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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
사쿠라 호텔의 안, 306호실.
나는 그곳의 소파에서 신음하며 누워있었다. 약 4시간이 지났음에도 삼식에 의한 통각이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옆에서 호지가 열이오르는 머리에 물수건을 갈며 회복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뒤틀린 내부가 조금씩 자리를 되찾기 시작했다.
요연이 일어나면서 몸에 무장을 했다. 사신검이 적을 잡아먹을듯이 공중을 유영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아야세가 들어왔다.
"윽...!"
청룡검과 백호검이 허공에서 아야세를 겨누며 시퍼런 칼날을 빛냈다. 아야세가 자신을 찢어발길 것같은 살기를 정면으로 받으며 현관에서 공포에 떨며 주저앉았다.
아침의 갑작스런 기습. 분명히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기는 하지만, 아닐것이다.
광이 그럴 조건을 갖지 못했다. 완전히 신용할 수 는 없겠지만.
"검을 거둬라, 요연."
"하지만...!"
요연이 무표정의 배후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추며 반문했다. 목소리의 깊은 곳에는 강한 불신이 깃들어 있었다.
"걱정마라, 그들은 아니야."
아마도. 그 말을 삼키며 그녀에게 눈짓했다. 요연이 혀를 차며 물러나자 그녀를 겨누던 검도 허공을 가로지르며 검갑에 꽂혔다.
아야세가 몸을 떨며 서서히 일어났다.
그녀가 몸을 추스르도록 잠시 기다린 후, 그녀에게 말했다.
"분명히 무언가를 알고있기 때문에 온 것이겠지?"
고개가 빠르게 끄덕여졌다. 여기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이 만면에 떠올라있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날 습격한 그녀석들은 뭐지? 품고 있는 마력만 따지면 리토보다도 나았어. 게다가 합격에 상당히 조예가 있는 것같던데... 용병부대냐?"
상당히 무례한 발언. 하지만, 이것은 명백히 눈치채지 못한 그들의 잘못이다. 반박할 수 있을리가 없다.
지금은 상당히 쫄아서 덤비지도 못하겠지만.
그녀가 내 예측에 부정을 표했다.
"아니요, 용병부대는 아닙니다."
내 예상이 빗나간 것에 크게 의문을 느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아니라고?"
내 말에 그녀가 머리를 감싸쥐며 몸을 웅크리고 벌벌 떨었다. 벼락맞을 것을 두려워하는 다람쥐같은 포즈다.
머쓱한 표정으로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세워 그녀를 바라보았다.
"딱히, 위협하려는건 아니야. 예상이 빗나갔을 뿐이니까. 괜찮아, 해를 가하지는 않을거야. 응?"
마음을 담은 설득이 통했는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나와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다.
그러지 마라. 내가 무슨 나쁜사람인것 같잖아.
그녀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투귀님께서 맞서 싸운 적들은 '청룡회'라 불리는 신생집단입니다. 청룡회는..."
잠깐. 나는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제지했다.
"내가, 뭐라고?"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무슨 용자물에 심취한 초등학생도 아니고 투귀라니.
그녀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싸울때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전부 그렇게 표현한지라..."
그곳에 한방에 뻗어버린 수수의 결사원들이 나의 싸움을 보기는 했었나보다. 적들이 상당히 강하길래 모조리 기절한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내가 손을 저으며 계속하라는 사인을 보내자 그녀가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청룡회는 8년전에 생긴 신생결사로 본디 야쿠자 출신입니다. 어떻게 비술을 얻었는지는 불명이지만 힘을 얻은 뒤, 기존의 결사가 습격했으나 전부 격퇴당하고 정식 결사로 인정된 특별 케이스라고 하더군요. 그 때 부터 일본의 중소야쿠자들을 모아 세를 불리며 현재 결사원이 300을 넘나드는 강한 결사가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마음 먹은 결사가 있기는 했지만 번번이 패하기 일 수 였고 결사가 된 뒤로는 악행이라 불릴만한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조용히 지냈기 때문에 다들 암묵적으로는 결사로 인정하며 근래에는 종주회의라하는 일본에 존재하는 결사의 수장회의에 참석시키자는 말까지 나온적이 있는 빠른 성장을 보인 집단입니다."
상당히 긴 말을 사무적인 말투로 단번에 내뱉어내고는 그녀가 헉헉거렸다. 나는 아야세에게 한국의 문법에는 문단 나누기라는 편리한 기능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
그건 그렇다치고. 들은 정보를 토대로 하면 청룡회라는 집단은 상당한 세력을 가진 집단이다. 그런 집단이 쓸데없이 이쪽을 습격할 이유따위는 없다.
