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저놈, 아무래도 수상해
칼라히브가 치유마법을 펼치는 사이, 그란티아에서는 혼자가 된 카트리나가 베르키너스와 귓속말을 나누고 있었다.
=>베르키너스, 파돌프스키가 테실리우스랑 내기를 한다고 들었는데 내가 합류해도 되겠니?
=>오겠다면 대환영이지.
=>고마워. 어디로 가면 되지?
=>아르실리안이랑 이계의 일족이랑 같이 오는 거야?
=>아니, 아르실리안은 테실리우스 쪽에 합류했어.
=>아! 그럼 3 : 3으로 하자는 거야?
=>아니, 나 혼자만 갈 거야.
=>넌 이계의 일족과 함께 다니는 것 아니었어?
베르키너스는 테릭이 떠난 사실을 아직 모르는 상태였기에 그도 당연히 유희에 참가하는 것으로 짐작하곤, 같이 오냐고 물었다.
=>그는 조금 전에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어.
=>뭐! 왜?
=>정확한 건 나도 몰라. 하지만 그가 속한 차원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은 확실해.
=>그쪽 차원에 문제가 생기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나와 아르실리안은 그쪽 차원에서 신마전쟁이 벌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
=>시… 신마전쟁이라고?
=>응.
비록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신마전쟁이라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차원을 자유롭게 오가는 테릭이 자신들에게 전쟁비용이나 물자라도 제공하라고 하면 그것도 일이었다.
또 만약 신마전쟁에 패한 그쪽의 드래곤들이 단체로 이주라도 해온다면 그때야말로 최악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베르키너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베르키너스?
=>어… 엉?
=>어디로 갈까?
=>아! 좌표를 불러줄게. 그런데 이계의 일족은 언제 돌아와?
=>그는 영영 못 올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야?
이계의 일족이 다시는 오지 않는다니 그것처럼 반가운 소리도 없었다.
베르키너스는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당시의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해왔다.
카트리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테릭과 나눴던 마지막 대화 내용을 차근차근 들려주었다.
모든 얘기를 다 들은 베르키너스는 어찌나 기쁘던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 그렇단 말이지.
=>베르키너스, 너도 그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지?
=>하하~ 당연하지.
=>그래, 그렇겠지.
=>뭐해, 빨리 안 오고?
=>아… 알았어.
하지만 카트리나는 알았다는 대답과 달리 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았다.
그때 베르키너스가 다시 재촉했다.
=>카트리나, 빨리 와.
=>으… 응.
=>어서!
=>알았어.
베르키너스의 거듭되는 재촉에 카트리나는 기계적으로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잠시 후 빛에 휘감긴 카트리나는 베르키너스가 있는 곳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베르키너스 옆에 있던 만득과 레이나는 불쑥 나타난 여자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아니, 저 여자는!’
‘저… 여자가 여기는 무슨 일로?’
만득과 레이나가 놀라는 사이 베르키너스는 카트리나와 반갑게 포옹을 했다.
그는 테릭이 사라진 이상 이제는 인간 세상을 마음껏 활보할 생각이었다.
“환영한다, 카트리나.”
“고… 고마워.”
“여기는 내 동료들이야, 소개를 하지.”
“으… 응.”
시선을 돌린 카트리나는 자신을 보며 어색해하는 만득을 발견했고, 그 옆에서 앙칼진 시선으로 노려보는 레이나도 발견했다.
‘저것들이 어째서 베르키너스 옆에 있지?’
“인사들 해. 이쪽은 카트리나라고 하는 나의 오랜 벗이야.”
“와우~ 안녕하세요.”
“오! 반갑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떡대라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미인이 존재하다니, 제가 아는 누구와 비교가 되는군요. 전 마법사인 햄버거입니다.”
카트리나를 모르는 다른 이들은 그녀의 미모에 반해 서로 인사를 하겠다고 달려들었다.
반면, 만득은 그 와중에도 귓속말을 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물었다.
=>카트리나님, 아는 척할까요?
=>아니,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만약 레이나가 없었다면 아는 척했는지도 모르지만, 그 자리에는 테릭의 애인이었던 레이나라는 여자가 있었다.
때문에 카트리나는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그때의 진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인지 초면인 척 행세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만득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카트리나에요.”
