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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총구가 괴물처럼 불꽃을 토한다.
그에 나는 용사처럼 달려든다. 오른손의 커튼을 방패처럼 앞에 세웠다.
커튼이 확 펴지면서 쏘아지는 총탄을 막아냈다. 마력을 집어넣은 천이 총탄을 먹이삼아 입을 다물었다.
커튼을 버리면서 옆으로 빠져나와 적이 짠 부채꼴진의 꼭짓점에 있는 사람의 목을 수도로 잘라버렸다.
쾌속.
적의 시체를 방패삼아 적들 속을 질주하는 나는 몸을 갈가리 찢어버릴 것같은 바람에 쾌감을 느끼며 날아오는 총탄을 방패삼아 적을 걷어찼다.
마력에 의해 강화된 다리는 적의 팔을 완전히 뭉개놓았다.
'칫,
머리가 아냐...'
아쉬움을 느끼며 나에게 향하는 총탄을 목없는 시체로 막아냈다. 시체뒤의 숏소드를 뽑아 뒤에서 달려드는 적의 머리를 갈라버렸다.
입이 가쁜 숨을 토해냈다.
"하,악."
일대 다수의 전투법.
내가 적들의 한 가운데에 있다면, 내게 가장 두려운 무기, 총기를 사용 할 수 없다.
주변에서 칼을 휘둘러 공격해도 상관은 없다.
쾌속의 다리로 피해버리면 그만.
금방 죽인 마법사가 떨구는 검을 받아 앞뒤로 날아오는 검을 받아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 회수 불가능의 강검.
검이 폭탄이라도 맞은 듯, 부르르 떨었다.
주위에서 쉴셀틈 없이 검을 날린다.
내 눈에 잡히는 것은 전장. 넘을 수 없는 인간의 벽.
탄력을 받은 다리가 땅을 박찬다.
땅 거죽이 튕겨올라 뒤의 적을 때렸다.
날 감싸던 적의 진에서 빠져나오면서 오른 편의 적을 베어버렸다.
"많아..."
너무 많다.
인간이 강해도 한계가 있다. 한손이 잘나도, 양손은 이길 수 없다. 치지의 경우에는 엄폐물이 많은 산간이지만 나의 경우에는 엄폐물은 커녕, 벤치하나 보기 힘든 텅빈 건물 입구다.
이쪽을 향하는 마법사를 베며 다시 마법사들의 중심으로 파고든다.
횡으로, 사선으로, 종으로. 양손에 쥔 작은 검이 종횡무진으로 바람을 가르며 날뛴다.
"큭!"
입이 멋대로 신음을 토해냈다.
그렇게 선전했음에도 허리가 베인것이다. 아직 얕지만, 지금처럼 격하게 움직이면 벌어져서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난 바보였다.
멍청한 짓을 한 것이다. 꼭 응전 할 필요는 없었다.
적을 발견하면 도망쳤어야 했다. 마력 개방으로는 불가능해도 그것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았다.
여차하면 한계점 돌파를 하면 그만이다. 뭐, 페널티가 좀 크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 지금처럼 마력을 소진한 상태라면, 한계점 돌파를 해도 본능력을 발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날아오는 검을 쳐내며 다시한번 땅을 박차, 적을 베며 마법사들의 포위진을 뛰쳐나갔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갑자기 양 옆에서 쇠사슬이 튀어나와 팔에 감아든것이다.
적들은 사람을 몇번이나 죽여 본적있는 프로다. 몇번이나 같은 수를 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 정도는 마련해 둔 것이다.
"제기...랄!"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팔을 잡아당겼다.
쇠사슬을 끊어버릴 요량으로 마력을 힘껏 끌어올렸는 데, 끊어지지 않았다. 아니, 끊어지지 않았다기보단 끊을 만한 힘이 나오지 않았다.
쇠사슬 때문인지, 마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물러나라!"
적들의 수장 이발의 외침.
그것과 동시에 나에게서 급속도로 물러났다.
내가 의아한 눈으로 주변을 주시하자, 이발이 비웃는 얼굴로 날 쳐다봤다. 순간, 그의 입이 기괴한 말을 뱉어냈다.
인간의 언어가 아니다.
진언. 혹은 주문, 영창이라고도 부르는 그것.
주문이 끝나면서 갑자기 내 몸이 땅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고밀도의 중력마법.
재빠른 내 다리를 묶기위한 방책이리라.
"개자식."
이발이 다가오더니 묵직한 다리로 내 배를 걷어찼다. 보이는 것처럼 묵직한 타격이 뱃속을 휘저었다.
내 머리채를 잡아올렸다.
다리를 걷어차서 다시 무릎꿇렸다.
이발이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했다.
그의 오드아이가 마음을 꿰뚫어 볼 것처럼 내 눈을 바라봤다.
