그자의 저택을 자주 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게일스 상단이 얼마 전에 고급주택을 구입했는데, 그 주택의 소유자가 테릭 군나르로 밝혀졌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봤을 때, 소주와 라이터를 게일스 상단에 제공한 이는 테릭이 거의 확실한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를 듣던 길버트는 이제 테릭에 대해서 질문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수상하군. 그자에 대해 알아낸 정보는 없는가?”

“그자는 자이스빌이라는 소규모 영지의 후계자이며, 그의 아버지는 아말 군나르 자작입니다.”

“지금 그는 어디 있지?”

“타라한 왕국과 하이폰 왕국의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는 북동부 국경지대에 가 있습니다.”

“국경지대에 가있다고?”

“그렇습니다. 올해 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는 다른 졸업생들과 함께 북동부 전선에 자원을 했습니다.”

“재미있군. 정보부의 협조를 받아 최우선적으로 자이스빌 영지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특히 영지 내나 인근에 드워프들의 거주지가 있는지 세세하게 살피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자의 아버지인 아말 군나르 자작을 회유할 수 있는지도 알아보라고 해.”

지시를 내린 길버트는 이제는 쉬고 싶다는 표정으로 마차 내부에 설치된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으로는 소주와 라이터를 차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계략들이 꾸며지고 있었다.

‘분명 자이스빌 영지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 거야.’

대륙 최고의 상단인 제너럴 상단에서 생산하고 유통하는 품목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그런 품목 중 상당수는 다른 상단을 짓밟고 빼앗아서 독점 생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대부분의 상단들이 자신들의 핵심 품목을 순순히 넘겨주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대륙 최고의 재력과 유통망을 갖고 있고, 발렌시아 제국의 힘까지 끌어다 쓸 수 있는 그가 노려서 빼앗지 못한 것은 아직 없었다.

‘라이터와 소주의 생산기술만 얻어내면!’

지금은 생산기술이 없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술을 얻어야 했다.

하지만 기술만 확보하면 그때는 상대가 누구든 철저히 짓밟고 무너트리면 되었다.

나아가 그게 끝나면 소주와 라이터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제너럴 상단의 독점품목이 되어서 길버트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어줄 게 틀림없었다.

* * *

볼턴 강을 넘은 친위원정대는 밤이 되자 이름 모를 작은 마을에서 야영을 하고 있었다.

테릭은 차원아공간을 열어 남아있는 스크롤과 포션을 확인하다가 망원경을 발견했다.

“아! 맞다. 이걸 활용하면 정찰에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때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지휘관들에게 망원경을 공급해줘야 할 것 같았다.

망원경을 살피던 테릭은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툼 레이더를 꺼냈다.

그란티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한 물건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전쟁 때문에 거의 잊고 있던 툼 레이더였다.

‘한번 작동이나 시켜볼까?’

딱히 뭐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 툼 레이더를 작동시킨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단순한 호기심의 발로였다.

그런데 마나를 머금은 툼 레이더의 표면에 빨간색 점이 나타났다.

“엥! 뭐지?”

=전방 1.5km에 고대의 유적이 있습니다.

“헉!”

공교롭게도 거리가 워낙 가까워서 바로 내비게이션 기능이 작동되었다.

테릭은 고대의 유적이 인근에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설마?’

워낙 의외의 결과였지만 아스리온이라고 해서 고대의 유적이 없으라는 법은 없었다.

테릭은 1.5km라면 금방 다녀올 수 있다는 생각에 막사를 빠져나왔다.

당장 발굴은 못하겠지만 일단 좌표만 등록하고, 나중에 시간을 내서 다시 올 생각이었다.

“테릭, 어디 가?”

“답답해서 바람 좀 쐬려고.”

“그래, 같이 갈까?”

“밤바람이 찬데 그냥 들어가 있어.”

“싫어, 나도 갈래.”

“금방 올 거야.”

“그러니까 같이 가.”

테릭이 막사를 나선 직후 아리아가 바람같이 나타났다.

깜짝 놀란 테릭은 툼 레이더를 품 안에 재빨리 담고는 대충 둘러댔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리아는 바람을 쐬겠다는 테릭의 말에 눈치 없이 따라나서겠다고 했다.

