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권-1. 빠하르간지의 친구라고? (51/90)

6권

1. 빠하르간지의 친구라고?

“통신기를 추가로 구매할 수는 없을까요?”

“어마! 더 필요하세요?”

“제가 사정상 4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4대가 서로 통신이 가능해야 하고요.”

“4대나요?”

“더 많아도 좋고요.”

통신기는 본인 외에도 수도의 아버지와 왕궁의 모리타 백작, 그리고 카일록 성의 제나스 백작까지 해서 최소한 4대가 필요했다.

물론 더 많으면 사단장들에게도 지급할 수 있어서 좋았다.

“미안해서 어쩌죠?”

“왜요?”

“지금 당장은 이것 2대밖에 없는데.”

“다시 만들 수는 없나요?”

“그렇기는 하지만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서…….”

“저희도 레벨도 올리고 퀘스트도 해결해야 해서.”

어떻게든 테릭과 친해지고 그가 무슨 속셈으로 그란티아에 왔는지 알아야 하는 카트리나와 아르실리안이었다.

때문에 둘은 지금의 기회를 이용해서 테릭과 붙어 다닐 생각에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테릭은 아쉬운 표정으로 사정을 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경험치 문제라면 제가 어느 정도 해결할 방법은 있는데요.”

“어마! 어떻게요?”

“제게 대륙 던전 지도와 경험치 3배를 주는 아이템이 있거든요. 그 두 개의 효과를 합치면 최소 6배입니다. 같이 파티를 하면 경험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 같은데요.”

“오! 그게 정말이에요?”

“네.”

“아! 너무 멋지다.”

“와우~ 그런 아이템이 있으면 우리 날마다 붙어 다녀요.”

“그럼, 통신기는 만들어 주시는 것입니까?”

“앞으로 같이 다닐 일행인데 당연히 통신기부터 만들어야죠.”

“그런데 통신기는 어디에 쓰려고 그러세요?”

“맞다! 귓속말 기능이나 파티창을 통해 대화하는 것이 편하지 않나?”

대답을 기다리는 두 여자의 눈에 이채가 번뜩였다.

테릭은 잠시 주저하다가 간략하게나마 얘기를 했다.

“여기서 사용할 것은 아니고 다른 곳에서 사용해볼 생각입니다.”

“다른 곳이요?”

“더 묻지 마시고 그렇게만 알고 계세요.”

“그런데 다른 곳에서 통신기의 기능이 작동할까요?”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카트리나와 아르실리안은 다른 곳이 이계를 뜻한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것은 테릭이 이계의 존재임을 드러낸 또 다른 증거였다.

즉, 그란티아라는 게임 속 아이템을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이계의 드래곤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우리들과는 비교할 수 없어.’

‘혹시 타이탄을 회수하는 것도 이계로 가져가기 위해서일까?’

둘은 테릭의 짧은 대답을 통해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언제까지 추측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또 아리아의 문제를 비롯해서 여러모로 마음이 바쁜 것은 테릭도 마찬가지였다.

눈치 빠른 카트리나는 테릭이 서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좋아요. 오늘은 파티 사냥을 함께하고 통신기는 조만간에 다시 만나서 전해 드릴게요.”

“어! 그게 가능합니까?”

“우리 둘이서 작정하고 작업하면 어찌어찌 될 것 같아요.”

“아! 저 때문에…….”

“대신 통신기 받은 이후에 쌩 까면 안 돼요?”

“그럴 리가요.”

“약속했어요.”

“당연하죠.”

대답하기 무섭게 카트리나는 파티 신청을 해왔고, 이어서 친구 신청을 했다.

파티를 수락한 테릭은 둘의 친구신청을 받아들였다.

그사이 둘은 테릭의 레벨을 확인했다.

“레벨이 506이면 생각보다 높지 않네요?”

“그래도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는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테릭은 대답을 하면서도 본능적으로 파티창을 열어 두 사람의 레벨을 확인했다.

결과는 믿기지 않게도 두 사람 모두 680레벨이었다.

이 정도라면 레이나가 말했던 랭킹 1위의 레벨을 훨씬 초과한 상태였다.

너무도 높은 이들의 레벨에 테릭이 내심 놀라고 있을 때, 이번에는 아르실리안이 뭔가가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탄성을 터트렸다.

“카트리나, 트리플 S급 던전이 있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은데 그쪽으로 갈까?”

