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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판
하늘에 별안간 수백의 빛줄기가 가로지른다.
그 많은 빛은 하늘에 때 아닌 유성우를 그리며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그 곳을 지나치려는 빛은 갑자기 직각으로 꺾이면서 그곳으로 되돌아갔다.
명백한 이상.
콰아앙!
빛줄기가 한곳에 모이면서 거대한 폭음을 내었다.
그곳에서 거창을 든 괴물, 비사문천왕이 타격을 못이기고 떨어져 내렸다. 호지가 마무리를 지을 요량으로 비사문천왕에게 바로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아앗!!"
호지의 손이 붉게 빛나며 새까만 하늘에 핏빛의 선을 그으며 괴물에게로 망치처럼 떨어져 내렸다.
[아리 나리 노나리 아나로 나리 구나리]
괴이한 진언. 이미 겪어본 호지가 이를 갈며 외쳤다.
"또 냐!"
그녀가 빛나지 않는 손으로 창을 걷어내며 재빨리 빛나는 손을 비사문천왕의 배에 꽂아넣었다. 하지만 '또' 수십의 야차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타격을 대신 받고는 사라졌다.
이 싸움, 상당히 오래걸린다.
딱히 '저것' 자체가 강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녀석은 악신이란 것의 생존본능만 모아놨는지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몸을 자연스럽게 빼낸다.
그녀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면 아빠의 키스를 받을 수 있다. 아니, 아빠는 조금 늦어도 해주겠지만(조금 놀려먹은 다음에) 그래서는 미안해서 안된다.
"그러니까, 뒈져!!!!!!!"
하늘로 뻗은 손끝에 강대한 마력이 밀집됬다.
전에 요의 누나인 소야가 쓰던 마력 대포의 기술. 마력소모가 심하기는 하지만 적을 쓰러트리기에는 그 무엇보다도 적합한 기술이다.
야차를 소환해도 야차와 함께 비사문천왕을 부서버리리라.
태양빛의 마력이 손안에서 거대한 구체를 이루었다.
직경 20M의 작은 태양이 산을 비추었다.
[아리 나리 노나리 아나로 나리 구나리]
비사문천왕의 야차소환마법.
그것에 아랑곳않고 그대로 마력의 대포알을 던져버렸다. 수많은 야차가 태양구와 비사문천왕의 사이를 가로 막았다.
콰아아아아!!
태양구가 그대로 야차들을 먹어치우며 비사문천을 짓눌러 버렸다.
그러고도 여력이 남아 바닥에 떨어져 지면에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고서야 힘을 다해 사라졌다.
호지가 급격한 마력소모에 헉헉거렸다. 그녀가 심호흡 몇번을 하자 그럭저럭 마력이 회복 되었는지 자신의 아버지가 있을 산 너머를 보았다.
비사문천. 아니, 악신의 편린과 맞붙은 그녀가 승률을 점쳤다.
"청룡과 악신을 상대로... 이긴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싸우기로 선택했다.
그렇다면 싸울 수 밖에.
호지의 신체가 빛이 되어 숲의 저편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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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빛의 창이 부서져내린다.
요연이 이빨로 잡아 물어서 부러뜨린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브류나크의 창날이 부서진 것에 경악하며 웰테가 몇발자국 물러났다.
"마, 말도 안돼... 브류나크가... 루의 창이!"
요연이 몸을 비틀면서 군데군데 박힌 창날을 몸에서 빼내었다. 그녀가 아무렇지않은 표정으로 검을 검갑에 집어넣은 후, 손을 하늘로 들어올리고 손가락을 튕겼다.
하늘에 먹구름이 모여들었다. 한 순간에 모인 구름이 천둥을 토해냈다.
쿠르릉!
용들이라면 누구든 가지고 있는 자연 조종의 힘.
"이럴수가, 용의 힘은 분명히 봉인했을텐데...!"
웰테의 절망어린 외침에 기사들이 동요했다. 고삐가 풀린 용인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사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조금씩 물러났다.