“후작님이 걱정하시지 않을까?”

“내 걱정 말고 같이 다녀오게.”

“헉! 나오셨습니까?”

“아빠.”

어떻게든 아리아를 떼어내려고 했던 테릭은 몽겔니오스 후작을 들먹였다.

그러나 어느 틈에 다가온 후작은 아예 아리아의 등을 떠밀고 있었다.

“후작님, 그래도 여기는 적진인데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자네가 있는데 적진이면 무슨 상관인가? 대륙 어디에 있다고 해도 자네 옆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할 것 같은데.”

“큭큭~ 가자, 테릭.”

후작의 지원까지 등에 업은 아리아는 아예 테릭의 팔짱을 끼고는 앞장서기 시작했다.

테릭은 아리아의 걸음에 이끌려 어두컴컴한 곳으로 들어갔다. 아직 잠을 자지 않고 있던 병사들은 둘을 발견하고는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묘한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주군, 안 주무십니까?”

“아돌프, 아직 안 잤는가?”

“저도 잠이 안 와서 나왔습니다.”

몽겔니오스 후작은 어둠에 묻혀 이제는 형체만 보이는 테릭과 아리아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그때 그의 상념을 깨며 다가온 이는 아돌프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구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면 안 되는데, 테릭 군 옆에 있는 아리아를 보니 자꾸 흐뭇한 생각이 든다네.”

“제가 보기에도 두 분은 참으로 잘 어울려 보입니다.”

“고맙네, 아돌프.”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의 조언이 아니었으면 나는 테릭 군에게 큰 실수를 했을 것이야.”

아마도 졸업파티 때의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시에는 누가 보기에도 테릭은 아리아에게 걸맞은 파트너가 아니었다.

때문에 속상한 몽겔니오스 후작은 테릭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었는데, 그것을 제지하고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인재라고 조언해준 이가 아돌프였다.

후작과 아돌프가 아련한 과거의 추억에 젖어 있을 때 테릭은 툼 레이더를 꺼냈다.

‘고대의 유적을 정확히 찾으려면 별수 없어!’

“테릭, 그게 뭐야?”

“툼 레이더라고 놀이도구야.”

“이게 놀이도구라고?”

“응, 반짝이는 불빛을 한가운데에 집어넣으면 돼.”

툼 레이더의 기능을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기에 그냥 생각나는 대로 둘러댔다.

아리아는 놀이도구라는 말에 유난히 관심을 보였다.

“불빛을 한가운데에 집어넣으면 어떻게 되는데?”

“응… 그게… 그러니까… 아! 그런 상태에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데.”

“정말?”

“그렇다니까.”

엉겁결에 내뱉은 변명치고는 제법 그럴싸했다.

아라아는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말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측 11시 방향으로 500미터입니다.

“테릭, 이쪽이 아닐까?”

“아냐, 여기가 맞을 거야.”

놀이하듯 내비게이션의 안내대로 움직인 테릭은 야영지 인근에 있던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은 밤이기도 하지만 적국의 병사가 인근에 주둔해서 그런지 하나같이 불을 끄고 있었다.

“다들 자나?”

“우리가 인근에 주둔을 해서 겁을 먹었겠지.”

“하긴 그렇겠구나. 그런데 어디까지 가야 하지?”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잠시 후 빨간색 점은 정확히 한가운데에 위치했다.

그곳은 작은 우물 앞이었고, 그 옆에는 버려진 지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신전이 있었다.

테릭은 소원을 빌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절차라면서 좌표측정기를 꺼내 좌표를 측정했다.

* * *

테릭이 고대유적의 좌표를 저장하고 있을 때, 왕궁에서는 아인리히 공작이 하이폰 왕국의 버럭 공작과 통신을 하고 있었다.

-아인리히 공작,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이오?

“버럭 공작, 흥분하지 마시오.”

-내가 흥분 안 하게 생겼소? 지금 당장 본국의 영토를 침범한 귀국의 병사들을 전부 철수시키시오.