만득과 인사를 끝낸 카트리나는 아무것도 모른 척 레이나를 바라봤다.
레이나는 자신를 기억하지 못하는 카트리나의 시선을 받는 순간, 가슴 속에서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말투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잔뜩 돋아나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네요?”
“네?”
“기억력도 별로 안 좋으신가 보네요?”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요?”
“요즘도 아무 남자에게나 가슴을 들이대며 목걸이를 풀어달라고 하시나요?”
“그게 무슨 말이죠?”
카트리나는 끝까지 모르 척 잡아뗐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한낱 인간 여자에게 자신이 왜 밀려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평소의 괄괄하던 성격과 달리 레이나의 말에 강하게 반박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죄책감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때 만득을 비롯한 남수 일행이 나섰다.
“레이나, 왜 그래?”
“너, 질투하냐?”
“야! 처음 뵙는 분에게 무슨 실례야?”
“레이나, 카트리나님이 어떤 분인데 그런 막말을 하는 거야?”
“야! 어서 사과해.”
“아!”
그동안 믿고 의지했던 남수 일행의 반응에 레이나는 서러움이 왈칵 밀려왔다. 그 때문인지 그녀의 눈에는 이내 습기가 가득 들어찼다.
한편, 베르키너스는 두 여자의 반응이 이상해서 카트리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카트리나, 왜 그래?
=>저 여자, 테릭의 애인이었어.
=>으… 응, 그런데?
레이나가 테릭의 애인이었던 점은 베르키너스도 알고 있었다.
사실 그가 레이나에게 유독 잘해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그가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만득에게 우연히 테릭과 레이나의 관계를 듣게 된 이후부터는 만일을 대비해서 의도적으로 잘해 준 것은 사실이었다.
=>저 여자, 내가 테릭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그… 그렇구나.
=>넌 모른 척해줘.
=>알았어.
* * *
카트리나의 소개는 레이나 때문에 흐지부지하게 되고 말았다. 하지만 카트리나를 바라보는 레이나의 시선은 여전히 매섭기만 했다.
카트리나는 지금의 상황이 답답해서 레이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제게 왜 그러시죠?
=>정말 몰라서 그러나요?
=>두 분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게 순전히 제 탓이라고 생각하나요?
=>그게 무슨 말이죠?
=>레이나님은 테릭님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그가 어떤 존재이며, 그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계시나요?
=>최소한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는 좋았어요.
=>그건 레이나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나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레이나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자신이 테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반문을 했다.
그리고 어쩌면 카트리나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테릭을 빼앗아간 여자의 말을 그대로 수긍할 순 없었기에 반박하며 그녀를 부정한 여자라고 비난했다.
=>레이나님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장담을 하시는지 정말 우습네요.
=>당신이야말로 의도적으로 테릭을 유혹한 것 아닌가요?
=>그게 무슨 문제가 있죠?
=>당신은 수치심도 없나요?
두 여자의 피 튀기는 설전은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그렇게 한참 말씨름을 하던 카트리나는 어느 순간 지금의 상황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하죠. 이런다고 떠나간 테릭님이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죠?
=>그는 자신이 사는 곳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그란티아에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테릭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요. 하지만 그는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에 있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테릭이 무슨 병에 걸렸나요?
그동안 테릭을 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레이나지만, 테릭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말에 레이나는 그간의 모든 원망과 미움도 잊어버린 채 그의 안위만 걱정했다.
한편, 카트리나는 레이나의 그런 모습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만약 죽게 된다면 마지막 순간에 나를 떠올릴까? 아니면 저 여자를 떠올릴까?’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자신과 테릭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거리감이 존재했다.
막말로 떠나는 순간까지도 테릭은 도움을 준 고마운 친구로 자신을 대했지, 여자 친구나 애인으로 대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원인은 눈앞의 레이나라는 여자 때문인 듯했다.
그때 레이나의 귓속말이 다시 날아들었다.
=>왜 대답이 없죠?
=>저도 잘 몰라요.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어요? 카트리나님은 테릭의 새 여자 친구가 아니었나요? 아니 카트리나님은 테릭을 좋아하지 않았나요?
어떤 여자가 자신의 속살을 아무렇게나 들춰내겠는가?
