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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6화 (26/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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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본 것은 새하얀 천장. 아마도 병원의 천장이리라.

이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인식한 순간, 간밤의 싸움을 뇌가 상기해냈다.

아무래도 이긴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망가졌던 내가 살아있을리가 없으니까.

그 사실에 안도하고 내배를 누르는 무언가를 내려다봤다.

본 것은 배를 압박하는 두개의 팔.

"뭐야 이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른하다는 것만 빼면 격전을 치른 몸이라고 생각도 못할정도로 멀쩡했다.

내 배를 태산처럼 누르는 팔 하나를 들어올리며 옆을 봤다.

옆을 보니 어느샌가 부쩍 큰 호지가 잠들어있었다.

"아버지가 모르는 새에 이렇게 크다니, 아버지는 슬프다."

"일어나자 하는 말이 그거라니, 친구들이 슬퍼하겠어요."

어느새 문을 열고 들어온 소누가 내 말에 태클을 걸었다. 치지는 여전히 그림자처럼 그녀의 뒤를 수행했다.

"부모는 무엇보다 자식이 중요한 법."

그녀가 미소 지었다. 죽을 뻔한 것치고는 매우 환한 미소다. 왠지 모르게 짐을 덜어낸 것 같기도 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제 새벽의 싸움은 당신 빼고는 딱히 부상당한 사람없이 끝났습니다. 네크로노미콘은 슈씨가 회수했고 적의 시체는 두 용병이 처리했고요."

"당연하지. 내가 그렇게 선전했는 데."

"문제는 당신이었죠."

"나?"

소누의 질책을 담은 눈초리가 채찍처럼 나를 때렸다.

은혜도 모르는 것. 겨우 살려놨더니.

내 눈초리 마음에 안드는 지, 그녀가 품안에서 총을 꺼내어 내 이마에 총구를 댔다.

"어머, 죽고싶어요?"

"눈, 깔고 있겠습니다."

그녀가 총을 회수했다.

무서운 년.

그녀가 어젯밤 정황을 이야기했다.

"싸움이 끝나자, 갑자기 하늘에서 당신의 딸이 떨어지더군요. 갑자기 나타나서 누가 그랬냐고 외치면서 달려드는 바람에 다시 한번 싸울 뻔 했어요. 일단 이 일은 넘어가고, 결국 그곳에서 당신을 회복하는데 주력하다가, 아버지가 오더군요."

소누의 아버지를 말함이라. 소누가 충격적인 사실을 입에 담았다.

"제 아버지가, 삼가(三家) 중 하나인 신씨일가라던데요?"

나는 경악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하나 하나가 국가를 상대 할 수 있다는 집안의 딸내미라니. 기적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당신을 아버지가 원장으로 있는 이 병원으로 이송하고 끝. 그걸로 끝났죠. 당신은 만 사흘동안 잠들어 있었어요. 아니, 그것보다!"

갑자기 소누가 소리쳤다.

깜짝놀라 몸을 움츠렸다. 이상황에도 호지는 냠냠거리며 잘 자고 있었다.

부럽다. 나도 함께 낮잠이나 잤으면 좋을 텐데.

"내 말 듣고 있어요!?"

그녀가 히스테릭하게 외치며 다른세상으로 떠나려는 정신을 붙잡았다.

"알았어, 제발. 조용히 해. 애 깨겠어."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당신의 강화, 무지 위험한 것이더군요? 마법은 잘 모르지만 의학은 조금 알아요. 뇌에 무리를 주는 기술이라니, 까딱하면 폐인이 됬을거라구요?"

어느샌가 내 멱살을 잡은 소누였다.

그러고보니 마력 개방은 뇌도 강화시켰다. 덕분에 많은 수의 마법사들을 싹쓸이했고.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엄청나게 위험한 기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뇌는 섬세한 기관이다. 쉽사리 건들면 그대로 망가지기 때문에 사용에 매우 주의해야하는 기술인 것이다.

그런것을 주제도 모르고 두번이나 쓰다니. 지금 생각해도 오싹하다.

