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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싸움 1차전
밤 9시 내가 사는 아파트의 인근 공원.
짐승쫓기로 인해 만들어진 전장에는 어떠한 생물체도 보이지 않았다.
공원의 중심이라 생각되는 잔디밭위의 요연만 뺀다면.
그녀는 처음 보았을때와 같은 옷차림으로 눈을 감은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미 심안에 집중하는 것이리라.
"흠. 심안이면 작전이 틀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치지보다 안 넓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나."
혀를 찼다.
나는 지금 공원밖에서 원견의 마법으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강하다. 마력개방을 한다고해서 쉽사리 이길수있지는 않을것이다.
몇번인지 모른 다짐을 속으로 다지며 주변에 있는 검은 안개에 휩싸인 고대무장들을 보았다.
언젠가 유운이 주었던 금속카드.
저들이 그것을 부러뜨리자 나온 병사들이다.
강할지는 미지수지만.
손을 원으로 회전시키자 그들이 내가 설명했던데로 공원을 원형의 포위진을 짜러 달려나갔다.
그들의 포위가 끝나자, 검은 안개가 휩싸인 손을 들어올렸다.
"자~ 일회용품들. 전략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도록 하자!"
손을 휘감는 검은 안개가 화사한 태양빛으로 바뀌었다. 그에 반응하듯 요연이 한쪽 무릎을 곧게 펴며 빠르게 일어섰다.
검은 안개는 기척살(氣拓殺). 기척을 죽여 들키지 않는 힘.
태양빛은 기척팽(氣拓膨). 기척을 넓혀 강대하게 보이게 하는 힘.
단순한 주술이지만 적을 괴롭히기에는 이것만큼 좋은 기술이 없다.
손을 뻗었다.
"뇌창(雷槍), 필중."
내 손에 안의 공간이 일렁이며 청색의 창이 나타났다.
풍백으로 바람을 눌러굳히자, 창의 모습이 점점 사라졌다.
완전히 사라진 그 순간, 창이 총알처럼 그녀의 심장을 쏘아져나갔다.
바람을 가르는 적중의 창. 강한 마찰력으로 보이지 않는 창이 작게 스파크를 튀었다. 곡선이 아닌, 직선의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그것은 평범한 투창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요연이 자세를 낮추었다. 검을 검갑에서 뽑지 않은 체 검병을 쥔 자세.
발검(發劒).
공원 곳곳에 세워진 할로겐등의 빛을 검날이 명멸시킬것처럼 반사한다.
보이지 않는 일격과 빠른 일격이 맞부딫쳤다.
쾅!
검과 창이 낸 소리라고는 상상되지 않는 폭음.
그 소리와 함께 충격의 여파를 받은 공원의 바닥이 거북이의 등껍질마냥 깊게 패이면서 흙먼지를 솟아올렸다.
풍백이 흙먼지를 치워버렸다.
역시나랄까, 그녀는 멀쩡하게 검갑으로 검을 회수하고 있었다.
공원안으로 몸을 들이자, 그녀의 시야가 닿는지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의 자신감은 동료였던가요."
"미안하지만 네가 불평해도 하는 수 없어. 난 죽으면 안되게 되었거든. 도대체가 이 인기란.."
나는 머리에 손을 얹고 고개를 과장되게 저었다.
그녀의 낮은 목소리가 나의 움직임을 멎게 했다.
"아니요. 불평할 생각은 없습니다. 금력, 권력. 그런것의 뒤에 힘(力)이 붙는 것을 보면 그것도 힘이라고 칭할 수 있겠지요. 게다가 저것들은 이미 죽은 자들. 아마 망자소환의 아이템이라도 만든 모양이지요? 당신은 연성술사로 보이니까."
평탄한 어조로 말했지만 일그러진 그녀의 표정 떄문에 요연의 말은 설득력이 없게 느껴졌다.
"그런 표정으로 그런 말해봤자 안믿기는데."
까득.
그녀가 이를 가는 소리가 나름 거리가 있는 나한테까지 들려왔다.
"제가 불만인 건, 당신의 자존심없는 기습공격입니다. 결투장을 날린 당신이 다짜고짜 그런 무기를 던져온 것이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 그외에는 없습니다."
잠시 침묵했다.
저리 강하니 저런 소릴 할수있는 것이다.
나는 약하다. 허나,
"말했지. 난 반드시 살아야한다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하거든. 자존심? 그건 개한테 주라지. 조금 진부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이런곳에서 죽어 줄 수 는 없지."
그녀의 검이 검갑에서 뽑혀나왔다.
그저 검을 뽑는 행동뿐이었는데도 강렬한 기세가 전해져왔다.
전의 망설임이 담긴 기세가 아니다. 확실하게 다짐한 자만이 낼수있는 패기.
절로 신음성이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으.. 진짜 죽음을 각오해야 겠네.."
마력개방 일식, 발동이다.
몸안의 마력이 순환한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그 감각은 여전히 난폭했지만, 분명히 달라졌다.