레이나는 카트리나가 테릭을 유혹하기 위해 부끄러움을 참으며 그런 행동을 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유혹해서 테릭을 뺏어간 그녀가 이제 와서 이미 지난 일이라고 얘기하는 것에 화가 났다.
하지만 이어지는 카트리나의 말에 숨이 멎고 말았다.
=>그가 떠나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인데, 난 정말 테릭님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테릭님 어디에도 제가 파고들어갈 공간이 없었어요.
=>네?
=>나와 같이 있던 그 순간에도 테릭님의 가슴에는 레이나님만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죠?
=>전 테릭님의 껍질만 붙들었지, 레이나님처럼 그의 가슴을 붙잡지는 못했어요.
=>아!
=>미안해요. 하지만 전 레이나님이 진심으로 부러워요.
와락-
레이나가 카트리나를 별안간 껴안았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카트리나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힘들어했을지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그 고통은 얼마 전까지도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었다. 아울러 아무것도 모르고 테릭을 원망하고 미워했던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카트리나님, 우리 친하게 지내요.”
“비록 내가 그의 가슴을 차지하지 못한다 해도 그가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그는 분명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겠죠?”
“네.”
두 여자의 감정 대립은 엉뚱한 결말을 내고 있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수 일당과 베르키너스는 의외의 상황에 서로 눈치만 봤다.
하지만 그 누구도 두 여자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두 여자가 더 이상 싸우지 않고 화해한다는 생각에 마냥 좋아했다.
* * *
=>어떻게 됐어?
=>위험한 순간은 넘겼으니 안심해라.
=>그런데 왜 아직도 일어나지 않는 거야?
=>워낙 큰 부상을 당해서 며칠간은 수면 상태에서 안정이 필요하다. 특히 다른 무엇보다도 신체 내부에 큰 충격을 입었다.
=>혹시 너, 우리 주인에게 다른 짓을 한 건 아니겠지?
=>뭐야! 이런 빌어먹을 고철 덩어리. 그 고생을 해서 겨우 살려놓으니까, 한다는 소리가 겨우 그따위냐?
빈말이 아니라 칼라히브가 테릭을 살리기 위해 펼친 노력은 대단했다.
특히 테릭이 바라나시에 탑승한 상태였기에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고위서클의 치료마법을 펼쳤다.
치료마법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던 바라나시도 그 점은 잘 알고 있었다.
=>역시 드래곤들은 유머가 부족해.
=>뭐야?
=>그보다 조금 전에 했던 마법을 다시 펼쳐주면 안 되냐?
=>어떤 마법?
=>따뜻한 주황색 빛이 스며드는 마법 말이야.
=>무식한 놈, 그건 인피니티 리커버리라는 치유 마법이다.
=>아무튼, 그 마법이 펼쳐질 때마다 나도 치유가 되는 것 같다.
=>그건 나도 느꼈다.
치료나 회복계열의 마법은 생명체 또는 생물에게만 효력이 미쳤다.
그런데 무한회복의 힘을 담은 ‘인피니티 리커버리’는 바라나시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칼라히브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마법을 펼쳤다.
=>으~흠, 따뜻해. 기분 좋다!
=>고철 주제에 그런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니 대단하구나.
=>어허! 난 평범한 타이탄과는 다르다니까.
=>도대체 널 만든 이는 누구냐?
=>이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있던 곳에서는 그 옛날 마도시대가 있었다.
=>마도시대라고?
=>그래, 내가 이래 뵈도 나이가 몇 만 살은 되었다. 누구처럼 겨우 몇 천 살 먹은 드래곤하고는 격이 다르지.
=>역시 넌 케케묵은 고철이었구나.
=>뭐!
=>가만히 있어. 다시 마법이 펼쳐진다.
=>킁~
또다시 주황색 빛이 바라나시의 동체를 포근하게 휘감았다.
그와 동시에 곳곳이 부서지고 녹아버린 바라나시의 동체는 이전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칼라히브는 그 모습이 너무도 신기해서 바라나시의 동체를 스캔했다.
=>도마뱀, 왜 자꾸 그런 음흉한 눈으로 내 몸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이냐?
=>네 몸뚱이에 새겨진 마법진은 그곳의 고대인들이 새긴 거냐?
=>당연하지. 지금의 인간들은 이런 마법을 펼칠 수가 없다.
