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1화 (11/340)

0011 / 0340 ----------------------------------------------

대화, 바램, 일을 뒤로미루다

붉은 완장의 대장으로 추정되는 청년이 말했다.

우와 하여가 우리의 앞을 막아섰다. 여차하면 푸른나비나 금빛호랑이를 쓸 기세다. 슈의 손 근처 공간도 얼어붙은 것을 보니, '여왕의 증표'을 꺼낼셈인가 보다.

그는 우리의 그 모습에 당황했는지 손을 내저었다.

아무래도 납치의 프로같아 보이진 않는다.

"아니, 아니. 딱히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당신들..이랄까, 거기 고요님을 만나고 싶다는 분이 계셔서요."

하여와 우가 '님?'이라며 쳐다봤다. 뭐랄까, 매우 고까운 모양이다.

그렇게 보지마라. 나도 뭔일인지 모르니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싫다고 한다면?"

그 말에 청년은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러고는 바지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냈다.

"그러니까... '그렇다면 물러나세요'...에?"

쪽지는 내말에 따라 해야할 방침같은 것을 적어둔 모양이다.

방침을 읽은 당사자도 놀란 모양이지만.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우는 옛날이랑 똑같이 네 마음대로 하쇼라는 얼굴이고 하여는 자포자기한 듯한 표정이다. 슈는 나한테 선택을 맡겼고.

뭐랄까, 남에게 선택을 강요해서 책임을 늘리지 말아주겠어?

"알았어. 따라갈께. 잠시 집에 연락 좀 하고"

"그,그래 주시겠습니까?"

청년은 어지간히 기쁜지,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평범한 사람 같은데.

일단은 핸드폰을 우에게 빌려 집에 전화를 걸었다. 우가 어지간하면 사라고 말했지만, 귀를 접으며 씹었다.

평범한 신호음인 것이 분명한 우리집이 어느세 '볼레로'로 바뀌어 있었다. 비발디의 사계나 틀어줄것이지. 같은 리듬이 몇번이나 반복될 무렵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

"호지, 나다."

전화 아가씨를 흉내내던, 호지가 기쁜 기색이 완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빠!"

목소리가 좀 커서 다른사람이 듣고 날 보며 숙덕댔다. 청각이 딱히 발달한것은 아니지만 뭐라 말하는 지는 알수있었다. '저 나이에 벌써 아이가?' '어머 상종 못 할 사람이네'

젠장, 저 아줌마 파워..

흔들리는 가슴을 잡고 호지에게 말했다.

"호지. 내가 오늘안으로 안들어오면 날 찾아. 알았지?"

핸드폰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사뭇 긴장감이 서린 목소리가 들렸다.

"위험한일이야? 내가 처리할까?"

"위험한지는 모르겠고, 오늘안으로 안들어오면 네가 나서도록해."

"몸 조심해."

나는 그래하고는 가볍게 수긍하고는 핸드폰을 닫았다.

보험은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앞을 막아선 두사람을 옆으로 밀어내고 청년에게 다가갔다.

"원하는 것은 나지?"

"예"

내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려던 순간, 갑자기 뒤에서 우가 목을 졸랐다.

컥!? 이 유인원이! 동물원에서 빼줬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하여가 앞으로 나섰다.

"우리도 함께가도 되는거지?"

그 말에 청년은 주머니에서 또 다른 쪽지를 꺼내들었다.

저 주머니에 쪽지가 몇개나 들어갔는지가 궁금하다.

"'관련있으면 상관없습니다. 추신, 관련은 당사자들에게 묻도록 하세요'라는 군요."

관련이라 함은 아마, 마(魔)와 관련된 일일터. 우들은 서로를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도 가야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뭔지 모르지만 내 일이니까, 대화에 껴들지 말것. 알겠지?"

우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누가보면 '이녀석 인천 앞바다에 묻어버려!'라는 표정이지만 흉터 때문이니 무시하자.

우리들은 그들이 가져온 자동차에 타고(리무진같은 비싼차가 아니였다. 어디서나 볼 법한 차였다) 나를 부른 자에게로 향했다.

--------

성교.

현재 한국에서 생겨난 새로운 종교. 그 교주는 여러 기적을 일으켜 신도들을 모았다. 기적도 다양해서, 앉은뱅이를 서게 했다, 자연재해를 예지했다, 전쟁터에서 신체일부를 잃어버린 사람에게 새로운 신체부위를 주었다등의 이야기가 있었다.

덕분에 국내 지지도는 최상위.

나이, 계층을 따지지않는 이시대의 성인이라 추대받는 사람이지만..

"왜, 나 같은걸?"

"글쎄요..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매우 소중한 사람이라고 하셨던것 같네요."

소중한사람? 내가?

"헤에.. 요는 그런 사람에게 인기가 좋구나.."

내옆에 앉은 슈가 조용히 분노했다. 그 위압감에 머리카락이 솟아오르는것 같다.

