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57화 (57/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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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

세상이 시커멓게 죽어버렸다.

모든 것이 끝났다.

최후의 순간에 이렇게 되어버렸다. 결국 나는 --의 검 이어받을만한 가치가 없었어.

손에 든 세상을 죽이는 어둠처럼 새까만 검을 결국,

떨어트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시여.'

매우 그리운 감각. 나와 함께하기로한 나의 있을 수 없는 퀸.

최후의 퀴닝.

'그'가 놓아버린 검을 들어올리자 갑자기 세상의 모든 것이 일그러졌다.

어둠을 부수고 빛이 눈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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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꿈인가."

꿈을 꿔본지 오래되었다. 그렇기에 다시 기억해보려 했으나 기억나지 않았다.

상체를 세우자 내가 잠든 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소파에서 두개의 쿠션을 껴안고 그대로 잠이든 모양이다. 이불을 덮고 있는 걸로 보아 요연(호지는 나보다 먼저 잤으니까.)이 덮어준 모양이지만.

막 일어난 나를 발견한 요연이 소파앞의 식탁에 아침식사를 차리기 시작했다.

"..네가 만든거야?"

"아니요. 룸 서비스입니다. 정통일식으로 시켰습니다만, 괜찮겠지요?"

"아아, 물론이지. 호지는?"

"방에서 옷 갈아입고 있었어."

호지가 침실에서 나오며 말했다. 일전에 말했던 마법사들의 복장이다. 털같은 것이 붙어있고 겹겹이 이루어진 옷이라 상당히 더워보인다.

"호지, 안덥니?"

"괜찮아. 방열 방한 모두 최고의 옷이니까."

호지가 자랑하듯 가슴을 크게 펴며 내 옆자리에 앉아 자기 몫의 나무 쟁반을 가져왔다. 내 옆에 최대한 붙으며 요연을 눈짓했다.

끼긱.

요연이 쥔 금속제 젓가락에 손가락자국이 남았다.

"식사만큼은 평화롭게 하자."

한탄섞인 목소리로 나도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내 말에 고무시키던 투기를 가라앉히며 뚜껑을 열었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백미. 노릇하게 잘 구워진 생선구이. 한국의 된장향과는 다른 향을 내는 된장국. 그외에 기타등등.

먼저 밥을 입으로 옮기고 된장국이 담긴 그릇을 들어올려 마셨다(애석하게도 숟가락은 없었다.).

입안에 퍼지는 국의 향내가 상당히 괜찮았다.

능파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수준급이다.

옆과 앞의 여자들이 어떻게 먹는지 쳐다봤다.

호지는 맛보다는 양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밥을 위장속으로 밀어넣고 있었고 요연은 맛도 양도 관심없는지 입안으로 음식물(요리라고 하기에는 먹는 방법이 너무 무성의했다.)을 입안으로 쏟아부었다가 물을 먹는 것을 반복하며 식사에 열중했다.

나는 애초부터 식사가 빠르고, 요연은 그냥 들이 붓고 있었으니 당연히 식사가 빨랐으며 호지는 3인분이나 먹었음에도 나와 비슷한 시간에 식사를 마쳤다.

"다 먹었다. 호지, 이제부터 뭐할까?"

나와 호지가 먹은 밥그릇을 치우던(요연 것은 치우지 않았다.) 호지가 나를 돌아보고는 고개숙이며 고심했다.

"딱히 가고 싶은곳은 없어. 그냥 빨리 적이나 부수고 집으로 돌아가서 능파 머리카락이나 빗어주고 싶은데."

누가 들으면 철이든 어머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틀린말이다.

왜냐? 실제로 마수들은 몸단장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한마디로 괴롭히고 싶은 것뿐이다. 전에 하도 간곡히 능파가 말려달라고 부탁하길래 나한테 하라고 했더니 머리카락이 짧아서 싫다고 거절당했다. 별 수 있나. 남자인걸.

"지금이... 9시 38분. 아마 약 두시간 뒤, 적이 발현할겁니다."

내 생각을 끊어버리는 요연의 말.