"너... 표적은 어딨냐? 아니, 이 건물안이라는 건 알지.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너 때문에 몇이나 죽은 줄 아냐? 일곱명이야! 안그래도 숫자가 줄었는 데, 그 빌어먹을 여자한테 결사원 열 여섯명에 집법자 여덟명 전부!"
그의 손이 내 뒤통수를 밀어 얼굴을 바닥에 쳐박게 했다.
광대뼈가 아프다. 피가 아닌, 빗물이 묻었다. 비가 온 모양이다.
그나저나, 치지는 엄청난 데? 도합 24명이잖아?
내 얼굴을 다시 들어올린 이발을 보며 조소했다.
"헤..헷. 과연 치지네. 24이라... 상대가 안되겠네. 큭큭큭"
"뭐가 웃겨!"
그의 무릎이 턱에 작렬했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것은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아니라 비웃음을 담은 경멸의 웃음이었다.
"하하핫! 멍청.. 하긴. 도망치면 그만인데, 너희랑 싸운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난.. 시간벌이거든. 이미 도망친 아가씨에게... 연락은 받았어. 이미... 합류했을 걸? 킥킥킥....."
내 말에 그의 안색이 대번에 굳어졌다.
내게 남은 것은 거짓말 뿐. 이것으로 몇분은 버틸 수 있으리라.
게다가 저 얼굴, 치지는 확실히 도망쳤다. 그렇다면 분명 얼마되지 않아서 지원 올 것이다.
그 때 까지 버티면 나의 승리.
"우, 웃기지마! 저기에 탐색 반응이 완벽히 발동하고 있다고. 거짓말은 안통해! 게다가, 그녀석은 이상한 놈들에게... 설마!? 동료가 더 있었나!"
이상한 놈이라는 단어가 뇌를 휘저었지만, 얼굴은 조소를 띄운채다.
들키면 끝이다.
어찌됬든, 이것으로 몰고가야 한다.
"큭, 하하하! 이제야 알았나? 애초에 나라는 변수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동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정도는 해놨어야지! 게다가, 탐색같이 불안정한 것을 믿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군. 탐색을 속일 수있는 마법은 썩어나게 많아. 내가 지금까지, 효율 낮은 강화만 걸고 싸웠으리라 생각하지? 처음 너희를 날려버린 바람만 써도 몇명은 더 죽일 수 있었는데?"
내 말에 놈은 '아차'하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속으로 놈을 비웃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녀석은 정작 실전에 서 본적은 별로 없다.
안 그렇다면 나같은 초짜의 거짓말에 속을리가 없으니까.
게다가 풍백같은 건 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큰 집중력을 요구하느 것이다.
날아오는 칼을 일일이 쳐내는 데 급박한 데, 풍백을 쓸 여유는 없는 것이다.
속으로 살아남을 궁리를 하던 나를 바라보며 이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냐? 못 썼단 말이지? 게다가, 대부분이 거짓말이고? 오호. 네가 예상하지 못한 것을 가르쳐 줄까? 내 왼쪽눈은 마안(魔眼)이다. 사람의 속내를 읽는 마안이지. 반쪽짜리라, 감정이 솟아오르지 않으면 쓸 수 없기 때문에 네놈을 좀 속일 필요가 있었다."
젠장, 낚인 것은 내 쪽이었나.
내 머리채를 잡고있던 이발의 손이 풀려났다. 그는 가슴께에서 검지 손가락만 한 비도 하나를 꺼내 들었다.
기묘한 녹색빛이 괴이한 향을 내며 내 정신을 어지럽혔다.
본적도 없지만, 알 수 있었다.
독이다.
이발이 비도로 재주를 부렸다.
"이건 비싸서 말이지. 던지기에는 아깝거든? 그래서 고문용으로 가지고 있었지. 특히 너처럼 재생력이 높은 파테아(강화인간)들에게는 이게 재격이지."
파테아라는 새로운 단어에 의문을 느끼기도 전에 단검이 어깨를 할퀴었다.
생채기나 다름없는 검상이 세겨지면서, 녹색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엄청난 감각이 전신을 휩쓸었다.
"끄아아아아악!"
"파테아라도 이거에는 죽지.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어라."
이발이 몸을 돌렸다.
그의 말과 행동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단 한마디가 내 머릿속을 채웠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그리고 갑작스레 무의식에서 의문이 떠오른다.
죽고 싶어?
의식이 부정한다.
아냐, 살고 싶어.
무의식에서 또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살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그것에대한 대답은 이성이 아닌 무의식이 말했다. 자문자답처럼.
자신을 죽이려는 자를 죽여야지.
그 말과 동시에 머릿속을 채운 단어가 바뀌었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이겠어.
의식의 대답.
고통에 몸부림치던 신체가 진정됬다. 결심하고나자 몸의 고통이 사라진것처럼 느껴졌다.