=>이곳과는 마법 공식과 배열이 많이 다른 것 같구나.
=>그건 나도 모른다. 그나저나 쪽팔린다, 그만 쳐다봐라!
=>싫다. 이계의 마법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나쁜 놈!
=>대신 내가 몇 가지 마법진을 더 그려서 더욱 강하게 해주지. 어때?
아마도 호기심이 넘쳐나는 건 드래곤 특유의 본능인 것 같았다.
칼라히브는 바라나시의 대답도 듣지 않고 동체 곳곳에다가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라나시는 어이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염치가 없다고 여겨서인지 악을 쓰기 시작했다.
=>야! 너 그러다가 후회할 일 생길지도 모른다.
=>왜? 네놈 주인이 회복되면 다시 덤빌 생각이냐?
=>그… 그건 나도 모른다.
=>감정까지도 갖고 있는 너라면 고마움은 알겠지? 그리고 네놈의 주인도 생명을 구해준 은혜를 원수로 갚지는 않겠지?
=>하지만 내 주인은 꼭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그건 내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그… 그래도, 자꾸 입장 난처해지게 왜 그러는 거냐?
=>가만있어 봐. 이걸 새기면 앞으로 도움이 될 거야.
어느새 완성된 첫 번째 마법진이 즉시 발동되었다.
이번에 새겨진 마법진은 치료나 회복계열의 마법이었는지 재생의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칼라히브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는지 계속해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는 알 수 없는 음성까지 들리는 것이 드래곤의 자랑이라는 용언마법까지 사용되는 듯했다.
바라나시는 적으로 생각했던 드래곤에게 큰 은혜를 입게 되자 어쩔 줄 몰라 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뭐가 안 돼?
=>아! 거… 거기는 정말 안 돼!
=>조용하지 못해!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아… 흐~
칼라히브가 용언마법을 펼쳐가면서 몇 개의 마법진을 중첩시키는 부위는 다름 아닌 타이탄 하트가 자리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리는 마법진은 외부의 충격과 타격이 타이탄 하트에 전달되지 않도록 충격 완화와 이완의 효과를 내는 방어계열의 마법진이었다.
칼라히브가 타이탄 하트에 이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테릭의 내상과 관련이 있어서였다.
그는 치료마법을 펼치는 와중에 테릭이 큰 내상을 입은 이유가 타이탄 하트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타이탄 하트에 대한 보완이 없으면 추후에도 이런 일이 발생할 것 같기에 미리 손을 쓰고 있었다.
=>이봐, 언제 끝나지?
=>지금 그리는 마법진이 보통 마법진 같아?
=>아주 특별한 마법진이며 네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나도 느끼고 있다.
=>알면 조용해라! 자칫 잘못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하니까.”
=>그러니까 대체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야? 혹시 너, 내게 무슨 흑심이 있냐?
=>지랄한다.
=>분명히 말하는데, 네가 이렇게 나와도 내 주인은 오직 테릭뿐이다.
=>나도 케케묵은 고철의 주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 진짜 뭔 속인지 알 수가 없네.
=>닥치고 조용히 있어. 이왕 시작한 김에 몇 가지 더 손을 볼 테니까.”
바라나시는 칼라히브의 친절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칼라히브도 자신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몰랐다.
굳이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테릭에게서 아버지 빠하르간지의 기운이 느껴진 것이 가장 근접한 원인인 것 같았다.
물론 테릭에게서 그런 기운이 느껴진 것은 빠하르간지의 드래곤하트로 만들어진 차원이동기를 그가 갖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드래곤이란 존재가 혈육의 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을 때, 칼라히브는 아주 특별한 경우였다.
=>휴유~
=>끝났냐?
=>그래, 알 수 없는 반탄력 때문에 겨우 성공했다.
=>드래곤이란 놈이 마법진 하나 새기는데 이렇게 오래 걸려서야.
=>단순한 마법진이 아니라고 말했을 텐데.
장장 16시간이 넘는 작업 끝에 타이탄 하트를 보호하는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칼라히브도 이번에는 힘이 들었는지 자리에 앉아서 쉬었다.
바라나시는 그사이에 타이탄 하트를 살폈다.
=>어!
=>왜 놀랬냐?
=>야! 너 어떤 짓을 한 거야?
