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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꽈앙!
빛에 휘감긴 창날이 묵회색의 검면에 부딫히며 힘이 흩어져나갔다. 하늘에서 청색의 검이 웰테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칫."
그가 혀를 차고는 뒤로 뛰어서 후퇴했다. 그가 있던 장소에 청룡검이 박히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갑작스런 돌풍이 칼날이 되어 그의 갑옷을 때렸다. 흉갑이 잘려나가며 갑옷 안쪽의 살을 얕게 베어냈다.
치명상은 아니나, 대룡 마법진에 구속당하면서도 상부에서 넘겨준 보갑을 뚫어버리는 능력자다. 잘못하면 이쪽이 전멸할지도 모른다.
웰테가 이번 일에 위기감을 느꼈다.
그가 손을 튕겼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공격개시의 신호.
원형으로 포위한 흑색의 기사들이 폭포수처럼 밀고 들어왔다. 기사들이 꼬나쥔 푸른 창이 요연이 있는 공간을 잘라낼 것처럼 찔러졌다.
"현무검, 현공포(玄空砲)."
허공에서 회전하는 묵회색의 검이 기로 된 새까만 대포알을 쏘아보냈다. 열댓명의 기사들이 현공포에 이리저리 튕겨나가며 나무에 처박혔다.
웰테가 빛나는 창을 현공포가 지나가는 그 순간을 노려 요연에게 찔러넣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백호검이 빛의 창을 쳐냈다. 창이 힘을 견디지 못하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가 미소지었다.
그것을 본 요연이 청룡검으로 그를 베어내려 했지만 현공포에 맞지 않은 적들이 청룡검을 쇠사슬로 묶었다.
"쏘아라, 브류나크!"
그의 말을 신호로 쇠사슬을 든 기사들이 재빨리 쥔 것을 버리며 요연의 주변에서 물러났다. 요연이 땅에 박힌 청룡검을 뽑아들고 하늘에 시선을 주었다.
빛나는 창이 더욱 강렬한 백색광을 토해냈다. 창이 몇배로 부풀어오르며 그녀에게 떨어져내렸다.
미사일같은 투창을 요연이 오른손의 청룡검으로 맞받아쳤다.
"청룡검, 청련파(靑連破)."
청룡검에 솟아오르는 검기가 깨져나가며 수많은 검기의 조각들을 허공에 띄웠다.
도자기 파편같은 검기가 회전하며 빛의 창을 막아냈다.
카가가각!!
쇠와 쇠가 부딫히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않는 소리.
그 때, 빛의 창과 맞붙은 여럿의 검기가 하나로 합쳐지며 창을 꿰뚫었다. 승리의 미소를 짓던 요연이 이상함을 느끼고 뒤로 물러났다.
"브류나크의 다섯가지는 표적을 절대로 놓치지 않지."
그의 말과 함께 갈라진 창이 다섯으로 나누어지며 요연에게 떨어졌다.
첫번째는 오른쪽 어께를, 두번째는 왼쪽 팔꿈치를, 세번째와 네번째는 요연의 복부에 박혀들었다.
"크어억...!"
복부에 박힌 창 덕분에 요연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마지막 창이 하늘에서 요연의 머리를 겨누었다.
마지막 창은 다른 창보다도 강한 빛을 내며 그녀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최후의 창을 보았다.
쨍!
그녀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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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상당히 멀군?"
내 말에 츠카사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흔들며 재빨리 정찰용 식신을 부렸다. 산으로 진입한지 꽤 오래됬다. 아직도 도달하지 못한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의문에 대한 대답은 리토가 해주었다.
"지금은 비상사태니까 나름의 미로형의 결계를 친거야. 그 정도는 기본이잖아?"
여전히 무례한 말투의 설명. 혀를 차주었다.
"쯧쯧. 아군조차 식별 못하는 저급한 결계일 줄은 몰랐지."
"뭐야?"
리토가 부적과 여러가지의 룬문자가 새겨진 돌을 각각 양손에 쥐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투기가 고무되며 자연스레 리토의 마력이 외부로 흘러나와 머리카락이 위로 솟아올랐다.
쯧, 저런 마력낭비라니. 해외의 마술은 효율이 나쁘다더니 사실인 모양이다. 저런 후폭풍에 신경쓰니까 약하지.
츠카사가 리토의 어깨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하하, 죄송합니다. 문화차이가 있는 것인데."
어른스러운 츠카사의 대답. 화가 절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리토는 나랑달리 츠카사의 품에서 바둥거렸다.
하지만 딱히 마법을 쓰거나 하지는 않았다.
뭐, 나름 리토도 츠카사를 좋아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 나의 시야에 츠카사의 손이 리토의 눈썹에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왠지모르게 그들 주변이 핑크빛으로 물드는 것같다.
"이건...."
"예? 무슨 이상한 것 있습니까?"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나온 말에 츠카사는 뭐가 이상하냐는 듯이 물었다.
아, 젠장. 내가 동인녀도 아니고.
생각을 말하면 내가 이상한 놈 될 것같아 애꿎은 옆의 호지를 껴안았다.
"호지야, 호지야. 저런건 보면 안된다?"
"응, 알았어.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호지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야세를 비롯한 모든 마법사들이 껄그러운 눈초리로 그들을 피하고 있었다.
아야세에게 다가갔다.
"아야세, 저거 늘 있는 일이야?"