“그게 문제가 생겼소. 그들은 나와 무관하게 국왕으로부터 왕명을 받은 친위원정대요.”

-뭐요!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것이요? 공작은 십 수 년째 지속되어 온 양국의 혈맹관계를 깰 생각이오?

십 수 년째 국지전을 계속해온 하이폰 왕국과 타라한 왕국이 혈맹이라니, 지나가는 개도 웃을 소리였다.

그러나 버럭 공작과 아인리히 공작은 양 국민의 정서와는 무관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이 둘은 상대의 존재를 적절히 이용해서 최대의 정치, 경제적인 이익을 획득하고 있었다.

“내가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소. 공작은 안 믿을지 모르지만 이번 일은 몽겔니오스 후작이 국왕과 비밀리에 모의하여 꾸민 일이오.”

“아무튼 무조건 병력을 철수시키시오. 아울러 행방불명된 리건 백작의 신상을 공개하시오.”

“리건 백작이라면 귀국이 자랑하는 소드마스터가 아니요? 그런데 리건 백작이 행방불명되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요?”

-아인리히 공작, 리건 백작의 일은 시치미를 뗀다고 될 일이 아니요.

“시치미가 아니라 리건 백작의 일은 나도 공작에게 처음 듣는 얘기요.”

현재 하이폰 왕국은 리건 백작의 행방이 묘연해서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소드마스터의 보유 숫자는 일국의 무력을 상징하는 척도였다.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아인리히 공작은 오히려 버럭 공작에게 반문했다.

‘리건 백작을 제압할 정도라면 모리타 백작이 움직인 것이 확실하군.’

모리타 백작은 중도파 귀족이 보유한 유일한 소드마스터로, 타라한 왕국 제일의 강자였다.

좌우파에 비해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세력이 약한 중도파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몽겔니오스 후작과 모리타 백작이 버티고 있어서였다.

아울러 하이폰의 소드마스터인 리건 백작을 제압할 정도라면 이번 친위원정대를 이끌고 있는 중도파 귀족은 모리타 백작이 확실했다.

“좋소. 리건 백작의 얘기는 믿겠소. 하지만 리건 백작의 안전에 무슨 일이 있다면 그때는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요.”

“버럭 공작, 미안하지만 리건 백작의 행방이 묘연하다면 이번 친위원정대에 모리타 백작이 가담한 것이 확실한 것 같소.”

-뭐요! 귀국 제일의 강자라는 모리타 백작을 말하는 것이요?

“그렇소. 그가 아니라면 그 누가 리건 백작을 제압할 수 있겠소?”

-이런……!

모리타 백작의 위명은 버럭 공작도 익히 들은 상태였고, 모리타 백작이 직접 나섰다면 아인리히 공작의 말대로 국왕의 친위원정대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울러 그가 참전했다면 리건 백작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상황을 짐작한 버럭 공작이 무거운 침묵에 빠지자 아인리히 공작이 먼저 얘기를 꺼냈다.

“버럭 공작, 내가 한 가지 약속을 하겠소.”

-뭘 약속한다는 것이요?

“난 친위원정대가 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볼턴 강의 다리를 전부 끊어 고립시킬 생각이오. 그러니 공작은 귀국을 침략한 자들을 마음대로 처리하시오.”

-아인리히 공작, 정말 이러기요?

볼턴 강의 다리를 끊는다는 것은 양국의 국경선을 볼턴 강으로 고착시키겠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그러기에 버럭 공작은 통신용 수정구가 깨져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아인리히 공작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버럭 공작, 이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있소? 그리고 중도파는 추가 병력을 파병하겠다고 아우성이요.”

-귀국의 중도파가 무슨 힘이 있다고 추가 파병을 주장한다는 것이요?

“나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소. 하지만 그런 그들이 하이폰의 3만 5천 병력을 무너트리지 않았소?”

-끙.

“지금 나는 나의 모든 정치력을 발휘해서 중도파의 추가 파병계획을 저지하면서 북동부 수비군으로 대체하겠다고 버티고 있소. 이런 상황에서 북동부 수비군의 진격을 중지시키고 친위원정대를 고립시키는 일만으로도 보통 벅찬 것이 아니요.”