내 몸의 마력이 회전했다. 이제까지의 안정적인 회전이 아닌, 한계점을 넘어선 마력의 폭류.
세상의 색이 흘러나간다.
세상이 흑백으로 가득찼다.
몸을 누르던 중력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몸을 일으켜 세우자 적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뭐, 뭐야? 어떻게... 칫. 마무리를 지어야 하나."
이발이 다가온다.
매우 느린 발걸음으로.
내 입이 명령한다. 내가 아닌, 적에게.
"날 속박하는 자... 폭사(爆死)."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팔을 감싼 쇠사슬의 주인들 주변의 기압이 내려가면서 몸 내부의 기압이 상승했다.
그들의 몸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면서 풍선처럼 터져버렸다.
주변에 피와 육편이 벚꽃처럼 흩날렸다.
팔을 감싸던 중압감이 사라지면서 팔이 자유로워 졌다.
적들의 당황하는 모습이 눈안에 담긴다. 순식간에 뒤바뀐 전세.
전세를 다신 뒤집기 위해 마법사들의 총이 나에게 향했다.
도토리같이 생긴 총탄이 쏟아졌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정지했다.
시간이라도 멈춘 듯한 총탄과 나의 사이에는 빗물과 바람이 태풍 마냥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풍백과 우사가 조화를 이룬것이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나는 완벽하게 힘을 다룰 수 없었다.
인간의 뇌로는 필요한 연산을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하다.
마력의 개방은 전신강화다. 뇌라고 예외가 될 수 는 없다.
그렇기에 한계점을 돌파하면서 뇌의 활용률이 100%에 이른것이다.
내 발이 한 발자국 나아가자 마법사들이 한 발자국 물러났다. 녀석들은 겁먹고 있다.
어떠한 마법이라도 저 육편조각처럼 갈가리 찢어 버리지는 못할테니까.
내 손이 들어올려져 적들에게 향했다.
"나에게 총구를 향한자... 총살(銃殺)"
여섯명의 마법사의 총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향해 움직였다.
"뭐, 뭐야..."
그들이 반항 할 수록 총구가 머리를 향하는 것이 빨라졌다.
삼신기의 운사. 흐름의 힘.
적 내부의 모든 기능의 흐름을 '총으로 자결한다'는 행동의 흐름으로 바꾸어논 것이다.
거부하려는 힘조차 죽으려고 용쓰는 것밖에 되지않는다.
여섯번의 총성과 함께 여섯의 시체가 철푸덕 소리를 내며 비를 튀겼다.
남은 사람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나의 존재감이, 위압감이, 살기가 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네명의 마법사가 도망치기위해 등을 보였다.
"도망치려하는 자. 참살(斬殺)"
밀도있게 압축된 바람이 뒤로돌아 등을 보인 자들의 몸을 사선으로 내리 그었다.
상반신이 떨어지고, 이어서 하반신도 무릎을 꿇었다.
날 적대하는 모든 자들은 깨달았다.
여기서 나에게 죽는다는 것을.
"내 앞에서 고개를 곧추세운 자. 압사(壓死)"
가장 응용력이 높은 운사의 힘이 적의 몸에 걸리는 중력을 몇 십배로 강화했다.
일곱명의 머리가 머리부터 처박히면서 몸이 서서히 땅에 파고들었다.
압사당한 자들은 죽어가면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한명.
이발.
내 시선이 이발에게 향하자, 그가 공포에 몸을 떨었다.
그의 마안같은 능력은 없지만, 지금 그의 생각은 손바닥에 훤히 보일 것만 같았다.
무서워서 미칠 것같은 감정이 이발의 몸을 헤집고 있었다.
이발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걸음걸음 걸어서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멱살을 들어올렸다.
그의 품안에서 녹색빛의 비도를 뺏어냈다.
그는 그런거에 신경쓰지도 못한채, 입으로 '죄송합니다'만을 작게 연발하고 있었다.
추하다. 너무 추해.
"추한 자."
"아...아아아악!!"
아직 말도 끝내지 않았는 데 비명부터 지른다.
웃기는 놈이다. 나를 죽이려고 한 주제에, 목숨을 구걸하려는 건가? 자신이 죽을 각오 정도는 하고 깝쳐야지.
입이 움직이기 직전.
풍백이 여섯명의 기척을 잡아냈다.
평소라면 불가능 할 다중사용이지만, 한계점을 돌파한 덕에 가능해졌다.
이발을 죽이기 전에 저녀석들 부터, 죽여버리자.
"엿보는 자.....아?"
갑작스런 돌진에 걷어찰 요량으로 다리를 들어올렸지만, 찰 수 없었다.
내게 돌진한 건...
다름 아닌 슈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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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힘들게 썼던 편이군요. 이번 편.
아마... 특별편을 썼을 때, 이거 쓰기 힘들어서 그랬던걸로 기억합니다.
재밌게 감상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