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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4화 (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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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내 의견대로 우리는 일단 식당복도로 내려왔다. 그곳에 발을 디딜때 마다(그래봤자 2번째지만) 느끼는거지만 이 나무뿌리 복도는 다른 복도와 달리 거대한 생물체 같아서 커다란 위압감을 조성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어께를 잡았다.

"뭐해? 여기 어딘지 말해야 찾을거 아냐?"

혼자 분위기잡아도 소용없지. 내가 앞서 나아가자 나머지 애들도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슈는 뭐가 무서운지 내 손을 꼭 붙든채 놀 생각을 하지않았다. 내 손을 잡아주어서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너무세게 쥐어서 손이 아프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아야야! 무슨 여자애의 악력이 이리 세냐? 내가 계속 눈치를 주자 얼굴을 붉히고는 쥔손을 풀고 한 발자국 물러났다.

"놓라는 의미는 아니었는데?"

"에?"

"어? 무슨?"

내 말에 슈는 몸을 크게 떨며 얼굴을 붉혔고 하여는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한 표정으로 묻고 있었다. 앗차, 생각이 입밖으로 나왔구나. 가장뒤에 있던 우가 하여의 귀를 잡고 귀엣말을 하며 뭔가 불길한 정보를 흘려넣고 있었다. 귀엣말이 끝나고 늑대같은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쳐다본것은 두말할것도 없고. 난 녀석들의 음흉한 눈빛을 만화책에서 본 왕자님 오러(표정 반짝반짝)로 막아내고(무시하고) 슈에게 물었다.

"슈, 뭔가 무서운게 있어?"

슈는 내 질문에 고개를 몸이 젖은 강아지가 몸을 털 듯 도리질쳤다.

"아니.. 꼭 그런건 아닌데."

그런것 치고는 방금 반응은 너무 과했다. 나는 왕자님 오러를 늘리고 얼굴을 가까이하고는 슈를 부드럽게 추궁했다.

"정~말로? 정말이란 말이지? 그런데 내손을 이렇게 세게 쥐셨을까?"

슈는 내 얼굴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얼굴을 붉히고 이제는 제대로 말도 못하겠는지 숨소리만 냈다. 우와 하여는.. 어디서 났는지 팝콘를 꺼내 씹으며 우리둘을 바라봤다. 아주 흥미진진하다는듯이. 그런데 왜 하필 멜로영화를 본것같은 표정이 아니라, 액션영화의 전투신이라도 보는듯한 표정이냐?

"힉..힉..히에..."

내가 슈에게 다시 정신을 집중하자. 거의 울것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대담하게도 슈의 손을 붙잡고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슈는 조그마한 비명을 질렀고 우와 하야는 환호성을 질렀다. 백화점 같은데서는 지르지마라(돈과 비명을).

"가,가,가,갑자기...무슨짓을..?"

지금 말을 더듬으며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할사람은 한명밖에 없다. 나는 얼굴의 표정을 훼~이스 컨트롤로 지운뒤 뭐 문제 있냐는 표정을 얼굴에 써넣었다.

"왜? 싫어?"

슈는 고개를 숙이고 의식해서 보지않으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개를 저었다. 우와 하여는 뒤에서 커플탄생! 이라는 표지판을 들고 있었다. 내 게이트 오브 포켓을 뺏겼나?

"자, 이제 그만! 다 도착했다. 여기야."

우리가 걸음을 멈춘곳은 나무뿌리 복도의 정중앙이였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여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머리위에 물음표를 띄운채 내게 물었다.

"어디에 있는데?"

조금 생각해 보면 알수있잖아? 이래서 무림고수는... 난 그 생각이 틀키지 않게 고개를 돌린채 벽(이라고는 해도 나무뿌리)으로 다가가 나무뿌리를 걷어냈다.  어린애 허리만한 뿌리치고는 쉽게 치워져서 놀랐지만 침착함을 유지한채 뿌리를 모두 걷어냈다 그 안에는 문이 있었다. 하여는 과연! 이라며 기뻐했고 우는 이런데에 문이?라며 의문을 표했으며 슈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제..그만하자.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슈의 한 마디가 내 시선을 끌었다. 나는 슈의 어께를 잡고 최대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는데? 이유를 말해 주겠어?"

슈는 입을 오물거리다가 숨을 몇 분 동안 참았던것처럼 말했다.

"감이.. 안좋아. 옛날에..."

슈가 터진데 하나없는 여린 입술을 깨물고는 말을 이었다.

"전에 어머니가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실때도 이런..느낌이었어. 그러니까 그만하자. 응?"

나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살짝 긁고는 어께를 놓았다. 그런 과거가 있었나? 그럼 안 건드리는게 낫겠지. 나는 마음속으로 관두기로 결정하고 나머지 녀석들을 돌아봤다.

"얘들아. 그렇게 됬으니 일단 돌아가자...? 야 임마!"

돌아보자 문을 이미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녀석들을 끌고 나오기 위해 그 문안으로 들어섰다. 슈는 가지 말라는듯 손을 잡은 것 같지만 슈의 체구로는 남자인 나의 근력을 당해낼 수 없는지 끌려 들어왔다. 슈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아아아...저,저게 뭐야?"