버럭 공작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어찌되었든 전투에서 패하고 쫓겨난 것은 하이폰 군이었다.

그리고 침공해온 병사들이 아인리히 공작과 무관하다면 더 큰 피해를 당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그의 협조를 받는 것이 현명했다.

막말로 중도파의 추가 지원군이 당도하거나 북동부 수비군이 모리타 백작과 합류라도 한다면 하이폰으로서는 더 많은 피해를 입고 영토를 추가로 잃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책임은 군권을 쥐고 있는 자신이 져야 했고, 최악의 경우 이번 일로 실권을 할 수도 있었다.

-좋소. 북동부 수비군을 비롯해서 귀국의 지원군이 오지 않는다는 공작의 말을 믿겠소.

“장담하건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요! 그보다는 나를 무시한 몽겔니오스 후작과 모리타 백작, 그리고 그의 병사들을 단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여주시오.”

-그건 공작의 부탁이 아니래도 반드시 그렇게 할 생각이오.”

두 공작의 대화는 이제 친위원정대를 몰살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얼마 후 통신이 종료되자 아인리히 공작은 사무실이 떠나갈 듯 큰 웃음을 터트렸다.

시작이야 어찌되었든 이번 일을 계기로 눈엣가시 같던 몽겔니오스 후작과 모리타 백작을 제거할 수 있었다.

나아가 중심을 잃고 세력까지 약화된 중도파의 잔존세력은 필요에 따라서 제거하거나 끌어들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볼턴 강까지 확장된 영토는 두어 개의 영지를 추가로 만든 후, 자파의 귀족들에게 팔아먹을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아인리히 공작으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일석삼조의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부수석.”

“네, 공작 각하.”

“북동부 수비군에 긴급히 연락을 하시오.”

“제럴드 백작을 찾으면 되겠습니까?”

“아니, 그보다는 레릭이라는 젊은 마법사와 얘기를 하고 싶군.”

“알겠습니다.”

공작의 명령을 받은 부수석 마법사는 급히 레릭과 통신을 시도했다.

브룩클린 성에 도착한 레릭은 때마침 통신을 준비하다가 부수석 마법사의 통신을 수신하게 되었다.

아인리히 공작은 레릭과 연결되었다는 말에 급히 통신수정구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 * *

아인리히 공작과 많은 대화를 나눈 레릭은 곧장 제럴드와 스탠리를 찾아갔다.

둘은 브룩클린 성의 회의실에서 지휘관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스탠리 뒤에는 비밀의 소드마스터인 톰슨이 호위를 서고 있었다.

“레릭, 무슨 일이야?”

“사령관님께 긴히 드릴 말이 있어서.”

“내게 할 말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보안을 요하는 사항입니다.”

“알았네. 회의는 여기서 마치지.”

지휘관들이 나가자 레릭은 아인리히 공작과 수립한 음모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의 얘기가 계속되면서 스탠리와 제럴드 백작의 안색은 시시각각 변했다.

“어쩐지! 모리타 백작이 참전했다니 놀랍군.”

“이것들이 왜 그렇게 까부나 싶었더니, 모리타 백작을 믿고 설쳤던 거였구먼.”

“그래서 하이폰 왕국에서는 몽블랑 백작을 비롯해서 4명의 소드마스터를 일제히 투입한다고 합니다.”

“오! 몽블랑 백작과 4명의 소드마스터라면 모리타 백작의 운도 다했군.”

모리타 백작이 강하다 하나 몽블랑 백작 역시도 강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이폰 왕국의 추가로 4명의 소드마스터를 투입한 이상, 이미 승패는 결정 났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 친위원정대가 북동부 수비군에서 징발된 6천명밖에 안 되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일까?”

“그건 연막작전이네. 분명 모리타 백작의 출병을 속이기 위해 그런 거짓말을 했을 거야.”

“저도 제럴드 백작님과 생각이 같습니다.”

브룩클린 성에는 부상병과 그들을 호위하면서 성을 지켰던 친위원정대의 병력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친위원정대의 대장과 규모를 묻는 제럴드 백작의 질문에 있는 그대로 대답한 상태였다.