=>고마우면 고맙다고 솔직하게 말해라.
=>누가 이렇게 해 달래?
=>자식이 고생해서 업그레이드를 해놨더니.
=>아~ 몰라. 원상 복구해줘!
=>됐어! 이왕 시작한 것, 아예 확 뜯어고치겠어. 여기서 멈추면 하다 말았다고 다른 드래곤들이 날 흉볼 거야.
=>야! 됐거든.
드래곤의 용언마법이 대단하긴 대단했다.
겨우 마법진 몇 개가 추가된 것에 불과했지만 타이탄 하트의 방어력이 올라갔고, 이전에 비해 출력이 증강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성능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무슨 생각에서인지 칼라히브는 다시 일어나서 재차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 * *
“성문이 열렸다!”
“진격하라!”
“와아아~~”
14만의 대군을 앞세워 북부 국경선을 돌파한 애시빌 왕국군은 침공 사흘 만에 북부 방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노아 요새까지 함락시켰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목숨을 걸며 적의 침공을 저지해야 할 북부 수비군은 저항도 하지 않고 항복을 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은 남동부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덕분에 남동부 국경선을 침공한 15만 명의 메즈텍 왕국군은 별다른 피해 없이 남동부 방어의 거점인 아라폴라 성을 사흘 만에 함락시켰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모르는 수도에는 제너럴 상단을 통해 잘못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소문의 내용은 애시빌 왕국과 메즈텍 왕국이 각각 30만의 대군을 동원했으며, 양국이 공히 10명이 넘는 소드마스터와 수백 명 규모의 마법병단을 동원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국경선과 요새를 방어했던 타라한 왕국군은 모두 전멸했다는 내용이었다.
비록 잘못된 소문이었지만 수도의 백성들은 이전 하이폰 왕국과의 전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려주었던 제너럴 상단의 얘기였기에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모리타 백작,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최대한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군나르 백작님, 테릭 공작님과 교신은 해보셨습니까?”
“며칠째 안 되고 있습니다.”
“모리타 백작님은요?”
“저 역시 교신이 안 되고 있습니다.”
“아! 나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공작 각하는 이런 비상시기에 도대체 어디를 가셨는지.”
왕궁에는 모리타 백작과 군나르 백작, 그리고 바하마 후작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셋은 테릭과 통신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하마 후작님, 테릭 공작님께서는 조만간 돌아오실 것입니다.”
“하지만 적은 각각 30만이 넘는 대군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전시에 소문은 부풀려지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정확한 전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입니다.”
“적은 사흘 만에 아노아 요새와 아라폴라 성을 함락시켰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보름 후쯤에는 수도 근처까지 도달할 것입니다.”
“테릭 공작은 그전에 돌아올 것이요.”
“하지만 공작 각하가 오신다고 해도 무려 60만에 달하는 적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게다가 공작께서 어느 한쪽을 막는다고 해도 다른 한쪽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젊은 바하마 후작은 꽤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지적이 틀린 게 아니었기에 모리타 백작과 군나르 백작의 얼굴에도 수심이 어렸다.
그때 소문과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왕궁 밖으로 나갔던 몇몇 귀족이 게일스를 데리고 들어왔다.
“부름을 받고 달려왔사옵니다.”
“어서 오게, 게일스 상단주.”
“반갑소, 게일스 상단주.”
“혹시 게일스 상단주는 테릭 공작님과 교신이 되고 있는가?”
“카일록 성에 계시는 제나스 백작님과는 교신이 되지만 테릭 공작님과는 교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 도대체 어디를 가셨는지.”
바하마 후작은 이번에도 테릭과 통신이 되는지부터 물었지만 그라고 해서 테릭과 교신이 될 리 만무했다.
“그런데 이런 비상시국에 저를 어인 이유로 부르셨습니까?”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이네. 게일스 상단주가 우리를 도와줬으면 하네.”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비록 중앙권력의 일정 부분을 장악했다고는 하지만 수십 년간 국정을 좌지우지한 좌-우파의 영향력은 아직도 거대했다.
특히 군부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다. 덕분에 이들은 아직까지 정상적인 보고체계를 통한 전선의 상황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소주와 라이터를 통해 급격히 성장한 게일스 상단은 타라한 왕국 곳곳에 지부를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의 대형 상단과도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게일스 상단의 정보망이야말로 아주 유용한 대체 수단이었다.