내 표정을 본 소누는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기술은 쓰지를 말라구요. 그건 그렇고, 저건 누구죠?"

소누의 손가락이 내 왼편의 백발의 소녀를 가르켰다.

호지의 팔과 더불어 내 팔을 압박하던 팔의 주인이 이 아이 였던 모양이다.

뭐야 얜?

"호지가 알겠지. 나중에 가르쳐 달라고 하면 돼. 이건 넘기고. 약속했지? 살아남으면."

장래희망을 가르쳐주겠다는 약속을 말함이었다.

그녀의 입가에 개운한 미소가 떠올랐다.

"세계일주에요. 하나 더 추가하자면 교주일은 폐업이고요."

"뭐? 폐업!? 이 일이 계기가 된거야? 신도들이 가만있지를 않을텐데?"

"계기라...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하지만,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해요. 이 이상 교주를 해먹으면 뒤 끝이 나쁠테니까."

그녀의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신도들이야 어차피 치지가 처리해줄테니까 상관은 없고요."

그녀의 시선이 창가의 시계를 향했다.

그녀가 몸을 일으켜 작게 목례하고 나가버렸다.

그림자처럼 움직이던 치지도 나에게 인사하며 떠나가버렸다.

바람같은 만남이었다.

조금 친해졌다싶더니 어느새 떠나가 버린다.

그녀들의 미래를 상상하며 노인같이 달관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두명의 남자. 한 명은 원장으로 보이고, 다른 한 명은 어디에도 없는 녹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풍백을 전개했다.

저 둘은 범상치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탐색같은 이능으로 알아본것이 아닌, 직감.

이 두명의 남자들은 강자다.

"도와준 사람에게 의심의 능력을 보이다니, 너무하지 않은가?"

"아니, 좋은 마음가짐이다. 부모도 자식에게 칼맞는 세상에 믿을 사람 따위는 없지."

원장이 말하고 청년이 받았다. 하지만 대화의 내용은 반대로 바뀌어버린 느낌이다.

원장이 손을 내밀었다.

악수하자는 그의 표현에 그의 손을 맞잡았다.

"신하군이라 하네. 잘 부탁하지. 그리고..."

이 아저씨, 손을 놓지 않았다.

계속 손 주물럭거리지마!

덜컥!

몸이 두쪽으로 나뉘는 느낌과 함께 엄청난 마력이 맞잡은 손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해악을 끼치는 것이 아닌, 일종의 기부. 마력을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몸속에 굳게 뭉쳐진 마력이 3배 가까이 늘어나버렸다.

"딸의 은인에게 주는 선물이다. 마력을 담아두는 그릇은 너무 작아서 노심(爐心)으로 바꾸어놨다."

"작아서 미안하네요. 그런데, 노심이 뭡니까?"

대답은 옆의 청년에게서 나왔다.

"드래곤 하트."

용의 심장을 입에 담았다.

현실의 용의 심장은 어떨지 몰라서 물어보기로 했다.

"어떤 기능을 가진겁니까?"

"노심. 노심은 화로처럼 마력을 자체 생산해내는 지고의 보물이다. 게다가 마력의 증폭효과도 있지."

앗싸 득템.

원장 아저씨가 뒤로 물러나자 제복의 청년이 다가와 옆에 길다란 아타셰케이스를 올려놓았다.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졌다.

"내 이름은 유운천이다. 삼가의 첫번째, 무가(武家)의 가주지."

"아, 예. 그런데 이것은 무엇인지요?"

"내가 만든 무기다. 마침 제자도 구해줬겠다, 너에게 선물로 주마."

제자?

내 얼굴이 의문을 띄우자 청년은 넉살 좋은 미소를 지었다.

"맹인검사있지 않나. 전에 마법전사라고 소개했다가 비웃음을 지은 못된 아이기는 하지만."

나라도 그러겠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소중한 녀석이지. 그러니까 받아둬, 2달이나 걸린 내 역작이다."

케이스의 비밀번호가 풀렸다.

아타셰케이스가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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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탈락자 유운천이 등장했습니다.

나이도 본디 고2정도였는데 말이죠.

현재 나이는....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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