“맞다! 그곳으로 가면 레벨이 팍팍 오르겠다.”

“그걸 여러분들이 어떻게 알고 있죠?”

“어머! 테릭님도 트리플 S급 던전을 알고 있었어요?”

“우연히 한 개를 발견해서 클리어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우와~ 정말 대단하다.”

“우리도 얘기만 들었지 아직 가본 적이 없는데.”

“저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좋아요! 우리 지금 당장 가요.”

“아! 제가 갖고 있는 던전 지도에는 트리플 S급으로 따로 명기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때도 모르고 갔는데 우연히…….”

“그보다는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 맞아!”

“좋습니다.”

테릭은 망설이지 않고 던전 지도를 꺼내 카트리나에게 건넸다.

던전 지도를 받아든 카트리나는 아르실리안과 함께 열심히 들여다보며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 후, 두 여자는 한 목소리로 어딘가를 지목하기 시작했다.

“바로 여기가 트리플 S급 던전이 틀림없어요.”

“우리가 들은 바로는 여기가 틀림없어요.”

두 여자가 지목한 곳은 미개척지로 알려진 대륙 최북단의 아누팡 평원이었다.

리빙스턴의 대륙 던전도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곳도 더블 S급일 가능성이 많다고 명기되어 있었다.

“지금 갈까요?”

“네.”

“좋아요.”

두 여자는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대답했다.

테릭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좌표측정기를 꺼내서는 텔레포트 스크롤에 좌표를 입력했다.

그가 좌표측정기를 꺼내 좌표를 입력하는 순간, 카트리나의 두 눈에는 미미한 떨림이 일어났고 아르실리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저런 조잡한 아이템을 사용함으로써 본신의 힘을 드러내지 않는구나. 그나저나 저게 좌표측정기고.’

‘이계의 일족들은 유희를 할 때 철저하게 신분을 속인다고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잠시 후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은 세 사람의 모습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 * *

“으하하하하~~ 대단하구나, 대단해.”

레어 안은 카이젤스키의 웃음소리로 넘쳐났다.

한참이나 웃음을 터트리던 카이젤스키는 꿈틀거리고 있는 눈앞의 아리아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리아의 모습이 처음과는 사뭇 달라 있었다.

특히 옷이 갈가리 찢겨지면서 전신이 드러난 그녀의 육체는 물처럼 투명한 상태였고, 그나마도 수축과 팽창이 반복되는 것이 신비해 보이기까지 했다.

“인간이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신체가 재구성된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구나!”

카이젤스키의 시선은 어느덧 감탄에서 관찰자 또는 연구자의 냉철한 시선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아리아가 누워 있는 마법진 안에서 회오리를 일으키며 끊임없이 솟아나는 마나의 생성을 정지시켰다.

계속해서 무한정으로 공급되던 마나가 점차 줄어들자 아리아의 육체는 수축과 팽창을 멈추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피부가 끊임없이 벗겨지고 다시 재생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또 뼈마디와 근육에도 어떠한 변화가 있는 것인지 뼈가 뒤틀리고 근육이 갈라지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우두둑~”

“투투툭~”

쭈루룩~

“지금쯤 9서클이겠지. 내가 해준 조언들이 그 정도로 영향을 미칠 줄은 나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9서클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아스리온 대륙 역사상 인간이 9서클의 반열에 올라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인간보다 몇 배는 월등하다는 엘프들도 전설에나 등장하는 경지가 8서클이었다.

때문에 카이젤스키는 한시도 아리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아리아의 몸이 붕 떠올랐다.

“뭐지?”

태어날 때부터 9서클마스터이며 이후 사고의 틀을 갖추고 용언을 배움으로써 자연스럽게 10서클 마스터에 올라가는 것이 드래곤이었다.

하지만 드래곤이 아닌 존재가 9서클에 올라간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기에 카이젤스키는 지금의 광경을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속에 아로새기고 있었다.

스윽-

뭉게뭉게~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허공으로 치솟으며 마법진 안에 남아 있던 한 방울의 마나까지 전부 빨아들인 아리아의 몸에서 수증기 같은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카이젤스키는 연기에 휩싸인 아리아를 자세히 보기 위해 두 눈에 마나를 집중했다.

츠파파파~

번쩍-

“크윽~”

스륵~

카이젤스키가 안력을 올린 직후 아리아의 몸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터져 나왔다.

가뜩이나 안력을 돋웠던 카이젤스키는 눈부심 때문에 잔뜩 눈살을 찌푸리며 신음성을 토해냈다.