“현재 전선의 상황에 대해 게일스 상단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듣고 싶네.”
“양국의 침공군이 각각 30만이라는 소문이 사실인가?”
“아군의 피해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는가?”
모리타 백작을 비롯한 세 사람은 동시에 질문을 쏟아냈다.
게일스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차근차근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30만이라는 양국의 병력은 지나치게 과장되었습니다. 전쟁 발발 전 제가 들은 소식을 종합해보면 각각 15만 명으로 보시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무슨 소식을 들었기에 그렇게 판단하는가?”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군수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군수품을 조달하는 건 상인들이 합니다. 때마침 양국의 군수품을 조달했던 상단들은 모두 저와 거래를 하고 있는 상단이었습니다.”
“그들로부터 자국의 참전 규모를 들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고맙네. 그럼 아군의 피해상황에 대한 정보는 있는가?”
“그건 말하기가 무척 조심스럽습니다만, 세 분을 믿고 얘기하겠습니다.”
“우리 사이에 못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모든 책임은 우리가 질 것이니 어서 말하게.”
게일스 상단이 오늘날처럼 대형 상단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테릭이 공급해준 소주와 라이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근래에는 드워프들 때문에 제너럴 상단과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그들의 견제가 부쩍 심해진 상황이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게일스 상단의 후견인이라고 알려진 테릭이 건재함을 과시하며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했다.
그랬기에 그는 테릭과 운명공동체라 생각하고 이번 전쟁의 전황을 부지런히 수집해왔다.
“양국의 대군이 북부 국경선과 남동부 국경선을 돌파할 때 아군의 수비 병력은 고작 수백 명 내외였습니다.”
“뭐! 그게 사실인가?”
“국경선을 지키는 병력이 어찌 그뿐이겠는가? 분명 조금 떨어진 초소나 막사에 본대가 있었겠지.”
“아닙니다. 방금 내용은 저희 상단 지부에서 보고한 사실이니 틀림없을 것입니다.”
“허~ 참!”
“그리고 아노아 요새와 아라폴라 성은 포위된 지 하루 만에 항복했습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어찌 국경 수비군이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적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고 해도 적과 싸우며 시간을 벌고 지원군을 기다리는 것이 순리이거늘.”
“그뿐만이 아닙니다.”
“또 뭐가 있는가?”
“왕국을 둘러싼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도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
게일스의 얘기는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그의 얘기를 들은 세 사람은 점차 안색이 변하며 크게 놀라기 시작했다.
* * *
“끄응~”
=>주인, 일어났어?
=>바라나시, 여기가 어디지?
=>붉은 도마뱀의 레어 안이다.
=>아! 생포 당했구나.
=>그… 그건 아니다.
중상을 입고 쓰러진 테릭이 깨어난 것은 4일이 지난 오후였다.
자신이 생포 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테릭은 그게 아니라는 바라나시의 말에 한동안 멍해 있었다.
어리둥절해진 테릭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말을 하지 못하자 바라나시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저놈, 아무래도 수상하다.
=>수상하다니?
=>아무래도 사이코 드래곤인 것 같다.
=>사이코라니?
=>돌아이, 일명 크레이지 말이야.
=>왜?
돌아이나 크레이지라는 단어는 레이나가 가끔씩 사용했던 단어다. 그랬기에 테릭은 그 뜻을 알고 이유를 물었다.
=>중상을 입은 주인을 치료해줬을 뿐만 아니라 나도 고쳐주었고, 게다가 여러 가지 업그레이드도 해줬다.
=>뭐! 왜?
=>그건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뭐?
=>드래곤이 아니었으면 주인은 죽었다.
자신과 드래곤은 생사를 건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드래곤의 브레스를 처음 접해본 테릭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과 바라나시를 드래곤이 치료하고 업그레이드까지 해줬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붉은 머리를 하고 있는 사내가 천천히 다가왔다.
“일어났나?”
“왜 나를 죽이지 않았지?”
“계속 그 상태로 있을 셈인가? 대화하기 불편한데 일단 밑으로 내려오지.”