아야세가 잠시 우물거리다가 대답했다.
"예. 츠카사 자신은 동생의 성장을 기뻐하는 것 뿐이라고 하지만..."
전혀 그렇게 안보인다는 말이지.
그 말을 눈짓으로 아야세에게 전하자 그녀도 수긍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때, 갑자기 호지가 일어섰다.
"아빠, 조심해!"
허공에서 광의 등에 앉은 아야세를 향해 빛의 고리가 날아들었다. 그녀가 방어하기에는 그것이 너무 빨랐다.
마력개방 이식 발동이다.
순식간에 몸의 구석구석을 헤집어놓는 마력에 전율하며 아야세와 공격사이를 막아섰다. 양손을 공격이 닿을거라 예상되는 지점에서 교차시켰다.
빠앙!
쇳소리도 아니고 타격음도 아니다. 무슨 호른에서 내뿜는 소리가 울리며 몸이 튕겨나갔다.
비사문천왕이 가진 거창(巨槍)의 음파에 마력을 불어넣은 공격.
아야세가 그것에 맞아 날아가는 내 몸을 받았다.
호지가 하늘에 떠있는 비사문천왕을 향해 손끝을 향해 폭발을 일으키고는 우릴 돌아봤다.
"비사문천은 다른 왕들과는 다른 것같으니까, 내가 상대하고 있을께. 아빠를 잘 부탁해."
일격을 허용한체 타격에 누워있는 내가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래, 일찍 돌아오면 볼에 키스해주마."
"헤헷, 최대한 빨리 돌아올께."
호지가 비사문천에게 날아들며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아야세가 내 머리를 그녀의 무릎으로 옮겼다.
그녀가 부적으로 자생력을 가속시켜 내 몸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리토와 츠카사도 옆에서 거들었다.
"괘, 괜찮나요? 그런 일격을 정통으로...."
아야세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마력을 뽑아내어 회복에 집중시켰다. 나는 손을 들어올려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했다.
손가락을 튕겼다.
딱.
"아얏!"
후후후. 내 건곤지(지금 지었다)는 그 누구도 견딜 수 없는...(하략)
나에게 무릎배개를 하는 아야세에게서 일어나며 팔을 흔들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내 모습에 오히려 그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들의 표정에 대꾸했다.
"많은 신병을 들고 있는 내가 자신을 보호하는 법구하나 없을까."
입고 있는 티셔츠를 걷어내리며 옷안을 보여주었다. 빛나는 보갑이 상반신에 둘러져있었다.
전에 호지가 요연이랑 한판 붙고 난 뒤, 방어구가 필요하겠다며 준 법구다.
당연히 최상급의 보구로 주인을 회복시키는 능력을 가졌고 약간 개조해서 진우의 교자처럼 갑옷이 가리지 않은 부위도 방어하는 최고 중의 최고의 법구가 되었다.
그런걸 입은 내가 다칠 턱이 없잖은가?
"하지만 분명히 데미지가..."
"너, 나랑 있으면서 뭘 봤냐? 내 능력 기억 안 나?"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마력개방이 어떤 기술인지 깨달은 것이다. 아야세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어깨를 툭툭치며 위로했다.
"괜찮아, 괜찮아. 기억력 나쁜게 네 탓은 아니니까."
하하하. 그렇게 호탕하게 웃어제끼다가 그녀가 고개를 숙여 뭐라 중얼거리는 것을 알았다. 소리가 불규칙적인게,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어, 어? 기억력 나쁘다는 게 그리..."
그녀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맞닿으면서 그녀가 손바닥으로 내 뺨을 올려쳤다.
짝.
얼결에 아프지도 않은 볼을 잡았다. 그녀가 일본어로 외쳤다.
"내가,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일본어였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호지가 일본어 지식을 주었으니까.
아야세가 몸을 돌려 광의 머리쪽으로 가버렸다. 지리상(?)으로 광의 꼬리뼈쪽에는 나와 와타누키 형제만이 남게 되었다.
츠카사가 왼쪽귀를, 리토가 오른쪽귀를 잡고 귀엣말했다.
"이거, 이거. 나중에 잘 달래주세요. 하나는 전투능력은 없지만 보조능력에는 따라갈 사람이 없거든요. 슬럼프라도 얻으면 곤란하답니다."
"야, 하나가 화나면 진짜 무섭다구? 얼른 화를 풀지 않으면 무지 위험하다? 잠자는 사이에 콱."
둘다 조언인지 그냥 놀려먹는 건지 헷갈리는 말을 하며 키득 거렸다.
내가 손을 파리쫓 듯 움직이며 와타누키 형제를 내 근처에서 떨어트렸다.
나도 바보는 아니다. 혹시나 하던 생각이 방금 그것으로 확신을 갖게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기쁜감정보다는 무서운 감정이 먼저 솟아올랐다.
나는 그것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입밖으로 흘려냈다.
"이 사실을 알면 호지와 요연, 그리고 슈에게 맞아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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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젠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연재개시. 나름 추석특집이 되겠네요.
이번 일본편이 끝나면 바다편과 사망편이 연재됩니다. 아마 다른편에 비해 조금 짧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바다편은 늘릴수가 없더라고요.
지금은 에필로그&좌담회를 집필중입니다. 비축분은 쾌속진행중.
추천, 선작, 코멘을 기다리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