그 순간 아리아의 몸이 서서히 내려왔고 그녀를 휘감았던 연기와 빛이 그녀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을 비비던 카이젤스키가 다시 아리아를 봤을 때 그녀는 갓난아이처럼 새근새근 숨을 쉬는 것이 마치 잠을 자는 것만 같았다.

‘이런 점 때문에 일족의 많은 이들과 신들이 이구동성으로 인간들은 오묘하면서도 신기하다고 하는 것인가?’

사실 실험을 계속 강행했을 때만 해도 장난기가 다분한 카이젤스키였다.

그는 폭주하는 마나가 인간의 육체를 어떻게 잠식하고 파괴하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리아의 모습을 더 지켜볼 생각에 슬쩍 재미삼아 들려준 마법에 대한 정의와 개요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어쩌면 그것들이 용언마법과 관련되어서 그랬는지도 몰랐다.

“으~으… 흠~”

‘깨어나는 것인가?’

“아하~”

“이제 정신이 드는 것이냐?”

“헉! 죄송합니다, 주인님.”

“내가 허락한 것이니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정신을 차린 아리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카이젤스키의 시선과 마주치자마자 습관적으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빌었다.

그녀는 어찌나 놀랐는지 풍성한 젖가슴이 바닥에 휩쓸리고 나서야 자신이 나신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헉! 내가 왜?’

“놀랄 필요 없다.”

“아!”

“그보다 지금 몸 상태는 어떤 것이냐?”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네 심장 주변에서 왕성하게 회전하는 9개의 서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냐?”

“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든 것이 이상했다.

카이젤스키의 말대로 심장을 따라 맹렬하게 회전하는 9개의 서클이 느껴졌다.

그리고 머리 한가운데를 누르는 이질적이고 미묘한 자극만 그대로일 뿐 예전과는 다른 활기와 생동감이 전신에서 느껴졌다.

또 가슴은 더욱 풍만해졌으며, 피부는 뽀얗고 윤기가 났고 약간 풍만하던 몸매는 군살 하나도 남지 않으면서 몰라볼 정도로 날씬해진 듯했다.

“너는 인간으로서는 최초로 9서클을 보유하게 되었다.”

“주… 주인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암! 당연히 그래야지. 이 모든 것은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풀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는 주인님의 분부에 따를 뿐입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리아는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무조건 복종의 뜻으로 고개를 깊숙이 조아렸다.

‘9서클 마스터면 나름대로 최고의 가디언이 될 수 있겠지. 이왕 이렇게 된 것, 마법이나 제대로 가르쳐 볼까?’

드래곤이 아닌 존재가 9서클에 진입한 사례는 없었다.

카이젤스키는 일족을 상대로 자신의 우수함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아리아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물론 9서클 마스터의 힘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세뇌마법으로 철저한 통제가 가능했다.

그리고 드래곤인 그가 겨우 9서클 마스터의 힘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오늘 다시 태어난 너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겠다.”

“영광입니다, 주인님.”

“너의 이름은 부활의 꽃을 의미하는 리비에라로 하겠다.”

“리비에라… 저의 이름은 이제부터 리비에라입니다.”

“좋다! 넌 오늘부터 내가 준 마법서를 가지고 마법을 익히도록 하라.”

“아!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하녀의 기본 임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좋다! 청소부터 해라.”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아리아는 벌떡 일어나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카이젤스키는 그런 아리아를 한참동안 바라보며 뭔가를 골몰하게 생각했다.

* * *

“테릭님,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요.”

“좋습니다.”

“뒤는 제가 맡을게요.”

퍼퍼펑~

꽈꽝~~

레벨들이 높아서 그런지 테릭을 포함한 일행들의 화력은 대단했다.

테릭은 그란티아를 하면서 생전 처음으로 마음 편하게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아! 이번에도 잡템만 주네.”

“트리플 S급 던전은 아이템을 잘 안주는 것 같더군요.”

“테릭님, 이전에도 그랬나요?”

“네.”

“아쉽다. 이왕이면 레전드급이나 고대급 아이템을 주면 좋을 텐데.”

“고대급이요?”

“네, 그란티아에서 가장 좋은 아이템은 고대급이잖아요?”

“혹시 두 분은 고대급 아이템을 가지고 있나요?”

“저랑 카트리나는 하나씩 갖고 있어요.”