바라나시에 탑승한 상태에서도 이기지 못한 상대였다. 때문에 테릭은 찰나지만 내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자신을 살려준 은인이었고 아리아의 일도 물어봐야 했다.
그리고 죽이지 않고 치료까지 해서 살려준 걸 보면 어느 정도 안심해도 될 듯했다.
=>바라나시, 탑승 해제!
=>알았다.
윙윙~~
덜컥-
모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타이탄의 머리 부분이 벗겨지면서 테릭의 모습이 나타났다.
테릭을 노출시킨 바라나시는 그가 내리기 편하게 일반형으로 변신했다.
테릭은 적당한 높이가 되자 밑으로 뛰어내렸다.
바닥에 착지한 테릭을 바라보는 칼라히브의 시선에는 찰나지만 이채가 어렸다가 사라졌다.
“난 에이션트급 레드 드래곤, 칼라히브라고 한다.”
“나는 타라한 왕국의 공작, 테릭 폰 군나르다.”
테릭은 자신을 소개하면서 칼라히브의 눈을 똑바로 주시했다.
그가 보기에 눈앞의 드래곤은 흔치않은 붉은 머리라는 점을 빼면 여느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게다가 조각처럼 생긴 외모는 남자인 테릭이 봐도 감탄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칼라히브는 자신을 관찰하는 듯한 테릭의 시선을 느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상처는 말끔히 나았군.”
“나를 살려주고 바라나시를 업그레이드해준 건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물어볼 게 있다.”
“아리아라는 인간 여자의 일이라면 나는 모른다.”
“아!”
“타이탄에게 듣기로 얼마 전, 내 레어 근처에 로브를 입은 젊은 여자가 나타난 것을 보고, 그 때문에 오해를 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그 여자는 누구지?”
“그분은 로드님이시다.”
“로드라면 드래곤의 수장?”
“그렇다. 그분은 잠에서 깨어난 나에게 아버지가 죽었음을 알려주기 위해 방문하셨다.”
“아!”
언젠가 바라나시가 말하길, 높은 자존심을 갖고 있는 드래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추호도 흔들림이 없는 바라나시의 눈동자는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제 내가 묻지.”
“뭘 말인가?”
“네가 차원이동을 한다고 들었다. 한낱 인간이 어떻게 차원이동을 할 수 있지? 그리고 이계의 타이탄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줬으면 한다.”
“그뿐인가?”
“이미 마나의 품으로 돌아가신 빠하르간지를 네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도 대답해줘야겠다.”
“그전에 너와 빠하르간지하고는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있을까?”
칼라히브는 소개할 때 자신을 분명 레드 드래곤이라고 했다. 그리고 죽은 빠하르간지도 레드 드래곤이었다.
하여 테릭은 둘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했었다.
“그분은 내 아버지다. 내가 그분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600년 전 수면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깨어나서 가보니 너무도 정정했던 그분은 이미 수십 년 전에 마나의 품으로 돌아가셨더군.”
“휴우~ 역시 그렇군.”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빠하르간지의 아들이라니 놀라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드래곤 로드의 방문이 이해되었다.
길게 한숨을 내쉰 테릭은 처음 빠하르간지의 레어를 발견했을 때부터 차원이동을 하게 된 상황을 간략하게 얘기했다.
아울러 차원아공간에 보관하던 빠하르간지의 편지를 꺼내 칼라히브에게 넘겼다.
테릭의 얘기를 믿지 못했던 칼라히브는 빠른 속도로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잠시 후 칼라히브의 입에서는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랬구나, 그랬어!”
“편지에 나온 것처럼 내가 차원이동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빠하르간지가 만든 차원이동기 덕분이었다. 바라나시는 그렇게 다른 차원에서 운 좋게 얻었다.”
“왜 아무도 믿지 않아서… 만약 단 한 명만이라도 그의 주장을 믿어줬다면 이런 식의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진정해라.”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사를 알게 된다면 흥분하는 게 당연했다.
테릭은 편지를 꾸긴 채 씩씩대는 칼라히브를 위로했다.
사실 칼라히브는 너무도 정정해서 2~3천 년은 거뜬히 살 줄 알았던 빠하르간지의 갑작스런 죽음이 의문스러웠다.
그래서 틈틈이 다른 드래곤을 만나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테릭을 살린 이유도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서 조그마한 단서라도 얻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