“그러겠지? 나도 테릭이 대장이고, 리건 백작을 죽였다고 할 때부터 뻥이란 것을 눈치 챘어.”

“리건 백작은 분명 모리타 백작이 처리했을 거야. 그리고 모리타 백작이 있는데 테릭이 대장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사실 스탠리는 테릭이 대장이라는 말에 헛소리라고 무시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모리타 백작의 참전소식을 들은 이상 묘한 안도감이 생겼다.

“그리고 톰슨을 백작님의 전령으로 위장시켜서 친위원정대에 투입해야 합니다.”

“톰슨을 왜?”

“공작님은 이 기회에 몽겔니오스 후작과 모리타 백작의 확실한 죽음을 원해. 아울러 테릭의 처리도 맡길 수 있지.”

“아!”

톰슨은 소드마스터 중급에 달하는 실력자로, 소드마스터 초급인 제럴드 백작보다 강했다.

더구나 그는 실력과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기에 전령으로 위장한다면 모리타 백작과 몽겔니오스 후작을 충분히 속일 수 있었다.

아인리히 공작은 만약 두 사람이 운 좋게 살아난다면 톰슨으로 하여금 이들을 죽이게 할 생각이었다.

“또 하이폰 군의 원활한 집결을 위해서 친위원정대를 묶어놔야 해.”

“그게 무슨 말이야?”

“저들이 우리를 기다리기 위해 잠시 주춤하는 사이 하이폰 군이 일제히 들이닥칠 거야. 아마 조만간에 부수석 마법사가 몽겔니오스 후작에게 그 소식을 통신으로 전할 거야.”

“오! 완벽한데.”

“확실하군.”

“시간이 없습니다. 톰슨을 빨리 보내고 우리는 최대한 빨리 다리를 끊어야 합니다.”

“알았네.”

이미 밤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병사들을 동원했다.

그 사이 모든 내용을 숙지한 톰슨은 몇 명의 병사들과 함께 전령으로 위장해서 출발했다.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는 그 시각, 빠하르간지의 레어에 금발 사내가 나타났다.

“빠하르간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가 없구나!”

지금 나타난 사내는 골드 드래곤 카이젤스키였다.

그는 빠하르간지의 차원이동기를 뛰어넘는 우수한 차원이동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차원이동에 필요한 막대한 마나를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가 선택한 해답은 빠하르간지가 만든 차원이동기를 분해해서 드래곤하트를 추출할 생각이었다.

“정령계에서 얻은 카오스의 눈물만 성공했다면……!”

원래 카이젤스키가 생각했던 방법은 정령계에 존재하는 카오스의 눈물을 마나의 원천으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나 카오스의 눈물은 정령계를 벗어난 순간 마나의 표출이 불가능했다.

‘분명 이 근처에 있었던 것 같은데.’

빠하르간지가 만든 차원이동기는 구슬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레어 구석구석을 살펴봐도 차원이동기는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 갔지?’

빠하르간지가 소멸된 지 벌써 수십 년이었다.

그동안 자존심 때문에 찾지 않고 방치한 것이 문제였다.

“젠장, 누가 가져갔지?”

빠하르간지의 차원이동기에 관심을 보인 드래곤은 몇이 더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차원이동기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었다.

‘혹시 드래곤하트만 탐내는 놈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차원이동기에 들어간 드래곤하트를 추출해내면 그걸 이용해서 여러 가지 마법 아티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차원이동기를 찾겠다고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드래곤을 만나고 다닐 순 없었다. 그리고 그게 알려지면 나중에 차원이동기를 만들어도 빠하르간지의 차원이동기라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망할! 이렇게 된 것, 기어이 만들고 만다.’

오기와 깡이라면 그 어떤 드래곤에게도 뒤지지 않은 카이젤스키였다.

그는 아예 이곳에 눌러 살기라도 할 생각인지 서재에 있던 빠하르간지의 연구 자료를 몽땅 거실로 가져왔다.

그리고 테릭이 그랬던 것처럼 소파에 드러누워서는 연구 서적을 한 장씩 세세히 읽기 시작했다.