“두 분 모두요?”

“네, 저는 로브가 고대급 아이템이고, 카트리나는 착용하고 있는 상의 갑옷이 고대급이에요.”

“아! 그러시구나.”

“한번 보실래요?”

“그럴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르실리안은 걸치고 있던 로브를 거리낌 없이 홀라당 벗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노브라 차림이었다.

무심코 아르실리안을 바라보던 테릭은 그동안 로브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탱탱한 속살을 보자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정작 민망해야 할 아르실리안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로브를 건넸다.

“어서 보세요.”

“아! 네.”

테릭은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당황하다가 겨우겨우 로브 확인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카트리나가 아예 상의 갑옷을 벗어서는 다가왔다.

출렁이는 카트리나의 풍만한 젖가슴을 정면으로 보게 된 테릭은 아예 목덜미까지 빨개져서는 고개를 숙였다.

“제 것도 봐야죠.”

“헙!”

“이게 보기와는 달리 방어력이 얼마나 좋은데요.”

“그… 그럴 것 같네요.”

테릭은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카트리나의 상의 갑옷까지 확인했다.

상의 갑옷은 고대급이라 그런지 드래곤의 비늘로 만든 불멸의 아머보다 방어력이 높았고 옵션도 훌륭했다.

“아! 대단하구나.”

“그렇죠? 테릭님도 이런 걸 하나 얻어야 할 텐데.”

“나오면 좋죠.”

“분명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만약 고대급 아이템이 오늘 나온다면 테릭님께 드릴게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농담 아니에요.”

“저도요.”

드래곤의 무구를 갖고 있었기에 지금까지는 아이템에 대해서 별 욕심이 없던 테릭이었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만큼 훨씬 뛰어난 고대급 아이템이 탐이 났다.

그때 한동안 출몰하지 않았던 몇 마리의 몹이 나타났다.

테릭은 소리를 질러 그 사실을 알리고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아! 이 잡것들.”

“이왕이면 조금만 더 늦게 나올 것이지.”

몹은 불과 몇 마리 되지도 않았는데, 테릭이 왜 그렇게 황급히 뛰어나가겠는가?

카트리나와 아르실리안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테릭을 바라보다가 벗었던 아이템을 다시 착용했다.

그사이 테릭은 스킬을 날리며 몹을 사냥했고, 아이템을 착용한 두 여자는 이후 계획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저자의 목적을 알아낼 수 있을까?

=>너무 완벽한 유희를 해서 쉽지는 않을 것 같아.

=>맞아! 어찌나 인간 행세를 완벽하게 하는지 어떨 때는 이계의 일족이 아니라 진짜 인간인 것 같아.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카트리나, 아깝더라도 고대급 아이템을 하나 넘기는 게 어떨까?

=>고대급 아이템을?

=>그래, 은근히 탐내는 눈치던데 하나 줘서 환심을 사야 하지 않을까?

=>준다면 뭘 주지?

테릭이 들었다면 무슨 소리냐면서 펄쩍 뛸 일이었다.

하지만 정황상 테릭을 이계의 일족이라고 단단히 오해한 둘은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어깨에 차는 견갑이 어떨까?

=>내가 갖고 있는 아이템을 말해?

=>그래, 넌 마법사 행세를 하고 있으니까 쓸모도 없잖아?

드래곤이라고 해서 그 귀한 고대급 아이템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게다가 그 견갑은 아르실리안이 심혈을 기울여서 몇 개의 옵션을 추가한 상태였다. 그러기에 아르실리안은 찰나지만 수없이 망설였다.

하지만 이왕 고대급 아이템으로 환심을 살 생각이라면 테릭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을 때 그 효과가 확실했다.

다행히 아르실리안은 욕심 때문에 대의를 놓치는 속 좁은 여자가 아니었다.

=>좋아! 대신 내가 얻어서 직접 주는 것으로 한다.

=>네가?

=>고대급 아이템인데 최소한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냐?

=>알았어. 하지만 눈치 채지 않도록 잘해.

=>보스 몹이나 준보스 몹을 잡을 때 적당히 흘릴 생각이니까 걱정 마.

=>그리고 기회 봐서 타이탄에 대해서 언급을 해보자.

=>그러다가 들키는 것 아닐까?

=>그래도 어떻게든 알아내야지.

얘기가 끝날 때쯤 몹을 다 잡은 테릭이 뒤돌아봤으나, 그와 시선을 마주한 둘은 놀라서 황망히 뛰어나갔다.