슈가 화를 내는 이유. 그것은 교주가 여성(그것도 우리보다 한 살 어린나이에)이기 때문이다. 학력도 굉장해서, 외국에서 대학교마저 졸업한 천재. 아마 라이벌 의식을 키우는 상대가 너무 강해서 그러는 것이리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슈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 최대한 느끼하게.

"화내지마. 정말로 모르는 사이니까. 내가 보는건...."

솟아오르는 살기가 순식간에 가라앉고, 핑크빛 감정이 샘솟았다.

내가 원하던게 이거야!

슈는 내가 쥔 손을 꼭 쥐고(잡을 때 마다 느끼는거지만 악력이 장난이 아니다. 크아악) 내 어께에 머리를 기댔다. 민초(백성이 아니라 대장청년을 말하는 것이다)가 백미러로 우리를 보며 물었다.

"사귀시는 겁니까?"

"아니, 그런건아니고. 뭐랄까. 팬 서비스? 슈는 옛날부터 나를 알고있던것 같으니까."

민초가 '팬?'하며 입속으로 되네이며 핸들을 돌렸다. 앞좌석에 앉은 하여가 물었다.

"무슨 팬?"

"세계적인 체스대회에서 우승했거든. 딱히 자격증 같은게 없어도 참가가 가능해서 참가했었지. 그래서 우랑 함께 갔지."

슈가 입술을 진동시키며 물었다. 두려워한다는 표정이라기 보다는 '이제야 기억났어?'라는 표정이다.

"기억하고 있었어?"

"아니... 처음에는 몰랐는데, 소유랑 게임 할 때 기억났어. 마지막 결승전을 영국에서 하기도 했으니까. 내가 아마 반지를 주워줬든가?"

내 말의 대답은 우쪽에서 나왔다.

"아~! 그 긴머리! 그게 슈였어?"

슈가 난처한 듯 한 미소를 지었다.

"응.. 그 후로 머리를 잘라서 못알아봤지? '언데드 퀸'하면 당시에는 모르는 사람도 없었고, 그 때 나는 팬이었으니까."

"뭐야, 나만 초면이었던거야?"

슈는 '문자 그대로 얼굴만 알고있었으니까.'라며 웃었다. 하여가 당시에 어땠냐고 묻길래 어려울것없이 대답해줬다. 우가.

"14살 때 였나, 마지막 결승전에서 결국 비긴..."

"우승했다며?"

"잠자코 들어. 결국 비긴것이나 다름 없는 대치 상태에서 상대방이 기권을 선언했어. 이유는 모르지만. 일단 트로피를 받고 단상에서 내려올때 반지를 떨어트린 슈랑 마주쳤지. 거기서 요가 반지를 주워주고 끝. 그게 슈랑 만난 이야기지."

하여는 실망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뭐야 그건. 로맨스도 뭣도 없잖아. 게다가 인연이라고 해봤자, 간장종지보다 얇은 인연이고."

슈가 내손을 집은 손의 악력을 늘리면 '간장종지...'라고 중얼거렸다.

충격받았나? 그런데 제발 그 충격을 내손으로 돌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때 민초가 끼어들었다.

"그 이야기는 저도 압니다. 절대로 퀸이 죽지않아서 언데드 퀸이었죠. 결승전에는 퀸을 버리고 마지막에 퀴닝(폰을 퀸으로 승격시킴)해서 반격을 노려 우승..이라고 신문에 났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남의 이야기를 안주삼아 말하지마라. 미성년자들이(민초예외).

----------------------------

우들이 남의 과거를 안주삼아 즐기고 있을때 목적지에 도착했다.

건물은 간단히 설명하면, 중간크기의 교회에 십자가 떼고 스테인드글라스를 때면 만들어질것 같은 건물이었다.

민초형말로는 여기 2층이 교주실이라는 모양이다. 민초형의 인도로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종류의 사람이 안에 있었다. 그들도 우리에대한 이야기를 아는지 숙덕거리고 있었다.

"교주님의 초청을 받은 사람들이 저 사람들인가요?"

"그런 모양이더라구요. 그리고 저기 흉터없는 남자는 저 나이에 아이가 있다고 하더이다."

"어머 어머!"

어느세 소문이 났다. 빌어먹을 정보력..

옆에서 슈가 키득키득 웃었다. 나는 그것에 대응하듯 손을 쥐었다.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주변의 말소리가 바뀌었다.

"어머니는 저 외국인인가요?"

"저 외국인은 이번해에 막 우리나라에 왔다던데요?"

"그럼 바람? 이나라가 어쩌자고 저런 페륜아를.... 빨리 교주님의 정화를 받아야 할텐데요."

...그냥 죽고 싶다.

민초를 계속 따라다니다 2층에 도착하자 극장의 문같은 거대한 문이 보였다. 민초형이 벨을 누르자 잠시뒤에 낭랑한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우리나이대의 소녀가 우릴 맞아주었다.

"안녕하세요. 성교의 교주직을 맡은 1대 교주 신소누라 합니다."

학교강당과 같이 넓고 텅빈 공간의 단상에 앉아 캐쥬얼한 의상을 입은 긴머리의 아가씨가 우리에게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