* * *

전날 야영을 했던 원정대는 다음날 오후 포겔 성에 당도했다.

포겔의 영주는 성문을 단단히 틀어 잠근 채 원정대의 공격에 맞서 농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장님, 적들이 성에서 나오지 않을 생각인 것 같은데요.”

“대장님, 바로 공격하는 게 어떨까요?”

“그러지 말고, 제가 성문을 깨고 나면 돌격하십시오.”

“저희들이야 좋죠.”

“알겠습니다.”

이전에 브룩클린 성을 공격할 때도 테릭이 성문을 먼저 깨고 나서 일제히 진격하는 작전이 주효했다.

성문을 깨기 위해 테릭이 혼자 앞으로 나아가는 사이, 포겔 성의 영주인 슈미트 백작은 휘하의 기사들과 논의를 하고 있었다.

“백작님, 적의 병력은 겨우 5천에 불과합니다.”

“아무래도 저들은 적의 선봉부대인 것 같습니다.”

“저 정도라면 그냥 나가서 밀어버리는 게 어떻겠나?”

포겔 성에 주둔중인 하이폰의 병사들은 약 9천에 달했고, 그 중에는 잘 훈련된 중장기병도 2천 명이나 있었다.

중장기병 2천은 어지간한 영지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막강한 전력이었다.

“저도 백작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적의 예봉을 꺾는다면 아군의 사기가 크게 올라갈 것입니다.”

“좋다! 성문을 열고 저들을 요격한다.”

“충-”

갑작스런 공격 명령에 포겔 성이 부산해졌다.

한편, 포겔 성으로 다가가던 테릭은 올라가 있던 도개교가 내려오면서 성문이 열리는 광경을 봤다.

“부대! 전열을 정비하고 돌격하라.”

“적은 겨우 보병 5천에 불과하다.”

“우리의 말발굽 소리만 듣고도 적들은 오줌을 지릴 것이다.”

“우리는 하이폰 최고의 정예 기병이다!”

열려진 성문으로 가장 먼저 튀어나온 것은 2천이나 되는 기병들이었다.

기병을 발견한 테릭은 스킬을 펼치기 위해 검을 뽑아들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주춤거렸다.

‘아냐. 여기서 스킬을 펼치면 저것들이 겁을 먹고 성문을 다시 닫을 거야.’

사이오닉 스톰 몇 방이면 기병을 전멸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미처 나오지 못한 다른 병력들이 사이오닉 스톰의 위력에 놀라 다시 성문을 닫을 것 같았다.

그럴 바에는 적이 완전하게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마법스크롤이 있는 이상, 2천의 기병은 본대에 맡겨도 무방할 것 같았다.

‘일단 옆으로 물러나자.’

테릭은 적병을 끌어들이기 위해 옆으로 피했다.

그 사이 달려 나온 기병들은 본대를 목표로 진격했다.

‘옳지. 이제 나오는구나.’

두 개의 성문으로 기병들이 쏟아지고 나서 본격적으로 보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성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진형을 구축했다.

“예쁜 놈들, 알아서 죽을 자리를 만드는구나.”

테릭은 적 보병의 진형이 어느 정도 구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스킬을 퍼부었다.

그가 스킬을 펼칠 때쯤 본대에서도 스크롤을 사용하는지 요란한 폭발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파치치치칙~~~

“크아악~”

“커헉!”

테릭은 이번에도 괴력을 펼친 후 사이오닉 스톰을 펼쳤다.

완벽하게 뇌전의 범위에 들어간 적군들은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헉! 저게 뭐냐?”

“무슨 대규모 마… 마법 같습니다.”

“마법사들이 어디 있다고?”

“글쎄, 그게 저도… 혹시 저기 붉은 망토를 걸친 자가 마법사 아닐까요?”

“기사복장의 마법사라고? 게다가 혼자서? 말도 안 돼!”

성벽 위에서 전황을 주시하던 슈미츠 백작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의 병사가 사라지자 기겁했다.

그가 어쩔 줄 몰라 허둥지둥하고 있을 때 본대를 공격하던 기병들도 폭발과 동시에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기병들이 왜 그러는 것이냐?”

