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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과거
한국 어딘가의 호수 난간.
그곳에 누가봐도 눈에 띄는 붉은 장발머리의 여자가 난간에 기대어 서있었다.
"정말이지... 내가 왜 이런걸."
붉은 머리의 여성, 소야가 한숨을 토해냈다.
스승이라고 받아들인 사람이 잠시 일을 받아왔다면서 줬는데, 매우 괴상한 일을 받아온것이다.
바로 용의 이사.
이사라는 것은 집을 옴길때의 그 이사다.
이 호수에 자리잡은 용이 너무 강해 영맥이 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들 쪽에서는 상당히 온건한 쪽이라서 일을 받아들였는데..
"뭐가 보여야 어떻게든 할거아냐.."
이것이다.
아무리 그녀라도 호수 밑바닥에 용이 똬리를 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히 호수를 본딴 복제공간을 만들었을게 분명한데 그곳으로 들어갈 입구나 키워드가 전혀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그녀는 마력만 측정불능이지, 기술적인면에서는 어린애만도 못하다.
그냥 부숴버리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숨은것이라면 그녀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
오늘로 몇번째인지도 모를 한숨을 뱉어내며 호수를 주시했다.
허공에 돌이라도 던진듯한 파문이 일어났다.
"응?"
파문이 점점 확대되더니 사람하나가 겨우 들어갈정도의 문으로 바뀌었다.
"와우. 멋진 초대인데?"
그녀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볼까!"
그녀는 난간을 밟고 파문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그녀가 착지했다. 분명 그녀는 난간 너머의 호수쪽으로 뛰어들었지만 그녀가 착지한 곳은 난간 밖의 콘크리트 바닥이었다.
스승이 말했던 복제공간의 필수오차다.
같은 공간이 두개가 되면 한쪽의 영향이 다른 곳으로 미치기 때문에 만든 것이 필수오차.
그녀의 시선이 주변을 훑었지만 현실과 별다른 곳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정도로 같은 공간은 세계 삼대 마법사 중 하나이면서 공간계 마법사인 스승에게도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지금을 의심했다.
"어라? 잘못왔나?"
그녀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른 아침이라 근처 뒷산에 반쯤 가려진 태양. 호수의 물방울이 방울방울 떠올라 안개를 형성하는 이 일대.
현실과의 다른 점 따위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고오오오오.
물이 요동친다.
"뭐, 뭐야?"
그녀가 난생처음으로 무언가에 압도되었다.
호수의 물이 요동치며 내 눈에 검은 그림자를 비추었다. 길고 거대한 무언가.
용이다.
용이 물과 바람을 옷삼아 위로 솟아올랐다.
나선의 형태로 솟아올라서인지, 물과 바람이 소용돌이처럼 허공에서 물보라를 만들어낸다.
그 경이적인 신비의 중심에 금빛의 몸체를 꿈틀대는 용이 보였다.
금색의 용. 황룡 구소가 모습을 들어냈다.
"우와, 이게.. 정말 용이야?"
그녀는 마법사다. 초입이기는 하지만 압도적인 재능이 있었고, 그녀 스스로도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몇일 안돼서 용을 만날거라고는 생각도 안했다(이번일은 대리인을 만날줄 알았다).
게다가 용종의 최강이라는 황룡일줄은.
하늘을 꿰뚫을 것처럼 솟아올라있는 용의 머리가 소야와 시선을 맞추며 내려왔다.
"그대는 본인에게 무엇인가 볼일이 있는 모양이로군."
황룡의 입이 열렸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웅대한 정기를 품고 있었다.
그녀는 직감했다. 눈 앞의 용은 자신의 스승따위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자라고.
'착각하고 있었어... 드래곤 피어 따위는 애초에 있을 필요가 없었어'
그녀가 마법을 가장 처음으로 접한곳은 소설책이었다. 내용의 진실성은 차치하더라도 나름 재밌었기 때문에 즐겨보았던 그녀다.
그런 소설 중에서 드래곤피어라는 일종의 살기를 내뿜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용에게는 그런 것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지배하는 패기. 무적자. 그야말로 최강. 이 압도적인 존재감에 드래곤 피어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이 구소에게 원하는 것이 있지 않았나."