종주회의인가 뭔가하는 일에 오히려 방해가 될 터. 의문이 상당히 많다.
나는 그들이 우릴 습격한 이유 중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을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내버렸다.
"청룡회가 쌍신에게하는 제사를 방해했을 경우인가..."
혼잣말이었지만 아야세는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크게 저으면서 부정했다.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청룡회가 강하기는 하지만 신 하나를 부술정도로 강하지는 않..."
내 시선을 느낀 탓인지 그녀가 말을 끊고 말똥말똥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그녀 자신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깨닫고는 입을 가렸다.
요연은 기세를 죽여서 그림자처럼 뒤에서 붙어있었고 호지는 지금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딴 세상일이라는 듯이 무시하고 회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 호텔의 내부의 공기는 상당히 누그러져 있었다.
덕분에 그녀가 저도 모르게 편한 말투로 나를 대한 것이리라.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죄, 죄송합니다."
"아아, 신경쓰지마. 나로서는 와타누키씨처럼 허물없이 대해주는 것이 편하니까."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알았어요..."
싱긋하고 살인미소(라고 쓰고 살인미수라고 읽는다.)를 지어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들만의 특별한 신앙같은 건 없어? 아니면 그들 마법의 유파라던가."
"마술유파에 대해서는 강화계로 알려져있지만 서양의 강화라기보다는 동방의 강화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광이 말했어요. 그리고 그들의 신앙은...."
그녀가 얼버무리듯이 말을 끊었다. 정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특이한 모양이다.
나는 상관없으니 계속해보라는 턱짓을 해보였다.
"그들은 신앙이랄까, 청룡회를 창시한 결사의 주인이 청룡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녀의 말에 내 예상이 현실감을 갖추었다.
후후, 진실은 하나. 하지만 내 생각이 진실이라면 상당히 어려운 의뢰가 될 것이다. 게다가 내 예상에도 헛점은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제쳐두고 그녀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
"못믿을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은 역시 그들이 제사를 방해했다고 생각해."
"말도 안돼요. 그들은 그럴 만한 능력이..."
의미심장한 어투로 그녀의 반론을 뭉개버리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가능해.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말이지."
나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내가 무슨소리를 한 것인지 깨달은 그녀가 놀라서 입을 벌렸다. 그러고는 호텔안이 떠나가라 소릴 지르며 부정했다.
"더더욱 말이 안돼요! 그럴만한 힘이 있다면 청룡을 앞세워 우릴 공격하는 것이 빠를거에요. 게다가 용이 적이라면... 아무리 투귀라도 상댈..."
미쳤다고 내가 용을 상대하겠냐?
"할 수 있어. 꼭 내가 용을 상대할 필요는 없지. 그리고.... 용이 참가할지는 제쳐두고. 청룡회가 이쪽의 적으로 참전할텐데 의뢰비가 그대로는 아니겠지?"
내 말이 진실하다면 상당히 위험할 상황에 돈부터 밝히는 나를 보고 그녀가 어이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저는 그럴 권한 같은 것은 없으니까. 나중에 츠카사에게나 물어보시죠."
뭔가 싸늘한 말투로 돌아서며 일언반구도 없이 방을 나가버렸다.
무례하지않나, 저녀석. 가볍게 대해 달라고한건 나니까 불평은 안하겠지만.
그건 그렇고, 정말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용이라면 요연이나 호지가 상대해야 하는데 팔푼이(호지의 표현)나 반쪽짜리(요연의 표현)로는 상대하기 까다로울지도 모른다.
내 상념을 누군가가 소매를 잡아당김으로서 방해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치료를 끝낸 호지가 소매를 붙잡고 계속 당기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끼면서 호지는 허리를 끌어안았다. 나를 맑은 눈으로 올려보았다.
"아빠, 밥먹자. 배고파."
시계를 돌아보았다. 점심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호지의 치료가 끝나면서 몸이 영양분 보충을 필요로 하며 울부짖었다. 고민은 머리의 구석으로 처박아놓고는 호지에게 미소지어 주었다.
"그래, 밥먹자~ 우리 딸."
에이, 별일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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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젠입니다.
저는 주인공이 맞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므로 이번파트의 끝에도 병원행 결정~
그리고 이제 곧 '지상최약의 보스들 좌담회'가 나올겁니다. 기대해주세요.
추천, 선작, 코멘을 기다리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