“어마! 벌써 다 잡으셨네요?”

“레벨은 우리보다 낮아도 공격력은 우리보다 더 높은 것 같은데요?”

“그냥 스킬이 좋아서 그렇게 보일 뿐이에요.”

“아니에요. 데미지가 그 정도면 누가 봐도 650레벨은 훌쩍 넘긴 줄 알겠어요.”

“맞아요! 만약 레벨을 몰랐으면 우리도 그렇게 추측했을걸요.”

“레벨에 비해서 강하다는 얘기는 종종 듣곤 했습니다.”

“거봐요.”

“당연하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테릭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둘의 칭찬 세례에 더욱더 강렬한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게다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둘의 화끈한 육탄공세에 모든 근심을 잊고 즐겁게 사냥에만 전념했다.

그사이 시간은 어느덧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 * *

크리스털로 장식된 화려하면서도 휘황찬란한 샹들리에가 연이어 매달려 있는 이곳은, 카이스트 공작가의 대회의실이었다.

지금 이곳에는 아인리히 공작과 카이스트 공작을 비롯한 좌우파의 핵심 귀족 20여 명이 침울한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두 분 공작 각하,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상태가 일주일만 지속된다면 양 파벌의 뿌리가 통째로 뽑히게 될 것입니다.”

“왕궁을 퇴궐한 직후 모리타 백작과 군나르 백작 주위에 많은 귀족들이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한시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우리가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귀족들의 요구는 테릭을 정점으로 다시 등장한 국왕파를 견제할 수 있는 대책의 수립이었다.

그러나 막말로 대륙 최강의 사내가 딱 버티고 있는 국왕파를 견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들은 왕국 역사상 가장 빛나는 공적을 수립한 영웅이자 일등공신이었다.

“아인리히 공작, 어찌하면 좋겠소?”

“솔직히 말하면 우리들의 힘만으로는 국왕파를 찍어낼 수는 없을 것 같소.”

“공작, 방금 우리들의 힘만이라고 했소?”

“분하지만 그렇소.”

아인리히 공작은 누구라도 느낄 수 있게 우리들이라는 말에 유난히 악센트를 줬다.

그리고 그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귀족들은 그게 무슨 뜻이냐며 반문을 했다.

순간 아인리히 공작과 카이스트 공작의 시선이 허공에서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인리히 공작님, 우리들뿐인데 못할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저희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두 분 공작님을 따르겠다고 맹세한 사람들입니다.”

“뭐라도 좋으니 부디 대안을 제시해주십시오.”

“휴우~ 좋소.”

아인리히 공작은 길게 한숨을 토해내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귀족들을 둘러봤다.

귀족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아인리히 공작의 얘기가 이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분명히 말하건대 우리들의 힘만으로는 테릭 공작이 버티고 있는 국왕파를 견제하기는 역부족이오.”

“공작 각하께서 생각하시는 대안을 들려주십시오.”

“내 생각은 우리 타라한 왕국만이 아니라 제3국의 힘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오.”

“제3국이라면 어디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내 생각에는 애시빌 왕국과 메즈텍 왕국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오.”

“두 왕국을 무슨 수로 끌어들인다는 말입니까?”

“하이폰 왕국의 삼등분이면 충분한 협상카드가 되지 않겠는가?”

대륙 정중앙에 위치한 타라한 왕국의 북쪽에 자리한 왕국이 애시빌 왕국이었고, 동쪽에 자리한 왕국이 메즈텍 왕국이었다.

그리고 이들 왕국과 타라한 왕국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 하이폰 왕국이었다.

귀족들은 아인리히 공작의 얘기를 듣는 순간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공작 각하, 하이폰 왕국을 삼등분하자는 제안에 애시빌 왕국과 메즈텍 왕국이 응하겠습니까?”

“맞습니다. 우리는 이미 하이폰 왕국의 삼분지일에 해당하는 영토를 획득하지 않았습니까?”

“내 조건은 원래의 하이폰 왕국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오. 즉 우리는 참전을 하더라도 더 이상의 영토 확장은 불가능하오. 아울러 두 왕국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이번에 편입한 영토도 일정 정도는 내줘야 한다는 생각이요.”

“아!”

“오!”

“그 정도 조건이라면, 어쩌면!”