“그게 아무래도 마법공격 같습니다.”

“누가 마법을 펼친다는 것이냐? 설마 저 많은 병사들이 전부 마법사는 아니겠지?”

“설마요?”

슈미츠 백작은 당황해서 괜히 부관만 닦달했지만 영문을 모르는 것은 부관도 마찬가지였다.

“적병을 주살하라.”

“대장님을 구원하라.”

약 190장의 스크롤이 사라졌을 때 2천의 기병도 쓰러졌다.

적의 기병을 완벽히 제거한 원정대는 테릭을 돕기 위해 맹렬히 달려왔다.

그 사이 사이오닉 스톰을 전부 소모한 테릭은 다른 스킬을 펼치며 성안으로 진입했다.

“백작님, 피해야 합니다.”

“아!”

“시간이 없습니다. 적의 소드마스터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아까는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게… 아무튼 지금은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전의 폭발을 감안한다면 그랜드마스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그랜드마스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거야 그렇지만… 그게 아니라면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슈미츠 백작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꿈인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천의 병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죽어갔고, 2천이나 되는 기병들은 보병들을 상대하다가 의문의 폭발에 휘말려 쓰러졌다.

그가 부관에게 끌려가다시피 해서 성벽을 내려가고 있을 때, 어느 틈에 테릭이 나타났다.

“헉!”

“저자가 언제?”

깜짝 놀란 슈미츠 백작이 항복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두 손을 번쩍 올린 순간, 요란한 폭발이 그와 부관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이는 테릭도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한 일이었기에 어찌 해볼 방도가 없었다.

결국 일대를 호령했던 슈미츠 백작은 허무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아! 백작님이 죽었다.”

“항복하자.”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잠시 후 포겔 성에서는 항복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고 살아남은 하이폰 군은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

“대장님, 축하드립니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테릭 군, 대승을 축하하네.”

“후작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손쉽게 포겔 성을 점령한 원정대는 투항한 하이폰 군의 무장해제에 들어갔다.

한편, 마법스크롤의 재고를 파악하던 테릭은 겨우 십여 장밖에 안 남았다는 보고에 그란티아행을 결심했다.

“후작님, 일전에 말씀드린 대로 드래곤의 레어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테릭 군, 4일 후 아침까진 돌아올 수 있겠는가?”

“레어 근처까지는 텔레포트 스크롤로 이동할 수 있으니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걱정 말라고 큰소리는 쳤지만 그란티아에서 마법스크롤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일단 돈을 벌어야 했다.

테릭은 이 문제를 올드랜드에 있는 후크 선장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명색이 S급 던전을 4일 안에 클리어 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아무래도 레이나에게 도움을 청해야겠어.’

혼자서는 무리일지 모르지만 레이나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찌어찌 될지도 몰랐다.

테릭이 고민에 잠긴 사이 후작이 주변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갖다온 김에 그때 말한 드래곤의 마법서를 가져다 줄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알았네. 그동안 우리는 북동부 수비군의 합류를 기다리겠네.”

오늘 오전, 부수석 마법사는 왕명이라며 4일 후 오전에 북동부 수비군이 원정대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몽겔니오스 후작을 비롯해서 원정대의 지휘관들은 북동부 수비군의 합류가 탐탁지 않았다.

그들은 북동부 수비군이 뒤늦게 원정대에 합류하는 까닭은 전공을 탐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왕명으로 내려온 것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후작을 비롯한 지휘관들은 왕명이 거짓이며, 이게 자신들을 전멸시키기 위한 음모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잘 갔다 오게.”

“테릭, 조심해.”

“걱정 마, 아리아.”

후작과 아리아, 그리고 지휘관들과 작별 인사를 한 테릭은 곧장 수도의 저택으로 텔레포트했다. 그리고는 바로 그란티아에 접속했다.

그가 그란티아에 접속한 순간 레이나가 귓속말을 해왔다.

->테릭, 어디야?

->레이나, 잘 있었어?

->테릭, 나 좀 구해줘.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지금 잡혀 있어.

->뭐! 어딘데?

<4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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