요연이 들어올린 손을 내렸다. 그녀가 검지 손가락을 펴서 자신의 주변을 횡으로 그었다.
칠판에 분필로 긋는 것같은 자연스런 몸짓이라 그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못했다.
번쩍!
강력한 뇌명이 시야를 가리면서 웰테외의 살아남은 기사의 머리위로 꽂히기 시작했다.
자연의 강력함을 작은 인간의 몸으로는 받아내지 못하여 피부와 내부 장기가 검은 갑옷처럼 새까맣게 타올랐다.
"제가, 그년과 함께 하면서 얻은 것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그년이란 요의 누님을 말함이다. 웰테를 쳐다보는 요연의 눈이 레이저처럼 빛났다.
웰테가 무릎을 꿇었다. 본인이 원한것이 아닌, 용의 마력에 의한 것.
그녀가 한 발자국 내딛었다.
"첫번째는 나의 영원을 받칠 반려를 찾았다는 것이고."
호지가 들으면 졸도할, 슈가 들었다면 요의 멱살을 틀어쥘 소릴하며 허리춤의 주작검의 검병을 손에 쥐었다.
또 다시 한 발자국 내딛었다.
"두번째는 엄청난 항마력과 맷집입니다. 그런 마력을 맞아봤는데 이런 것이 통할리가 없잖습니까?"
거대한 마력대포를 연달아 수십번 맞아본 그녀로서는 정말로 이런 걸로 자신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지 궁금했다.
그런 그녀의 말에 웰테는 1기사단 단장의 계획은 애초부터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이를 갈았다.
그녀가 또 한 발자국 내딛었다.
웰테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핫!"
그의 품안에서 작은 단검이 쏘아져 나오더니 이내 길다란 장검의 형태를 취하며 요연의 목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갔다.
챙!
어이없게 그녀의 손에 잡혀버렸다. 요연의 손은 지금 금빛의 비늘로 뒤덮혀 있었다.
금빛 비늘의 꿈틀거리는 용수(龍手).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했다.
"황룡... 그렇다면 프라가라흐도 브류나크도 안통할만 하지. 하하하..."
허무함이 담긴 웃음.
당연하다. 대룡마법진도, 루의 무기들도. 황룡보다는 몇단계나 격이 낮다.
통할리가 없는 것이다.
실성한 사람처럼 웃는 그의 바로 앞에서 그녀가 멈춰섰다. 요연의 손에는 화염을 머금은 주작검이 들려있었다.
주작검을 들어올렸다.
"당신들의 가장 큰 실수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웰테는 대답없이 눈을 감았다.
어차피 그녀도 대답을 바라고 물은 질문은 아니었다.
그녀가 자문에 자답했다.
"제가 적이었다는 겁니다."
그녀의 검이 웰테의 몸을 두쪽으로 갈라버렸다. 갈라진 두개의 고깃덩이가 주작검의 마력으로 불타올랐다.
요연이 요가 있을 머나먼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자신 때문에 생긴 먹구름이지만 왠지 미래에 불길한 일이 생길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호지도 같이 있을 것이고 요연 자신도 같이 있을 것이다.
위험요소는, 전혀 없다.
"무엇보다도 청룡을 상대로 아무런 대비없이 상대할 사람은 아니니 말입니다."
요연과 싸울때에도 온갖 함정과 여러 법구들로 자신을 상대했었다. 아마 이번에도 무슨 장치를 해놓으리라.
그녀는 요의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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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젠입니다.
이번에는 주인공의 출연이 없군요. 우오오?!
그리고 사망편. 친구도 오타가 아니냐는 소릴 하기도 했지만 절대로 오타가 아닙니다. 사망편도 있고 사막편도 있지만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연휴가 끝났으니 모두들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사시길.
추천, 선작, 코멘을 기다리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추신:작품설정란도 나름 갱신했으니 보시길.(네타성 발언이 상당히 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