강(强) 속에 유(柔)를 숨긴것같은 잠재적인 힘이 몸안을 요동친다.
땅바닥을 차며 그녀에게 날아가는 듯한 몸놀림으로 그녀에게 쏘아져나갔다.
갑작스레 빨라진 내 속도에 놀랐는지 그녀가 반월형의 검기를 쏘아보냈다.
붉은 기운이 일렁이는 붉은 손으로 검기를 후려쳤다.
뻥!
풍선터지는 소리와 함께 검기가 두부처럼 부서져버렸다.
그것과 동시에 낮게 외쳤다.
"방패수, 검수와 함께 후위를 쳐라."
요연에게 들리지 않는 풍백이 전달하는 명령.
강건한 기세를 내뿜으며 바람같은 속도로 그녀의 뒤를 향해 진군한다.
"평범한 망자가 아니야..?"
그녀의 작은 목소리와 함께 3명의 검수가 뛰어들었다.
하단, 중단, 상단을 각각 나누어 노리자 요연의 검이 잔상을 그리며 내 쪽으로 물러났다.
내 쪽이 안전하다 느낀 탓일까.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따다닥!
"크윽..!?"
기이한 소리와 함께 세발의 화살이 적중한다.
용의 후예인지라 박히지는 않았지만 충격은 내부로 전달될터. 발은 묶을 수 있다.
기척팽으로 기척살을 두르고있는 궁수들을 숨겨놓았다.
넓게 깔리는 기척팽은 분명 약한 기척의 궁수를 요연의 지각에서 지워버릴터.
게다가 궁수들에게 내린 명령은.
'나에게 그녀가 가까이 온다면 쏘아라.'
병사들은 내 말대로 잘 따라주었다.
덕분에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를 검수의 소검이 그녀의 몸통을 유린했다.
베이지는 않았으나 나름 대미지가 있는 지 눈을 시뻘겋게 붉히며 검풍을 검수쪽으로 쏘아냈다. 하지만 검수뒤의 방패수가 방패를 앞으로 내밀면서 무효화 시켰다.
화살을 맞으며 내쪽으로 그녀가 후퇴했다.
그나마 이쪽이 낫다고 판단한 것일까. 날 너무 얕봤다.
"칫. 컥..!?"
내 쪽을 향해 날아드는 그녀의 등에 발검과 같은 발차기를 올려넣었다. 붉은 기운이 서린 발은 그녀의 내부를 헤집어놓으면서 요연의 신영을 위로 날려버렸다.
단말마같은 신음과 함께 날아오르는 그녀를 보고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손가락을 튕기는 것의 의미.
그것은 바로 일제 사격개시의 신호.
수십개의 화살이 떠오른 그녀의 몸을 향해 비처럼 쏟아졌다.
"하앗!"
그녀가 고통을 버리려는 듯한 기합 소리와 함께 몸을 회전시켰다.
팽이처럼 회전하며 검을 빠르게 흩뿌리자 다양한 쇳소리와 함께 화살이 튕겨나갔다.
채재쟁!
따닥!
허나 모두 쳐낸것은 아니었는지 몇개의 화살이 배, 어깨, 다리에 맞아버렸다.
균형을 잃은 듯 떨어져 내리는 그녀가 아슬아슬한 포즈로 땅에 착지했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던 검수들이 또 다시 요연에게 일격을 선사한다.
요연만큼은 아니지만, 전쟁에서 단조된, 적을 죽이기위해 만들어진 검술.
그것이 위태한 모습의 그녀에게로 떨어져내렸다.
"과연 고대의 무장이라더니. 예수 전세대의 전사들은 저렇게 센가?"
여유가 한껏 담긴 말.
강자의 여유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그녀가 패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가 뭐래도 용의 후예니까.
나는 뒷춤에서 곰방대를 꺼내들었다.
전에 가볍게 파훼된 무기지만 상관은 없다. 그녀의 움직임을 아주 잠시 묶는 것으로 만족한다.
뒷처리는 저들이 할 터.
곰방대안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무장들의 아래에 짙게 깔렸다.
분전 하고있는 그녀의 몸을 연기가 쇠사슬이 되어 그녀를 구속했다.
"이건..!"
요연이 원수라도 바라보는 듯 내뱉는 일갈.
요연도 기억하는 모양이다
부서져도 부서져도 계속 생성되는 쇠사슬에 의해 그녀의 몸이 점점 둔해지기 시작했다.
상처입지는 않지만 공격당하는 횟수가 서서히 늘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요연이 질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지만.'
내 생각대로라면 그녀는 힘을 감추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소유만해도 강력한 마법을 순식간에 발현 할 수 있으니까.
풍백으로 바람에 전언을 실어 100명의 군사 중 단 둘 밖에 없는 포병에게 날려보냈다.
"검수들이 사망하는 즉시, 십자포화를 감행한다."
전언이 전달되는지 아닌지는 신경쓸 필요없다. 어차피 제대로 전달 됬을 터.
'그건 그렇고... 잘 싸우는 데?'
검수들은 정말로 잘 싸웠다.
