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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협박에 가까운 협상을 끝내고 나왔을때에는 하늘은 먹물이라도 뿌린 것처럼 어두웠고 그 하늘에는 산중이라서인지 별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슬며시 뒤에 시선을 주었다. 건물안에는 광을 제외한 결사원들이 절망선생이 되어있었다.
"쟤들 왜 저래?"
딱히 대답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으나 요연이 백호검을 수건으로 닦고서 집어넣고는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요님 덕분이죠. 뒤통수나 안맞았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녀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깊은 한숨속에 걱정이 어려있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뒤통수를 맞을지도 모른다. 압도적인 전력차가 그들과 우리사이에 존재했지만 이곳은 엄연히 그들의 홈그라운드. 경계해서 나쁠것은 없겠지.
호지가 소매를 잡아당겼다. 내려보자 무언가를 원하는 눈초리로 올려보았다.
...뭐지?
"피, 약속잊었어?"
약속? 아, 그러고보니 일찍 돌아오면 키스해준다고 했었지.
요연이 얼음같은 눈동자 속에 불꽃을 품은체 무표정한 눈으로 나에게 팔짱을 낀 호지를 내려다보았다. 호지가 더 내 팔을 더욱 품으로 끌어들였다.
으드득.
이를 가는건지 깨부수는건지 햇갈리는 소리를 뱉어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숨은 한수라도 가진 도박꾼의 미소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온 주제에 보상을 받고자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요. 아가씨, 어른처럼 보상을 바라기전에 어린애처럼 숙소에서 먼저 주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간이 일렁인다. 아지랑이라는 이름의 장난꾸러기처럼 허공을 뒤죽박죽만드는 그것은 불꽃이 폭풍처럼 타오르는 호지의 손이였다.
요연은 누가 말려도 듣지 않을 것처럼 마력을 끌어올리는 호지를 맞서며 사신검을 화살처럼 호지를 겨냥하듯 허공에 세웠다.
그녀들사이에서 세 발자국 물러났다. 단아한 오색빛을 두른 요연과 찬란한 태양빛을 두른 호지가 지면에 이리저리 상처자국을 남기며 서로에게 무기를 겨눈다.
저곳에 끼어들었다간 목숨이 몇개라도 부족할것이다. 하지만 어쩔텐가. 내가 저들의 관리자인데.
호지의 뒤에 파고들었다. 강력한 기파가 접근한 나를 밀어냈다.
밀어내는 힘을 누르며 호지를 껴안았다.
주변을 휘몰아치는 기운이 사라졌다. 핑크빛 기운이 호지의 뺨에 아른거린다.
"그만, 그만. 착하지? 이만 자러 들어가.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면 그 때 해줄께."
호지가 기쁜 얼굴로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면서 짐이 있는 방으로 돌아가버리자 요연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등을 돌렸다.
삐진 것 같은 그녀의 뒤로 다가가 꼬옥 안아주었다. 옷위로 그녀의 체온이 비상식적으로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도 해줄까?"
".....!"
껴안은 팔이 갑자기 헐거워졌다. 요연이 내 팔안에서 사라진것이다. 어느틈엔가 팔밖으로 도망친 그녀가 뒤도 안돌아보고 별체로 뛰어가버리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하, 귀여워라. 저런면이 매력이라니까."
"호오. 그래서 카사노바가 되신거군요?"
상당히 기분 나쁜 발언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츠카사가 입을 가리며 웃고 있었다. 내가 뭐라 반박하기도 전에 그가 허리를 숙였다.
"부탁했던 땅은 준비가 되었습니다."
부탁했던 것이라 함은 전화를 끝내자마자 했던 부탁이었다. 확실히 일처리가 빠른 남자다. 내가 턱짓으로 앞장서라는 사인을 보내자 그가 목례하며 마련한 땅을 향해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이 멈춘 곳은 신사 뒷편의 작은 공터. 텅비었고 하늘에도 아무런 장애가 없는, 내 계획을 실천하기에 이상적인 자리다.
