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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
메이드 카페 지하의 마법사들의 아지트.
그곳에는 삼십에 가까운 인원이 벽을 등진채 서 있었다. 그들은 원형의 공동의 중심에 시선을 쏟고 있었다.
그곳에는 나를 비롯한 요연과 호지. 그리고 그에 대응하듯, 무녀와 양복을 입은 호위. 그리고 리토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녀와 호위는 이쪽이 세명이라서 강제로 참가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벽을 등진체 서있는 저 관객들은 견제도 뭣도 아닌, 그야말로 관객.
마법사들 사이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한국의 힘을 견식하고자 모인 것이다.
저쪽에서 호위가 먼저 나왔다.
요연이 앞으로 한발자국 나섰다.
"마츠자와 레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유창하다고 할 수 는 없지만 나름 제대로 된 한국어. 그녀가 검을 뒤로 돌리며 허리를 숙였다.
요연은 가볍게 목례하고, 하품했다.
생리적인 현상이 아닌, 일부러 하는 것. 비꼬는 것이다.
"최대한 오래 버텨주시길 빌겠습니다."
마츠자와가 허리춤에서 일본도를 뽑아들었다. 피를 빨아들일 것같은 푸른빛의 도신에는 여러 한자가 새겨져 있었다.
푸른 검기가 샘처럼 칼날에서 솟아오르자, 검신의 문자가 빛을 토해냈다.
그것을 보고도 요연은 그저 하품만 해댔다.
양쪽을 둘러본 야수, 광이 중앙에서서 작게 말했다. 하지만 밀폐된 공동이라 사자후처럼 크게 울렸다.
"준비...."
마츠자와가 검을 들어올렸다.
요연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림자에 들어가고 싶은지 내 발 주변을 힐끗거렸다.
광이 입을 벌렸다.
"크아아앙!"
나무같은 입이 야수의 울음소리로 전투개시를 알렸다.
그녀가 검을 높게 쳐올리며 빠르게 도약했다. 군중들도 상당한 속력에 와하는 감탄을 질렀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심할 정도로 느렸다.
마츠자와의 발이 요연의 공격거리에 닿았으나, 요연은 공격하지 않았다.
그녀의 일본도가 목을 향해 내려꽂혔다.
쌔애액!
마츠자와의 일본도가 요연의 목까지 한치정도 남았을때도 요연은 목석마냥 가만히 있었다.
'위험한거 아니야?'
내가 이런 의문이 들 정도로 그녀는 무반응이었다.
이윽고 일본도가 요연의 목에 부딫혔다.
깡!!!
쇳소리와 함께 검이 목에 닿은체 정지했다. 주변에서 불신의 탄성이 날아들었다. 칼을 날린 마츠자와 본인도 믿기지 않는지 칼끝이 흔들렸다.
그들은 못믿을지 몰라도 지금 이상황은 당연한 일이다.
사룡의 단말마를 꿰뚫은(비껴서지만) 4식의 일격을 가슴팍에 맞고도 몇번 치료하고 끝난 그녀다. 이정도는 가벼우리라.
요연이 아직도 목에 닿아있는 칼을 붙잡았다.
"엇?"
갑자기 검을 잡힌 그녀가 놀라며 요연을 보았다. 요연은 무심하게 손의 중량을 늘렸다.
꽈재채채앵!!
쇠가 요연의 손안에서 부러져나가면서 괴이한 소릴냈다.
그녀가 부러진 칼을 들고 망연자실할때, 요연이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벽에 종이조각마냥 가볍게 던져버렸다.
콰앙!
마츠자와가 머리부터 녹색문에 처박히며 문짝을 작살내버렸다. 좌중이 조용해졌다.
요연이 여전히 하품을 하며 다가왔다.
"가뜩이나 졸린데, 파리쫓는 일이나 만들고... 싸울 일이 있을때까지 자고 있겠습니다."
명백히 대중을 깔아뭉개는 발언이었지만 아무도 말 할 수 없었다.
요연이 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버리자, 호지가 앞으로 나왔다.
"자, 저의 상대는 누구신지요?"
호지가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들이 보기에는 잔인한 미소로 보이리라.
떨고있는 무녀가 주춤거리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자,자자 잘부탁드리겠습니다. 이와모토 세이입니,다."
말을 더듬으면서도 술술 한국어를 내뱉었다.
왜 이렇게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 많아?
말을 더듬는 그녀를 보며 광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준비..."
무녀가 작은 나무봉을 꺼내들었다.
호지는 여전히 작은 미소를 지었다.
"크아아앙!"
전투개시의 울음소리가 토해지며 무녀가 나무봉을 휘둘렀다.
반경 20M의 금색의 반구가 무녀를 감쌌다.
언젠가 소유에게 들은, 일본 무녀의 독문기술.
정화(正化).
일본에서만큼은 모든 마법이 무효화되는 풍토, 지리, 영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급기술이다.
공격성은 없지만, 절대적인 방어력을 자랑한다고 들었다. 게다가 이곳은 마법사의 아지트. 영맥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정화도 성능이 올라갔으리라.
"헤에? 이게 정화?"
하지만 호지는 내 생각과 달리 산보라도 나가는 것같이 가벼운 걸음걸이로 금색의 구체에 다가갔다.
호지의 손이 그곳에 닿았다.
파지직!!
금빛의 스파크가 호지의 손을 거부했다.
스파크에 휩싸인 손은 멀쩡했다.
"호오? 주제를 모르는구나? 그럼, 가르쳐주지."
호지의 손안에서 검은 마력이 꿈틀대더니 일순, 강렬한 빛을 토해내고 사라졌다.
호지가 그곳에서 등을 보이며 내쪽으로 걸어나왔다.
"저기, 안끝났..."
"끝났어. 저기봐봐."
호지의 손가락끝이 가리키는 곳에는 이미 기절한것처럼 눈을 까뒤집은 무녀 아가씨가 정화를 유지한체 기절해 있었다.
호지가 기다란 손톱으로 볼을 긁으며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겁준 것 뿐인데."
도대체 어떻게 겁을 준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호지의 눈동자가 내 마음속을 꿰뚫어보고는 말했다.
"환영마법. 싸울의사를 없앨 요량으로 그냥 살기를 집중시켰는데 저꼴이네."
작게 웃으며 나에게 팔짱을 꼈다.
동료무녀가 정화를 발동한채 기절한 세이를 들것에 싣고 나가자 광의 목소리가 들렸다.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닌, 뇌에 울리는 사념파다.
[이제 그만하면 어떻겠나? 저 둘이야 애초에 인간이 아니라지만 자네는 인간이야. 마력이 많다고는 하나 단련되지 않아 힘이 난폭하게 움직이지않은가. 이제 2승을 거두었으니...]
광이 걱정되는 투로 사념을 보내왔다.
그가 그리 말했건, 안했건. 나는 나갈 것이다.
나는 안질테니까.
마력이 난폭한 것은 내 최대의 무기인 마력개방때문인데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광이 이 사실을 모르기에 하는 말이다.
나는 앞으로 한발자국 나서면서 말했다.
"나는 셋 중 가장 약하니까, 아마 재밌는 결투를 벌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광씨.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보아도 봐줄생각은 없습니다. 제 상대인 리토씨? 나와주시죠."
리토도 살짝 두려운 기색으로 내 앞에서서 도전적인 눈초리를 하며 목례했다. 아마 저 눈초리가 최후의 자존심이겠지.
광이 못미더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준비..."
리토가 몇장의 부적을 빼어들었다.
마력개방을 일식으로 끌어올렸다.
"크아앙!"
광의 외침이 공동안을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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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