겨우 셋밖에 안되는 인원으로 저 요연을 저 정도로 상대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그녀는 빠르고 강한 검으로 조금씩 전세를 뒤집어가기 시작했다.
"검수 셋 추가. 그리고 창병 다섯명 추가. 궁병들은 언제라도 지원사격이 가능하도록 준비. 노(弩)병은 검수와 창병이 패하면 요연이 있는 일대를 화살로 쓸어버려라."
풍백에 명령을 실어 대기 중인 병사들에게 날려버리고 11명으로 늘어난 상대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요연을 주시했다.
무술에 관해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나도 지금 이루어지는 합공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이 빠지면 뒤의 검수 혹은 창병이 병기를 휘두른다. 그리고 그 갭을 넘어 간간히 화살이 전장속으로 파고든다.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효과적인 전술.
하지만 협공이 시작됬을 때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왠지 모를 불안이 샘솟고 있었다.
이유는 불명. 이기고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안했다.
"나도 살짝 가세해 볼까..."
그렇게 뇌까리고 손목을 털 듯 흔들었다.
손끝에 흐릿한 무언가의 몸체가 먹물이라도 뿌린것처럼 서서히 진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활이었다.
붉은 색 몸체를 가진 그것은 놀랍도록 단순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비범함이 느껴지는 이것은 보통 물건이 아니라고.
호지가 이르길.
필멸의 활. 상고의 무구이자 법구. 대마, 대인. 어느 쪽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나의 삼신기에 버금가는 톱 클레스의 보구.
단점이라면...
"마력 소모량이 많다는 것일까. 어차피 곧 박투로 나아갈텐데 뭐."
적궁을 전장의 중심에 있는 그녀에게 겨누었다.
양 팔에 녹색빛이 찬란하게 빛났다.
단 한번도 활은 다룬 적이 없지만 상관없다. 하군에게 부탁해서 양 팔에 새겨준 숙련도의 각인을 새겨놓았다.
몇번이나 활을 써왔던 것처럼, 자유로이 다룰 수 있다.
나는 화살도 걸지 않은체 시위를 잡아당겼다.
깡!
시위를 놓자, 보이지 않는 화살이 병사들을 파괴하며 그녀의 검에 도달했다. 도달지점은 분명 그녀의 가슴 한복판이었을텐데도 화살이 닿은 곳은 그녀가 쓰던 검날이었다.
막은 것이다.
화살이 병사들을 파괴한것 보다는 그녀가 내 일격을 받아냈다는 것에 놀랐다.
분명 시야를 돌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던 모양이었다.
화살이 부러지는 듯한 음색을 내며 사라지자, 그녀의 주변에 수많은 적색의 화살이 쏟아져내렸다.
적궁의 특수능력인 필멸이다.
한번이 안된다면 두번. 두번이 안된다면 세번이라는 무식한 의지가 발현된 특수능력이지만 놀랍도록 강력했다.
"저게 어딜봐서 화살이야.."
적색의 화살은 화살이라기보다 길다랗고 거대한 죽부인같아서 그녀가 맞는 것은 화살이라기보다 붉은 미사일을 맞는 것 같았다.
콰앙! 콰앙! 콰앙!
적색의 빛이 폭탄투하처럼 쉴세없이 떨어져내린다.
그것에 가세하듯 또 다른 화살도 비처럼 쏟아져내렸다.
그리고, 잠시 뒤.
강력한 마력반응이 목걸이에서 울렸다.
내가 만든 탐지기.
이 정도의 반응은 거의 바엘의 브레스급이다.
"아, 십자포화?"
나의 얼빠진 소리와 함께 이 전투의 종막을 내릴 명배우가 몸에 두른 섬광을 뽐내며 떨어져내렸다.
꽈아아아앙!!
화살이 멈추었다.
필멸의 활도 기동을 멈추었다.
공원의 중심은 거의 완파된 상태다.
"죽었나? 에이, 설마.."
설마가 사람잡는 다는 속어가 머릿속을 메웠다.
나름 걱정되어 먼지구름의 중심으로 달려드려는 순간.
거울이 깨져 빛을 난반사하는 듯한 거대한 검격들이 이 공간을 통째로 도려내는 것처럼 흩날렸다.
그것의 여파로 먼지구름이 사라졌을 때 나는 느꼈다.
100명의 병사들이 모조리 전멸했다는 것을.
빛의 중심. 검격의 주인공이 완파된 그 지역을 걸어나왔다.
"솔직히, 상당히 강하더군요. 평범한 망자라고 치부하게에는 전부 무위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몇명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지라 좀 난폭하게 처리했습니다만. 불만이신지?"
"하하하...."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 그녀의 말에 허탈한 웃음만이 나왔다.
그녀의 말은 자신을 공격하는 곳을 집적 맞아주므로서 알아낸것이라는 소리다.
괴물같은 년.
하지만 그녀도 멀쩡하지만은 않았는지 곳곳에서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검이 나에게 겨누어졌다.
"자, 2차전.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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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