국가의 영토가 늘어난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했다. 그러기에 인간들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왕국을 건설하면서 그리도 땅 따먹기에 집착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각각 십여 명에 달하는 양국의 소드마스터를 전부 합친다고 해도 그랜드마스터인 테릭을 당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각개격파라도 당한다면 더욱 불행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공작 각하, 그 의견에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테릭 공작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건 내가 얘기하지.”

이번에 거들고 나선 이는 카이스트 공작이었다. 분위기로 보아 둘은 사전에 의견 조율 과정을 마친 것 같았다.

자리에 있던 귀족들도 그 점을 간파하고 더욱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랜드마스터라고 해도 양국과의 전쟁을 동시에 끝낼 수는 없겠지?”

“그야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그 시차를 이용해서 결정타를 날려야 한다.”

“결정타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수도에 있는 군나르 백작을 생포하고, 이번 기회에 모리타 백작을 처리하면서 젊고 똑똑한 새 국왕을 옹립해야겠지.”

“헉!”

“오!”

“아!”

새 국왕을 옹립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반역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 속에 숨은 뜻을 살펴보면 이보다 기발한 의견은 없었다.

즉, 허수아비 역할을 할 새 국왕을 만들어내고 모리타 백작과 군나르 백작을 반역자로 몰고 간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군나르 백작의 명예와 목숨을 담보로 테릭과 협상을 하겠다는 방안이었다.

이럴 경우 테릭은 명분도 잃고 아버지의 목숨 때문에라도 협상에 임해야 했다.

“하지만 테릭 그자가 힘으로 맞서면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의 무위를 갖고 있는 자라면 힘으로 덤벼들려고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맞아! 그럴 수도 있겠어.”

“그렇게 되면 헛힘만 쓰는 꼴이 아닌가?”

테릭이 단신으로 하이폰 왕궁을 휘저은 일은 너무도 잘 알려진 일이었다.

때문에 귀족들은 그가 정면승부를 걸어오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때 아인리히 공작이 다시 나섰다.

“방법은 있다네.”

“그게 뭡니까?”

“발렌시아 제국을 이용하는 거지.”

“발렌시아 제국을 어떻게 이용한다는 것입니까?”

“그들에게 참전을 제의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하지만 20~30명의 소드마스터와 소수의 고위마법사만 보내달라는 건 가능할 거야.”

“아무리 그랜드마스터라고 해도 수십 명의 소드마스터와 고위마법사가 넘쳐나는 발렌시아 제국을 적으로 돌리겠는가?”

대화 도중에 끼어든 이는 카이스트 공작이었다.

귀족들은 카이스트 공작의 말을 듣고 제국의 소드마스터와 마법사가 합류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아!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수십만의 대군을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지.”

“오! 제국과 우리 왕국의 소드마스터를 합친다면 수십 명은 되겠어.”

“필요하다면 용병 출신 소드마스터도 고용하면 되는 것 아니겠어?”

“맞아! 그도 인간이라면 그런 무모한 선택은 하지 않을 거야.”

귀족들은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이라도 찾은 듯 신이 나서 떠들었다.

두 공작은 귀족들이 차분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보다 상세한 논의에 들어갔다.

수도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가고 있었다.

* * *

“이제는 어디로 가죠?”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어! 그건 뭐예요?”

“콤팩트하게 생긴 것이 되게 귀엽네요.”

던전을 계속 누비던 테릭은 여러 개의 갈림길이 나오자 차원아공간을 열어서 툼 레이더를 꺼냈다.

카트리나와 아르실리안은 테릭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질문을 했다.

“툼 레이더라는 물건입니다.”

“그건 어디에 쓰는 아이템이에요?”

“이런 던전 같은 곳에서 길을 찾아주는 아이템입니다.”

“오! 그런 아이템도 있었어요?”

드래곤들이 툼 레이더를 들어본 적이 없겠는가?

하지만 둘은 처음 듣는 척하며 진한 호기심을 나타냈다.

테릭은 속사정도 모르고 자세한 설명과 함께 툼 레이더를 건네주며 확인할 수 있게 해줬다.

“우와~ 테릭님은 신기한 물건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혹시 전설에 등장하는 타이탄도 갖고 있는 것 아니에요?”

“아무렴, 설마? 내가 듣기로 타이탄은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소문이라고만 하던데.”

“아닙니다. 타이탄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어! 그걸 테릭님이 어떻게 알아요?”

테릭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타이탄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자 두 여자의 눈이 묘한 기광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테릭은 둘의 그러한 눈빛이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여기며 자신이 타이탄과 관련된 부품들을 갖고 있음을 얘기했다.

