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 / 0340 ----------------------------------------------
감시당하는 데이트
월요일 아침 학교.
"안 온 사람은 없지. 다음 수업 준비해라."
"선생님. 고요가 안왔는데요."
"그 녀석 지금 요양 중이다. 수요일부터 학교를 다시 나온다."
"뭐 때문에 입원했는데요?"
말문이 막혔다.
학생들에게 마법사랑 싸워서 다쳤다고 말할수는 없잖은가?
하윤은 고개를 돌려 그날 밤을 함께 했던 동지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외면당했다.
단상을 잡은 손이 부르르 떨렸다.
'감기라고 하자.'
라며 마음먹은 순간.
"그녀석 자택 요양이라던데. 멀쩡한 상태로 수요일까지 쉰다니 좋겠다."
아이들이 웅성웅성 거렸다.
거짓말은 불가하다.
일단은 나오는데로 지껄였다.
"전에 요가 바람을 피우다가 슈한테 걸려서 피떡이 되게 쳐맞아서 입원했다."
어차피 농담이니 아무래도 상관없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그런 마음과는 다르게 그 말은 신빙성을 얻고 있었다.
"아~ 역시?"
"바람 피우다니, 최저."
"슈, 슈. 진짜?"
슈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학생들에게서 오오하는 환성이 피어올랐다.
하윤, 그녀는 몰랐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요와 슈가 사귄다는 소문이 만연해 있었다.
월요일 오후 3시
평소라면 학교를 가서 공부하고 있을 시간이지만, 나는 집에 있었다.
자택요양이라는 명목으로 집에서 쉬게된것이다.
지금은 요양이랑은 거리가 먼, 외출을 하려하지만.
"능파. 집 잘 지키고 있어야 된다?"
"나도 갈... 잘 다녀와."
호지의 동공이 고양이처럼 새로로 찢어져 바라보자 능파(이름을 지어줬다. 이름은 백능파)가 고개를 숙여 배웅했다.
문밖으로 나오자 도시의 바람이 시원하게 머리카락사이로 내달렸다.
오늘의 데이트 코스는 백화점.
우리 공주님에게 모자이크처리될 옷을 마구 입혀 볼 수 있는 곳이다.
만세.
"아빠~ 빨리가자."
호지가 손을 잡고 앞장서서 나를 인도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10분 쯤 가면 백화점... 이지만, 호지가 산책을 겸해서 걸어가자고 해서 지금 백화점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호지가 연인처럼 팔짱을 걸고 어께에 머리를 기댔다.
"따뜻해..."
귀여워라! 귀여워라! 귀여워라! 귀여(이하생략)
내가 귀여워라를 홍련화(무량대수보다 많은 수)만큼 외웠을 때, 우리는 백화점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3시 28분.
시계를 보며 앞의 자동문 앞에 섰다.
찌릿.
"헉."
나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았다.
호지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올려봤다.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뭔가 매우 차갑고 '인간말종'이라는 사념을 실어보낸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설마.
나는 그저 머리를 긁적이는 것으로 사념을 털어버리고는 백화점안으로 들어섰다.
백화점은 북적였다.
학생, 회사원, 오타쿠(?), 기타등등.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주말도 아닌 월요일에 이만큼의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은 의외였다.
호지는 그런 것보다 신기한 것에 눈이 팔린상태고.
"늘 보는 거지만, 굉장해. 제 지식에는 없는 것들이 한 가~득."
"어떤 시대의 지식인데?"
"음~ 코한파비 왕이 장시상천 일족이랑 연을 맺은 시대?"
"코한파비가 누구야?"
"일그렛토의 성왕이야. 지금으로 치면.... 0이 대 여섯 개 붙는 시대의 사람이지. 소유라는 사람이 말하기를 '닫힌 시대'라고 한다고 했어."
십 만 년이나 되냐!
내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얼굴로는 '아~그 때'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지가 붙잡은 나의 팔을 흔들었다. 호지의 손끝이 패스트 푸드점의 전광판을 가리켰다.