용의 말이 낮게 주변을 감싼다.
그(혹은 그녀)의 한마디에 의식이 현재로 돌아왔다. 그녀가 살짝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큼. 전 고소야라 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손에 들고 있던 갈색 가방에서 몇가지 프린트를 그대로 꺼내어 황룡에게 향했다.
'어떻게 집을 생각이지?'
손에 잡고 있던 프린트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종이비행기처럼 구소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클립에 의해 한데 뭉쳐진 프린트가 반원의 형태로 나누어졌다.
구소의 눈이 프린트를 훑었다.
2분이나 되었을까싶은 시간이 되자 종이가 스스로 불타올랐다.
그녀의 머리 위쪽에서 구소의 말이 울렸다.
"미안하지만 이것은 거절하겠네."
"에엑? 잠시만요! 지금까지 잘 돌아다니다가 여기에 짱박히겠다는 이유가 뭔데요!"
"그것은... 집적보는게 좋겠군."
"하?"
구소의 초록빛 눈이 번뜩이자 그녀의 몸이 서서히 떠오르더니 빛이나며 사라졌다. 그녀가 호수 옆의 슈퍼 기둥 옆에서 퐁하는 귀여운 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거기서 보고 있게나."
구소의 자조적인 웃음기가 담긴 말에 뭐라 항의하려던 그녀의 입이 다물어졌다.
구소가 기거하는 복제공간이 흔들렸다.
방금전까지 그녀가 서있던 공간에 파문이 일면서 그것의 안에서 사람하나가 들어갈법한 바람의 공이 튀어나왔다.
바람의 공이 실타래가 풀리듯 사라지자 바람이 뭉쳐있던 그곳에는 한 명의 작은 여자아이가 서있었다. 그녀의 동생과 같은 나이 또래의 귀여운 아이였다.
"뭐야, 황룡인지 뭔지 어른인 척 폼 잡고 있더니 겨우 저런 어린아이하나 때문이야?"
그녀가 한심함에 혀를 찼다.
한편, 마주한 구소는 만면에 미소를 띄운채다. 하지만 소야는 알수있었다. 무언가를 참고있다는 것을.
구소가 입을 열었다.
"우리 요연이 왔구나."
구소는 소야를 상대 할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로 요연을 맞아주었다. 하지만 요연은 약하게 떨리는 입술을 깨물고 활기차게 말했다.
"할아버지! 나 말야... 이제 이사가게 되었어"
"그러니?"
"응... 그래도, 많이 놀러올게. 그러니까 울지말고 기다려야해?"
"그래, 물론이지."
낮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숨막힐 듯한 침묵이 지속되었다.
짧은 침묵이 지나고 구소가 사소한 질문을 함으로서 가라앉은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
여러번의 대화.
그것이 끝나고 이곳에서 요연이 이 공간을 나가자 구소가 숨어있던 소야를 다시 호수쪽으로 불러들였다.
소야가 비꼬는 투로 말을 시작했다.
"흥. 뭐야, 저렇게 어린애가 좋으신건가. 용들의 황제께서는?"
"부정은 안하겠다. 하지만 이 애정은 부정(父情). 연정(戀情)따위가 아니다."
"어찌됬든 옮기지지 않겠다, 이거아냐."
"그렇지는 않다."
"뭐야, 이사간다는 그 꼬맹이를 쫓아가려고?"
"'대신 간다'...가 옳겠지."
그의 아리송한 말에 소야가 입을 다물었다.
"너도 알고있지 않나? 이사 같은 건 거짓말이라는 것을."
그녀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요연이란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상상하는 것이 맞다면 구소가 처리하면 그만일 터.
"그대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절세의 패왕같은 그의 눈이 한순간 손녀 딸을 보고 기뻐하는 듯한 할아버지의 눈으로 바뀌었다.
"나를 죽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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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젠입니다.
이제 곧 이번 파트의 이야기가 끝나가는 군요.
다음 파트에대한 구상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장소를 해외로 할지, 아니면 국내로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해외(일본)를 하자니 가본적이 없고. 국내를 하자니 내용이 조금 막히고.
조금 힘듭니다.
고뇌하는 작가에게 추천과 선작을 날리시며 다음편을 기대해주시길 빌겠습니다.
이만 말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