“오! 그게 사실이에요?”

“정말 그런 아이템이 존재했다니 믿기지 않는데요?”

“그뿐만이 아니라 타이탄을 조종할 수 있는 자격도 갖고 있는데요.”

“타이탄을 조종하는데 자격도 필요해요?”

“그렇더라고요.”

‘과연 보통이 아니야.’

‘도대체 그런 자격증까지 획득한 이유가 뭐지?’

테릭은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타이탄의 등급과 타이탄 라이더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카트리나와 아르실리안은 테릭이 벌써 최상급 타이탄 라이더의 자격을 획득했다는 말에 진심으로 놀랐다.

“최상급 타이탄 라이더는 어떻게 되신 거예요?”

“그게 설명하기 복잡한데, 가상전투로 드래곤을 물리쳤더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헉! 드래곤을 물리쳐요?”

“오! 세상에.”

가상 대결이라고는 하지만 드래곤을 물리치다니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둘은 그 대결이 가상이었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무의식중에 목을 매만졌다.

두 여자의 적극적인 반응에 신이 난 테릭은 이번에는 타이탄의 부품을 꺼내기 시작했다.

“타이탄의 부품을 보여 드릴까요?”

“정말요?”

“네, 보고 싶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부품들은 그란티아에 단 한 대뿐이라는 SMAX급 타이탄의 부품입니다.”

“오! 테릭님은 우리를 여러 번 놀라게 하시네요.”

“그런데 테릭님은 타이탄을 얻으려는 이유라도 있나요?”

“예전에는 막연했는데, 이제는 SMAX급 타이탄을 꼭 얻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생겼습니다.”

100%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아리아는 드래곤이 납치해간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리 그랜드마스터라는 소리를 듣는 테릭이지만 지금 상태에서 드래곤과 싸운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테릭은 SMAX급 타이탄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 SMAX급 타이탄의 동체는 카트리나가 숨겨놓은 상태였다.

둘은 SMAX급 타이탄을 꼭 얻어야 한다는 테릭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혹시 테릭님은 그란티아 내에서 지존이나 또는 드래곤 슬레이어라도 되실 생각이신가요?”

“그런 건 제게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그럼, 타이탄을 왜 얻으려고 하시는데요?”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테릭은 도와줄 수도 있다는 둘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이들 정도의 실력자라면 그란티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레이나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사실을 이들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결국 테릭은 이번에도 대충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SMAX급 타이탄을 얻으면 게임 내에서도 사용하겠죠. 하지만 타이탄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라면 통신기와 비슷한 이유인가요?”

“그렇습니다.”

“오!”

“아하!”

동시에 두 여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SMAX급 타이탄을 이계에서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봐서는 그란티아나 이곳의 드래곤들에게 해코지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직은 모든 의문이 풀린 게 아니었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카트리나와 아르실리안은 재빨리 다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란티아에 온, 아니 그란티아를 하는 이유가 SMAX급 타이탄 때문인가요?”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호기심이요?”

“그란티아가 있다는 말에 정말인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란티아를 소개해준 이가 있었나요?”

테릭이 이계에서 왔음을 이미 알고 있는 둘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테릭은 구체적인 사실은 밝히지 않았기에 안심하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누군데요?”

“빠하르간지라는 꽤나 괴짜 같은 친구였죠.”

‘헙!’

‘헐!’

테릭의 입에서 직접적으로 빠하르간지의 이름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한 둘이었다.

둘은 빠하르간지와 친구라는 테릭의 말에 크게 놀랐으면서도 드래곤다운 순발력과 기지를 발휘하며 그 티를 내지는 않았다.

“빠… 빠하르간지라는 그 친구 분은 가… 같이 안 오셨나요?”

이곳의 모든 드래곤이 가장 궁금히 여기는 문제였다. 질문을 하는 카트리나의 음성은 어느덧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죽었습니다.”

“헉! 그가 죽었다고요?”

“더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죠. 전 그 친구가 남긴 유언장을 통해 그란티아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이제야 많은 것이 명확해졌다.

둘은 보다 많은 것을 알기 위해 그 뒤로도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리고 테릭의 대답을 통해 그가 빠하르간지로부터 들은 것이 별로 많지 않음을 알았다.

아울러 그가 그란티아나 이곳의 드래곤들에게 어떠한 적대감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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