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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굉장하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최근에는 거의 잊고 살았다. 주변에는 용에 도깨비에 산을 날려버릴 법한 강자들. 그런 비상식적인 인물들이 가까이에 있는데 다른 것에 놀랄 여유따위는 내 정신에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신께 올리는 제사. 물론 제사 자체가 놀라운 건 아니다. 우리나라 무당처럼 제삿밥을 차리고 무당처럼 춤추는 것이 끝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마력의 유동에 놀란것도 아니었다. 마력은 솟아오를 때마다 영맥으로 스며들어 종적조차 찾기 힘들었으니까.
정말로 내가 굉장하다 생각하는 것은,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지금까지 15시간째라구?"
이것이다.
우리가 밥먹고 별체를 나오자 무녀들이 제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시각이 아침 7시(라고 아야세가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쉬지않고 풀타임으로 밤 10시까지. 선수교체도 없었다.
그동안 제삿밥 앞에서 미친년처럼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요연이 혀를 차며 한마디 말했었다.
"나중에 고생 좀 하겠군요."
내가 왜라고 물었더니 그녀는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투로 가볍게 대답했다.
"저렇게 마력을 소진하는데 멀쩡할리가 없습니다. 이번 제사가 끝나면 필시 죽겠죠. 물론, '신이 소환 되었을 경우'이기는 합니다만."
그 때 요연이 했던 말 중, 일부분이 묘하게 강조되어 들리는 것 같았다. 덕분에 악신을 죽여야할 이유가 늘어났다. 딱히 다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나 살아있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물론 제사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적이 너무 늦어..."
보탑의 심안능력은 투명화도 뚫는다. 시각을 가리는 투명화로는 오감으로 움직이는 심안을 막아낼 수는 없겠지. 한마디로 나의 심안을 벗어나서 이곳을 침투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누님이나 요연처럼 공간계 마법을 배운사람은 예외)는 소리다.
심안을 펼처 대비 해두었는데 적들이 공격을 안한다. 심안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 개소리다. 애초에 그럴거면 습격따위를 하지않았서야 했다.
그 때, 땅이 울리고 하늘이 울부짖었다. 빠르게 하늘을 덮어가는 먹구름을 보며 드디어 적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왔다! 전부 자리로!"
츠카사의 외침에 무녀들을 제외한 모든 결사원들이 제사를 하는 곳을 빙글 둘러싸며 방어진을 취했다. 땅의 울림이 멈추면서 푸른 용의 가면을 쓴 자들이 담장을 짓밟으며 나타났다.
흉흉한 기세. 각자가 지닌 무기를 바로 잡았다.
지금 당장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이 기세에도 청룡회의 일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하늘을 올려보고만 있었다.
하늘을 보았다. 먹구름의 곳곳을 뚫고 튀어나온 푸른비늘로 뒤덮인 용의 몸체.
"진짜로 용이었나.. 미안하지만 져줄수는 없어. 아빠랑 이런짓도, 저런짓도 못했으니까."
호지가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틀어올린 세개의 금비녀를 뽑아들었다. 세개의 비녀가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더니 서로를 얽혀들며 솟아올랐다. 호지의 두배정도 되는 크기가 되어서야 비녀의 변이가 정지했다.
"반드시 이길테니까, 지지마!"
세개의 마수머리가 달린 거대한 지팡이를 들고 호지가 날아올랐다.
요연도 사신검을 찬채 나를 보았다가 하늘을 보았다. 붉게 일렁이는 검신을 가진 주작검이 허공을 선회하며 하늘에 쏘아져나갔다.
호지를 지나치며 쏘아져나간 검이 비늘에 닿자 검에서 뿜어진 화염이 비늘을 불살라먹으며 어두운 하늘을 밝히기 시작했다.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횃불. 요연이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겨서 오겠습니다. 그러니 지면 안됩니다. 두번다시 소중한 것을 잃는 것은 사양이니까요."
그녀가 땅을 박차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호지와 요연, 그리고 청룡이 한 공간에 존재했을때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폐쇄공간. 황룡 구소가 살았었다고 하는 공간의 변형판이다.