문 안쪽은 커다란 공동이었다. 형광등도 없어 빛이 없어야 하건만 그 안은 밝았다. 공동의 벽에는 불꽃이 '떠'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간, 동물, 곤충 할 것 없이 모든 종류의 시체가 쌓여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의자삼아 위에는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형태의 괴물이 앉아있었다. 인간으로도 보였고 새로도 보였으며 물고기로도 보였다. 혹은 전설의 용과 같은 모습을 하고있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던 하여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것을 신호로 괴물은 시체의자에서 걸어나왔다. 그 모습에 슈가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아당겼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이곳에 와주어서 고맙다. 먹거리들."

그 말에 니를 비롯한 모두가 공포에 떨었다. 나는 그 공포를 극복하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평소의 마음가짐인 케 세라세라(모든것은 순리대로)덕분일터이다. 그리고 그 괴물은 우리가 살수있는 방법도 가지고 있었으니까. 발밑에

"여,여어 괴물씨."

아무리 마음먹었다고는 해도 말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기껏 폼 좀 잡았더니. 슈는 내 행동을 보고는 내 팔을 붙잡았다.

"희생같은걸 할 생각은..아니지?"

슈의 말에 우와 하여의 눈이 커다래져 나를 바라봤다. 우가 뛰어나와 어깨를 잡았다.

"그런짓은 곤란해! 여러모로 빚을 졌는데..아무것도 못해주고..."

우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평소라면 '남자의 눈물은 사양'이라며 가볍게 받아쳐 주었을테지만 낙천적인 성격의 나조차도 이 상황에서 농담은 불가능했다. 옛날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 듯 지난날을 회상했다. 누님한테 말 잘못했다 맞은 일, 우를 놀리다가 할아버님의 존안을 뵙게된 일... 내 추억은 어째 날 감상적으로 만들지 못하냐. 하지만 내 정신상태와는 달리 내 몸은 친구들을 뿌리쳤다.

"난 말이야.. 미래설계가 하나도 없는 놈인지라 여기서 죽어도 돼. 슈는 부모님이 한 분 밖에 안남았으니 부모님을 위해 살아야하고."

고개를 돌려 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 네녀석은 전에 납치 됬었을 때 말했지? 살고 싶다고. 그러니 너도 안돼."

마지막으로 몸을 떨고있는 하여를 봤다. 하여에게는 해 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여의 시선을 피했다.

"하,하여는 장차 유명한 무림 고.. 아니, 도장 주인이 될테니... 어찌됬든 하여도 안돼! 그러니까 소거법으로 나! 알겠냐!"

마지막에는 우기는 것 같은 말투로 바뀌었지만 상관없겠지. 난 녀석들을 무시하고 앞으로 뛰쳐 나갔다. 아마도 저 괴물은 방금 그 행동을 보고만 있었던 모양이다. 내 앞의 괴물과의 거리는 고작 5m정도. 눈앞의 괴물은 비웃었다.

"희생이라.. 내가 너희들을 살려줄 턱이 없잖은가?"

예상은 했다. 저 반응, 하지만 살아남을 길은 반드시 있다. 없어도 만들어야하는 것, 그것이 내 천명일지도 모른다. 뭐, 죽기전의 치기에 가깝겠지만. 나는 눈앞의 괴물에게 한 걸음 씩 다가가며 말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방안에서 배나 불리는 일상은 지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신지? 보시다시피 가장 맛있어보이는 내가 나왔으니, 잠시 즐기다가 저들은 살려주지 않겠어?"

내가 했던 말처럼 지루했는지 않했는지는 모른다.하지만 괴물에게 다가갈수록 느껴지는 공포는 정신을 뒤흔들어 근거없는 말을 내뱉기 위해 입을 움직이게 했다. 괴물 자신은 나의 말 중 그 부분보다, 딴 부분에 신경쓰는 것 같지만.

"어딜봐서 네가 가장 맛있다는 거지?"

"저기 180cm의 흉터남은 너무 흉이 많아서 맛을 다 버렸으며 저기 금발의 작은 아이는 너무 어려 숙성된 맛이 없고. 저기 아가씨는...."

생각해보니 가장 음식에 어울리는 것은 하여가 아닐까 생각했다. 적당히 단련된 몸. 인육은 하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씹는 맛을 가지지 않을까. 그래도 살려야 하니 최대한 거짓으로 포장했다.

"저기 아가씨는 보디빌더보다도 근육이 많아서 힘줄이 많을 것이라 생각되니 내가 가장 한끼 식사에 어울린다 생각하오."

"허나, 내가 그대만 먹을 이유는 되지 않지."

괴물의 말. 하지만 이것도 예상했다. 살릴 방법은 이미 괴물이 가지고 있다. 나는 괴물을 지나쳐 시체의자 옆의 검은것을 차올여 손으로 잡았다. 폼 잡는게 성공했다. 놓쳤으면 쪽팔렸을텐데.

"게임을 하자."

체스 말(퀸)을 괴물을 향하게 들어올렸다.

"게임?"

"그래, 어둠의 게임을."

유희X이 절대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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