"그걸 어떻게 알았어?"

"요님이 잠드시고 나자, 아야세씨가 잊은 것이 있다며 왔을때 말해주었습니다."

"아야세?"

이곳에 온 뒤로는 전혀 들어본적없는 이름이다. 그렇기에 되묻듯이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요연이 되려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야세씨를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이 호텔로 올때 와타누키씨와 함께 같이 차를 탔었습니다. 305호에 머물고 있기도 하고요."

우리랑같이 차를 타고 305호에 머무는 사람은 하나밖에 없다.

성이 아야세구나.

"아아. 하나씨를 말하는 거지? 성은 못들었거든."

그녀가 입을 다물고 눈을 감으며 사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잠시 후, 그녀의 눈이 떠지면서 요연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제가 아야세씨의 성을 들은 것은 어젯밤이었군요. 음?"

그녀가 하던 말을 멈추고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봐도 모르니까 풍백을 전개했다. 나에게 제어받는 이 일대의 바람이 질주하는 영역이 느껴진다. 체형은 같은 나이 또래의 여성. 단발보다는 길고 장발보다는 짧은 머리칼을 가진 사람.

아야세 하나.

그녀가 아침부터 우리가 머무는 306호실로 찾아왔다.

문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열리며 하나가 들어왔다. 상당히 다급한 표정이다.

"하, 윽. 지국천의 발현이, 시작됬습니다. 게다가, 광목천까지...!"

분명 하나씩만 소환됬었다고 하지 않았나?

너무나도 명백한 이례. 우리가 온 타이밍과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어찌된일이든 상관없는 일. 그녀에게 도쿄의 지도가 새겨진 유리판을 내밀며 물었다.

"이곳의 어디쯤이지?"

"이 부근입니다. 그런데 이건..."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요연과 호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잘한 이야기는 나중에. 호지, 요연. 난 먼저 간다, 알아서 뒤따라와."

방안에서 아타셰 케이스를 꺼내어 열어버리고는 손을 집어넣었다.

깊은 항아리에라도 집어넣은 것처럼 손이 쑥 들어갔다.

누님이 찾아왔을때 주었던 공간확장의 마법이 걸린 가방. 그 안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에 미소지으며 가방밖으로 꺼냈다.

"에!?"

아야세의 작은 탄성과도 같은 비명.

내 손에 잡혀 나온 여러개의 양탄자로 둘둘말린 서핑보드를 보고 지르는 비명이다. 공중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치고 가방을 닫았다.

던져버린 비행보구 '날아라 슈X보드'는 공중에 정지한체 나의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창문을 내가 나갈 수 있도록 활짝 열고 그것안에 유리지도를 집어넣었다. 날슈(축약.)에 올라타며 손에 천개적궁을 소환해냈다.

"먼저 간다!"

마력개방 일식이 발동했다.

날슈를 감싸는 양탄자가 날개처럼 펼쳐졌다. 양탄자가 초록빛을 띄는 잠자리의 날개같은 무늬를 빛내며 진동했다.

마력개방과 연동해서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나의 보구. 마력개방을 2식까지밖에 못견디지만, 빠른 행동을 필요로 할때는 최적의 물건이다. 게다가 인식장애가 걸려있어,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험작이니까.

날슈와 함께 몸이 호텔 밖으로 쏘아져나갔다.

유리지도에 의한 자동조종은 편했다.

가만히 날슈 위에 서있을 뿐인데도 알아서 목적지를 향해 최단거리로 날아가고 있었다.

"시험작이지만, 이정도면 성공인데?"

딱히 도구없이 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마력소모를 최저한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다.

하지만 정말 잘 날았다. 상당히 거리가 있었음에도 벌써 여섯개의 건물을 넘어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마력개방에의해 강해진 시력이 두개의 영체를 감싸며 분전하는 스물 일곱명의 마법사들을 발견했다. 와타누키도 근처에서 종이로 식신을 불러내어 싸우고 있었다. 동생인 리토도 그곳에서 베파로 분전중이었지만,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전장을 빙빙돌며 풍백을 이용해 와타누키에게 말을 전했다.