"이거, 이거. 이제 곧, 내 상대도 올때가 됬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과 도를 꼬나쥔 무서운 남자의 형상을 한 거대한 무장이 하늘에 내려섰다. 그것을 시작으로 청룡회의 일원들이 습격을 시작했다.
나는 달려드는 청룡회를 무시하며 땅을 박차 하늘로 솟아올랐다. 애초에 저들의 상대는 일본의 결사다. 내가 신경쓸자는 악신 뿐.
바람을 가르며 도착한 그곳에서 악신을 마주했다. 부유의 비술을 사용하여 공중에 떠오른체 악신을 노려보며 작게 말했다.
"마력개방 삼식. 발동."
첫판부터 삼식을 끌어올렸다. 일식이나 이식으로 시작하기에는 적이 상당히 강하다. 전신에 영신타격의 술을 부여했다.
부여된 손발이 흐릿해졌다. 허공을 박차며 6M의 거인에게 주먹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거대한 몸집치고는 상당히 빠른 몸놀림으로 위로 솟아오르며 피해버렸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나를 향해 창을 찌르 듯 던져넣었다. 그 때, 손바닥의 붉은 문양들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검, 익, 철, 퇴의 4형. 합체기, 충뢰(充雷).
악신의 창에 반발하듯 손이 강력한 번개를 두르며 내려 꽂히는 창을 후려쳤다.
창끝과 나의 손바닥이 부딫혔다.
꽈아아앙!!!
굉장한 폭음과 함께 손바닥안의 마력이 부서져나간다. 충뢰가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악신의 창격은 남아있었는지 땅을 향해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제사 중인 무녀들.
"젠장!"
아직도 얼얼한 왼손을 붙잡으며 창격을 향해 오른손을 빳빳히 세웠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손에서 기이한 붉은 문양이 뒤틀렸다. 포(砲)의 형과 검의 형을 동시에 발동했다.
날카로운 검과 강력함을 일시에 쏟아내는 대포가 만나 거대한 반월의 칼날을 손가락 끝에 만들어내었다.
오른손이 호를 그리며 반월의 검날을 창격을 향해 쏘았다. 바람을 가르는 마력의 칼날이 창격과 마부딫히면서 쇠가 터지는 것같은 소릴 내었다.
까가가강!!
영(靈)으로된 창이 부서졌다. 악신이 무기를 잃은 분노를 목소리에 담아 허공에 뱉어냈다.
[크오오오오오!!!]
"너무 화내지 말라구... 너만 잃은 것이 아니니까."
데미지를 입은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작게 포효에 답했다.
손이 망가진 것은 마력개방의 후폭풍같은 것이 아니다. 아직 마력개방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팔이 망가진 이유. 그것은 아직 불완전한 포의 형을 썼기 때문이었다.
강한 힘을 일시에 뽑아내는 능력이니 만큼 사용부위에 데미지도 컸다. 츠카사에게 받아둔 화살을 재료로 타격이전을 걸어두었지만 역부족. 아마 이 싸움에서 오른손으로 여러번 공격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대비해둔 물건은 여러개. 팔하나 못 쓴다고 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오래걸리기는 하겠지만).
분노하는 악신을 마주하며 멀쩡한 왼팔을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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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입니다.
요즘 설정을 뜯어고치거나 안맞는 것들을 고치다가 이상한 오타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니 단막극 GO.
~오타에대한 가벼운 담화~
친구:이거 오타났는데.
작가:네 핫초크정도의 오타는 되냐?
친구:(살짝 인상을 찌푸리며)읽어줄까?
작가:오케이.
친구:퐁퐁같은 풍압.
퐁퐁.
퐁퐁?
퐁퐁!?
끝.
뭐. 이런저런 일이 있는 거죠.
일본편이 막바집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잘읽어주셨습니다. 다음편인 바다편도 열심히 즐겨주시길.
추천, 선작, 코멘을 기다리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추신: 설문조사에 참여많이 해주시길.