"그럼, 해볼까나."
요연이 병문안 왔을 때 주었던 오른손 약지의 반지를 고쳐끼었다. 싱싱한 초록빛의 나무줄기속에 연꽃잎으로 만든 구슬이 구속되어 있는 반지를 흔들자, 줄기속의 연꽃구슬이 반지속에서 빠져나왔다.
연꽃구슬이 땅바닥에 닿자 바닥이 물처럼 파문을 그리면서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구슬이 전부 바닥으로 가라앉자 아직도 파문이 이는 바닥에서 금색의 보탑이 솟아올랐다. 10층의 금으로 된 보탑의 꼭대기에는 눈동자같은 거대한 빛의 구체가 있어, 등대를 연상시켰다.
오른쪽의 눈이 톱니가 잘못 맞물린 것처럼 갑자기 고통을 호소했다.
"앗차차... 깜빡했다. 조금 아프다고 했었지."
초반에 약간의 통증을 동반하지만 보탑의 능력은 그 패널티를 무시할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마력개방 이식에 가까운 신체능력강화에 오른쪽 눈의 예지능력부여, 그리고 보탑을 중심으로한 일정영역내의 적 능력치 감소, 보탑영역내에서는 자연스런 심안능력까지.
가히 사기라 불릴만한 물건이다.
"이거하고... 백제관 준비만 하면 끝인가. 와타누키씨, 화살은 준비되었나요?"
보탑을 멍한 눈으로 올려다보던 츠카사가 화들짝 놀라며 세개의 화살을 넘겼다.
"여기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런 물건을 도대체 몇개나 갖고 있는 겁니까? 갑옷, 탑, 활. 전부 어지간한 물건이 아니잖습니까."
일단 손가락을 접으며 세어보았다.
"글쎄. 한 20가지 전후?"
충격먹은 듯한 그가 너털걸음으로 신사안으로 돌아가버렸다. 앞으로는 츠카사앞에서 쓸데없이 물건자랑하면 안될것같다.
주머니에서 안쪽에 이상한 무늬가 그려진 검은 안대를 꺼내들었다.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눈을 내버려 두면 힘이 쭉쭉 빠져나가기 때문에 나는 준비해두었던 새까만 안대로 오른쪽 눈을 가리고 신사의 산문밖으로 나왔다.
"후아. 이거 또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커다란 복주머니같은 휴대용 웜홀(공간터널)의 마법이 걸려 아타셰케이스와 연동되어있는 주머니(누나 제작)를 손에 올리고 그 안에서 길쭉한 백색의 말뚝을 꺼내들었다.
예전에 요연에게 먹였던 백제관의 설치도구다. 전에는 들키지 않게 설치해야 했기때문에 오래걸렸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없으니 아마 1시간정도면 끝날 것이다.
말뚝을 산문의 양옆에 꽂아넣고는 담장에 손을 대어 마법진을 설치하면서 그대로 벽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걷던 중, 직각으로 꺾이는 담장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청룡회인가. 일단은 죽여두도록 할까.'
안대로 눈을 막아놨기 때문에 보탑의 능력은 받을 수 없어서 마력개방 일식을 전개했다. 마력개방을 쓸 틈을 주지않으면 일식으로도 충분하다.
난폭한 마력이 몸 내부를 훑고 지나가는 그 감각을 느끼며 땅을 박찼다. 탕하고 땅거죽이 튀어오르며 직각의 코너를 돌았다. 그곳에 있는 사람의 아랫다리를 걷어차서 땅에 눕혀버렸다.
자빠져버린 적에게 퇴의 형이 일렁이는 주먹을 내리꽂으-
"...투귀님?"
려다가 적의 말에 멈추었다. 아니, 적이 아니라 아야세 하나.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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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젠입니다.
후후후. 여러 소설가분들이 시험기간이라 연중을 시작하더군요.
하지만 저와는 관련없는 일. 왜냐? 비축분이 있기 때문이죠!!
뭐, 그런 작가에게 추천선작코멘을 날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만 물러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