"아빠, 나 저거 먹고 싶어!"
"그래?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까 좀 먹다가 가자."
호지랑 함께 백화점 내부의 패스트 푸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카운터에서 치킨버거 세트를 두 개 받아서 근처의 자리에 앉았다.
오싹!
등을 송곳으로 후벼파는 듯한 오한과 함께 '와~ 여친을 버리고 새로운 여자로 갈아탔다 이거지~'라는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사념이 내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뭐야 이 감각. 유운과 만난 뒤로는 솔로의 영혼이라도 붙은 거 아냐?
호지가 걱정스런 눈초리로 날 올려다 봤다.
울 것 같은 눈망울이 별처럼 반짝인다.
왠지모를 오한과 공포가 하수구 밑으로 쳐박혔다.
"아빠. 나랑 이렇게 있는 거, 싫어?"
호지의 눈가에 손가락을 대서 약간 고인 눈물을 털어냈다.
"아니 무지 기뻐. 다음에도 가자고 하면 또 갈께."
호지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응!"
어느샌가 햄버거의 시체를 쓰레기 통에 던져넣는 호지를 보고 놀라 반 정도 남은 햄버거를 입에 쑤셔넣었다.
목에 걸려 잘넘어가지 않아 가슴을 팍팍치며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 호지를 따라갔다.
에스컬레이터의 종착역은 여성의류.
내가 묘사에 묘사를 거듭하고 싶은 의류가 있는 곳이다.
"와~ 옷이 많다..."
"옷을 파는 곳이니까. 너에게 어울릴 법한 옷들을 찾아보자."
호지의 어깨를 살며시 안으며 옷이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찌잉.
어디에선가 튀어나온 강력한 살기가 나의 등을 화염방사기와 액체질소를 동시에 끼얹은 것 같은 감각을 선사했다.
살기의 담긴 사념이 '여친도 않사준 옷을 첩(?)에게 사준다, 이거지?'라는 매우 구체적이고 허황된 심상을 나에게 전달했다.
뭘까, 이 엄청난 살기는.
호지가 물음표를 띄우며 나를 올려다 봤다.
빛나는 눈망울이 귀엽다.
"착각이겠지."
설마 나에게 살기를 뿜을 만한 사람이 어딨다고.
내 혼잣말에 호지는 의문을 더욱 강화시켰지만 신경쓰지 않고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다.
데이트가 끝난 후, 집에 돌아오자 소파에서 자고 있던 능파가 호지에게 뛰어들었다.
"엄마~."
호지는 웃으면서 피했다. 덕분에 내 배에 능파의 얼굴이 파묻히게 됬다.
철골을 시속 200km로 배를 강타하면 이런 느낌일까.
온몸의 통각을 자극하는 충격에 배를 쥐었다.
"너를 그냥 받으면 아프다고 했지!"
"히잉."
"귀여운 소릴내도 안돼!"
정작 아퍼서 괴로워하는 사람은 난데.
나는 백화점에서 산, 몇가지 옷들을 호지의 방에 옮겨두었다.
그리고 나른한 김에(아픈 김에) 수면을 취할까해서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호지가 나의 허리를 껴안았다.
"아빠. 내일부터 특훈이야."
"무슨 특훈?"
나를 올려다보는 천사같은 미소가 지금은 왠지 사악하게 보였다.
"마법 특훈."
"난 능력상 마력총량만 늘리면 되지않나?"
"그러니까, 새로운 기술을 배우자. 그리고 도깨비 침도 새로 박아야하고, 혈문신도 새겨야하고."
세로운 단어를 내뱉으며 호지가 허리를 감았던 손을 풀었다.
그 말을 끝으로 방으로 들어가버린 호지.
나는 별거아니겠지하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
아이젠입니다.
학교를 가던 도중, 내용구상이 빠르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솔직히 다음 파트 부분은 조금 위험했는데 말이죠.
다다음 파트까지는 바람처럼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백능파의 이름이 어디서 나온것인지 아시는 분은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