"와타누키씨. 대답은 필요없으니 듣기만 하세요. 사람들을 뒤로 물려주십시오. 조금 세게 나갈거니까요."

천개적궁이 먼저 붉은 보의를 입고 한손에는 검을, 다른 한손에는 보주를 든 영체. 지국천왕에게 겨누어졌다.

둘을 막던 모든 사람들이 물러났다.

그들이 물러나기 무섭게 보이지 않는 화살이 활시위를 떠났다. 적중했는지는 보지도 않고 입을 벌리고 눈을 부릅떠서 위엄있게 보이는 광목천왕을 향해 또 다른 화살을 쏘아보냈다.

쾅, 쾅.

두번의 폭음과 함께 두명분의 영체가 부서져나갔다. 조각조각난 영자(영의 원자.)들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어딘가로 향해 사라져갔다.

"여러분, 괜찮... 으억!?"

날슈를 땅바닥으로 내려서며 땅에 착지하자 크게 부들부들 떨더니 터져버렸다. 나를 향해 다가오던 사람들이 파편을 맞을뻔했다.

날슈가 완전히 파괴된 후, 와타누키가 다가왔다.

"강하시던데요? 활이 주무기신가보죠?"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건 간간히 기습용으로."

경악하는 사람들.

뭐, 데미지딜러로서는 저게 최강이기는 하지만 주로 박투를 전문으로 하는 것은 진짜니까.

그때, 갑자기 풍백이 위험경고를 보냈다.

사십명에 달하는 인원이 곳곳에 숨어서 우릴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알아챈것을 눈치챘는지, 숨어있던 괴인들이 우리를 급습했다. 푸른 청룡의 얼굴이 새겨진 가면을 쓴 괴인들이 마법사들을 일순간에 무력화시키고 내쪽으로 달려들었다.

빠르고, 강하다.

사방에서 다가오는 4명의 괴인들의 머리에 퇴의 형이 집약된 주먹과 발을 쑤셔넣었다. 두개골이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달려든 4명이 튕겨나가며 나에게 달려드는 다른 괴인의 진로를 방해했다.

손이 얼얼하다.

방어를 전혀하지않은 곳임에도 상당히 강한 반발이 느껴졌다.

"뭐하는 작자들이냐!"

나를 향해 괴인들이 뛰어들때마다 퇴의 형이 담긴 발이 번번이 그들의 머리통이 깨부쉈으나, 놈들은 그런것에는 신경쓰지 않고 그저 나를 죽이러 달려들 뿐이었다.

감정이 없는 인형과 싸우는 기분.

근력강화의 주술이 점프의 근간인 무릎에 새겨졌다. 강력한 각력으로 하늘로 도약하며 지상의 괴인들에게 화살을 난사했다.

"이걸 버티면 너희는 인간이 아니다!"

황룡에게도 타격을 주는 물건이니까. 강력한 화살의 마력이 땅과 적들에게 부딫힐때마다 터져나가며 일대를 분쇄해버렸다. 먼지구름이 걷혀간다.

내 예상대로 대부분이 전멸했다. 그 중, 14명의 괴인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들의 모공에서 마력이 스파크를 튀겼다.

"설마...!"

그들의 신체가 급가속했다. 나에게 짓쳐드는 그들을 보고는 활을 지우고 마력개방을 이식을 넘어 삼식으로 끌어올렸다.

몸을 바람개비처럼 회전시키며 확장의 개념을 부여시킨 검의 형을 손에 담았다. 강력해진 손날이 그들의 몸을 순식간에 두동강내버렸다.

적들을 다 처리하고 땅에 발을 디딜때, 삼식에 의해 뒤틀린 내부를 느끼며 배를 틀어쥐었다.

"말도 안돼.."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나도 모르게 마법사에게는 어울리지않는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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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젠입니다.

이번편이야말로 진정한 일본편의 시작이면서 최종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편이군요.

어찌되었든 열심히 즐겨주세요.

추천, 선작, 코멘을 기다리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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